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말 하지 말아요.”신수민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아무 말이나 하지 말아요. 은재는 진짜라고 생각한단 말이에요.”이에 이태호가 웃으며 대꾸했다.“진짜예요. 저한테 돈이 있거든요.”“마음대로 하세요!”신수민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가 말한 돈이 기껏해야 정씨 가문에서 받은 2억 6천만 원이라고 생각했다.곧 두 사람은 신은재와 함께 호텔로 돌아왔고 도어맨의 안내로 스위트룸에 들어섰다. 같은 시각, 용씨 어르신과 용지혜가 한 상 가득 반찬을 시켜 놓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어르신, 너무 많이 시킨 거 아니에요?”이태호는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광경을 보며 감탄했다.“여기 반찬이 맛있어.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이것저것 다 시켜본 거야.”용씨 어르신은 신은재를 보며 활짝 웃었다.“신수민 씨, 이 아이가 태호 입니까? 너무 귀엽네요.”용지혜도 아이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신수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신은재예요. 4살 된 지 얼마 안 됐고요.”“어여들 앉아. 반찬 다 식겠어.”용씨 어르신이 앉으라고 손짓했다.“오늘 은재 생일이라 케이크도 샀는데 아이가 아빠 오기만을 기다리더라고요. 아빠랑 같이 케이크 먹으려고.”신수민은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싸구려 케이크를 상에 올려놨다.“그래요? 오늘 은재 생일이었구나! 무슨 선물 갖고 싶어?”그러나 신수민이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다.“아니에요, 어르신. 은재 생일은 며칠 전이었고 이미 재밌게 보냈어요. 제가 좀 바빠서 날짜를 까먹고 케이크를 못 사줬거든요. 아이가 케이크 얘기를 너무 해서 오늘 사준 거예요. 이렇게 차려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해요!”“하하, 하지만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그냥 이렇게 지나칠 수 없겠네요. 오늘이 생일이 옳든 아니든 은재한테 선물 하나 줘야겠네요.”말을 마친 용씨 어르신은 열쇠 하나를 꺼내 신수민 앞으로 내밀었다.“내가 용안 쪽에 집 한 채를 갖고 있어. 평소 사는 사람도 없는 빈집이고 주위 환경도 조용하니까 태호 네 부모님이 지내기 딱 좋을 거야.”신수민
신수민은 생각지 못한 이태호의 반응에 당황했다. 그녀는 이태호가 거절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오늘 여기 앉아서 용씨 어르신과 밥을 먹게 된 것도 이태호 때문이었다.“하하, 마음에 들면 됐어.”용씨 어르신은 만족의 미소를 짓고는 신은재를 보고 물었다.“은재야, 할아버지가 케이크 먹어도 돼?”“네!”은재는 활짝 웃으며 흔쾌히 허락했다.신수민은 얼른 케이크를 열고 신은재한테 케이크를 자르라고 했다.“아이가 너무 귀엽고 예뻐요.”용지혜는 저도 모르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언니도 케이크 먹어요!”“그래, 그래. 어여 먹자.”용씨 어르신은 케이크를 한입 먹은 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케이크 먹은 지가 언젠지 기억도 안 나네. 지금 생일에 케이크를 먹는 사람이 점점 적어지고 있어.”“할아버지, 많이 드세요.”용지혜가 말했다.“그래. 그리고 태호한테 한번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오늘 도와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태호가 아니었다면 난 벌써 저세상으로 가 있었을 거야.”용씨 어르신이 술잔을 들자 신수민도 같이 술잔을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의아하기만 했다.“그런데 태호 씨가 언제 어르신 목숨을 구한 거예요? 태호 씨가 출소한지 얼마 안 됐는데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나요?”그제야 용지혜가 오늘 있었던 일을 신수민한테 설명해줬다.“이태호 씨는 명의세요! 병원 의사들도 기적이라고 했어요!”“아닙니다, 전 그냥 도움의 손길을 건넨 것뿐입니다.”
이태호는 옅은 미소를 지은 채 잔을 부딪치고 와인을 쭉 들이켰다.같은 시각, 신씨 가문의 사람들이 집에 도착했다. 왕사모님은 차에서 내린 후 소지민한테 물었다.“지민아, 이태호라는 자를 알고 있어? 그자가 어떻게 용우진 같은 사람을 알게 된 거야? 게다가 용우진이 그를 엄청 존중해주고 있었어.”소지민은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그건 저도 모릅니다, 어머님. 수민이 애 아빠가 누군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저희도 5년 전에 하현우와 악연을 맺은 이태호가 은재 아빠인 줄 몰랐죠. 게다가 콩밥을 먹은 범죄자라니, 참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왕사모님은 눈살을 찌푸린 채 소지민과 신영식을 쳐다봤다.“너희들도 알다시피 법은 약한 자를 상대한 규율이야. 그 당시 이태호가 감옥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건 그가 돈도 없고 힘도 없는 보통 사람이라는 뜻이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용우진마저 그를 보살펴주고 있다면 이태호는 절대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닐 거야.”신영식은 왕사모님의 말뜻을 알아챘다.“엄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왕사모님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까 신수민을 다시 가문으로 소환해. 세 사람 정도는 우리 가문이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어.”신영식은 반가운 소리에 웃음을 되찾았다.“그럼 예전에 있었던 일을 그냥 넘기겠다는 말씀이세요? 이태호랑 신은재, 신수민 모두 우리 별장에서 살게 해준다고요?”왕사모님이 그를 흘겨봤다.“입 아프게 두 번 말해야겠어?”“할머니, 그건 안 돼요!”그러나 신수민의 사촌 오빠인 신민석이 불쾌한 표정을 드러냈다.“그 당시에 수민이 때문에 우리 가문이 어떤 모욕을 당했는지 모두 잊으셨어요? 그리고 그 범죄자를 집에 들여다 놓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낳으면 다시는 신씨 가문에 발을 들일 수 없다고 할머니가 그러셨잖아요!”이에 왕사모님이 눈살을 찌푸렸다.“그건 홧김에 한 소리일 뿐이야. 이미 많
왕사모님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20억이 뭐가 대수야. 우리도 그만한 돈은 있어. 하지만 신수민이 이씨 가문과 혼약을 맺는다면 우리한테 많은 도움이 되겠지.”“맞아요. 제 말이 그 말이에요.”소지민의 눈에서 빛이 반짝거렸다. 신수민이 가문에서 쫓겨난 후 가문이 그녀의 카드에 들었던 모든 돈을 회수했었다.소지민, 신영식과 신수연은 신씨 가문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줄곧 신민석의 괴롭힘을 당했었다. 신영식은 능력이 없어 회사의 창고에서 일하고 있었고 월급도 많지 않았다. 게다가 신민석이 갖은 이유로 그의 월급을 깎는 바람에 세 사람은 점점 더 가난해져 갔다. 소지민은 종래로 일해본 적이 없었고 시간만 나면 친구들과 화투를 쳤다. 신수연은 대학에서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마음에 드는 직업을 찾지 못했고 웬만한 직업은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 예전에 신수민이 회사에서 부장으로 일하고 있었기에 세 사람은 마음 편히 삶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신수민이 쫓겨난 후 세 사람은 수입원을 잃어 생활이 어려워졌고 회사에서 배치한 차도 신민석한테 빼앗겼다. 맨날 남한테 당하다 보니 그들은 항상 억울하고 화가 많았다.하여 소지민은 20억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돈이 손으로 들어온다면 가족이 다시 편안한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다.비록 가문에서 매달 돈을 주지만 몇십만 원에 불과해 세 사람의 지출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신수민이 있을 때 그들은 매달 200만 원씩 받았고 신수민의 월급도 몇백만 원에 달했으니 종래로 돈 걱정을 한 적이 없었다.그러나 왕사모님이 예상 밖의 대답을 내놓았다.“안 돼. 이영호는 인성이 글렀어. 게다가 여자를 너무 좋아해. 아내가 있는 유부남인데도 매일 아가씨랑 술 마시잖아! 하지만 우리가 아직 이태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 일단 이태호랑 신수민을 집으로 불러들여.”소지민은 안절부절못했다.“어머님, 용씨 어르신은 그냥 밥 한 번 사준 걸 거예요. 용씨 어르신이 무슨 이유로 갓 출소한 범죄자랑 가까이 지내겠어요?
이에 소지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오로지 20억만 바라보고 있던 그녀한테 프로젝트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지민아, 이영호를 거절하라는 말이 아니야. 일단 이태호와 용우진이 어떤 사이인지 살펴보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도움을 받아야지 않겠어? 그러면 너도 이태호를 인정해줄 거지? 만약 이태호가 우리를 도울 수 없다면 그때 신수민을 설득해도 늦지 않아. 하지만 신수민이 싫다면 나도 어쩔 수 없어.”“네, 알겠어요.”소지민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신수연이 뭔가를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애당초 언니가 고집을 부렸던 건 배속에 든 아이 때문이었지 이태호 때문이 아니었어요. 지금 언니를 다시 받아들인다면 분명 기쁜 마음으로 돌아올 거예요. 언니는 효심이 넘치고 또 은재만을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이태호를 과감히 버릴 수 있을 거예요.”이에 왕사모님이 허허 웃었다.“그건 나중에 생각해야 할 일이야. 두 사람을 갈라놓고 싶다면 나중에 하도록 해. 지금은 이태호가 우리를 도울 수 있는지 없는지가 관건이야. 이태호가 우리를 도울 수 없다면 신수민을 이씨 가문에 시집가도록 설득해야지.”신수연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할머니의 주도면밀한 생각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결과를 맞이하든 손실이 없기 때문이다.같은 시각, 이태호와 신수민은 식사를 마친 후 은재와 함께 1층으로 내려왔다.“태호야,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용씨 어르신의 얼굴엔 계속 미소가 걸려있었다.“네,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해주세요.”이태호가 답했다.그러나 곁에 있던 신수민이 콧방귀를 뀌었다.“용씨 어르신이 왜 태호 씨 도움이 필요하겠어요? 용씨 어르신한테 누를 끼치지 않아도 다행이죠.”“하하, 그건 장담할 수 없습니다. 태호 군이 보통 사람이 아니거든요.”용씨 어르신과 용지혜는 곧 차를 타고 떠났다.이태호는 신수민을 데리고 데스크로 향했고 데스크에 있던 미녀한테 물었다.“아가씨, 정희주라는 사람이 돈
“근데 열쇠는 왜 받은 거예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신수민이 눈살을 찌푸렸다.“다시 돌려준다고요? 이미 받았는데 어떻게 돌려줘요? 에이, 어차피 집 한 채에 불과하는데, 그냥 거기서 삽시다. 집도 없는 마당에 마침 잘 됐잖아요. 제 부모님이 사는 곳도 너무 누추해서 얼른 이사해야 하고요.”“집 한 채에 불과하다고요? 그게 말이에요, 방귀에요? 그 집이 얼마나 비싼지 알아요? 용안 별장 구역의 집은 사고 싶어도 없어서 못 사는 곳이에요! 그곳에 사는 건 부만 아니라 신분도 과시할 수 있다고요!”신수민은 입에 모터 단 듯 말을 이어갔다.“그 별장은 적어도 160억은 넘어요! 게다가 용씨 가문이 산 건 그 구역에서 가장 좋고 큰 별장이에요!”“그래요? 용씨 어르신이 돈 좀 썼네요.”이태호가 감탄했다.“그런데 진짜 안 돌려줄 셈이에요?”별장 한 채를 받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그녀였다.“생각해봐요. 우리한테 선물한 건데 다시 돌려주면 용씨 어르신 체면이 서겠어요? 저도 그렇게 비싼 집인 줄 몰랐어요. 기껏해야 4, 50억하는 줄 알았다고요.”이태호가 쓴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앞으로 용씨 가문에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면 돼요. 그리고 제가 용씨 어르신 목숨을 구했는데 이까짓 집 한 채는 아무것도 아니죠!”“알겠어요.”신수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받은 열쇠를 다시 돌려주자니 용씨 어르신이 언짢아하실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태호가 용씨 가문을 도울 거라는 말은 믿지 않았다.신수민은 또다시 한참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태호 씨는 너무 충동적인 것 같아요. 하씨 가문한테도 밉보이고 태수 님의 눈엣가시가 되고. 오늘 용씨 어르신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거예요. 앞으로 그놈들이 또 찾아오면 어떡할 거예요? 오늘 밥도 얻어먹고 집도 받았으면 용씨 어르신이은혜를 다 갚은 거나 마찬가지인데. 앞으로 위기에 처할 때마다 손 내밀 수는 없잖아요.”그러나 이태호는 태연하게 웃음을 보였다.“걱정하지 마
“여기 옷은 너무 비싸네요. 다른 데로 가죠.”신수민은 쇼핑몰로 들어서는 이태호를 붙잡았다. 그러나 이태호는 어깨에 멘 봉지를 두드리며 말했다.“이 안에 2억 6천 만 원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에요?”“돈이 있다고 흥청망청 쓸 거예요?”이태호가 그녀를 보며 웃었다.“제가 뭘 입든 상관없지만 아내와 아이는 챙겨야 하잖아요. 오늘은 그냥 선물 받는다 생각하고 마음껏 사요.”신수민의 표정은 무덤덤했지만 사실 마음은 따뜻했다. 지난 5년 동안 그녀의 생활은 하나도 쉬운 게 없었다. 첫 2, 3년 동안은 아이를 업고 남의 눈치를 받으며 배달을 뛰었었다. 지금은 아이가 조금 크고 말도 잘 들어 집에 혼자 두어도 알아서 잘 논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수민은 빠듯한 생활에 숨돌릴 틈이 없었다. 은재도 이제 유치원 다닐 나이가 되었고 유치원생을 볼 때마다 은재는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과거 아직 5년이나 더 기다려야 이태호가 나온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신수민은 포기하고 싶었었다. 차라리 부잣집 아들을 만나 결혼할까 고민도 심각하게 해봤었다. 비록 신세가 몰락하여도 그녀를 따르는 부잣집 도련님은 적지 않았으니 말이다.그녀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살았지만 은재가 고생하는 건 죽어도 싫었다. 이태호가 출소하면 은재가 9살이 될 텐데 그때까지 은재를 학교에 보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하지만 이태호가 5년이나 빨리 출소해 한숨을 돌렸다. 그녀는 단지 이태호가 새사람이 되어 은재의 좋은 아빠가 되어주기만을 바랐다.“맞아요. 당신은 우리한테 해줘야 할 게 많아요. 흥, 그럼 오늘은 마음 놓고 마음대로 고를게요. 5년 동안 사지 못한 옷을 오늘 다 사버릴 거예요!”이태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걱정하지 마요, 앞으론 내가 당신과 은재를 보호해줄게요.”이태호의 미소를 보며 오랜만에 안정감이란 걸 느껴본 신수민은 마음이 흔들렸다.“보, 보호할 필요 없어요.”그녀는 얼굴이 화끈거려 얼른 말을 돌렸다.“절 쫓아다니는 귀공자들이 적지 않아요. 제가 당신을
“괜찮아요, 아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대로 사요!”이태호가 미소를 지었다.“엄마, 아빠, 빨리 와요!”은재는 앞에서 뛰어다니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은재가 이렇게 기뻐하는 걸 오랜만에 보네요.”신수민은 아이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여태까지 버텨온 것도 딸을 위해서였으니 말이다.“엄마, 아빠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니까 그런 거죠.”이태호의 입이 귀에 걸렸다.“언제 사랑했다고 그래요?”신수민은 쑥스러운 듯 발길을 재촉했다.“2층은 가지 마요.”신수민이 2층으로 올라가려는 이태호를 말렸다.“왜 그래요?”이태호가 눈살을 찌푸렸다.“여성 브랜드는 2층에 있다고 쓰여 있는데?”“1층 옷이 좀 더 싸요. 2층은 전부 유명 브랜드라 옷 한 벌에 몇백 만원은 할 거예요.”그러나 이태호는 봉지를 메고 다른 손으로 은재를 안으며 엘리베이터로 올라탔다.“비싼 옷을 사야 돈을 좀 쓰죠. 그리고 자기가 이렇게 예쁜데 좋은 옷 좀 사면 어때요?”“참...”신수민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비록 그가 돈을 낭비하는 것 같아 아까웠지만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그래, 오늘 한번 큰돈 쓰지, 뭐!”그녀는 찡긋 웃으며 2층으로 따라 올라갔다.2층에 도착한 후 이태호는 은재를 내려주고 아이의 손을 잡 채 매장으로 향했다.“여기 괜찮은데요?”이태호는 비싼 옷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얼른 가보죠!”신수민은 뒤를 따르며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의 그녀는 명품 브랜드 옷을 꿈도 꾸지 못한다.“안녕하세요.”여성 직원이 이태호 가족을 보며 인사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태호의 옷차림과 그의 손에 들린 봉지를 보고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태호는 직원의 표정을 보고 불쾌함을 드러냈다.“왜요? 손님을 반겨야 하는 거 아니에요?”여성 직원은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당연하죠. 환영합니다. 손님이 곧 왕이거든요.”그러나 그녀는 속으로 이태호를 깔보고 있었다. 그가 멋도 모르고 이곳에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옷 가격을 보고 깜
연태건의 옆에 있는 제2봉의 봉주 임중안은 음침한 표정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불만과 분노로 가득 찼고 약간의 충격도 들어 있었다.방금 이태호의 마지막 일격에 날린 혼돈 검영을 본 순간, 그가 9급 성자급 수사일지라도 여전히 위협을 느낄 수 있었다그중에 포함한 팽배한 천지의 힘은 절대로 방금 성자 경지로 돌파한 수사가 시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방금 나타난 검영은 상고시대의 대능력자의 환생인 고준서가 날린 것이라고 하면 임중안은 믿을 것이다. 그러나 이태호가 종문에 들어오고 성자 경지로 돌파한 지 얼마나 됐지?분명 1년도 안 됐는데 고준서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임중안은 이태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결국 그는 시선을 거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종문 겨루기 대회는 끝났다. 장로들이 이태호가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선포하자 그의 희망이 완전히 사라졌다.시선을 거둔 임중안은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고준서는 1위를 못했어도 그래도 소종주의 자리를 얻었으니 그들이 고준서에 대한 투자가 완전히 밑진 장사는 아니었다.이와 동시에.옆에 있는 맹동석 등도 충격에서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맹동석, 윤하영, 진남구, 사오름 등은 이태호가 결정적인 순간에 강한 기세로 고준서를 이긴 것을 보자 얼굴에 놀라움과 기쁨으로 가득 찼다.놀라운 것은 그들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그들은 이태호가 대회에서 2위를 하면 이미 엄청나게 좋은 결과라고 생각했다.이태호에게 미안하지만 그들은 대회 1위를 전혀 바라지도 않았다.어쨌든 고준서는 명성이 자자하고 종문에서 서열 1위인 천교이니 어찌 쉽게 이길 수 있겠는가?그러나 결과는 그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이태호는 고준서를 제치고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그들이 이태호에 투자한 자원은 앞으로 꼭 배로 돌아올 것이다.이런 생각에 맹동석 등의 얼굴에 웃음을 금치 못했다.“잘했어! 역시 내가 마음에 든 천교답네!”“이태호가 대회 1위를 했어! 하하, 내
아무도 천남 지역에서 명성이 자자한 천교 고준서가 이태호를 이기지 못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고준서가 바닥에 떨어진 순간, 고준서의 육신, 내공, 원신과 수명은 모두 정도가 다른 손상을 입었다.이런 괴이한 신통에 한용운은 크게 놀랐다.그가 머리를 쥐어짜도 종문에 육신, 내공, 원신, 수명 등을 손상할 수 있는 신통 무기가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이와 동시에 관람석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여경구의 표정도 한용운과 똑같았다.고준서가 떨어진 순간에 여경구도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전기 충격을 받은 것처럼 얼떨떨해졌다.그는 한참 동안 멍을 때린 후에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는 두려움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연무대 위에 있는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어떻게 이럴 수가!” 여경구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고준서마저 네 상대가 아니라니. 대체 실력이 얼마나 강한 거야!”고준서는 종문의 젊은 세대에서 최강의 천교이고 천남의 4대 종문, 각 세력에서도 명성이 자자했다. 상고시대 대능력자의 환생인 고준서는 성왕급이었던 강자가 환생한 후 다시 처음부터 수련한 것이다. 이태호의 천부적 자질이 뛰어나서 입문한 지 1년 만에 존황에서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하더라도 여경구가 보기에 이태호는 고준서를 이길 가능성이 없었다.그러나 이태호는 결정적인 마지막 경기에서 강경한 자세로 고준서를 제쳤다.이것은 여경구가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상황이었다.그는 이제부터 태일종, 온 천남 지역은 ‘이태호’의 시대로 들어갈 것으로 예측하였다. 젊은 세대에서 이태호는 동일한 경지에서 적수가 없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여경구는 저도 모르게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이태호의 눈에 거슬린 짓을 한 적이 없어서 다행이군!’전에 이태호를 화나게 했던 기성우는 이미 가루로 되어 사라졌다.방금 이태호를 얕잡아 본 고준서도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면서 의식을 잃었다.여경구는 이태호와 대결하기 전에 일찍 패배를 인정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
이태호의 놀라운 일격은 고준서의 내공을 절단했고 신혼을 잘라버렸으며 수명을 단축했고 육신이 다치게 하였다.고준서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준서가 졌다니!고준서는 저항할 힘이 전혀 없었다.이런 놀라운 장면에 옆에서 연무대를 지키는 몇몇 장로들은 어안이 벙벙해졌고 한순간에 할 말을 잃었다.충격에서 정신을 차린 후 한 장로는 귀청이 떨어지는 듯한 큰 소리로 선포하였다.“이번 겨루기 대회의 우승자는 이태호임을 발표한다!”쩌렁쩌렁한 목소리는 지극히 조용한 광장에 울려 퍼졌다. 잠시 후에 현장의 정적이 깨졌고 연무대 부근의 제자들은 떠들썩해졌으며 여기저기서 경탄을 금치 못했다.“헐! 내 눈이 잘못된 거 아니지?!”“고준서 사형이 졌다고?”“어머나, 고 사형은 서열 1위인 진전 제자이고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 경지에다 상고시대 대능력자가 환생한 신체를 가진 천교인데, 이태호 사형에게 졌다고?!”“정말 무섭다! 태호 사형의 실력이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준서 사형마저 그의 상대가 아니다니!”“이 사형의 실력은 이미 동일한 경지에서 무적으로 됐단 말인가?”“...”모든 제자가 경악함을 금치 못했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이번 대결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대결 전에 누구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 이태호가 압도적인 실력으로 고준서를 제치고 1위를 했으니까.그러나 종문의 서열 1위인 천교로 불리고 상고시대 대능력자의 환생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던 고준서가 아무런 조짐도 없이 패배했다.이런 큰 반전에 동문 제자로서 어떻게 강렬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관람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한용운은 고준서가 거꾸로 날아서 거세게 바닥에 내동댕이친 것을 보자 엉덩이에 불을 붙인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그는 쓰러진 후 의식을 잃고 내공의 경지가 빠르게 떨어진 고준서를 보면서 멍해졌다.한용운은 입을 벌리고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한참 지나서
이는 연태건을 비롯한 제1봉에서 제5봉까지의 봉주들이 모두 고준서를 지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준서는 상고시대 대능력자의 환생이고 전생은 성왕급 수사였다. 비록 환생한 후 다시 수련을 시작했지만 전생의 경험이 있어서 빠르게 천지의 힘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이태호는 2급 성왕 경지로 돌파해야 천지의 힘의 사용 방법을 장악할 수 있다고 연태건 등은 이렇게 생각했다.그래서 연태건 등은 흔들림 없이 굳건히 고준서를 지지하게 되었다.그러나 지금 보니 이태호는 성자 경지로 돌파한 지 며칠 만에 천지의 힘을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혼돈 검영은 강한 위력을 갖고 있어서 2급 성자급 수사라도 맞으면 죽지 않아도 다칠 것이다.아마 3급 성자급 수사일지라도 이 검영에 맞으면 중상을 입게 될 것이다.그러니 연태건 등이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사람들이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이태호가 날린 혼돈 검영은 빠르게 허공을 가르면서 번갯불처럼 시신창과 부딪혔다.그러나 예상했던 폭발음이 나지 않았다.시신창은 혼돈의 검영과 부딪힌 후 두부처럼 싹둑 잘렸다.영보가 파괴된 것을 본 고준서의 동공이 심하게 수축되었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 드디어 당황한 기색이 드러났다.“말도 안 돼!”고준서는 깜짝 놀라서 엉겁결에 소리를 질렀다.그의 영보는 상급 영보인데 어찌 이렇게 손쉽게 잘릴 수 있는가?그러나 그가 더 많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혼돈 검영은 빠르게 공간을 가르면서 그를 향해 날아왔다.자기와 점점 가까워진 혼돈의 검영을 보자 고준서는 정신이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다급히 손을 들어 여러 개 영보를 꺼내서 자신의 주변을 방어하였다.7~8개의 중급 영보는 고준서의 주위를 맴돌면서 끊임없이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였다.그중에서 청색 자(尺)가 발산한 빛은 하늘가까지 비췄고 주변의 모든 것을 진압하였다. 산천을 그린 두루마기 영보는 천천히 필치면서 검은 바람을 휘몰아쳤다.금색 부채 영보는 금빛 불꽃을 일으킬 수 있고 뜨거운 불꽃은 허
이태호가 낮은 소리를 지르자 눈앞에 떠 있는 작은 검이 빠르게 날아갔다.원래 손가락만 한 작은 검이 날아가면서 점점 커졌다.처음에는 손가락만 한 크기에서 물통처럼 커졌고 마지막에 연자방아만큼 커졌다.길이도 원래 2촌이었는데 2장, 20장, 200장으로 길어졌다.검빛은 현황색의 광택을 발산하였는데 마치 천지개벽하려는 듯한 맹렬한 공포의 기운을 지니고 거침없이 고준서의 시신창을 향해 날아갔다.현황색의 작은 검이 지나가는 곳마다 공간이 모두 찢어지고 갈라졌으며 연무대 전체를 삼켜 먹을 것 같은 무서운 공간의 틈새를 형성하였다.이 검에 세상 만물을 한순간에 파멸시킬 것 같은 팽배한 천지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검을 본 순간 멍해졌다.검에서 뿜어 나온 기운이 너무 강렬해서 생사 위기에 처해 있는 느낌이 들게 하였다.그들은 소스라쳐 놀라서 다급히 보호캡을 만들고 자신을 보호하였다.“저... 저게 뭐지?”“대체 어떤 신통 무기(武技)이길래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지?”“어머나! 이것이 바로 이태호 사형의 진정한 실력인가? 너무 대단해!”“...”관람석에 앉아 있는 한용운은 이태호가 방출한 작은 검을 본 순간 벌떡 의자에서 일어섰다.한용운의 안색이 확 변했고 눈이 휘둥그레졌으며 입을 딱 벌리고 연무대를 멍하니 쳐다보았다.잠시 후 정신을 차린 한용운은 여전히 놀라운 표정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이건 무슨 신통이길래 이렇게 강렬한 천지의 힘을 발산할 수 있지?”그 혼돈 검영(劍影)에서 발산한 기운은 진전 제자인 한용운마저 두려움에 떨게 하였다. 한용운은 마치 지옥을 마주한 공포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는 온몸이 오싹하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강렬한 위기감을 느꼈다.한용운은 자신이 이렇게 강렬한 신통의 공격을 받는다면 반항할 힘도 없이 바로 혼돈 검영에 맞아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혼돈 검영이 날아갈 때 점점 커진 것을 보면서 그는 이후에 절대로 이태호와 원수지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같은 시각에.멀
현재 폭발 중심에 있는 이태호는 머리 위에 현황종을 띄우고 오른손에 이화 현황봉을 들고 있었다. 현황봉에서 수많은 현황의 기운을 내뿜었고 공간을 가르고 만물을 파멸시키는 기세를 발산하였다.그의 왼손에 들고 있는 적소검은 적색 화염을 뿜어냈고 검의는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면서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허공에 서 있으니 검은 머리카락은 바람 없이 휘날렸고 옷자락은 펄럭이었다. 그는 확고한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을 바라보았고 안색이 약간 어두워졌다.방금 그가 날린 일격에 일반 1급 성자급 수사라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그가 들고 있는 이화 현화봉은 최상급 영보이고 온 태일종 내에서도 성왕 경지인 선우정혁만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고준서가 이 최상급 영보의 공격을 막아냈으니 이태호가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이와 동시에 허공에 서 있는 고준서는 성스러운 빛을 내뿜었고 주변 수 장 내에 있는 허공은 압박을 받아서 삐걱거리면서 수많은 균열을 형성했다.“자네는 아주 강해. 다만 이것뿐이라면 날 이길 수 없네!”고준서는 시신창을 꽉 잡고 천천히 고개를 들고 이태호를 바라보면서 담담하게 웃었다.“나에게 굴복하면 목숨을 살려 줄게. 그렇지 않으면 오늘은 자네의 제삿날이 될 거야!”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소리는 격렬한 음폭으로 변했고 눈 깜짝 할 사이에 백여 장의 공간을 스쳐 지났고 이태호를 향해 날아갔다.이에 이태호는 가볍게 손을 흔들자 머리 위에 있는 현황종이 쾅쾅 울리면서 커다란 종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종소리가 순식간에 습격해 온 음폭을 멈추게 하였다.그러고 나서 이태호는 차분한 표정으로 고준서에게 말했다.“고 사형이 저에게 항복하면 목숨을 살려 줄게요.”이 말을 들은 고준서는 화내는 대신 웃으면서 콧방귀를 뀌었다.“그럼 갈 데까지 가보자!”말을 마친 고준서는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 경지인 기운을 순식간에 내뿜었고 공포스러운 기운이 주변의 허공을 뒤흔들었다. 수많은 천지의 기운이 공간의 틈새에서 흘러 나오면서 고준서를 감쌌다.
순식간에 손바닥만 한 이화 현황봉이 점점 커지면서 무수한 성스러운 빛을 하늘가에 내뿜었다.지름이 수 장(丈)이나 되는 빛기둥이 허공을 꿰뚫었고 스쳐 지나간 만물을 파멸하였으며 눈 깜짝할 사이에 고준서로부터 십 장도 안 되는 거리까지 이르렀다.허공에서 시신창을 들고 있는 고준서는 이를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시신창을 앞에 두고 이태호의 공격을 막았다.“흥! 주네 넘은 놈!”고준서가 대갈일성하면서 주변에 불시에 수많은 도운과 영광이 나타났고 팽배한 천지의 영기가 그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의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급의 내공이 모두 폭발되었고 시신창도 빛을 내뿜으면서 앞에 있는 허공을 향해 날아갔다.순간, 그의 모든 모공에서 수많은 성스러운 빛을 폭발적으로 내뿜었다. 마치 상고시대에서 걸어 나온 신성한 생명체처럼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쏴아아!”창살이 허공을 가르고 주변의 모든 것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지극히 공포스러운 힘이 순식간에 연무대 상공에 있는 진법으로 하여금 무너질 것처럼 흔들거렸다.한편, 빠르게 날아오는 거대한 빛기둥은 공간을 박살내는 기세로 스쳐 지나간 수많은 균열을 깨뜨렸고 매섭게 시신창에 부딪혔다.순식간에 태양처럼 눈부신 점이 문득 하늘에 나타났다. 이 점이 점점 커졌고 발산한 기운은 사방 수 리의 지역을 뒤덮었다.지금 이 시각.연무대 부근에서 구경하고 있는 제자들은 모두 강렬한 공포감을 느꼈고 마치 웅장한 산에 짓누르는 듯 숨이 막혔다.이어서 하얀 빛이 스쳐 지나간 후 귀청을 찢을 듯한 폭발음이 광장에서 울렸다.“펑!"어마어마한 충격파는 공기를 끊임없이 압축하고 충격을 줘서 순식간에 수많은 음폭을 터뜨렸다.이 맹렬한 충격파는 마치 불붙은 화약통처럼 연무대 위의 진법을 순식간에 붕괴시켰고 진법은 영광의 파편으로 부서져서 허공으로 사라졌다.충격파의 남은 기세는 꺾이지 않고 사면팔방으로 퍼져 나갔다. 순식간에 제때 반응하지 못한 제자들은 충격파의 여파로 인해 날아갔고 피를 토하면서 바닥에
고준서는 이태호를 굴복시키려고 하였다. 그가 중주로 떠날 때 유능한 부하가 몇 명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까 싸울 때 그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그러나 고준서의 말을 들은 이태호는 손에 적소검을 들고 현황종을 머리 위로 띄우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각설하고 실력으로 결판을 내립시다!”말을 마친 이태호의 몸에서 갑자기 강렬한 검의를 내뿜었다.이 검의는 하늘로 치솟아 오르면서 구름까지 꿰뚫었다. 순식간에 태일종의 모든 제자가 들고 있던 장검은 맑은 소리를 내면서 통제를 잃고 빠르게 칼집에서 벗어나서 하늘로 날아갔고 허공에서 빙빙 에워싸면서 날아다녔다.이태호는 검의를 발동시킨 후 주저 없이 적소검을 들고 검의를 담은 검빛을 응결해서 고준서를 향해 날렸다.이태호가 자신의 호의를 거절하고 오히려 반격하는 것을 보자 고준서의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흥! 보잘것없는 재주로 감히 건방을 떨어?!”다음 순간, 고준서는 들고 있는 시신창을 앞으로 내리찍자 하늘에서 불시에 눈부신 빛을 발산하면서 현황색의 창살이 교룡처럼 날아갔다. 창살이 스쳐 지나가는 공간마다 붕괴하였고 만물이 산산조각으로 깨졌다.펑.창살이 매섭게 날아오는 검빛과 부딪치면서 하늘까지 치솟은 눈부신 빛을 내뿜었는데 마치 빛기둥처럼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 같은 기세였다.격렬한 폭발음을 내면서 시신창의 창살은 기세가 꺾이지 않았고 공간을 깨뜨리고 지극히 빠른 속도로 이태호를 향해 날아갔다.이를 본 이태호는 굳은 표정으로 다급히 머리 위에 있는 현황종을 발동하였다.현황종이 불시에 커졌고 수많은 현황의 기운이 떨어지면서 그의 주변에 황금빛 보호캡을 형성하였다.“콰앙!”황금빛 보호캡이 형성된 순간, 창살과 거세게 부딪쳤다. 이태호는 한순간에 큰 산에 부딪친 것처럼 천만 근의 압력을 느꼈다.공포스러운 창살의 충격을 받은 황금빛 보호캡에 우지직 하는 소리가 나더니 여러 갈래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제길!’그는 속으로 욕하였다. 현재 상황이 긴급한 것을 알고 그는 곧
“체면은 사형이나 차리시죠!”:고준서가 발산한 기고만장한 위압에 이태호는 침착하게 냉소를 지었다.말을 마치고 나서 이태호의 체내에 있는 혈자리들은 순식간에 별처럼 반짝이었고 단전 내의 수많은 천지의 영기가 불시에 들끓기 시작하면서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다음 순간, 그의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의 기운이 폭발하면서 하늘로 치솟아 올라갔고 연무대 상공의 진법을 뒤흔들어서 진법은 파도처럼 출렁거렸다.두 성자급 수사의 기운이 서로 부딪치자, 연무대에서 공기가 격렬하게 부딪치는 굉음이 폭발하였다.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발음이 나면서 주변의 공간이 찢어지고 갈라졌다.대전이 일촉즉발하자 고준서는 허공에서 두 손으로 주먹 형태의 허영을 만들고 이태호를 향해 내던졌다.현황의 기운으로 겹겹이 쌓인 주먹이 스쳐 지나간 공간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졌고 범상치 않은 기세로 날아갔다.이를 본 이태호는 망설임도 없이 육신에서 들끓은 기혈이 봉화처럼 타올랐고 대일쌍권을 시전하여 태양처럼 눈부신 주먹을 고준서 쪽으로 던졌다.“펑펑펑...”삽시간에 연무대에서 격렬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수많은 청색 돌판은 눈 깜짝할 사이에 가루로 부서졌고 공간은 전투의 여파에 의해 무너졌다.그 공포스러운 충격파로 인해 연무대 상공의 방어진법은 휘청거렸고 수시로 붕괴할 것 같았다.지금 연무대 위에서 두 사람의 잔영은 번개처럼 하늘을 가로지르고 위치를 빠르게 바꾸면서 그림자조차 자세히 볼 수 없었다.두 사람이 연달아 백여 수를 주고받은 후 연무대의 중앙에 지름이 10장, 깊이가 2장에 달하는 구덩이를 만들어내서야 허공에 있는 두 잔영은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이태호는 뒤로 7~8보를 후퇴한 후 몸을 멈추었고, 맞은 켠에 있는 고준서도 6~7보를 미끄러진 후 발걸음을 멈추었다.이번 탐색전을 통해 이태호는 고준서의 실력이 자신보다 조금 강하다는 것을 대충 알아냈다. 고준서는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 경지의 실력이지만 전투력이 강해서 아마 3급 성자 경지에 이른 것 같았다.이태호도 3급 성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