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웅은 그들 앞에 우뚝 서서 말했다.“너희들의 사물 반지와 무기를 내놔. 단풍종은 오늘부로 해산이야. 다시는 이 세상에 단풍종이 없는 거야, 알아들었어?”“알겠습니다!”“감사합니다, 백 종주님. 앞으로 단풍종은 없습니다!”내공이 낮은 단풍종 제자들은 목숨이라도 부지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투지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백서웅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서둘러 자신의 무기와 사물 반지를 내놓자 그것들이 하나씩 날아가 버렸다.“하하, 통쾌해. 대승이네? 대승!”백정연은 깔깔 웃으며 기쁜 내색을 감추지 못하였다.풍월종의 장로들은 제자들에게 전리품을 거두고 시신을 수습하며 종문의 상황을 점검해 보라고 명령했다.바닥을 내려다보던 이태호는 백서웅한테 말했다.“상황이 그나마 괜찮은 것 같습니다. 우리 쪽은 삼, 사십 명밖에 안 죽었고, 대부분은 부상자들입니다.”백서웅도 그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자네가 내공이 낮은 제자들은 참가시키지 않았기에 다행이네. 아니면 더 죽어 나갔을 거야. 우리가 머릿수는 적지만 내공이 저들보다 높지 않은가. 자네가 초장에 저들 중의 고수 둘을 제쳤으니 나머지들은 기세가 확 꺾인 거지. 안 그랬으면 이 정도로 안 끝났을 거야.”통쾌한 건 백지연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기분이 좋네요. 이렇게 시원하게 싸워본 적이 아마 지금까지 없었던 거 같아요!”이태호는 미간을 구기더니 차가운 낯빛으로 말했다.“너랑 수민이는 왜 전투에 참여했어? 너희들 내공으로 전투 참가하는 건 무리라는 걸 몰라? 얼마나 위험했는데.”뾰로통한 얼굴로 입을 삐죽거리며 백지연이 대꾸했다.“아무 일도 없었잖아요. 그리고 우리 둘 다 천안술이 있다는 걸 잊었어요? 거의 연습을 다 마쳤다고요. 우린 그냥 내공이 우리보다 낮거나 비슷한 놈들만 골라서 싸웠어요.”한 장로가 이때 허허 웃으며 말했다.“걱정 말아요, 이태호 씨. 저분들이 전투할 때 우리 몇몇 장로들이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요.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저희가 반드시
백서웅의 말을 듣고 이태호는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헛웃음만 나왔다. 아직 하급 4급 단약의 정제를 시작도 안 했는데, 장인 어르신은 벌써부터 그에게 있지도 않은 단약이 탐나는 모양이다. 이태호는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염려 마세요. 장인 어르신을 제가 빼먹을까 봐요? 그때 되면 최소 열 알은 드리죠. 하하!”백서웅은 눈알이 튀어나올 만큼 눈을 크게 뜨고 번쩍였다. 목소리까지 격앙되었다.“뭐라고? 너 네가 한 말 잊으면 안 된다. 아니, 어디 지장이라도 찍어놔야 하는 거 아니야?”백정연은 아빠의 호들갑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눈꺼풀을 까뒤집었다.“아빠, 너무 욕심부리는 거 아니에요? 오빠가 아직 정제를 시작도 안 했는데 왜 벌써 그래요? 고급 3급에서 4급에 오르기가 어디 쉬운 가요, 높은 등급을 돌파하는 일인데? 아마 일반 사람들은 평생 가도 안 될걸요? 오빠가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지만, 그래도 그리 급할 건 없잖아요.”백서웅도 너무 앞서갔다는 것을 느낀 건지 겸연쩍게 웃었다.“나도 급해하는 건 아니고, 그저 미리 말해두는 거지. 암튼, 난 이 사위한테 자신 있어. 얼마 안 가서 하급 4급을 돌파해 4급 연단사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그 말에 이태호는 유쾌한 듯 하하 웃었다.“장인 어르신 말씀대로 되었으면 좋겠네요. 저도 빨리 돌파하고 싶습니다.”그러자 백정연이 한마디 거들었다. “오빠가 빨리 돌파하게 아빠도 연단에 쓰일 만한 하급 4급 영초들을 많이 가져다줘요.”백서웅은 가슴을 툭툭 두드리며 자신감 있게 말했다.“반드시 그래야지. 있으면 내가 다 줄 거야. 내일이면 바로 제자들한테 임무를 내려서 하급 4급 영초를 찾는 사람한테는 큰 포상을 주겠다고 할 참이었다.”다들 듣고 기쁜 마음으로 크게 웃었다. 어제 백정연이 이태호를 데려오기 전까지 마음을 졸였던 그들이었다. 단풍종에 꼼짝없이 당해서 멸문의 위기가 닥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에 숨이 턱턱 막혔는데, 이제는 마음에 무거운 돌덩어리 대신 즐거움만 들어찼다.거처로
이 말을 들은 이태호는 미간을 좁혔다.“어릴 때부터 알았다고? 그럼 육명준이 어린 나이에 벌써 너희 종문 제자로 될 자격을 갖췄다는 거야?”그러자 백정연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건 아니고, 아빠가 밖에서 데려왔어요. 오지에 보물 찾으러 갔었는데, 길에서 마침 육명준 일가가 누구한테 죽임을 당하는 걸 목격하고 육명준을 구했대요. 그때 12살밖에 안 됐는데, 불쌍하기도 하고 신체적 소질도 괜찮은 거 같아서 산에 데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셈이죠.”염설아가 듣더니 매우 분에 겨워했다.“뭐예요, 그럼 백 종주님이 그 자식 생명의 은인이라는 거잖아요. 그것도 모자라 재워주고 입혀주고 먹여줘서 오늘의 무황 내공을 가진 고수까지 만들어놨는데, 배신을 했다는 거네요? 와, 그거 완전 쓰레기네요. 고작 호법에서 장로가 되기 위해 그랬단 말이에요?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더니, 배은망덕한 놈이네요, 그놈.”한참 잠자코 있던 백지연이 이때 염설아에게 설명을 보탰다.“그 이유뿐만은 아닐 거예요. 주로는 그가 정연이를 좋아해서 그랬을 거예요. 사랑 끝에 원한을 품은 거죠.”그제야 염설아는 깨달았다. 그런 사정이 있을 줄 몰랐던 그녀는 짧게 탄식하며 말했다.“흐음... 그래도 사람 감정이라는 게 억지부린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너무 어리석었어요. 게다가 상대가 우리 스승님처럼 대단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면 부끄러워서라도 저절로 물러나야지, 안 그래요?”신수민도 생각을 얘기했다.“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어. 자기가 가지지 못하는 건 다른 사람한테도 빼앗기기 싫어하는. 그래서 풍월종을 배신한 거겠지. 하지만 그도 태호 씨가 3급 존자의 내공에 도달했다는 건 몰랐을 거야. 장로들이 고급 3급 단약으로 내공을 끌어올렸을 거라는 건 더 상상도 못 했을 거고.”이러한 토론 속에서 백정연은 씁쓸하게 웃으며 끝내 입을 열었다.“됐어요, 이제 그 자식 얘기는 그만 해요. 나도 그냥 좀 뜻밖이라서 놀랐을 뿐이에요. 우리 이제 열심히 구경이나 해요.”
그냥 미남 영웅도 아니고 절세의 미남 영웅이라니. 이태호는 쑥스러운 듯 공수하며 말했다.“사장님, 미남은 받아들입니다만, 절세의 영웅이라는 칭찬은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전 그저 제 장인 어르신의 종문이니 사위로서 힘을 좀 보탠 것뿐이에요.”“허허, 우리 아가씨 남편분이 너무 겸손하시네요. 자, 드시고 싶은 것은 다 시키세요. 오늘은 뭘 드시던지 다 공짜예요.”여자 사장님이 시원시원하게 웃으며 얘기하자 이태호는 바로 사양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장사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저희가 그런 폐를 끼치면 되나요.”하지만 사장님은 여전히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폐 끼친다니요, 어제 이태호 님의 단약 때문에 제 아들 내공이 한 급이나 올라갔는데요. 3급 무황에서 4급 무황으로 돌파했지 뭐예요. 내가 지금 기분이 너무 좋은데 밥 한 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큼큼, 그래서 아까부터 계속 웃고 계셨군요. 그럼 너무 사양해도 예의가 아니니 감사하게 먹겠습니다.”시원스러운 사장님의 태도에 이태호는 헛기침하며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자리에 앉은 뒤 백지연은 메뉴판을 보며 요수 고기와 술을 많이 시켰다.“음... 이 술맛 괜찮네요. 어서 마셔봐요.”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또 고기를 먹어보며 그녀는 말했다. “이 요리도 엄청 맛있네요. 정연 씨가 이 식당 음식이 맛있다고 하더니 진짜 맛집이었네요?”“당연하죠. 내가 여기서 나고 자랐는데요.”백정연이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이태호가 한참 생각하더니 백정연을 보며 말했다.“정연아, 요즘에는 아버님 곁에 많이 있어 드려. 범용한테 이미 얘기했어. 그 두 개 파벌을 찾게 되면 나한테 전화하라고 말이야. 그때 되면 우린 사숙한테 가야 해. 언제 돌아올지 몰라. 아, 이 일을 아버님께도 말씀드려.”백정연은 알겠다고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이태호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내가 갖고 있는 영초도 꽤 되는데, 저녁에 대장로가 또 가져다준다고 하니까, 요 며칠은 별일 없으면 열심히 연단이나
염설아는 대뜸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물들었다.“사모님도 참, 무슨 그런 말을... 스승님인데요.”백지연은 짓궂게 계속 놀려댔다.“스승님이면 어때서? 세상에 제자와 스승이 사랑에 빠진 이야기가 한두 개도 아니고.”듣다 못 한 이태호가 백지연을 노려보더니 가볍게 쏘아붙였다.“빨리 먹기나 해. 먹을 거 앞에서 사족을 못 쓰는 애가 오늘따라 왜 그리 말이 많아? 뭘 더 시켜줘?”어깨를 으쓱하며 백지연은 테이블 위에 있는 잔을 들었다.“자, 그럼 우리 건배 한 번 할까요? 이 시간을 즐겁게 보내야죠.”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니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거처에 도착하자마자 대장로가 영초를 들고 방문했다.생각지도 못한 것은 그중에 하급 4급과 중급 4급의 영초 말고도, 고급 4급의 영초가 몇 개 들어있었다. 그리고 태상 장로가 이미 그것들이 연단에 적합한 것임을 확인한 게 틀림없었다. 이태호는 기분 좋게 그것들을 받아 챙기고, 대장로를 문어귀까지 배웅했다.문을 잠그고 그는 연단할 준비를 하였다. 그러다 염설아를 불러 옆에서 보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하였다. 비록 그가 정제하는 것은 거의 다 3급 단약이긴 하지만 연단이라는 건 원래 대동소이한 거라 곁에서 고급 단약을 정제하는 과정을 잘 살펴보기만 해도 크게 얻는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앞으로 염설아도 이런 걸 할 날이 올 테니 말이다.‘스승님 수법이 너무 노련하시네. 보는 것만 해도 기분이 황홀해지는 것 같아.’염설아는 옆에서 이태호가 연단하는 것을 넋이 나가게 바라보다가 문득 스승님이 원래부터 잘 생겼는데 연단하는 모습을 보니 더 매력이 철철 넘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 보고 있는데 이태호가 동작을 멈추더니 그녀에게 물었다.“어때? 뭘 좀 터득한 거 있어?”염설아는 입꼬리를 예쁘게 위로 끌어당기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스승님이 연단할 때 모습이 너무 멋진 것 같아요. 동작이 그냥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워요. 영력으로 화염을 제어하는 모습이 어쩜 그렇게 멋있을
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만하면 자질이 뛰어난 편이긴 한데, 그래도 문제는 많아.”잠깐 멍해 있더니 염설아는 이내 눈빛을 반짝이며 지극히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이태호를 바라봤다.“그래요? 무슨 문젠데요? 얼른 얘기해줘요.”학구열에 불타있는 그 모습에 이태호는 마음속에 기쁨이 스며들었다.“넌 매번 너무 급해. 재료를 넣을 때 한 템포씩 빨라. 그리고 정제할 때도 시간을 앞당겨 가려는 것처럼 조급해하는 것이 보여. 조금 느긋하게 할 필요가 있어. 딱 2, 3초 시간 차이야. 그것만 잘 극복하면 단약이 훨씬 더 잘 나올 거야.”“그래요? 내가 성격이 급한 데다가 긴장해서 그런가 봐요. 얘기 안 해줬으면 전혀 몰랐어요. 감사합니다, 스승님. 다음번엔 꼭 주의할게요.”염설아는 공수 인사를 하며 웃었다.잠시 생각을 하던 이태호는 그녀에게 말했다.“됐다, 너 이제 돌아가서 쉬어, 시간도 늦었는데.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 봐. 다음번엔 더 잘할 수 있도록.”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염설아는 이태호를 보며 물었다.“스승님은요? 시간이 이렇게 늦었는데 계속 정제하시게요?”그러자 이태호가 웃으며 말했다.“응. 단약을 두 화로 더 만들어놓고 쉴까 해. 요즘 3급 단약을 만드는 데 더 노력을 가해야겠어. 특히 고급 3급 단약을 능수능란하게 정제할 수 있어야 하급 4급 단약을 만드는 데 도전해 볼 수 있는 거야. 나도 하루빨리 하급 4급 연단사가 돼야지.”“스승님,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에요?”이 말을 하는 염설아의 눈빛은 이태호에 대한 숭배에 가까운 존경심이 깃들어 있었다. 웃으면서 걸어 나가며 그녀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그래도 쉬엄쉬엄하세요. 몸 상하시니까.”염설아가 나간 뒤, 이태호는 계속하여 단약을 두 화로 정제하고 난 다음에야 샤워하고 잠을 청했다.아침에 일어나서 문밖에 나가니 네 미녀가 나란히 뜨락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웬일로 넷이 다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눈 뜨자마자 아름다운 미녀도가 앞에 펼쳐지니
신수민은 단약을 손에 넣자마자 이렇게 말했다.그 말에 잠시 멍하니 있던 이태호는 얼떨결에 입을 열었다.“너희들 돌파하고 나서 내공이 안정되기 전에는 저녁에 찾아가도 되는 거 아니야? 이건 수련에 지장 없을 거 같은데?”‘흠, 틈새를 잘도 찾네.’수련을 핑계로 한동안 혼자 조용히 지내고 싶었던 신수민의 작은 소망이 물 건너갔다.“하앙, 오빠 뭐예요. 하여튼 이상한 생각만 잘해.”백지연의 볼이 발그스름하게 물들며 이태호를 향해 눈꺼풀을 까뒤집었다.“범용이 나한테 전화하기 전에는 여기서 연단을 계속할 거야. 물론 한 달 뒤에도 전화가 오지 않는다면 돌아가야겠지만.”이렇게 말하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이태호는 또 중얼거렸다.“묘의당과 신의당이 설립되었다면 뭐라도 단서가 나올 텐데...”“그 두 파벌이 다른 세력한테 소멸당했을까 봐 걱정하는 거야?”신수민은 이태호의 말에서 그가 뭘 걱정하는지 알 것 같았다.이태호도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렇게 오랫동안 소식이 없으니까 걱정이 되긴 하네. 이 큰 용성연합국에 각종 세력이 바글바글한데, 매일 새로운 것이 생기지 않으면 또 누군가는 소멸당하겠지. 만약 그 둘이 이미 소멸됐으면 일이 곤란해지는데...”이때 잠깐 상념에 빠졌던 백지연이 입을 열었다.“만약 그 둘이 진짜 소멸당했으면 오빠가 내공이 1급 무황에 도달한 자를 골라서 그 두 파벌의 당주로 세우고 또 열두 명을 채워서 파벌을 새로 만들면 되잖아요, 뭐가 문제예요?”이러한 아이디어가 나올 줄 몰랐던 이태호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네가 말한 건 정말 아무런 방법이 없을 때의 얘기야. 그러나 사부님이 예전에 말씀하신 적이 있어. 나더러 열두 개 파벌의 당주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파벌은 없어져도 당주만 살아있으면 그를 꼭 찾아내야 한다고 말이야. 다른 사람으로 머릿수 채우는 건 안 된다고 했어.”그 말을 듣더니 백지연은 입을 삐죽거렸다.“오빠 사부님이 참 이상하시네요. 숫자만 채우면 되는 거 아닌가? 그 사숙분은 더
“이만한 품질이면, 일품인 거겠지?”방 안에서 금방 정제한 하급 4급 단약을 손에 쥐어 보며 이태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표정을 봐도 그가 이번 단약의 품질에 자신이 넘친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다시 방 문을 나서는 동시에 그는 생각이 많아지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벌써 석 달이 지났다. 그새 풍월종에 준 단약만 해도 200알이 넘는다. 풍월종 사람들 얼굴에 누구나 웃음이 넘실넘실 차올랐다. 종문 실력이 일취월장해 가고 있었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태호는 점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연단 성과는 누가 들으면 턱이 빠지게 놀라워할 정도이지만 말이다. 스무날 남짓한 시간 동안 그는 손에 있는 3급과 2급, 심지어 하급 4급의 영초를 수도 없이 많이 소모했다. 그러한 결과는 손에 쥔 단약이 3천 개를 넘는다는 것.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연단 속도였다.잠시 고민을 뒤로 하고, 그는 신수민네가 내공 돌파를 하게 된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괜찮네. 정연이가 이젠 9급 무황이 되었네? 20여 일 동안 두 번 돌파하고 9급 무황이 됐으니까, 이제 경지가 안정돼서 재 돌파하면 1급 존자가 되겠구나.”백정연을 보며 이태호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자 백지연이 뛰어와 그 앞에서 한 바퀴 빙 돌며 상기된 어조로 말했다.“오빠, 날 봐요. 나도 칭찬해 줘요, 빨리.”“음... 너도 잘했어. 3급 무왕에서 7급 무왕이라. 돌파 속도가 어지간하지 않은데?”백지연도 칭찬받을 만했다. 그건 신수민도 인정했다.“지연이 속도가 진짜 빠르긴 해. 나 지금 8급 무왕인데, 걸핏하면 날 따라잡겠어.”백지연은 귀엽게 윙크하며 신수민한테 농담을 건넸다. “큰 언니, 나도 언니를 따라잡고 싶은데, 혹시 날 좀 기다려줄 수 있어요?”맨 마지막에 이태호는 염설아를 보더니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4급 무황이네. 그만하면 매우 잘한 거야.”“고마워요, 스승님.”칭찬을 받은 염설아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스승님도 그렇고, 다들 너무 부러워요. 어떻게 한눈에 내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