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물론이죠, 마침 제가 옥용벽 한 쌍을 받았는데 지금 바로 가져오겠습니다.”전명이 기뻐하며 안방에 있는 물건을 찾아갔다. 진효영이 이강현의 팔을 잡고 물었다.“이강현 오빠, 뭐 하는 거예요, 가짜라고 하지 않았어요?”“증거가 있어야지, 도둑 잡으려면 훔친 것도 같이 잡는 거 몰라? 너희들 물건 살 때 영상증거 있어? 영수증은? 아무도 없잖아, 그럼 당연히 부정하겠지, 심지어 너희들 바꿔치기를 했다고도 할 수 있어.”이강현이 그렇게 말하자, 진효영과 우지민도 이해하고 반응을 보였다.골동품 상인들이 가짜를 팔기만 하면 찾아온 손님을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증거가 아니면 반품하고 배상은 불가능한 일이다.“역시 사부님이 한 수 높으십니다. 저는 이런 생각 하지 못했어요, 여기 장사하는 사람 다 여우들인가 봐요.”우지민은 엄지손가락을 내밀어 이강현에게 보여주었다. 정말 이강현은 너무 대단한 존재인 것 같았다.진효영도 경탄하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바라보았다. 눈에서 이강현을 향한 숭비가 막 튀어나올 것 같았다.“어서 앉으세요, 여기 차도 있어요.”전명은 세 사람에게 차를 따라준 뒤 상자를 열어 이강현 앞에 놓았다.“선생님, 보세요, 이것은 정말 희귀한 물건입니다. 인연이 닿아 세분에게 소개시켜 드리는 거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도 않아요. 파는 건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고요.”“옥의 질감이 희고 윤기가 나며, 알맞게 양지백옥 중의 최고품인데, 이 기름진 느낌이 마치 양기름 한 조각처럼 느껴지지 않는지 보세요.”“이 조각도 명품 조각이예요, 황실의 어용 장인이 아니었더라면 이런 섬세한 용무늬를 조각할 수 없었을 거예요.”공예품 하나를 가지고 전명의 칭찬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이강현은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눈앞의 옥용벽을 마음에 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좋은 물건이긴 한데, 정말 괜찮은데요, 얼마인지 모르겠네요.”“방금 전 친구분이 산 것은 조금 문제가 있어 50억을 받았는데 이건 달라요, 다친 것이 없어 가격이
‘매일 이랬으면 벌써 세계 최고 부자가 됐을 텐데.’이강현은 곧 카드를 긁어서 비밀번호를 입력했다.“자, 사인해 주세요.”전명은 펜을 들고 이강현에게 작은 영수증에 사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이강현은 웃으며 펜을 내려놓고 오른손으로 옥용벽을 누르며 말했다.“서두르지 마세요, 먼저 위조품 배상 문제에 대해 얘기합시다.”“배상? 뭘 배상해요? 무슨 말이예요, 이건 진짜예요?”텐진밍은 이강현의 행동에 어리둥절하면서도 당황했다.“끝까지 시치미 떼겠다는 거네요, 이거 유리 모조 공예품이예요, 전에 친구한테 팔았던 것도 그렇고요, 근데 50만도 아니고 50억, 100억을 받아요? 그건 아니죠.”이강현은 옥용벽의 속내를 단숨에 꿰뚫었다. 전명은 이번에 아는 사람을 만났으니 계속 모른 척은 못하겠고, 그러나 환불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너 지금 시비 걸려고 온 거야? 나가 물어봐, 내가 누군지.”전명이 무지막지하게 말했다.“누군가요? 나도 여기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 사람 부를 거면 나도 바로 전화할 거예요.”이강현은 전명과 말다툼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일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다.“허, 너 정말 미쳤구나, 내 사부가 누군지 알아? 배권의 책임자 한세영이야, 어때?”한세영은 꽤 명망이 높은 분이다. 적지 않은 제자들이 국내 여러 곳에서 무관을 차리고 한세영 본인도 한성에서 무관을 차렸다. 다만 한세영은 그동안 무관을 잘 다루지 않아 태권도, 가라테 등 무관의 경쟁으로 장사와 명성이 떨어졌다.이강현은 시큰둥하게 웃었다.“당신 그냥 무관 제자잖아요, 근데 무슨 낯으로 한세영을 스승이라고 말해요.”“허, 나 정식으로 들어간 제자야, 아니면 나랑 해보던지, 3주먹에 널 쓰러뜨릴 수 있어.”전명은 일어서서 폼을 잡고 이강현에게 정말 배웠다는 것을 보여줬다.이강현은 웃으며 말했다.“당신을 이기면 10배 보상 물어줄 수 있어요?”“퉤!”전명은 침을 뱉고 독살스럽게 말했다.“너 정말 겁이 없구나, 너 자꾸 이러면 내 사부 부르
한세영은 50대 중반의 나이에 몇 년 동안 무관을 차려서 돈을 충분히 벌었으니,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제자와 손자도 만천하에 있는 셈이다.공적이 유명해지자 즐기려고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세영은 그동안 무관의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아들 몇 명에게 무관을 맡겼다. 아들들이 경영을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한세영은 관여하지 않았다. 제 복은 자기가 챙기는 법이라 정말 능력이 없다면 그때 다시 도와주면 된다고 생각했다.리클라이너에 누워 부채를 흔들고 있는 한세영은 눈을 감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정말 편안한 삶인 것 같았다.이때 때아닌 전화벨이 울리자 한세영은 약간 짜증이 났다.“또 어느 자식이 전화를 하는 거야? 조용한 날이 없어, 작은 일도 처리 못하고 그동안 도대체 뭘 배웠는지.”화가 난 한세영은 핸드폰을 집어들고 무심코 발신자 표시를 보더니 전명의 전화라는 것을 보고 약간 망설였다.전명이 한세영의 제자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하다.몇 년 전 한세영은 돈이 부족했을 때 전명이 준 예물로 어쩔 수 없이 전명을 받아드렸다.그 후 전명을 도와 많은 일을 해결했는데, 요 몇 년 동안 돈이 많아지면서 한세영도 전명을 점점 멀리 하였다.전명의 한 짓을 생각하면 그자의 일을 해결해주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특히 몇 년 동안 부족한 것이 없게 되자 명성을 더욱 소중이 여기게 되고 체면을 잃기 싶지 않았다.한세영은 손가락을 움직여 끊기 버튼을 꾹 눌렀다.그러나 끊은 지 3초 만에 전명이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한세영은 얼굴을 찡그리며 전화를 받았다.“어, 그래 전명아, 나 요즘 몸이 안 좋아서, 콜록콜록.”한세영은 꾀병을 부리며 전명이 먼저 물러가기를 바랬다.“허, 사부님, 사부님 마음 이해하죠, 근데 제자도 힘든 일이 있어 전화를 하는 거예요.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 그만 하시죠.”한세영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마음속으로 톈진을 호되게 꾸짖었다.‘너한테 힘든 일이면 나한테는 힘들지 않을 것 같아?!’“너 이 자식! 뭘 또 어쩌자는 거
“제 가게요, 그럼 사부님 오는 걸로 하고 기다리겠습니다.”한세영은 매섭게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몇 번 심하게 숨을 헐떡이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을 가라앉혔다.“빌어먹을 망나쁜 놈! 그 당시 그냥 죽여버려야 했어!”호되게 꾸짖은 뒤 한세영은 몸을 일으켜 제자 몇 명을 불러 저택을 떠나 전명의 가게로 향했다.전명의 골동품 가게.전화를 마친 전명은 뒷짐을 지고 테이블로 걸음을 옮겼다.“내 사부님이 곧 오실 거야, 충고하는데 그냥 물건 챙기고 돌아가는 게 좋을 걸, 아니면 고생 좀 해야 될 거야.”“나도 궁금한데, 누가 날 고생시켜줄 것인지.”이강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전명은 침울한 얼굴로 찻주전자를 들고 자신에게 차를 따르며 시무룩하게 마시기 시작했다.말로도 겁으로도 안 통하면 한세영이 와서 일을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만약 한세영도 안되면…… 텐진밍은 뒤의 일을 생각하지 않았다.100억의 10배면 1000억인데 그 많은 돈 전명은 도저히 배상할 수 없다. 진효영과 우지민은 전명의 종말을 보는 듯 두 사람 모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너 이강현오빠 상대가 아니야, 그냥 배상하고 끝나는 게 좋아, 아니면 후회할 거야.”진효영은 기뻐하며 말했다.‘이강현 오빠 이거 날 위해 나선 셈이지?’‘맞아, 너무 기뻐, 만약 이강현 오빠와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어.’진효영 별이별 생각 다 하였다.전명은 진효영을 원망하는 눈빛으로 보았다.‘이 계집애 때문이 아니었으면 이강현을 끌어내지 않았을 거고, 지금의 난처한 상황은 더더욱 없었을 거야.’‘재벌이 일반인의 고통을 어떻게 알아, 50억 너희들한테는 껌 값이잖아, 왜 그렇게 따져, 나도 먹고 살기가 힘들어!’전명이 미친 듯이 투덜거리는 사이 한세영은 제자를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한세영을 보자마자 전명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급해진 마음에 무릎이 책상에 닿자 아픈 전명이 꽥꽥 소리를 질렀다.“어우, 쉿…… 사부님 오셨군요, 바로 이 몇 명이 저를 협박해요, 사부님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한세영의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속으로 전명이 제자가 아니라고 큰소리로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자신이 전명에게 잡힌 약점을 생각해 뒷어금니를 깨물며 꾹 참았다.“허허, 무슨 그런 말씀을,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오해를 풀면 되잖아요, 그렇죠?”한세영은 웃는 얼굴을 보였다.“아니요.”이강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 일은 오해가 없습니다. 제자한테 배상만 하라면 됩니다. 이 물건 제가 100억 주고 샀거든요, 100을 물어주면 그만 돌아가겠습니다.”한세영은 미소가 사라지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단번에 천만 위안을 꺼낼 수 있는 사람은 결코 보통 인물이 아니다.한세영은 원망하는 눈빛으로 전명을 바라보며 불만을 토로하였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가짜라는 걸 너 정말 몰랐어? 100억? 100억 내놓은 사람이 보통 인물이라고 생각해?”전명이 입을 삐죽거렸다.‘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재벌2세라고 생각했지, 누가 이렇게 따지러 오는 걸 알았겠어.’“사부님, 저를 잘 아시잖아요, 저는 가짜를 판 적이 없어요!”전명은 애꿎은 얼굴로 한세영을 바라보았다.한세영은 기가 막혀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절 이 선생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이 선생님, 진위는 먼저 따지지 않고 정말 좋아하면 돈을 그냥 돌려드릴게요, 이렇게 하면 되겠지요?”한세영은 사실을 밝히기 보다 일을 빨리 처리하려는 목적이다.“안돼요, 예전에 똑같은 가짜를 내 친구에게 팔아서 내 친구 50억을 속였어요, 난 지금 새 빚과 낡은 빚을 같이 계산하는 겁니다. 돈을 주든지 아니면 목숨을 내놓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셔야 해요.”“X발, 너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지! 내가 정말 그렇게 만만하게 보여?! 사부님, 보셨죠, 제가 건드린 게 아니라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전명은 바로 폭주하였다. 한세영이 빨리 손을 써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랬다.오늘 먼저 이강현을 쫓아내기만 하면 전명은 무작정 도망치기로
이강현이 농담조로 말했다.“네!”한세영은 두 걸음 뒤로 물러서며 자세를 취했다.“저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이 선생이 한 발 물러서지 않으니 저도 어쩔 수 없네요.”“그 말은 제자가 저지른 일 넘겨받겠다는 말씀이신가요? 만약 그쪽이 지면 당신 제자가 배상해야 할 1억 전부 그쪽이 물어주는 거죠?”이강현은 시작하기 전에 모든 것을 다 말해 놓고 다시 싸우려는 작정이다. 그래야 싸움이 끝난 후 일 처리가 쉬워지기 때문이다.“이 자식이! 내 사부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사부가 너한테 왜 져? 넌 그냥 맞는 쪽이야!”“사부님, 제자가 상대하겠습니다. 아 자에게 우리가 배권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게 해줄 겁니다!”한세영을 따라온 몇몇 제자들은 한세영 앞에서 잘해보려고 너도 나도 나섰다.한세영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웃으며 말했다.“민수야, 그럼 네가 나가.”몸통이 문짝처럼 넓은 조민수가 걸어나와 부채같은 손바닥을 흔들며 자세를 취하고 이강현에게 손가락을 꼬았다.“자, 내가 널 상대하마!”이강현은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같이 덤벼, 나 여기 앉아 있을게, 너희들 중에 누가 날 움직이게 하면 내가 진 거야.”“건방진 놈! 우리를 뭘로 보고! 난 널 한방에 보낼 수 있어!”분노한 조민수가 노호하며 단숨에 이강현에게 달려들었다. 부채만한 손바닥을 휘둘렀을 때 휙휙 바람소리를 내며 손바닥은 곧 이강현한테 닿을 것 같았다.전명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이강현을 수습할 수 있을 것 같았다.한세영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칭찬의 눈빛을 보냈다.조민수의 힘과 스피드가 마음에 들었고, 또 이강현이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이강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벌려 막 마신 찻물을 뿜어냈다.황금빛 찻물이 공중에서 한 줄기 물살을 만들어 조민수의 목구멍을 향해 꼿꼿이 찔렀다.조민수의 손바닥이 떨어지기도 전에 이강현의 튀어나온 찻물이 조민수의 목구멍에 부딪혔다.뜨거운 찻물에 맹렬하고 난폭한 충격까지 더해져 조민수는 목덜미가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난 고인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사람이예요.”이강현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계속 싸울 건가요? 싸울 거면 계속 하고, 싸우기 싫다면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말해봐요.”한세영은 더 이상 싸우려는 생각이 없었다. 이강현의 방금 한 수로 한세영은 자신이 상대가 되기에는 너무 약하다는 걸 알아챘다. 계속 이강현과 싸운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이 선생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 무능한 제자와 상의 좀 해봐야겠어요.”한세영은 이강현에게 양해를 구하고 빠르게 전명 앞으로 걸어가 전명의 귀를 잡아들고 창고로 끌고 들어갔다.창고 문을 닫고 나서, 한세영은 차갑게 말했다.“이 놈아, 이제 어떻게 할 거냐?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 내가 목숨 걸어서도 해결 못 할 문제라는 거야!”전명도 이강현의 솜씨에 놀랐다. ‘차를 뿜어 상대를 상처 입힐 수 있다니, 이런 건 영화 속에서만 나오는 장면 아니야? 어떻게 현실에서도 가능하지?’“사부님, 제가 잘못했어요, 그런데 이젠 어떡하죠? 100억을 어디서 구해요? 100억 말고 20억도 마련할 수 없어요!”전명은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너 아침에 10억 돌려받았다고 하지 않았어? 왜 20억도 없는건데! 가난한 척하지 마!”“요즘 운도 안 좋고, 장사도 점점 어려워져서 돈이 다 떨어졌어요.”화가 난 한세영은 전명을 뺨을 세게 후려치며 말했다.“너 지금 돈이 얼마나 있어?”“15억 정도요.”전명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 꺼내, 나머지는 내가 줄게.”“정말이예요? 제가 죽거나 다치지 않을 거란 말이죠? 제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건 안 돼요.”전명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한세영을 쳐다보았다.“안 믿겠으면 그만 두고, 나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영상 퍼뜨리겠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하던지, 누구나 젊을 때가 있지 않겠어?”한세영이 발길을 돌리려 하자, 전명은 한세영을 잡아끌며 씩 웃었다.“사부님, 화내지 마세요, 저도 그냥 그렇게 말한 거예요, 당연히 사부님을 믿죠, 제가 USB를 찾
“네.”“내 입장에서는 누군가 갚으면 되니까 일단 돈을 넘겨주시죠.”말하고나서 이강현은 카드를 꺼냈다.전명은 울상을 지으며 이강현에게 모바일 뱅킹으로 계좌이체를 했고, 곧 이강현은 계좌이체 문자를 받았다.“돈은 받았고, 나머지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그건 천천히 얘기하시죠, 상연아, 너 사람 데리고 전명 짐을 챙기고 한성에서 내보내, 우리 쪽 무관 애들에게도 알려, 앞으로 전명을 보게 되면 그냥 죽도록 패라고.”“네, 사부님!”이상연은 손바닥으로 전명의 등을 세게 내려치고 노려보았다. 전명은 비틀거리며 벽에 부딪혔다.이때 또 다른 사제가 다가와 전명의 허벅지를 차고 전명을 가게 밖으로 내쫓았다.한세영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저와 전명 사이 과거는 얘기하지 않을게요, 말하자면 화가 나요, 솔직히 저도 그렇게 많은 돈이 없어요, 근데 제가 괜찮은 처방전을 하나 갖고 있는데 이 선생이 원하시는지요?”“처방전이요?”이강현은 중얼거리더니 눈을 번쩍 떴다. 만약 정말 좋은 처방전이라면, 앞으로 고씨 가문에서 경영하기에 적합할 것이다.“얘기 먼저 들어보죠.”“신장을 보하고 양기를 북돋우는 처방전인데 사용해보니 효과가 아주 좋더라구요, 수입산 알약 같은 것보다 훨씬 나아요, 다만 그 중에 한가지 약재가 있는데 구하기 좀 힘들어요.”한세영은 이강현을 쳐다보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100년 이상 된 산삼이요, 그것도 산에서 제대로 자란 것이어야 하고, 야생을 본떠 심은 장뇌삼은 안 됩니다.”지금 100년 산삼을 구하기가 아주 어렵다. 몇 년 동안 한 그루도 파내지 못할 때가 있다. 시중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심은 인삼과 장뇌삼이다.백년 묵은 산삼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세영은 처방전을 손에 쥐고 약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면 한약 건강기능식품 같은 것을 만들어도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다.이강현도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였다.백년 묵은 산삼은 일반인에게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이강현에게는 구하기 힘든 것은 아니다.진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