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옷은 너무 비싸네요. 다른 데로 가죠.”신수민은 쇼핑몰로 들어서는 이태호를 붙잡았다. 그러나 이태호는 어깨에 멘 봉지를 두드리며 말했다.“이 안에 2억 6천 만 원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에요?”“돈이 있다고 흥청망청 쓸 거예요?”이태호가 그녀를 보며 웃었다.“제가 뭘 입든 상관없지만 아내와 아이는 챙겨야 하잖아요. 오늘은 그냥 선물 받는다 생각하고 마음껏 사요.”신수민의 표정은 무덤덤했지만 사실 마음은 따뜻했다. 지난 5년 동안 그녀의 생활은 하나도 쉬운 게 없었다. 첫 2, 3년 동안은 아이를 업고 남의 눈치를 받으며 배달을 뛰었었다. 지금은 아이가 조금 크고 말도 잘 들어 집에 혼자 두어도 알아서 잘 논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수민은 빠듯한 생활에 숨돌릴 틈이 없었다. 은재도 이제 유치원 다닐 나이가 되었고 유치원생을 볼 때마다 은재는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과거 아직 5년이나 더 기다려야 이태호가 나온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신수민은 포기하고 싶었었다. 차라리 부잣집 아들을 만나 결혼할까 고민도 심각하게 해봤었다. 비록 신세가 몰락하여도 그녀를 따르는 부잣집 도련님은 적지 않았으니 말이다.그녀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살았지만 은재가 고생하는 건 죽어도 싫었다. 이태호가 출소하면 은재가 9살이 될 텐데 그때까지 은재를 학교에 보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하지만 이태호가 5년이나 빨리 출소해 한숨을 돌렸다. 그녀는 단지 이태호가 새사람이 되어 은재의 좋은 아빠가 되어주기만을 바랐다.“맞아요. 당신은 우리한테 해줘야 할 게 많아요. 흥, 그럼 오늘은 마음 놓고 마음대로 고를게요. 5년 동안 사지 못한 옷을 오늘 다 사버릴 거예요!”이태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걱정하지 마요, 앞으론 내가 당신과 은재를 보호해줄게요.”이태호의 미소를 보며 오랜만에 안정감이란 걸 느껴본 신수민은 마음이 흔들렸다.“보, 보호할 필요 없어요.”그녀는 얼굴이 화끈거려 얼른 말을 돌렸다.“절 쫓아다니는 귀공자들이 적지 않아요. 제가 당신을
“괜찮아요, 아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대로 사요!”이태호가 미소를 지었다.“엄마, 아빠, 빨리 와요!”은재는 앞에서 뛰어다니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은재가 이렇게 기뻐하는 걸 오랜만에 보네요.”신수민은 아이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여태까지 버텨온 것도 딸을 위해서였으니 말이다.“엄마, 아빠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니까 그런 거죠.”이태호의 입이 귀에 걸렸다.“언제 사랑했다고 그래요?”신수민은 쑥스러운 듯 발길을 재촉했다.“2층은 가지 마요.”신수민이 2층으로 올라가려는 이태호를 말렸다.“왜 그래요?”이태호가 눈살을 찌푸렸다.“여성 브랜드는 2층에 있다고 쓰여 있는데?”“1층 옷이 좀 더 싸요. 2층은 전부 유명 브랜드라 옷 한 벌에 몇백 만원은 할 거예요.”그러나 이태호는 봉지를 메고 다른 손으로 은재를 안으며 엘리베이터로 올라탔다.“비싼 옷을 사야 돈을 좀 쓰죠. 그리고 자기가 이렇게 예쁜데 좋은 옷 좀 사면 어때요?”“참...”신수민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비록 그가 돈을 낭비하는 것 같아 아까웠지만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그래, 오늘 한번 큰돈 쓰지, 뭐!”그녀는 찡긋 웃으며 2층으로 따라 올라갔다.2층에 도착한 후 이태호는 은재를 내려주고 아이의 손을 잡 채 매장으로 향했다.“여기 괜찮은데요?”이태호는 비싼 옷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얼른 가보죠!”신수민은 뒤를 따르며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의 그녀는 명품 브랜드 옷을 꿈도 꾸지 못한다.“안녕하세요.”여성 직원이 이태호 가족을 보며 인사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태호의 옷차림과 그의 손에 들린 봉지를 보고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태호는 직원의 표정을 보고 불쾌함을 드러냈다.“왜요? 손님을 반겨야 하는 거 아니에요?”여성 직원은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당연하죠. 환영합니다. 손님이 곧 왕이거든요.”그러나 그녀는 속으로 이태호를 깔보고 있었다. 그가 멋도 모르고 이곳에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옷 가격을 보고 깜
여성 직원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다른 젊은 직원을 불렀다.“얘, 너 이리 와봐. 이 손님들 좀 보살펴줘. 실습하러 왔으니까 제대로 해야지.”“네, 알겠습니다!”젊은 여성 직원은 이태호와 신수민을 보며 말했다.“어서 오세요, 손님. 여기 있는 건 모두 새로 나온 옷들입니다. 아내 분이 몸매가 좋고 우아하니까 잘 어울리실 거예요.”한편, 방금 그 여성 직원은 구석으로 가 다른 직원들과 수군수군 얘기를 나눴다.“인턴이라 그런지 아직 눈치가 없어. 저런 손님도 덥석 받고 말이야. 헛수고할 게 뻔한데.”“딱 봐도 이곳에 올 사람들이 아닌데. 너도 참 나빴어. 저런 손님들은 항상 쟤한테 넘겨주잖아.”“칫, 눈치가 없으니까 그렇지. 나 같았으면 저런 손님들은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을 거야. 차라리 그냥 내쫓는 게 더 빠를걸. 쟤는 아직 경험이 부족해.”그녀들은 비록 작은 소리로 속닥거리고 있었지만 모든 대화가 이태호의 귀로 흘러 들어갔다.“엄마, 이거 예뻐요! 이거 입어봐요!”은재가 하얀 치마를 잡고 천진난만하게 웃었다.이 모습을 본 여성 직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다가와 인턴을 나무랐다.“야! 지금 뭐 하는 거야? 아이가 옷을 만지려고 하면 얼른 말려야지! 때 탄 옷을 사지 않는다면 네가 대신 살 거야?”인턴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답했다.“아이 손이 엄청 깨끗해요.”여성 직원은 어이가 없는 듯 피식 웃었다.그녀의 고함에 깜짝 놀란 은재는 얼른 이태호 뒤로 숨었다. 이에 이태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지금 손님한테 뭐 하는 겁니까? 제가 불만 신고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신고라는 말에 여성 직원이 흠칫 놀랐다.“죄송해요. 따님한테 그러는 게 아니라 새로 온 인턴을 나무라고 있었던 거예요. 다름이 아니라 이 옷이 너무 비싸서 때가 타면 다른 손님들이 사지 않거든요.”“비켜요.”“네.”여성 직원은 언짢았지만 순순히 자리를 떴다.이태호는 몸을 쪼그리며 은재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괜찮아. 무서워할 필요 없어. 은재 손이 얼마나
몇 년 동안 신수민을 바라봤던 이영호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애당초 신수민의 부모님도 허락한 혼인을 신수민이 자기 발로 차버렸었다. 그러니 이영호는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신수민은 하얀 치마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선녀 같은 그녀의 모습에 이태호는 잠시 넋이 나갔다. 그녀는 도도한 여신의 아우라를 숨길 수가 없었다.“어때요? 예뻐요?”신수민은 자기를 뚫어져라 보는 이태호 때문에 얼굴이 빨개졌다.“너무 예뻐요. 이 치마가 수민 씨를 위해 만든 것처럼 너무 잘 어울려요!”이때, 이태호의 뒤에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영호 씨, 여긴 어떻게?”갑작스러운 이영호의 등장에 신수민이 적잖게 놀랐다. 이류 가문의 도련님인 그는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신씨 가문마저 그 앞에서 덜덜 떠니 말이다.이에 이태호가 몸을 돌려 이영호를 봤다.“당신이 이영호군요. 결혼 예물로 20억이라니, 참으로 대단한걸요?”이영호의 표정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수민아, 이놈 누구야? 설마 남자친구야? 날 버렸으면 적어도 부잣집 놈이랑 만나야지, 이 거렁뱅이 같은 놈은 뭐야! 이건 날 모욕하는 거나 다름이 없어!”“거렁뱅이?”이태호는 두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왜? 치게? 내가 누군지 알지? 우리가 태생부터 서로 다른 길을 걸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이영호는 고개를 들고 이태호를 깔보듯 내려다봤다. 그의 뒤에 있던 4명의 보디가드들이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태호 씨, 참아요!”잔뜩 화가 난 이태호를 보며 신수민이 깜짝 놀랐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그녀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태호는 이를 꽉 깨물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내 말에 순종하겠다고 맹세하는 게 아니었다. 안 그러면 눈앞의 사람은 이미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신수민의 말 대로 이태호는 가만히 있었다.“걱정하지 마요. 안 싸워요.”이영호는 손을 맞잡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눈알이 뒤집어질 듯했다.“야, 얼른 손 놓지 못해? 진짜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야?
이때, 이영호 옆에 있던 여자가 비웃기 시작했다.“오빠, 아직도 모르겠어요? 저 여자가 외로움을 견딜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예요? 오빠 몰래 얼마나 많은 남자를 만났을지 모르는 일이죠. 그러니까 이 여자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돼요.”이태호가 주먹을 꽉 쥐었다.“그만 하세요.”“오빠, 이 사람이 날 때리려고 해!”여자는 얼른 이영호 뒤에 숨어 어쩔 거냐는 표정을 지었다.신수민은 이태호를 붙잡고 그를 진정시켰다.“영호 씨, 제가 그런 여자로 보이나요? 그리고 영호 씨는 아내가 있는 유부남인데, 대낮에 이렇게 여자랑 다녀도 괜찮아요? 그러니까 제가 영호 씨의 사랑한다는 말을 믿을 수 없는 거예요!”이에 이영호의 여자가 맞받아쳤다.“영호 오빠는 돈이 많잖아, 밖에서 여자 좀 만나면 안 돼? 순진한 척하지 마. 영호 오빠를 찬 주제에 그런 말 할 자격이나 있어?”짝!그러나 이때, 이영호가 그녀의 뺨을 때렸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행동이었다.“젠장, 조용히 해! 수민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모를 것 같아? 넌 수민이 발뒤꿈치도 못 따라잡았어!”“오빠...”여자는 억울했지만 반박할 용기가 없었다.“꺼져!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이영호가 밖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여자는 할 수 없이 신수민을 한번 째려보고는 밖으로 나갔다.직원들은 멀찌감치 서서 겁에 질려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이영호가 매번 다른 여자랑 데이트하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가끔 예쁜 직원의 엉덩이를 만져도 그 누구도 손가락질하지 못했다. 기분이 좋다면 그가 팁으로 몇십 만 원을 주기 때문이다. 하여 남의 매장에서 소란을 피워도 나서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여자가 떠난 후 이영호는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는 두 팔을 축 늘어뜨렸다.“신수민, 네가 그런 여자가 아니라면 이놈이 누군지 똑바로 말해. 안 그러면 오늘 이놈은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야.”“고작 3명이서 날 상대한다고?”이태호는 어이가 없어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세 보디가드가
신은재까지 들먹인 이상 이태호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이영호의 복부를 힘껏 걷어찼다.욱!이영호는 바닥에 꿇어앉은 채 믿을 수 없다는 눈길로 이태호를 쳐다봤다.“태호 씨, 왜 이렇게 충동적이에요!”신수민은 깜짝 놀랐다. 이영호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 이류 가문의 도련님이었기에 아무나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다.“더 이상 참을 수 없어!”이태호가 분노의 들숨 날숨을 몰아쉬었다.“가만히 서서 뭐해? 얼른 죽여!”이영호는 고통을 참으며 겨우 일어난 후 명령을 내렸다.“엄마!”이 상황을 목격한 은재는 깜짝 놀라 엄마의 다리를 껴안았다. 이를 본 이태호는 순간 후회스러웠다. 자기 때문에 딸이 놀란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보디가드들은 이미 가까이 다가왔고 큰 주먹을 휘둘렀다. 하여 이태호는 반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퍽! 퍽! 퍽!그가 주먹 몇 번을 날리자 보디가드들은 그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한 채 그대로 고꾸라졌다.“악!”모두 가슴을 움켜쥔 채 바닥에서 뒹굴었다.“젠장! 일어나!”이태호의 실력에 흠칫 놀란 이영호는 뒤로 물러나며 명령했다.“도련님, 갈비뼈가 끊어진 것 같습니다! 악!”보디가드 중 한 명이 겨우 일어나며 말했다.“저희 갈비뼈도 나간 것 같습니다!”“젠장!”이영호는 보디가들이 이태호 이기지 못할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너 딱 기다려! 절대 이렇게 포기하지 않을 거야!”이영호는 할 수 없이 보디가드들을 데리고 뒤꽁무니를 뺐다.이태호 뒤에 서 있던 신수민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 역시 이태호의 실력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와! 아빠가 이겼어요!”겁에 질려있던 신은재는 헐레벌떡 도망치는 이영호를 보고 박수를 쳤다.이태호는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고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무서워할 필요 없어.”“아빠가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어요. 나쁜 사람들 모두 도망쳤어요!”이태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은재도 아빠처럼 강해지고 싶어?”“네!”이태호가 미소를 지었다.“그래. 은재가 조금만 더
“네, 알겠습니다.”인턴 직원은 목소리마저 떨렸다. 이태호가 이씨 가문의 도련님을 때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곧 신수민은 여러 벌을 입어봤고 모두 그녀와 잘 어울렸다.“여태껏 입은 거 모두 포장해줘요. 얼마예요?”이태호가 인턴을 보며 물었다.“다, 다요?”인턴은 흠칫 놀랐다. 여태까지 입어본 7, 8벌의 옷을 모두 합하면 족히 6천만 원은 되기 때문이다.“네, 다 줘요.”이태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신수민은 이태호의 진심이 고마웠지만 이렇게 비싼 옷을 받기 너무 부담스러웠다.“괜찮아요.”“손님, 세일 가격으로 총 5천 9백만 원입니다.”인턴이 말했다.“다 포장해줘요.”이태호는 커다란 봉지를 끌고 계산하러 갔다.“뭐야? 다 산다는 거야?”멀찍이 서 있던 여성 직원이 두 눈을 껌뻑였다. 그녀는 남루한 옷차림의 이태호가 6천만 원에 달하는 소비를 할 거라 생각지도 않았다. 이태호는 원래 그녀의 손님이었다. 방금 그가 소비한 금액이라면 이번 성과금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하루에 몇십 만원의 옷을 팔아도 수입이 넉넉했다. 한 벌에 몇백 만원에 달하는 옷은 한 달에 한 벌도 안 팔릴 때가 많았다.“저 사람한테 진짜 돈이 있는 거야?”다른 직원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이렇듯 거금을 쓰는 고객을 처음 맞이하는 인턴은 긴장하기 시작했다.“어떻게 결제하시겠어요?”“현금이요!”이태호는 봉지를 펼치고 안에서 현금을 꺼냈다.“5천 9백만 원이라고 했죠? 여기 6천만 원이요. 나머지는 팁으로 줄게요. 고맙습니다.”“잠시만요, 손님! 너무 많습니다.”인턴은 예상을 벗어난 팁에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괜찮으니까 그냥 받아요.”이태호는 옷을 챙기고 신수민과 신은재한테로 향했다.“야, 너 오늘 운 좋다? 이렇게 많은 팁은 나도 받아본 적이 없어!”“게다가 성과금까지, 진짜 대박이야!”“이제 이 매장 정직원이 되는 건 시간 문제겠네? 오늘 우리한테 한 턱 쏴!”다른 직원들은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좋아요. 저
은재한테 옷 여러 벌을 사준 후 이태호는 부모님한테 드릴 옷도 샀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자기 옷을 사러 갔다.“이거 괜찮네요. 한번 입어봐요.”신수민은 이태호의 몸매를 살피며 말했다.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옷을 챙긴 후 피팅룸으로 향했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그를 보고 신수민은 잠시 넋을 잃었다. 잘생긴 얼굴에 옷까지 멋지게 입으니 그야말로 훈남이 따로 없었다.“어때요?”이태호는 아직 어색하기만 했다.신수민은 그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잘 어울려요. 몇 벌 더 살까 봐요.”“그래요, 자기 말 대로 할게요.”“칫, 방금 제 말을 듣지도 않고 싸웠잖아요! 이영호의 성격이라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요! 다음번에 만나면 제대로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요.”“제가 사과해야 해요? 내 아내를 넘보고 딸까지 들먹였는데 제가 왜 사과해요? 때려죽이지 않은 게 다행이죠!”이태호는 불쾌했지만 어두운 표정의 신수민을 보고 얼른 미소를 지었다.“알겠어요. 다음엔 끝까지 참을게요.”세 가족은 쇼핑몰을 나섰다.“오늘 돈 많이 썼네요. 이제 1억 2천 정도 남았겠네요.”이태호의 말에 신수민이 으쓱거렸다.“왜요? 돈 쓰고 나니까 마음이 아파요?”이태호가 웃으며 대꾸했다.“전혀. 그냥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살면서 이렇게 큰돈을 처음 써본 거라.”미친 어르신한테서 받은 카드에 든 돈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비록 어마어마한 액수는 아니지만 결코 적지는 않았다.“이제 집에 가죠. 부모님이 선물을 받으면 무척 좋아하실 것 같아요.”“벌써 집에 가려고요? 이제 차 사러 가죠? 현금을 들고 다녀봤자 짐밖에 안 되니까 얼른 써버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차가 있으면 앞으로 다니기도 편리할 것 아니에요.”“와, 엄마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어요. 아빠는 돈을 많이 벌었어요. 예이!”신은재가 폴짝폴짝 뛰었다.“그래요. 그럼 차 사러 가요. 앞으로 은재를 유치원에 데려다줄 수 있겠네요.”신수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