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끝나자, 손시아는 몸을 돌려, 엉덩이를 흔들며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마음속으로는 뒤에 있는 남자를 더욱 혐오하고 경시했다.‘인부?’이강현은 머리가 좀 아플 수밖에 없었다. ‘이 여자가 사람을 잘못 본 것은 아니겠지.’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손시아를 따라 비품실로 왔다. 그 속에는, 콘서트홀의 좌석들이 빼곡하게 놓여져 있었다.손시아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한쪽을 가리키고는 명령했다.“빨리 일하러 가. 오늘 퇴근하기 전에, 반드시 안쪽 홀의 좌석을 전부 잘 놓아야 해. 그리고 너희들도 모두 빨리 해. 내가 여기서 보고 있으니, 땡땡이칠 생각은 하지 마. 누가 농땡이를 치면, 오늘 일당은 없어!”저쪽에서 책걸상을 옮기고 있는 인부들은, 이 말을 듣고 임금이 깎일까 봐, 서둘러 일했다.이강현은 눈앞에 엉망진창인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내가 왜 짐을 옮기러 오게 된 거야?’“죄송합니다만, 잘못 알고 계신 것 아닙니까?제가 온 것은…….”이강현은 앞에서 손톱을 다듬고 있는 여자를 돌아보았다.그 손시아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오만하게 말했다.“뭘 잘못 알아, 당신은 알바하러 온 인부잖아. 무슨 쓸데없는 말이 그렇게 많아, 빨리 일해!”말을 마치자, 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그 구경꾼들을 노려보며, 호통을 쳤다.“쓸모없는 인간들이 보긴 뭘 봐. 빨리 일해,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의 임금을 깎을 거야!”이강현의 표정도 어두워져서 말했다.“당신 지금 뭐 하는 짓입니까? 인부도 사람입니다. 그들은 임금을 받고 일을 해주는데, 당신들은 고용 관계예요. 지주와 노예도 아닌데, 이렇게 사람한테 막 대할 필요가 있나요?”손시아는 원래 막 고개를 돌려 가려고 했는데, 이강현의 말을 듣고, 불가사의한 표정으로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두텁게 마스카라를 칠한 두 눈으로, 이강현을 위아래로 살펴보고, 그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이 병신 새끼는 누가 데리고 온 거야? 감히 나에게 말대꾸를 하다니, 내가 누군지 알아?!”손시아는 이강현과 아주
손시아는 친절하게 소리를 지르고, 얼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이렇게 된 거예요. 이 인부가, 일은 열심히 하지 않고 여기서 소란을 피우며, 당신을 만나겠다고 떠들고 있어요. 제가 마침 그를 쫓아내려고 하던 참이예요!”‘사장님?’‘알고 보니, 이 사람이 바로 임청하구나.’이강현은 위아래로 살펴보았는데, 이 여자는 괜찮아 보였다. 카리스마가 있고, 세련된 데다가 예쁘기도 하다.임청하는, 이강현이 위아래로 자신을 훑어보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다소 불쾌감을 느꼈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져서, 얼음미인의 모습이었다.그녀는 손시아에게 말했다.“응, 사람을 불러서 쫓아내라고 해. 지금 콘서트홀은 민감한 시기야. 이따가 콘서트홀을 하루 종일 대관한 그 거물이, 배치 상황을 시찰하러 올 건데, 모두 맘에 들게 해야 돼.”“예, 사장님!”손시아는 삽살개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곧이어 그녀는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마주하고, 순식간에 태도가 돌변해서, 욕설을 퍼부었다.“들었어? 사장님이 말씀하셨으니 빨리 꺼져. 꺼지지 않으면, 경비원을 부를 거야!”임청하는 한 번 보고, 고개를 돌려 입구 방향으로 걸어갔다.지금 그녀는, 이런 작은 일들을 처리하고 신경 쓸 시간이 없다.바로 어제, 신비한 인물이 엄청난 돈을 들여, 모레 하루 종일 비엔나홀을 통째로 빌렸다. 게다가 그의 아내가 고강일 선생을 만나고 싶어하는데, 단지 아내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대관한 것이라고 들었다.고강일 노선생과의 단독 만남이, 인터넷에서 이미 수천만 원의 고가를 찍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그리고 그 신비한 부자는, 고강일 노선생의 하루 스케줄을 통째로 전세냈으니, 게다가 음악당 전체 대관비까지 합치면, 적어도 20억 원의 비용이 들어야 한다!‘진짜 돈 많다.’사장은 또 특별히 임청하에게, 이 신비한 부호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당부했다.만약 그가 화를 낸다면, 한성 전체가 벌벌 떨 것이다.사실, 이것은 임청하에게 당부할 필요가 없다. 그녀는 당
“임청하 씨?” 이강현은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나는 당신에게 그다지 만족하지 않아요. 이번 콘서트홀의 배치에 대해서도, 그다지 만족하지 않습니다.”임청하는 바로 놀라서 작은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고, 종아리도 떨리면서 손바닥은 온통 땀투성이였다.“이 선생님, 미안합니다. 제가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저도 당신이 미리 올 줄 몰랐습니다.”임청하는 허리를 굽혔고, 지금은 비할 데 없이 공손하고 당황한 보인다!콘서트홀을 전세 낸 신비의 이 선생!더욱이, 큰 사장이 잘 모시라고 여러 번 당부했던 큰 인물이다.왜?진주 전체의 최고 갑부인 진성택 어르신이, 큰 사장을 직접 찾아와서, 콘서트홀 전체를 대절했기 때문이다!그 진 선생님은 언제나 수단이 비상한 사람이다!이 비엔나 음악회관의 사장은 한성에서는 지독한 사람인데, 정, 관계와 암흑가의 두 세계에서 다 통하는, 암흑가 4웅 중의 한 명인 조정룡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조정룡이 누구인가?온 한성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건달 출신으로, 한성의 지하세계 4웅 중 한 자리까지, 한 걸음 한 걸음씩 올라섰다!4웅 중에서, 명성으로는 한성의 하느님이라는 정중천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다!흑도와 백도의 세계에서, 모두 어느 정도는 두려워한다.조정룡의 말 한 마디면, 한성 전체에 못할 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최근 몇 년 동안, 임청하는 조정룡을 따르면서 한성에서도 소문이 자자했고, 한성의 상류층에 섞여 들어갔다.그녀처럼 도도한 여자는,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이강현에게 고개를 숙였다.왜냐하면, 그녀는 눈앞에 서 있는 이 젊은이가, 어떤 인물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조정룡이 어제 진성택을 만났을 때, 그 깍듯한 태도로, 거의 줄곧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할 정도로, 비굴함이 극에 달했다.그러나, 그때 진 선생은 단지 이 말 한마디만 했다.“나는 우리 집의 작은 도련님을 대신해서 일을 처리하러 왔다. 좀 원만하게 처리
‘요사스러운 년!’‘몸뚱이에 기대서, 아부해서 사장 자리에 오른 창녀 같은 년!’이어서, 손시아는 노기를 이강현에게 뿌리고, 그를 가리키며 소리질렀다.“너희들은 아직도 서서 뭐하니, 저 찌질한 인간을 쫓아내!”말을 방금 마쳤다!짝!임청하는 또 손바닥으로 따귀를 갈겼다!이번에, 손시아는 완전히 멍청해져서, 두 손으로 볼을 가리고 있었다.“손시아, 입 닥쳐! 지금부터 너는 해고되었어. 당장 꺼져!”임청하는 호통을 치며, 격노한 표정으로 입구를 가리켰다.‘이 눈치 없는 멍청이. 죽고 싶어도 나를 물에 빠뜨리지는 마!’“사장님, 미쳤어요? 왜 때려요? 내가 쓸모없는 사람을 쫓아내는 게 잘못한 거예요? 그리고 무슨 근거로 날 해고해요? 내 남자친구는 여기 책임자예요!”손시아는 매우 화가 났다. 자신은 일찌감치 임청하라는 이 쌍년이 기분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창녀 같은 년은 온종일 자신의 남자친구와 함께 있었다. 지난번에 남자친구와 모텔에 들어갔을 때는, 남자친구가 뜻밖에도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열받아 죽겠어!’‘그냥 사장 나부랭이잖아, 무슨 대단한 게 있다고 시치미를 떼는 거야!’“무엇 때문에? 네가 이 선생에게 무례해서, 내가 이곳의 사장이라는 것에 근거해서!” 임청하는 차갑게 말했다.“젠장! 임청하, 너 남의 세력을 등에 업고 남을 괴롭히지 말아. 너는 자신이 사장인 게 대단하다고 생각하니? 내 남자친구는 여전히 주관자야, 내가 이제 바로 내 남자친구에게 가서, 사장에게 가서 너를 고소하겠다고 말할 거야!”손시아는 분노하여 발을 동동 구르며, 고개를 돌리고 엉덩이를 흔들며 갔다.‘천박한 년!’‘나는 내 남자친구가 너를 고칠 수 없다는 것을 믿지 않아. 반드시 네가 호되게 고통을 겪게 하겠어!’임청하는 차갑게 웃었다. ‘사장을 찾아?’‘이따가 죽은 글자를 어떻게 쓰는지 모를 것 같은데.’이어서, 그녀는 공손하고 비위를 맞추는 태도로, 이강현의 곁에 서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이 선생님, 저를 따라오세요.”이강현은
임청하는 이 말을 듣고, 즉시 낯빛이 흐려지면서, 싸늘한 말투로 소리쳤다.“장민석, 누가 너더러 갑자기 들어오라고 했어, 나가!”그녀는 장민석이라는 이 느끼한 중년남을 아주 싫어했다. 상대가 항상 자신의 미색을 넘보기 때문인데. 소란을 피우는 것도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었다.‘이 자식은 시간이 날 때마다 뛰어 들어와서, 웃는 얼굴로 버티고 서서, 자기와 밥 먹으러 가자고 약속을 잡으려고 했어.’게다가, 장민석 이 자는 손버릇이 나빠서, 좀도둑질이 습관이 되었다. 원래 사회에서 초청한 사람인데, 밖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데 익숙한 데다가, 자신과 관계되는 여러 사람들까지도, 모두 비엔나 콘서트홀에 들여놓았다.예를 들어, 손시아는 바로 장민석이 데리고 들어와서, 뒤를 봐 주어 발탁한 것이다.“임청하, 그게 무슨 소리야? 나 장민석도 어쨌든 비엔나의 주관자인데, 들어와서 좀 앉을 수 없는 거야?”장민석은 건들거리면서 소파에 앉아서, 두 팔을 벌리고 다리를 꼰 채, 색을 밝히는 눈빛으로 임청하의 몸을 이리저리 뜯어보고 있었다.“나는 지금 너와 논쟁할 시간이 없어. 나가!”임청하는 입구를 가리키며, 차가운 소리로 소리쳤다.‘이 선생님이 바로 앞에 있는데, 장민석 이 멍청한 놈이 뜻밖에도 이렇게 방자하다니!’장민석은 비웃으면서, 옆에 서 있는 이강현을 한번 힐끗 보고는, 입가에 가학적인 기색을 드러내며 조롱했다.“어이구, 그래. 임청하, 이런 인부들까지 찾다니, 너는 얼마나 굶주린 거야?”임청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질책했다.“장민석, 무슨 말이야!”‘이 자식, 정말 역겨워!’“허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알아듣잖아. 나도 너하고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손시아는 내 사람이야. 너는 그녀를 해고할 수 없어.”장민석이 노골적으로 말했다.그의 옆에 있던 손시아는, 이번에도 차가운 얼굴로 임청하와 이강현을 조롱하듯 힐끗 보았고, 마음속으로는 경멸하면서 비웃고 있었다.‘임청하, 네가 완전히 미치지는 않았네. 내 남자친구 앞에서, 아직 어떤 개소
“민석 오빠, 뭐라고요?” 옆에 있던 손시아는 이 말을 듣고, 고양이가 꼬리를 밟히면 털을 세우는 것처럼, 굳은 얼굴로 장민석을 노려보았다.장민석은 즉시 설명했다.“아이고, 나는 농담한 거야. 애기야, 내 마음속에는 너 밖에 없어. 그럼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그러자, 손시아는 즉시 장민석을 믿고, 기고만장해서 이강현을 가리켰다. 그녀는 차갑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나는 그가 무릎을 꿇고, 나에게 절을 하면서 사과하기를 바래.”손시아는 마음속으로 아주 증오했다. 그녀는, 자신이 임청하에게 사과하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럼 나를 맞게 만든 저 찌질한 놈을 모욕하는 거야!’‘그리고 지금 보면, 이 인부는 틀림없이 임청하가 사사로이 키우는 애인이야.’‘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왜 이렇게 그를 감싸고 있겠어!’이강현은 멍하니 있었다.‘이 불이 내 몸에 옮겨붙은 건가?’임청하도 대경실색하며, 분노한 눈빛으로 손시아를 노려보며 소리쳤다.“손시아, 여기는 네가 말할 자격이 없어. 너의 더러운 입을 다물어!”‘이 선생이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고 싶다고?’‘쟤는 왜 지금 여기서 벽에 머리를 박고 죽지 않을까?’‘조 선생님조차도, 이 선생님을 만나면 공손하게 대해야 하는데, 저 손시아가 뭔데!’“임청하, 내가 너에게 사과하라고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많이 봐 준 거야. 단지 더러운 쓰레기 인부일 뿐인데, 너는 왜 이렇게 그를 감싸는 거야? 설마, 내가 추측한 것이 맞아서, 그가 정말 네가 몰래 키운 애인이야? 너의 품격도 너무 떨어지네.”손시아는 비웃는 얼굴로 웃었다.“입 닥쳐! 저 분이 누군지 알아? 감히 그에게 사과하라고 하다니, 네가 뒈지려고 환장을 했구나!”임청하가 노발대발하며 말했다.“호호, 그냥 찌질한 인부 아니야. 왜, 설마 여전히 우리 음악당을 시찰하러 온 신비한 인물인 거야?” 손시아는 비웃음을 지으며,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다.그녀도 그 신비한 인물의 신분과 지위가 보통이 아니라는
임청하는 바로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선생님, 바로 처리하겠습니다.”이 말을 듣고, 그 장민석은 먼저 멍하니 있다가, 이어서 크게 웃었다. 그는 경멸하면서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 이 자식, 방금 뭐라고 했어? 임청하가 우리를 모두를 자르고, 게다가 나를 조사하라고? 네가 뭔데 감히 이런 큰소리를 쳐?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알아? 또 우리 사장님한테 너를 만나러 오라니, 네가 얼마나 대단한데?”잇달아 추궁했다.장민석은, 지금 금년도에 가장 웃긴 농담을 들은 것처럼, 온몸으로 포복절도했다.손시아도 웃음 소리에 참지 못하고 비꼬았다.“나는 그가 찌질한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정말 자신을 어떤 인물로 생각하고 있어. 정말 이런 사람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모르겠다. 병신 새끼!”장민석과 손시아는 여태까지 이렇게 후안무치한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아직도 자신이 비엔나의 사장보다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가?‘그건 조 선생님이야!’‘한성 지하세계 4웅 중의 하나인 조 선생님!’‘누가 그를 만나러 오게 하라는, 이 말을 한 거야?’‘죽고 싶은 거지!’‘정말 가소롭기 그지없어!’하지만, 다음 순간.임청하는 냉소하며, 핸드폰을 들고 보안부에 전화를 걸어서,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몇 명이 여기로 좀 오고, 오는 김에 재무부에 통지해서, 장민석이 횡령, 직권남용으로 사리사욕을 도모한 증거를 모아서, 전부 경찰에 제출하도록 해!”장민석을 겨냥해서, 임청하는 일찍부터 손을 쓰려 했고, 적지 않은 증거를 수집해서 줄곧 손에 쥐고 있었다.이전에는, 장민석을 건드렸다가 어떤 문제를 일으킬까 봐 걱정이 되어, 그녀도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이제 이 선생이 입을 열었으니 장민석은 죽는 건 정해진 셈이야.’‘게다가 아주 끔찍하게 죽을 거야!’말이 끝나자, 장민석의 웃음소리가 뚝 그쳤다. 그리고 두 눈을 부릅뜨고, 낯빛이 어두워져서 호통을 쳤다.“임청하, 너 이게 무슨 뜻이야? 정말 나를 건드리려는 거야?”임청하는 말을 하지
“이 선생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용서해 주시면, 다시는 감히 그러지 않겠습니다!”휴게실에서 장민석은 마지막 몸부림을 쳤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이제 바닥에 주저앉은 손시아만 남았다.이강현은 차갑게 힐끗 쳐다보며, 떠날 준비를 했다.임청하는 그 뒤를 따르며, 그를 배웅할 준비를 했다.쿵!손시아는 단번에 달려들어, 이강현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겼고, 눈물을 흘리면서 용서를 빌었다.“이 선생님, 저도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약한 여자입니다. 제발 이번 한번만 봐주세요. 저는 앞으로 감히 더는 설치지 않겠습니다.”이강현은 보지도 않고, 차갑게 한마디 했다.“불의를 많이 행하면, 반드시 자멸하게 되어 있다. 누구도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를 경시할 자격이 없다! 임청하, 그의 자리는 입구에 있는 그 아가씨로 대체하자.”“알겠습니다,이 선생님.” 임청하는 응답하고, 경비원에게 신속하게 손시아를 끌어내라고 했다.휴게실을 떠나자, 임청하는 웃고 떠들면서, 이강현을 힐끗 보고 로비로 향했다.그런데 이때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이강현, 네가 왜 여기 있어?”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이강현이 고개를 돌려 입구를 바라보니, 서윤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동시에, 눈빛에서는 혐오감이 반짝이고 있었다.이강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여기 온 것이, 너와 무슨 관계가 있니?”‘어디든 서윤 이놈을 만나네.’‘그가 여기에 왜 왔지?’“허허, 왜 나랑 상관없어, 너 같은 쓸모없는 놈이 여기 올 자격이 있어?”서윤은 불만스럽게 말했다.“여기가 어딘지 알아? 비엔나 음악회관이야. 한성에서 가장 큰 콘서트홀! 너 같은 쓰레기 따위가 여기에 어울려? 빨리 꺼져!”서윤은 이강현이 매우 불쾌했다.‘병신 같은 루저 새끼가 뜻밖에도 내 여자를 빼앗았어!’지금, 그는 비엔나 음악회관까지 달려왔다.‘그는 자신이 여기 있는 것이, 비엔나 음악회관의 체면에 먹칠을 한다는 걸 모르는 건가?’오늘 서윤이 이곳에 온 것은, 바로 고운란을 위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