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백지연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나를 미워하지만 않으면 괜찮아, 신수민은 질투를 하는 사람도, 속이 좁은 사람도 아니고 사람이 너그러워서 그나마 다행이야, 안 그럼 나중에 태호 오빠한테 시집을 갔었어봐, 고생길이 훤할 게 뻔하잖아."경호원들은 눈빛을 교환하며 괴이한 표정을 지었다.그렇게 경호원들과 백지연은 다시 차에 타서 집으로 향했다.백지연을 보자 정원에서 꽃에 물을 주고 있던 백진수는 이마를 찌푸렸다."지연, 술자리를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대낮에 술냄새를 풍기고 뭐하는 짓이야? 이태호한테 간 거 아니었어?"백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갔는데 집에 없었어, 물어 보니까 신씨네에서 점심 먹고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갔던 거야, 기분도 좋아졌으니까 그냥 한 잔 받은 것 뿐이야.""그래!"백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딸을 교육했다."그래도 여자애가 밖에선 웬만하면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게 좋아, 얼마나 위험한 세상인데, 피치 못할 장소면 적당히 마시면 되고, 넌 주량도 약한데 사람 잘못 만나면 위험해 질수가 있잖아."백지연은 아버지를 째려 보았다."주량이 강해 지려면 술을 마셔야 될 거 아니야! 오늘은 그냥 기분이 좋아서 좀 마신 걸가지고 시시콜콜 잔소리는!"방에 돌아온 백지연은 샤워를 하고 나와 침대에 누웠다."태호 오빠가 나를 들어안고 윗층까지 올라갔다니.""나를 품에 안은 오빠가 심장이 두근거리긴 했을 까? 술에 취한 내볼에 몰래 뽀뽀라도 한 건 아닌가? 정말로 그랬으면 얼마나 좋아?""아닐 거야, 압뒤가 꽉 막힌 답답이라 그렇게 행동할 사람이 아니니까."부끄러웠다 달콤했다를 반복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백지연은 침대에서 뒹굴뒹굴하고 있었다.그 시각 집에 도착한 정희주는 옷장을 열고 섹시한 짧은 치마와 섹시한 블랙 스타킹을 골랐다.거울에 비춰보며 만족스러웠던 그녀는 매혹적인 메이크업까지 마치고 약속시간을 기다렸다."엄마, 아빠, 저녁엔 나가서 먹을 거야."시간이 다가오자 정희주는 아래층으로 내려와 부모님에게 밖으로 나
부러움에 가득 찬 눈빛을 하고 있는 여학생들은 바로 소홍과 이하연이었다.그들은 집안이 부자이진 않아도 괜찮은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직장인으로 비교적 독립적이다.그리고 비록 외모로서는 정희주에게 딸리긴 해도 웬만해선 꿀리지 않는 몸매를 지녔다. 특히 양복을 걸친 이하연은 아주 야무진 듯힌 느낌을 자아내고 있고동그란 얼굴에 겉보기엔 통통해 보이는 소홍은 귀여움을 장착한 동시에 걸쳐 입은 하얀 셔츠로 비치는 가슴 라인이 섹시한 느낌까지 보태고 있었다."어머, 하연이하고 소홍도 왔구나, 이게 얼마만이야, 못 본지 몇년은 된 것 같네."정희주는 미소를 지으며 여학생들과 인사하고 있었다.졸업후 하현우와 연애하면서 돈을 손에 많이 짊어쥐게 된 정희주가 사이가 변변한 친구들과는 연락을 뚝 끊고 지냈던 터라 소홍과 이하연은 그녀의 현재 삶에 대해서당연히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그러니 이하연은 뜻밖의 질문을 내던졌다."아, 맞다, 희주 너 학교 다닐때부터 태호랑 연애를 시작했으니까 이젠 벌써 몇년째야? 결혼은 한 거야?"소홍도 곁들었다."하긴 다들 졸업한 지도 몇년짼데, 애도 낳았을 거 아니야? 지금 몇 살이야?"정희주는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휴, 아니야, 말하자면 너무 길어."부잣집 자식들 사이에선 어느 정도의 소문을 주고받고 있는 백무빈이 입을 열었다."너희들은 희주랑 연락한 지 꽤 된 모양이구나, 희주는 오래전에 이태호랑 헤어졌어,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지금은 자산이 천억을 훌쩍 넘는 재벌과 연애한다고 하던데?""진짜야?"소홍은 몹시 부러워하고 있었다."희주 너 대박이다, 재벌집 아들이랑 연애를 하다니! 그러니까 아까 딱봐도 고급져보이는 치마를 입고 너가 차에서 걸어오고 있는데 그 느낌이 그냥 귀부인 그 자체였어."칭찬을 듣자 자부심이 생긴 정희주는살며시 웃으며 답했다."이런 건 말이야, 오랫동안의 철저한 관리가 있어야만이 풍길 수 있는 분위기거든, 근데 돈 많은 그 남자와도 이젠 헤어졌어."백무빈은 어리둥절해졌다."뭐?
"우와, 몇 억이나 되는 차를 몰고 온 사람이 대체 누구야?"백무빈은 눈빛을 반짝거리고 있었다."내 월급이 그리 낮은 편은 아니지만 적금넣고 집을 장만하는 것조차도 빠듯하다 보니 와이프도 없는데 이런 차를 만져만 봐도 원이 없겠다,""이태호 아니야?"차에서 내리는 이태호를 멍하니 바라보며 소홍은 입을 쩍 벌렸다.장재원이 말했다."지금의 이태호는 일반 사람들이 넘볼 만한 인물이 아니야, 살고 있는 별장만해도 몇백억인지라 몰고 온 저 차는 그저 겸손해 보이려고 타는 거야.""그렇게나 부자야?"석방된지도 얼마 안 된 이태호가 상상도 못 할 가격대의 별장을 소유하고 있다니! 소홍과 백무빈을 비롯한 친구들은 경악스러움을 금치 못했다."너희들이야 잘 몰라서 그렇지, 일류 명문인 용씨네와 제갈씨네와도 자주 오가는 사이야, 성주부의 아가씨도 이태호를 쫓아 다니며 구애하고 있거든."장재원은 정희주를 곁눈질하며 코웃음을 쳤다."근데 이태호는 별로 눈길도 안 주더라고, 와이프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는 신씨네 첫 째 아가씨인 신수민이니 말이야,""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아주 딱 맞아 떨어지네, 얼마나 고되게 살아왔는데 이제야 꽃길이 피어서 다행이야."이문선은 진심으로 이태호를 축복하고 있었다."문선아, 너도 왔구나."이태호는 이문선을 보자 너무 기쁜 나머지 목소리 톤도 올라갔다."응, 감옥에서 나왔다는 소식만 듣고 전화번호가 없으니 연락도 못했었어."이문선은 미소를 지었다."우리 좀 이따 전화번호 교환해서 자주 연락하자."이태호는 싱글벙글해졌다.그러나 곧이어 옆에서 본인을 눈여겨보고 있는 정희주를 발견한 이태호는 얼굴을 찌푸리며 장재원에게 물었다."재원아, 정희주는 여기에 왜 나타난 거야?"그날 결혼식에서 큰 난장판이 일어난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장재원과 김지영이오늘 이런 자리에 정희주가 온다는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다는 사실에 이태호는 화가 났다.그한테 있어서 보기만 해도 구역질나는 정희주가 있다고 했었으면 바로 거절했을것이다.
정희주가 따져 묻자 이태호는 어깨를 들썩 올리며 답했다."내가 좋아해야 할 이유가 있나?"또 뭔가가 불쑥 생각난 듯 이태호는 말을 덧붙였다."아, 우리 와이프가 그러던데 이씨 집안 사람들 돈 들고 튀었다고, 너 남편이 바로 이씨 집안덕에 돈 좀 벌었다는 그 하현우 아니였던가? 이씨네도 망해 버렸는데 하씨 집안은 지금 어떤 지경인지 궁금하네."정희주는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우리 헤어졌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헤어졌어?"이태호는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하긴 예상했던 일이라 별 놀랍지도 않다야, 하현우가 거지신세 됐으니 헤어지는 거야 당연한 결과겠지, 그런데 이혼했다고 해야지 왜 헤어졌다고 하는 거야?"그 당시 본인이 줬던 예물을 돌려주지도 않을 망정 하현우와 함께 차지한 본인 신혼집을 낮은 가격에 팔아 버리고 그래도 돈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어머니, 아버지에게까지 염치없이 돈을 요구한 정희주의 악랄함과 매정함을 이태호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그러니 돈밖에 밝히지 않는 정희주에 대해일말의 연민도 없고 혐오스러워지기까지 했던 것이다."결혼도 했었어?"헤어졌다고 하는 정희주의 말을 고이 믿었던 소홍은 의혹스러워졌다.정희주는 다급히 설명했다."하현우랑 혼인신고도 안 했으니까 법적으로는 부부도 아닌데 그럼 헤어졌다고 해야 되는 게 맞는 거잖아.""태호야, 내가 미안해, 하현우가 진짜 나쁜 놈이었어, 어제는 내 몸에 손까지 댔었어, 나한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돼?""여자를 때려? 아주 쓰레기네 그거."불공평한 일을 겪은 정희주가 불쌍해진 이하연과 소홍은 분노했다.소홍은 중재를 나섰다."태호야, 희주가 사람을 잘못 믿어서 실수를 한 걸꺼야? 누구나 한 번쯤은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잖아, 몇년을 함께 지내온 너는 희주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거 아니야?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데 용수해 주면 안 될까?"정희주는 가여운 표정을 짓고 있고 친구들은 답을 기다리며 주시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용서하지 않으면 옹졸하다고 말이 나올걸 생각하
"그래도 난 여전히..."이태호를 멀뚱멀뚱 쳐다보던 정희주는 마음에 크게 상처를 입었는지 입술을 깨물며 머리를 푹 숙였다.절친의 가여운 모습이 눈에 너무 밟혔던 김지영은 이태호를 한쪽으로 끌고 와 조심스레 물었다."태호야, 진심으로 나한테 얘기해 봐봐, 예전에 희주를 정말로 사랑하긴 한 거야?"이태호는 머리를 끄덕였다."그땐 그랬지."김지영이 재차 말을 이었다."오늘 희주가 널 만난다고 얼마나 공을 들여서 준비했는지 몰라, 너랑 사귀었던 삼년동안이 최고로 행복했었던 시간이었다면서 지금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미치도록 후회하고 있어, 희주가 이제야 널 얼마만큼이나 사랑하는 지를 깨닫게 된 것 같아."이태호는 콧방귀를 뀌었다."지영아, 너도 참 순진무구하네, 감옥에서 오년을 내가 어떻게 버텨 왔는지 알기나 하고 그런 소릴 하는 거야? 난 감옥에 있는 그 오년이란 기간 동안 우리 부모님, 내 가족들을 살뜰히 챙길 희주를 평생 행복하게 해 줄 그 신념 하나만으로 끝까지 이를 악물고 수감 생활을 버텼었어."그러더니 스스로 비꼬며 말을 덧붙였다."아름다운 미래를 그렸던 내가 바보였던거지, 얼마나 멍청하냐? 법원에서 십년감옥행을 판결받았는데 그걸 기다려줄 여자가 어디 있겠어? 그래 우리 부모님들을 챙기지 않는 건 상대의 마음이니까 이해해, 기다려 주지 않은 것도 다 이해해, 근데 내가 용서가 안 되는 건, 하필이면 폭행범인 하현우와 붙어 먹어서 우리 부모님을 상대로 돈을 뜯어내며 협박을 했다는 게 사람이 할 짓이냐? 게다가 겨우 감형돼서 신혼집에 도착했는데 하현우와 침대에서 뒹굴고 있는 정희주가 날 또 얼마나 비웃고 무시했는지 생각만해도 역겨울 지경이야." 정희주가 못할 짓을 했다는 걸 알게 된 김지영은 침묵했다.그렇게 조용히 있는 김지영을 보며 이태호가 재차 입을 열었다."너 남편 장재원이 그런 짓을 했다고 한 번 생각해 봐, 넌 용서할 수 있어? 희주가 했던 짓을 잘 회상해 봐, 대체 어떤 여자인지 감이 안 잡혀? 하도 하현우가 망해서 이용
정희주는 즉시 난감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니, 아니야, 다만 한꺼번에 많은 학우들을 보니 기분이 좋아서 그래!""그럼 다들 온 거 같으니 우리 먼저 들어가자. 같이 노래 부르고 술 마셔본 지 얼마 만이야? 오늘 저녁 실컷 마셔야 한다 알겠지!"장재원은 즉시 활짝 웃으며 사람들을 맞이했다."응, 그래. 어서 들어가자!"백무빈도 머리를 끄덕이며 함께 술집으로 들어갔다."사장님들, 어떤 룸으로 하시겠어요? 이곳에는 보통 룸도 있고 그리고..."일행들이 들어가자마자 웨이터 한 명이 잽싸게 다가와 물었다.김지영이 보통 룸이면 된다고 말하기도 전에 제일 앞에 선 정주희가 습관처럼 먼저 입을 열었다."지존 VIP 룸으로 해요!""이게..."장재원과 김지영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최저 소비가 2000만 원이나 하는 룸이 아닌가? 비록 이 술집이 크지 않아도 지존 VIP 룸은 그중에서 제일 비싼 룸이니 말이다. 그들한테 놓고 말하면 엄두도 내지 못할 가격대였다.이전에는 하현우랑 함께 왔고 또한 하현우가 계산하니 별로 비싼 줄 몰랐지만 오늘에는 그들이 계산해야 하니 상황이 달랐다.정희주도 그냥 습관적인 말투로 말했을 뿐 말하고 나니 그제야 오늘 계산하는 사람이 자신과 하현우가 아니라는 것이 생각났다.그녀는 즉시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아, 나 농담이야, 재원아. 어떤 룸을 잡을지는 너희들이 정해."곁에 있던 서건우도 두 사람이 어색해 하는 것을 눈치채고 이내 비위 좋게 웃으며 말했다."그냥 지존 VIP 룸으로 하자. 너희들이 외국에서 돌아온 나랑 만나줘서 얼마나 기쁜데, 오늘은 내가 계산할 테니 걱정은 붙들고 계셔!""어, 그래도 괜찮아?"정재원은 속으로 기뻤지만 겉으로는 사양하는 척했다."오늘은 내가 계산하려 했는데...""야, 학우지간인데 뭐 어때, 다음번에 네가 쏘면 되지!"서건우는 손을 저으며 호기 넘치게 말했다."그럼, 이번엔 네가 쏘는 걸로 하자!"정재원은 즉시 웃으며 말했다."그럼 지존 VIP 룸인지 하는
"문선아, 넌 프로그래머를 해? 네 기술이 상당한 걸로 아는데, 몇 년 동안 일했는데 한 달에 고작 2천만 원밖에 못 벌면 너무 적은 거 아니야? 내 생각이긴 한데 월급도 적은데 이직하는 게 더 좋겠다!"곁에 있던 소홍도 맞장구를 쳤다."나를 봐봐, 비록 판매원이긴 하지만 1년에 너보다는 많이 벌어. 남자가 돼 갔고 그만한 연봉밖에 못 받고 너무 적은 거 아니야?"이문선은 순간 낯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그리고 소홍을 보고 말했다."휴, 어쩌겠어, 나도 회사에서 주는 월급이 너무 적다 생각해. 내 기술도 내로라하는데 혹시 새 일자리를 구하면 조금이라도 낫지 않을까? 그렇다고 아직 적금도 없고 집 대출도 물어야 하지, 게다가 집식구들을 먹여살려야 하니 함부로 사직할 수도 없는 노릇이야. 만약 사직했다가 인차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당장 드러누워야 할 판이야!"이하연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너 말이야, 너무 일찍 결혼했어. 졸업하자마자 결혼하니까 그리 구차스럽게 살지. 적금도 해두고 좀 늦게 결혼했더라면 얼마나 좋아!"이문선은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휴. 졸업지 얼마 안 돼 부모님한테 끌려 선을 봤어. 본래는 딱히 결혼하고 싶지 않았는데 맞선 자리에 나온 여자가 어찌나 마음에 드는지. 그리고 상대방도 나를 마음에 들어 했어. 비록 학력은 좀 낮아도 손발만큼은 빨랐지. 그래서 바로 결혼까지 하고 애까지 가졌잖아!"이태호도 이문선이 궁색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듣게 됐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이문선의 처지가 제일 딱한지라 다들 그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이태호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문선아. 너한테 적합한 일자리가 있는지 내가 한번 알아볼 께. 만약 괜찮은 일자리가 있으면 추천해 줄 게!""정말이야? 정말 적합한 게 있으면 너한테 절이라도 해야겠어, 하하!"그 말을 들은 이문선은 저도 모르게 기분 좋게 웃었다.일행들은 이내 룸 안에 들어갔다.자리에 착석한 후 서건우가 입을 열었다."여러분, 오늘은 내가 쏘는 거니까 마시고 싶은 거
"허허, 상관없어! 쟤랑 이젠 모르는 사이랑 다름없어!"이태호는 정희주를 가볍게 한번 흘겨보더니 입가에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정희주는 이태호의 몰인정한 말을 듣고 기가 막혀서 술잔의 와인을 한숨에 들이켰다. 그러고는 이태호를 향해 말했다."이태호야, 넌 꼭 정이 떨어지는 소리를 해야겠어? 말했잖아. 이전에는 내가 잘못했다고. 하현우랑 만나는 게 아니라고. 나 지금 잘못한 걸 알았으니 너랑 계속 잘해보고 싶단 말이야!"하지만 이태호는 틈을 주지 않고 말했다."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내가 돌아온 그날 밤 내 마음은 이미 죽어있었어. 그때 네가 했던 표정 벌써 잊은 건 아니지? 하늘 위에서 나를 벌레 보듯 내려다보던 그 표정을?"정희주는 다급히 말했다."태호야, 내가 잘못했어. 우리 다시 시작하자, 내가 이렇게 빌 께 응?"말을 마친 정희주는 다른 건 신경 쓰지도 않은 채 바로 이태호의 옆에 바짝 붙어 앉더니 이태호의 팔을 껴안고 자신의 가슴에 부비부비 했다."태호야, 나를 용서해 주면 안 돼? 이렇게 빌 께!"곁에 있던 서건우는 정희주의 섹시하고 쭉쭉 뻗은 다리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입가에서 군침을 줄줄 흘리느라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태호 이 자식이 혹시 고자 아닐까 이렇게 이쁜 미녀가 들이대는데 왜 싫어할까라고 생각했다.이전에 어떤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이런 몸매에 이런 가련한 척하는 모습을 보면 용서해 줄 수 있지 않을까?하지만 만약 이태호가 정희주를 용서해 주지 않는다면 그에게 놓고 말하면 좋은 일이 아닌가? 만약 이태호가 정희주랑 함께 있지 않으면 서건우에게 기회가 생기는 것이니 말이다.지난 이삼 년 동안 정희주를 쫓아다녀도 다 고배를 마신 마당에 이태호한테 뺏긴다면 얼마나 불쾌할까? 하여 지금 두 사람이 헤어진 걸 보고 속으로 기뻐해 마지않았다.서건우의 기회가 끝내 온 것이었다.이태호는 정희주를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술을 마셨다."두 번 다시 얘기 안 하겠으니 눈치가 있다면 이렇게 붙어 있지 마.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