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민의 명령을 듣자 동 팀장은 곧바로 경비원을 데리고 호랑이처럼 장욱 일가에게 달려들었다.두 명의 경비원에게 제압당한 장욱은 순간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는 유신민이 어떻게 이런 용기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유 원장, 정말 용기가 대단하네! 매부, 당장 손을 써, 빨리 경비원들에게 날 놓아주라고 해! 얼굴이 너무 아파!”강훈은 한 경비원에게 뒤통수를 눌려 얼굴 전체가 벽에 붙었다. 그전에 이강현에게 맞아 부은 볼이 벽에 마찰되니 더욱 아팠다.강영의 상태도 좋지 않았다. 두 경비원이 강영의 팔을 힘껏 잡으니 강영은 너무 아파 소리를 질렀다.“악! 아파! 이 자식들아 빨리 손을 놓아! 여보, 빨리 살려줘! 살려줘!”장욱은 유신민을 노려보며 소리 질렀다.“유신민, 네 놈이 귀신에 씌인 거야? 감히 내 사람을 건드려? 내가 이 병원을 폐업시킬 수 있어!”“장 회장님, 잘 들으세요. 방금 제가 좋게 말했는데 듣지 않으니 이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난 귀신에 씌이지 않았어요. 이 선생님이 저에게 용기와 힘을 주었어요.”유신민은 이강현의 곁에 서서 마치 이강현의 집사처럼 보였다.그러자 이강현이 흥미진진하게 장욱을 바라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정말 재밌는 집안이네요. 도리를 말해도 듣지 않으니 수단을 써서 순순히 말을 듣게 할 수밖에 없네요.”“이 거지새끼가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유신민, 너 단단히 미쳤지? 감히 저런 쓰레기의 말을 들어? 저 놈이 널 키워줄 수 있다고 생각해?”장욱은 분노하며 소리 질렀다. 그는 유신민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설마 유신민이 약점이라도 잡힌 걸까?이런 해석 외에 장욱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한편 동 팀장은 득의양양했다. 이전에 장욱을 볼 때마다 개처럼 엎드려 아부를 했었는데 드디어 상황이 달라졌다.“이 선생님, 유 원장님, 어떻게 처리하면 될까요? 경비 팀으로 데리고 갈까요?”“아니, 조금 있다 누군가가 데려갈 거예요.”이강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동 팀장은
이 회장은 장욱을 힐끔 보더니 마치 투명인간인 것처럼 보는 체도 하지 않았다.이 회장이 자기 앞을 지나가며 아무런 표정도 없는 모습을 지켜보던 장욱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설마 이 회장이 자기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란 말인가?설마 저 가난뱅이가 이 회장을 부른 것인가?설마...장욱은 더 이상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당황한 장욱은 두 손을 힘껏 버둥거리며 이 회장의 바지를 덥석 잡았다.바지를 잡힌 이 회장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어두운 눈빛으로 장욱을 바라보았다.“손을 놓아, 당장!”“이 회장님 좀 도와주세요. 앞으로 제가 최선을 다해 회장님의 일에 협조하겠습니다. 무엇이든 당신의 말을 듣겠습니다. 당신이 우리를 도와주기만 하면 됩니다!”장욱이 애걸복걸했다.“죽으려면 날 연루시키지 말고 혼자 죽어! 넌 그냥 한낱 부회장일 뿐이야. 네가 주제를 모르고 하늘로 치솟으려고 하지? 네가 한성의 일인자라고 생각해? 한성의 일인자마저 물러났어! 사람은 꼬리를 감춰야 해. 알겠어?”이 회장은 장욱을 죽이고 싶을 지경이다. 하필이면 손 하나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이 선생님을 건드려서 이 지경이 되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그냥 가난한 사람일뿐인데...”장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 회장이 발을 들어 장욱의 얼굴을 힘껏 차자 장욱은 하려던 말을 꿀꺽 삼켰다.“너야말로 가난뱅이야, 너희 가족이 통째로 가난뱅이야. 넌 정말 우물 안 개구리야. 넌 이 세상이 우물인 줄 알아?”이 회장에게 가격당한 장욱은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 정신마저 혼미했다.“이것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이 회장은 더 이상 장욱을 신경 쓰지 않고 이강현에게 다가가 뚱뚱한 몸을 숙였다.“이 선생님, 제가 연합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이런 일이 생겼어요. 저에게도 회피할 수 없는 책임이 있으니 저에게 처벌을 내려주세요!”이 회장이 오자마자 먼저 잘못을 시인했다.이 회장은 이강현 같은 거물을 상대로 책임을 회피하면 엄
그때 장욱을 제압하고 있던 경비원이 이강현을 힐끔 보자 이강현이 머리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승인을 받은 경비원은 곧바로 손을 놓았다.자유를 얻은 장욱은 일어나지 않고 무릎을 꿇은 채 기어가더니 이강현에게 다가갔다.“이 선생님, 제가 잘못했어요. 모두 패가망신하는 제 아내 탓이에요. 제 아내가 눈이 멀지 않았다면 이 선생님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강훈, 강훈도 정신이 나갔어요. 강훈이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면 제 아내가 이 선생님을 건드리지 않았을 거예요. 제가 지금 당장 저자들을 처벌할게요.”이강현은 장욱이 잘못을 떠미는 행위를 보더니 순간 역겨워 미간을 찌푸렸다.장욱은 이강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벌떡 일어나 강훈을 향해 걸어갔다.“매부, 뭐하는 거야. 난 네 아내를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한 거야! 지금 책임을 나에게 떠맡기는 거야?”“당신과 당신의 여동생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킨 줄 알아요? 내가 두 사람을 돕지 않으면 이런 수난을 겪겠어요?”장욱은 분노를 하며 강훈에게 거침없이 발차기를 했다. 강훈은 경비원에게 제압당해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그때 장욱이 머리를 돌려 강영을 보았다. 그 시각 장욱은 이강현의 용서만 받는다면 자신의 직업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직업만 잃지 않는다면 여자와 자식은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직업이 없다면 장욱은 이후의 나날을 어떻게 계속해야 할지 모른다.“여보,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한 거 알아, 때리지 마, 내가 가서 사과할게, 내가 그에게 무릎을 꿇을게, 내가 그에게 사과할게, 그가 나를 어떻게 해도 돼.”강영은 당황하며 말했다.“이 천한 계집애야! 널 때리지 않으면 이 선생님이 어떻게 화를 풀겠어! 오늘 너희만 때리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까지 때려야 해! 우리 가족은 맞아야 해! 모두 맞아야 해!”장욱은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오른발로 끊임없이 강영의 몸을 찼고 강영은 너무 아파 소리를 질렀다.“정말 날 때려? 쓰레기! 밖에서는 찍소리도
솔이는 이강현의 팔을 껴안고 애교를 부렸다.이강현은 싱긋 웃으며 솔이를 품에 안았다.“강영이 내키지 않아 남편을 불러 소동을 일으켰는데 유 원장이 해결해줬어.”고운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금 전의 상황을 회상했다. 강영과 그의 가족들은 모두 병원 경비원에게 끌려갔다.“그럼 다른 사람은? 내가 보기에 유 원장과 함께 있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평범하지 않던데.”고운란이 말했다.“강영 남편의 상사인 것 같았어. 유 원장이 그의 남편 직장에 연락했어. 상사들이 와서 상황을 보더니 강영 남편에게 처분을 내린다고 했어.”이강현은 눈 깜짝 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면서 자신이 검은 세력에 종사할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운란은 마음속의 의혹을 씻고 이강현의 품에 기대어 잠든 솔이를 보고 웃었다.“방금 솔이가 아주 많은 음식을 먹었어. 정말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어.”“솔이의 건강이 회복되면 솔이를 데리고 나가서 신나게 놀자.”이강현은 아련한 눈빛으로 품속의 딸을 바라보았다.“응, 요즘 너무 바빠서 솔이를 제대로 보러 오지 못했어. 원료 공장 이쪽은 이미 안정됐어. 모든 납품이 끝나면 한가해질 수 있을 거야.”“그건 좀 더 걸릴 거야. 당신도 이렇게 억지로 버티면 안 돼. 로봇도 점검을 해야 해. 모든 일을 직접 완수하려고 하지마.”이강현은 마음이 아팠다. 고운란은 사업에 모든 전력을 쏟아 이미 슈퍼우먼과도 같았다.“노력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 가족을 부양해야지.”고운란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그러자 이강현은 눈알을 굴렸다.“저녁에 내가 밥 살게.”“그래, 포장마차라도 상관없어.”고운란은 아주 즐거워하며 웃었다.“저녁에 외식한다고 집에 연락해야 해.”고운란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더니 얘기를 나누고는 불쾌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이강현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무조건 장모님이 불쾌한 얘기를 했다고 알 수 있었다.“엄마가 또 이상한 말을 했어.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니까.”고운란은 최순이 못마땅했다.“됐어. 이런 말
하늘 타워는 한성에서 제일 유명한 레스토랑이며 가격도 꽤 비싼 편이고 정교한 디자인이 더해져 한성의 재벌 2세들이 아주 즐겨 찾는 레스토랑중의 하나이다.이때.“남 도련님, 하 도련님, 하늘 타워는 소비가 가장 높은 곳은 아니지만 분위기가 좋고 게다가 미인들도 아주 많아요. 두 분이 마음에 드는 미인만 있다면 이 고흥윤에게 맡겨요.”고흥윤은 아부를 떨며 맞은편에 앉아있는 두 부잣집 도련님을 바라보았다.하 도련님과 남 도련님은 진주에서 온 도련님들이다. 두 사람은 진주에서 아주 명망 있는 사업가 집안이다.이번에 고흥윤은 두 도련님을 정성껏 접대하여 인맥을 넓히고 일부 업무를 따내려고 한다.하지만 남 도련님은 고흥윤을 내키지 않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그는 어릴 때부터 고흥윤처럼 아부를 떠는 사람을 아주 많이 보았기에 고흥윤을 아주 무시했다.자세를 낮추고 아부를 떠는 사람일수록 남 도련님은 내키지 않았다.“듣기에 재밌어 보이네. 하빈, 넌 어떻게 생각해?”고흥윤이 하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하빈은 겉보기에 지위가 남 도련님보다 조금 낮아보였고 세 사람 중 남 도련님의 지위가 제일 높아보였다.“당연히 형이 하고 싶은 대로 해야죠. 전 그냥 형을 따라 세상 물정을 보러 온 거예요. 전 형의 의견에 따를게요.”하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그쪽이 말한 하늘 타워로 가. 한성의 여자는 어떻게 생겼는지 보자고.”남 도련님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좋아요. 바로 출발해요.”고흥윤은 크라이슬러의 키를 꺼냈다. 그는 두 도련님을 접대하기 위해 특별히 마음먹고 고급차 한대를 빌렸다.남 도련님과 하빈이 크라이슬러에 앉자 고흥윤은 신나게 운전석에 앉았다.“하하, 운전기사도 없어? 설마 평소에도 혼자 이 차를 운전하고 다녀?”남 도련님은 시큰둥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러자 고흥윤이 멋쩍게 웃었다.“두 분에게 더 좋은 서비스하기 위한 것이잖습니까. 운전기사를 데리고 다니면 불편한 것이 많아요.”“응, 운전해.”남 도련님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남 도련님,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소통을 해볼게요. 곧 해결될 거예요.”고흥윤은 말을 마치고 곧바로 문을 열고 성큼성큼 들어갔으며 웨이터가 막으려했지만 고흥윤이 힘껏 밀쳤다.“당장 매니저를 불러. 귀한 손님을 접대하러 너희 레스토랑에 왔는데 감히 이렇게 행동해? 왜 밥도 못 먹게 하는데, 오늘 무조건 여기서 먹을 거야!”“손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다른 손님이 통째로 빌렸으니 손님을 접대할 수 없어요.”홀 매니저가 황급히 걸어와서 말했다.“나랑 상관없어. 통째로 빌리던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그럼 나도 통째로 빌릴게, 얼마야!”“1억입니다. 음식, 술, 서비스 비는 별도입니다.”매니저가 대답했다.고흥윤은 순간 멍을 때렸다. 1억이라는 가격은 신장을 판다해도 그가 감당할 수 없었다.“손님, 가게를 통째로 빌리려면 내일로 예약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손님만을 위해 서비스할 것입니다.”홀 매니저의 말에 고흥윤은 심장이 비수에 꽂힌 것처럼 아팠으며 홀 매니저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다.“빌리기는 개뿔! 난 그냥 친구들에게 밥을 사는 것뿐이야. 그냥 한 테이블만 차려주면 되잖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해줘.”“죄송하지만 정말 안 됩니다.”홀 매니저가 고개를 저었다.고흥윤은 머리가 너무 아파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났다. 만약 해결 못한다면 남 도련님에게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그때 남 도련님과 하빈이 걸어들어오더니 하빈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고흥윤, 너 한성에서 아주 잘나간다며. 이런 작은 일조차 해결하지 못해? 나랑 남 도련님이 밖에서 얼마나 더 웃음거리가 되어야 해?”“이것이 바로 네가 말한 한성에서 누구든 네 체면을 봐야 한다는 거야? 레스토랑 하나조차 해결하지 못하는데 뻥치지 마. 널 처음 본 순간부터 그냥 허수아비라고 생각했어.”남 도련님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고흥윤은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다. 방금 너무 큰소리를 쳐 도무지 발뺌 할 수가 없다.“아니에요. 제 해명 좀 들어주세요.
남 도련님과 하빈 앞에서 체면을 구긴 고흥윤는 그래도 참을 수 있었다. 어쨌거나 그들은 고흥윤이 평소 아부하는 상대였으니 말이다.그러나 이런 창피한 모습을 이강현에게 보여주는 건 참을 수 없었다.이강현은 고운란의 손을 잡고 걸어왔고, 고운란은 다소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고흥윤를 힐끗 보더니 옆에 있던 남 도련님과 하빈을 바라보았다.남 도련님과 하빈은 모두 고운란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모두 고운란의 미모에 넋을 잃었다.그러나 하빈은 곧 정신을 차리고 남 도련님의 표정을 관찰한 후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하빈은 남 도련님이 고운란에게 반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바로 고운란에 대한 마음을 억눌렀다.이강현은 눈을 흘기며 고운란을 바라보고 있는 남 도련님을 힐끗 보고 차가운 얼굴로 고흥윤의 곁을 지나가려 했다.고흥윤이 갑자기 이강현의 길을 막아 나섰다.“쓰레기 같은 자식, 여기가 어디인지 잘 봐! 너같이 남에게 빌붙어 사는 쓰레기가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비켜.”이강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비키긴 뭘 비켜. 너의 그 쓸모없는 꼴을 좀 봐. 여기는 이미 누군가 통째로 빌렸어.나도 못 들어가는데 너처럼 가난한 것이 들어가서 뭘 하겠어.”고흥윤가 화가 나서 미친 듯이 소리쳤다. 남 도련님과 하빈에게 업신여김을 당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이강현이라는 이 쓸모없는 인간에게까지 무시당하다니.젠장!“아... 알겠다. 너 이 가난한 것이 돈은 없지만 와이프 비위를 맞춰야 하니 일부러 이때 온 거지, 이런 수법으로 돈을 아끼려는 수작이잖아?”고흥윤는 차갑게 비웃었다.“고흥윤 씨, 그만 해요, 말을 너무 심하게 말아요!”고운란은 화가 나서 말했다.고흥윤은 고운란을 보니 더욱 화가 났다. 그렇게 많은 돈을 쓰고 그렇게 많은 함정을 팠지만 원자재 공장의 생산을 망치지 못했는데 이것 때문에 고흥윤의 마음이 답답하던 참이었다.“이 천한 놈이 감히 나를 말하다니, 내가 너 따위가 감히 함부로 입을 놀릴 수 있는 사람이야? 너의 쓸모없는 남편
“네, 이강현 씨는 오늘 저녁에 우리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렸습니다. 모든 요리는 정성껏 선정한 최상급 신선한 원자재를 사용하고 있는데 채취나 도살부터 운송까지 24시간을 넘지 않죠.”웨의터의 말에 고흥윤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이강현이 하늘 타워를 통째로 빌렸다는 사실에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그럴 리가 없어, 그는 쓸모없는 놈이야. 어떻게 하늘 타워를 통째로 빌릴 수 있지? 일억이나 되는데 당신들이 사람을 잘못 안게 틀림없어. 이강현 씨는 무슨... 잘못 안 게 아니야?”고흥윤의 험상궂은 모습을 보고 종업원은 두려워서 두 걸음 물러섰다.“손님, 흥분하지 마세요. 확실히 이강현 씨가 예약했어요. 틀림없어요.”“젠장, 이런 일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 이강현은 가난뱅이야, 남에게 빌붙어 사는 무능한 자식이라고. 그런데 일억을 어떻게 지급한단 말이야? 분명 돈을 안 줄 거야. 어서 경호원을 불러 가서 잡아 와. 당장 잡아 와!”종업원은 고개를 저으며 어음 한 장을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돈은 이미 냈으니 괜한 걱정을 했네요.”고흥윤는 넋을 잃고 종업원을 보면서 멘탈이 나갔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강현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돈을 갖고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흥윤 씨, 저 커플을 알아?”남 도련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아는 사람이에요. 너무 잘 알아요. 저 남자는 이강현이라고 하는데 백수예요. 남에게 빌붙어 사는 그런 사람이고 여자는 고운란이라고 해요.”고흥윤는 갑자기 마음이 격해져서 낮은 소리로 물었다.“남 도련님, 있잖아요...”“그녀의 이름이 고운란이군, 이름도 참 예쁘네. 이런 미인이 남에게 빌붙어 사는 사람과 결혼하다니 정말 안타깝군.”남 도련님이 웃으며 말했다.고흥윤는 순식간에 남 도련님의 뜻을 알아차렸고 마치 길을 안내하는 앞잡이처럼 얼굴에 알랑거리는 웃음을 지었다.“확실히 안타깝죠. 고운란은 남 도련님 같은 남자를 섬겨야 하는데 말이에요. 아니면 우리 올라가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