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수는 건장하고 훤칠한 사람이었다. 2미터에 육박하는 큰 키에 잔뜩 성난 근육을 자랑했다. 가슴팍의 근육은 타이트한 티셔츠를 뚫고 나올 것 같았고 가슴 사이즈는 웬만한 여자보다 더 큰 것 같았다. 팔뚝의 구리색 근육은 위압감을 주었다. 짙은 눈썹은 무섭고 강력한 인상을 각인시켰다. 그는 앞으로 다가와 민머리를 만지작거리더니 하창민을 보고 거칠게 물었다.“하씨 집안 가주,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보시죠, 누굴 죽이라는 말이죠?”하창민이 대답할 틈도 없이 하현우가 나서서 급하게 물었다.“태수님, 이 거지 같은 망나니 새끼가 감히 제 결혼식에 나타나서 난동을 피웠어요! 그뿐만 아니라, 제 손가락까지 부러뜨린 미친놈입니다. 저를 대신해 죽여주세요. 아니, 죽이는 건 너무 쉬우니 죽지 못해 살게끔 고통스럽게 만들어 주세요!”“짝!”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수는 손을 들어 하현우의 뺨을 내리쳤고 하현우는 눈앞이 어질어질해졌다.“태, 태수님, 사람을 잘못 치신 거죠? 제가 아니라, 이태호를 때리셔야죠! 저는 하현우란 말입니다!”하현우는 얼굴을 부여잡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태수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네 분부를 받고 일하는 사람인 것 같으냐? 네 아비한테 물었다, 어디 어린놈이 어른들 대화에 끼어들어! 기억해, 난 그저 너희들한테 신세를 졌을 뿐, 그렇다고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있는 하인은 아니야! 너 같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명령할 사람은 아니란 말이다!” 하창민은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당시 태수가 가장 초라하고 힘들게 지낼 때, 그가 태수한테 선심을 베풀어 배를 든든하게 챙겨줬었고 태수는 신세를 꼭 갚을 것이라 약속했다. 오늘 같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하씨 집안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그 약속을 지키라고 불러들이지 않았을 것이다.하창민은 하현우를 노려보면서 말했다.“이 자식, 어디라고 끼어드는 것이야! 물러나 있거라!”하현우는 기가 막혔지만 태수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를 잘 알고
태수의 입꼬리는 파르르 떨렸고 안색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하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아주 방자하시네요! 용의당 서열 2위인 내 체면까지 구긴 녀석을 더 봐줄 필요는 없겠네요.”이태호도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서열 2위가 아니라, 당신네 두목이 온다 해도 그 돈 2억 6천만 원을 돌려받기 전에는 이곳에서 한 걸음도 물러설 수 없어요!”“이태호 씨, 미쳤어요? 빨리 태수님한테 사과드려요!”신수민은 다급해서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 이태호가 스스로 손가락 하나를 잘라낸다고 해도 태수와 싸워 죽는 것보다 나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태호의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았고 전과 다름없는 선머슴이었다!“언니, 지금도 봐요! 아직도 두 눈에 불을 켜고 돈밖에 모르잖아요, 정말 돈에 미친 게 아닐까 싶어요, 태수님까지 적으로 돌리다니요!”신수연은 옆에서 차갑게 웃으며 말을 보탰다.“언니, 그만 돌아와요, 이씨 집안 도련님을 다시 한번 고민해 보세요, 결혼 예물로 20억은 큰돈입니다!”신수민은 매서운 눈으로 신수연을 흘렸다.“그 사람 얘긴 제발 그만 좀 해!”이씨 집안 도련님만 떠올리면 신수민은 화가 치밀어 몰랐다.사실 5년 전, 신씨 집안사람들은 매일같이 신수민한테 이씨 집안 도련님과 혼인을 하라고 요구하고 닦달했다. 이씨 집안은 이류 명문가 중에서도 가장 명망이 높았고 곧 일류 명문가가 될 수도 있는 이류 명문가로 소문날 정도로 전망이 좋았다.신씨 집안사람들은 권력을 가진 집안에 빌붙기 위해서 그녀를 어떻게든 이씨 집안에 시집보내려 했다.신수민은 이런 상황에 신물이 났고 본인의 결혼이 사랑 때문이 아닌 거래가 되길 원하지 않았다. 하여 반항하는 어린 마음에 밤만 되면 밖에 나가서 술을 마셨고 술기운을 빌어 견뎌내려 했다.생각지도 못한 것은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긴 후, 이태호를 만나 신세 한탄을 하다가 호텔에 가서 하룻밤 불장난을 하게 되었다.다만, 그 잠깐의
“뭐라고! 태수 형님이 어떻게...”수많은 태수의 부하는 너무 놀라 믿을 수가 없었다. 태수 형님이 밀린단 말인가? 비록 태수는 칼 스킬로 유명하지만 방금 그 주먹은 절대 아무 사람이나 받아칠 수 없을 것인데 이태호가 단번에 그 주먹을 받아쳤다.“태수 형님, 저희가 나설게요!”“태수 형님, 저희도 나서게 해주세요, 같이 저놈을 찍어 죽여요!”태수의 부하는 하나같이 손에 도끼를 쥐고 분노에 찬 눈길로 이태호를 쳐다보았다.이 사람들은 결코 쉬운 사람들이 아니다.태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이태호의 손가락에 낀 반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반지의 주인이 바로 용의당이 모셔야 할 사람이다. 하지만 반지가 저 녀석의 손에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자신의 부하에게 말했다.“난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 아직 너희가 나설 때가 아니야!”그 시각 태수는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그의 앞에 있는 사람이 아마도 그들의 최종 보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보스마저도 무릎을 꿇릴 수 있는 존재일 수도 있다.드래곤 링을 끼고 있는 사람은 드래곤 신전의 주인이며 지금 그가 모시고 있는 보스의 보스일 것이다...하지만 이대로 떠나면 자존심이 말이 아니게 된다.태수는 여태껏 살면서 처음으로 이도 저도 아닌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었다!드래곤 신전 밑에는 열두 개의 당이 있고 당마다 열두 가지 띠를 본떠 이름을 지었다.용의당을 제외하고 쥐의당, 말의당 등등...하지만 당마다 다른 곳에 분포되어 있고 각자의 활동을 한다.그는 신전의 주인이 태성시에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태수 씨, 어떡해요...”태수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있은 채 나설 생각도 않자 하창민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질문했다.태수는 어두워진 얼굴로 눈썹을 찌푸리고 있다...다행이다. 그때 용우진이 딸 용지혜와 용씨 가문의 보디가드를 데리고 아래층 로비에서 올라왔다.“여기는 무슨 상황이지?”용우진은 한 바퀴 훑어보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태호는 덤덤하게 웃더니 자연스럽게 말했다.“아니지? 설마 저 녀석이 용씨 어르신과 아는 사이야?”“대박, 나도 용씨 어르신과 같이 식사를 할 자격이 없는데 저 녀석이 용씨 어르신과 식사를 한다고?”주위에 적지 않은 상인들이 경악했고 심지어 자신이 꿈을 꾸는 게 아닌가는 생각까지 했다.“어떻게 용씨 어르신을 아는 거지?”신씨 가문의 가주 신승민도 미간을 찌푸렸다.용우진 같은 인물은 너도나도 줄을 잡고 싶어 하는 존재이지만, 그조차도 여태껏 그럴만한 기회가 없었다.그런데 이태호 녀석이 용씨 어르신과 아는 사이이고 용씨 어르신이 주동적으로 밥을 사준다고 한다?그때 용우진이 몸을 돌려 정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자네가 이태호의 약혼녀인가? 결혼도 안 할 거면서 예물 비용은 돌려줘야 하는 게 도리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 2억 6천은 너무 과분한 요구잖아?”“돌려줄 거예요. 지금 당장 이태호에게 돌려줄게요!”하창민은 곧바로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 용우진 같은 존재는 용의당의 사람들조차 쉬이 건드리지 못하는데 그는 더할 나위없다. 그리고 용우진이 이태호를 이태호 씨라고 부르는 걸 보니 두 사람의 사이가 꽤 각별한듯 했다.하지만 이태호는 거절했다.“하하, 그 돈은 당신이 돌려줘야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정씨 가문이 내 돈을 받았는데 그들이 뱉어내야죠!”“이게...”장다은은 너무 화가 나 얼굴색이 퍼렇게 변했으며 받은 돈을 토해내라는 말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그때 정준호는 깜짝 놀라 다급히 장다은의 팔을 잡아당겼으며 자신의 아내가 용우진의 심기를 건드릴까 겁이 났다. 용우진이 한말인데 그들이 거절할 수나 있을까? 그럼 용우진의 체면을 구기는 꼴이 되는 게 아닌가? 그는 웃으며 이태호에게 말했다.“이태호 씨, 계좌번호를 보내줄 수 있을까요? 제가 지금 바로 사람을 시켜 계좌이체를 해드릴게요!”생각지도 못하게 이태호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저는 현금을 좋아해요. 당신들이 말했잖아요? 제가 거지라고. 제가 너무 오랫동안 그렇
하지만 신수민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렇게 말했다.“안돼요. 저는 갈 수 없어요. 가려면 당신 혼자 가요!”용우진의 활짝 웃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너무 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게 아닌가? 한편, 그녀의 반응에 신씨 가문의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신영식이 재빨리 앞으로 나와 말했다.“수민아, 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용씨 어르신이 식사를 같이 하자는 건 널 좋게 봐주셨기 때문이야. 어떻게 이런 무례한 반응을 보일 수 있어?”신영식은 이어서 공손한 표정을 한 채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제가 딸을 어려서부터 너무 오냐오냐하며 키워서 성격이 이래요. 이 어린 계집애의 응석을 귀엽게 봐주세요.”“수민아, 헛소리하지 마! 무조건 가야 돼. 알겠어? 용씨 어르신이 밥을 사준다는데 어떻게 거절을 해?”신씨 할머니마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이런 기회를 얼마나 기다려왔지만 한 번도 주어지지 않았다. 지금 용씨 어르신이 이태호와 신수민과 같이 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신수민이 거절을 했다. 만약 용씨 어르신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신씨 가문은 끝난다. 일류 명문가가 신씨 가문을 마음먹고 통제한다면 상상만으로도 무서운 일이다.그때 신수민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게 아니라 은재가 집에서 절 기다리고 있어요. 벌써 나온 지 한 시간이 되어 가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돼요!”이태호도 다급히 말했다.“맞아요. 제 딸이 제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어르신, 아니면 다음으로 미루죠?”용우진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태호에게 말했다.“이미 룸도 잡아놨어요. 그럼 이렇게 해요. 제가 지금 사람을 시켜 수민 씨를 집으로 데려다줄게요. 그리고 이태호 씨의 딸까지 데려와 같이 식사를 하는 건 어때요?”신수민은 머쓱하게 웃더니 입을 뗐다.“그건 제가 너무 미안해서요. 그렇게 하면 어르신이 저희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어요.”신수민은 혹시나 용우진의 심기를 건드리게 될까 이태호에게 말했다.“이태호 씨, 당신은 남아서 어르신과 식사를 해요. 저는
“이태호, 이 빌어먹을 자식, 쓰레기 같은 자식, 내 딸과 결혼을 못 하니 내 딸의 결혼식을 망쳤어! 흥, 걱정 마, 내 딸은 꼭 하씨 도련님에게 시질 갈 거야!”장다은은 2억 5천만을 뱉어내야 하는 생각에 속에서 열불이 나 이태호에게 갖은 욕설을 했다. 이태호는 대꾸하기도 귀찮았고 문다훈을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웃었다.“문 사장님, 오늘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제가 오늘 문 사장님에게 신세를 졌네요. 혹여 제가 도움이 필요할 때가 생기면 연락하세요. 제가 꼭 갚을게요.”문다훈은 그 말에 기뻤다. 사실 그는 용우진이 오면 무조건 이태호를 도우리라고 생각해 작심하고 태수와 하창민을 대립했던 것이다. 만약 오늘 용우진이 무조건 온다는 확신이 없으면 아마도 쉽게 나설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이태호가 자신에게 신세를 졌다고 말하며 그 신세를 갚겠다고까지 하니, 일거양득이었다. 게다가, 용우진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니 틀림없이 평범한 사람이 아닐 것이다.“별말씀을요. 이태호 씨, 신경 안 써도 돼요! 그리고 저는 문다훈이라고 합니다. 앞으로는 제 이름을 부르면 돼요!”문다훈이 헤벌쭉 웃으며 말했고 이태호도 같이 웃었다.“아니에요. 문 사장님이라는 호칭이 더 입에 착착 감기는데요!”이태호는 말을 하고는 신수민을 바라보며 말했다.“여보, 가요. 이제 같이 은재를 데리러 가요.”“저리 가요!”신수민은 이태호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만약 은재한테 아빠가 없어지는 게 두렵지 않으면 그녀는 절대 이태호를 찾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이 호텔 밖으로 나오자 롤스로이스 차량 한 대가 그들 앞에 멈춰 섰다. 차에 앉은 뒤 신수민이 여전히 차가운 얼굴을 한 채 창밖을 내다보자 이태호가 말했다.“수민 씨, 미안해요. 정말 당신이 임신하고 내 딸을 낳은 줄 몰랐어요. 몇 년 동안 고생했어요. 걱정 마요. 지금부터는 꼭 당신을 아끼고 내 잘못을 만회할게요. 화 좀 풀어요. 네?”그때의 일을 생각하자 신수민은 속에서 열불이 나 차가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며
신수민은 여전히 그가 꼴 보기 싫었지만 딸 생각이 나고 또 이태호의 진심 어린 눈길 때문에 그의 손에 이끌려 방문 앞으로 왔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여전히 소파에 앉아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신은재가 보였다.“엄마, 아빠 왔어요?”문 열리는 소리에 은재가 제꺽 반응했다. 이태호는 4살짜리 아이를 보며 혈연관계에서 생겨나는 친밀감에 가슴이 떨렸다.“엄마, 이... 이분이 아빠예요?”은재는 신수민의 손을 잡아당기며 겁에 질린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아이는 아직 이태호가 너무 낯설었고 살짝 무섭기까지 했다.신수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으며 쪼그려 앉아 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응, 은재야. 이 사람이 은재 아빠야. 아빠가 돌아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잖아. 아빠 이제 돌아왔어.”“예! 나도 이제 아빠 있다!”신은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아...아빠!”아이는 이태호를 향해 걸어갔다.몇 년 동안 감옥에 있으며 별의별 흉악범들을 굴복시킨 그였지만 딸이 부르는 아빠라는 소리에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뭔가가 고개를 드는 듯했다.“은재, 이리 와.”이태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딸을 품에 꼭 껴안았다. 어느샌가 두 눈 눈물이 고여 있었다.은재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들고 이태호를 바라봤다.“아빠, 아빠가 돈 벌러 갔다고 엄마가 그랬어요. 맞아요?”이태호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표정을 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이의 말랑말랑한 볼을 어루만지며 답했다.“응, 돈 엄청 많이 벌었어. 앞으로 아무 걱정 없이 살아도 돼!”“그럼 저한테 장난감을 많이 사줄 수 있어요?”“그럼! 조금 있다가 밥 먹고 장난감 사러 가자!”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혈육 관계에서 피어오르는 친밀감이 신기하기만 했다. 눈앞에 있는 아이가 보면 볼수록 예뻤기 때문이다.“아싸! 엄마, 들었어요? 아빠가 장난감을 사준대요!”은재는 다시 엄마 곁으로 돌아갔다.“엄마, 아빠가 돈을 벌었으니까 엄마는 출근하지 않아도 돼요. 이제 은재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쓸데없는 말 하지 말아요.”신수민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아무 말이나 하지 말아요. 은재는 진짜라고 생각한단 말이에요.”이에 이태호가 웃으며 대꾸했다.“진짜예요. 저한테 돈이 있거든요.”“마음대로 하세요!”신수민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가 말한 돈이 기껏해야 정씨 가문에서 받은 2억 6천만 원이라고 생각했다.곧 두 사람은 신은재와 함께 호텔로 돌아왔고 도어맨의 안내로 스위트룸에 들어섰다. 같은 시각, 용씨 어르신과 용지혜가 한 상 가득 반찬을 시켜 놓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어르신, 너무 많이 시킨 거 아니에요?”이태호는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광경을 보며 감탄했다.“여기 반찬이 맛있어.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이것저것 다 시켜본 거야.”용씨 어르신은 신은재를 보며 활짝 웃었다.“신수민 씨, 이 아이가 태호 입니까? 너무 귀엽네요.”용지혜도 아이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신수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신은재예요. 4살 된 지 얼마 안 됐고요.”“어여들 앉아. 반찬 다 식겠어.”용씨 어르신이 앉으라고 손짓했다.“오늘 은재 생일이라 케이크도 샀는데 아이가 아빠 오기만을 기다리더라고요. 아빠랑 같이 케이크 먹으려고.”신수민은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싸구려 케이크를 상에 올려놨다.“그래요? 오늘 은재 생일이었구나! 무슨 선물 갖고 싶어?”그러나 신수민이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다.“아니에요, 어르신. 은재 생일은 며칠 전이었고 이미 재밌게 보냈어요. 제가 좀 바빠서 날짜를 까먹고 케이크를 못 사줬거든요. 아이가 케이크 얘기를 너무 해서 오늘 사준 거예요. 이렇게 차려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해요!”“하하, 하지만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그냥 이렇게 지나칠 수 없겠네요. 오늘이 생일이 옳든 아니든 은재한테 선물 하나 줘야겠네요.”말을 마친 용씨 어르신은 열쇠 하나를 꺼내 신수민 앞으로 내밀었다.“내가 용안 쪽에 집 한 채를 갖고 있어. 평소 사는 사람도 없는 빈집이고 주위 환경도 조용하니까 태호 네 부모님이 지내기 딱 좋을 거야.”신수민
이태호의 놀라운 일격은 고준서의 내공을 절단했고 신혼을 잘라버렸으며 수명을 단축했고 육신이 다치게 하였다.고준서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준서가 졌다니!고준서는 저항할 힘이 전혀 없었다.이런 놀라운 장면에 옆에서 연무대를 지키는 몇몇 장로들은 어안이 벙벙해졌고 한순간에 할 말을 잃었다.충격에서 정신을 차린 후 한 장로는 귀청이 떨어지는 듯한 큰 소리로 선포하였다.“이번 겨루기 대회의 우승자는 이태호임을 발표한다!”쩌렁쩌렁한 목소리는 지극히 조용한 광장에 울려 퍼졌다. 잠시 후에 현장의 정적이 깨졌고 연무대 부근의 제자들은 떠들썩해졌으며 여기저기서 경탄을 금치 못했다.“헐! 내 눈이 잘못된 거 아니지?!”“고준서 사형이 졌다고?”“어머나, 고 사형은 서열 1위인 진전 제자이고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 경지에다 상고시대 대능력자가 환생한 신체를 가진 천교인데, 이태호 사형에게 졌다고?!”“정말 무섭다! 태호 사형의 실력이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준서 사형마저 그의 상대가 아니다니!”“이 사형의 실력은 이미 동일한 경지에서 무적으로 됐단 말인가?”“...”모든 제자가 경악함을 금치 못했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이번 대결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대결 전에 누구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 이태호가 압도적인 실력으로 고준서를 제치고 1위를 했으니까.그러나 종문의 서열 1위인 천교로 불리고 상고시대 대능력자의 환생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던 고준서가 아무런 조짐도 없이 패배했다.이런 큰 반전에 동문 제자로서 어떻게 강렬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관람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한용운은 고준서가 거꾸로 날아서 거세게 바닥에 내동댕이친 것을 보자 엉덩이에 불을 붙인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그는 쓰러진 후 의식을 잃고 내공의 경지가 빠르게 떨어진 고준서를 보면서 멍해졌다.한용운은 입을 벌리고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한참 지나서
이는 연태건을 비롯한 제1봉에서 제5봉까지의 봉주들이 모두 고준서를 지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준서는 상고시대 대능력자의 환생이고 전생은 성왕급 수사였다. 비록 환생한 후 다시 수련을 시작했지만 전생의 경험이 있어서 빠르게 천지의 힘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이태호는 2급 성왕 경지로 돌파해야 천지의 힘의 사용 방법을 장악할 수 있다고 연태건 등은 이렇게 생각했다.그래서 연태건 등은 흔들림 없이 굳건히 고준서를 지지하게 되었다.그러나 지금 보니 이태호는 성자 경지로 돌파한 지 며칠 만에 천지의 힘을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혼돈 검영은 강한 위력을 갖고 있어서 2급 성자급 수사라도 맞으면 죽지 않아도 다칠 것이다.아마 3급 성자급 수사일지라도 이 검영에 맞으면 중상을 입게 될 것이다.그러니 연태건 등이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사람들이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이태호가 날린 혼돈 검영은 빠르게 허공을 가르면서 번갯불처럼 시신창과 부딪혔다.그러나 예상했던 폭발음이 나지 않았다.시신창은 혼돈의 검영과 부딪힌 후 두부처럼 싹둑 잘렸다.영보가 파괴된 것을 본 고준서의 동공이 심하게 수축되었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 드디어 당황한 기색이 드러났다.“말도 안 돼!”고준서는 깜짝 놀라서 엉겁결에 소리를 질렀다.그의 영보는 상급 영보인데 어찌 이렇게 손쉽게 잘릴 수 있는가?그러나 그가 더 많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혼돈 검영은 빠르게 공간을 가르면서 그를 향해 날아왔다.자기와 점점 가까워진 혼돈의 검영을 보자 고준서는 정신이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다급히 손을 들어 여러 개 영보를 꺼내서 자신의 주변을 방어하였다.7~8개의 중급 영보는 고준서의 주위를 맴돌면서 끊임없이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였다.그중에서 청색 자(尺)가 발산한 빛은 하늘가까지 비췄고 주변의 모든 것을 진압하였다. 산천을 그린 두루마기 영보는 천천히 필치면서 검은 바람을 휘몰아쳤다.금색 부채 영보는 금빛 불꽃을 일으킬 수 있고 뜨거운 불꽃은 허
이태호가 낮은 소리를 지르자 눈앞에 떠 있는 작은 검이 빠르게 날아갔다.원래 손가락만 한 작은 검이 날아가면서 점점 커졌다.처음에는 손가락만 한 크기에서 물통처럼 커졌고 마지막에 연자방아만큼 커졌다.길이도 원래 2촌이었는데 2장, 20장, 200장으로 길어졌다.검빛은 현황색의 광택을 발산하였는데 마치 천지개벽하려는 듯한 맹렬한 공포의 기운을 지니고 거침없이 고준서의 시신창을 향해 날아갔다.현황색의 작은 검이 지나가는 곳마다 공간이 모두 찢어지고 갈라졌으며 연무대 전체를 삼켜 먹을 것 같은 무서운 공간의 틈새를 형성하였다.이 검에 세상 만물을 한순간에 파멸시킬 것 같은 팽배한 천지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검을 본 순간 멍해졌다.검에서 뿜어 나온 기운이 너무 강렬해서 생사 위기에 처해 있는 느낌이 들게 하였다.그들은 소스라쳐 놀라서 다급히 보호캡을 만들고 자신을 보호하였다.“저... 저게 뭐지?”“대체 어떤 신통 무기(武技)이길래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지?”“어머나! 이것이 바로 이태호 사형의 진정한 실력인가? 너무 대단해!”“...”관람석에 앉아 있는 한용운은 이태호가 방출한 작은 검을 본 순간 벌떡 의자에서 일어섰다.한용운의 안색이 확 변했고 눈이 휘둥그레졌으며 입을 딱 벌리고 연무대를 멍하니 쳐다보았다.잠시 후 정신을 차린 한용운은 여전히 놀라운 표정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이건 무슨 신통이길래 이렇게 강렬한 천지의 힘을 발산할 수 있지?”그 혼돈 검영(劍影)에서 발산한 기운은 진전 제자인 한용운마저 두려움에 떨게 하였다. 한용운은 마치 지옥을 마주한 공포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는 온몸이 오싹하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강렬한 위기감을 느꼈다.한용운은 자신이 이렇게 강렬한 신통의 공격을 받는다면 반항할 힘도 없이 바로 혼돈 검영에 맞아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혼돈 검영이 날아갈 때 점점 커진 것을 보면서 그는 이후에 절대로 이태호와 원수지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같은 시각에.멀
현재 폭발 중심에 있는 이태호는 머리 위에 현황종을 띄우고 오른손에 이화 현황봉을 들고 있었다. 현황봉에서 수많은 현황의 기운을 내뿜었고 공간을 가르고 만물을 파멸시키는 기세를 발산하였다.그의 왼손에 들고 있는 적소검은 적색 화염을 뿜어냈고 검의는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면서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허공에 서 있으니 검은 머리카락은 바람 없이 휘날렸고 옷자락은 펄럭이었다. 그는 확고한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을 바라보았고 안색이 약간 어두워졌다.방금 그가 날린 일격에 일반 1급 성자급 수사라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그가 들고 있는 이화 현화봉은 최상급 영보이고 온 태일종 내에서도 성왕 경지인 선우정혁만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고준서가 이 최상급 영보의 공격을 막아냈으니 이태호가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이와 동시에 허공에 서 있는 고준서는 성스러운 빛을 내뿜었고 주변 수 장 내에 있는 허공은 압박을 받아서 삐걱거리면서 수많은 균열을 형성했다.“자네는 아주 강해. 다만 이것뿐이라면 날 이길 수 없네!”고준서는 시신창을 꽉 잡고 천천히 고개를 들고 이태호를 바라보면서 담담하게 웃었다.“나에게 굴복하면 목숨을 살려 줄게. 그렇지 않으면 오늘은 자네의 제삿날이 될 거야!”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소리는 격렬한 음폭으로 변했고 눈 깜짝 할 사이에 백여 장의 공간을 스쳐 지났고 이태호를 향해 날아갔다.이에 이태호는 가볍게 손을 흔들자 머리 위에 있는 현황종이 쾅쾅 울리면서 커다란 종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종소리가 순식간에 습격해 온 음폭을 멈추게 하였다.그러고 나서 이태호는 차분한 표정으로 고준서에게 말했다.“고 사형이 저에게 항복하면 목숨을 살려 줄게요.”이 말을 들은 고준서는 화내는 대신 웃으면서 콧방귀를 뀌었다.“그럼 갈 데까지 가보자!”말을 마친 고준서는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 경지인 기운을 순식간에 내뿜었고 공포스러운 기운이 주변의 허공을 뒤흔들었다. 수많은 천지의 기운이 공간의 틈새에서 흘러 나오면서 고준서를 감쌌다.
순식간에 손바닥만 한 이화 현황봉이 점점 커지면서 무수한 성스러운 빛을 하늘가에 내뿜었다.지름이 수 장(丈)이나 되는 빛기둥이 허공을 꿰뚫었고 스쳐 지나간 만물을 파멸하였으며 눈 깜짝할 사이에 고준서로부터 십 장도 안 되는 거리까지 이르렀다.허공에서 시신창을 들고 있는 고준서는 이를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시신창을 앞에 두고 이태호의 공격을 막았다.“흥! 주네 넘은 놈!”고준서가 대갈일성하면서 주변에 불시에 수많은 도운과 영광이 나타났고 팽배한 천지의 영기가 그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의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급의 내공이 모두 폭발되었고 시신창도 빛을 내뿜으면서 앞에 있는 허공을 향해 날아갔다.순간, 그의 모든 모공에서 수많은 성스러운 빛을 폭발적으로 내뿜었다. 마치 상고시대에서 걸어 나온 신성한 생명체처럼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쏴아아!”창살이 허공을 가르고 주변의 모든 것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지극히 공포스러운 힘이 순식간에 연무대 상공에 있는 진법으로 하여금 무너질 것처럼 흔들거렸다.한편, 빠르게 날아오는 거대한 빛기둥은 공간을 박살내는 기세로 스쳐 지나간 수많은 균열을 깨뜨렸고 매섭게 시신창에 부딪혔다.순식간에 태양처럼 눈부신 점이 문득 하늘에 나타났다. 이 점이 점점 커졌고 발산한 기운은 사방 수 리의 지역을 뒤덮었다.지금 이 시각.연무대 부근에서 구경하고 있는 제자들은 모두 강렬한 공포감을 느꼈고 마치 웅장한 산에 짓누르는 듯 숨이 막혔다.이어서 하얀 빛이 스쳐 지나간 후 귀청을 찢을 듯한 폭발음이 광장에서 울렸다.“펑!"어마어마한 충격파는 공기를 끊임없이 압축하고 충격을 줘서 순식간에 수많은 음폭을 터뜨렸다.이 맹렬한 충격파는 마치 불붙은 화약통처럼 연무대 위의 진법을 순식간에 붕괴시켰고 진법은 영광의 파편으로 부서져서 허공으로 사라졌다.충격파의 남은 기세는 꺾이지 않고 사면팔방으로 퍼져 나갔다. 순식간에 제때 반응하지 못한 제자들은 충격파의 여파로 인해 날아갔고 피를 토하면서 바닥에
고준서는 이태호를 굴복시키려고 하였다. 그가 중주로 떠날 때 유능한 부하가 몇 명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까 싸울 때 그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그러나 고준서의 말을 들은 이태호는 손에 적소검을 들고 현황종을 머리 위로 띄우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각설하고 실력으로 결판을 내립시다!”말을 마친 이태호의 몸에서 갑자기 강렬한 검의를 내뿜었다.이 검의는 하늘로 치솟아 오르면서 구름까지 꿰뚫었다. 순식간에 태일종의 모든 제자가 들고 있던 장검은 맑은 소리를 내면서 통제를 잃고 빠르게 칼집에서 벗어나서 하늘로 날아갔고 허공에서 빙빙 에워싸면서 날아다녔다.이태호는 검의를 발동시킨 후 주저 없이 적소검을 들고 검의를 담은 검빛을 응결해서 고준서를 향해 날렸다.이태호가 자신의 호의를 거절하고 오히려 반격하는 것을 보자 고준서의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흥! 보잘것없는 재주로 감히 건방을 떨어?!”다음 순간, 고준서는 들고 있는 시신창을 앞으로 내리찍자 하늘에서 불시에 눈부신 빛을 발산하면서 현황색의 창살이 교룡처럼 날아갔다. 창살이 스쳐 지나가는 공간마다 붕괴하였고 만물이 산산조각으로 깨졌다.펑.창살이 매섭게 날아오는 검빛과 부딪치면서 하늘까지 치솟은 눈부신 빛을 내뿜었는데 마치 빛기둥처럼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 같은 기세였다.격렬한 폭발음을 내면서 시신창의 창살은 기세가 꺾이지 않았고 공간을 깨뜨리고 지극히 빠른 속도로 이태호를 향해 날아갔다.이를 본 이태호는 굳은 표정으로 다급히 머리 위에 있는 현황종을 발동하였다.현황종이 불시에 커졌고 수많은 현황의 기운이 떨어지면서 그의 주변에 황금빛 보호캡을 형성하였다.“콰앙!”황금빛 보호캡이 형성된 순간, 창살과 거세게 부딪쳤다. 이태호는 한순간에 큰 산에 부딪친 것처럼 천만 근의 압력을 느꼈다.공포스러운 창살의 충격을 받은 황금빛 보호캡에 우지직 하는 소리가 나더니 여러 갈래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제길!’그는 속으로 욕하였다. 현재 상황이 긴급한 것을 알고 그는 곧
“체면은 사형이나 차리시죠!”:고준서가 발산한 기고만장한 위압에 이태호는 침착하게 냉소를 지었다.말을 마치고 나서 이태호의 체내에 있는 혈자리들은 순식간에 별처럼 반짝이었고 단전 내의 수많은 천지의 영기가 불시에 들끓기 시작하면서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다음 순간, 그의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의 기운이 폭발하면서 하늘로 치솟아 올라갔고 연무대 상공의 진법을 뒤흔들어서 진법은 파도처럼 출렁거렸다.두 성자급 수사의 기운이 서로 부딪치자, 연무대에서 공기가 격렬하게 부딪치는 굉음이 폭발하였다.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발음이 나면서 주변의 공간이 찢어지고 갈라졌다.대전이 일촉즉발하자 고준서는 허공에서 두 손으로 주먹 형태의 허영을 만들고 이태호를 향해 내던졌다.현황의 기운으로 겹겹이 쌓인 주먹이 스쳐 지나간 공간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졌고 범상치 않은 기세로 날아갔다.이를 본 이태호는 망설임도 없이 육신에서 들끓은 기혈이 봉화처럼 타올랐고 대일쌍권을 시전하여 태양처럼 눈부신 주먹을 고준서 쪽으로 던졌다.“펑펑펑...”삽시간에 연무대에서 격렬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수많은 청색 돌판은 눈 깜짝할 사이에 가루로 부서졌고 공간은 전투의 여파에 의해 무너졌다.그 공포스러운 충격파로 인해 연무대 상공의 방어진법은 휘청거렸고 수시로 붕괴할 것 같았다.지금 연무대 위에서 두 사람의 잔영은 번개처럼 하늘을 가로지르고 위치를 빠르게 바꾸면서 그림자조차 자세히 볼 수 없었다.두 사람이 연달아 백여 수를 주고받은 후 연무대의 중앙에 지름이 10장, 깊이가 2장에 달하는 구덩이를 만들어내서야 허공에 있는 두 잔영은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이태호는 뒤로 7~8보를 후퇴한 후 몸을 멈추었고, 맞은 켠에 있는 고준서도 6~7보를 미끄러진 후 발걸음을 멈추었다.이번 탐색전을 통해 이태호는 고준서의 실력이 자신보다 조금 강하다는 것을 대충 알아냈다. 고준서는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 경지의 실력이지만 전투력이 강해서 아마 3급 성자 경지에 이른 것 같았다.이태호도 3급 성자
고준서의 실력도 약하지 않고 심지어 이태호보다 더 강하였다.한용운은 이태호의 승승장구한 기세가 이제 곧 꺾어질 것으로 생각했다.같은 시각에 고공에서.제2봉 봉주 임중안, 제5봉 봉주 연태건 등은 연무대에 있는 고준서와 이태호를 보고그동안 마음에 맺혔던 원한이 싹 사라졌다.방금 맹동석 등이 자신들을 조롱하고 비꼬는 말들은 아직 연태건 등의 귓가에 사라지지 않고 들리는 듯했다.그래서 연태건과 임중안 등은 고개를 들고 옆에 있는 맹동석 등을 바라보면서 냉소를 지었다.“이번에도 이태호가 연무대에서 서서 내려올 수 있는지 보자.”9대 봉주 중에서 제1봉부터 제5봉의 봉주가 명확하게 고준서를 지지하는 것은 비밀이 아니었다.다만 이태호와 기성우가 대결할 때 9대 봉주들이 내기를 걸었는데 이 다섯 봉주가 맹동석 등에게 져서 연태건 등이 앙심을 품게 된 것이다.그래서 그들은 이태호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아니나 다를까.맹동석 등이 연태건의 말을 듣자 안색이 확 변했고 분노가 찬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윤하영은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열다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꾹 눌렀다.솔직히 말해서 그녀도 이태호가 고준서를 이긴다는 것은 매우 막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이태호가 너무 처참하게 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어차피 그들이 전에 이태호를 지지한 것도 이태호가 미래 종주의 자리로 올라가기를 바랄 뿐이었다.이태호가 1위로 되어 중주로 가는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윤하영 등이 근심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연무대에 오른 이태호는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고준서가 빠르게 연무대에 올랐다.“좋아, 배짱은 있네.”고준서는 아랫사람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이태호를 훑어보았고 후배를 가르치는 선배처럼 지시를 내리고 오만하고 건방진 말투로 말하였다.“아쉽지만 오늘 나를 만나서 1위는 바라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지금 패배를 인정하면 체면이라도 지켜줄게!”패배를 인정하라고?이태호는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패배를 인정한 적이 없었다.이제
이태호는 말하고 나서 허공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주변에 있는 천지의 영기는 불시에 몰려와서 계단을 형성하였다. 이태호가 허공에서 이 계단을 밟고 연무대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어갔다. 이윽고 그는 연무대에 올라갔고 고준서의 시선과 마주쳤다.두 사람이 모두 연무대에 올라간 것을 보자 공중에 있는 9대 장로는 일제히 손을 들고 영광이 번쩍이면서 진법을 다시 강화하였다.이태호이든 고준서이든 모두 성자급 수사로서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연무대 위의 진법은 오직 9급 성황급 수사들이 싸울 때 발생한 여파를 막아낼 수만 있었다. 진법을 강화하지 않으면 두 성자급 수사가 싸울 때 생긴 여파는 진법을 파괴할 수 있고 근처에서 구경하고 있는 관객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다.9대 봉주들이 연무대의 진법을 한바탕 강화한 후 주변에 있는 제자들은 낮은 소리로 쑥덕거리기 시작했다.“두 사형이 드디어 마주쳤어!”“한 명은 급부상한 천교이고 한 명은 상고시대 대능력자의 환생인 천교인데 누가 마지막에 이길 것 같지?”“내가 보기엔 이태호 사형이 힘들 것 같아. 물론 실력이 강해서 기성우도 그의 상대가 아니지만 고준서의 실력은 기성우와는 전혀 비교조차 할 수 없지. 그리고 상고시대에 있었던 성왕급 수사의 환생이니까 여러 가지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을 거야.”“나도 고 사형이 이길 것 같아. 아무래도 종문의 서열 1위인 진전 제자니까. 이 사형도 천부가 뛰어나지만 너무 늦게 입문했어. 몇 년이라도 일찍 입문했다면 두 사람의 실력이 막상막하로 됐을 거야.”“어려울 거야! 고준서는 성왕급 대능력자의 환생이고 현생에서 처음부터 다시 수련했지만 비장의 무기 같은 것이 없겠어?”“고 사형도 현황 신체(神體)를 가지고 있어. 그것도 신체 랭킹에서 상위 10위 이내에 드는 신체란다. 자질은 이태호 사형 못지않아.”“...”동문 제자들이 나지막한 소리로 논의하고 있었고 대부분은 여전히 고준서가 이길 것으로 생각했다.이태호는 확실히 출중한 천부적 자질을 갖고 있었다. 그는 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