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연은 대답하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서진은 진정기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 일은 임상언 씨도 알아야 할 권리가 있어요.” 많은 오해는 진실을 숨기려 할 때 발생한다. 그리고 이 일은 임남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기에 임상언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진정기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가연이 자리를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임상언이 피곤한 얼굴로 계단을 내려왔다. 그는 어깨가 축 처져 있었고,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다.“진 부장님.” 임상언은 진정기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넨 뒤, 서진에게도 고개를 살짝 숙이며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괜찮아?” 서진이 조심스레 물었다.임상언은 고개를 끄덕이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대답했다. “괜찮아.”“그럼 시작하지.” 서진이 임상언을 바라보다가 진정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다.“진 부장님, 말씀하기죠.”진정기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입을 열었다. “사실, 우리도 Y국 여왕이 현재 국내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파악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왕의 신분 때문에 바로 추방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외교적 경로를 통해 압박을 가해, 여왕이 자진해서 떠나도록 유도하려 합니다.”“공식 입장상, 여왕은 두 나라의 외교 관계를 무시할 수 없겠죠.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 조용히 떠날 가능성이 큽니다.”하지만 진정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상언은 깊은 한숨을 쉬며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떠나기 전에 실험을 서둘러 마무리할 수도 있겠죠.”그 말은 마치 무거운 돌을 던지는 듯한 충격을 주었다. 방 안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임상언의 말이 사실일 경우, 이 모든 상황이 얼마나 위험해질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진정기는 이 말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고 잠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남아시아 지역에 전염병 바이러스가 발생한 이후, 전 세계가 그 후유증과
이쯤 되면 모두 진정기의 말속에 담긴 뜻을 눈치챌 수 있었다. 만약 다른 나라들이 이 바이러스의 원흉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 출처가 어느 나라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알게 된다면, 그 나라는 국제적 비난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물론 그들은 사실을 부인할 수 있고, 각자의 이익 관계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를 고민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바이러스의 위협은 일반적인 사건이 아니어서 간단히 무마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설령 비난만으로 끝나더라도, 그 여파는 결코 작지 않을 터였다. 국제적인 논란이 커질 경우, 그 나라 내부에서도 여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여왕을 후원하던 세력들이 무너지면 그녀의 권력 유지도 힘들어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이 방법은 확실히 절묘한 방법이다. “하지만 정부가 그렇게 할까요?” 임상언이 망설이며 물었다. 이건 모두가 궁금해하는 문제다. 누구나 이 사안이 드러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점과 그로 인한 후과를 잘 알고 있었다.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는 데는 분명 여러 가지 우려와 위험이 뒤따른다. 만약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다면 이미 국제 사회에 폭로했을 것이고 여태껏 기다리지 않았을 테니까.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는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소송도 확실한 증거가 필요한데, 하물며 이런 중대한 사안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양국의 외교 관계와 그로 인한 파급 효과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왕을 자극하게 되면 두 나라의 외교와 경제 교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Y국 내 여론이 여왕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다 하더라도, 이 사안을 공개하여 Y국 전체를 국제적 비난의 대상으로 만드는 H국에 대한 반감도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여왕의 뒤에 또 다른 세력이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이 모든 것이 복잡한 고려 사항이었다. “정부는 분명히 최선의 방안을 강구할 겁니다.” 진정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임상언 씨의 아들 일도 들었어요. 이
임상언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임남을 위해서는 그 어떤 위험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서진은 깊은 눈빛으로 임상언을 쳐다보며 말했다. “네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 네가 선택한 건 잘못된 방법이야. 상대와 정면으로 부딪히면 네가 불리할 수밖에 없고, 상대를 몰아붙이면 다른 극단적인 일들이 벌어질지도 몰라.” 극단적인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임상언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알겠어.” 그는 어쩔 수 없이 주먹을 꽉 쥔 채 대답하고는 더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진정기가 갑자기 말했다. “그리고 소은 씨가 제안한 방법에 대해서도 말인데요...” 진정기는 시선을 돌려 소은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반대에요.” “여러분의 의술이 뛰어나신 건 잘 알고 있습니다. 모두 나라와 중요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고지호 교수님과도 상의해 봤는데, 그 방법은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진정기는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 있는 원청현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방법은 1%라도 실패 확률이 있으면 절대 실행하면 안 됩니다. 여왕이 ‘가짜 죽음’ 상태에서 진짜로 죽게 된다면 소은 씨께서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지 생각해 봤나요? H국이 어떤 후폭풍을 맞을지도 말이에요.” 진정기는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이 일이 아무 탈 없이 ‘가짜 죽음’로 끝난다고 해도, 중간에 어떤 사고라도 발생하면 소은 씨는 그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진정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원청현을 쳐다보았다. “어르신, 그렇지 않습니까?” 원청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나도 그리 찬성하지 않아. 네 말이 맞아, 이 방법은 위험이 너무 크지. 다만 마땅한 대안이 없었을 뿐이야.” “마땅한 대안이 없었던 건 여러분의 가진 능력의 제한되었기 때문이에요!” 진정기는 목소리를 높이며 테이블에 두 손을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 “저희
서진이 무언가를 더 말하려던 찰나, 소은이 그의 말을 잘라버렸다. “더 이상 말하지 마요. 전 이미 결정했어요. 지금으로선 이보다 나은 방법은 없어요.”만약 더 좋은 해결책이 있었다면 진작에 제시되었거나 실행에 옮겨졌을 것이다. 그들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분명했다.소은은 계속 말을 이었다. “전 여왕에게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약물만으로 사람의 세포를 다시 분열시키고 진화시켜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요. 여왕은 믿고 있어요, 적어도 지금은요. 제가 돌아가면 이 실험을 계속해서 R10 실험을 멈추게 할 수 있을 거예요.”“설사 여왕이 믿더라도, 실험에 필요한 대상을 찾으려 할 거예요. 만약 여왕이 소은 씨를 의심하고 소은 씨를 실험 대상으로 삼는다면 어떻게 할 거예요?” 원철수가 의문을 제기했다.여왕의 의심이 많은 성격을 고려한다면, 그의 의문은 그리 터무니없지 않았다. 그런데 소은이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말했다. “내가 갈게!”모두 그 말을 한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임상언이 그곳에 서서 한 손을 높이 들고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 “내가 소은 씨와 함께 갈게!”임상언은 다시 말한 뒤 고개를 돌려 소은을 쳐다보았다.소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임상언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실험 대상이 필요한 거라면 제가 가도록 하죠. 소은 씨보단 제가 더 적합할 테니까요.”“임상언,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긴 해? 이건 장난이 아니야!” 원철수는 참지 못하고 나무랐다. 이 모든 일이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는 건 임상언도 잘 알고 있었다.소은이 이미 밝힌 대로, 그 ‘실험’은 여왕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일 뿐이었다. 만약 여왕이 실제로 실험을 시도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가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알고 있어.” 임상언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알고 있지. 소은 씨께서 아주 분명하게 말했잖아. 그렇기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