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후는 고개를 숙인 채 그녀의 입술을 막아버렸고 한 손으로 문고리를 잡았다.밖에 있던 사람은 문고리를 잡아 내려보았다. 내려가지 않자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안에 누가 있는 거죠? 계속 대답 안 하면 경비 부를 겁니다!”온다연은 초조해졌다. 울먹이며 있는 힘껏 유강후를 밀어냈다.유강후는 여전히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두 눈엔 욕정이 가득했다. 온다연의 허리를 만지작거렸던 탓에 온다연은 더 긴장하고 초조해졌다.무섭고, 초조하고, 불안하고, 너무도 아파 그녀는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고 입에서는 끊임없이 애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인기척이 또 들리자 유강후는 그제야 끊임없이 소리를 내는 문고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내가 있으니까 당장 문 앞에서 사라져요!”밖에 있던 사람이 급히 대답했다.“대표님이셨군요.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드디어 인기척은 사라졌다. 온다연도 마음이 놓였다.유강후의 몸에 대롱 매달린 채 공중에 붕 떠버린 다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그는 붉게 물든 그녀의 얼굴을 보더니 눈빛이 어두워졌다.잠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말해, 대체 왜 그놈을 만난 건지. 그렇지 않으면 넌 이 문을 절대 나갈 수 없어.”온다연은 방금 일로 넋이 나간 상태였던지라 화를 낼 기운도 없어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만나려고 한 적 없어요. 아저씨는 매번 제 말을 믿어주지 않으시잖아요!”그녀는 너무도 서러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채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민준 오빠가 저 찾으러 온 거라고요. 제가 어떻게 대놓고 가라고 해요. 민준 오빠가 아저씨 집안사람인데, 미움을 살 수 없잖아요!”“민준 오빠는 매번 저한테 메시지를 보내요. 차단해도 소용없어요. 번호를 바꿔가면서 계속 보내고 있다고요. 행여나 아저씨가 보면 화를 낼까 봐 매번 삭제도 했어요. 민준 오빠가 자꾸 저한테 치근덕대고 있다고요!”그녀는 울분을 토하듯 한꺼번에 수많은 말을 뱉어냈다.“민준 오빠가 저한테 그랬어요. 이효진이랑 결혼
거의 무의식적으로 유강후는 그녀를 벽으로 다시 밀어버렸다.이번은 유달리 부드럽고 다정했다.온다연은 그에게 기대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처음에는 아팠지만, 그 뒤로 어떻게 된 것인지 유강후가 움직일 때마다 정신을 잃을 듯 기분이 좋았다.그녀의 반응을 유강후는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손에 넣은 듯한 기분이었다.안에서 나왔을 때 시간은 어느덧 점심이었다.간단히 씻은 뒤 온다연은 임시 휴식실로 옮겨졌다.임시였어도 인테리어와 가구 배치는 전혀 촌스럽지 않았다.유강후는 그녀를 침대에 눕힌 후 이불을 덮어주곤 이마에 키스했다.“배고파?”온다연의 홍조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목마저 빨갛게 물들었다.유강후를 똑바로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방금 부끄러운 짓을 했다는 것만 떠올려도 저도 모르게 이불을 찢어버릴 듯이 꽉 움켜쥐었다.그녀는 방금 이성을 잃고 더 빨리해달라고, 멈추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다.방금 그건 정말로 그녀였을까? 왜 자신이 누구인지도 잃고 그런 말을 내뱉었던 것일까?분명 처음에는 아팠지만, 그 후에는 왜 그렇게 된 것일까?그녀는 일이 점점 그녀의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했다.‘반드시 빨리 끝내야 해!'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고개를 이불 속에 파묻으며 작게 말했다.“조금요.”유강후는 작은 그녀의 얼굴을 만지며 사랑스러운 눈길로 보았다.“사람을 시켜 음식을 가져오라고 할 테니까 몇 분만 기다려.”말을 하던 도중에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작은아버지, 음식 가져왔어요.”유민준의 목소리였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나갔다.문 앞에는 유민준이 도시락을 들고 주위를 두리번대며 사람을 찾고 있었다.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도시락은 거기 내려놔. 그리고 넌 나가. 앞으로 내 허락 없이 내 방에 들어오지도 말고.”유민준은 도시락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휴식실 쪽을 힐끔거렸다.“작은아버지, 다연이는요?”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나가란 말, 안 들려?”유민준은 그럼에도 나가
유강후의 혀가 그녀의 입안을 침범해왔다. 꼭 공략하고 있는 것처럼 탐했다.팔도 어느새 그녀의 허리에 두르며 행동을 제한해 버렸다.‘내 거야.'‘넌 내 것이어야만 해!'온다연이 숨이 점차 가빠져 숨 쉴 수가 없을 때 그는 그녀를 놓아주었다.갑작스러운 그의 키스에 온다연은 머리가 어질거렸고 눈앞도 몽롱해졌다.그녀는 몽롱한 눈빛으로 유강후를 보다가 하얀 손을 들어 그가 거칠게 빨아들여 상처가 생겨버린 입술을 만졌다.“아파요...”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나른했다.“아저씨, 살살해줘요. 너무 아파요...”유강후는 그녀를 빤히 보았다.이상하게도 그녀가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눈을 가늘게 접으며 다소 깊어진 눈동자로 그녀를 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어느새 잠겨있었다.“다연아, 밥 제대로 먹을 거지?”온다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분명 그녀가 밥을 먹지 못하게 방해하는 사람은 그였는데 말이다.그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꼭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그녀의 뒤통수에 손을 올린 채 또 키스했다.그렇게 먹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니 따끈하던 도시락은 어느새 차갑게 식어버리고 말았고 깨끗하게 비우지 못했다.결국, 사람을 시켜 다시 따듯한 도시락으로 가져오라고 했다.온다연은 너무도 피곤했기에 겨우 밥을 먹은 뒤 침대에 누워버렸다. 어느새 밤이 되었다.그녀가 눈을 떴을 때 휴식실 안은 아주 어두웠다. 커튼 사이로 희미한 빛이 안으로 들어왔다.순간 어리둥절했다.그녀가 어둠을 두려워하게 된 후로 유강후는 매일 스탠드를 켜놓았기 때문이다.그는 그녀를 위해 특별히 은은하고 따스한 조명을 주문 제작하곤 침대 옆에 배치해 두었기에 방 안은 어둡지도 않았고 흔하지도 않아 잠을 자기에도 딱 좋았다.하지만 이곳에 그 스탠드가 없었기에 유강후의 방이 아니었다.그녀는 침대에 누운 채 멍하니 천장을 보다가 일어나 창가로 갔다.창문 틈 사이로 알록달록한 불빛이 켜진 바깥을
온다연은 관심 가득한 얼굴로 계속 물었다.“아저씨, 남부 지방에 아저씨 회사 많아요?”유강후가 답했다.“적지는 않지. 다만 대부분 번화한 도시에만 몇 개 흩어져 있을 뿐이지. 여기처럼 밀집되어 있지 않아.”온다연은 대충 자신이 알고 있는 남부 지방 도시 이름을 말했다. 그러다가 인지도가 낮은 도시의 이름도 입 밖으로 꺼낸 후 물었다.“여기에도 회사 있어요?”유강후는 오늘따라 그런 그녀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평소보다 질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얼른 그녀를 꽉 끌어안으며 나직하게 말했다.“다연이는 지금부터 내 재산을 관리해주려고 물어보는 거야? 내 아내가 되고 싶어?”그는 그녀를 안아 올리며 벽으로 밀쳤다.어둠 속에서 그는 그녀에게 키스를 한 후 한참 지나서야 입을 뗐다.“내 재산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네가 열 명이라도 전부 다 책임지고 키울 수 있으니까. 옷이든, 보석이든, 빌딩이든 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다 해줄 수 있어.”그 순간 뭔가 떠오른 그는 멈칫하며 말했다.“하지만 너무 많은 현금은 줄 수 없어.”온다연은 평소에 그의 앞에서 얌전한 모습을 보이었지만 사실상 뼛속까지 반항 가득한 사람이었다.만약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후 그의 아이까지 낳게 된다면 그때 다시 그녀에게 경제적인 자유를 줄 생각이었다.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남부 지방에 있는 회사에도 자주 출장 가요?”어둠 속에서 그는 그녀의 표정을 보지 못했기에 그녀의 눈빛에 서린 한기도 발견하지 못했다.그는 그녀의 보드라운 입술을 만지며 말했다.“다연이 네가 가고 싶다면 얼른 몸 건강부터 회복해야 할 거야. 그리고 날이 조금 따듯해지면 바닷가랑 가까운 도시로 며칠 놀러 가자, 알았지?”온다연은 경원을 벗어나 본 적 없었기에 바다 구경도 해본 적 없었다.예전에 누군가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한 적 있었다. 언젠가 그녀를 데리고 바닷가로 가 드넓은 바다를 보
유강후의 신체 변화에 온다연은 깜짝 놀랐다.부단히 저항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안 돼요. 아직 아프다고요...”유강후는 그녀의 입술을 물며 손을 셔츠 안으로 넣었다.“괜찮아, 안 아플 거야. 점심때보다 더 기분이 좋을 거야...”다정하면서도 강압적인 태도로 그녀를 소유하고 있었다.온다연은 피할 수 없었다. 철썩이는 파도에 출렁이는 작은 배처럼 몸이 흔들리고 있었다.얼마나 흔들렸을까, 겨우 힘을 모은 그녀는 다시 한번 그를 힘껏 밀어내고 나서야 그는 그녀를 놓아주었다.그녀를 깨끗하게 씻겨준 뒤 다시 옷을 입혀주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저녁 7시가 되었다.그는 잔뜩 피곤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지금 호텔로 데려다줄게. 이따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바로 말해. 사람을 시켜서 가져다주라고 할 테니까.”온다연은 그의 손을 잡으며 나직하게 말했다.“어디 가는데요?”유강후는 나른한 그녀의 모습을 아주 좋아했기에 저도 모르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저녁에 참석해야 하는 식사 자리가 있어. 네가 묵을 호텔 레스토랑에서 할 거야. 다연아, 너도 가고 싶어?”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였다.“혼자 방에 있고 싶지 않아요. 혼자는 무서워요.”오전의 일을 겪었던지라 유강후도 그녀를 혼자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비록 식사 자리에 유민준도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그녀를 눈앞에 두고 지켜보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유민준도 감히 온다연에게 접근하지 못할 테니까.회사에서 호텔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차로 10분 이동하면 바로 도착했다. 차는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호텔 앞에 멈추어 섰다.차에서 내리자 바로 누군가 웃으며 달려왔다.“유 대표님께서 저희 호텔에 며칠 묵으실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네요. 정말 영광입니다!”유강후는 평소와 같은 차갑고 도도한 얼굴로 돌아왔다. 꼭 모든 것이 그의 손아귀에 있는 것처럼 냉담한 모습이었다.이런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온다연은 유강후에게 다른 인격이 존재하는 것
유민준에게 말을 건 사람은 영원에서 꽤나 권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유민준이 화를 내며 노려보니 더는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민준 대표 여동생은 유하령 씨가 아니었어요? 그러면 친동생이 아니라 사촌 동생이겠네요?”유민준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수상한 기분이 들어 바로 말했다.“지금은 아니에요. 앞으로도 아닐 테니까 더는 궁금해하지 마세요. 어차피 그 쪽에겐 더없이 과분한 사람이니까.”그는 이미 분명하게 말했다. 온다연의 신분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안 남자는 더는 묻지 않고 웃는 얼굴로 상황을 정리하며 물러났다.찝찝한 유민준과 달리 온다연은 담담하게 음식을 먹고 있었다.점심을 거의 먹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기 전까지 그런 행동을 했으니 너무도 배고팠다. 그래서 먹는 것도 다소 급하게 먹게 되었다.유강후는 입맛이 살아난 듯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계속 음식을 집어주었다. 그의 눈빛도 다소 부드러워졌다.테이블 아래로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잡았다.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천천히 먹어. 아직 나오지 않은 음식도 있으니까.”온지유는 화들짝 놀라며 얼른 손을 빼냈다. 그녀의 얼굴이 발그레해지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여긴 사람이 너무 많아요.”유강후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구기며 차가워진 어투로 말했다.“그래서 뭐. 보라고 해. 그렇게 남이 알게 되는 게 두려운 거야? 어차피 넌 우리 집안이랑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잖아.”그는 원래부터 숨길 생각이 없었다. 온다연의 건강 상태가 좋아지면 당연히 공개할 생각이었다.결혼은 미룰 수 있었지만, 혼인신고는 더는 미룰 수 없다. 온다연은 이미 성인이 되었으니 지금이라도 당장 혼인 신고할 수 있었다.이때 어느새 분위기도 무르익었다.누군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유 대표님이랑 나은별 씨 결혼은 언제 하나요. 제가 듣기론 나씨 집안에서 이미 혼수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하더라고요.”그러자 바로 다른 사람도 맞장구쳤다.“맞아요. 며칠 전 나은별 씨를 만났는데, 정말 재벌 가문은
온다연은 버둥거리며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유강후는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차가운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어디 가려고?”온다연도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몰랐다.원래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말았어야 했지만 나은별과 유강후의 혼인 얘기를 듣고 나니 너무도 괴로웠다.그녀는 그에게 그저 놀이 상대일 뿐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비록 직접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그녀는 자신과 유강후는 암묵적인 거래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녀의 상황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주기로 한 것이고, 그녀는 그에게 그가 흥미를 보이는 그녀의 몸을 내어줄 뿐이다.떳떳하게 밝힐 수 없었던 사이였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고 주제도 파악하고 있었다.심호흡한 뒤 나직하게 말했다.“조금 피곤해서 방으로 돌아가 쉴 생각이었어요.”그녀를 보는 유강후의 눈빛이 살짝 빛났다.“정말로 그것뿐이야?”온다연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네, 그냥 조금 피곤해서 자고 싶었어요.”유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빛이 다소 어두워지고 표정도 차갑게 굳어져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엘리베이터 안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너무도 조용한 나머지 상대의 숨소리마저 크게 들렸다.다행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유강후는 그녀를 안은 채 밖으로 나왔다.방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온다연이 나직하게 말했다.“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아저씨. 그러니까 돌아가요. 그 많은 사람들이 아저씨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요.”유씨 집안에 오랫동안 지내면서 비록 떳떳하게 모습을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을 본 적 있었다.그녀는 방금 그 레스토랑 안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말을 마친 뒤 유강후의 품에서 내려오려고 버둥거리자 유강후가 차갑게 말했다.“내가 가면, 넌 또 어디로 도망치려고?”온다연은 입술을 깨물며 솔직하게 말했다. 작은 목소리로.“도망 안 가요.
유강후는 무의식적으로 반지를 만지며 차갑게 말했다.“만약 결혼했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도망치게?”온다연의 심장이 쿵쾅쿵쾅 미친 듯이 뛰었다. 꼭 누군가 그녀의 심장을 움켜쥔 것처럼 호흡이 가빠지는 것 같기도 했다.머릿속은 하얀 백지장이 되어 생각할 수 없었다.유강후는 그녀를 봐줄 생각이 없었는지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리며 작고 예쁜 얼굴을 보았다. 그의 두 눈엔 집착이 가득했다.“온다연, 무슨 일이 있든 내 곁에서 도망칠 생각을 조금이라도 한다면 그에 따른 대가가 어떨지도 생각하고 도망쳐야 할 거야. 네 두 다리도 잃고 싶다면.”그는 이미 두 번이나 그녀를 봐주었다. 또 그의 곁에서 도망친다면 다리를 분질러서라도 곁에 묶어둘 생각이었다.온다연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속눈썹과 입술이 바르르 떨려왔다.“아저씨가 나은별 씨랑 결혼하면 저랑 아저씨 사이는 끝이 나는 거예요.”유강후는 손을 들어 그녀의 입술에 있던 점을 눌렀다. 그는 욕망에 휩싸인 눈빛으로 보았다.온다연 입술에 있는 점을 아주 좋아했다. 옅고 작은 점은 가까이에서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었을뿐더러 한번 발견하고 나면 자꾸 눈에 밟혀 키스하고 싶은 충동이 생겨났다.키스할 때마다 그는 그녀의 작은 점을 자꾸 깨물게 되었다.유씨 집안으로 발을 들인 후 거실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를 본 순간부터 그 점을 발견했던지라 자주 꿈에 나왔다. 그때마다 꼭 아직 어리니 성인이 되면 잡아먹어달라고 유혹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지금, 그녀는 겨우 성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그의 것이어야만 한다.어떤 이유든지 만약 그녀가 그의 곁에서 도망칠 궁리를 한다면 영원히 방에 가둬버릴 것이다.“온다연, 명심해. 넌 내 거야. 태어날 때부터 내 것이라고. 끝이라는 말은 다시는 내 앞에서 하지 마. 듣고 싶지 않으니까!”그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표정도 차가웠다. 마치 당연한 일을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그러나 당연하듯 내뱉은 그의 말에 온다연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정말로 나은별 씨랑 해외에서 결
온다연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알겠어요. 당장 갈게요. 병원 위치를 보내주세요!”그녀는 전화를 끊고 침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문 옆에 시무룩한 표정으로 서 있는 유강후를 발견했다.온다연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의 손을 잡고 침대 쪽으로 이끌었다.“아직 열이 나는데 왜 일어났어요?”유강후는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방금 누구 전화였어? 어딜 가려고?”“염지훈 씨가 위출혈로 쓰러졌대요. 병원에 가야 해요.”남자는 즉시 표정이 어두워졌다.“안 돼. 절대 못 가.”유강후의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였다.하지만 그녀는 가지 않을 수 없었다.“염지훈 씨는 이곳에 가족이 하나도 없어요. 꼭 가봐야 해요.”유강후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 마디 내뱉었다.“안 돼. 그 자식이 널 속인 거야. 소처럼 튼튼한 놈이 갑자기 아플 리 없잖아. 너를 내 곁에서 떼어 놓으려는 술수야!”온다연은 조용히 그의 눈을 응시했다.“강후 씨도 평소에 건강한데 지금 앓아누웠잖아요. 워낙 그 사람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는데, 오늘 가지 않으면 더 큰 죄책감에 시달릴 것 같아요.”유강후는 얼굴빛이 흐려지더니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나도 많이 아파. 열이 펄펄 끓어.”그는 온다연의 손을 끌어다 자기 이마에 얹었다.“못 믿겠으면 만져봐.”손바닥에 전해지는 열기에 온다연은 좀 걱정됐지만 염지훈의 상태가 더 위중하다는 직감이 머리를 스쳤다.그녀는 손을 뿌리치며 속삭이듯 말했다. “어머님과 집사들도 강후 씨를 돌볼 수 있잖아요. 하지만 염지훈 씨는 이곳에 아무도 없고 지금 위출혈로 의식도 없대요.”일어서는 그녀의 모습은 단호했다.“후딱 갔다 올게요. 걱정되면 이권 씨랑 같이 가도 돼요.”“강후 씨는 가지 말아요. 둘이 또 주먹질할까 봐 두려워요.”말을 마친 그녀는 유강후가 동의하든 말든 옷을 갈아입고 현관문을 나섰다.안색이 어두워진 유강후는 온다연이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바로 따라나섰다.병실 문을 열자마자 온다연은 염지훈의 침대 옆에 앉아 있는 미모
바닥에 널브러진 빈 술병만 열 개가 넘으니 염지훈은 완전히 만취 상태다.권예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속삭이듯 말했다.“위도 안 좋은데, 이렇게 많이 마시고 죽고 싶어요?”그녀는 말하면서 염지훈을 부축해 소파 쪽으로 끌었다.하지만 190cm에 가까운 큰 키에 우람진 체격인 염지훈을 그녀가 160cm의 가냘픈 체구로 감당하기는 역부족이었다.허우적대다가 염지훈의 몸이 그녀 쪽으로 기울었다.그녀의 가냘픈 몸으로는 거대한 남자의 체중을 지탱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순식간에 두 사람은 바닥에서 쓰러지고 말았다.권예진은 그의 몸에 눌려 바닥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필사적으로 그의 등을 치며 소리쳤다."저기요, 제가 밑에 깔렸어요. 얼른 일어나세요!""박현욱, 개자식! 나를 깔아 죽일 셈이야? 비켜!""3초 안에 일어나지 않으면 경찰 부른다!""야, 빨리 일어나!"하지만 염지훈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입에서 중얼거리는 소리만 흘러나올 뿐, 완전히 인사불성이 되었다.권예진은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간신히 그의 몸 아래에서 빠져나왔다.하지만 바닥에 쓰러진 염지훈을 다시 부축하려던 순간,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이상한 감촉이 전해졌다.염지훈의 입가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고, 바닥은 이미 피바다가 되어 있었다.깜짝 놀란 권예진은 황급히 손으로 그의 얼굴을 치며 소리쳤다. “괜찮으세요? 피를 토했는데, 위출혈이 아니에요?”염지훈은 눈을 감은 채 그녀의 손을 잡아끌면서 웅얼거렸다.“다연아, 가지 마, 가지 마...”“유강후한테 가지 말고 내 곁에 있어줘... 약혼 파기하지 않을게...”권예진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휴대폰을 꺼냈다.“비서님, 지금 당장 들어오세요. 대표님이 과음하셨는데, 위출혈인 것 같아요. 병원으로 이송 부탁드립니다.”염지훈의 비서는 이내 도착했다.두 사람은 엄청난 노력 끝에 간신히 염지훈을 차에 실었다.다행히 근처에 대형 한인 병원이 있어서 급히 달려갔지만 도착했을 때 염지훈의 상태는 더욱
사건은 잠시 일단락됐다.***저녁에 권예진이 염지훈의 별장을 찾았는데, 문에 들어서자 진한 술 냄새가 코를 찔렀다.안쪽을 들여다보니 염지훈이 술병 더미 속에 비스듬히 앉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권예진은 깜짝 놀라 급히 달려갔다.하지만 그녀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염지훈이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더니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다연아, 너 왔구나...”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권예진은 가슴이 찌릿찌릿 아려와 그 자리에 멈춰 섰다.‘나를 그 여자로 착각한 건가? 그 약혼녀로?’염지훈은 흔들거리며 일어나 권예진에게 손을 내밀었다.“다연아...”권예진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람을 잘못 봤어요, 박현욱 씨. 저는 진유나가 아니에요.”염지훈이 몸을 휘청이며 다가왔다.“다연이 아니면, 넌 누구야?”“아니, 넌 다연이야. 나를 보려고 북아메리카에 온 거야?”그가 하도 꽉 껴안아 꼼짝달싹할 수 없게 된 권예진이 소리 질렀다.“염지훈 씨, 저는 진유나가 아니라 권예진이에요.”“아니!”염지훈은 갑자기 감정이 격해졌다.“넌 다연이야. 내 아내! 이 손을 놓으라고? 절대 못 놓아!”그는 흐느껴 울었다.“네가 먼저 나를 건드렸잖아. 네가 갑자기 내 차에 올라탔고, 같이 산에 눈 구경을 가자고 했어. 네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며 자꾸 내 마음을 흔들었어. 그래서 빠져든 거야.”“이제 와서 놓아달라니. 내가 너를 위해 이렇게 많은 걸 했는데, 어떻게 놓아줘?”그가 너무 꽉 껴안아 권예진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취해서 사람을 잘못 봤어요. 박현욱 씨, 저는 당신의 다연이 아니에요.”그녀가 저항할수록 염지훈의 팔에 힘이 더 실리면서 그녀를 옥죄었다.“아니, 넌 내 아내 다연이야. 내가 이번 생에 결혼해서 같이 살고 싶은 유일한 사람!""다연아, 유강후 곁에 있지 마. 그 자식은 좋은 사람이 아니야. 자격도 없어!""넌 잠시 잊었을 뿐이야. 유씨 가문 사람들이 너를 어떻게 해
오후에 유강후가 깨어났을 때 온다연은 옆에 없었다.그가 막 입을 열려는데 오진숙이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넸다.“도련님, 물을 좀 마셔요.”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나 지금 아파?”오진숙이 걱정스럽게 말했다.“네, 의사 선생님께서 상처 부위가 감염돼 며칠 동안 열이 반복적으로 오르내릴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그는 평소에 잘 아프지 않는 체질이고, 온다연이 곁에 없던 그 몇 년에도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열이 나면서 혼수 상태에 빠지자 전체 강씨 가문이 불안에 떨었다.유강후는 물을 조금 마시고 컵을 내려놓으며 물었다.“다연은 어디 있어?”“서재에서 화상회의를 하고 계십니다.”오진숙의 말에 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진씨 가문에서 전화가 왔어?”오진숙은 감히 숨기지 못하고 그가 누워있는 동안 벌어진 일들을 대충 이야기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유강후는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꼬맹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럴듯하게 대처한 것 같았고 심지어 리더십도 있어 보였다.한편으로는, 그녀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점점 더 실감하면서 더 이상 이전처럼 그녀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불안감도 밀려왔다.더 큰 그물을 짜야만 그녀를 지켜낼 수 있을 것 같다.그는 옷을 갈아입고 서재로 갔다.널찍한 서재에 놓인 네 대의 컴퓨터가 모두 켜져 있었다.화상회의용 대형 스크린도 켜져 있었다.온다연이 컴퓨터 앞에 서서 이권 등에게 주식 매매를 지휘하고 있었다.화상회의 화면 속에서는 1,000여 명의 트레이더들이 그녀의 지시에 따라 질서 정연하게 매매를 진행 중이었다.이 광경을 본 유강후는 살짝 놀랐다.꼬맹이가 주식 그래프를 분석하면서 이렇게 많은 트레이더들을 지휘하다니.‘이 정도면 내가 해도 버거울 텐데...’그녀는 전혀 부담 없는 표정이었다.문 앞에 한참 서 있은 뒤에야 사람들이 그를 발견했다.그때쯤 주가는 이미 기본적으로 안정된 상태였다.이권이 그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깨어나셨네요? 온다연 씨가 저희를 이끌고 주식시장을
“찾긴 찾았는데 그쪽에서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해요. 1,400억을 줘야 말을 바꾸겠대요.”이권의 말을 들은 온다연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엄청난 금액을 요구했다는 건 경제적으로 몹시 쪼들리고 있다는 의미예요. 그자의 아내와 아이 등 가족을 찾아봐요. 그자가 신경 쓰는 사람이나 일이 반드시 있을 거예요.” “미래그룹 홍보팀에 연락해서 영상 속 인물은 유강후가 아니라는 성명문을 내도록 해요. 그리고 법무팀에 도촬범과 접촉해 감옥에서 썩게 하겠다고 겁을 주라고 하세요.”“이중 압박을 받으면 물러서리라 생각해요.”그녀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저는 염지훈에게 연락해 영상 속 인물이 자신이 아니라고 우기라고 할게요. 세 가지 수단을 동시에 쓰면 아마 해결될 수 있을 거예요.”이권은 넋을 잃은 채 온다연을 바라보고 있었다.부드럽기만 하던 소녀가 이렇게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일 줄이야. 심지어 말솜씨와 일 처리 스타일에서 유강후의 모습이 약간 보였다.이권이 멍해 있는 것을 본 온다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멍하니 서서 뭐 해요? 당장 진행해요. 미래그룹같이 덩치 큰 회사는 주식이 1분만 떨어져도 손실이 얼마나 큰지 몰라요?”“네, 네! 즉시 처리하겠습니다.”이권이 급히 대답하며 나가자, 온다연은 강현미에게 말했다.“어머님, 주가 문제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강후 씨만큼은 못하겠지만 적어도 하락세가 지속되는 건 막을 수 있습니다.”그녀는 혼수 상태인 유강후를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고 나지막이 말했다.“강후 씨가 오늘은 정상적인 업무 처리가 불가능할 것 같아요...”이때 의사가 입을 열었다.“이전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은 상태였는데, 어제 싸우면서 상처 부위가 다시 찢어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새로 생긴 상처를 제때 처치하지 않아 감염됐습니다...”“앞으로 3~5일 정도 계속 열이 오르내릴 수 있지만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진유나 씨 말씀처럼 당분간 업무 처리는 어려우실 듯합니다...”강현미가 가
온다연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가느다란 두 다리를 꽉 조였다.그러자 유강후는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타일렀다.“남편한테 보여주는 게 뭐가 부끄러워요.”온다연은 목소리마저 떨렸다.“못생겼어요. 보지 마요.”“예뻐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예뻐요.”말하면서 유강후는 손에 힘을 주고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분홍빛을 띄며 부드러워야 할 그곳은 이미 빨갛게 부어있었고 찢겨진 흔적도 보였다.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느껴졌다.후회가 밀려온 유강후는 가슴이 미어졌다.“약 가지러 갈게요.”이미 수없는 애정 행각을 했음에도 온다연은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부끄러워서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그만 봐요. 아까 의사 선생님이 약 발라줬어요. 그리고 이제는 많이 안 아파요.”유강후는 몸을 일으키더니 밖으로 나갔다.다시 돌아왔을 때 그의 손에는 작은 연고가 들려있었다.“지난번에 상처에 쓰고 남은 건데, 다른 약보다 효과가 좋을 거예요.”유강후가 직접 약을 발라주려고 하자 온다연은 재빨리 몸을 피했다.“혼자 할게요.”그걸 두고 볼 리가 없었던 유강후는 그녀를 달래며 침대에 눕혔고 직접 약을 발라줬다.처음에는 괜찮았는데 시간이 지나자 나쁜 손은 또 이리저리 만져대기 시작했다.거친 손길에 온다연은 얼굴이 상기된 채로 그를 세게 걷어찼다.그렇게 꽁냥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새벽이 되고서야 유강후는 그녀를 껴안고 잠이 들었다.다음날 온다연이 눈을 떴을 땐 이미 점심이 되었고 그녀는 깨어나자마자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예전에는 아무리 늦게 잠들어도 유강후는 꼭 정해진 시간에 일어났기에 늘 늦잠 자는 건 그녀뿐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일어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녀보다 더 깊이 잠들었다.옆에서 툭툭 밀었지만 유강후는 좀처럼 눈을 뜨지 않았다.게다가 손에 느껴지는 그의 열기에 깜짝 놀랐고 유강후는 고열인 게 틀림없었다.온다연은 다급하게 집사를 불렀다.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와 강현미가 부리나케 달려왔다.강현미는 아들의
온다연은 한숨을 쉬며 조용히 말했다.“왜 이렇게 속이 좁은지 이해가 안 되네요. 두 사람이 싸울 때 들었어요. 예전에 우리가 안 좋은 일로 헤어졌다면서요?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줘요.”유강후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목소리마저 가라앉았다.“염 대표가 질투심에 눈이 멀어 헛소리 한 거니까 신경 쓰지 마요. 우린 헤어진 적 없어요. 그 사람이 우리 사이를 이간질해서 유나 씨를 빼앗아 가려고 했어요. 지금까지 살려둔 건 자비를 베푼 거죠.”온다연은 생각에 잠겼다.“우리 두 사람 사이에 꽤 많은 일이 있었나 봐요? 끼어들 기회가 엿보여서 이간질했던 게 아닐까요?”유강후가 답했다.“어차피 앞으로는 기회가 없을 거예요.”“아니, 예전에도 기회를 준 적은 없어요. 내가 잠깐 방심한 틈을 타서 유나 씨를 데려갔거든요. 이제는 우리 사이에 끼어들 그 어떤 기회도 주지 않을 거예요.”“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걸 알면서 뻔뻔하게 끼어든 파렴치하고 비열한 놈이죠.”이때 온다연이 말했다.“예전의 기억을 되찾고 싶어요. 강 대표님이 실력 있는 최면사를 소개해주면 안 돼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요.”유강후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많이 고통스러울 거예요. 그래서 유나 씨가 기억을 되찾는 걸 원치 않아요.”그러나 온다연의 태도는 확고했다.“아니요.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 있었다해도 내가 직접 겪은 그때만의 추억이잖아요. 강 대표님과 관련된 일이라면 좋든 나쁘든 놓치고 싶지 않아요.”유강후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건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아이가 태어나고 건강을 회복한 후에 기억을 되찾아도 늦지 않아요. 이런 일로 아이한테 영향을 미치면 안 되잖아요.”유강후는 아이를 좋아하는 온다연의 성격을 고려해 일부러 이런 얘기를 꺼냈다. 아이가 생긴다면 과거의 안 좋은 일이 생각나도 결국 아이를 지키기 위해야 곁에 머물 테니까.그 말을 들은 온다연은 눈살을 찌푸렸다.“차라리 아이가 없을 때 기억을 되찾는 게 좋지
강현미를 불러오려던 집사를 온다연이 나서서 말렸다.“별일 아니니까 얘기하지 마요.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약만 잘 바르면 금방 나을 거예요. 늦은 시간에 찾아가는 건 괜히 실례일 수도 있어요.”온다연은 도우미들을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기에 있는 사람들만 알았으면 좋겠어요. 누가 물어보면 그냥 넘어져서 다친 거라고 얘기해요. 무슨 뜻인지 알겠죠?”아무도 감히 ‘아니오’라고 말할 수 없었다.온다연은 이제 의심할 여지 없이 강씨 가문의 안주인이다. 더군다나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하는 유강후의 태도를 지켜봐 왔기에 온다연의 명령을 거역하는 건 불가능했다.다만 겉보기에 연약해 보이는 온다연이 일 처리할 때만은 매우 냉정하고 단호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는 게 한편으로는 신기했다.샤워를 마치고 나온 온다연은 유강후에게 약을 발라주려고 다가갔다. 그러나 유강후는 고민도 없이 그녀를 안아 올려 침대로 내던졌다.부드러운 애무나 키스는 건너뛰고 유강후는 매우 거칠게 그녀를 다뤘다.그들은 신체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었기에 아무런 준비동작 없이 이어진 갑작스러운 행동에 온다연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러나 평소와 달리 유난히 확고한 유강후는 거친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온다연은 유강후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하여 예전처럼 아프다고 소리치는 게 아닌 오히려 힘을 풀고 자신의 몸을 열어 그를 꽉 껴안았다.전혀 자제하지 않는 유강후 때문에 온다연은 끝내 피를 보고 말았다.어쩔 수 없이 한밤중에 여의사를 불러왔다.의사는 침대에 묻은 피를 보고 놀란 기색이 역력했으나 감히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온다연에게 조심스럽게 약을 발라주며 최근 며칠 동안은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충고했다.온다연은 아파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침대에 웅크리고 앉아 유강후를 쳐다보려 하지 않았다.그제서야 유강후도 정신을 차렸다.3년 전 온다연을 잃었던 두려움과 무력감이 염지훈이 그녀를 데려간 순간 다시 솟구쳐
온다연은 눈살을 찌푸린 채 경호원이 건넨 약상자를 받아들며 그에게 다가갔다.“여긴 너무 어두워요. 차에서 발라줄게요.”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서 해줘요.”사실 그는 별장의 큰 유리창을 통해 온다연이 염지훈에게 약을 발라주는 걸 목격했다.그는 질투심으로 이미 미쳐가고 있었다.‘염지훈... 분명히 일부러 그런 거야. 보기에는 심각해도 솔직히 얼마 다치지도 않았잖아? 하여튼 꾀병은.’경호원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려는 유강후를 말리지 않았다면 염지훈은 지금쯤 이미 병원에 누워있었을 것이다.그는 입가에 묻은 피를 만지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아파요.”온다연은 쪼그리고 앉아 다친 부위를 주의 깊게 살폈다.염지훈이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여러 군데가 파랗게 멍들었고 피부가 벗겨진 곳은 아직도 피를 흘리고 있었다.다친 걸 보니 가슴이 미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아픈 걸 잘 참는 유강후가 고작 이런 작은 상처에 아프다고 호소하니 온다연은 어이가 없었다.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얼굴에 난 상처를 조심스럽게 치료해 줬다.“이제 됐으니까 가요. 남은 건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서 의사 선생님한테 처리해 달라고 해요.”유강후가 손을 뻗어 힘을 가하자 온다연은 그의 다리 위에 주저앉았다.곧바로 턱을 잡더니 격렬한 키스가 이어졌다.그는 마치 분노를 표출하듯 온다연을 물어뜯었고 피비린내를 맛보고 나서야 그녀를 풀어주었다.온다연은 찢긴 자신의입술을 만지며 차갑게 말했다.“미쳤어요?”그러자 유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안고 주차장으로 걸어갔다.도착하자마자 온다연을 차에 앉히더니 문을 닫은 후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화들짝 놀란 그녀는 재빨리 유강후의 손을 붙잡았다.“정말 미쳤어요? 밖이잖아요.”유강후는 전혀 멈추지 않고 계속하여 옷을 찢었다.불과 몇 초 만에 입고 있던 옷이 전부 벗겨졌다.온다연은 너무 화가 나서 그를 두 번이나 걷어찼지만 유강후는 이를 무시하고 셔츠를 벗어 그녀에게 입혔다.“나이도 많은 사람이 왜 이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