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무의식적으로 유강후는 그녀를 벽으로 다시 밀어버렸다.이번은 유달리 부드럽고 다정했다.온다연은 그에게 기대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처음에는 아팠지만, 그 뒤로 어떻게 된 것인지 유강후가 움직일 때마다 정신을 잃을 듯 기분이 좋았다.그녀의 반응을 유강후는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손에 넣은 듯한 기분이었다.안에서 나왔을 때 시간은 어느덧 점심이었다.간단히 씻은 뒤 온다연은 임시 휴식실로 옮겨졌다.임시였어도 인테리어와 가구 배치는 전혀 촌스럽지 않았다.유강후는 그녀를 침대에 눕힌 후 이불을 덮어주곤 이마에 키스했다.“배고파?”온다연의 홍조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목마저 빨갛게 물들었다.유강후를 똑바로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방금 부끄러운 짓을 했다는 것만 떠올려도 저도 모르게 이불을 찢어버릴 듯이 꽉 움켜쥐었다.그녀는 방금 이성을 잃고 더 빨리해달라고, 멈추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다.방금 그건 정말로 그녀였을까? 왜 자신이 누구인지도 잃고 그런 말을 내뱉었던 것일까?분명 처음에는 아팠지만, 그 후에는 왜 그렇게 된 것일까?그녀는 일이 점점 그녀의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했다.‘반드시 빨리 끝내야 해!'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고개를 이불 속에 파묻으며 작게 말했다.“조금요.”유강후는 작은 그녀의 얼굴을 만지며 사랑스러운 눈길로 보았다.“사람을 시켜 음식을 가져오라고 할 테니까 몇 분만 기다려.”말을 하던 도중에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작은아버지, 음식 가져왔어요.”유민준의 목소리였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나갔다.문 앞에는 유민준이 도시락을 들고 주위를 두리번대며 사람을 찾고 있었다.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도시락은 거기 내려놔. 그리고 넌 나가. 앞으로 내 허락 없이 내 방에 들어오지도 말고.”유민준은 도시락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휴식실 쪽을 힐끔거렸다.“작은아버지, 다연이는요?”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나가란 말, 안 들려?”유민준은 그럼에도 나가
유강후의 혀가 그녀의 입안을 침범해왔다. 꼭 공략하고 있는 것처럼 탐했다.팔도 어느새 그녀의 허리에 두르며 행동을 제한해 버렸다.‘내 거야.'‘넌 내 것이어야만 해!'온다연이 숨이 점차 가빠져 숨 쉴 수가 없을 때 그는 그녀를 놓아주었다.갑작스러운 그의 키스에 온다연은 머리가 어질거렸고 눈앞도 몽롱해졌다.그녀는 몽롱한 눈빛으로 유강후를 보다가 하얀 손을 들어 그가 거칠게 빨아들여 상처가 생겨버린 입술을 만졌다.“아파요...”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나른했다.“아저씨, 살살해줘요. 너무 아파요...”유강후는 그녀를 빤히 보았다.이상하게도 그녀가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눈을 가늘게 접으며 다소 깊어진 눈동자로 그녀를 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어느새 잠겨있었다.“다연아, 밥 제대로 먹을 거지?”온다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분명 그녀가 밥을 먹지 못하게 방해하는 사람은 그였는데 말이다.그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꼭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그녀의 뒤통수에 손을 올린 채 또 키스했다.그렇게 먹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니 따끈하던 도시락은 어느새 차갑게 식어버리고 말았고 깨끗하게 비우지 못했다.결국, 사람을 시켜 다시 따듯한 도시락으로 가져오라고 했다.온다연은 너무도 피곤했기에 겨우 밥을 먹은 뒤 침대에 누워버렸다. 어느새 밤이 되었다.그녀가 눈을 떴을 때 휴식실 안은 아주 어두웠다. 커튼 사이로 희미한 빛이 안으로 들어왔다.순간 어리둥절했다.그녀가 어둠을 두려워하게 된 후로 유강후는 매일 스탠드를 켜놓았기 때문이다.그는 그녀를 위해 특별히 은은하고 따스한 조명을 주문 제작하곤 침대 옆에 배치해 두었기에 방 안은 어둡지도 않았고 흔하지도 않아 잠을 자기에도 딱 좋았다.하지만 이곳에 그 스탠드가 없었기에 유강후의 방이 아니었다.그녀는 침대에 누운 채 멍하니 천장을 보다가 일어나 창가로 갔다.창문 틈 사이로 알록달록한 불빛이 켜진 바깥을
온다연은 관심 가득한 얼굴로 계속 물었다.“아저씨, 남부 지방에 아저씨 회사 많아요?”유강후가 답했다.“적지는 않지. 다만 대부분 번화한 도시에만 몇 개 흩어져 있을 뿐이지. 여기처럼 밀집되어 있지 않아.”온다연은 대충 자신이 알고 있는 남부 지방 도시 이름을 말했다. 그러다가 인지도가 낮은 도시의 이름도 입 밖으로 꺼낸 후 물었다.“여기에도 회사 있어요?”유강후는 오늘따라 그런 그녀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평소보다 질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얼른 그녀를 꽉 끌어안으며 나직하게 말했다.“다연이는 지금부터 내 재산을 관리해주려고 물어보는 거야? 내 아내가 되고 싶어?”그는 그녀를 안아 올리며 벽으로 밀쳤다.어둠 속에서 그는 그녀에게 키스를 한 후 한참 지나서야 입을 뗐다.“내 재산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네가 열 명이라도 전부 다 책임지고 키울 수 있으니까. 옷이든, 보석이든, 빌딩이든 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다 해줄 수 있어.”그 순간 뭔가 떠오른 그는 멈칫하며 말했다.“하지만 너무 많은 현금은 줄 수 없어.”온다연은 평소에 그의 앞에서 얌전한 모습을 보이었지만 사실상 뼛속까지 반항 가득한 사람이었다.만약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후 그의 아이까지 낳게 된다면 그때 다시 그녀에게 경제적인 자유를 줄 생각이었다.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남부 지방에 있는 회사에도 자주 출장 가요?”어둠 속에서 그는 그녀의 표정을 보지 못했기에 그녀의 눈빛에 서린 한기도 발견하지 못했다.그는 그녀의 보드라운 입술을 만지며 말했다.“다연이 네가 가고 싶다면 얼른 몸 건강부터 회복해야 할 거야. 그리고 날이 조금 따듯해지면 바닷가랑 가까운 도시로 며칠 놀러 가자, 알았지?”온다연은 경원을 벗어나 본 적 없었기에 바다 구경도 해본 적 없었다.예전에 누군가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한 적 있었다. 언젠가 그녀를 데리고 바닷가로 가 드넓은 바다를 보
유강후의 신체 변화에 온다연은 깜짝 놀랐다.부단히 저항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안 돼요. 아직 아프다고요...”유강후는 그녀의 입술을 물며 손을 셔츠 안으로 넣었다.“괜찮아, 안 아플 거야. 점심때보다 더 기분이 좋을 거야...”다정하면서도 강압적인 태도로 그녀를 소유하고 있었다.온다연은 피할 수 없었다. 철썩이는 파도에 출렁이는 작은 배처럼 몸이 흔들리고 있었다.얼마나 흔들렸을까, 겨우 힘을 모은 그녀는 다시 한번 그를 힘껏 밀어내고 나서야 그는 그녀를 놓아주었다.그녀를 깨끗하게 씻겨준 뒤 다시 옷을 입혀주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저녁 7시가 되었다.그는 잔뜩 피곤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지금 호텔로 데려다줄게. 이따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바로 말해. 사람을 시켜서 가져다주라고 할 테니까.”온다연은 그의 손을 잡으며 나직하게 말했다.“어디 가는데요?”유강후는 나른한 그녀의 모습을 아주 좋아했기에 저도 모르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저녁에 참석해야 하는 식사 자리가 있어. 네가 묵을 호텔 레스토랑에서 할 거야. 다연아, 너도 가고 싶어?”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였다.“혼자 방에 있고 싶지 않아요. 혼자는 무서워요.”오전의 일을 겪었던지라 유강후도 그녀를 혼자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비록 식사 자리에 유민준도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그녀를 눈앞에 두고 지켜보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유민준도 감히 온다연에게 접근하지 못할 테니까.회사에서 호텔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차로 10분 이동하면 바로 도착했다. 차는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호텔 앞에 멈추어 섰다.차에서 내리자 바로 누군가 웃으며 달려왔다.“유 대표님께서 저희 호텔에 며칠 묵으실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네요. 정말 영광입니다!”유강후는 평소와 같은 차갑고 도도한 얼굴로 돌아왔다. 꼭 모든 것이 그의 손아귀에 있는 것처럼 냉담한 모습이었다.이런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온다연은 유강후에게 다른 인격이 존재하는 것
유민준에게 말을 건 사람은 영원에서 꽤나 권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유민준이 화를 내며 노려보니 더는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민준 대표 여동생은 유하령 씨가 아니었어요? 그러면 친동생이 아니라 사촌 동생이겠네요?”유민준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수상한 기분이 들어 바로 말했다.“지금은 아니에요. 앞으로도 아닐 테니까 더는 궁금해하지 마세요. 어차피 그 쪽에겐 더없이 과분한 사람이니까.”그는 이미 분명하게 말했다. 온다연의 신분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안 남자는 더는 묻지 않고 웃는 얼굴로 상황을 정리하며 물러났다.찝찝한 유민준과 달리 온다연은 담담하게 음식을 먹고 있었다.점심을 거의 먹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기 전까지 그런 행동을 했으니 너무도 배고팠다. 그래서 먹는 것도 다소 급하게 먹게 되었다.유강후는 입맛이 살아난 듯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계속 음식을 집어주었다. 그의 눈빛도 다소 부드러워졌다.테이블 아래로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잡았다.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천천히 먹어. 아직 나오지 않은 음식도 있으니까.”온지유는 화들짝 놀라며 얼른 손을 빼냈다. 그녀의 얼굴이 발그레해지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여긴 사람이 너무 많아요.”유강후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구기며 차가워진 어투로 말했다.“그래서 뭐. 보라고 해. 그렇게 남이 알게 되는 게 두려운 거야? 어차피 넌 우리 집안이랑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잖아.”그는 원래부터 숨길 생각이 없었다. 온다연의 건강 상태가 좋아지면 당연히 공개할 생각이었다.결혼은 미룰 수 있었지만, 혼인신고는 더는 미룰 수 없다. 온다연은 이미 성인이 되었으니 지금이라도 당장 혼인 신고할 수 있었다.이때 어느새 분위기도 무르익었다.누군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유 대표님이랑 나은별 씨 결혼은 언제 하나요. 제가 듣기론 나씨 집안에서 이미 혼수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하더라고요.”그러자 바로 다른 사람도 맞장구쳤다.“맞아요. 며칠 전 나은별 씨를 만났는데, 정말 재벌 가문은
온다연은 버둥거리며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유강후는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차가운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어디 가려고?”온다연도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몰랐다.원래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말았어야 했지만 나은별과 유강후의 혼인 얘기를 듣고 나니 너무도 괴로웠다.그녀는 그에게 그저 놀이 상대일 뿐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비록 직접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그녀는 자신과 유강후는 암묵적인 거래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녀의 상황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주기로 한 것이고, 그녀는 그에게 그가 흥미를 보이는 그녀의 몸을 내어줄 뿐이다.떳떳하게 밝힐 수 없었던 사이였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고 주제도 파악하고 있었다.심호흡한 뒤 나직하게 말했다.“조금 피곤해서 방으로 돌아가 쉴 생각이었어요.”그녀를 보는 유강후의 눈빛이 살짝 빛났다.“정말로 그것뿐이야?”온다연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네, 그냥 조금 피곤해서 자고 싶었어요.”유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빛이 다소 어두워지고 표정도 차갑게 굳어져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엘리베이터 안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너무도 조용한 나머지 상대의 숨소리마저 크게 들렸다.다행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유강후는 그녀를 안은 채 밖으로 나왔다.방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온다연이 나직하게 말했다.“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아저씨. 그러니까 돌아가요. 그 많은 사람들이 아저씨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요.”유씨 집안에 오랫동안 지내면서 비록 떳떳하게 모습을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을 본 적 있었다.그녀는 방금 그 레스토랑 안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말을 마친 뒤 유강후의 품에서 내려오려고 버둥거리자 유강후가 차갑게 말했다.“내가 가면, 넌 또 어디로 도망치려고?”온다연은 입술을 깨물며 솔직하게 말했다. 작은 목소리로.“도망 안 가요.
유강후는 무의식적으로 반지를 만지며 차갑게 말했다.“만약 결혼했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도망치게?”온다연의 심장이 쿵쾅쿵쾅 미친 듯이 뛰었다. 꼭 누군가 그녀의 심장을 움켜쥔 것처럼 호흡이 가빠지는 것 같기도 했다.머릿속은 하얀 백지장이 되어 생각할 수 없었다.유강후는 그녀를 봐줄 생각이 없었는지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리며 작고 예쁜 얼굴을 보았다. 그의 두 눈엔 집착이 가득했다.“온다연, 무슨 일이 있든 내 곁에서 도망칠 생각을 조금이라도 한다면 그에 따른 대가가 어떨지도 생각하고 도망쳐야 할 거야. 네 두 다리도 잃고 싶다면.”그는 이미 두 번이나 그녀를 봐주었다. 또 그의 곁에서 도망친다면 다리를 분질러서라도 곁에 묶어둘 생각이었다.온다연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속눈썹과 입술이 바르르 떨려왔다.“아저씨가 나은별 씨랑 결혼하면 저랑 아저씨 사이는 끝이 나는 거예요.”유강후는 손을 들어 그녀의 입술에 있던 점을 눌렀다. 그는 욕망에 휩싸인 눈빛으로 보았다.온다연 입술에 있는 점을 아주 좋아했다. 옅고 작은 점은 가까이에서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었을뿐더러 한번 발견하고 나면 자꾸 눈에 밟혀 키스하고 싶은 충동이 생겨났다.키스할 때마다 그는 그녀의 작은 점을 자꾸 깨물게 되었다.유씨 집안으로 발을 들인 후 거실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를 본 순간부터 그 점을 발견했던지라 자주 꿈에 나왔다. 그때마다 꼭 아직 어리니 성인이 되면 잡아먹어달라고 유혹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지금, 그녀는 겨우 성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그의 것이어야만 한다.어떤 이유든지 만약 그녀가 그의 곁에서 도망칠 궁리를 한다면 영원히 방에 가둬버릴 것이다.“온다연, 명심해. 넌 내 거야. 태어날 때부터 내 것이라고. 끝이라는 말은 다시는 내 앞에서 하지 마. 듣고 싶지 않으니까!”그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표정도 차가웠다. 마치 당연한 일을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그러나 당연하듯 내뱉은 그의 말에 온다연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정말로 나은별 씨랑 해외에서 결
지난 일들이 머릿속에 물밀듯 떠올라 온다연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졌다. 속도 울렁거려 미칠 것 같았다.그녀는 방금 레스토랑에서 먹은 것을 전부 게워낸 것도 모자라 위액까지 게워냈다.화장실로 달려들어 가면서 문을 잠갔기에 유강후는 밖에서 두드리고 있었다.“다연아?”온다연은 고개를 돌려 문을 보았다. 일어선 뒤 간단히 세수했다.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그녀는 이미 평정을 되찾은 뒤였지만 안색은 한눈에 보일 정도로 창백했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방금 먹은 음식이 속을 뒤집히게 한 거야?”온다연은 고개를 저으며 그가 뻗은 손을 피한 뒤 천천히 소파로 다가가 누웠다.너무도 피곤해 잠을 자고 싶었다.유강후는 점점 야위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나은별은 그냥 친구일 뿐이야.”그는 무슨 일을 하든 설명하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설명하고 있었다.하지만 온다연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이미 속으로 그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유씨 집안에 오랫동안 지내면서 돈 많은 남자들이 밖에서 내연녀 한 명쯤 키우는 건 흔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심지어 본처가 내연녀가 친 사고를 수습하는 황당한 일도 많았다.다른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 있어도 그녀는 아니었다.그녀의 어머니가 바로 내연녀의 손에 사망했으니 말이다. 그녀는 죽어도 내연녀가 되고 싶지 않았다.인생에 결혼도 한 번으로 충분했다. 만약 유강후가 해외에서 이미 결혼하고도 국내에서 그녀와 결혼하려 한다면 그녀의 처지는 내연녀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그렇게 생각하니 몸이 더욱 아팠다.그녀는 나직하게 말했다.“아저씨, 전 좀 피곤해서 잘게요. 사람들이 아직도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얼른 가보세요. 전 걱정할 필요 없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돌아누우며 유강후에게 등을 보였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에 올린 후 안아 올려 안방으로 갔다.“잘 거면 침대에서 자. 불편하게 소파에서 자지 말고.”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움직
유강후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참을 수 없어도 참아야 해.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온다연은 지려 하지 않았다.“고쳐야죠. 계속 이러면 제가 어느 날 정말 견딜 수 없어 아기를 데리고 떠날 수도 있어요.”그녀의 허리를 잡은 큰손에 갑자기 힘이 실리고, 몸이 앞으로 확 끌려가 유강후의 다부진 몸에 찰싹 붙었다.그의 목소리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온다연, 다시 또 이런 말을 하면 정말 화낼 거야.”온다연은 수그러들지 않았다.“화를 내면 어쩔 건데요?”유강후는 실눈을 짓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나지막이 말했다.“이렇게 벌을 내릴 거야.”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깨물었다.곧 가쁜 숨소리가 전체 공간을 채웠다.온다연은 뒤에 있는 서랍장 때문에 옴짝달싹 못 했다.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그의 강력한 공세를 견뎠다.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저번에 서재에서 관계를 가진 이후로 유강후는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듯 그녀가 만족할 수 있게 힘 조절과 수위 조절을 완벽히 해냈다.그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만족시켰다.그는 그녀의 귓불을 가볍게 깨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이래도 떠날 거야?”온다연은 모든 신경이 그의 몸에 집중돼 사고력을 잃은 듯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아니, 떠나지 않을 거예요...”유강후는 만족스러운 듯 그녀에게 더 큰 보상을 해주었다.온다연은 거의 통제력을 잃고 또 그의 옷을 더럽혔다.다 끝나고 그의 옷이 얼룩덜룩해진 것을 본 그녀는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의 몸에서 내려올 힘조차 없었다.유강후는 그녀의 몸이 달아올라 옅은 분홍색을 띠는 것이 좋고, 그녀가 자기 손에서 피어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수줍어하거나, 참지 못하거나, 약간 요염한 모든 것이 그의 것이다.그는 땀에 젖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넌 이런 게 좋아?”온다연은 방금 방탕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니 부끄러워 감히 대답하
온다연은 불만스러운 듯 볼에 바람을 넣고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공평하지 않아요. 왜 아저씨는 휴대폰을 쓸 수 있는데, 저는 안 돼요?”너무 귀여운 모습에, 유강후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알았어. 오늘은 업무용 휴대폰만 쓸게, 됐지?”몇 개 대기업을 관리하는 그에게 휴대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온다연은 당연히 잘 알고 있다.중요한 일이 있을 때, 유강후의 전화가 연결이 안 되면 금융시장에 꽤 큰 파문이 일 수도 있다.온다연은 조금 걱정됐지만 기쁘기도 했다.그녀는 살짝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오늘 하루 종일 같이 있을 거예요?”그동안 유강후는 아침과 저녁에만 집에 있었고, 낮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그래서 하루 종일 같이 있는다니 약간 기대가 됐다.유강후는 그녀에게 뽀뽀했다.“하루 종일 나와 함께 있고 싶어?”온다연은 귀 끝이 빨개졌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아기도 함께했으면 더 좋을 텐데.”아기도 곧 돌아온다는 생각을 하니 그녀는 기쁨을 금치 못했다.“가족은 원래 같이 있어야 하는 거예요.”어려서부터 부모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그녀는 그런 가슴 쓰린 아픔을 알기에 자기 아이에게 똑같은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아이가 커가는 것을 곁에서 지켜볼 것이며, 모든 고요한 밤과 희망찬 아침을 함께할 것이다.유강후도 이 아이를 몹시 아끼는 것 같고, 그녀가 지금까지 잃은 것들을 여기서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유강후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그런 걸 간절히 원해?”온다연은 그의 가슴에 기댄 채, 기대 어린 눈빛으로 중얼거렸다.“이건 저의 모든 희망이에요. 아저씨,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해요. 아기도 있고 아저씨도 있는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에요. 저 같은 사람도 이런 걸 가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아저씨, 고마워요. 아저씨도 아기를 위해 큰 노력을 했어요. 아기를 지켜내지 못했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는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주혜성이고 오늘 실검에 오른 온다연의 죽마고우입니다. 우리 둘은 같이 자랐고, 거의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습니다. 온다연은 마음이 고운 사람이었고 상간녀가 될 리 없습니다.”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온다연과 그 남자들의 이야기는 모두 누군가가 지어낸 헛소문입니다.”수줍게 웃는 그의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제가 오랫동안 쫓아다녔는데도 온다연은 저를 받아주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늙은 남자에게 반할 수 있겠습니까?”“제가 그 남자들보다 못생겼을까요? 그래서 그 남자들을 선택하고 저를 선택하지 않았을까요?”“온다연과 그 아가씨가 실랑이를 벌인 데는 뭔가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게다가 그 영상은 편집된 것입니다. 영상을 올린 분께서 전체 영상을 공개하시길 바랍니다. 일부만 공개해서 오해를 유발하지 마시고요.”“조금만 생각해 보면 헛소문이라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여러분, 법을 지키는 좋은 시민이 되십시오.”말을 마친 그는 카메라를 향해 천천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 모습은 성에서 걸어 나온 왕자처럼 우아했다.유강후는 동영상을 꺼버렸다. 그는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이 자식이 이런 방식으로 온다연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하다니.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모르겠다.주씨네 형제는 둘 다 정말 성가시다.이때 온다연이 침실에서 나왔다.그녀는 천천히 걸어와 뒤에서 유강후를 끌어안더니 맹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아침부터 뉴스를 봐요?”유강후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돌아섰다.그는 온다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잘 잤어? 점심까지 자겠다고 하지 않았어?”온다연은 얼굴을 그의 손에 비비며 피곤한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또 악몽을 꿨어요.”“무슨 꿈인데?”“꿈에 아기가...”그녀는 말을 멈추었다.왠지 모르지만 그녀는 자꾸 아이가 없어지는 꿈을 꾼다. 게다가 꿈속의 아이는 유강후와 똑 닮았다. 그녀는 꿈속에서 너무
나은별은 전화기 너머에서 울기 시작했다.“강후 씨, 내가 한 게 아니야. 내가 바보도 아니고, 이렇게 뻔한 짓을 왜 하겠어?”“믿어줘. 정말 아니야. 강후 씨,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나에게 이 정도의 믿음도 없어?”유강후가 침묵을 지키자, 나은별이 울면서 말했다.“온다연 씨가 나를 오해하고 때렸어도 나는 온다연 씨한테 화풀이하지 않았어. 어쨌든 강후 씨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강후 씨 체면을 봐서라도 온다연 씨에게 손을 대지는 않아.”“내가 당장 해명 영상을 올려서 온다연 씨의 누명을 벗겨줄 테니 의심하지 마.”유강후는 휴대폰을 꽉 쥔 채 쌀쌀하게 말했다.“나은별, 이 일이 너랑 상관없기를 바랄게.”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었다.이권이 가자마자 한이준에게서 전화가 왔다.“어떻게 된 거야? 지금 일이 너무 크게 번졌어. 여론이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서 악성 댓글을 아무리 삭제해도 계속 올라와.”“실시간 검색어를 최대한 삭제하고 있지만 이미 널리 퍼져서 덮기는 어려울 것 같다.”“뒤에서 누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빨리 퍼질 수 없어.”유강후는 휴대폰을 잡은 채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덮어야 해. 악성 댓글 작성자 아이디를 전부 기록해. 헛소문을 퍼뜨렸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지.”그는 전화를 끊고 즉시 몇몇 대형 SNS와 동영상 사이트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들 중 몇 명은 평소에도 미래그룹과 사업상 접촉이 많은 터라 전화를 받은 뒤 곧바로 실시간 검색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다른 몇 명은 유강후와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미래그룹처럼 덩치가 큰 거대기업이 먼저 손을 내미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어쨌든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건은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점점 밀려나다가 점차 실시간 검색어에서 사라졌다.하지만 유강후는 방심하지 않고 동향을 예의 주시하라고 부하에게 시켰다.잠시 후 이권이 누군가가 댓글 알바를 고용해 인터넷에서 온다연의 과거를 캐기 시
집에 들어선 후, 유강후는 시원한 연고를 가져와 온다연에게 발라주었다.그런데 장화연이 어쩌다 이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 온다연은 한순간 얼굴을 들 수가 없었고, 밥도 먹지 않고 숨어 있었다.유강후도 너무 후회되어 그녀를 끌어안고 한참을 달랬다.저녁에 아기 보러 병원에 갈 때까지 이 상황은 계속됐다. 아이의 상태가 좋아진 것을 보고 온다연은 그제야 겨우 화를 풀었다.이튿날 아침 유강후가 침실에서 나오니 이권이 벌써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셋째 도련님, 인터넷을 좀 보세요. 온다연 씨가 인터넷 스타가 됐어요.”유강후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인터넷 스타라니, 무슨 소리야?”이권은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건넸다.“일단 보세요. 제가 처리하고 있긴 하지만, 실검을 세 번이나 눌렀는데도 상황이 정리가 안 돼요.”‘상간녀가 보석 가게에서 본처를 때렸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가 있었고, 그 아래에 비슷한 댓글이 가득 달렸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동영상을 열었다.어제 온다연이 보석 가게에서 나은별과 싸우는 장면이었다.동영상만 보면, 확실히 온다연이 먼저 때렸다. 게다가 온다연은 날뛰고 있고, 나은별은 한 번도 반격하지 않은 채 처참하게 맞는 모습이었다.동영상은 온다연이 나은별을 때리는 데서부터 시작돼 조아영이 그녀를 끌어낼 때까지 1분여 동안 지속됐다.중간에 편집 흔적이 전혀 없어 딱 봐도 원본 영상이었다.‘좋아요’가 600만 개 이상, 리트윗이 300만 개 이상에 달하고, 댓글 창은 온통 욕하는 말들로 도배됐다.[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상간녀가 이렇게 대놓고 날뛰어도 되는 거야?][이건 너무 심하잖아. 상간녀가 누군지 신상 털어!][진짜 뻔뻔스럽군. 유부남을 꼬신 주제에 감히 이렇게 날뛰다니. 이 여자와 부모의 신상을 털어 온 가족이 고개를 쳐들고 다니지 못하게 해야 해.][본처가 진짜 나약하네. 내가 저 여자라면 그 자리에서 상간녀 머리를 부숴버렸을 거야.][상간녀가 어려 보이는
유강후는 좀 세게 때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너무 심한 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고작 몇 번 때린 것이 이렇게 빨갛게 부어오를 줄은 몰랐다.“많이 아파? 집에 가서 약을 바르자.”‘당연히 아프죠.’온다연은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지 못할 정도로 아프고 몹시 서러웠다.“화를 내도 된다면서요... 아저씨는 말한 대로 하지 않고 전혀 신용을 지키지 않아요.”유강후는 어이없었다.“화를 내도 된다고 했지, 반지를 던져도 된다고는 하지 않았어. 오늘은 세게 때린 것도 아니야. 또 한 번 반지를 던지고 나랑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때는 아예 의자에 앉지 못하게 엉덩이를 부숴버릴 거야.”온다연도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기에 고개를 숙이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한참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아저씨도 저를 때렸으니 맞비긴 셈이에요. 만약 아이를 보지 못하게 하면, 저도 아저씨의 점수를 깎아버리고 영원히 보지 않을 거예요.”유강후는 걸어가면서 말했다.“이렇게 말을 잘 듣는데 왜 아기를 못 보게 하겠어? 오늘 나한테 순순히 반지를 끼워준 것을 봐서 벌을 취소할게.”“하지만 그 점수라는 게 뭔지 나한테 알려줘.”온다연은 그의 어깨에 엎드려 통증을 참으며 시큰둥하게 말했다.“아저씨만 저를 벌할 수 있는 줄 알아요? 저도 아저씨를 벌할 수 있어요.”유강후는 걸음을 잠시 멈추었다.“무슨 벌인데?”온다연이 코웃음을 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저한테 점수를 적는 공책이 있어요. 모두 100점인데, 아저씨가 잘하면 가산점이 붙고 잘못하면 감점이 돼요.”그녀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원래 70점이었는데, 20점 깎여서 지금 50점이에요. 0점 혹은 마이너스 점수가 되면 저는 아저씨를 버릴 거예요.”유강후는 웃음을 참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하면 가산점이 붙고, 어떻게 하면 감점이 되는지 말해봐.”온다연이 정색하며 말했다.“예를 들면, 그웬을 데려다 아기를 살린 것은 589점, 주희를 구한 것은 50점, 저에게 불고기를 만들어준 것은
그는 손을 내밀고 반지를 보며 느릿느릿 말했다.“네가 자발적으로 나한테 반지를 끼워줬잖아. 반지를 끼워준 건 프러포즈한 것과 같으니, 앞으로 네가 나를 책임져야 해.”온다연은 그의 말을 들으며 어딘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강요에 못 이겨 끼워준 것인데, 어떻게 그녀가 프러포즈한 것이 되는지?그녀는 눈을 비비며 울먹거렸다.“아저씨가 끼워달라고 했잖아요.”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그게 그거지. 별 차이 없어. 내가 끼워달라고 말했더니 네가 바로 끼워줬잖아. 이게 자발적인 것이 아니고 뭐니?”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알지만, 아이를 못 보게 할까 봐 걱정인 온다연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유강후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반지도 꼈으니 결혼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온다연은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혼인신고를 해야 결혼했다고 볼 수 있다.하지만 결혼반지를 나눠 껴도 결혼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부부가 된 거니까.그녀가 말을 하지 않자, 유강후는 눈빛이 흔들리더니 나지막이 말했다.“네가 프러포즈했고 내가 받아줬으면 결혼한 것이나 다름없어. 결혼했으면 영원히 서로의 곁에 있어야 하고,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 안 돼. 알았지?”온다연은 뭔가 잘못된 것 같으면서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결혼했으면 둘이 같이 잘 지내야 한다.그녀는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약간 서러웠다.“다시는 나은별을 만지면 안 돼요. 저는 그 여자가 싫어요.”그녀는 또 한마디 덧붙였다.“살짝 닿는 것도 안 돼요.”“만나도 3m 거리를 유지해야 해요.”유강후는 그녀가 덫에 걸린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제를 돌렸다.“아까 나은별이 너한테 어쨌길래 머리가 터질 정도로 쳤어? 온통 유리 조각이던데, 손은 다치지 않았어?”유강후는 말하면서 온다연의 손을 당겨다 자세히 검사했다.그는 그녀의 희고 보드라운 손에 상처가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유강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아무리 화가 나도 반지를 버리거나 결혼 문제를 가지고 장난치면 안 돼. 알았어?”온다연은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그가 허리를 꽉 잡고 있어 움직일 수 없었다.“제가 아니라 아저씨가 장난쳤잖아요. 아직도 나은별을 마음에 담고 있어요?”그녀는 너무 서러웠다.“아직도 그 여자가 좋으면, 아기를 데리고 떠날 테니 그 여자랑 사세요!”유강후는 화가 나면서도 웃겼다.“내가 언제 나은별을 생각했다고 그래? 뭘 보고 이러는 거야? 내가 나은별을 잡아당긴 것 때문에?”온다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나은별이 유강후의 품에 기대어 있던 것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 여자를 안고 있었잖아요. 가슴에 기대고 있던데요.”유강후는 웃음이 나왔다. 알고 보니, 질투하는 것이었다.어린 것이 질투심은 왜 이렇게 강한지?“질투 났어?”온다연은 몹시 화가 났다.“누가 질투해요? 놔요. 저는 갈래요.”유강후는 그녀의 허리를 힘껏 끌어안으며 이를 악물었다.“내가 언제 나은별을 안았고, 언제 내 몸에 기대게 했는데? 똑똑히 말해봐.”그는 나은별을 바닥에서 잡아당겨 일으킨 후 온다연이 바로 폭발했던 기억밖에 없다.이 말을 들은 온다연은 더욱 화가 나서 얼굴까지 빨개졌다.“아저씨가 그 여자를 안았고, 그 여자가 아저씨 품에 기대어 있는 것을 똑똑히 봤는데도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아저씨는 이제 불합격이에요. 미워요. 이거 놔요.”발버둥 치다가 방금 맞은 곳을 건드렸다. 얼얼한 통증에 그녀는 눈물이 핑 돌았고, 엉겁결에 손으로 맞은 곳을 가렸다.유강후는 그녀의 동작을 보고 방금 너무 세게 때려서 부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그녀의 몸을 뒤집은 후, 치마를 올리고 살펴보려 했다.온다연은 그가 또 엉덩이를 때리려는 줄 알고 놀라서 그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그만 때려요. 아파요.”“반지를 주워 왔잖아요. 또 때리면 다시는 당신을 안 볼 거예요.”유강후는 손을 빼며 말했다.“붓지 않았는지 보려고
유강후는 괴로워하면서도 이를 악물고 참았다.“10일.”“온다연, 너 계속 이러면 아기 퇴원하는 날에도 못 볼 줄 알아.”그 말을 듣고 얼어붙은 온다연은 재빨리 그의 손을 놓았다.유강후가 어떤 사람인지 온다연은 알고 있다. 정말 그를 화가게 한다면 아마 한 달 동안 아기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온다연은 어쩔 수 없이 분노를 꾹 참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고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억울해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심하게 때려서 그런지 유강후는 온다연의 걷는 자세가 살짝 잘못된 걸 발견했다.하지만 결혼반지를 던지고 걷어찼던 행동을 생각하면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했다.온다연은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열었는데 밖에는 수많은 경호원들이 서 있었다.이권도 그곳에 있었지만 감히 나서서 말을 건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엉덩이를 맞은 걸 모든 사람이 들었다고 생각하니 분하면서도 수치스러웠다그러나 반지를 주워 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유강후가 아기로 협박을 하니 그의 장단에 맞춰주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이다.온다연은 유강후에 대한 호감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전에는 70점이었다면 이제는 50점밖에 되지 않았다.온다연은 씩씩거리며 눈물을 닦고선 마지못해 바닥에 있는 반지를 주웠다.온다연이 휴게실로 돌아오자 유강후는 자연스레 손을 내밀었다.“끼워줘.”그 모습은 어찌나 무자비하고 싸늘한지 마치 인정머리 없는 제왕 같았다.온다연은 화가 나서 반지를 다시 던져 버리고 싶었지만 아기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울분을 참으며 유강후에게 반지를 끼웠다.유강후는 반지를 한번 꼼꼼히 확인하더니 스크래치가 없는 걸 보고선 마음속의 분노가 절반 가라앉았다.그는 자리에 앉아 온다연을 품에 끌어안았다.“뭘 잘못했는지 알겠어?”온다연은 대답하기 싫은 듯 고개를 숙이고 계속 눈물을 닦았다.온다연의 빨갛게 부은 눈과 눈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보니 유강후도 마음이 반쯤 풀렸다. 그는 손을 뻗어 온다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잔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네가 말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