차는 눈 깜짝할 사이에 808동에 도착했다. 별장은 매우 컸으며 대문 옆에 차고지가 따로 있었다.이태호는 대문 앞에 주차하고 차에서 내려 키를 챙겨 문을 열었다.“이렇게 큰 별장이라니, 우리가 살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을 거야.”눈앞의 웅장한 별장을 바라보며 이태식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그러나 연초월은 눈살을 찌푸렸다.“별장이 너무 커서 관리비도 못 감당할 것 같은데?”이태호는 문을 열고 미소를 지으며 연초월을 향해 말했다.“엄마, 마음 편히 살면 돼요. 다른 건 걱정할 필요 없이 그냥 저한테 맡기세요.”“자, 일단 짐부터 옮겨. 용우진 어르신 같은 분이 우리 아들한테 이런 집을 선물했다는 건 태호가 그래도 능력이 있다는 걸 의미하지. 난 우리 아들을 믿어.”이태식은 웃으면서 말했다.“보아하니 우리 아들의 의술이 정말 대단한가 봐, 사람 목숨마저 구해주다니. 우리 같은 사람은 평생 노력해도 이런 집을 못 사겠지만, 용우진 어르신한텐 어쩌면 새 발의 피일지도 모르잖아.”“맞아요, 날도 어두워졌는데 얼른 짐부터 옮깁시다. 일단 짐 풀고 각자 지낼 방을 정한 다음 다 같이 나가서 맛있는 거 먹어요!”신수민도 밝은 미소를 지었다. 지난 5년 동안 오늘처럼 기쁜 적은 없었다. 어쨌거나 딸아이와 둘이서 비좁고 낡아빠진 월세방에서 더는 살지 않아도 되었으니까.“엄마, 제 방도 따로 있어요?”신은재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신수민을 바라보며 궁금한 듯 물었다.“당연하지. 이렇게 큰 별장에 위층과 아래층만 해도 방이 몇 개인지 모른다고.”신수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따가 엄마랑 2층에 가서 마음대로 골라.”“네 엄마랑 나는 1층에서 살 테니까 너희는 위층에서 살아.”이태식이 싱글벙글 웃었다.“아들놈이 나오면 빚이 너무 많아서 어떡하나 걱정했거든. 집도 없고 결혼도 못 하고... 그러나 지금은 마누라뿐만 아니라 딸까지 생기다니, 게다가 이렇게 큰 별장에 살아도 된다는 일이 아직도 꿈만 같아.”연초월은 이태식을 흘겨보았다.“당신 좀 봐봐
“이 샹들리에는 아마 몇십만은 넘을 텐데.”“어디 그뿐이겠어? 몇백만은 될걸?”별장 대문에 들어서는 순간 두 사람은 또다시 호화로운 내부 분위기에 혀를 내둘렀다.신수민은 싱긋 웃더니 신은재를 데리고 위층으로 향했다.이태호도 그들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2층 거실도 꽤 큰데요? 양쪽에 방이 가득하네, 진짜 방밖에 없네요? 2층에도 엄청 많아요.”신수민이 말했다.“방은 많을수록 좋죠. 굳이 바닥에서 잘 필요도 없고, 방에서 따로 자면 되잖아요.”그러나 신수민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신은재가 고개를 들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의문을 제기할 줄은 몰랐다.“엄마, 아빠랑 같이 자는 거 아니에요?”신수민은 말문이 막혔다. 이내 이태호를 보더니 쪼그려 앉아 신은재에게 몰래 말했다.“은재야, 엄마 아빠가 같이 자야 한다고 누가 그랬어?”신은재가 천진난만하게 물었다.“같이 안 자도 남동생 낳아줄 수 있어요?”...이태호가 웃으면서 말했다.“은재야, 엄마가 농담한 거니까 걱정하지마. 가끔 같이 잘 때도 있어.”“네.”신은재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생긋 웃었다.신수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태호를 힘껏 째려보았다.“가자, 방 골라 봐.”이내 셋은 각자 묵을 방을 골랐는데 나란히 붙어있었다. 나름대로 돌봐주기도 편하기에 이태호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한편, 태수는 용의당의 우두머리를 찾아갔다.“형님, 나타났습니다!”범용은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허둥지둥 뛰어오는 태수의 모습을 보자 그제야 느긋하게 손에 든 찻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무려 2인자라는 놈이 대체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허둥대는 거야?”그러자 태수가 말했다.“형님이 말씀하신 반지가 나타났습니다, 드래곤 링!”“드, 드래곤 링?!”이를 들은 범용도 의아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눈살을 찌푸렸다.“잘못 본 게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어? 드래곤 링이 우리 도시에 나타났다고? 드래곤 링의 출현은 곧 드래곤 신전의 주인이 나타났다는 걸 의미하지 않아?”“바로 그 드래곤
태수는 이 말을 듣자 속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그렇네요! 저는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요? 신전 주인이 나타난 이상 우리를 도와주기만 한다면 전혀 겁먹을 필요가 없죠.”“그래.”범용이 고개를 끄덕였다.“신전 주인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점이 있을 거로 믿어. 결코 만만한 분은 아닐 거야. 아니면 어찌 12개 파벌을 휘어잡는 리더가 될 수 있겠어?”말을 마친 범용은 이내 한마디 보탰다.“그분이 어디에 사는지 좀 알아봐.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내일이나 모레 사람 데리고 인사하러 가야지. 잘 들어, 신전 주인은 곧 우리들의 신이야. 앞으로 입단속 잘하고, 괜히 신전 주인의 심기나 건드리지 마.”반면 이태호는 차를 타고 럭셔리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레스토랑을 찾아 들어섰다.입구에 도착하자 내부 인테리어를 살펴보던 연초월은 눈살을 찌푸리며 옆에 있는 이태식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이런 곳은 싸지 않을 텐데?”이태식은 앞장서서 걷고 있는 이태호와 신수민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은 입 좀 다물고 있어. 오늘 태호가 우리를 위해 사준 옷들도 결코 싸지는 않을 거야. 아니면 어떻게 2억 6천에서 1억 2천만 남을 수 있겠어? 차는 얼마 안 해, 기껏해야 2천 만이 좀 넘을걸?”그의 말에 연초월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를 뻔했다. 물론 보기에도 괜찮은 옷 같아서 어느 정도 가격대는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등골이 서늘할 지경이었다.이태식은 입이 떡 벌어진 연초월을 보자 황급히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는 말을 이어갔다.“수민이도 5년 동안 고생했으니 당연히 누려야 하지 않겠어? 게다가 오늘은 우리 아들이 처음으로 자기 마누라와 손녀를 데리고 와서 같이 밥 먹는 날인데, 좀 비싸면 어때? 나중에 괜히 호들갑 떨지 말고 여유롭게 대처해, 알겠어?”연초월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태식은 그제야 손을 내렸다.“빈부격차가 심해도 원, 따지고 보면 수민은 명문가 출신이잖아. 사실 우리 아들이 훨씬 부족하지, 뭐
고개를 빼 들고 가격을 확인한 그녀는 순식간에 안색이 어두워졌다.다만 뭐라고 하기도 애매해서 어색한 미소와 함께 신수민에게 말했다.“수민아,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시켜. 그동안 혼자서 얼마나 고생했겠니, 태호가 처음으로 밥을 사준다는데 사양하지 않아도 돼.”가격을 어느 정도 예상한 이태식은 그나마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런 레스토랑에 밥 먹으러 오는 사람은 별로 없기 마련이며, 딱 봐도 보통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레스토랑을 찾은 손님은 누가 봐도 부티가 흐르는 비즈니스맨들이었다.그러나 메뉴판 가격을 확인하는 순간 눈살이 찌푸려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내 테이블 위에서 생수통을 가져가 컵에 물을 한 잔 따랐다.신수민은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흘긋 바라보았고,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미소를 살짝 지었다.“태호 씨, 요즘 느끼한 게 별로 안 땡겨서 그러는데 자리 옮길까요?”이때, 재벌 2세처럼 보이는 남자가 한 무리 사람을 데리고 때마침 옆을 지나가다가 신수민을 발견하더니 두 눈이 반짝거렸다.그는 잽싸게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예쁜이, 핑계가 그럴싸한데? 비싸서 못 먹겠다고 하면 그만이지, 느끼한 게 안 땡긴다고? 하하하, 여기 호주산 랍스터도 있는데? 그리고 이 전복도 괜찮고, 샥스핀도 느끼한 편은 아니잖아. 그런 허술한 핑계로 종업원도 설득시키기 힘들걸?”그의 말을 들은 신수민은 얼굴이 싸늘해지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내가 사 먹을 수 있든 말든 그쪽이랑 무슨 상관인데?”재벌 2세남은 식지를 쭉 펴더니 한 손으로 신수민 옆자리에 있는 의자를 짚었다. 이내 허리를 살짝 굽히고 입꼬리를 올린 채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거렸다.“노노노, 그럴 리가! 당연히 나랑 상관이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난 그대에게 첫눈에 반했거든. 만약 오늘 밤 나랑 같이 가준다고 약속한다면 이 테이블에서 얼마만큼 주문하든지 내가 쏠게.”“하하하, 역시 김건우답네!”뒤에 있던 한 남자가 이 말을 듣더니 박장대소했다
”아악!”곧이어 김건우가 바닥에 웅크려 앉았다. 이태호가 그의 팔을 덥석 잡았는데 김건우는 꼼짝하지도 못했다.이태호는 인내심은 극에 달했다. 이미 화를 꾹 참고 있었는데도 김건우가 계속 그들을 건드렸고 심지어 신수민에게도 손을 쓰려고 했다. 그러니 어떻게 화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남자라면 이렇게 당하고 있을 수만 없다. 그것도 자기 때문에 5년 동안이나 고생한 여자를 또 괴롭힘당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아악!”이태호는 다시 한번 힘을 줬는데 상대의 팔이 툭 부러지게 되었다.이태호가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김건우는 바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극심한 고통에 핏대를 세웠다.“아악! 너무 아파!”김건우는 식은땀까지 흘렸다.이태호가 힘이 이렇게 셀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가 무심하게 툭 건드렸는데도 팔이 부러졌으니.“건우야, 왜 그래? 괜찮아?”그의 친구들은 잔뜩 겁을 먹었다.김건우의 술친구인 그들은 겨우 김건우를 일으켜 세웠을 뿐, 그 누구도 감히 김건우를 도우려고 나서지 않았다.“부러졌어. 틀림없이 부러졌어. 나 너무 아파!”김건우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친구 중 한 명에게 말했다.“뚱보야, 나가서 내 경호원들을 불러와. X발, 너희들, 보고만 있을 거야?”뚱보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김건우의 경호원들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잔뜩 겁을 먹은 뚱보는 그제서야 허둥지둥 밖으로 달아갔다.“나쁜 놈. 어딜 감히 우리 엄마를 때리려고 해! 아빠, 잘했어요!”신은재는 겁을 먹지 않았을뿐더러 옆에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태호 씨, 왜 또 말썽을 피웠어?”신수민이 낯빛이 어두운 채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이태호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아까 같은 상황에서는 우리가 무조건 반격해야 해요. 내가 나서지 않았으면 저 X아치가 수민 씨를 때렸을 거예요. 다른 건 다 참을 수 있어도 수민 씨를 괴롭히려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절대 그 사람을 가만 놔두지 않을 거예요!”그 말을 들은 신수민은 마음이 따뜻해졌다.방금까지만 해도 건방을 떠는
”여러분, 죄송해요. 아까 우리 아들이 좀 심했죠? 하지만 그쪽 도련님께서 먼저 우리를 괴롭혔거든요. 혹시 먼저 자리에 앉아 얘기를 나눠봐도 될까요? 치료비는 드릴게요...”연초월이 다급하게 사정했다.“할망구, 미안한데 내 몸값이 어마어마하거든. 치료비 감당할 수 있겠어? 굳이 돈으로 해결하겠다고 해도 좋아. 20억 내놔.”연초월이 그 말을 듣자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20억이 웬 말인가?그 모습을 본 김건우는 건방을 떨며 웃음을 터뜨렸다.“펑!”경호원들이 손을 쓰기도 전에 이태호가 그들에게 발길질을 날렸다. 그들은 하나 같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쓰러졌다.“이럴 수가? 넷 다 용병 출신이라며? X발, 무슨 용병이 이렇게 쓸모없어?”김건우는 분노가 끓어올랐다.“도련님, 이 X끼는 대단한 실력을 갖춘 고수입니다. 저희가 상대할 수 없다고요.”대머리 사나이가 다리를 끌어안으며 고통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다른 한 사나이는 가슴팍을 움켜쥐며 말했다.“도련님, 제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습니다. 아악, 너무 아파요!”“X발, 너 여기서 딱 기다려.”김건우는 포기하지 않고 또 휴대폰을 들어 엄마에게 전화하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누가 나 괴롭혀요, 엉엉. 빨리 사람 많이 데리고 와주세요. 이 X끼 싸움 엄청 잘하거든요. 내 손이 다 부러졌어요. 참, 집안 경비팀장도 불러오세요. 새로 온 경호원 X끼들이 전혀 쓸모없어요. 참, 여기가 어디냐면...”그 말을 들은 이태호는 웃음을 터뜨렸다.방금 그가 상대한 네 명의 경호원들은 분명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만약 보통 사람들이 그들에게 덤볐다면 뼈도 못 추렸을 것이다.하지만 어르신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이태호는 달랐다. 그와 비하면 네 경호원들의 실력은 개미보다도 못했다.전화를 마친 후 김건우는 이태호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이제 죽었어! 가자, 밖에 나가서 기다리자고. 저 X끼가 절대 빠져나가게 하면 안 되니까.”주눅이 든 김건우는 사람들을 데리고 레스토랑을 나섰다.레
”은재야,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어도 돼. 아빠랑 말하면 아빠가 다 사줄게!”이태호는 귀여운 은재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고마워요!”신은재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예의가 바르게 말했다.연초월과 이태식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자, 이 와인 마셔보세요. 감옥에는 이렇게 맛좋은 와인이 없답니다.”직원이 와인을 열어준 후 이태호는 신수민과 부모님에게 술을 붓기 시작했다.“엄마, 아빠. 많이 드세요.”신수민이 미소를 짓더니 연초월과 이태식에게 음식을 집어줬다.“너도 많이 먹어!”연초월이 웃으며 신수민에게 말했다. 갑작스럽게 생긴 며느리가 너무나도 예뻐 연초월도 신수민에게 음식을 집어줬다.명문 가문 출신 아가씨가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그들 부부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으니.“음, 음식이 맛이 좋구나.”연초월이 한 입 맛보고는 칭찬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결국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다.“좀 비싸긴 하네. 태호야, 너 돈도 많이 안 가지고 나왔잖아. 되겠어?”연초월이 제일 걱정하는 건 바로 이태호에게 계산할 돈이 없다는 것이다. 1억 2000만 원 현금 중 그들 부부가 6000만 원을 챙겼고 이태호가 나머지 6000만 원을 챙겼는데 모두 별장에 두고 나왔으니. 주문도 이렇게 많이 했는데 낼 돈이 없으면 안 되었다.“엄마, 걱정 마세요. 카드에 아직 돈이 있어요. 그리고 밥 한 끼 먹는 것뿐이니 마음 놓으세요.”이태호가 덤덤하게 말했다.“X발, 누가 감히 우리 아들을 건드린 거야?”한참 후, 어떤 40대 부잣집 사모님이 스무 명이 넘은 경호원들을 이끌고는 레스토랑 안으로 쳐들어왔다.김건우가 그녀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저기에요, 엄마. 저 구석에 앉은 X끼에요.”김건우는 이태호가 앉은 방향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X발,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나? 감히...”여인이 팔짱을 낀 채 성큼성큼 걸어왔는데 기가 무척 세 보였다.하지만 그녀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제자리
김건우가 다급하게 여인을 재촉했다.머릿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대 경호원들을 보며 연초월과 이태식은 겁에 질렸다.“짝!”하지만 이때, 여인이 갑자기 김건우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부잣집 사모님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예의를 갖춰 물었다.그 모습을 본 김건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태호예요.”이태호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자, 건우야. 당장 이태호 씨한테 사과드려.”부잣집 사모님이 고개를 휙 돌고는 아들에게 말했다.“엄마, 진, 진심이세요?”김건우는 아직 믿지 못한 얼굴이었다. 복수하기 위해 엄마를 불렀는데 사과가 웬 말인가?“그래, 얼른 사과드려.”부잣집 사모님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죄,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를 용서해주세요.”억울했지만 김건우는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했다. 아마도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다는 예감이 들었다.“꺼져! 열까지 셀 테니까 사람들을 데리고 당장 이 레스토랑에서 나가. 아니면 부처님도 너를 구할 수 없을 거야.”이태호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이태호가 숫자를 세기도 전에 김건우는 사람들을 데리고 줄행랑을 쳤다.레스토랑을 나서고서야 김건우가 엄마에게 물었다.“엄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왜 저를 때리시고 또 저 X끼한테 사과하라고 했어요?”“인마, 저 사람이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아도 절대 네가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이야. 저 사람은 최소 2000억이 들어있는 은행카드를 가지고 있었다고. 그리고 돈이 문제 아니야. 전 세계에도 그 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열 명밖에 없는데 그중 한 장을 저 사람이 갖고 있잖아!”부잣집 사모님이 안도의 한숨을 푹 쉬고는 말을 이어갔다.“우리 같은 부잣집은 물론, 태성시 일류 명문 가문에서도 그 은행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어, 이제 무슨 뜻인지 알겠어?”“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고요?”김건우는 마른침을 삼키며 식은땀을 흘렸다.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제대로 건드린 모양이다
한편으로, 태일종에서 떠난 조정운의 안색이 공포스러울 정도로 어두워졌고 험상궂게 변했다.그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분노를 꾹 참으면서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였다.이번에 조씨 가문의 성자급 장로가 대부분 출동했고 성왕 경지인 자기도 같이 왔는데 망신만 당하고 돌아갈 줄이야!여기까지 생각한 조정운의 가슴에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그는 하늘을 향해 분노에 차고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태일종!!! 선우정혁, 이 원한을 꼭 잊지 않고 언젠가 꼭 복수할 테다!”이때 조시환은 조정운의 옆으로 다가가서 어두운 안색으로 물었다.“가주님, 정말 이렇게 이태호를 놔두실 겁니까?”이번에 조씨 가문이 망신당한 것에 대해 가문의 대장로인 조시환도 분통이 터질 것 같았다.그러나 그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선우정혁은 성왕급 수사이고 태일종의 봉주들도 그처럼 9급 성자 경지의 내공을 갖고 있었다.오직 기대할 수 있는 건 조정운 밖에 없었다.그러나 조정운도 선우정혁의 상대가 되지 못해서 바로 밀리면서 철퇴할 수밖에 없었다.“놔준다고?” 조정운은 미간을 찌푸렸고 험상궂은 얼굴에 음침한 냉소를 지었다.“우리 조씨 가문의 천교와 장로가 헛되이 죽게 할 수 없지.”비록 그는 선우정혁의 실력이 두렵지만 그렇다고 이태호를 놔주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자기 가문의 천교와 장로가 격살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번에 또 태일종 앞에서 꽁무니를 뺐다. 아마 지금 이 일이 온 천남 지역으로 퍼졌을지도 모른다.조씨 가문이 이렇게 큰 망신을 당했는데 어떻게 쉽게 내려놓을 수 있겠는가?조정운은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듣자 하니 신소문도 이태호와 원한이 있다고 하더군. 이번에 신소문으로 가서 육 문주의 도움을 청할 생각이네!”전에 창망산맥에서 보물을 쟁탈하는 과정에서 이태호는 신소문의 천교를 격살하여 신소문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선우정혁이 제때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태호는 벌써 죽었다. 신소문은 절대로 이런 피맺힌 원한을 쉽게 내려놓지 못했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조정
“이번에 우리가 이 도우를 위해 그 조씨 가문과 완전히 원수가 되었네.”“...”이태호는 9대 봉주들을 차례대로 바라보면서 정중한 기색으로 말하였다.“봉주님들의 호의를 절대로 잊지 않고 명심하겠습니다.”같은 시각에 허공에 있는 선우정혁도 천천히 내려왔다.그는 이태호의 옆에 와서 덤덤하게 말했다.“됐어. 넌 다치지 않았다면 요광섬에 돌아가. 이곳의 일은 내가 마무리할게.”이제 성공 전장이 열릴 날이 보름도 남지 않았다. 그는 이태호가 최상의 상태로 참가하기를 바랐다. 이태호가 천교들이 가득 모인 성공 전장에서 높은 순위를 얻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그냥 무사히 돌아올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결과였다.어쨌든 지금 이태호는 이미 태일성지의 예비 제자로 되었고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하면 중주의 태일성지로 갈 수 있었다.이태호의 자질을 봐서 몇 년 후에 아마 중주에서 명성을 크게 얻을 것이다.“종주님의 관심에 감사드립니다.”선우정혁의 말을 들은 이태호는 웃음을 거두고 포권을 취하면서 정중하게 인사했다.이태호의 감사에 선우정혁은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고맙긴. 넌 태일종의 제자이니 보호해 주는 거야. 설마 내가 조씨 가문의 편에 서겠어?”한 종문의 종주로서 당연히 자기의 제자를 보호해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인심이 흩어지고 신망을 잃게 되며 사람들을 이끌기 어렵게 된다.게다가 조씨 가문은 그다지 강하지 않고 고작 천남의 이류 세력가인데 감히 이 선우정혁 앞에서 안하무인격으로 건방을 떨어?그래도 그는 천남의 으뜸 세력인 태일종의 종주이고 중주의 태일성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방금 조정운을 당장 죽이지 않는 것은 그가 인의를 다한 결과이다.이에 이태호는 속으로 무척 감동했다. 그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하늘로 날아올라 요광섬으로 돌아갔다.각 봉주와 장로들도 연달아 각자의 거처로 돌아갔다.저 멀리 낭패한 모습으로 떠나는 조씨 가문 수사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현장의 많은 제자는 오늘의 일을 웃음거리로 생각했다.“쳇! 조씨 가문이 우리
조정운이 외친 소리에 원래 기세등등했던 조씨 가문의 수사들은 잇달아 제정신으로 돌아왔다.맹동석 등 세 사람과 싸우고 있던 조시환은 들고 있는 영보가 금빛을 발산하였고 거대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보름달 모양의 기류를 형성하였다. 맹동석 등이 기류를 피한 틈을 타서 조시환은 재빨리 빠져나와서 조정운 옆으로 후퇴하였다.잠깐 싸우는 동안에, 원래 노기등등했던 수십 명의 조씨 가문 장로들은 모두 상처를 입었다. 특히 대지에 검기로 가득 찬 골짜기를 보자 조정운의 얼굴이 숯처럼 어두워졌고 음침해졌다.그는 이번에 총 80여 명의 조씨 가문에 있는 대부분의 장로를 데리고 왔다.내공이 가장 높은 조시환, 8급 성자급 장로 두 명 외에 나머지 장로들은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더욱 조정운을 화나게 한 것은 방금 이태호가 또 조씨 가문의 성자급 장로 두 명을 격살하였다.이 두 장로는 내공이 그다지 높지 않고 3급 성자 경지이지만 그의 앞에서 죽인다는 것은 그의 체면을 구기는 것과 같았다.그러나 아무리 불쾌하더라도 지금 조정운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이태호를 노려보기만 했다.선우정혁의 실력은 원래 그보다 많이 높았다. 계속 싸운다면 조씨 가문의 장로들은 물론이고 자기도 여기서 한을 품고 죽을 수 있다.여기까지 생각한 조정운은 음침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표정으로 하늘에 있는 선우정혁을 바라보면서 콧방귀를 뀌었다.그 전에 조정운은 자신이 직접 나섰으니 선우정혁은 성왕 경지인 자신의 체면을 봐서 이태호를 내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선우정혁은 이태호를 감쌀 뿐만 아니라 이태호를 지키기 위해 조씨 가문과의 싸움도 불사했다.일이 이 지경으로 된 이상, 조정운은 선우정혁을 협박해서 이태호를 내놓으라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그가 핏줄이 불끈 솟아오를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는 힘을 풀었다.그러고 나서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가문 사람들에게 말했다.“철퇴!”조정운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로 빛으로 변해서 하늘로 사라졌다.풀이
조씨 가문의 두 성자급 장로도 재빨리 상응한 방어 수단을 꺼내서 경상만 입었다.두 사람은 입가에 흐른 피를 닦은 후 다시 기운을 내서 이태호를 향해 덤볐다.“죽어라!”이를 본 이태호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고 기혈이 끓어오르면서 하늘로 치솟는 검의를 내뿜었다.다음 순간, 그의 단전 내에 있는 혼돈 검영이 불쑥 이태호의 손에 나타났다.그 작은 검이 나타나자마자 태일종문에 있는 제자들의 장검이 일제히 윙윙거렸고 스스로 칼집에서 나오면서 허공을 맴돌았다.손에 혼돈 검영을 쥔 이태호의 눈빛에 살기로 가득 찼고 주변의 수많은 천지의 힘은 빠르게 검 속에 들어갔다.천지의 힘이 검 속에 들어갈수록 작은 검이 내뿜은 기운도 점점 공포스러워졌고 혼돈 현황의 빛을 띠었으며 검의가 쩌렁쩌렁 굉음을 울렸다.“참하라!”이태호가 큰 소리를 지르면서 혼돈 검영을 날렸다.“촤르륵!”검이 빠르게 날아갔고 스쳐 지나가는 공간은 예리한 검빛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지면서 어두침침한 허무를 드러냈다.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작은 검이 점점 허황해 보였다.숨을 한번 쉰 사이에, 혼돈 검영은 반달 모양의 아치형 황금빛 검빛으로 변해서 허공을 갈랐다.숨을 두 번 쉰 사이에, 아치형 황금빛 검빛이 점점 커지면서 순식간에 백 장이나 커졌다.숨을 세 번 쉰 사이에, 온 하늘이 검빛에 물들어 황금색으로 변했다. 검빛 아래에 있는 조씨 가문의 두 장로는 개미처럼 보잘것없이 보였고 도망치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검빛에 의해 피안개로 되었다.“콰르릉!”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길이가 만 장이나 된 골짜기가 대지에 나타났다.잔여 검의는 골짜기에서 솟아오르면서 주변의 모든 것을 날카롭게 잘라버렸다.고공에서 선우정혁과 싸우고 있는 조정운이 이태호가 자기 가문의 장로 두 명을 격살한 것을 보자 눈에는 살기로 가득 찼고 마치 시체 더미와 피바다에서 걸어 나온 것처럼 짙어 보였다.그는 험상궂은 표정으로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소리쳤다.“이태호!”조정운이 한눈판 순간, 그의 귓가에 차가운 웃음소리가
제대로 선우정혁의 한방을 먹은 조정운은 평소와 다름이 없는 표정을 지었다.반대로 주변에 있는 수십 명 조씨 가문의 장로들은 광풍에 휘날려서 비틀거리면서 쓰러질 뻔했다.조정운은 몸이 움찔거렸고 손을 휘젓자 9척이나 긴 자금색 긴 창이 불쑥 그의 손에 나타났다.이 긴 창은 전체가 흰색 화염으로 불타올랐고 번갯불이 번쩍이면서 사람들에게 숨 막힌 느낌을 주었다.이것이 발산한 기운의 파동만으로도 주변의 공간이 뒤틀어지고 붕괴하게 할 수 있는 최상급 영보였다. 병기를 꺼낸 조정운의 기세가 더 높이 치솟아 올랐다. 조정운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선우정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선우 종주, 그럼 한 수 가르쳐 주십시오!”다음 순간, 조정운의 그림자가 번쩍거리면서 긴 창을 들고 반원 모양을 그리면서 선우정혁을 향해 거세게 내리찍었다.이를 본 순간 선우정혁은 여전히 태연자약하게 8급 성왕의 기운을 내뿜었고 손바닥에 현광을 모아서 덮쳐온 조정운을 향해 손을 내밀고 공격했다.그러자 조정운을 단번에 날려버렸다.이 공격에 형성한 충격파로 인해 땅바닥에 지름이 수 리나 되는 구덩이가 생겼다.조정운이 날아간 것을 보자 선우정혁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냉소를 지었다.“4급 성왕인 주제에 감히 내 앞에서 건방을 떨어?”그는 말을 마치고 나서 눈 깜짝할 사이에 조정운 앞으로 다가갔다.조정운의 반응도 엄청나게 빨랐다. 그는 선우정혁이 앞에 오는 것을 보자 곧바로 손에 들고 있는 긴 창을 거세게 휘두르니 섬뜩한 빛줄기를 내뿜으면서 주변의 공간을 꿰뚫었다. 이와 동시에, 두 성왕급 수사가 이미 싸우기 시작한 것을 보자 조씨 가문의 조시환은 음침한 눈빛으로 인파 속에 있는 이태호를 바라보고 대갈일성하였다.“이태호 이놈아, 죽어라!”그러고 나서 그는 황금색 칼을 들고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으면서 살기등등하게 이태호를 향해 덮쳤다.기타 조씨 가문의 장로들도 연달아 각자의 영보를 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태일종 제자들이어, 나를 따라서 진법을 보호하자!
제7봉주 맹동석이 가장 먼저 나서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조시환을 가리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당당한 9급 성자 경지의 조씨 가문 대장로가 어린 후배를 괴롭히지 않나, 지금 또 성왕인 가주를 불러서 찾아오게 하다니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네.”제6봉의 봉주 윤하영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대갈일성 하였다.“성왕급 수사가 성자 경지의 후배를 죽이기 위해 직접 찾아오다니. 조씨 가문도 별것 없네.”제8봉의 봉주 진남구, 제5봉 봉주 연태건 등도 모두 맞장구를 쳤다.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태호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자기가 어떻게 종주와 봉주들의 입에서 피해자가 됐지?한순간 그는 웃지도 울지도 못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선우정혁과 맹동석 등의 말에 그는 감동되었다.이와 동시에, 조정운이 각 봉주들의 당당한 말을 들은 후 태일종은 이태호를 순순해 내놓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얼굴이 굳어진 조정운은 선우정혁을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냉소를 지었다.“그렇다면 한 판 해봅시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온몸에서 공포스러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는데 구름을 뚫고 하늘 높이 치솟았다. 심지어 주변의 공간을 가르고 찢어서 많은 틈새를 만들었다.수많은 거센 지수풍화(地水風火)가 큰 기류를 휘몰아치면서 주변 수십 리의 대지에 거미줄 같은 균열을 만들었다.조정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기운은 순식간에 태일종 전체를 뒤덮었다.지금 태일종 내의 제자들은 모두 어깨에 보이지 않는 큰 산에 짓눌러서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내공이 약한 제자들은 바로 그 자리에서 쓰러져 인사불성이 되었다.“이... 이것이 바로 성왕급의 위압인가?”“아이고, 성왕이 노하니 천지가 변색하네!”“조씨 가문의 성왕이 진짜 화났나 봐. 이태호를 꼭 잡을 작정이네.”“...”수많은 태일종 제자가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 있는 조정운을 보면서 두려운 표정으로 의논했다.성왕이 화나면 피가 천리까지 흘린다는 말이 있다.이번 조씨 가문이 노발대발해서 수십 명의 성
한편으로. 조정운이 이태호와 선우정혁의 대화를 들은 후 울화가 치밀어 올라서 얼굴이 시뻘겋게 되었고 두 눈이 혈안이 되었다.이태호를 위해 추궁하겠다고?우리 조씨 가문에서 천교와 성자급 장로들이 죽어서 천남 수사들의 웃음거리로 되었는데 우리 가문에게 추궁하겠다니!조정운은 화가 나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었다. 이렇게 파렴치한 애송이는 난생처음 봤다.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선우정혁을 보면서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선우 종주, 고작 성자 경지의 애송이를 위해 우리 조씨 가문과 적이 되겠단 말입니까?”말을 마친 후 그는 섬뜩한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태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이태호가 죽지 않으면 조씨 가문의 체면이 설 수가 없었다.조정운의 말을 들은 선우정혁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침착하게 말했다.“조정운, 조씨 가문과 적이 되겠다는 말이 무슨 뜻이지? 내가 자네 집에 찾아가기 전에 먼저 우리 태일종 앞에 와서 행패를 부려? 내가 만만해 보여?”여기까지 말한 선우정혁의 안색이 금세 어두워졌고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워졌으며 온몸에서 발산한 기운에 주변 공간이 뒤틀어진 것 같았다.조정운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서 어이없는 듯이 웃었다.“무슨 뜻이죠?”선우정혁은 귀를 후비면서 전혀 개의치 않는 듯이 말했다.“무슨 뜻이라고? 우리 태일종의 천교가 백수산맥에서 그쪽 조씨 가문의 천교와 장로들의 포위 공격을 받았고 후에 9급 성자 경지 장로의 습격을 받아서 요행히 도망쳤는데, 조씨 가문은 무슨 낯짝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태일종에 와서 행패를 부려?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군.”이 말을 들은 조정운은 분통이 터져서 피를 뿜을 뻔했다.그는 난생처음 이렇게 염치없고 적반하장한 사람을 봤다.죽은 것은 분명 조씨 가문의 천교와 장로들인데 이태호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것으로 되었다. 그럼 모두 조씨 가문의 잘못이란 말인가?조씨 가문이 백수산맥에 가야 하지 말아야 했고 이태호와 충돌하지 말아야 했으며 후에 또 9급 성자 경지의 조시환을 파견해서 이태
“그래서 조씨 가문의 성왕이 직접 나섰고 조씨 가문의 장로들도 기세등등한 태도이군.”권민정은 자신과 이태호 간의 격차가 점점 커졌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이와 동시에 제5봉의 한 영도에서.한용운은 사건의 경위를 들은 후 어안이 벙벙해졌다.이태호가 종문에 들어온 지 1년 넘었다. 그동안 그는 종문 내에서 명성을 크게 얻었고 창망산맥에서 신소문의 천교를 죽였고 조씨 가문의 천교의 팔을 잘라버렸으며 지금은 9급 성왕의 손에서 도망치기까지 하였다. 한용운은 이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종문 밖에 있는 사람이 조씨 가문의 성왕급 수사가 아니었다면, 이태호가 특별히 찾아온 바람잡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한용운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중얼거렸다.“이태호야, 이태호. 조씨 가문의 장로들만 죽여도 되는데 왜 저쪽 천교까지 죽였냐?”지금 종문 밖에 있는 조정운의 모습을 보니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았다.같은 시각에 제2봉의 한 영도에서.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여경구는 천천히 눈을 뜨고 믿기지 않은 표정으로 종문 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특히 이태호가 조씨 가문과 어떻게 원한을 맺게 된 자초지종을 들은 후 여경구는 입이 떡 벌어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번 겨루기 대회에서 이태호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군...”검으로 조씨 가문의 천교를 죽이고 조씨 가문의 2급, 3급 성자 경지의 장로 3명을 격살했으며 심지어 조씨 가문 대장로 조시환의 손아귀에서 도망쳤다니.천남에서 상당히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일들이었다.겨루기 대회에서 자신이 이태호와 원한을 맺지 않는 것 같아서 여경구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다른 한편으로. 자주색 빛이 흐르는 섬에서 방금 상처를 회복한 고준서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에 나타난 기묘한 기운을 느낀 고준서는 속으러 매우 놀라워했다.잠깐의 충격에서 정신을 차린 후 고준서의 얼굴에 음침하고 섬뜩한 웃음을 지었고 이를 갈면서 말했다.“이태호! 이번에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종문 앞.허공에 선 선우정혁은 온몸에서 기운이 들끓었고 그의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은 저절로 펄럭거리면서 휘날렸다. 그는 10리 밖에서 멈춰선 작은 산만한 은백색 비행선을 바라보았다.비행선에 있는 조정운은 선우정혁이 나타난 것을 보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포권을 취하고 나서 말했다.“선우 도우를 뵙습니다.”조정운은 성왕 경지의 대능력자이지만 4급 성왕 경지라 선우정혁보다 한참 뒤떨어져서 예를 갖추고 먼저 인사했다.비행선에 있는 수십 명의 살기등등한 조씨 가문의 장로들을 보자 선우정혁은 그들이 찾아온 이유를 모른 척하면서 물었다.“어쩐 일로 왔지? 우리 태일종과 싸우러 왔는가?”조정운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이태호가 자기 가문의 천교와 장로를 죽인 사실을 곧이곧대로 말했다. 그러고 나서 조정운은 당연하듯이 말했다.“선우 도우, 저는 그냥 이태호 저놈만 원합니다. 저놈을 죽이지 않으면 한을 풀 수가 없습니다!”그의 말은 곧바로 태일종 내에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특히 종문 제자들이 이태호가 조씨 가문의 천교와 몇몇 성자급 장로를 죽였고 마지막에 9급 성자 경지인 조시환의 손아귀에서 도망쳤다는 소식을 듣자 태일종이 발칵 뒤집어졌다.“헐! 이 장로의 실력이 대체 얼마나 강하신 거야?”“성자급 장로를 세 명이나 격살한 후 마지막에 내공이 9급 성자인 조시환의 손에서 도망쳤다고?”“와, 이 사형은 정말 괴물 따로 없네. 이제 얼마 지났다고 조씨 가문의 성자급 장로마저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한 거지?”“조씨 가문의 성왕급 수사까지 찾아와서 2급 성자 경지인 이 사형을 처치하려고 하다니. 이건 천남 수행계에서도 전혀 없었던 일 거야.”“...”경악을 금치 못한 제자들에 의해 종문이 떠들썩해졌다.요광섬에서.신수민 등 여인들은 연공방에서 폐관 수련 중인 이태호를 바라본 다음 종문의 고공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놀라움에 할 말을 잃었다.그녀들은 이태호가 며칠 전에 천지의 영화를 찾기 위해 백수산맥에 간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큰 사건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