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우리가 얕보는 게 아니라 여기 사는 분들을 모두 알고 있거든요. 여기엔 이런 똥차를 타는 사람이 없어요.”“얼른 유턴하고 나가세요.”경비들이 이태호를 다그쳤다.“여기 사는 사람이라고 했어? 참 웃기는 사람이야.”뚱보 경비가 웃으며 말했다.“태호야, 잘못 온 거 같아. 얼른 돌아가자.”연초월이 눈앞에 있는 웅장한 별장들을 보며 말했다.“아니야, 우리 집이 여기 안에 있어.”이태호가 그녀를 안심시켰다.이때, 빼빼 마른 경비가 다가왔다.“그럼 열쇠 보여주세요. 열쇠가 있다면 믿을게요.”“그래요, 열쇠라도 있으면 보여줘요.”띠~이때, 페라리가 뒤에서 경적을 울리며 다가왔다. 그 뒤로 아우디도 따라오고 있었다.이태호는 열쇠를 꺼내 경비한테 보여줬다.“이거 봐요. 이제 믿을 수 있겠죠?”뚱보 경비는 눈앞의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진짜 있는 거야?”마른 경비도 적잖게 놀랐다.“뭐야? 안 가? 안 갈 거면 얼른 비켜!”이때, 화려하게 입은 여성이 페라리에서 내리며 소리쳤다. 그녀의 옆에는 노란색 머리의 여자가 불만 가득한 눈길로 앞을 보고 있었다.그 뒤에 있던 아우디에선 다름 아닌 하현우, 정희주와 김지영 등이 내렸다. 결혼식이 난장판으로 변한 후 하현우는 줄곧 기분이 나빴다. 하여 친구들과 바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서 연진욱의 사촌 언니를 만났었다. 그녀는 용안 별장의 주민이라 다 같이 별장 구경하러 여기 온 것이다.경비는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여기 주민 중에서 이런 똥차를 타는 사람은 없었어요. 그러니까 저희들이 함부로 들여보낼 수 없습니다.”뚱보 경비가 망설이다가 말했다.“그런데 열쇠가 있잖아요.”“뭐야? 이태호 너였어?”
과거 정희주를 사모하던 연진욱은 항상 이태호를 혐오해 왔었다. 게다가 오늘 그한테 구타까지 당했다. 그는 차에 탄 이태호를 보자마자 바로 화가 치밀었다.“이태호!”하현우도 주먹을 꽉 쥐었다.이태호는 익숙한 사람들을 보고 차에서 내렸다.“왜? 또 싸우게?”하현우는 당장이라도 그를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오늘 이태호의 실력을 확인했으니 아무리 화가 나도 함부로 달려들 수 없었다.“태호야, 싸우면 안 돼!”연초월도 차에서 내려 이태호를 말렸다.“이놈이 네가 말했던 그놈이야?”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자가 눈살을 찌푸린 채 이태호를 쳐다봤다.연진욱은 사촌 누나인 서문옥을 보며 답했다.“맞아요. 저놈이 오늘 현우 결혼식을 망치고 결혼 예물을 모두 빼앗아갔어요!”“혹시 이 사람을 아세요?”두 경비가 서문옥을 보며 물었다.“여기 사는 사람 맞아요? 열쇠는 어떻게 얻은 거죠?”하현우는 경비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어제 출소해서 아무것도 없는 놈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 별장을 살 수 있겠어!”정희주도 이태호를 비웃었다.“여기 별장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보통 사람이야? 그 열쇠도 아마 가짜일 거야!”연초월과 이태식은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여기 별장의 열쇠는 특이해서 가짜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저한테 줘요. 제가 확인해볼게요.”뚱보 경비가 이태호를 보며 말했다. 이태호는 미소를 지으며 열쇠를 건넸다.뚱보 경비는 자세히 살펴보다가 눈살을 찌푸렸다.“진짜 열쇠예요!”서문옥이 바로 반박했다.“열쇠에 번호 있지 않아? 번호가 없으면 가짜야. 진짜라고 해도 훔친 거겠지.”연진욱이 맞장구쳤다.“그래, 어디서 훔친 것일지도 몰라. 여기도 훔치러 온 게 분명해. 여기 있는 컬렉션을 훔쳐도 평생 먹고 살 수 있잖아!”경비는 다시 열쇠를 살폈다.“산중턱에 있는 가장 큰 별장입니다.”서문옥이 웃음을 터뜨렸다.“훔친 게 분명해! 그건 용씨 집안이 산 별장이야! 하지만 용씨 집안이 남부로 이사한
“하하하, 이태호, 너도 참 대단해. 용우진 어르신께서 음식을 대접했더니 기회를 타서 남의 별장 키를 슬쩍 훔쳐? 사람이 없는 빈집이라는 걸 알고 몰래 키를 훔쳐 네가 들어가서 살려고 그러지?”이에 하현우는 큰 소리로 웃었다.“뻔뻔한 사람은 봤어도 이토록 파렴치한 놈은 처음이야.”정희주도 한껏 비아냥거렸다.“돈에 환장했나 봐. 혼수까지 되돌려 받는 사람인데, 키를 훔쳤다고 해서 그리 놀라울 일은 아니잖아?”이내 그녀는 눈앞의 경비원들을 향해 말했다.“잘 들어요. 이 자식이 오늘 나한테서 무려 2억 6천이나 떼먹었죠. 만약 아우디나 BMW 같은 좋은 차를 사서 부자행세를 했다면 아마 순순히 들여보냈을지도 모르지만, 다행히도 돈 쓰기 아까워하는 놈이라 고작 이런 똥차를 샀기에 출입 금지를 당한 거예요.”서문옥이 한마디 보탰다.“맞아요. 이런 사람을 들여보냈다가 나중에 별장 안의 물건을 훔치기라도 해봐요. 그때 가서 책임을 묻게 된다면 당신들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요?”세 명의 경비원은 이 말을 듣자 덜컥 겁부터 났다.옆에 서 있는 이태식과 연초월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설마 이태호가 진짜로 키를 훔쳤다는 말인가?연초월은 이태호를 바라보더니 아들을 믿기로 마음먹고 정희주와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함부로 지껄이지 말아요. 우리 아들은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근거도 없이 대체 왜 우리 아들을 모욕하는 거예요?”“모욕이요?”정희주는 냉소를 터뜨리며 팔짱을 낀 채 말했다.“이 키가 증거 아닌가요? 또 무슨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이죠?”“그러니까요. 이 별장은 무려 160억 넘는다고요. 게다가 용씨 집안의 별장인데,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있나요? 아시겠어요?”서문옥은 경멸에 가득 찬 시선으로 이태호를 비롯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이때 차에 타고 있던 신수민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차에서 내려 그들을 향해 말했다.“만약 이태호 씨가 훔친 게 아니라면 어떡할 건데요? 내기할래요?”하현우가 불쑥 받아쳤다.“신수민 씨, 배짱이
이에 하현우는 깜짝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경비팀장은 뒤돌아서 하현우에게 말했다.“관리실 직원이 통화해서 확인했거든요. 용씨 집안에서 이태호라는 분한테 별장을 선물했다고 했어요.”“선물이라고...?”하현우는 현타가 온 듯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이렇게 비싼 별장을 이태호 저 자식한테 공짜로 주다니?“그럴 리가, 이렇게 비싼 집을 그냥 준다고?”정희주도 입을 떡 벌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이건 고작 몇억 혹은 몇십억짜리 별장이 아니라 무려 몇백억이 되는 단독주택이다. 더군다나 이곳에 산다는 건 곧 신분을 상징하기도 했다.“이태호 씨, 정말 미안합니다. 저희는 진짜 몰랐습니다. 이태호 씨께서 너무 겸손하셔서... 게다가 이런 집을 공짜로 줄 수 있는지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3명의 경비원도 겁에 질려 급히 뛰어와 사과했다.“네, 괜찮아요. 어찌 됐든 당신들은 몰랐으니까요.”이태호가 웃으며 말했다.“이따가 차 번호 좀 등록해줘요. 다음에 또다시 국산차 끌고 다니는 사람 무시하면 안 되잖아요?”“네, 그럼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태호 씨,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딱히 책임을 묻지 않은 이태호를 본 연진욱과 다른 경비원은 몰래 식은땀을 닦았다. 어쨌거나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이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게다가 용우진이 무려 160억이 넘는 별장을 선물했다는 건 이태호도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의미했다.“우리한테 줬다고?”연초월과 이태식도 깜짝 놀라 넋을 잃고 말았다. 상대방이 자기 아들에게 이렇게 귀한 별장을 선물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흥.”이태호는 하현우를 비롯한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래, 네 말이 맞아. 우린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았지. 오늘은 늦었으니까 일단 봐줄게!”말을 마친 그는 차에 올라탔다.경비원은 즉시 차단기를 올려주고 이태호를 향해 공손하게 경례까지 했다.“용씨 집안 어르신은 대체 무슨 뜻이죠? 방금 감옥에서 풀려난 별 보잘것없는 놈이라고
차는 눈 깜짝할 사이에 808동에 도착했다. 별장은 매우 컸으며 대문 옆에 차고지가 따로 있었다.이태호는 대문 앞에 주차하고 차에서 내려 키를 챙겨 문을 열었다.“이렇게 큰 별장이라니, 우리가 살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을 거야.”눈앞의 웅장한 별장을 바라보며 이태식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그러나 연초월은 눈살을 찌푸렸다.“별장이 너무 커서 관리비도 못 감당할 것 같은데?”이태호는 문을 열고 미소를 지으며 연초월을 향해 말했다.“엄마, 마음 편히 살면 돼요. 다른 건 걱정할 필요 없이 그냥 저한테 맡기세요.”“자, 일단 짐부터 옮겨. 용우진 어르신 같은 분이 우리 아들한테 이런 집을 선물했다는 건 태호가 그래도 능력이 있다는 걸 의미하지. 난 우리 아들을 믿어.”이태식은 웃으면서 말했다.“보아하니 우리 아들의 의술이 정말 대단한가 봐, 사람 목숨마저 구해주다니. 우리 같은 사람은 평생 노력해도 이런 집을 못 사겠지만, 용우진 어르신한텐 어쩌면 새 발의 피일지도 모르잖아.”“맞아요, 날도 어두워졌는데 얼른 짐부터 옮깁시다. 일단 짐 풀고 각자 지낼 방을 정한 다음 다 같이 나가서 맛있는 거 먹어요!”신수민도 밝은 미소를 지었다. 지난 5년 동안 오늘처럼 기쁜 적은 없었다. 어쨌거나 딸아이와 둘이서 비좁고 낡아빠진 월세방에서 더는 살지 않아도 되었으니까.“엄마, 제 방도 따로 있어요?”신은재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신수민을 바라보며 궁금한 듯 물었다.“당연하지. 이렇게 큰 별장에 위층과 아래층만 해도 방이 몇 개인지 모른다고.”신수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따가 엄마랑 2층에 가서 마음대로 골라.”“네 엄마랑 나는 1층에서 살 테니까 너희는 위층에서 살아.”이태식이 싱글벙글 웃었다.“아들놈이 나오면 빚이 너무 많아서 어떡하나 걱정했거든. 집도 없고 결혼도 못 하고... 그러나 지금은 마누라뿐만 아니라 딸까지 생기다니, 게다가 이렇게 큰 별장에 살아도 된다는 일이 아직도 꿈만 같아.”연초월은 이태식을 흘겨보았다.“당신 좀 봐봐
“이 샹들리에는 아마 몇십만은 넘을 텐데.”“어디 그뿐이겠어? 몇백만은 될걸?”별장 대문에 들어서는 순간 두 사람은 또다시 호화로운 내부 분위기에 혀를 내둘렀다.신수민은 싱긋 웃더니 신은재를 데리고 위층으로 향했다.이태호도 그들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2층 거실도 꽤 큰데요? 양쪽에 방이 가득하네, 진짜 방밖에 없네요? 2층에도 엄청 많아요.”신수민이 말했다.“방은 많을수록 좋죠. 굳이 바닥에서 잘 필요도 없고, 방에서 따로 자면 되잖아요.”그러나 신수민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신은재가 고개를 들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의문을 제기할 줄은 몰랐다.“엄마, 아빠랑 같이 자는 거 아니에요?”신수민은 말문이 막혔다. 이내 이태호를 보더니 쪼그려 앉아 신은재에게 몰래 말했다.“은재야, 엄마 아빠가 같이 자야 한다고 누가 그랬어?”신은재가 천진난만하게 물었다.“같이 안 자도 남동생 낳아줄 수 있어요?”...이태호가 웃으면서 말했다.“은재야, 엄마가 농담한 거니까 걱정하지마. 가끔 같이 잘 때도 있어.”“네.”신은재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생긋 웃었다.신수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태호를 힘껏 째려보았다.“가자, 방 골라 봐.”이내 셋은 각자 묵을 방을 골랐는데 나란히 붙어있었다. 나름대로 돌봐주기도 편하기에 이태호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한편, 태수는 용의당의 우두머리를 찾아갔다.“형님, 나타났습니다!”범용은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허둥지둥 뛰어오는 태수의 모습을 보자 그제야 느긋하게 손에 든 찻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무려 2인자라는 놈이 대체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허둥대는 거야?”그러자 태수가 말했다.“형님이 말씀하신 반지가 나타났습니다, 드래곤 링!”“드, 드래곤 링?!”이를 들은 범용도 의아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눈살을 찌푸렸다.“잘못 본 게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어? 드래곤 링이 우리 도시에 나타났다고? 드래곤 링의 출현은 곧 드래곤 신전의 주인이 나타났다는 걸 의미하지 않아?”“바로 그 드래곤
태수는 이 말을 듣자 속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그렇네요! 저는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요? 신전 주인이 나타난 이상 우리를 도와주기만 한다면 전혀 겁먹을 필요가 없죠.”“그래.”범용이 고개를 끄덕였다.“신전 주인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점이 있을 거로 믿어. 결코 만만한 분은 아닐 거야. 아니면 어찌 12개 파벌을 휘어잡는 리더가 될 수 있겠어?”말을 마친 범용은 이내 한마디 보탰다.“그분이 어디에 사는지 좀 알아봐.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내일이나 모레 사람 데리고 인사하러 가야지. 잘 들어, 신전 주인은 곧 우리들의 신이야. 앞으로 입단속 잘하고, 괜히 신전 주인의 심기나 건드리지 마.”반면 이태호는 차를 타고 럭셔리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레스토랑을 찾아 들어섰다.입구에 도착하자 내부 인테리어를 살펴보던 연초월은 눈살을 찌푸리며 옆에 있는 이태식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이런 곳은 싸지 않을 텐데?”이태식은 앞장서서 걷고 있는 이태호와 신수민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은 입 좀 다물고 있어. 오늘 태호가 우리를 위해 사준 옷들도 결코 싸지는 않을 거야. 아니면 어떻게 2억 6천에서 1억 2천만 남을 수 있겠어? 차는 얼마 안 해, 기껏해야 2천 만이 좀 넘을걸?”그의 말에 연초월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를 뻔했다. 물론 보기에도 괜찮은 옷 같아서 어느 정도 가격대는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등골이 서늘할 지경이었다.이태식은 입이 떡 벌어진 연초월을 보자 황급히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는 말을 이어갔다.“수민이도 5년 동안 고생했으니 당연히 누려야 하지 않겠어? 게다가 오늘은 우리 아들이 처음으로 자기 마누라와 손녀를 데리고 와서 같이 밥 먹는 날인데, 좀 비싸면 어때? 나중에 괜히 호들갑 떨지 말고 여유롭게 대처해, 알겠어?”연초월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태식은 그제야 손을 내렸다.“빈부격차가 심해도 원, 따지고 보면 수민은 명문가 출신이잖아. 사실 우리 아들이 훨씬 부족하지, 뭐
고개를 빼 들고 가격을 확인한 그녀는 순식간에 안색이 어두워졌다.다만 뭐라고 하기도 애매해서 어색한 미소와 함께 신수민에게 말했다.“수민아,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시켜. 그동안 혼자서 얼마나 고생했겠니, 태호가 처음으로 밥을 사준다는데 사양하지 않아도 돼.”가격을 어느 정도 예상한 이태식은 그나마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런 레스토랑에 밥 먹으러 오는 사람은 별로 없기 마련이며, 딱 봐도 보통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레스토랑을 찾은 손님은 누가 봐도 부티가 흐르는 비즈니스맨들이었다.그러나 메뉴판 가격을 확인하는 순간 눈살이 찌푸려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내 테이블 위에서 생수통을 가져가 컵에 물을 한 잔 따랐다.신수민은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흘긋 바라보았고,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미소를 살짝 지었다.“태호 씨, 요즘 느끼한 게 별로 안 땡겨서 그러는데 자리 옮길까요?”이때, 재벌 2세처럼 보이는 남자가 한 무리 사람을 데리고 때마침 옆을 지나가다가 신수민을 발견하더니 두 눈이 반짝거렸다.그는 잽싸게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예쁜이, 핑계가 그럴싸한데? 비싸서 못 먹겠다고 하면 그만이지, 느끼한 게 안 땡긴다고? 하하하, 여기 호주산 랍스터도 있는데? 그리고 이 전복도 괜찮고, 샥스핀도 느끼한 편은 아니잖아. 그런 허술한 핑계로 종업원도 설득시키기 힘들걸?”그의 말을 들은 신수민은 얼굴이 싸늘해지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내가 사 먹을 수 있든 말든 그쪽이랑 무슨 상관인데?”재벌 2세남은 식지를 쭉 펴더니 한 손으로 신수민 옆자리에 있는 의자를 짚었다. 이내 허리를 살짝 굽히고 입꼬리를 올린 채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거렸다.“노노노, 그럴 리가! 당연히 나랑 상관이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난 그대에게 첫눈에 반했거든. 만약 오늘 밤 나랑 같이 가준다고 약속한다면 이 테이블에서 얼마만큼 주문하든지 내가 쏠게.”“하하하, 역시 김건우답네!”뒤에 있던 한 남자가 이 말을 듣더니 박장대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