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후의 신체 변화에 온다연은 깜짝 놀랐다.부단히 저항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안 돼요. 아직 아프다고요...”유강후는 그녀의 입술을 물며 손을 셔츠 안으로 넣었다.“괜찮아, 안 아플 거야. 점심때보다 더 기분이 좋을 거야...”다정하면서도 강압적인 태도로 그녀를 소유하고 있었다.온다연은 피할 수 없었다. 철썩이는 파도에 출렁이는 작은 배처럼 몸이 흔들리고 있었다.얼마나 흔들렸을까, 겨우 힘을 모은 그녀는 다시 한번 그를 힘껏 밀어내고 나서야 그는 그녀를 놓아주었다.그녀를 깨끗하게 씻겨준 뒤 다시 옷을 입혀주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저녁 7시가 되었다.그는 잔뜩 피곤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지금 호텔로 데려다줄게. 이따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바로 말해. 사람을 시켜서 가져다주라고 할 테니까.”온다연은 그의 손을 잡으며 나직하게 말했다.“어디 가는데요?”유강후는 나른한 그녀의 모습을 아주 좋아했기에 저도 모르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저녁에 참석해야 하는 식사 자리가 있어. 네가 묵을 호텔 레스토랑에서 할 거야. 다연아, 너도 가고 싶어?”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였다.“혼자 방에 있고 싶지 않아요. 혼자는 무서워요.”오전의 일을 겪었던지라 유강후도 그녀를 혼자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비록 식사 자리에 유민준도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그녀를 눈앞에 두고 지켜보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유민준도 감히 온다연에게 접근하지 못할 테니까.회사에서 호텔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차로 10분 이동하면 바로 도착했다. 차는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호텔 앞에 멈추어 섰다.차에서 내리자 바로 누군가 웃으며 달려왔다.“유 대표님께서 저희 호텔에 며칠 묵으실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네요. 정말 영광입니다!”유강후는 평소와 같은 차갑고 도도한 얼굴로 돌아왔다. 꼭 모든 것이 그의 손아귀에 있는 것처럼 냉담한 모습이었다.이런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온다연은 유강후에게 다른 인격이 존재하는 것
유민준에게 말을 건 사람은 영원에서 꽤나 권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유민준이 화를 내며 노려보니 더는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민준 대표 여동생은 유하령 씨가 아니었어요? 그러면 친동생이 아니라 사촌 동생이겠네요?”유민준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수상한 기분이 들어 바로 말했다.“지금은 아니에요. 앞으로도 아닐 테니까 더는 궁금해하지 마세요. 어차피 그 쪽에겐 더없이 과분한 사람이니까.”그는 이미 분명하게 말했다. 온다연의 신분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안 남자는 더는 묻지 않고 웃는 얼굴로 상황을 정리하며 물러났다.찝찝한 유민준과 달리 온다연은 담담하게 음식을 먹고 있었다.점심을 거의 먹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기 전까지 그런 행동을 했으니 너무도 배고팠다. 그래서 먹는 것도 다소 급하게 먹게 되었다.유강후는 입맛이 살아난 듯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계속 음식을 집어주었다. 그의 눈빛도 다소 부드러워졌다.테이블 아래로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잡았다.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천천히 먹어. 아직 나오지 않은 음식도 있으니까.”온지유는 화들짝 놀라며 얼른 손을 빼냈다. 그녀의 얼굴이 발그레해지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여긴 사람이 너무 많아요.”유강후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구기며 차가워진 어투로 말했다.“그래서 뭐. 보라고 해. 그렇게 남이 알게 되는 게 두려운 거야? 어차피 넌 우리 집안이랑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잖아.”그는 원래부터 숨길 생각이 없었다. 온다연의 건강 상태가 좋아지면 당연히 공개할 생각이었다.결혼은 미룰 수 있었지만, 혼인신고는 더는 미룰 수 없다. 온다연은 이미 성인이 되었으니 지금이라도 당장 혼인 신고할 수 있었다.이때 어느새 분위기도 무르익었다.누군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유 대표님이랑 나은별 씨 결혼은 언제 하나요. 제가 듣기론 나씨 집안에서 이미 혼수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하더라고요.”그러자 바로 다른 사람도 맞장구쳤다.“맞아요. 며칠 전 나은별 씨를 만났는데, 정말 재벌 가문은
온다연은 버둥거리며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유강후는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차가운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어디 가려고?”온다연도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몰랐다.원래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말았어야 했지만 나은별과 유강후의 혼인 얘기를 듣고 나니 너무도 괴로웠다.그녀는 그에게 그저 놀이 상대일 뿐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비록 직접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그녀는 자신과 유강후는 암묵적인 거래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녀의 상황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주기로 한 것이고, 그녀는 그에게 그가 흥미를 보이는 그녀의 몸을 내어줄 뿐이다.떳떳하게 밝힐 수 없었던 사이였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고 주제도 파악하고 있었다.심호흡한 뒤 나직하게 말했다.“조금 피곤해서 방으로 돌아가 쉴 생각이었어요.”그녀를 보는 유강후의 눈빛이 살짝 빛났다.“정말로 그것뿐이야?”온다연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네, 그냥 조금 피곤해서 자고 싶었어요.”유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빛이 다소 어두워지고 표정도 차갑게 굳어져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엘리베이터 안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너무도 조용한 나머지 상대의 숨소리마저 크게 들렸다.다행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유강후는 그녀를 안은 채 밖으로 나왔다.방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온다연이 나직하게 말했다.“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아저씨. 그러니까 돌아가요. 그 많은 사람들이 아저씨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요.”유씨 집안에 오랫동안 지내면서 비록 떳떳하게 모습을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을 본 적 있었다.그녀는 방금 그 레스토랑 안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말을 마친 뒤 유강후의 품에서 내려오려고 버둥거리자 유강후가 차갑게 말했다.“내가 가면, 넌 또 어디로 도망치려고?”온다연은 입술을 깨물며 솔직하게 말했다. 작은 목소리로.“도망 안 가요.
유강후는 무의식적으로 반지를 만지며 차갑게 말했다.“만약 결혼했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도망치게?”온다연의 심장이 쿵쾅쿵쾅 미친 듯이 뛰었다. 꼭 누군가 그녀의 심장을 움켜쥔 것처럼 호흡이 가빠지는 것 같기도 했다.머릿속은 하얀 백지장이 되어 생각할 수 없었다.유강후는 그녀를 봐줄 생각이 없었는지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리며 작고 예쁜 얼굴을 보았다. 그의 두 눈엔 집착이 가득했다.“온다연, 무슨 일이 있든 내 곁에서 도망칠 생각을 조금이라도 한다면 그에 따른 대가가 어떨지도 생각하고 도망쳐야 할 거야. 네 두 다리도 잃고 싶다면.”그는 이미 두 번이나 그녀를 봐주었다. 또 그의 곁에서 도망친다면 다리를 분질러서라도 곁에 묶어둘 생각이었다.온다연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속눈썹과 입술이 바르르 떨려왔다.“아저씨가 나은별 씨랑 결혼하면 저랑 아저씨 사이는 끝이 나는 거예요.”유강후는 손을 들어 그녀의 입술에 있던 점을 눌렀다. 그는 욕망에 휩싸인 눈빛으로 보았다.온다연 입술에 있는 점을 아주 좋아했다. 옅고 작은 점은 가까이에서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었을뿐더러 한번 발견하고 나면 자꾸 눈에 밟혀 키스하고 싶은 충동이 생겨났다.키스할 때마다 그는 그녀의 작은 점을 자꾸 깨물게 되었다.유씨 집안으로 발을 들인 후 거실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를 본 순간부터 그 점을 발견했던지라 자주 꿈에 나왔다. 그때마다 꼭 아직 어리니 성인이 되면 잡아먹어달라고 유혹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지금, 그녀는 겨우 성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그의 것이어야만 한다.어떤 이유든지 만약 그녀가 그의 곁에서 도망칠 궁리를 한다면 영원히 방에 가둬버릴 것이다.“온다연, 명심해. 넌 내 거야. 태어날 때부터 내 것이라고. 끝이라는 말은 다시는 내 앞에서 하지 마. 듣고 싶지 않으니까!”그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표정도 차가웠다. 마치 당연한 일을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그러나 당연하듯 내뱉은 그의 말에 온다연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정말로 나은별 씨랑 해외에서 결
지난 일들이 머릿속에 물밀듯 떠올라 온다연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졌다. 속도 울렁거려 미칠 것 같았다.그녀는 방금 레스토랑에서 먹은 것을 전부 게워낸 것도 모자라 위액까지 게워냈다.화장실로 달려들어 가면서 문을 잠갔기에 유강후는 밖에서 두드리고 있었다.“다연아?”온다연은 고개를 돌려 문을 보았다. 일어선 뒤 간단히 세수했다.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그녀는 이미 평정을 되찾은 뒤였지만 안색은 한눈에 보일 정도로 창백했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방금 먹은 음식이 속을 뒤집히게 한 거야?”온다연은 고개를 저으며 그가 뻗은 손을 피한 뒤 천천히 소파로 다가가 누웠다.너무도 피곤해 잠을 자고 싶었다.유강후는 점점 야위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나은별은 그냥 친구일 뿐이야.”그는 무슨 일을 하든 설명하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설명하고 있었다.하지만 온다연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이미 속으로 그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유씨 집안에 오랫동안 지내면서 돈 많은 남자들이 밖에서 내연녀 한 명쯤 키우는 건 흔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심지어 본처가 내연녀가 친 사고를 수습하는 황당한 일도 많았다.다른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 있어도 그녀는 아니었다.그녀의 어머니가 바로 내연녀의 손에 사망했으니 말이다. 그녀는 죽어도 내연녀가 되고 싶지 않았다.인생에 결혼도 한 번으로 충분했다. 만약 유강후가 해외에서 이미 결혼하고도 국내에서 그녀와 결혼하려 한다면 그녀의 처지는 내연녀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그렇게 생각하니 몸이 더욱 아팠다.그녀는 나직하게 말했다.“아저씨, 전 좀 피곤해서 잘게요. 사람들이 아직도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얼른 가보세요. 전 걱정할 필요 없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돌아누우며 유강후에게 등을 보였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에 올린 후 안아 올려 안방으로 갔다.“잘 거면 침대에서 자. 불편하게 소파에서 자지 말고.”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움직
그중에 재개발 구역 기초 공사도 있었다. 후반기에 더 큰 추가 투자와 민생 프로젝트가 있을 뿐 아니라 전부 큰 프로젝트였던지라 만약 지금 무산된다면 기초 공사부터 헛수고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유강후가 들어가자 모든 이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하지만 그는 그들의 시선이 눈에 보이지 않는 듯 무시하며 자리에 앉았다.그가 입을 열지 않자 누구도 먼저 입을 열 엄두를 내지 못했고 긴장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는 천천히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청운 그룹, 흔정 투자, 세원 그룹은 더 이상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마세요. 세 분의 자리는 이미 탈락한 리스트에서 다시 뽑아 채울 겁니다.”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냉담하게 세 회사의 살길을 막아버렸다.다른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지목된 세 회사의 사장들의 안색은 사색이 되었다.“대표님, 대체 왜 저희를 제외하는 겁니까?”유강후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다른 사람이 제 일을 입에 올리는 거 싫어합니다.”그 사람은 더 말하려고 했지만 유강후의 싸늘한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앞으로 더는 저와 나은별에 대한 일을 입에 올리지 마세요. 만에 하나 누가 또 입에 올리기라도 한다면 미래 그룹에서 투자하고 있는 것을 전부 중단할 겁니다.”현장은 침묵으로 가득했다. 누구도 입을 열 엄두가 나지 않았다.세 회사의 책임자들은 말이라도 해보려고 했지만 다른 회사 책임자들이 말렸다.짧은 침묵이 끝나고 현장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한편, 로열 스위트룸에 누워있던 온다연은 핸드폰을 꺼냈다.곰곰이 생각한 뒤 유민준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빠, 아저씨 정말로 해외에서 나은별 씨랑 결혼한 거예요?]그러자 빠르게 답장이 왔다.[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결혼을 약속했었어. 중간에 어떤 오해가 있는 바람에 아직도 결혼하지 못한 거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다른 나라에서 이미 결혼식을 올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지. 게다가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은 우리 집안에 좋은 일이기도 해. 그런데
이권은 숨길 엄두가 나지 않아 사실 그대로 말했다.“지금 민준 도련님 방에 있습니다.”“안내해!”빠르게 두 사람은 유민준이 체크인한 아래층으로 왔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이효진이 얇은 잠옷을 입은 채 방 문 앞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들리는 인기척에 그녀는 유강후가 왔음을 눈치채고 더 크게 울었다.“작은 아버님, 민준 씨가, 민준 씨가 온다연이랑...”“방금 누가 와서 알려줬어요. 민준 씨가 온다연이랑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고...”눈물을 뚝뚝 떨구는 그녀의 모습은 아주 가련해 보였다.“전 온다연이 유씨 집안사람마저 꼬실 거라곤 전혀 몰랐어요. 심지어 민준 씨는 호적상 오빠잖아요...”유강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보다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닥쳐.”“여기서 한마디라도 더 하면 창문으로 던져 버릴 거니까.”놀란 이효진은 안색이 창백해지며 더는 입을 열 엄두가 나지 않았다.유강후는 다시 시선을 돌려 굳게 닫힌 문을 보았다.“당장 호텔 매니저 불러서 열라고 해.”말을 마치기도 전에 호텔 매니저가 도착했다. 호텔 매니저 뒤로 네 명의 제복을 입은 경찰이 있었다.유강후의 안색이 미묘하게 변하며 여전히 싸늘한 눈빛으로 이효진을 힐끗 보았다.이효진도 당황했다. 그녀는 혼자 중얼거렸다.“제, 제가 연락한 거 아녜요. 전, 전 그냥...”그녀는 그저 온다연을 끌어내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고 싶었다. 유민준까지 해칠 마음은 전혀 없었다.정말로 유민준과 결혼해 유씨 가문 며느리로 호화롭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호텔 매니저는 유강후도 현장에 있자 이마에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으며 눈치를 보았다.“죄송합니다, 대표님. 방금 그 경찰들은 누군가의 신고로 찾아온 것이랍니다. 경찰이 말하긴 저희 호텔 308호와 309호에서 마약을 팔고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그때 309호의 문이 열리면서 상반신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남자가 나오며 이효진을 향해 말했다.“자기야, 난 이미 준비가 다 됐어. 그
유민준의 말에 유강후의 이마엔 핏대가 드러났고 찢어 죽여버릴 듯이 이불을 꽁꽁 덮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이불에 구멍이 뚫릴 것 같았다.유민준은 이런 무시무시한 유강후의 모습을 처음 보았다. 황급히 이불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죄송해요, 작은아버지. 저랑 다연이는 정말로, 진심으로 서로 사랑하고 있어요. 다연이한테 평생 잘해줄 거니까 제발 저랑 다연이 사이를 허락해 주세요...”‘사랑? 허락?'유강후는 앞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더니 서슬 퍼런 눈빛으로 손을 들어 살인 병기를 휘두르듯 유민준의 머리를 가격했다.그의 눈빛은 유민준을 당장이라도 죽여버릴 듯한 눈빛이었다.유민준은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렸다. 유강후의 살기를 고스란히 느꼈기 때문이다.그는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로 유강후를 불렀다.“작은아버지...”하지만 말을 이을 수 없었다.유강후는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그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만약 방금 그의 머리로 닿은 것이 유강후의 손바닥이 아니라 총기였다면 그는 바로 사망했을 것이다.이때 이불 속에 있던 사람이 머리를 내밀었다.그를 본 순간 여자도 공포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제발 민준 오빠를 한 번만 봐주세요! 저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제발 민준 오빠를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온다연의 목소리가 아니었다.유강후는 고개를 홱 돌렸다. 침대에 누워있던 여자는 공포에 휩싸인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얼굴이었다. 꼭 어디서 본 것처럼.그는 눈을 가늘게 접었다. 조금 전까지 가득하던 살기도 사라지고 손에도 힘이 풀려 툭 내려놓았다.이때 유민준이 고개를 돌리며 놀란 눈으로 침대에 누운 여자를 보곤 소리를 질렀다.“진설아! 네가 왜 거기에 있는 거야? 다연이는?”밖에 있던 경찰이 들어왔다.“누군가로부터 여기서 약을 팔고 성매매가 이루어진다는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그러니 협조해주시죠!”유강후의 표정은 빠르게 평상시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너무도 싸늘해 감히 쳐
그 말과 함께 온다연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이렇게 빌게요. 제발 아이를 다른 사람한테 주지마요. 안 그러면 확 죽어버릴 거예요.”“시키는 건 뭐든지 할게요. 제발 아이만...”유강후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애써 이성을 유지하며 온다연을 일으켰다.“다연아, 거짓말이 아니야. 저 아이는 우리 아들이 아니라니까?”온다연은 그를 바라봤다.“말했잖아요. 우림이랑 유전자 검사해 봤다고요. 혈연관계가 없다는 결과를 이미 확인했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날 속일 거예요?”하얗게 질린 얼굴에는 눈물이 가득했다.“저 아이가 내 아들이 아니라면 진짜 아들은요? 누구한테 줬어요?”유강후는 말없이 손을 뻗어 그녀의 눈물을 닦았다.그러나 온다연은 여전히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고 점점 더 과격해졌다.“말하라고요. 내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냐고요.”어느새 유강후의 눈에도 슬픔이 차올랐지만 입을 꾹 닫은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왜 대답을 못 해요? 말해줘요. 내 아이는 어디에 있는지.”“말하라고!”이때 뒤에 서 있던 이권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도련님, 이제 사실대로 말씀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큰일 날 것 같습니다.”온다연은 고개를 돌리더니 이권을 쳐다보며 물었다.“이권 씨는 알고 있죠?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줘요.”“이권, 입 닫아.”유강후가 단호하게 호통을 쳤지만 이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다연 씨, 아이는 죽었어요.”“그 작은 아이가 5개월 동안 살아있을 리가 없잖아요.”“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도련님의 손바닥 위에서 마지막 숨이 끊겼습니다.”그 말은 날벼락처럼 날아가 온다연의 가슴을 후벼 찧었다.‘죽었다고?’‘내 아들이 죽었다고?’그녀의 눈빛은 서서히 생기를 잃었고 마치 영혼 전체가 고통에 휩싸인 것처럼 공허하고 슬퍼졌다.‘아니야. 분명히 건강을 되찾고 있었어.’‘거짓말하는 게 분명해. 세상이 지금 날 속이고 있는 거야.’심장이 멎은 듯 숨이 막혀온 온다연은 몸을 떨면서 중얼
유강후는 단호하게 말했다.“얼른 막아.”그러자 경호원들이 앞으로 나서며 온다연을 가로막았다.“사모님, 밖에 비가 옵니다. 여기 있는 게 좋을 거예요.”온다연이 계속 피하려고 하자 몇몇 경호원은 아예 문을 막아버렸다.다급함과 초조함이 밀려온 그녀는 또다시 경호원의 허리춤으로 손을 뻗었다.다행히 이를 알아챈 경호원은 재빨리 옆으로 몸을 피했다.“사모님, 또 총을 쓰시려고요?”온다연은 자신의 의도가 간파되자 뒤로 돌아서더니 주저 없이 창문으로 달려갔다.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녀가 창가에 다가가기도 전에 이미 창밖에는 건장한 경호원이 자리 지키고 있었다.절망은 밀물처럼 온다연을 덮쳤다.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그녀는 슬픔에 잠식할 듯한 눈빛으로 뚫어져라 유강후를 째려봤다.유강후도 이제는 그녀의 마음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그는 한 걸음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끝내 벽 모퉁이에 다다르고서야 온다연은 품에 있는 아이를 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강후 씨, 이건 내 아이예요.”유강후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그 고통을 애써 참으며 온다연에게 손을 내밀었다.“다연아, 우리의 아이는 우림이야. 그러니까 이리 줘.”“싫어요.”온다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너무 긴장하고 불안한 탓인지 그녀의 옷은 어느새 식은땀으로 젖어있었고 이마와 손바닥도 땀투성이였다.한편으로는 유강후가 아이를 빼앗아 그녀의 곁에서 떼어 놓을까 봐 극도로 두려워했다.온다연은 삶의 이유를 찾지 못했다.그녀는 품에 있는 아이를 꼭 껴안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아이가 내 아들이잖아요.”온다연은 고개를 들어 유강후를 바라봤다.“내 아이 맞잖아요! 강후 씨, 제발 부탁인데 빼앗지 마요. 사실 이미 알고 있어요. 우림이가 우리의 아이가 아니라는걸.”유강후는 그대로 얼어붙었고 심장이 터질 듯 아팠다.“이 아이는 재혁이의 아들이야. 경호원 이재혁 알지? 우리의 아이는 우림이가 맞아.”그 말
온다연은 말없이 진시현의 품에 있는 포동포동한 아이를 바라봤다.유강후가 다가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넋이 나갔다.그녀의 영혼은 아이에게 빨려 들어갔고 아이의 모든 움직임에 매료되었다.유강후는 혼이 나간 듯 얼굴마저 창백해진 온다연의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열은 없었다.그는 온다연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이 사람이 진시현이야. 로운의 부하이자 네가 말한 그 여자... ”온다연의 눈에는 아이밖에 없었기에 유강후의 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녀는 유강후의 손을 뿌리치고 한 걸음 한 걸음 진시현 앞으로 걸어갔다.진시현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사모님, 안녕하세요. 진시현이라고 합니다. 저랑 대표님의 관계를 오해하고 계신 것 같은데...”온다연은 정신이 멍해져서 진시현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다만 귓가에 맴도는 목소리가 있었다.‘네 아이잖아. 이건 네 아들이라고.’온다연은 가까이 다가가 아이의 생김새를 관찰했다.하얗고 토실토실한 아이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맑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봤다.순간 아이의 얼굴에서 유강후의 모습이 언뜻 스쳐 갔다.호흡마저 가빠진 온다연은 재빨리 아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안아봐도 될까요?”얼굴은 식겁할 정도로 창백했지만 온다연의 아름다운 미모에는 전혀 영향이 없었다.진시현은 지금껏 멀리서만 온다연을 봤었다. 물론 그때도 청순하고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처럼 가까이에서 보니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온다연의 피부는 매우 하얗고, 뚜렷한 이목구비는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여주인공이라 해도 무방했다.한편으로는 유강후가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가 납득되었다.다만 아이를 바라보는 온다연의 눈빛은 평소와 매우 달랐는데 마치 당장이라도 아이를 빼앗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게다가 아이를 안아보고 싶다고 하니 진시현은 무의식적으로 유강후의 눈치를 살폈다.유강후도 온다연의 이상함을 눈치챘다.“다연아, 아이가 보고 싶어서 그래? 장 집사한테 얘기해서 우림이 데려올게.
유강후는 잠시 생각했다.“같이 데려와. 다치지 않게 옆에서 잘 경호해.”그의 눈에는 착잡함이 스쳐 지나갔다.“자식은 부모의 보물이나 다름없어. 재혁이가 날 돕기 위해 기꺼이 아들을 보내줬는데 절대 다치게 해서는 안되지.”이권이 답했다.“그건 당연히 제가 할 일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재혁 씨의 아들도 하얗고 토실토실해서 엄청 예쁘더라고요. 심지어 전체적인 분위기는 대표님과 많이 비슷해요. 닮은 거로만 봤을 땐 우림 도련님보다 훨씬 더 대표님과 다연 씨를 닮았어요.”유강후는 기분이 언짢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소리야? 재혁이는 우리 엄마 먼 친척의 아들이야. 친척끼리 당연히 닮은 구석이 있겠지.”“권아, 왜 이렇게 뭉그적거리지? 빨리 안 가고 뭐 해.”“지금 바로 가겠습니다.”두 곳은 서로 가까워 얼마 지나지 않아 진시현이 아이를 데리고 함께 찾아왔다.오늘 진시현은 가면 대신 가벼운 메이크업을 했다.최근 온다연을 따라 해서 그런지 눈매와 행동까지 점점 온다연과 매우 흡사해졌다.캐주얼한 운동복을 입은 그녀는 아이를 소파에 눕히고 자연스럽게 놀아줬는데 그 모습은 유난히 온화해 보였고 로운조차도 힐끔힐끔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얼마 후 유강후가 다가와 그녀에게 몇 마디 설명했다.그러고선 자연스레 시선이 아이에게 향했다.보면 볼수록 이재혁의 아들은 강씨 가문과 많이 닮았고 그제야 이권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문득 세상을 떠난 아이가 생각난 유강후는 가슴이 미어졌다.‘우리 아이가 살아있었다면 이만하겠지?’온다연과 유강후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니 어쩌면 훨씬 더 예쁠지도 모른다.이때 아이가 갑자기 손을 뻗어 유강후의 옷깃을 잡더니 옹알이했다.흠칫한 유강후는 홀린 듯이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았다.어찌나 작고 가벼운지 깃털처럼 느껴졌고 말랑한 몸은 마치 작은 고양이를 안은 것처럼 부드러웠다.유강후는 씁쓸한 미소를 드러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이름은 뭐야?”진시현이 웃으며 답했다.“진하림이요.”“재혁이의 아들인데 성
자연스레 유강후도 주성원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곧바로 흰머리 한두 가닥을 보게 되었다.그는 겁에 질린 채로 재빨리 다가가 온다연의 손목을 잡고 흔들었다.“다연아.”그러나 온다연은 여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유강후는 그녀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아직 뜨거웠다.가슴을 쥐어뜯듯 고통이 밀려왔다.유강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았다. 모든 상황을 설명해 줬고 심지어 아이까지 보여줬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지를 몰랐다.이때 주성원이 입을 열었다.“다연 씨의 현재 상태는 매우 심각합니다.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실대로 말했다.“대표님, 병원에 데려가 정밀검사를 받는 게 어떠신지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 자칫하다가 암으로 발전될 수도 있으니 검사를...”유강후는 고개를 휙 돌렸다.“뭐라고요?”주성원은 말을 이었다.“장난으로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이 일만 30, 40년 해왔는데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다연 씨는 위에 문제가 생긴 게 확실합니다.”“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상태가 악화된 거죠? 불과 한두 달밖에...”순간 유강후의 머릿속에는 막연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어쩌면 온다연이 아이가 없어진 걸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그저 이런 추측이 스쳐 지나갔을 뿐, 곧바로 그에게 부정을 당했다.유강후는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다연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시잖아요. 굉장히 내성적이고 뭐든 속에 담아두는 성향이에요. 제가 아무리 옆에서 달래도 절대 입을 열지 않거든요. 아마 최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이렇게 된 것 같네요.”“혹시 다연이의 입을 열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주성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이건 대표님이 공들여 유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연 씨는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 어쩌면 마음의 병을 앓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대화를 최대한 많이 하는 게 좋습니다. 속에 담아둔
온다연은 심장이 도려내는 듯한 고통에 비틀거리며 비웃었다.“대면이라뇨? 이번에는 또 어떤 연극을 하려는 거예요? 내가 어떻게 협조하길 원하는 거죠?”그녀는 천천히 침대 위 아이를 바라보았다.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요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의 맑은 눈동자가 보였다.아이는 참으로 순하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그 아이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었다.그녀의 마음은 누군가 마구잡이로 흔들어대는 것처럼 아팠다.내장이 모두 뒤틀리는 듯한 통증에 온다연은 견딜 수 없었다.지금 당장이라도 유강후에게 따져 묻고 싶었다.왜 자신의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는지, 그리고 침대 위의 이 아이는 누구의 아이인지.하지만 만약 지금 모든 것을 폭로한다면, 유강후가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쩌겠는가?그가 침대 위의 아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상상만으로도 두려웠다.유강후는 차갑고 냉혹한 사람이었다. 때문에 아이 하나 없애는 건 그에게 아무것도 아닐 터였다.온다연이 아이를 보며 움직이지 않자 유강후는 다가와 아이를 품에 안고 그녀의 앞으로 걸어왔다.그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이 깼어. 안아 줘.”그는 아이를 온다연에게 건네려 했다.하지만 온다연은 받아들이지 않고 유강후를 밀쳐냈다.“꺼져요. 내 앞에서 위선 떠는 거 짜증 나니까!”그녀의 목소리가 다소 컸는지라 놀란 아이는 ‘와아’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던 유강후는 아이를 그녀에게 억지로 넘기려 했다.두 사람의 실랑이 끝에 결국 아이는 품에서 벗어나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순간 두 사람 모두 얼어붙었다.온다연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아이를 안아 올려 다친 곳이 있는지 확인했다.다행히 방바닥에는 두툼한 카펫이 깔려 있었고 아이도 옷을 두껍게 입고 있어 크게 다치지 않았다.그러나 충격을 받은 아이는 더욱 크게 울기 시작했다.온다연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 눈물을 흘리며 아이를 달랬다.그러나 왜인지 평소에는 얌전했던 아이가 이번에는 좀처럼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유강후는 장화연에
“내가 낳은 아이라고요?”온다연은 유강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마치 그의 영혼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어떻게 거짓말을 하면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수 있지? 난 대체 얼마나 어리석었길래 이 사람의 모든 행동을 사랑이라 믿었고 진심이라고 여겼던 걸까?’갑자기 온몸이 지치는 듯한 피로감에 휩싸이더니 온다연은 차갑게 말했다.“아저씨, 나 속이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요?”유강후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눈빛에 잠깐 고통스러워하는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널 속인 적 없어.”“속인 적 없다고요?”온다연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그의 앞에 섰다.눈빛이 마치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을 평가하듯 차갑고 날카로웠다.유강후의 몸에 커다란 구멍이라도 뚫으려는 듯 온다연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그러다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웃음소리는 점점 커졌고 마침내 눈물까지 흘러내렸다.“속인 적 없다니... 아저씨, 아저씨 입에서 진실된 말이 단 하나라도 나온 적이 있긴 해요?”“하늘을 걸고 맹세해봐요. 날 속인 적 없다고. 정말 진실만 말했었다고요!”“할 수 있겠어요?”그녀는 한 번도 이렇게까지 감정을 폭발시킨 적이 없었다.목이 터질 듯 외치는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불안하게 만들었다.하여 유강후는 온다연의 이마에 손을 대며 물었다.“어디 아픈 거 아니야? 주성원 선생님 부를까?”“손 치워요!”온다연은 그의 손을 세게 쳐내며 격렬히 숨을 몰아쉬었다.‘참을 만큼 참았어.’다정하면서도 유강후의 몸에서는 여전히 달달한 향수 냄새가 났다.역겨웠다. 정말 끔찍하게 역겨웠다.그와 얽혔던 모든 기억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그녀의 심장을 후벼 파는 것 같았다.온다연은 유강후를 밀쳐냈다.“아저씨는 정말 역겨워요. 진짜 끔찍해요!”순간 유강후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창백한 온다연의 얼굴을 보며 그는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온다연, 지금 무슨 말 하고 있는지 알아? 방금 한 말 당장 취소해.”그러자 온다연은 차가운 웃음을
“예전에는 작은 도련님을 앞에 데려다만 놓으면 꼭 안아서 놓으려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만지려고도 하지 않아요.”잠시 망설이던 장화연이 이어 말했다.“사모님이 아마 이 아이가 자기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아버린 것 같아요.”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유강후는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리고 장화연은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 건네며 말했다.“차라리 이제 사실을 사모님에게 말하는 게 어때요?”유강후는 마음이 죄어드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눈빛이 어두워졌다.“안 돼. 견디지 못할 거야. 정말 죽을 만큼 아파할 거라고...”장화연은 한숨을 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이제는 제 말을 믿지도 않고 제게 응답도 하지 않아요. 진시현 씨 일은 직접 사모님에게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강후는 고개를 돌려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방 안에서 온다연은 유강후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아이의 볼을 살짝 건드리며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이제 이 아이만 보면 자신의 아들이 그 여자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그 고통은 마치 칼로 심장을 도려내는 듯했고 유강후에 대한 증오가 점점 깊어졌다.그의 무정함과 거짓말이 더욱 미웠다.장화연을 시켜서 외부의 여자가 자신의 대역이라는 말이나, 누군가 그녀를 암살하려 했기에 보호를 위해 대역을 세웠다는 말까지 하게 만들다니.온다연은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이런 허술한 거짓말을 대체 어떻게 만들어낸 걸까? 설령 누군가 내 목숨을 노렸다 해도 어떻게 내 아들을 그 대역한테 맡길 수 있어? 웃겨서 정말!’그의 입에서는 한 마디의 진실도 나오지 않았다.온다연은 멍하니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너는 내 아기가 아니지만 명목상 내 아이니까 정말 좋긴 해. 걱정 마. 내가 널 포기하지 않을 거야. 작은 희망이라도 있으면 반드시 널 데리고 나갈 거야.”“하지만 지금은 널 좋아한다는 걸 티 내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아저씨가 널 이용해 날 또 옥죌 거니까.”“그 사람은 정말 나쁜 사람이야. 내가 얼마나 괴
병원에서.며칠간의 치료와 정성 어린 간호 끝에 나은별은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그녀는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며 소이섭이 깎아준 사과를 받아들었다.“그 사람은 어떻게 처리했어요?”소이섭은 안경을 살짝 고쳐 쓰며 차가운 눈빛을 번뜩였다.“죽었어. 너무 많은 걸 아는 사람은 살려둘 수 없지.”나은별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그 사람... 강후 씨 비서였잖아요. 갑자기 죽으면 의심을 사지 않을까요?”그러자 소이섭은 냉소적으로 대답했다.“강후는 지금 온다연이라는 여자애를 찾느라 온 세상을 뒤지고 있어. 이런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거야.”곧 나은별은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이번 수는 제대로 먹혔네요. 비서를 이용해 강후 씨의 말을 왜곡해서 아래 사람들에게 전달하게 하고 강후 씨가 온준휘를 구하지 않으려 한다는 오해를 만들었잖아요. 그 결과 온준휘는 골든타임을 놓쳐 죽게 됐고 지금 온다연의 눈에는 강후 씨가 살인범이나 다름없겠죠.”“온다연은 어릴 때부터 부모의 사랑도 받지 못했어요. 자신이 잠깐 돌봐줬다는 이유만으로 심미진이 온다연을 학대하고 유하령이 괴롭히게 놔뒀는데도 아직도 심미진을 잊지 못하더라고요. 그런 애가 가장 중시하는 건 가족이에요. 그런데 온준휘가 강후 씨의 무관심으로 죽었다고 믿고 있으니... 온다연이 강후 씨를 용서할 리 없겠죠.”“게다가 온다연은 강후 씨가 자기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버렸다고 믿고 있어요. 이제 강후 씨를 더더욱 용서하지 못할 거예요.”“근데 정말 보고 싶어요. 그 여자가 자기 아이가 사실 이미 죽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생각만 해도 속이 시원해!”소이섭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차갑게 말했다.“지금은 온다연이 그 사실을 알게 하면 안 돼. 김원도와 계획한 대로 모든 걸 진행해야 해. 하지만 걱정 마. 온다연이 너한테 그런 짓을 했던 만큼 내가 온다연한테 그보다 더한 고통을 줄 거니까.”나은별은 이를 드러내며 비웃었다.“온다연 따위가 감히 나와 경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