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는 자신의 목숨을 매우 아꼈기에 혹시 모를 암살을 대비하기 위해 거금을 들여 자신만의 이동 수단을 만들었다. 용후는 차 안에 앉아 와인잔을 가볍게 흔들고 있었다. 비록 황후는 나이가 적지 않았지만 과학기술과 여러가지 관리로 그녀의 얼굴은 30대 밖에 안되어 보였다. 뽀얀 피부는 반짝반짝 광택을 띄고 있었다. 그리고 맞춤형 드레스는 황후의 아름다운 몸매를 더 돋보이게 했는데 마치 세월은 그녀만 비껴간 듯했으며 성숙한 분위기는 사람을 홀리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권무영은 고개를 숙은 채 넓은 차 안에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마음속에는 이강현에 대한 분노가 넘쳤다. “너, 왜 이강현을 죽이려고 한 것이냐!” 황후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전 단지 당신의 앞길을 위해 걸리적거리는 이강현을 치워버리고 싶었던 겁니다.” 권무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내 앞길을 위하는데? 네 주제를 알아!” 권무영은 고개를 점점 더 낮게 숙였는데 거의 머리가 가슴에 파묻힐 지경이었다. ‘침대 위에 있을 때는 자기라고 부르더니 지금은 권무영이라고 불러? 정말 지긋지긋하네!’ 권무영의 마음속에는 울분이 치밀어 올랐고 왕후에 대한 경외심은 점점 더 희미해져 갔다. “내가 이강현을 못 죽여서 이러고 있는 줄 알아? 내가 입만 놀리면 당장 이강현을 죽이러 갈 사람은 널렸어!” “그럼 왜 사람을 보내지 않는데요? 그 녀석은 결국 우리 눈엣가시입니다. 앞으로 우리 아이가 용문을 물려받아야 한다고요!” 권영무는 고개를 번쩍 들어 황후를 쳐다보았다. “그건 내 아이지, 네 아이가 아니야. 알겠어?” 황후의 눈에 살기가 드러났다. 권무영은 마치 죽음의 기운을 느낀 듯 벌벌 떨었다. “알, 알겠습니다.” “이강현의 손에 아주 중요한 물건이 있다고 해. 진짜인 지 확실치 않으니 이강현을 만나 확인해 봐야겠어. 만약 이강현이 그 물건을 파괴한다면 용문도 끝장이야!” 권무영은 이 말을 듣고 무슨 물건이기에 용문을 끝장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
권무영의 말을 들은 황후는 안색이 약간 어두워졌다.“하지만 단지 팔용왕 한 사람뿐이고 다른 용왕들은 전부 우리를 지지하고 있어. 그러니 이강현은 팔용왕 한 사람의 도움으로는 어떤 것도 하지 못할 거야. 게다가 이미 이강현에게 손을 대기 시작한 사람들도 있으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가능한 한 빨리 오픈키를 찾는 거야.” 황후는 말을 마친 후 다시 와인을 한 모금 마시더니 평소의 우아한 모습을 되찾았다. “누가 이강현에게 손을 댄 거죠?” 권무영의 눈에는 흥분된 기색이 스쳐 지났는데 누군가 이강현을 죽일 수만 있다면 권무영은 충분했다. “얼마 전 이강현이 해외 그 녀석들이 만든 실험체를 폐기시켜 버렸어. 바로 유전자 개조의 1단계 실험에 성공한 그 실험체 말이야. 비록 개조된 유전자는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이미 큰 성과였는데 말이지.” “이강현이 폐기시켜 버렸다고요? 그 유전자를 개조한 녀석은 아주 강해졌다면서요.” 권무영은 약간 놀랐고 또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권무영은 자신이 막판에 이강현과 강경하게 맞서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라고 느꼈다. “과학은 개뿔. 유전자 개조고 뭐고 그들이 선택한 길은 모두 헛수고일 뿐이야.” 황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권무영은 잠시 침묵하더니 다소 의아하게 황후를 쳐다보았다. “그럼 그들은 이강현을 죽일 능력이 없는 거 아닙니까?” “설마 능력이 없겠어? 개미가 많으면 코끼리도 물어 죽일 수 있는 법, 이강현이 쇠로 된 몸이라 해도 그 몸에 못 몇 개는 박을 수 있을 거야. 그 외국 놈들도 매우 화가 나 세계 킥복싱 대회로 이강현을 시험해 본다는 소리가 있어.” “세계 킥복싱 대회요? 그건 아주 잔인한 대회가 아닙니끼? 들리는바로 그 세계 킥복싱대회는 지하격투장에서 진행되는데 매년 이 대회에 참가하는 많은 선수들은 상하거나 다쳐 불구가 된다고 하더라고요.”권무영은 은근히 기대되어 그 대회의 입장권을 사려고 했
이강현이 담담하게 물었다. “상의할 일이 있어서요. 저희 쪽 정보에 의하면 황후가 이미 출발했고 내일 아침이면 한성에 도착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니 전 황후를 먼저 만나야 겠습니다.” 팔용왕은 더없이 공손하게 말했다. 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렸는데 황후가 이렇게 일찍 올 줄은 몰랐다. “왜 황후를 먼저 만나려는 겁니까?” “아무래도 권무영 그 자식이 도망쳤다가 이번에 다시 황후를 따라오니 틀림없이 제 험담을 했을 겁니다. 그러니 황후가 저를 부르든 말든 전 반드시 황후를 먼저 봬야 합니다.” 팔용왕은 이강현에게 사실대로 말하면서 자신이 황후와 결탁했다는 오해를 사지 않으려 했다. 만약 오해라도 사게 되어 이강현이 해독제를 주지 않는다면 정말 끝장이기 때문이었다. 이강현은 잠시 침묵하더니 턱을 괴고 말했다. “그런데 황후가 왜 그렇게 멀리서 저를 만나러 오는지 전 좀 이상합니다. 그녀는 절 죽도록 미워해야 정상인데 말이죠.” “그건.” 팔용왕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저도 전해 들은 말인데 정확지는 않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도련님의 손에 용문 핵심 보물창고의 오픈키가 있다고 합니다. 아마 황후도 이것 때문에 도련님께 손을 댄 게 아닐까 싶고요.” “오픈키?!” 이강현은 약간 놀라기도 하고 의문스럽기도 했다. 자신이 용문에서 쫓겨날 때 옷 한 벌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기에 용문의 오픈키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 소문은 정말 터무니가 없고 누가 지어낸 것인지도 모르기에 이강현은 마음속으로 은근히 비방하고 있었다. 팔용왕은 이강현의 말투에서 그 자신도 오픈키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작은 도련님, 제가 짐작컨대 황후는 틀림없이 그 오픈키를 찾으려 들 것입니다. 도련님께서는 끝까지 모르는 척하세요.” 팔용왕이 이강현에게 말했다. 이강현은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이 일 때문이라면 오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내일 황후를 바로 만나러 가시고요.” “네?” 팔용왕은 의아해했다.
이른 아침.고민국은 정색하며 회의실 주석에 앉아 고건강, 고운란, 이강현, 그리고 회사의 모든 임원들을 훑어보았다.“새 공장 건설 가능한 빨리 추진해, 책임자는 고운란 너지? 반드시 3일 내에 공사 시작하도록 해, 아니면 너 신입부터 다시 시작하던가.”고민국이 차갑게 말했다.어젯밤에 돌아간 후, 고민국은 여러 사람을 찾아 알아봤는데 모두 살인현장이라는 이유로 경찰에 봉쇄되었다고 하였다. 언제 풀릴지는 사건의 진행 상황을 봐야 했다.이 소식을 들은 고민국은 고운란을 쥐어 잡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고운란의 지위가 점점 더 확고해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임원들은 고민국을 보고 의아해했다. 이건 너무 무리한 요구이다.인프라팀의 총지배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운란이 일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자기도 연대책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나와서 한마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민국 대표님, 3일은 불가능해요, 방금 순찰 중인 지인에게 연락했는데 봉쇄가 풀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합니다.”“가능성이 없다고? 당신들 그런 일도 처리 못하면서 회사 월급은 왜 받아? 놀러 왔어? 지금 이 일 처리 못하면 회사 발전에 큰 데미지를 줄 수 있어, 그러니까 무조건 해결해야 돼! 고운란 네가 말해!” 인프라팀 부장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고운란은 이강현을 보고 마음이 불안했다. 어제 이강현의 말로는 이미 연락했다고는 하나 경찰 쪽에서는 계속 실질적인 움직임이 없었고, 땅은 여전히 차압된 상태이다.고민국은 웃으며 고운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해제 서류 곧 올 겁니다.”고민국은 미간을 찌푸리고 경멸하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바라보았다. “지금 농담해?! 방금 경찰에 확인했는데 사건 마무리할 때까지 해제할 수 없다고 했어! 이거 여섯 사람 목숨이 달린 사건인데 쉽게 끝날 것 같아? 회사 공사 망치려고 작정한 거야!”고민국의 말투는 점점 차가워졌고 결국 테이블을 치며 소리쳤다.“너 여기 앉아 있을 자
‘무슨 일이지? 장 팀장이 왜 갑자기 이강현에게 저러는 거지?!’고민국을 비롯한 회사 임원들 모두 크게 놀랬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던 장 팀장이 갑자기 왜 이렇게 겸손하게 이강현을 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강현은 문서를 확인하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수고하셨습니다.”“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말만 하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장 팀장이 웃으며 말했다.“네, 필요하면 꼭 찾아갈 테니 가서 일 보세요.”이강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네, 네.”장 팀장이 몇 번 대답하고 허리를 곧게 폈다. 그의 얼굴은 다시 싸늘해졌다. 마치 방금의 미천한 모습이 모두 환각인 것처럼 말이다.장 팀장을 떠나보내면서 고국민 등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강현은 서류를 탁탁 치며 책상을 두드려 고민국 등을 정신 차리게 했다.“해제 문서 여기에 있는데 할 말 있나요?”이강현은 고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얼굴이 빨개지며 이강현이 자기를 엿 먹이려고 작정한 것을 알아차리고 이를 악물었다. 정말 이강현을 잡아먹고 싶은 심정이다. “사흘도 안 걸리고 오늘 바로 착공할 수 있겠네요. 고운란, 최종현에게 연락해 그쪽 사람들을 현장에 들여보내라고 해.”이강현은 패기 있게 말했다.서슬이 푸른 이강현의 모습을 보고 고민국 등은 마음이 좀 복잡했다. 한때 쓸모없던 이 남자가 지금은 왜 이렇게 기세가 있는지, 이건 고민국에서도 보이지 않는 기세였다.고운란 눈에서 이상한 빛이 번졌다. 그러나 이강현을 바라보면서 점점 달콤한 미소를 짓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 지금 연락할게.”핸드폰을 꺼내 최종현과 소통한 고운란은 통화를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낮 12시에 정식으로 착공할 예정이니 아직 의문이 남았다면 공사 현장에 나와 보시죠.”“정말 후생이 무섭습니다. 운란이 지금 일처리가 점점 더 세련되어서 나도 밀려날까 봐 걱정된다니까요.”“강현이도 잘했어요, 예전에는 우리가 뭘 잘못 알고 오해했나 봐요, 아까 장 팀장이 그러는 걸 보고 내가 놀랐
잠시 사색에 잠긴 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핸드폰을 꺼내 말했다.“기회는 아직 있어, 근데 성공할 수 있는지는 몰라.”“무슨 기회요?”고건강이 자못 흥분해서 말했다.“용성 상단이 우리 한성에 답사를 오는데 거기에 임시현이라는 자가 있어. 무기 매매를 하는데 사람이 음흉하고 여색을 좋아해서 고운란을 보면 아마 데려가자고 할 거야, 생각해 봐 그럼 이강현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고거강은 눈을 반짝이며 웃으며 말했다.“그거야 당연히 노발대발하며 임시현을 찾아가 복수하겠죠, 그때 임시현 손을 빌어 이강현 처리하면 되고요.”“그래, 착오가 없다면 그렇겠지, 근데 어떻게 임시현과 만나는가 그게 문제야, 용성상회의 일정과 우리 쪽의 참가자 명단 이미 정해져서 바꾸기 힘들어.”고건강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저녁에는 분명 어디가 즐길 거예요, 그때 거기에서 우연히 고운란을 만나게 되면…….”고민국의 눈이 반짝이더니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손 좀 쓰면 될 수 있겠어, 일정은 내가 알아볼게.”고민국은 흥분에 겨운 웃음으로 전화를 들고 연이어 전화를 걸었다.“됐어, 모레 저녁 임시현이 펜트 와이너리에서 아연을 열거야, 주최 측에서 모델도 초청했다고 하니 고운란과 이강현을 거기에 보내면 돼, 어떻게 진행할지는 네가 알아서 어랜지하고.”“형님, 걱정 마세요. 제가 확실히 준비할 테니 이강현 그 자식이 어떻게 되는지 구경하기만 하면 됩니다.”고민국과 고건강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 모두 만족스러운 모습이 였다.……용성호는 방탄 벤츠 차량 안에 안절부절못하며 앉아있었다. 황후는 이미 경성 장원에 묵었다. 황후가 한성에서 편안히 머무를 수 있게 용문은 경성 장원 전체를 사들였다. 경성 장원은 한성에서 제일 아름다운 장원이며 몇 년 전 분양가가 이미 200억에 달했다.일반인들에게는 생전 보지도 못한 돈이지만 용문에게는 그저 새발의 피이다. 벤츠는 경성 장원을 향해 질주하였다. 용성호는 두 눈을 꼭 감고 황후를 만난 후 어떻게 해야 할지
차가 본관 입구에 멈추자 경비원이 문을 당기고 차갑게 말했다.“어르신, 여기서 안전 검사 받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황후의 안전을 위해 어르신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용성호는 두 팔을 벌리고 경비원이 몸수색을 하도록 내버려둔 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알겠습니다. 황후는 지금 기분이 괜찮으시죠.”“오늘은 황후를 뵌 적이 없어서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경비원은 대충 답하였다. 용성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경비원을 따라 본관으로 들어갔다.본관에는 경비원들이 가득했고 방비도 삼엄하였다.이건 황후가 자신에 대한 불만을 알리는 것이고, 위협이기도 하다는 걸 용성호는 잘 알고 있었다.굳게 닫힌 거실 문 앞에 이르자 두 명의 하녀가 거실 문을 밀쳐 열었다.용성호는 공손히 몸을 굽혀 말했다.“용성호입니다.”“왔어? 들어와.”황후의 나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용성호는 고개를 숙이고 작은 걸음으로 거실로 들어가 한가운데 있는 소파로 가서 황후에게 공손히 절을 하고 나서야 고개를 약간 들었다.눈에 띄는 것은 무릎을 꿇고 황후를 위해 다리를 안마하는 권무영이다.권무영은 열심히 황후를 위해 안마를 하고 있었고 용성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마치 눈앞에 황후의 옥다리만 있는 것 같이 그 외에의 다른 것은 보이지 않은 듯하였다. 황후는 용성호를 힐끗 쳐다보더니 비꼬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네가 나에게 이렇게 공손할 줄은 몰랐어, 새 주인이 생겨 나를 보면 그냥 짖을 줄 알았거든.”용성호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황급히 절을 했다.“제가 어찌 감히 황후에게 무례를 범할 수 있겠습니까! 전 단지 이강현의 곁에 잠복하여 그자의 동향을 파악하고, 황후의 행동에 협조하기 위해서입니다.”“그래?”황후의 가벼운 한 마디이지만 의미심장하게 들렸다.용성호는 계속 해명했다.“전 황후에게만 충성합니다. 이강현 그 자식이 어찌 용문을 계승할 자격과 능력이 있겠습니까, 앞으로 용문의 대세는 반드시 황후가 손에 쥐어야지요, 제가 끝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용성호는 체면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황후에게 굽실거리며 잘못을 인정했다.황후는 용성호의 행동에 만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됐어, 그만 연기해, 네가 뭘 원하는지 내가 잘 알지, 그러니까 네가 할 일 똑바로 하면 원하는 건 내가 줄게.”황후의 다리를 주무르던 권무영의 손은 잠지 멈췄다. 그리고 다시 움직였다.권무영은 황후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용성호의 목숨으로 권위를 세워야 할 타이밍인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하지만 권무영은 모든 의문을 마음에 품고 드러내지 않았다. 지금의 그는 그저 한낱 하인에 불과하다. 용성호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 이 고비는 넘겼으니 목숨은 건진 것이다.“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이런 착오 없이 열심히 하겠습니다.”“똑똑한 분이니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알겠고, 난 자네만 믿겠네. 지금 이강현 곁에 있으니 자네 손에 일은 잠시 육재와 칠성에게 넘기고 오픈키 찾고서 다시 복귀하게, 그때 나도 당신에게 상을 내릴 것이야.”황후가 담담하게 내뱉은 말에 용성호의 심장은 격렬하게 떨렸다. 이건 분명 그를 허수아비로 만들 속셈이다. 넘겨주고 나면 찾아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참말로 제 발등을 제가 찍은 셈이다. 게다가 황후께서 이번에 용성호의 허리를 완전히 부러뜨리셨으니, 만약 오픈키를 찾지 못한다면 앞으로 허리를 펴고 걸을 일은 없을 것이다.용성호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그건 좀……. 그쪽도 일도 많은 것 같은데 제 손에 있는 자질구레한 일까지 처리할 경황이 없을 겁니다.”“오픈키를 찾는 게 우선이야, 네가 맡은 그 잡일 아무에게 줘도 다 처리할 수 있으니 그런 걱정은 말고.”황후의 태도가 단호하니 용성호도 더 이상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그냥 계속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오픈키 반드시 최선을 다해 찾을 겁니다만 만약 찾을 수 없다면요? 혹시 다른 단서라도 있으신가요?”“오픈키 나도 본적이 없어, 그러니까 최선을 다해, 만약 찾지 못하면 너도 돌아올 필요 없어, 나 피곤하니 이만 나가.”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