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무의식적으로 유강후는 그녀를 벽으로 다시 밀어버렸다.이번은 유달리 부드럽고 다정했다.온다연은 그에게 기대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처음에는 아팠지만, 그 뒤로 어떻게 된 것인지 유강후가 움직일 때마다 정신을 잃을 듯 기분이 좋았다.그녀의 반응을 유강후는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손에 넣은 듯한 기분이었다.안에서 나왔을 때 시간은 어느덧 점심이었다.간단히 씻은 뒤 온다연은 임시 휴식실로 옮겨졌다.임시였어도 인테리어와 가구 배치는 전혀 촌스럽지 않았다.유강후는 그녀를 침대에 눕힌 후 이불을 덮어주곤 이마에 키스했다.“배고파?”온다연의 홍조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목마저 빨갛게 물들었다.유강후를 똑바로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방금 부끄러운 짓을 했다는 것만 떠올려도 저도 모르게 이불을 찢어버릴 듯이 꽉 움켜쥐었다.그녀는 방금 이성을 잃고 더 빨리해달라고, 멈추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다.방금 그건 정말로 그녀였을까? 왜 자신이 누구인지도 잃고 그런 말을 내뱉었던 것일까?분명 처음에는 아팠지만, 그 후에는 왜 그렇게 된 것일까?그녀는 일이 점점 그녀의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했다.‘반드시 빨리 끝내야 해!'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고개를 이불 속에 파묻으며 작게 말했다.“조금요.”유강후는 작은 그녀의 얼굴을 만지며 사랑스러운 눈길로 보았다.“사람을 시켜 음식을 가져오라고 할 테니까 몇 분만 기다려.”말을 하던 도중에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작은아버지, 음식 가져왔어요.”유민준의 목소리였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나갔다.문 앞에는 유민준이 도시락을 들고 주위를 두리번대며 사람을 찾고 있었다.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도시락은 거기 내려놔. 그리고 넌 나가. 앞으로 내 허락 없이 내 방에 들어오지도 말고.”유민준은 도시락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휴식실 쪽을 힐끔거렸다.“작은아버지, 다연이는요?”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나가란 말, 안 들려?”유민준은 그럼에도 나가
유강후의 혀가 그녀의 입안을 침범해왔다. 꼭 공략하고 있는 것처럼 탐했다.팔도 어느새 그녀의 허리에 두르며 행동을 제한해 버렸다.‘내 거야.'‘넌 내 것이어야만 해!'온다연이 숨이 점차 가빠져 숨 쉴 수가 없을 때 그는 그녀를 놓아주었다.갑작스러운 그의 키스에 온다연은 머리가 어질거렸고 눈앞도 몽롱해졌다.그녀는 몽롱한 눈빛으로 유강후를 보다가 하얀 손을 들어 그가 거칠게 빨아들여 상처가 생겨버린 입술을 만졌다.“아파요...”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나른했다.“아저씨, 살살해줘요. 너무 아파요...”유강후는 그녀를 빤히 보았다.이상하게도 그녀가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눈을 가늘게 접으며 다소 깊어진 눈동자로 그녀를 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어느새 잠겨있었다.“다연아, 밥 제대로 먹을 거지?”온다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분명 그녀가 밥을 먹지 못하게 방해하는 사람은 그였는데 말이다.그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꼭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그녀의 뒤통수에 손을 올린 채 또 키스했다.그렇게 먹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니 따끈하던 도시락은 어느새 차갑게 식어버리고 말았고 깨끗하게 비우지 못했다.결국, 사람을 시켜 다시 따듯한 도시락으로 가져오라고 했다.온다연은 너무도 피곤했기에 겨우 밥을 먹은 뒤 침대에 누워버렸다. 어느새 밤이 되었다.그녀가 눈을 떴을 때 휴식실 안은 아주 어두웠다. 커튼 사이로 희미한 빛이 안으로 들어왔다.순간 어리둥절했다.그녀가 어둠을 두려워하게 된 후로 유강후는 매일 스탠드를 켜놓았기 때문이다.그는 그녀를 위해 특별히 은은하고 따스한 조명을 주문 제작하곤 침대 옆에 배치해 두었기에 방 안은 어둡지도 않았고 흔하지도 않아 잠을 자기에도 딱 좋았다.하지만 이곳에 그 스탠드가 없었기에 유강후의 방이 아니었다.그녀는 침대에 누운 채 멍하니 천장을 보다가 일어나 창가로 갔다.창문 틈 사이로 알록달록한 불빛이 켜진 바깥을
온다연은 관심 가득한 얼굴로 계속 물었다.“아저씨, 남부 지방에 아저씨 회사 많아요?”유강후가 답했다.“적지는 않지. 다만 대부분 번화한 도시에만 몇 개 흩어져 있을 뿐이지. 여기처럼 밀집되어 있지 않아.”온다연은 대충 자신이 알고 있는 남부 지방 도시 이름을 말했다. 그러다가 인지도가 낮은 도시의 이름도 입 밖으로 꺼낸 후 물었다.“여기에도 회사 있어요?”유강후는 오늘따라 그런 그녀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평소보다 질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얼른 그녀를 꽉 끌어안으며 나직하게 말했다.“다연이는 지금부터 내 재산을 관리해주려고 물어보는 거야? 내 아내가 되고 싶어?”그는 그녀를 안아 올리며 벽으로 밀쳤다.어둠 속에서 그는 그녀에게 키스를 한 후 한참 지나서야 입을 뗐다.“내 재산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네가 열 명이라도 전부 다 책임지고 키울 수 있으니까. 옷이든, 보석이든, 빌딩이든 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다 해줄 수 있어.”그 순간 뭔가 떠오른 그는 멈칫하며 말했다.“하지만 너무 많은 현금은 줄 수 없어.”온다연은 평소에 그의 앞에서 얌전한 모습을 보이었지만 사실상 뼛속까지 반항 가득한 사람이었다.만약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후 그의 아이까지 낳게 된다면 그때 다시 그녀에게 경제적인 자유를 줄 생각이었다.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남부 지방에 있는 회사에도 자주 출장 가요?”어둠 속에서 그는 그녀의 표정을 보지 못했기에 그녀의 눈빛에 서린 한기도 발견하지 못했다.그는 그녀의 보드라운 입술을 만지며 말했다.“다연이 네가 가고 싶다면 얼른 몸 건강부터 회복해야 할 거야. 그리고 날이 조금 따듯해지면 바닷가랑 가까운 도시로 며칠 놀러 가자, 알았지?”온다연은 경원을 벗어나 본 적 없었기에 바다 구경도 해본 적 없었다.예전에 누군가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한 적 있었다. 언젠가 그녀를 데리고 바닷가로 가 드넓은 바다를 보
유강후의 신체 변화에 온다연은 깜짝 놀랐다.부단히 저항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안 돼요. 아직 아프다고요...”유강후는 그녀의 입술을 물며 손을 셔츠 안으로 넣었다.“괜찮아, 안 아플 거야. 점심때보다 더 기분이 좋을 거야...”다정하면서도 강압적인 태도로 그녀를 소유하고 있었다.온다연은 피할 수 없었다. 철썩이는 파도에 출렁이는 작은 배처럼 몸이 흔들리고 있었다.얼마나 흔들렸을까, 겨우 힘을 모은 그녀는 다시 한번 그를 힘껏 밀어내고 나서야 그는 그녀를 놓아주었다.그녀를 깨끗하게 씻겨준 뒤 다시 옷을 입혀주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저녁 7시가 되었다.그는 잔뜩 피곤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지금 호텔로 데려다줄게. 이따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바로 말해. 사람을 시켜서 가져다주라고 할 테니까.”온다연은 그의 손을 잡으며 나직하게 말했다.“어디 가는데요?”유강후는 나른한 그녀의 모습을 아주 좋아했기에 저도 모르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저녁에 참석해야 하는 식사 자리가 있어. 네가 묵을 호텔 레스토랑에서 할 거야. 다연아, 너도 가고 싶어?”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였다.“혼자 방에 있고 싶지 않아요. 혼자는 무서워요.”오전의 일을 겪었던지라 유강후도 그녀를 혼자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비록 식사 자리에 유민준도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그녀를 눈앞에 두고 지켜보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유민준도 감히 온다연에게 접근하지 못할 테니까.회사에서 호텔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차로 10분 이동하면 바로 도착했다. 차는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호텔 앞에 멈추어 섰다.차에서 내리자 바로 누군가 웃으며 달려왔다.“유 대표님께서 저희 호텔에 며칠 묵으실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네요. 정말 영광입니다!”유강후는 평소와 같은 차갑고 도도한 얼굴로 돌아왔다. 꼭 모든 것이 그의 손아귀에 있는 것처럼 냉담한 모습이었다.이런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온다연은 유강후에게 다른 인격이 존재하는 것
유민준에게 말을 건 사람은 영원에서 꽤나 권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유민준이 화를 내며 노려보니 더는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민준 대표 여동생은 유하령 씨가 아니었어요? 그러면 친동생이 아니라 사촌 동생이겠네요?”유민준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수상한 기분이 들어 바로 말했다.“지금은 아니에요. 앞으로도 아닐 테니까 더는 궁금해하지 마세요. 어차피 그 쪽에겐 더없이 과분한 사람이니까.”그는 이미 분명하게 말했다. 온다연의 신분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안 남자는 더는 묻지 않고 웃는 얼굴로 상황을 정리하며 물러났다.찝찝한 유민준과 달리 온다연은 담담하게 음식을 먹고 있었다.점심을 거의 먹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기 전까지 그런 행동을 했으니 너무도 배고팠다. 그래서 먹는 것도 다소 급하게 먹게 되었다.유강후는 입맛이 살아난 듯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계속 음식을 집어주었다. 그의 눈빛도 다소 부드러워졌다.테이블 아래로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잡았다.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천천히 먹어. 아직 나오지 않은 음식도 있으니까.”온지유는 화들짝 놀라며 얼른 손을 빼냈다. 그녀의 얼굴이 발그레해지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여긴 사람이 너무 많아요.”유강후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구기며 차가워진 어투로 말했다.“그래서 뭐. 보라고 해. 그렇게 남이 알게 되는 게 두려운 거야? 어차피 넌 우리 집안이랑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잖아.”그는 원래부터 숨길 생각이 없었다. 온다연의 건강 상태가 좋아지면 당연히 공개할 생각이었다.결혼은 미룰 수 있었지만, 혼인신고는 더는 미룰 수 없다. 온다연은 이미 성인이 되었으니 지금이라도 당장 혼인 신고할 수 있었다.이때 어느새 분위기도 무르익었다.누군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유 대표님이랑 나은별 씨 결혼은 언제 하나요. 제가 듣기론 나씨 집안에서 이미 혼수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하더라고요.”그러자 바로 다른 사람도 맞장구쳤다.“맞아요. 며칠 전 나은별 씨를 만났는데, 정말 재벌 가문은
온다연은 버둥거리며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유강후는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차가운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어디 가려고?”온다연도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몰랐다.원래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말았어야 했지만 나은별과 유강후의 혼인 얘기를 듣고 나니 너무도 괴로웠다.그녀는 그에게 그저 놀이 상대일 뿐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비록 직접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그녀는 자신과 유강후는 암묵적인 거래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녀의 상황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주기로 한 것이고, 그녀는 그에게 그가 흥미를 보이는 그녀의 몸을 내어줄 뿐이다.떳떳하게 밝힐 수 없었던 사이였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고 주제도 파악하고 있었다.심호흡한 뒤 나직하게 말했다.“조금 피곤해서 방으로 돌아가 쉴 생각이었어요.”그녀를 보는 유강후의 눈빛이 살짝 빛났다.“정말로 그것뿐이야?”온다연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네, 그냥 조금 피곤해서 자고 싶었어요.”유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빛이 다소 어두워지고 표정도 차갑게 굳어져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엘리베이터 안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너무도 조용한 나머지 상대의 숨소리마저 크게 들렸다.다행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유강후는 그녀를 안은 채 밖으로 나왔다.방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온다연이 나직하게 말했다.“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아저씨. 그러니까 돌아가요. 그 많은 사람들이 아저씨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요.”유씨 집안에 오랫동안 지내면서 비록 떳떳하게 모습을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을 본 적 있었다.그녀는 방금 그 레스토랑 안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말을 마친 뒤 유강후의 품에서 내려오려고 버둥거리자 유강후가 차갑게 말했다.“내가 가면, 넌 또 어디로 도망치려고?”온다연은 입술을 깨물며 솔직하게 말했다. 작은 목소리로.“도망 안 가요.
유강후는 무의식적으로 반지를 만지며 차갑게 말했다.“만약 결혼했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도망치게?”온다연의 심장이 쿵쾅쿵쾅 미친 듯이 뛰었다. 꼭 누군가 그녀의 심장을 움켜쥔 것처럼 호흡이 가빠지는 것 같기도 했다.머릿속은 하얀 백지장이 되어 생각할 수 없었다.유강후는 그녀를 봐줄 생각이 없었는지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리며 작고 예쁜 얼굴을 보았다. 그의 두 눈엔 집착이 가득했다.“온다연, 무슨 일이 있든 내 곁에서 도망칠 생각을 조금이라도 한다면 그에 따른 대가가 어떨지도 생각하고 도망쳐야 할 거야. 네 두 다리도 잃고 싶다면.”그는 이미 두 번이나 그녀를 봐주었다. 또 그의 곁에서 도망친다면 다리를 분질러서라도 곁에 묶어둘 생각이었다.온다연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속눈썹과 입술이 바르르 떨려왔다.“아저씨가 나은별 씨랑 결혼하면 저랑 아저씨 사이는 끝이 나는 거예요.”유강후는 손을 들어 그녀의 입술에 있던 점을 눌렀다. 그는 욕망에 휩싸인 눈빛으로 보았다.온다연 입술에 있는 점을 아주 좋아했다. 옅고 작은 점은 가까이에서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었을뿐더러 한번 발견하고 나면 자꾸 눈에 밟혀 키스하고 싶은 충동이 생겨났다.키스할 때마다 그는 그녀의 작은 점을 자꾸 깨물게 되었다.유씨 집안으로 발을 들인 후 거실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를 본 순간부터 그 점을 발견했던지라 자주 꿈에 나왔다. 그때마다 꼭 아직 어리니 성인이 되면 잡아먹어달라고 유혹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지금, 그녀는 겨우 성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그의 것이어야만 한다.어떤 이유든지 만약 그녀가 그의 곁에서 도망칠 궁리를 한다면 영원히 방에 가둬버릴 것이다.“온다연, 명심해. 넌 내 거야. 태어날 때부터 내 것이라고. 끝이라는 말은 다시는 내 앞에서 하지 마. 듣고 싶지 않으니까!”그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표정도 차가웠다. 마치 당연한 일을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그러나 당연하듯 내뱉은 그의 말에 온다연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정말로 나은별 씨랑 해외에서 결
지난 일들이 머릿속에 물밀듯 떠올라 온다연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졌다. 속도 울렁거려 미칠 것 같았다.그녀는 방금 레스토랑에서 먹은 것을 전부 게워낸 것도 모자라 위액까지 게워냈다.화장실로 달려들어 가면서 문을 잠갔기에 유강후는 밖에서 두드리고 있었다.“다연아?”온다연은 고개를 돌려 문을 보았다. 일어선 뒤 간단히 세수했다.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그녀는 이미 평정을 되찾은 뒤였지만 안색은 한눈에 보일 정도로 창백했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방금 먹은 음식이 속을 뒤집히게 한 거야?”온다연은 고개를 저으며 그가 뻗은 손을 피한 뒤 천천히 소파로 다가가 누웠다.너무도 피곤해 잠을 자고 싶었다.유강후는 점점 야위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나은별은 그냥 친구일 뿐이야.”그는 무슨 일을 하든 설명하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설명하고 있었다.하지만 온다연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이미 속으로 그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유씨 집안에 오랫동안 지내면서 돈 많은 남자들이 밖에서 내연녀 한 명쯤 키우는 건 흔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심지어 본처가 내연녀가 친 사고를 수습하는 황당한 일도 많았다.다른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 있어도 그녀는 아니었다.그녀의 어머니가 바로 내연녀의 손에 사망했으니 말이다. 그녀는 죽어도 내연녀가 되고 싶지 않았다.인생에 결혼도 한 번으로 충분했다. 만약 유강후가 해외에서 이미 결혼하고도 국내에서 그녀와 결혼하려 한다면 그녀의 처지는 내연녀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그렇게 생각하니 몸이 더욱 아팠다.그녀는 나직하게 말했다.“아저씨, 전 좀 피곤해서 잘게요. 사람들이 아직도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얼른 가보세요. 전 걱정할 필요 없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돌아누우며 유강후에게 등을 보였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에 올린 후 안아 올려 안방으로 갔다.“잘 거면 침대에서 자. 불편하게 소파에서 자지 말고.”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움직
아이는 여전히 기쁘지 않았다.“저는 엄마와 아빠를 닮고 싶어요. 아니면 나중에 외출했을 때 사람들은 남동생과 여동생만이 엄마 아빠의 아이라 하고 저는 길거리에서 데려온 아이라고 할 거예요.”온다연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누가 감히 그렇게 말한다면 너의 아빠는 그자의 입을 찢어 버릴 거야.”그제야 신이 난 아이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또 말했다.“그러나 저는 제가 외할아버지를 닮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을 격세유전이라고 해요.” 온다연은 웃기 시작했다.“그래, 맞아. 너와 할아버지는 모두 키가 크고 위풍당당해.”아이는 비록 다섯 살도 되지 않았지만 키가 컸고 사나이의 기세가 있었다. 단단한 이목구비는 진수현과 조금 닮아 보였다.“외할아버지를 닮아도 괜찮아요, 멋있잖아요. 그러나 나중에 저는 외할아버지와 아빠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될 거예요.”“그래, 알았어. 우리 우림이는 외할아버지와 아빠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아이는 자랑스럽다는 듯 고개를 쳐들었다.“저는 또 좋은 오빠가 될 거예요. 저는 내일부터 격투와 복싱을 배울 거예요. 나중에 누군가 남동생과 여동생을 괴롭히면 제가 그들과 싸워서 쫓아낼 거예요.”“하지만 저 사격도 배우고 싶어요.”그는 온다연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엄마, 아빠랑 말해주시면 안 돼요? 저 사격 배우고 싶어요. 저 아빠한테 몇 번이나 부탁드렸는데 안 된다고 하셨어요.”온다연이 말했다.“너 아직 어리기 때문에 우선 아이로서 배워야 할 것을 잘 배워. 조금 더 크면 아빠가 배우게 할 거야”곧 얼굴이 굳어진 아이는 말했다.“네, 알았어요.”이때 유강후가 밖에서 들어오는 것을 본 아이는 바로 그의 등위에 업혔다.“강 대표님, 신용을 지키지 않네요. 어제 레이싱 보러 가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요.”유강후는 등에서 그를 끌어내리고 굳은 얼굴로 말했다.“전날 내가 회의 중일 때 스크린을 공표 영화로 바꿔버린 사람이 누구야?”아이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그건 건너편에 앉아 있는 사
유재성은 섭섭한 표정을 짓더니 한참을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온다연이 본가에 손자 손녀를 낳아 주는 것은 공을 세운 것이니 네가 잘 대해줘야 해.”유강후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들 부자는 한참 동안 겨우 몇 마디 말을 주고받다가 결국 유재성이 사무실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자리를 떠났다.그는 미련이 남은 듯 멀리서도 뒤를 다시 한번 돌아보더니 서서히 사라졌다.유강후는 아이를 안아 다시 온다연이 있는 방으로 옮겼다.그는 온다연의 표정이 괜찮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방금 배달된 삼계탕을 그녀의 앞에 놓아주었다.“방금 끓여온 삼계탕이야, 따뜻할 때 얼른 먹어봐.”온다연은 국그릇을 밀어내면서 말했다.“저 한 달 되도록 국물만 먹었어요. 이제 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해요.”유강후는 그런 온다연을 달래며 말했다.“너 오늘 점심도 적게 먹었고 이제 오후가 다 되었으니 조금만 먹어봐. 내일 집에 가면 네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한 상 차려줄게.”온다연은 마지못해 몇 숟가락 먹고는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의 이름을 줄줄이 말했다.다음날 이른 아침, 지수현 부부랑 강씨 가문에서 일찍 병원에 왔다.집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러 대의 차를 보내왔다.두 아이는 가운데 있는 승합차에 태웠고 앞뒤로 몇 대의 차로 빼곡히 둘러싸였다.강씨 가문 어르신은 그의 오랜 친구와 가는 내내 영상통화를 하며 얼굴에 주름이 펴지지 않을 정도로 웃었다.가족 연회에서 두 집안은 웃음이 끊기질 않았고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말하며 또 결혼식 날짜와 절차도 확정했다.온다연은 필경 아이를 데리고 결혼식을 하는 것은 불편하니 간단하게 하려 했지만 강씨 가문 어르신과 진수현은 모두 동의하지 않았다.그들은 경원시에서도 거대한 결혼식을 올리게 해줄 뿐만 아니라 북아메리카와 신국 쪽에서도 떠들썩하게 하려고 했다.온다연과 유강후는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어른들을 이길 수 없어서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었다.그들은 밥 한 끼를 네 시간이
한밤중이 되자 강씨 가문도 도착했다.어르신은 들어오자마자 두 아이를 보고 격동되어 눈시울을 붉히며 나중에 조상을 뵐 면목이 생겼다고 말했다.온다연이 출산한 후 입원실은 매우 북적거렸다.유강후의 친구들도 시도 때도 없이 보러 왔고 온다연의 휴식을 방해할까 봐 그는 옆에 다실을 만들어 손님들이 와도 아이를 보기 편하게끔 했다.며칠 안 되어 받은 선물이 너무 많아 다실을 가득 메울 지경이었다.그 기간에 유재성이 찾아왔었지만 유강후는 그를 만나지 않았고 온다연 모자가 퇴원하기 전날에 또다시 찾아왔다.온다연이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며 유강후는 품에 안은 아이를 내려놓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내가 나가 볼 테니 걱정하지 마, 들어오지 말라고 할게.”온다연은 아이의 부드러운 얼굴을 살짝 터치하며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이번에 온 건 다섯 번째지?”유강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온다연은 담담하게 이어 말했다.“아이를 데리고 나가 보여줘요. 그래도 당신의 친아버지시고 아이들의 친할아버지잖아요.”온다연은 확실히 본가 사람들을 싫어하지만 그녀에게 악행을 저지른 사람은 유하령과 유자성이었고 유재성은 그때 시정에 일 때문에 바쁜 탓에 본가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가끔 얼굴을 마주쳐도 온다연에게 그런대로 예의를 갖추었고 독설은 퍼부은 적이 없었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말했지. 다시는 본가의 사람들이 널 귀찮게 하는 일이 없게 한다고.”“저도 알아요. 하지만 당신의 친아버지시잖아요. 적어도 당신을 교육하는 면에서 뒤처진 적 없었고 게다가 미래 그룹이 H 국에서 오늘날까지 있을 수 있었던 건 그의 권세 문제도 있는 거잖아요. 저한테는 별로 좋은 기억이 없고 심지어 원망하기까지 했지만 미래 그룹이랑 아이의 체면을 봐서 가끔 아이를 보러 온다고 해도 저는 그냥 모른 척할 거예요.”온다연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그녀의 최대 양보였다.만약 예전 같았다면 온다연의 마음속에는 미움만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이가 있으니 그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원망
유강후는 그런 온다연의 말에 당황해하며 말했다.“아니, 그게 아니라 네가 지금 몸 상태도 안 좋고 열도 나고 하니까 약도 먹어야 하고 건강이 회복되면 그때 다시 보려고 한 거야.”온다연이 울먹이며 말했다.“그럼 저 약 안 먹을래요.”유강후는 급한 마음으로 말했다.“그건 안돼. 너 지금 면역력이 제일 낮을 때라서 의사가 처방해 준 약 먹고 푹 셔야 몸도 좋아지지.”그러나 온다연은 고집을 부리며 유강후가 아무리 달래도 다시는 그를 상대하려 하지 않았고 점심에 약 먹을 때에도 약을 바닥에 버리고 먹지도 않았다.다행히 열이 좀 내린 탓에 고열에서 미열로 되었고 유강후는 그냥 달랠 수밖에 없었다.저녁 무렵에 유강후가 나간 틈을 타서 온다연은 간호사에게 아기를 안아오게 하고 모유를 먹였다.이때 온다연은 금방 모유가 분비되기 시작했고 황색을 띤 액체가 나오는 것을 보고 의사는 그것이 초유라며 아이들한테 아주 좋은 면역단백이라고 했다.비록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고 아이가 빨면 더 아파져 왔지만 온다연은 모유를 먹는 아이들을 보며 여태 느껴보지 못했던 평온함과 행복을 느꼈다.온다연은 전에 아이와 엄마가 텔레파시가 통한다는 것은 과장된 말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지금은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처음에는 모유가 별로 없어 아이를 몇 모금밖에 먹이지 못했고 유강후가 들어 오기 전에 장화연에게 아이를 다시 침대로 안아가라고 했다.장화연은 아이와 온다연을 번갈아 보며 걱정되어 말했다.“사모님, 우선 몸조리부터 하셔야 해요. 작은 도련님과 아가씨는 배를 곯지 않아요. 그리고 초유도 준비해 뒀어요.”온다연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저 이틀만 먹일 거예요. 그때까지도 열이 안 내리면 안 먹일게요. 장 집사님, 부탁인데 저 약을 비타민으로 바꿔주세요.”장화연이 말을 안 하고 있자 온다연은 다시 말했다.“부탁이에요. 장 집사님, 저의 몸 상태는 제가 잘 알아요. 그냥 미열만 있을 뿐 아무 문제 없어요.”장화연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내일 오후가 되어도 열이
봉현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너도 요즘 아이랑 마누라 돌봐야 하니 시간도 없을 거잖아. 내가 알아서 방법 구해볼게.”말을 마치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송지원도 뒤따라 나와 봉현수의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번에 지예솔 씨가 진짜 큰맘 먹고 멀리 가버린 거 같은데 현수는 아직도 경원시 근처에서만 찾고 있어. 어쩌면 출국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을 해줄 수가 없네.”“현수 지금 상태가 매우 위험해. 마치 밧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정도로 한계에 도달한 거 같아. 저러다 큰일이 일어날까 봐 두렵네.”두 사람은 한마디씩 하고는 침묵하였다.한참 지나 유강후가 먼저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일은 우리도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어. 본인이 스스로 해결하게 해야 해. 요 며칠은 내가 아내와 아이들을 돌봐야 하니 네가 옆에서 좀 더 신경 써줘.”송지원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한이준은 며칠 동안 보이지도 않고 전화도 안 통하던데. 내가 사무실에 전화했더니 비서가 그러는데 걔가 섬에 집을 사서 지금 장식을 하고 있고 외부 사람들과 거의 연락도 하지 않는다 하더라고. 이 자식 또 무슨 미친 짓을 벌이는지 모르겠어.”이때 방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유강후는 곧바로 방으로 향했다.“들어가. 현수랑 이준의 일은 네가 좀 더 신경 써줘. 내 쪽에 사람들은 필요하면 네가 알아서 조정해서 데리고 가면 돼.”들어가 보니 동생이 울면서 손발을 자꾸 흔들어 옆에 자고 있던 오빠도 깨웠다.오빠는 오히려 깜깜한 눈을 뜨고 조용하게 누워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고 있는듯 하였다.유강후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간호사가 아이를 안으며 말했다.“아이들이 배가 고픈가 봐요. 나와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말하면서 침대에 누워있는 온다연을 한 번 보고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장화연은 간호사의 뜻을 눈치채고 말했다.“분유로 먹여요. 사모님은 지금 몸이 편찮으셔서요.”이때 온다연도 놀라 잠에서 깼다.
유강후는 당황했던 마음이 그제야 풀리며 한숨을 내쉬었다.예전에 그 아이는 힘들게 임신했고 유강후도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지켜내지 못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안전하게 출산까지 했고 아이도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가장 걱정되는 건 바로 온다연의 건강 상태였다.“주 선생님, 앞으로 제 아내의 건강을 잘 부탁드릴게요. 두 아이도 만약 두통이나 열이 있다 해도 많이 신경 써주셔야 해요.”주 선생님은 급하게 대답했다.“괜찮아요, 큰일은 아니에요. 두 아이도 지금 봐선 건강 상태가 아주 좋으니 잘 키우실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유 대표님.”주 선생님을 보낸 후 유강후는 정성스럽게 온다연을 보살피며 약도 먹이고 재우기도 하였다.한참 뒤에 송지원과 봉현수가 아이들 보러 병원에 찾아왔다.송지원은 작업복을 입고 있는 걸 보니 시정 쪽에서 방금 온 것이 분명했다.봉현수는 비록 깔끔하게 차려입었지만 이전의 의기양양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유강후는 보자마자 그의 정신이 극도로 쇠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봉현수는 아이들의 선물을 유강후에게 건네고 나서 소파에 앉아 넋 놓고 있었다.반면 송지원은 두 아이에게 관심을 쏠리며 간호사에게 아이를 안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송지원은 아이를 안고 웃으며 말했다.“넌 아들딸을 한꺼번에 얻었지만 우리 몇 명에서 한재민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독한 사람들이네. 이 아이의 행운을 빌어 나도 나중에 쌍둥이가 생길 거야.”유강후는 얼른 아이를 뺏어 안고는 말했다.“저리 비켜, 누가 너더러 내 아들의 행운을 빌라 했어. 그렇게 행운을 갖고 싶으면 너 절로 절에 가서 빌던지.”송지원은 두 녀석을 매우 귀하게 여기며 또 손을 뻗어 여동생을 안았다.“핑크 팔찌를 차고 있는 걸 보니 여자아이겠지? 너무 귀여워, 나도 딸이 욕심나네.”송지원은 여동생의 작은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난 이 두 아이의 양 아빠가 될 거야. 앞으로 날 송 아빠라고 부르라고 해.”유강후는 송지원이 딸을 안고 놓지 않는 것을 보고
유강후는 온다연의 상처가 아플까 봐 번갈아 가며 아이를 안아 보여줬다.조용하고 작은 아이의 얼굴을 보자 온다연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다 건강하게 태어났어요. 이번에는 보온 실에 들어갈 필요가 없네요.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요?”유강후는 속상한 마음으로 온다연의 눈물을 닦아 주면서 말했다.“보온 실은 필요 없어. 의사가 아이들이 모두 정상이라고 말해줬어. 하지만 그래도 그웬을 와서 산후조리가 끝날 때까지만 우리 집에 있으라 했어.”“우리 아들을 데리고 와봐요, 한번 보게요.”유강후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아 온다연의 옆에 눕혔다.온다연은 감히 몸은 움직이지 못하고 머리만 옆으로 돌려 쳐다보면서 이 아이가 꿈속의 그 아이를 닮았는지 궁금했다.안타깝게도 아이는 아직 너무 작아 이목구비가 모두 주름져 있어 잘 보이지 않았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온다연이 실망하는 모습을 본 유강후는 웃으며 말했다.“아들은 날 닮았고 딸은 널 닮았어.”온다연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요? 아이가 이목구비도 잘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알 수 있어요?”유강후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난 보이거든.”유강후는 몇 시간 동안 작은 침대 옆에 붙어 서서 아이의 이목구비와 윤곽을 수없이 분석한 결과 아들은 그를 닮았고 딸은 온다연을 닮았다는 결론을 내렸다.유강후는 희망컨대 두 아이가 모두 온다연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더니 남자아이는 좀 강하게 생기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두 아이를 모두 온다연의 곁에 눕혀두고 팔을 뻗어 그들 세 모녀를 품에 안으며 아주 정성스럽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연아, 이젠 너희들은 내 인생의 전부야.”유강후는 앞으로 약점이지만 보호막이 될, 그한테는 세상 전부인 이 사람들을 위해 끝까지 분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온다연은 유강후의 턱에 나온 수염을 만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당신 요즘 많이 피곤했죠? 안색이 너무 안 좋으니 이제 좀 쉬어
“네가 정치일에 개입도 하지 않았고 나도 이제 곧 은퇴할 것인데 만약 본가에서 나쁜 기사라도 터지면 우린 경원시에서 설 자리도 없게 돼. 그럼 우주 그룹이나 본가나 다 영향받을 수 있잖아.”유강후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유연서는요? 연서의 일은 어떻게 말씀하실 건데요? 은혜를 갚고 싶으면 알아서 갚으세요. 아무도 당신을 막지 않겠지만 누나의 목숨으로, 또 저의 행복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답하려 하지 마세요.”“그리고 제 아이들은 유씨 성을 안 가질 거고 본적에도 넣지 않을 거예요. 아이들은 이미 이름이 있어요. 하나는 강 씨 이고 하나는 진 씨 에요. 본가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으니 괜히 여기 와서 다연이의 휴식을 방해하지 마세요. 다연이는 본가 사람이라면 이제 치를 떨어요.”유재성은 급해하며 말했다.“괜찮아, 나 그렇게 보수적이지 않아. 아이들이 유 씨가 아니라도 내 손 군들이야. 다연이가 날 싫다 그러면 앞에 나타나지 않고 아이들만 잠깐 만나볼게. 그래도 할아버지인데 아이들에게 선물도 준비하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강후는 통화를 끊어버렸다.이때 이권이 걸어오더니 말했다.“대표님, 아이들의 출생증명서에 이름을 써야 하는데 작은 도련님이랑 아가씨 이름은 준비하셨죠?”유강후는 이권의 손에 쥐어져 있던 종이를 받아 그 위에 아이들의 이름을 적었다.그러자 이권은 웃으며 말했다.“역시 이미 생각해 놓으셨군요.”“남자아이는 다연이랑 같은 성씨로 진 강남으로 했고 이건 다연의 아버지가 지어주신 거고 여자아이는 강아름으로 나랑 어르신이 같이 지은 거야.”이권은 다시 웃으며 말했다.“작은 도련님이 진씨 가문의 성을 따르게 되면 어르신이 화 안 내실까요?”유강후는 종잇장을 건네주며 말했다.“어르신은 해외에서 평생을 살아 이런 일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실 거야. 그럼 아이의 성이 둘 다 진 씨라면 강씨 가문의 자손이 아닌 거야? 다연이가 목숨을 걸고 낳은 아이들인데 하나는 진 씨 성을 가지면 또 어때? 둘 다 진 씨 성을 따른
유강후가 가장 세게 흔들고 있는 작은 손을 건드렸더니 녀석은 바로 그의 엄지손가락을 잡았다.이상하게도 녀석은 곧 칭얼거리지 않았고 작은 입을 쩝쩝대더니 조용해졌다.유강후는 갑자기 멍해지며 신기하면서도 행복한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이것이 내 아이와 실제로 접촉하는 느낌인 건가?’분명히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얼굴인데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유강후가 막 아이를 안으려 할 때 간호사가 웃으며 말했다.“입원실에 가서 안아봐요. 산모도 곧 나올 테니 여기 막아서면 안 돼요.”유강후는 몹시 아쉬워하며 장화연과 이권 더러 아이를 데리고 가게 하고 자신은 문 앞에서 온다연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온다연도 나왔다.마취가 아직 풀리지 않은 온다연은 아직 자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녀를 받아 입원실로 옮겼다.입원실은 예전 온다연이 쓰던 큰 방으로 이미 모두 정리정돈이 되어 있었고 두 꼬마 녀석은 침대 옆의 작은 침대에 두었다.두 아이와 온다연은 모두 조용히 자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들 모자 셋을 옆에서 지켜보았다.잠깐 사이에 유강후는 많은 사진을 찍었고 한장 한장 들여다보면서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모멘트도 일 년에 한 번쯤 업데이트하는 유강후가 오늘은 연속으로 세 개의 게시물을 올렸다.그것도 모자라 다시 작은 그룹 채팅을 만들어 잘 아는 몇몇 친구들을 그룹에 끌어들이고 그중에는 염지훈도 포함되어 있었다.그러고는 제목에 쌍둥이 남매가 부럽지 않냐고 그래도 소용없다고 계속 부러워하라는 글을 덧붙여 20장이 넘는 아기의 사진을 연이어 보냈다.얼마 안 되자 답글들이 올라왔다.송지원: 아이들이 태어난 거야? 축하해, 내일 보러 갈게.봉현수: 금방 태어난 거야? 난 선물까지 미리 준비해 뒀어. 내일 지원이랑 같이 갈게.그 밑에는 붉은색으로 된 부동산 증명서 두 권의 사진이 첨부되었다.한재민: 축하해. 선물은 지금 오는 길에 있어. 설쯤에 제수와 아이들 보러 갈게.그웬: 벌써? 내가 아직 가지도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