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알겠습니다.”인턴 직원은 목소리마저 떨렸다. 이태호가 이씨 가문의 도련님을 때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곧 신수민은 여러 벌을 입어봤고 모두 그녀와 잘 어울렸다.“여태껏 입은 거 모두 포장해줘요. 얼마예요?”이태호가 인턴을 보며 물었다.“다, 다요?”인턴은 흠칫 놀랐다. 여태까지 입어본 7, 8벌의 옷을 모두 합하면 족히 6천만 원은 되기 때문이다.“네, 다 줘요.”이태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신수민은 이태호의 진심이 고마웠지만 이렇게 비싼 옷을 받기 너무 부담스러웠다.“괜찮아요.”“손님, 세일 가격으로 총 5천 9백만 원입니다.”인턴이 말했다.“다 포장해줘요.”이태호는 커다란 봉지를 끌고 계산하러 갔다.“뭐야? 다 산다는 거야?”멀찍이 서 있던 여성 직원이 두 눈을 껌뻑였다. 그녀는 남루한 옷차림의 이태호가 6천만 원에 달하는 소비를 할 거라 생각지도 않았다. 이태호는 원래 그녀의 손님이었다. 방금 그가 소비한 금액이라면 이번 성과금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하루에 몇십 만원의 옷을 팔아도 수입이 넉넉했다. 한 벌에 몇백 만원에 달하는 옷은 한 달에 한 벌도 안 팔릴 때가 많았다.“저 사람한테 진짜 돈이 있는 거야?”다른 직원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이렇듯 거금을 쓰는 고객을 처음 맞이하는 인턴은 긴장하기 시작했다.“어떻게 결제하시겠어요?”“현금이요!”이태호는 봉지를 펼치고 안에서 현금을 꺼냈다.“5천 9백만 원이라고 했죠? 여기 6천만 원이요. 나머지는 팁으로 줄게요. 고맙습니다.”“잠시만요, 손님! 너무 많습니다.”인턴은 예상을 벗어난 팁에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괜찮으니까 그냥 받아요.”이태호는 옷을 챙기고 신수민과 신은재한테로 향했다.“야, 너 오늘 운 좋다? 이렇게 많은 팁은 나도 받아본 적이 없어!”“게다가 성과금까지, 진짜 대박이야!”“이제 이 매장 정직원이 되는 건 시간 문제겠네? 오늘 우리한테 한 턱 쏴!”다른 직원들은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좋아요. 저
은재한테 옷 여러 벌을 사준 후 이태호는 부모님한테 드릴 옷도 샀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자기 옷을 사러 갔다.“이거 괜찮네요. 한번 입어봐요.”신수민은 이태호의 몸매를 살피며 말했다.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옷을 챙긴 후 피팅룸으로 향했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그를 보고 신수민은 잠시 넋을 잃었다. 잘생긴 얼굴에 옷까지 멋지게 입으니 그야말로 훈남이 따로 없었다.“어때요?”이태호는 아직 어색하기만 했다.신수민은 그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잘 어울려요. 몇 벌 더 살까 봐요.”“그래요, 자기 말 대로 할게요.”“칫, 방금 제 말을 듣지도 않고 싸웠잖아요! 이영호의 성격이라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요! 다음번에 만나면 제대로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요.”“제가 사과해야 해요? 내 아내를 넘보고 딸까지 들먹였는데 제가 왜 사과해요? 때려죽이지 않은 게 다행이죠!”이태호는 불쾌했지만 어두운 표정의 신수민을 보고 얼른 미소를 지었다.“알겠어요. 다음엔 끝까지 참을게요.”세 가족은 쇼핑몰을 나섰다.“오늘 돈 많이 썼네요. 이제 1억 2천 정도 남았겠네요.”이태호의 말에 신수민이 으쓱거렸다.“왜요? 돈 쓰고 나니까 마음이 아파요?”이태호가 웃으며 대꾸했다.“전혀. 그냥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살면서 이렇게 큰돈을 처음 써본 거라.”미친 어르신한테서 받은 카드에 든 돈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비록 어마어마한 액수는 아니지만 결코 적지는 않았다.“이제 집에 가죠. 부모님이 선물을 받으면 무척 좋아하실 것 같아요.”“벌써 집에 가려고요? 이제 차 사러 가죠? 현금을 들고 다녀봤자 짐밖에 안 되니까 얼른 써버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차가 있으면 앞으로 다니기도 편리할 것 아니에요.”“와, 엄마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어요. 아빠는 돈을 많이 벌었어요. 예이!”신은재가 폴짝폴짝 뛰었다.“그래요. 그럼 차 사러 가요. 앞으로 은재를 유치원에 데려다줄 수 있겠네요.”신수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이태호는 어떤 차를 살지 고민이 되었다. 돈도 많으니 적어도 아우디는 사야 한다고 생각했다.“돈 좀 있다고 허풍 떨지 말아요. 부모님께서 피땀 흘리며 번 돈을 이렇게 흥청망청 쓰면 어떡해요? 친척들한테도 돌려줘야 할 돈이 있다면서요? 지난번에 태호 씨 부모님께서 말씀하시는 걸 들었어요.”신수민은 화가 났다.“돈이 있다고 마음대로 쓰면 안 돼요! 은재랑 나, 그리고 부모님한테 사는 건 그렇다 쳐도 빚도 있는 마당에 비싼 차를 왜 사는 거예요?”그녀는 진짜로 화를 냈다.그러나 어차피 그녀가 그의 말을 믿지 않으니 말할 필요도 없었다. 돈 많은 티를 아직 내지 않는 게 좋았다. 이번 기회에 친척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제대로 시험해보고 싶었다. 돈 많은 티를 냈다가 모두 그를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고 할지도 모른다.“알겠어요. 더 이상 허풍 치지 않을게요. 자기 말에 따를게요.”신수민이 그제야 발길을 멈췄다.“그냥 싸구려 차를 사요. 탈 수 있는 차면 되죠.”“맞아요. 탈 수 있으면 되는 거죠.”이태호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신수민이 현모양처인 건 확실했다. 정희주였다면 분명 비싼 차를 사려고 떼라도 부렸을 것이다.“일단 친척들한테 진 빚을 다 돌려주고 은재 유치원부터 알아봐요. 지금 유치원 학비도 만만치 않은데, 아낄 수 있으면 아껴야죠.”신수민이 쓴웃음을 지었다.세 사람은 차를 산 후 바로 집으로 향했다.“근데 제가 원주 호텔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집으로 향하던 중 이태호가 신수민을 보며 물었다.“집으로 찾아갔었는데 없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원주 호텔에서 하현우랑 정희주가 결혼한다는 사실이 떠올랐어요. 행여 소란을 피우러 간 게 아닐까 하고 찾아간 거죠. 거기서 진짜 소란을 피우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신수민은 이태호를 흘겨봤다.“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좀 자제해요. 전 그냥 가족이랑 조용하게 살고 싶어요.”“걱정하지 말아요. 앞으로 다 보상해줄 거니까.”이때, 이태호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오늘 부모님 만나러 가는 거네요.”
“여보, 큰일 났어, 큰일!”마당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이태식이 아내의 소리에 깜짝 놀랐다.“무슨 일이야?”연초월의 당황한 표정에 이태식은 불안한 느낌이 엄습했다.연초월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방금 시장에서 장 보고 있었는데 몇몇 사람들이 오늘 정희주와 하현우 결혼식에서 누군가가 소란을 피웠다고 그랬어. 그리고 태수라는 사람이 몇백 명을 이끌고 결혼식장으로 향했대!”“그러니까 우리 아들이 결혼식에서 소란을 피웠다고?”이태식은 아들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하씨 집안한테 밉보이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연초월이 다급하게 말했다.“태호가 아침부터 나갔어! 방금 급하게 찾아온 여자도 태호가 집에 없다는 말을 듣고 급하게 어디론가 갔잖아! 그럼 태호인 게 분명한데, 어떡해?”“그 사람들이 뭐라고 했어? 벌써 오후가 됐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거면 무슨 일이 생긴 걸지도 몰라!”두 사람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우리 아들 어떡해! 진짜 다친 건 아니겠지? 또다시 감옥에 들어가면 그냥 죽어버릴 래!”연초월의 불안함이 극도에 달했다.이때, 자그마한 차량이 집 앞에 멈춰섰다.“누구야?”이태식과 연초월은 어안이 벙벙했다. 곧이어 새 차에서 이태호와 신수민이 모습을 드러냈다.“태호야! 이, 이게 뭐야?”연초월은 이태호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이건 어디서 난 차야?”“제가 산 거예요.”“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 차를 사?”연초월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게다가 그가 입은 새 옷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원래 좋은 차로 사려고 했는데 수민 씨가 허락하지 않아서 작은 차로 샀어요.”이태호는 옆에 있는 여자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런 아내가 있는 건 행운이었다.“수민 씨?”이태식은 신수민을 자세히 보다가 뭔가를 깨달은 듯했다.“이분이 널 찾으러 왔던 분이잖아! 치마로 갈아입어서 알아보지 못 할 뻔했네.”“엄마, 아빠, 정식으로 소개할게요. 여긴 제 아내이며, 이 아이는 제 딸이에요.”이태
두 사람은 신수민이 입은 치마를 보고 흠칫 놀랐다. 설마 아들이 돈 많은 여자를 만나고 있는 것인가?“이 사람이 매달 두 분한테 돈을 드렸던 거예요.”이태호가 말했다.“수민이라고 했나? 앉아, 편하게 앉아.”이태식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 연초월은 아들을 끌고 구석으로 향했다. 이태식도 뒤를 따랐다.“이게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아가씨가 예쁘게 생겼지만 너무 갑작스럽잖아! 한번 갔다가 온 분이셔? 우리는 돈도 없는데 괜찮은 거야?”연초월은 걱정이 앞섰다.이태호는 두 사람한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래? 그러니까 이 아가씨가 신씨 집안의 딸이란 말이야?”이태식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당시 신씨 집안에 있었던 일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신씨 집안의 딸과 잤다는 남자가 이태호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몇 년 동안 우리한테 돈을 준 거였어? 대가문의 아가씨가 모든 걸 버리고 네 아이를 낳았으니까 네가 상상도 못 할 고생을 했을 거야. 그러니까 태호 네가 잘해줘야 해! 알겠지?”이태식이 말을 이어갔다.“그래, 이런 여자는 드물어. 너를 몇 년 동안이나 기다렸다는 건 적어도 그 희주보다 천 배 만 배는 나아! 우리를 싫어하지만 않았으면 좋을 텐데.”이태호가 웃으며 답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우리는 더 이상 가난하지 않으니까.”이윽고 그는 차 트렁크를 열고 쇼핑백을 꺼냈다.“이건 모두 엄마, 아빠를 위해 산 옷들이에요.”“너 왜 이렇게 옷을 많이 샀어? 아내랑 아이한테 사줘야지!”연초월은 아들을 야단치기 바빴다.“다 사줬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이태호는 은재를 보며 말했다.“은재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인사드려.”은재는 아직 낯선 듯 낮은 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아이고, 우리 손녀 귀엽네!”아들이 장가가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던 연초월은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이태식도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눈물을 보였다.이태호는 신수민을 보며 말했다.“엄마, 아빠한테
“그래, 앞으로 한 가족이지.”연초월은 감동에 북받쳤다.“오늘 며느리랑 손녀가 오는 줄도 모르고 아무것도 준비 안 했어. 지금 가서 맛있는 거 사올게.”이태식도 기쁘긴 마찬가지였다. 신수민은 예쁜 데다가 대가문의 자녀이니 더할 나위가 없었다.“괜찮아요, 엄마. 조금 있다가 이사할 거니까 저녁은 외식하죠.”연초월은 아들의 말에 동의했다.“그래, 외식하는 게 낫겠어.”그러나 그녀는 대답하고 나서야 아들의 말을 알아들었다.“뭐? 이사한다고? 어디로 이사하는데?”이태호는 어디선가 커다란 봉지를 꺼내 부모님한테 보여줬다.“이게 다 어디서 난 돈이야?”연초월은 돈뭉치를 보고 깜짝 놀랐다.“오늘 하현우랑 정희주 결혼식에서 소란을 부린 게 너 맞아?”이태식이 물었다.“네, 맞아요.”“진짜? 어디 다친 데 없어?”“엄마, 아빠, 우리가 희주한테 줬던 결혼 예물과 집값을 모두 되돌려 받았어요. 총 2억 6천만 원을 모두 돌려받았어요.”“말도 안 돼. 예전에 네 아빠가 찾으러 갔다가 돈은커녕 도리어 맞고 돌아왔어. 그 집 사람들은 돈을 내놓을 사람들이 아니야!”이에 신수민이 설명했다.“그건 모두 태호 씨 덕분이에요. 태호 씨가 의술로 용씨 집안 어르신의 목숨을 구했거든요. 용씨 어르신이 태호 씨를 대신해 나선 덕분에 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었어요.”사건의 자초지종을 들은 노부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여기 1억은 엄마, 아빠가 쓰세요. 그동안 너무 수고가 많았어요.”“아니야, 우리가 이 돈을 어떻게 받아?”연초월은 돈을 도로 돌려줬다.“은재도 이제 유치원 다닐 나이 아니냐? 너희들이 돈이 더 필요하지.”이때, 신수민이 입을 열었다.“몇 년 동안 고생 많으셨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뒤에서 모욕하고 그랬잖아요. 그러니까 받아주세요. 이건 태호 씨가 효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이태호가 신수민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나중에 아내랑 멋진 결혼식을 올릴 거예요!”“헛소리하지 마요!”신수민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한
“그래, 그럼 절반만 받을게. 나머지는 너희들이 써.”연초월이 타협했다.“그래요. 그럼 이 돈으로 큰이모한테 진 빚을 모두 돌려줄게요.”이태호는 부모님을 보며 말했다.“날도 어두워지고 있으니까 이제 새집으로 가요.”“그냥 가게? 옷이라도 챙겨야지!”연초월이 다급히 방으로 들어갔다.이태식은 궁금함을 참지 못했다.“셋방이냐? 멀지 않다면 먼저 가, 우리는 나중에 가도 돼.”그는 아들이 낡은 집에 사는 자기들 때문에 셋방을 얻었다고 생각했다.“아빠, 이제 나도 돈 있으니까 저 자전거는 그냥 버려요. 이제 아끼며 살 필요 없으니까 앞으로 즐기며 살아요!”“하하, 그래, 즐기며 사는 거 좋지.”어엿한 어른이 된 아들을 보며 이태식이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노부부는 옷을 챙기고 차에 올라탔다.“수민아, 이건 우리 집에서 대대로 내려온 옥 팔찌야. 줄 게 없으니까 이거라도 받아. 비싼 건 아니지만 우리 마음이니까 받아줘.”연초월이 옥 팔찌를 건네며 말했다.신수민은 웃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고마워요, 어머님. 너무 보기 좋아요. 너무 마음에 들어요.”“그래, 네 마음에 들면 됐다.”이태호는 부모님한테 싹싹한 신수민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곧 차는 별장 구역에 멈춰 섰다.“태호야, 여기 맞아? 여기는 부자 동네 아니야?”차가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자 노부부는 걱정이 앞섰다.“여기 별장을 전세 내주는 사람도 있어?”이태식은 꿈꾸는 것만 같았다.이태호는 계속하여 산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경비가 앞길을 막았다.“안녕하세요. 차량 식별이 불가능한데 여기 사는 주민 맞으세요? 용안 별장 구역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습니다.”경비들은 싸구려 차를 보고 키득키득 웃었다.“여기 사는 사람 맞습니다. 방금 산 차라 아직 등록되어있지 않아요. 문 좀 열어주세요.”이태호가 예의 바르게 말했다.그러나 경비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확실해요? 친척 만나러 온 게 아니고 여기 산다고요?”
“하하, 우리가 얕보는 게 아니라 여기 사는 분들을 모두 알고 있거든요. 여기엔 이런 똥차를 타는 사람이 없어요.”“얼른 유턴하고 나가세요.”경비들이 이태호를 다그쳤다.“여기 사는 사람이라고 했어? 참 웃기는 사람이야.”뚱보 경비가 웃으며 말했다.“태호야, 잘못 온 거 같아. 얼른 돌아가자.”연초월이 눈앞에 있는 웅장한 별장들을 보며 말했다.“아니야, 우리 집이 여기 안에 있어.”이태호가 그녀를 안심시켰다.이때, 빼빼 마른 경비가 다가왔다.“그럼 열쇠 보여주세요. 열쇠가 있다면 믿을게요.”“그래요, 열쇠라도 있으면 보여줘요.”띠~이때, 페라리가 뒤에서 경적을 울리며 다가왔다. 그 뒤로 아우디도 따라오고 있었다.이태호는 열쇠를 꺼내 경비한테 보여줬다.“이거 봐요. 이제 믿을 수 있겠죠?”뚱보 경비는 눈앞의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진짜 있는 거야?”마른 경비도 적잖게 놀랐다.“뭐야? 안 가? 안 갈 거면 얼른 비켜!”이때, 화려하게 입은 여성이 페라리에서 내리며 소리쳤다. 그녀의 옆에는 노란색 머리의 여자가 불만 가득한 눈길로 앞을 보고 있었다.그 뒤에 있던 아우디에선 다름 아닌 하현우, 정희주와 김지영 등이 내렸다. 결혼식이 난장판으로 변한 후 하현우는 줄곧 기분이 나빴다. 하여 친구들과 바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서 연진욱의 사촌 언니를 만났었다. 그녀는 용안 별장의 주민이라 다 같이 별장 구경하러 여기 온 것이다.경비는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여기 주민 중에서 이런 똥차를 타는 사람은 없었어요. 그러니까 저희들이 함부로 들여보낼 수 없습니다.”뚱보 경비가 망설이다가 말했다.“그런데 열쇠가 있잖아요.”“뭐야? 이태호 너였어?”
명운택과 같은 천교는 동일한 경지의 상대를 가볍게 억압할 수 있는 기세를 가졌다.고작 4급 성자급 수사 따위가 아무리 대단해도 7급 성자급 수사의 상대로 될 수 없고 짓밟힐 수밖에 없었다.심무영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옆에 있는 심인경은 오히려 사색에 잠겼다.심인경은 불꽃처럼 강렬한 눈빛으로 이태호의 머리 위에 있는 이화 현황봉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7급 성자 경지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깨지지 않는 걸 보니 이 최상급 영보는 범상치 않은 것 같군.’같은 시각에 북해 만족의 구역 내에서 소주 백가민은 웃음을 머금고 전투 상황을 지켜보았다.북해의 만족은 중주 성지와 동황 세가 사이의 싸움에 개입한 적이 별로 없었다.그래서 그는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보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태호가 명운택의 공격을 막아낸 것을 보자 다소 의아해했다. 이 두 천교에 비해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는 수사들의 마음속에 엄청난 파도를 일으켰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헐, 죽지 않았다니.”“4급 성자급 수사가 7급 성자급 수사의 신통 공격을 막아냈어. 맙소사, 창란 세계의 역사상 없었던 일이지?”“오현까지 죽였으니 이태호는 확실히 보통 사람이 아니야.”“...”다들 놀라워하고 있었지만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두 이태호는 곧 죽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명운택과 오수혁의 협동 공격에 이태호가 전성민의 지지를 받았어도 마지막에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었다.왜냐하면 오수혁이 전성민의 앞을 막아서 전성민은 이태호를 거의 도와주지 못한 상황이었다.그리고 명운택은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다짐했기에 이태호가 최상급 영보를 갖고 있더라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최상급 영보는 모든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게 아니라 자기보다 내공이 훨씬 강한 천교와 맞서 싸운다면 언젠가 깨지게 될 것이었다.게다가 명운택과 같은 천교는 어찌 최상급 영보가 없을 수 있겠는가?명운택은 고개를 들고 이화 현황봉을 바라보자 그도 현황봉에서 발산한 빛이 방금보다 많이 어두워졌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냉소
“펑!”폭발 소리가 울리면서 세상을 파멸시키려는 듯한 충격파가 주변의 별하늘을 단번에 무너뜨렸다.맹렬하게 공격한 명운택을 보자 현장에 수사들은 무거운 망치에 맞은 것처럼 모두 아연실색했다.폭발 중심과 가까운 10리 내에 있는 내공의 경지가 낮은 수사들은 반응하기도 전에 바로 중상을 입고 쉴 새 없이 피를 토했다.조금 멀리 떨어진 수사들도 괴로움을 호소했고 온몸의 기운이 약해졌다.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충격파의 강타에 무너진 전장을 빠르게 벗어난 후, 많은 수사는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로 놀라워했고 떨리는 가슴을 안고 이태호를 바라보았다.바로 이때 작은 산만한 현황봉의 꼭대기에 태양처럼 눈부신 주먹의 빛이 나타났다.주먹의 빛은 파멸의 기운을 내뿜었고 공포스러운 힘을 지니고 천지를 전복하고 산을 붕괴시키는 듯한 기세로 별하늘을 휩쓸었다.현황봉을 조종하고 있는 이태호는 막강한 힘이 그의 몸을 세게 강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영보의 보호가 없고 혼돈신체가 대성을 이루지 못했다면 그는 벌써 중상을 입고 쓰러졌을 것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운택의 공격에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입가에 피를 흘렸다.그는 전례 없는 위기감을 느꼈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으며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것 같았다. 그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포효하자 체내에 있는 천지의 영기가 미친 듯이 머리 위에 있는 최상급 영보에 들어갔고 원래 주먹의 빛에 압제당했던 보호캡이 계속 버틸 수 있게 하였다.“펑, 펑, 펑...”몇 호흡 할 시간이 지나자, 공격을 연달아 받은 이태호는 숨을 크게 몰아쉬면서 흔들리고 있는 보호캡을 바라보았다.공격이 끝나자 머리 위에 있는 현황봉은 여전히 꿋꿋이 버텨 있어서 그는 드디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이화 현황봉은 명운택의 공격을 막았지만 그 위에 발산한 현황색 빛이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는 영보가 손상되었다는 뜻이었다.그러나 최상급 영보는 무엇보다도 단단하고 막강해서 가까스로 명운택의 공격들을 막아냈다.이태호는 입가에
명운택이 갑자기 강경하게 나선 모습에 전성민은 눈살을 찌푸렸고 안색이 어두워졌다.특히 오수혁이 도착한 후 그의 마음속에 압력이 차올랐다.이에 전성민은 지금 이태호를 위해 억지로 나선다면 곧 치열한 대전을 피할 수 없다는 예감이 들었다.그러나 나서지 않는다면 방금 이태호가 태일성지의 제자라고 적극 지지했던 자기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난처함에 빠지게 된다.안색이 어두워진 전성민과 달리, 옆에 있는 이태호는 표정이 하나 변하지 않았고 차분해 보였다.오수혁이 나타날 때 그는 다소 놀라웠지만 의아한 표정을 숨겼고 억지로 침착한 척하였다.그는 암암리에 체내에 있는 이화 현황봉과 성왕 호신부를 운행하고 있었다.이 두 보물을 사용하면 잠시나마 버틸 수 있고 그가 두 사람의 포위망을 무사히 벗어나기에 충분했다.현장에 도착한 오수혁은 금룡의 모습에서 자금색 장포를 걸친 소년으로 변신했다.그는 기이한 눈동자로 이태호를 뚫어져라 노려보았고 내뿜은 살기는 칼날처럼 날카롭고 살벌했으며 웅장한 기운은 이태호를 향해 날아갔다.“그 지도를 통해 얻은 영패와 보물을 내놓고 순순히 모가지를 내밀면 완전한 시신 정도는 남겨주지.”물밀듯이 밀려온 무시무시한 기운에 이태호는 강타를 당한 듯 호흡이 어려워졌다.7급 성자 경지의 위압은 마치 웅대한 천지가 진압해 온 것처럼 그의 단전에 있는 영기가 정체되어 운행하기 어려워졌다.그러나 바로 이때 옆에 있는 전성민이 움직였다.그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보이지 않는 힘은 봄바람이 스쳐 지나간 듯 그의 몸에 떨어진 위압을 모두 날려버렸다.그러고 나서 그는 고개를 들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오수혁과 명운택을 보면서 포권을 취했다.“허허. 내 체면을 봐서 성공 전장이 끝난 후에 다시 얘기하는 것이 어떻소?”지금 그는 아직 이태호와 협력 관계였고 이미 내뱉은 말을 철회할 수도 없었다.그래서 그는 이태호를 적극 지지해서 태일성지의 체면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오수혁은 피식 웃으면서 비아냥거렸다.“그렇다면 일단
길이가 백 장에 이른 금룡이 구름과 안개를 타고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큰 별의 근처에 떨어졌다.인간처럼 말한 금룡은 살기를 가득 품은 시선으로 이태호를 쏘아보았다.이 금룡이 바로 뇌택의 땅에 있는 요족 천교, 오조금룡(五爪金龍)의 혈맥을 각성한 오수혁이었다.그는 요족 수사들을 거느리고 먼 길을 마다치 않고 영항 성역에서 달려왔다.그러나 이 부근에 도착하자마자 명운택과 전성민의 대화를 들었고 전성민이 이태호를 도와주려는 의도를 알아채고 바로 나섰다.태일성지는 확실히 강했지만 요족의 분노도 쉽게 평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지난번에 이태호가 오현을 죽여서 요족이 큰 망신을 당했고 용족 태자인 그의 체면도 완전히 구겨졌다.그 지도를 되찾고 성공 영패를 찾아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요족 천교가 목숨을 잃었다.그가 뇌택의 땅에 돌아가면 장로들에게 어떻게 해명하는 것도 큰 문제였다.그래서 명운택이 전성민의 앞에서 망설이고 있을 때 그가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바로 말한 것이었다.주변의 사람들은 불쑥 나타난 오수혁을 보자 현장이 시끌벅적해졌다.“용족? 오수혁이야!”“오수혁도 도착했군.”“오늘은 이태호의 제삿날이겠는데.”“며칠 전에 용족의 천교 오현이 죽었잖아. 오수혁의 태도를 보면 이태호를 절대로 봐주지 않을 것 같아.”“쯧쯧... 7급 성자급 수사 두 명이 동시에 이태호를 공격해서 이태호가 죽게 되더라도 창란 세계에 이름을 남길 것이야.”“...”오수혁이 나타나면서 주변에서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수군거렸다.이태호와 요족 사이의 원한 관계로 요족은 절대로 쉽게 이태호를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다들 잘 알고 있었다.다만 누구도 요족이 이렇게 빨리 복수할 줄은 몰랐고 명운택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는 전성민이 이태호를 적극 지지하는 모습을 보고 원래 이태호를 잠시 놔주고 나중에 이태호가 중주로 가면 복수하고자 하였다.그것은 태일성지 서열 제자인 전성민의 체면을 봐주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지금의 급선무는 곧 나타날 마지막 영패를 쟁탈
성공 전장에 들어오기 전에 종주 선우정혁은 이태호에게 한 옥패를 주었다.이것은 진정한 비장의 무기로 성왕급 수사가 직접 만든 호신부이었다. 7급 성자급 수사가 온 힘을 다해 던진 일격을 막을 수 있었다.그래서 이태호가 이렇게 자신만만한 태도로 명운택을 마주 볼 수 있는 것이었다.이태호가 자신의 신분을 표명하자 명운택은 실소를 터뜨렸다.그의 미소는 매우 차가웠고 죽은 사람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지금 이 순간, 그의 몸에서 지극히 날카로운 기운을 내뿜었고 먹장구름이 그의 뒤에서 피어올랐으며 붉은 번개가 별하늘에서 기승을 부렸다. 그의 난폭한 기운에 주변 백 리 내에 있는 내공이 낮은 수사들은 오금이 저렸고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살기등등한 기운은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고 넓은 공간을 산산조각으로 잘라냈다.일촉즉발한 위기에 큰 별 근처에 있는 수사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물론 강 건너 불구경하면서 속으로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심씨 가문의 구역 내에서 심무영은 명운택이 화를 낸 것을 보자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는 마치 이태호가 명운택의 손에 죽은 장면을 본 것 같았다.심무영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살기등등한 명운택을 보면서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이태호는 너무 건방져서 문제야. 오늘은 명씨 가문의 신자 손에 죽게 생겼군.” 그의 옆에 있는 심인경은 미간을 찌푸렸고 엄숙한 표정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담담한 말투로 명운택와 말할 때의 표정은 그가 명운택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는 자신이 있는 듯해 보였다. 심인경은 이런 이태호에 대해 의아해하면서 이태호에게 대단한 비장한 무기가 있는지 궁금해했다.북해 만족의 구역에서 소주 백가민은 무슨 생각한 듯이 이태호를 한참 바라보다가시선을 거두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그는 이태호의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이태호가 명운택의 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4급 성자급 수사가 내공을 완성한 6급 성자급 수사를 죽일 수 있겠지만 7급
심씨 가문의 사람들이 오자 주변에 있는 수사들에게 화젯거리를 제공하였다.이윽고 그들의 시선은 잇달아 도착한 다른 천교들에게 빼앗겼다.심인경 등이 큰 별의 근처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또 여러 줄기의 무지갯빛이 나타났다.이 무지갯빛들은 모두 팽배한 위세를 방출했고 날카로운 기운은 허공을 스쳐 지나가면서 내공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사들은 간담이 서늘해졌다.가장 먼저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난 것은 은백색의 보물선이었다.크기가 작은 산만하고 온통 백옥으로 만들어졌으며 속도가 매우 빨라서 스쳐 지나갈 때 수많은 강풍을 휘몰아쳤고 주변의 모든 물질을 부숴버렸다.누가 이 보물선의 비행을 막는다면 아마 가루로 되어 사라졌을 것이다.보물선의 돛대에 커다란 ‘명’자가 걸려 있는데 찬란한 금빛을 발산하였고 대단한 기세를 뽐냈다.어떤 수사는 보물선에 있는 사람의 정체를 알아보고 비명을 질렀다.“어서 봐, 명씨 가문의 보물선이야!”“동황의 명씨 가문, 며칠 전에 그들의 소주 명해성이 이태호의 손에 죽었다는데.”“흥, 이번에 이태호도 있는데 잠시 후에 복수할지 모르겠네.”“명운택의 횡포한 성격으로 볼 때 이태호가 큰일 날 것 같아.”“듣자 하니 명운택은 7급 성자 경지의 내공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고급 신체(神體)에 못지않은 구양선천골(九陽先天骨)을 가졌고 체내에서 선인의 혈맥과 융합되어 있대. 그래서 성황급 수사들마저 명운택이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어.”“지난번에 이태호가 죽인 명해성이 명운택의 동생이어서 완전 철천지원수겠네.”“...”명운택은 가부좌 자세로 보물선의 뱃머리에 앉아 있었다. 그의 눈빛은 횃불처럼 밝았고 마치 금색 불꽃이라고 튕겨 나올 듯하였으며 허공을 꿰뚫을 수 있듯이 날카로웠다.그가 보물선을 운행하면서 십여 명의 동문 자제들을 데리고 큰 별의 부근에 이른 후, 아직 사람이 없는 공터에 자리를 잡았다.그러고 나서 그는 일어서서 고개를 들고 현장을 둘러보다가 마지막에 시선을 이태호에게 고정했다.명해성이
창란 세계에서 동황 8대 세가는 일류 대세력에 속했다.상고시대부터 동황 8대 세가에 모두 신선으로 된 조상이 나타나서 창란 세계에서 이름을 날렸다.시간이 흐르면서 8대 세가의 후세 중에 더 이상 신선으로 비승한 자가 없었지만 가문의 내공이 깊어서 각 가문의 실력은 성지들에 비해 뒤지지 않았다.심씨 가문의 사람들이 도착하자 현장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헐. 동황 8대 세가의 심씨 가문이야.”“저 심씨 가문의 신자가 이미 체내에 있는 신선의 혈맥을 각성해서 심씨 가문에서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래.”“심인경이 4급 성자 경지일 때 6급 성자급 수사를 처치할 수 있었는데 지금 실력이 더 강해졌을걸?”“지금 심씨 가문이 나타났으니 기타 성지들의 천교들도 곧 도착하겠지?”“마지막 영패가 도대체 누구의 손에 들어갈지 모르겠군.”“...”많은 사람은 심인경의 몸에서 내뿜은 공포스러운 기운을 느낀 후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낮은 소리로 수군거렸다.지금 동황의 전체적인 실력은 각 성지에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창란 세계에서 정상급 세력에 속했다.심씨 가문은 8대 세가에서 기둥 역할을 하였고 심인경의 실력도 당연히 약하지 않았다.그가 내뿜은 7급 성자 경지의 위압에 이태호마저 약간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이태호가 심씨 가문의 사람들을 살펴보고 있을 때 심무영 등도 현장에 있는 수사들을 훑어보았다.심무영이 이태호를 발견한 후 속으로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지난번에 자신이 운석띠에서 대리의 구황자 강한남과 성신신철을 쟁탈하고 있을 때 이태호가 튀어나와서 가로채 간 것을 잊지 않았다.당시 이태호는 강력한 육신의 힘으로 그의 상급 영보를 깨뜨려서 그는 어쩔 수 없이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후에 그는 복수하기 위해 이태호가 최상급 영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퍼뜨렸는데 이태호는 황천성지 주용수의 표적이 되었다.처음에 심무영이 주용수가 이태호를 노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태호가 틀림없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주용
전성민은 오는 사람들을 보자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그는 이태호에게 신식으로 전음했다.[저 사람들은 북해의 만족이야.]이태호도 만족은 육신만 수련한다는 소문을 들은 바가 있었다.지금 보니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이 만족 수사들은 짐승 가죽을 걸쳤고 온몸에 문신인 듯한 기이한 무늬가 가득 새겼다.이 무늬에서 순수하고 팽배한 기혈의 힘을 발산하고 있어서 천지의 도가니와 마주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북해의 만족이 도착하자 주변에 있는 기타 수사들은 불시에 시끌벅적해졌다.특히 북해 소주 백가민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와, 백가민이 직접 나타났어.”“저자의 육신이 매우 단단해서 최상급 영보의 공격도 막을 수 있다고 들었어.”“세상에, 육신이 최상급 영보에 필적하다니. 7급 성자급 수사도 대항하기 힘들겠는데?”“그뿐이겠어? 백가민이 5급 성자 경지 때 자기보다 경지가 높은 내공을 완성한 6급 수사를 격살한 적이 있었어. 지금 내공이 더욱 강해졌고 각 성지의 성자들도 함부로 덤비지 못할걸?”“...”북해 만족인들이 큰 별의 근처에 도착한 후 영패 주변의 공간이 불안정한 것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추고 기다렸다.기다리는 동안 만족인들에게 에워싸고 있는 백가민도 전성민과 이태호 일행을 주목했다.족인을 통해 이태호 등의 신분을 알게 된 후 그는 다소 놀라워했다.태일성지의 서열 제자 전성민이라니.“전성민의 옆에 있는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급 수사가 바로 요새 성공 전장에서 명성이 자자한 이태호야?”전성민은 태일성지의 서열 제자라 그의 명성은 익히 들어서 말할 것도 없었다.그는 내공을 완성한 6급 경지에 불과하지만 전투력은 7급 성자급 수사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이태호의 이름은 백가민도 최근 귀에 못이 박도록 들었다.요족 오현이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까.백가민은 의아해했지만 이태호를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그가 보기엔 이태호가 아무리 천부적 자질이 대단해도 지금은 내공이 겨우 4급 성자 경지의 수사일 뿐이었다.곧 이곳에 도착해서 그
명씨 가문의 신자인 명운택은 흥분한 마음을 안고 제자들을 이끌고 영항 성역에서 자미 성역으로 출발했다.어느 황량하고 소박한 큰 별에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면서 고된 수련을 하는 서역 불문의 불자 법웅 스님도 별하늘에 나타난 이상 현상을 보고 안색이 확 변했다.곧이어 그는 추호의 주저 없이 하늘로 솟아올랐고 한순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이 외에 동황 8대 세가인 허씨, 양씨 등 가문의 천교들도 이상 현상을 본 순간, 보물이 세상에 나타난 것을 알아챘고 동문의 자제들을 거느리고 자미 성역으로 출발했다.무릇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대세력들의 천교 제자들은 들뜬 마음을 안고 만면에 희색을 띠면서 달려갔다.이 성공 고전의 영패가 일으킨 천지의 이상 현상은 순식간에 온 성공 전장의 만 리 이상의 구역으로 퍼졌다고 할 수 있었다.수많은 천교들은 영패를 기필코 손에 넣으려는 기세로 빠르게 날아갔다....자미 성역에서 온통 황사가 흩날리고 영기가 희박한 큰 별에 이상 현상이 끊임없이 나타났고 손바닥만 한 은백색의 영패는 눈부시고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이 큰 별과 멀지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여러 줄기의 무지갯빛이 별하늘을 스쳐 지나가면서 다가오고 있었다.이들이 바로 전성민과 이태호 일행이었다.그들은 북두 성역의 천선성에서 출발했는데 온 힘을 다해 날아서 매우 짧은 시간에 자미 성역 근처에 이르렀다.큰 별의 근처에 도착한 이태호는 이미 많은 사람이 주변에 모여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들은 대부분 3급이나 4급 성자 경지의 수사들이었다. 비록 그들의 내공은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이미 수십 명이 성공 영패의 주변에 모였고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였다.이태호는 고개를 들고 큰 별 위에 나타난 영패를 바라보았다.지금 이 순간, 이 성공 영패는 금제에서 벗어났고 수백 년 동안 햇빛을 보지 못해서 그런지 파멸의 기운을 지닌 공간의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단지 조금만 새어 나온 기운으로도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고 넓은 공간 틈새가 생겼다.이런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