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이영호 옆에 있던 여자가 비웃기 시작했다.“오빠, 아직도 모르겠어요? 저 여자가 외로움을 견딜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예요? 오빠 몰래 얼마나 많은 남자를 만났을지 모르는 일이죠. 그러니까 이 여자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돼요.”이태호가 주먹을 꽉 쥐었다.“그만 하세요.”“오빠, 이 사람이 날 때리려고 해!”여자는 얼른 이영호 뒤에 숨어 어쩔 거냐는 표정을 지었다.신수민은 이태호를 붙잡고 그를 진정시켰다.“영호 씨, 제가 그런 여자로 보이나요? 그리고 영호 씨는 아내가 있는 유부남인데, 대낮에 이렇게 여자랑 다녀도 괜찮아요? 그러니까 제가 영호 씨의 사랑한다는 말을 믿을 수 없는 거예요!”이에 이영호의 여자가 맞받아쳤다.“영호 오빠는 돈이 많잖아, 밖에서 여자 좀 만나면 안 돼? 순진한 척하지 마. 영호 오빠를 찬 주제에 그런 말 할 자격이나 있어?”짝!그러나 이때, 이영호가 그녀의 뺨을 때렸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행동이었다.“젠장, 조용히 해! 수민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모를 것 같아? 넌 수민이 발뒤꿈치도 못 따라잡았어!”“오빠...”여자는 억울했지만 반박할 용기가 없었다.“꺼져!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이영호가 밖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여자는 할 수 없이 신수민을 한번 째려보고는 밖으로 나갔다.직원들은 멀찌감치 서서 겁에 질려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이영호가 매번 다른 여자랑 데이트하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가끔 예쁜 직원의 엉덩이를 만져도 그 누구도 손가락질하지 못했다. 기분이 좋다면 그가 팁으로 몇십 만 원을 주기 때문이다. 하여 남의 매장에서 소란을 피워도 나서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여자가 떠난 후 이영호는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는 두 팔을 축 늘어뜨렸다.“신수민, 네가 그런 여자가 아니라면 이놈이 누군지 똑바로 말해. 안 그러면 오늘 이놈은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야.”“고작 3명이서 날 상대한다고?”이태호는 어이가 없어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세 보디가드가
신은재까지 들먹인 이상 이태호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이영호의 복부를 힘껏 걷어찼다.욱!이영호는 바닥에 꿇어앉은 채 믿을 수 없다는 눈길로 이태호를 쳐다봤다.“태호 씨, 왜 이렇게 충동적이에요!”신수민은 깜짝 놀랐다. 이영호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 이류 가문의 도련님이었기에 아무나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다.“더 이상 참을 수 없어!”이태호가 분노의 들숨 날숨을 몰아쉬었다.“가만히 서서 뭐해? 얼른 죽여!”이영호는 고통을 참으며 겨우 일어난 후 명령을 내렸다.“엄마!”이 상황을 목격한 은재는 깜짝 놀라 엄마의 다리를 껴안았다. 이를 본 이태호는 순간 후회스러웠다. 자기 때문에 딸이 놀란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보디가드들은 이미 가까이 다가왔고 큰 주먹을 휘둘렀다. 하여 이태호는 반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퍽! 퍽! 퍽!그가 주먹 몇 번을 날리자 보디가드들은 그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한 채 그대로 고꾸라졌다.“악!”모두 가슴을 움켜쥔 채 바닥에서 뒹굴었다.“젠장! 일어나!”이태호의 실력에 흠칫 놀란 이영호는 뒤로 물러나며 명령했다.“도련님, 갈비뼈가 끊어진 것 같습니다! 악!”보디가드 중 한 명이 겨우 일어나며 말했다.“저희 갈비뼈도 나간 것 같습니다!”“젠장!”이영호는 보디가들이 이태호 이기지 못할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너 딱 기다려! 절대 이렇게 포기하지 않을 거야!”이영호는 할 수 없이 보디가드들을 데리고 뒤꽁무니를 뺐다.이태호 뒤에 서 있던 신수민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 역시 이태호의 실력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와! 아빠가 이겼어요!”겁에 질려있던 신은재는 헐레벌떡 도망치는 이영호를 보고 박수를 쳤다.이태호는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고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무서워할 필요 없어.”“아빠가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어요. 나쁜 사람들 모두 도망쳤어요!”이태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은재도 아빠처럼 강해지고 싶어?”“네!”이태호가 미소를 지었다.“그래. 은재가 조금만 더
“네, 알겠습니다.”인턴 직원은 목소리마저 떨렸다. 이태호가 이씨 가문의 도련님을 때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곧 신수민은 여러 벌을 입어봤고 모두 그녀와 잘 어울렸다.“여태껏 입은 거 모두 포장해줘요. 얼마예요?”이태호가 인턴을 보며 물었다.“다, 다요?”인턴은 흠칫 놀랐다. 여태까지 입어본 7, 8벌의 옷을 모두 합하면 족히 6천만 원은 되기 때문이다.“네, 다 줘요.”이태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신수민은 이태호의 진심이 고마웠지만 이렇게 비싼 옷을 받기 너무 부담스러웠다.“괜찮아요.”“손님, 세일 가격으로 총 5천 9백만 원입니다.”인턴이 말했다.“다 포장해줘요.”이태호는 커다란 봉지를 끌고 계산하러 갔다.“뭐야? 다 산다는 거야?”멀찍이 서 있던 여성 직원이 두 눈을 껌뻑였다. 그녀는 남루한 옷차림의 이태호가 6천만 원에 달하는 소비를 할 거라 생각지도 않았다. 이태호는 원래 그녀의 손님이었다. 방금 그가 소비한 금액이라면 이번 성과금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하루에 몇십 만원의 옷을 팔아도 수입이 넉넉했다. 한 벌에 몇백 만원에 달하는 옷은 한 달에 한 벌도 안 팔릴 때가 많았다.“저 사람한테 진짜 돈이 있는 거야?”다른 직원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이렇듯 거금을 쓰는 고객을 처음 맞이하는 인턴은 긴장하기 시작했다.“어떻게 결제하시겠어요?”“현금이요!”이태호는 봉지를 펼치고 안에서 현금을 꺼냈다.“5천 9백만 원이라고 했죠? 여기 6천만 원이요. 나머지는 팁으로 줄게요. 고맙습니다.”“잠시만요, 손님! 너무 많습니다.”인턴은 예상을 벗어난 팁에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괜찮으니까 그냥 받아요.”이태호는 옷을 챙기고 신수민과 신은재한테로 향했다.“야, 너 오늘 운 좋다? 이렇게 많은 팁은 나도 받아본 적이 없어!”“게다가 성과금까지, 진짜 대박이야!”“이제 이 매장 정직원이 되는 건 시간 문제겠네? 오늘 우리한테 한 턱 쏴!”다른 직원들은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좋아요. 저
은재한테 옷 여러 벌을 사준 후 이태호는 부모님한테 드릴 옷도 샀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자기 옷을 사러 갔다.“이거 괜찮네요. 한번 입어봐요.”신수민은 이태호의 몸매를 살피며 말했다.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옷을 챙긴 후 피팅룸으로 향했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그를 보고 신수민은 잠시 넋을 잃었다. 잘생긴 얼굴에 옷까지 멋지게 입으니 그야말로 훈남이 따로 없었다.“어때요?”이태호는 아직 어색하기만 했다.신수민은 그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잘 어울려요. 몇 벌 더 살까 봐요.”“그래요, 자기 말 대로 할게요.”“칫, 방금 제 말을 듣지도 않고 싸웠잖아요! 이영호의 성격이라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요! 다음번에 만나면 제대로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요.”“제가 사과해야 해요? 내 아내를 넘보고 딸까지 들먹였는데 제가 왜 사과해요? 때려죽이지 않은 게 다행이죠!”이태호는 불쾌했지만 어두운 표정의 신수민을 보고 얼른 미소를 지었다.“알겠어요. 다음엔 끝까지 참을게요.”세 가족은 쇼핑몰을 나섰다.“오늘 돈 많이 썼네요. 이제 1억 2천 정도 남았겠네요.”이태호의 말에 신수민이 으쓱거렸다.“왜요? 돈 쓰고 나니까 마음이 아파요?”이태호가 웃으며 대꾸했다.“전혀. 그냥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살면서 이렇게 큰돈을 처음 써본 거라.”미친 어르신한테서 받은 카드에 든 돈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비록 어마어마한 액수는 아니지만 결코 적지는 않았다.“이제 집에 가죠. 부모님이 선물을 받으면 무척 좋아하실 것 같아요.”“벌써 집에 가려고요? 이제 차 사러 가죠? 현금을 들고 다녀봤자 짐밖에 안 되니까 얼른 써버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차가 있으면 앞으로 다니기도 편리할 것 아니에요.”“와, 엄마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어요. 아빠는 돈을 많이 벌었어요. 예이!”신은재가 폴짝폴짝 뛰었다.“그래요. 그럼 차 사러 가요. 앞으로 은재를 유치원에 데려다줄 수 있겠네요.”신수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이태호는 어떤 차를 살지 고민이 되었다. 돈도 많으니 적어도 아우디는 사야 한다고 생각했다.“돈 좀 있다고 허풍 떨지 말아요. 부모님께서 피땀 흘리며 번 돈을 이렇게 흥청망청 쓰면 어떡해요? 친척들한테도 돌려줘야 할 돈이 있다면서요? 지난번에 태호 씨 부모님께서 말씀하시는 걸 들었어요.”신수민은 화가 났다.“돈이 있다고 마음대로 쓰면 안 돼요! 은재랑 나, 그리고 부모님한테 사는 건 그렇다 쳐도 빚도 있는 마당에 비싼 차를 왜 사는 거예요?”그녀는 진짜로 화를 냈다.그러나 어차피 그녀가 그의 말을 믿지 않으니 말할 필요도 없었다. 돈 많은 티를 아직 내지 않는 게 좋았다. 이번 기회에 친척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제대로 시험해보고 싶었다. 돈 많은 티를 냈다가 모두 그를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고 할지도 모른다.“알겠어요. 더 이상 허풍 치지 않을게요. 자기 말에 따를게요.”신수민이 그제야 발길을 멈췄다.“그냥 싸구려 차를 사요. 탈 수 있는 차면 되죠.”“맞아요. 탈 수 있으면 되는 거죠.”이태호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신수민이 현모양처인 건 확실했다. 정희주였다면 분명 비싼 차를 사려고 떼라도 부렸을 것이다.“일단 친척들한테 진 빚을 다 돌려주고 은재 유치원부터 알아봐요. 지금 유치원 학비도 만만치 않은데, 아낄 수 있으면 아껴야죠.”신수민이 쓴웃음을 지었다.세 사람은 차를 산 후 바로 집으로 향했다.“근데 제가 원주 호텔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집으로 향하던 중 이태호가 신수민을 보며 물었다.“집으로 찾아갔었는데 없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원주 호텔에서 하현우랑 정희주가 결혼한다는 사실이 떠올랐어요. 행여 소란을 피우러 간 게 아닐까 하고 찾아간 거죠. 거기서 진짜 소란을 피우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신수민은 이태호를 흘겨봤다.“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좀 자제해요. 전 그냥 가족이랑 조용하게 살고 싶어요.”“걱정하지 말아요. 앞으로 다 보상해줄 거니까.”이때, 이태호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오늘 부모님 만나러 가는 거네요.”
“여보, 큰일 났어, 큰일!”마당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이태식이 아내의 소리에 깜짝 놀랐다.“무슨 일이야?”연초월의 당황한 표정에 이태식은 불안한 느낌이 엄습했다.연초월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방금 시장에서 장 보고 있었는데 몇몇 사람들이 오늘 정희주와 하현우 결혼식에서 누군가가 소란을 피웠다고 그랬어. 그리고 태수라는 사람이 몇백 명을 이끌고 결혼식장으로 향했대!”“그러니까 우리 아들이 결혼식에서 소란을 피웠다고?”이태식은 아들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하씨 집안한테 밉보이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연초월이 다급하게 말했다.“태호가 아침부터 나갔어! 방금 급하게 찾아온 여자도 태호가 집에 없다는 말을 듣고 급하게 어디론가 갔잖아! 그럼 태호인 게 분명한데, 어떡해?”“그 사람들이 뭐라고 했어? 벌써 오후가 됐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거면 무슨 일이 생긴 걸지도 몰라!”두 사람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우리 아들 어떡해! 진짜 다친 건 아니겠지? 또다시 감옥에 들어가면 그냥 죽어버릴 래!”연초월의 불안함이 극도에 달했다.이때, 자그마한 차량이 집 앞에 멈춰섰다.“누구야?”이태식과 연초월은 어안이 벙벙했다. 곧이어 새 차에서 이태호와 신수민이 모습을 드러냈다.“태호야! 이, 이게 뭐야?”연초월은 이태호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이건 어디서 난 차야?”“제가 산 거예요.”“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 차를 사?”연초월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게다가 그가 입은 새 옷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원래 좋은 차로 사려고 했는데 수민 씨가 허락하지 않아서 작은 차로 샀어요.”이태호는 옆에 있는 여자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런 아내가 있는 건 행운이었다.“수민 씨?”이태식은 신수민을 자세히 보다가 뭔가를 깨달은 듯했다.“이분이 널 찾으러 왔던 분이잖아! 치마로 갈아입어서 알아보지 못 할 뻔했네.”“엄마, 아빠, 정식으로 소개할게요. 여긴 제 아내이며, 이 아이는 제 딸이에요.”이태
두 사람은 신수민이 입은 치마를 보고 흠칫 놀랐다. 설마 아들이 돈 많은 여자를 만나고 있는 것인가?“이 사람이 매달 두 분한테 돈을 드렸던 거예요.”이태호가 말했다.“수민이라고 했나? 앉아, 편하게 앉아.”이태식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 연초월은 아들을 끌고 구석으로 향했다. 이태식도 뒤를 따랐다.“이게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아가씨가 예쁘게 생겼지만 너무 갑작스럽잖아! 한번 갔다가 온 분이셔? 우리는 돈도 없는데 괜찮은 거야?”연초월은 걱정이 앞섰다.이태호는 두 사람한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래? 그러니까 이 아가씨가 신씨 집안의 딸이란 말이야?”이태식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당시 신씨 집안에 있었던 일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신씨 집안의 딸과 잤다는 남자가 이태호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몇 년 동안 우리한테 돈을 준 거였어? 대가문의 아가씨가 모든 걸 버리고 네 아이를 낳았으니까 네가 상상도 못 할 고생을 했을 거야. 그러니까 태호 네가 잘해줘야 해! 알겠지?”이태식이 말을 이어갔다.“그래, 이런 여자는 드물어. 너를 몇 년 동안이나 기다렸다는 건 적어도 그 희주보다 천 배 만 배는 나아! 우리를 싫어하지만 않았으면 좋을 텐데.”이태호가 웃으며 답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우리는 더 이상 가난하지 않으니까.”이윽고 그는 차 트렁크를 열고 쇼핑백을 꺼냈다.“이건 모두 엄마, 아빠를 위해 산 옷들이에요.”“너 왜 이렇게 옷을 많이 샀어? 아내랑 아이한테 사줘야지!”연초월은 아들을 야단치기 바빴다.“다 사줬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이태호는 은재를 보며 말했다.“은재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인사드려.”은재는 아직 낯선 듯 낮은 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아이고, 우리 손녀 귀엽네!”아들이 장가가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던 연초월은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이태식도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눈물을 보였다.이태호는 신수민을 보며 말했다.“엄마, 아빠한테
“그래, 앞으로 한 가족이지.”연초월은 감동에 북받쳤다.“오늘 며느리랑 손녀가 오는 줄도 모르고 아무것도 준비 안 했어. 지금 가서 맛있는 거 사올게.”이태식도 기쁘긴 마찬가지였다. 신수민은 예쁜 데다가 대가문의 자녀이니 더할 나위가 없었다.“괜찮아요, 엄마. 조금 있다가 이사할 거니까 저녁은 외식하죠.”연초월은 아들의 말에 동의했다.“그래, 외식하는 게 낫겠어.”그러나 그녀는 대답하고 나서야 아들의 말을 알아들었다.“뭐? 이사한다고? 어디로 이사하는데?”이태호는 어디선가 커다란 봉지를 꺼내 부모님한테 보여줬다.“이게 다 어디서 난 돈이야?”연초월은 돈뭉치를 보고 깜짝 놀랐다.“오늘 하현우랑 정희주 결혼식에서 소란을 부린 게 너 맞아?”이태식이 물었다.“네, 맞아요.”“진짜? 어디 다친 데 없어?”“엄마, 아빠, 우리가 희주한테 줬던 결혼 예물과 집값을 모두 되돌려 받았어요. 총 2억 6천만 원을 모두 돌려받았어요.”“말도 안 돼. 예전에 네 아빠가 찾으러 갔다가 돈은커녕 도리어 맞고 돌아왔어. 그 집 사람들은 돈을 내놓을 사람들이 아니야!”이에 신수민이 설명했다.“그건 모두 태호 씨 덕분이에요. 태호 씨가 의술로 용씨 집안 어르신의 목숨을 구했거든요. 용씨 어르신이 태호 씨를 대신해 나선 덕분에 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었어요.”사건의 자초지종을 들은 노부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여기 1억은 엄마, 아빠가 쓰세요. 그동안 너무 수고가 많았어요.”“아니야, 우리가 이 돈을 어떻게 받아?”연초월은 돈을 도로 돌려줬다.“은재도 이제 유치원 다닐 나이 아니냐? 너희들이 돈이 더 필요하지.”이때, 신수민이 입을 열었다.“몇 년 동안 고생 많으셨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뒤에서 모욕하고 그랬잖아요. 그러니까 받아주세요. 이건 태호 씨가 효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이태호가 신수민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나중에 아내랑 멋진 결혼식을 올릴 거예요!”“헛소리하지 마요!”신수민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한
이태호의 놀라운 일격은 고준서의 내공을 절단했고 신혼을 잘라버렸으며 수명을 단축했고 육신이 다치게 하였다.고준서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준서가 졌다니!고준서는 저항할 힘이 전혀 없었다.이런 놀라운 장면에 옆에서 연무대를 지키는 몇몇 장로들은 어안이 벙벙해졌고 한순간에 할 말을 잃었다.충격에서 정신을 차린 후 한 장로는 귀청이 떨어지는 듯한 큰 소리로 선포하였다.“이번 겨루기 대회의 우승자는 이태호임을 발표한다!”쩌렁쩌렁한 목소리는 지극히 조용한 광장에 울려 퍼졌다. 잠시 후에 현장의 정적이 깨졌고 연무대 부근의 제자들은 떠들썩해졌으며 여기저기서 경탄을 금치 못했다.“헐! 내 눈이 잘못된 거 아니지?!”“고준서 사형이 졌다고?”“어머나, 고 사형은 서열 1위인 진전 제자이고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 경지에다 상고시대 대능력자가 환생한 신체를 가진 천교인데, 이태호 사형에게 졌다고?!”“정말 무섭다! 태호 사형의 실력이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준서 사형마저 그의 상대가 아니다니!”“이 사형의 실력은 이미 동일한 경지에서 무적으로 됐단 말인가?”“...”모든 제자가 경악함을 금치 못했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이번 대결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대결 전에 누구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 이태호가 압도적인 실력으로 고준서를 제치고 1위를 했으니까.그러나 종문의 서열 1위인 천교로 불리고 상고시대 대능력자의 환생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던 고준서가 아무런 조짐도 없이 패배했다.이런 큰 반전에 동문 제자로서 어떻게 강렬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관람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한용운은 고준서가 거꾸로 날아서 거세게 바닥에 내동댕이친 것을 보자 엉덩이에 불을 붙인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그는 쓰러진 후 의식을 잃고 내공의 경지가 빠르게 떨어진 고준서를 보면서 멍해졌다.한용운은 입을 벌리고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한참 지나서
이는 연태건을 비롯한 제1봉에서 제5봉까지의 봉주들이 모두 고준서를 지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준서는 상고시대 대능력자의 환생이고 전생은 성왕급 수사였다. 비록 환생한 후 다시 수련을 시작했지만 전생의 경험이 있어서 빠르게 천지의 힘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이태호는 2급 성왕 경지로 돌파해야 천지의 힘의 사용 방법을 장악할 수 있다고 연태건 등은 이렇게 생각했다.그래서 연태건 등은 흔들림 없이 굳건히 고준서를 지지하게 되었다.그러나 지금 보니 이태호는 성자 경지로 돌파한 지 며칠 만에 천지의 힘을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혼돈 검영은 강한 위력을 갖고 있어서 2급 성자급 수사라도 맞으면 죽지 않아도 다칠 것이다.아마 3급 성자급 수사일지라도 이 검영에 맞으면 중상을 입게 될 것이다.그러니 연태건 등이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사람들이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이태호가 날린 혼돈 검영은 빠르게 허공을 가르면서 번갯불처럼 시신창과 부딪혔다.그러나 예상했던 폭발음이 나지 않았다.시신창은 혼돈의 검영과 부딪힌 후 두부처럼 싹둑 잘렸다.영보가 파괴된 것을 본 고준서의 동공이 심하게 수축되었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 드디어 당황한 기색이 드러났다.“말도 안 돼!”고준서는 깜짝 놀라서 엉겁결에 소리를 질렀다.그의 영보는 상급 영보인데 어찌 이렇게 손쉽게 잘릴 수 있는가?그러나 그가 더 많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혼돈 검영은 빠르게 공간을 가르면서 그를 향해 날아왔다.자기와 점점 가까워진 혼돈의 검영을 보자 고준서는 정신이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다급히 손을 들어 여러 개 영보를 꺼내서 자신의 주변을 방어하였다.7~8개의 중급 영보는 고준서의 주위를 맴돌면서 끊임없이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였다.그중에서 청색 자(尺)가 발산한 빛은 하늘가까지 비췄고 주변의 모든 것을 진압하였다. 산천을 그린 두루마기 영보는 천천히 필치면서 검은 바람을 휘몰아쳤다.금색 부채 영보는 금빛 불꽃을 일으킬 수 있고 뜨거운 불꽃은 허
이태호가 낮은 소리를 지르자 눈앞에 떠 있는 작은 검이 빠르게 날아갔다.원래 손가락만 한 작은 검이 날아가면서 점점 커졌다.처음에는 손가락만 한 크기에서 물통처럼 커졌고 마지막에 연자방아만큼 커졌다.길이도 원래 2촌이었는데 2장, 20장, 200장으로 길어졌다.검빛은 현황색의 광택을 발산하였는데 마치 천지개벽하려는 듯한 맹렬한 공포의 기운을 지니고 거침없이 고준서의 시신창을 향해 날아갔다.현황색의 작은 검이 지나가는 곳마다 공간이 모두 찢어지고 갈라졌으며 연무대 전체를 삼켜 먹을 것 같은 무서운 공간의 틈새를 형성하였다.이 검에 세상 만물을 한순간에 파멸시킬 것 같은 팽배한 천지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검을 본 순간 멍해졌다.검에서 뿜어 나온 기운이 너무 강렬해서 생사 위기에 처해 있는 느낌이 들게 하였다.그들은 소스라쳐 놀라서 다급히 보호캡을 만들고 자신을 보호하였다.“저... 저게 뭐지?”“대체 어떤 신통 무기(武技)이길래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지?”“어머나! 이것이 바로 이태호 사형의 진정한 실력인가? 너무 대단해!”“...”관람석에 앉아 있는 한용운은 이태호가 방출한 작은 검을 본 순간 벌떡 의자에서 일어섰다.한용운의 안색이 확 변했고 눈이 휘둥그레졌으며 입을 딱 벌리고 연무대를 멍하니 쳐다보았다.잠시 후 정신을 차린 한용운은 여전히 놀라운 표정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이건 무슨 신통이길래 이렇게 강렬한 천지의 힘을 발산할 수 있지?”그 혼돈 검영(劍影)에서 발산한 기운은 진전 제자인 한용운마저 두려움에 떨게 하였다. 한용운은 마치 지옥을 마주한 공포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는 온몸이 오싹하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강렬한 위기감을 느꼈다.한용운은 자신이 이렇게 강렬한 신통의 공격을 받는다면 반항할 힘도 없이 바로 혼돈 검영에 맞아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혼돈 검영이 날아갈 때 점점 커진 것을 보면서 그는 이후에 절대로 이태호와 원수지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같은 시각에.멀
현재 폭발 중심에 있는 이태호는 머리 위에 현황종을 띄우고 오른손에 이화 현황봉을 들고 있었다. 현황봉에서 수많은 현황의 기운을 내뿜었고 공간을 가르고 만물을 파멸시키는 기세를 발산하였다.그의 왼손에 들고 있는 적소검은 적색 화염을 뿜어냈고 검의는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면서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허공에 서 있으니 검은 머리카락은 바람 없이 휘날렸고 옷자락은 펄럭이었다. 그는 확고한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을 바라보았고 안색이 약간 어두워졌다.방금 그가 날린 일격에 일반 1급 성자급 수사라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그가 들고 있는 이화 현화봉은 최상급 영보이고 온 태일종 내에서도 성왕 경지인 선우정혁만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고준서가 이 최상급 영보의 공격을 막아냈으니 이태호가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이와 동시에 허공에 서 있는 고준서는 성스러운 빛을 내뿜었고 주변 수 장 내에 있는 허공은 압박을 받아서 삐걱거리면서 수많은 균열을 형성했다.“자네는 아주 강해. 다만 이것뿐이라면 날 이길 수 없네!”고준서는 시신창을 꽉 잡고 천천히 고개를 들고 이태호를 바라보면서 담담하게 웃었다.“나에게 굴복하면 목숨을 살려 줄게. 그렇지 않으면 오늘은 자네의 제삿날이 될 거야!”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소리는 격렬한 음폭으로 변했고 눈 깜짝 할 사이에 백여 장의 공간을 스쳐 지났고 이태호를 향해 날아갔다.이에 이태호는 가볍게 손을 흔들자 머리 위에 있는 현황종이 쾅쾅 울리면서 커다란 종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종소리가 순식간에 습격해 온 음폭을 멈추게 하였다.그러고 나서 이태호는 차분한 표정으로 고준서에게 말했다.“고 사형이 저에게 항복하면 목숨을 살려 줄게요.”이 말을 들은 고준서는 화내는 대신 웃으면서 콧방귀를 뀌었다.“그럼 갈 데까지 가보자!”말을 마친 고준서는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 경지인 기운을 순식간에 내뿜었고 공포스러운 기운이 주변의 허공을 뒤흔들었다. 수많은 천지의 기운이 공간의 틈새에서 흘러 나오면서 고준서를 감쌌다.
순식간에 손바닥만 한 이화 현황봉이 점점 커지면서 무수한 성스러운 빛을 하늘가에 내뿜었다.지름이 수 장(丈)이나 되는 빛기둥이 허공을 꿰뚫었고 스쳐 지나간 만물을 파멸하였으며 눈 깜짝할 사이에 고준서로부터 십 장도 안 되는 거리까지 이르렀다.허공에서 시신창을 들고 있는 고준서는 이를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시신창을 앞에 두고 이태호의 공격을 막았다.“흥! 주네 넘은 놈!”고준서가 대갈일성하면서 주변에 불시에 수많은 도운과 영광이 나타났고 팽배한 천지의 영기가 그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의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급의 내공이 모두 폭발되었고 시신창도 빛을 내뿜으면서 앞에 있는 허공을 향해 날아갔다.순간, 그의 모든 모공에서 수많은 성스러운 빛을 폭발적으로 내뿜었다. 마치 상고시대에서 걸어 나온 신성한 생명체처럼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쏴아아!”창살이 허공을 가르고 주변의 모든 것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지극히 공포스러운 힘이 순식간에 연무대 상공에 있는 진법으로 하여금 무너질 것처럼 흔들거렸다.한편, 빠르게 날아오는 거대한 빛기둥은 공간을 박살내는 기세로 스쳐 지나간 수많은 균열을 깨뜨렸고 매섭게 시신창에 부딪혔다.순식간에 태양처럼 눈부신 점이 문득 하늘에 나타났다. 이 점이 점점 커졌고 발산한 기운은 사방 수 리의 지역을 뒤덮었다.지금 이 시각.연무대 부근에서 구경하고 있는 제자들은 모두 강렬한 공포감을 느꼈고 마치 웅장한 산에 짓누르는 듯 숨이 막혔다.이어서 하얀 빛이 스쳐 지나간 후 귀청을 찢을 듯한 폭발음이 광장에서 울렸다.“펑!"어마어마한 충격파는 공기를 끊임없이 압축하고 충격을 줘서 순식간에 수많은 음폭을 터뜨렸다.이 맹렬한 충격파는 마치 불붙은 화약통처럼 연무대 위의 진법을 순식간에 붕괴시켰고 진법은 영광의 파편으로 부서져서 허공으로 사라졌다.충격파의 남은 기세는 꺾이지 않고 사면팔방으로 퍼져 나갔다. 순식간에 제때 반응하지 못한 제자들은 충격파의 여파로 인해 날아갔고 피를 토하면서 바닥에
고준서는 이태호를 굴복시키려고 하였다. 그가 중주로 떠날 때 유능한 부하가 몇 명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까 싸울 때 그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그러나 고준서의 말을 들은 이태호는 손에 적소검을 들고 현황종을 머리 위로 띄우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각설하고 실력으로 결판을 내립시다!”말을 마친 이태호의 몸에서 갑자기 강렬한 검의를 내뿜었다.이 검의는 하늘로 치솟아 오르면서 구름까지 꿰뚫었다. 순식간에 태일종의 모든 제자가 들고 있던 장검은 맑은 소리를 내면서 통제를 잃고 빠르게 칼집에서 벗어나서 하늘로 날아갔고 허공에서 빙빙 에워싸면서 날아다녔다.이태호는 검의를 발동시킨 후 주저 없이 적소검을 들고 검의를 담은 검빛을 응결해서 고준서를 향해 날렸다.이태호가 자신의 호의를 거절하고 오히려 반격하는 것을 보자 고준서의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흥! 보잘것없는 재주로 감히 건방을 떨어?!”다음 순간, 고준서는 들고 있는 시신창을 앞으로 내리찍자 하늘에서 불시에 눈부신 빛을 발산하면서 현황색의 창살이 교룡처럼 날아갔다. 창살이 스쳐 지나가는 공간마다 붕괴하였고 만물이 산산조각으로 깨졌다.펑.창살이 매섭게 날아오는 검빛과 부딪치면서 하늘까지 치솟은 눈부신 빛을 내뿜었는데 마치 빛기둥처럼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 같은 기세였다.격렬한 폭발음을 내면서 시신창의 창살은 기세가 꺾이지 않았고 공간을 깨뜨리고 지극히 빠른 속도로 이태호를 향해 날아갔다.이를 본 이태호는 굳은 표정으로 다급히 머리 위에 있는 현황종을 발동하였다.현황종이 불시에 커졌고 수많은 현황의 기운이 떨어지면서 그의 주변에 황금빛 보호캡을 형성하였다.“콰앙!”황금빛 보호캡이 형성된 순간, 창살과 거세게 부딪쳤다. 이태호는 한순간에 큰 산에 부딪친 것처럼 천만 근의 압력을 느꼈다.공포스러운 창살의 충격을 받은 황금빛 보호캡에 우지직 하는 소리가 나더니 여러 갈래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제길!’그는 속으로 욕하였다. 현재 상황이 긴급한 것을 알고 그는 곧
“체면은 사형이나 차리시죠!”:고준서가 발산한 기고만장한 위압에 이태호는 침착하게 냉소를 지었다.말을 마치고 나서 이태호의 체내에 있는 혈자리들은 순식간에 별처럼 반짝이었고 단전 내의 수많은 천지의 영기가 불시에 들끓기 시작하면서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다음 순간, 그의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의 기운이 폭발하면서 하늘로 치솟아 올라갔고 연무대 상공의 진법을 뒤흔들어서 진법은 파도처럼 출렁거렸다.두 성자급 수사의 기운이 서로 부딪치자, 연무대에서 공기가 격렬하게 부딪치는 굉음이 폭발하였다.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발음이 나면서 주변의 공간이 찢어지고 갈라졌다.대전이 일촉즉발하자 고준서는 허공에서 두 손으로 주먹 형태의 허영을 만들고 이태호를 향해 내던졌다.현황의 기운으로 겹겹이 쌓인 주먹이 스쳐 지나간 공간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졌고 범상치 않은 기세로 날아갔다.이를 본 이태호는 망설임도 없이 육신에서 들끓은 기혈이 봉화처럼 타올랐고 대일쌍권을 시전하여 태양처럼 눈부신 주먹을 고준서 쪽으로 던졌다.“펑펑펑...”삽시간에 연무대에서 격렬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수많은 청색 돌판은 눈 깜짝할 사이에 가루로 부서졌고 공간은 전투의 여파에 의해 무너졌다.그 공포스러운 충격파로 인해 연무대 상공의 방어진법은 휘청거렸고 수시로 붕괴할 것 같았다.지금 연무대 위에서 두 사람의 잔영은 번개처럼 하늘을 가로지르고 위치를 빠르게 바꾸면서 그림자조차 자세히 볼 수 없었다.두 사람이 연달아 백여 수를 주고받은 후 연무대의 중앙에 지름이 10장, 깊이가 2장에 달하는 구덩이를 만들어내서야 허공에 있는 두 잔영은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이태호는 뒤로 7~8보를 후퇴한 후 몸을 멈추었고, 맞은 켠에 있는 고준서도 6~7보를 미끄러진 후 발걸음을 멈추었다.이번 탐색전을 통해 이태호는 고준서의 실력이 자신보다 조금 강하다는 것을 대충 알아냈다. 고준서는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 경지의 실력이지만 전투력이 강해서 아마 3급 성자 경지에 이른 것 같았다.이태호도 3급 성자
고준서의 실력도 약하지 않고 심지어 이태호보다 더 강하였다.한용운은 이태호의 승승장구한 기세가 이제 곧 꺾어질 것으로 생각했다.같은 시각에 고공에서.제2봉 봉주 임중안, 제5봉 봉주 연태건 등은 연무대에 있는 고준서와 이태호를 보고그동안 마음에 맺혔던 원한이 싹 사라졌다.방금 맹동석 등이 자신들을 조롱하고 비꼬는 말들은 아직 연태건 등의 귓가에 사라지지 않고 들리는 듯했다.그래서 연태건과 임중안 등은 고개를 들고 옆에 있는 맹동석 등을 바라보면서 냉소를 지었다.“이번에도 이태호가 연무대에서 서서 내려올 수 있는지 보자.”9대 봉주 중에서 제1봉부터 제5봉의 봉주가 명확하게 고준서를 지지하는 것은 비밀이 아니었다.다만 이태호와 기성우가 대결할 때 9대 봉주들이 내기를 걸었는데 이 다섯 봉주가 맹동석 등에게 져서 연태건 등이 앙심을 품게 된 것이다.그래서 그들은 이태호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아니나 다를까.맹동석 등이 연태건의 말을 듣자 안색이 확 변했고 분노가 찬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윤하영은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열다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꾹 눌렀다.솔직히 말해서 그녀도 이태호가 고준서를 이긴다는 것은 매우 막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이태호가 너무 처참하게 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어차피 그들이 전에 이태호를 지지한 것도 이태호가 미래 종주의 자리로 올라가기를 바랄 뿐이었다.이태호가 1위로 되어 중주로 가는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윤하영 등이 근심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연무대에 오른 이태호는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고준서가 빠르게 연무대에 올랐다.“좋아, 배짱은 있네.”고준서는 아랫사람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이태호를 훑어보았고 후배를 가르치는 선배처럼 지시를 내리고 오만하고 건방진 말투로 말하였다.“아쉽지만 오늘 나를 만나서 1위는 바라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지금 패배를 인정하면 체면이라도 지켜줄게!”패배를 인정하라고?이태호는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패배를 인정한 적이 없었다.이제
이태호는 말하고 나서 허공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주변에 있는 천지의 영기는 불시에 몰려와서 계단을 형성하였다. 이태호가 허공에서 이 계단을 밟고 연무대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어갔다. 이윽고 그는 연무대에 올라갔고 고준서의 시선과 마주쳤다.두 사람이 모두 연무대에 올라간 것을 보자 공중에 있는 9대 장로는 일제히 손을 들고 영광이 번쩍이면서 진법을 다시 강화하였다.이태호이든 고준서이든 모두 성자급 수사로서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연무대 위의 진법은 오직 9급 성황급 수사들이 싸울 때 발생한 여파를 막아낼 수만 있었다. 진법을 강화하지 않으면 두 성자급 수사가 싸울 때 생긴 여파는 진법을 파괴할 수 있고 근처에서 구경하고 있는 관객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다.9대 봉주들이 연무대의 진법을 한바탕 강화한 후 주변에 있는 제자들은 낮은 소리로 쑥덕거리기 시작했다.“두 사형이 드디어 마주쳤어!”“한 명은 급부상한 천교이고 한 명은 상고시대 대능력자의 환생인 천교인데 누가 마지막에 이길 것 같지?”“내가 보기엔 이태호 사형이 힘들 것 같아. 물론 실력이 강해서 기성우도 그의 상대가 아니지만 고준서의 실력은 기성우와는 전혀 비교조차 할 수 없지. 그리고 상고시대에 있었던 성왕급 수사의 환생이니까 여러 가지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을 거야.”“나도 고 사형이 이길 것 같아. 아무래도 종문의 서열 1위인 진전 제자니까. 이 사형도 천부가 뛰어나지만 너무 늦게 입문했어. 몇 년이라도 일찍 입문했다면 두 사람의 실력이 막상막하로 됐을 거야.”“어려울 거야! 고준서는 성왕급 대능력자의 환생이고 현생에서 처음부터 다시 수련했지만 비장의 무기 같은 것이 없겠어?”“고 사형도 현황 신체(神體)를 가지고 있어. 그것도 신체 랭킹에서 상위 10위 이내에 드는 신체란다. 자질은 이태호 사형 못지않아.”“...”동문 제자들이 나지막한 소리로 논의하고 있었고 대부분은 여전히 고준서가 이길 것으로 생각했다.이태호는 확실히 출중한 천부적 자질을 갖고 있었다. 그는 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