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엄하고 진지한 표정을 지은 고지호 교수는 평소 말하는 말투와 비슷해 보였으나 목소리에는 진지함이 묻어났다.전혀 농담 같지 않았고 심지어 엄숙하고 진지한 태도로 서류 두 장을 꺼냈다.세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 쳐다보았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비록 최근 며칠 동안 언급한 사람이 거의 없지만 그들은 기본적으로 이미 은신인이란 불가능하며 다만 주효영이 어떤 속임수를 썼을지 모를 뿐이라는 것을 확정했다.하지만 지금 누군가가 유력한 증거를 가지고 은신 약물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하니 인식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만약 이런 것이 정말 발명되고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 세상은 어떤 혼란 속에 빠질까? 분명 많은 사람이 은신 약물을 얻으려고 할 것이고,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다.“아니요, 그럴 리가 없어요.”이번엔 임상언은 입을 벌리고 더듬거리며 말했다.“이 세상에 정말 이런 물건이 있을 수 있어요?”“어처구니없어 보이지만 우리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과학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우리의 인식도 끊임없이 깨지고 있어요. 사람 세포의 분열과 성장을 가속하는 약, 사람의 정신 의지를 제어하는 약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사람에게 전파하여 병들어 죽게 하는 약도...”“은신 약물, 가속 약물, 잠깐 나타나게 하는 약물은 물론 시공을 넘나들거나 불로장생약도 불가능한 것만 아니에요!”잠시 머뭇거리다가 고지호 교수는 계속해서 말했다.“이것은 현재의 실험장비에서 우리가 지켜본 결과에요. 만약 이게 은신 약물이 아니면 무엇일까요?”“저... 저는 몰라요.”원철수는 고개를 저으며 실눈을 뜨고 그 서류들을 들여다보았다.자료를 보는 원철수의 미간은 점점 더 세게 찌푸려졌다. 원철수는 고개를 들어 고지호 교수를 보다가, 또 머리를 돌려 김서진을 바라보며 머뭇거렸다.“당신들의 의견은요?”“고지호 교수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해요. 이 세상엔 불가능한 것이 없을지도 몰라요. 우리가 믿지 않는 것은 직접 보지 못했을 뿐이에요. 만약 주효영이 우리
고지호 교수는 용건을 말한 후 그의 물건을 가지고 떠났다.세 사람은 함께 앉아서 이 일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다만 만약 은신 약물이 존재한다면 주효영을 찾기는 바다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어려워질 것이다. 주효영은 어디로 갔을까?동이 틀 무렵 원철수는 견디지 못하고 자러 갔고 임상언도 졸린다며 잠을 자러 갔다. 이렇게 세 사람은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원철수의 방문이 다시 열렸고 그는 복도에 서서 조용히 살피다가 김서진의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려 했다. 이때 문이 안에서 열렸다.김서진은 마치 원철수가 올 것을 짐작한 듯 방문 앞에 서서 ‘쉿’하는 손짓을 했다. 원철수를 방으로 들인 다음 방문 앞에서 주변을 살펴본 후에야 다시 방문을 닫았다.방에 들어간 후 여전히 말이 없던 김서진은 원철수를 안방으로 들였고 그제야 입을 열었다.“너도 낌새를 알아차렸군.”원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 서류에는 오류가 너무 많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고지호 교수의 엄숙한 모습을 보니 아마 둘이 공모해서 판을 만든 것 같았어.”“맞아! 역시 똑똑해!”고개를 끄덕이며 김서진이 말했다.“티가 안 나서 다행이야.”“그런데 이렇게 명백히 잘못된 문서는 아예 어떤 연구 자료와도 관계가 없는데 고지호 교수님이 감히 꺼내면 들킬까 두렵지 않아?”원철수는 비웃었다.김서진은 머리를 흔들었다.“네가 보기엔 잘못된 부문이 많아 보이지만 그 사람이 알아챌 것 같아?”원철수는 말문이 막혔다.하긴!원철수가 알아챈 것은 자신이 이것을 배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이 자료를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보았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그래서 뭘 하려는 거야?”원철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궁금해서 물었다.“그 사람들이 먼저 움직일지 보고 싶어.”표정이 엄숙해진 김서진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원철수는 그 원인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사실 넌 기본적으로 그 사람이라고 단정했지?”전에는 의심만 했
‘이 물건이 정말 그렇게 효과가 있을지 몰라.’주효영은 우울해졌다.주효영은 김서진에게 갇혔을 때는 자신이 어떻게 도망칠지를 계획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주효영은 언제 조직의 주목을 받을 수 있고 또 프레드가 언제 그녀를 써줄지 몰랐기에 무기력한 느낌을 받았다.주효영은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또 한소은의 실험도 직접 보고 싶었다.실험실에서 그 아이디어를 보고 충격을 받았지만 주효영은 매력도 느꼈다.‘장생한다니?!’이는 영원한 화제로 사람마다 이런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만약 정말 연구에 성공한다면 인류 역사에서 얼마나 큰 획기적인 진보가 될 것인가!직접 만들지 않았더라도 직접 목격할 수 있어도 다르다.물론 주효영도 그 위험성을 알고 있었기에 여러 번 실험했지만 번마다 실패했다. 솔직히 실패는 성공한 차수보다 더 많았다.주효영이 헛된 생각에 빠졌을 때 방문이 열리며 프레드가 들어와 그녀를 잠자코 주시했다.“공작님!”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 주효영은 흥분하여 소리쳤다.“나 이제부터 일을 시작할 수 있어요?”“일?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프레드는 주효영을 바라보며 자리에 앉았다.“여기에 당신과 어울리는 일이 있어?”주효영은 잠시 멍해 있다가 이어서 웃으며 말했다.“농담하지 마세요. 저는 정말 공작님을 위해서 일을 해보고 싶어요!”“그럼 먼저 말해봐. 이 물건은 어떻게 쓰니?”프레드는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열었는데 그 안에 조그마한 약병이 가만히 누워 있는 게 향수병과 비슷했지만 또 달라 보였다.주효영은 웃으며 그 작은 병을 꺼내 조금도 꺼리지 않았다.“실제로 사용하기엔 아주 간단해요. 다만 약물 외에도 사람에게 최면을 걸어야 하며 두 개가 함께 사용해야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요.”“최면?”의심스러운 듯 주효영을 쳐다보는 프레드는 호기심이 발동했다.새로운 단어는 아니었지만 합치니 새롭기만 했다.“네!”고개를 끄덕이며 주효영은 정색해서 말했다.“한때 배웠었지만 최면은 사람을 잠시 통제할 수 있어도 계
주효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하지만 최면 상대가 누구든 그 사람에 대한 자세한 자료를 주시기 바래요.”프레드는 멍해졌다.“이럴 필요가 있어?”“당연하죠!”주효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말했다.“최면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상대방의 생애, 습관과 약점을 알아야 그 사람을 깊은 잠에 빠지게 할 수 있어요.”“그럼 이 약이 무슨 작용이 있어?”주효영의 설명을 들은 프레드는 약간 화가 났다.“앞으로 모든 사람의 자료를 너에게 줘야 해? 너 빼고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공작님, 화내지 마세요!”주효영은 바로 해석했다.“저는 그런 뜻이 아닙니다. R20은 아직 비록 성공했지만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기에 시간이 수요되고 더 큰 작용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해요. 단지 눈앞에...”뒷말을 더 하지 않았지만 그 뜻은 분명했다.지금은 시작단계에 불과하고 완벽하지 않으며 인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아 생각처럼 간단하고 아름답지 않았다.프레드는 찬웃음을 날리며 말했다.“나는 또 얼마나 대단한 줄 알았어. 네가 왔을 때 그렇게 허풍을 떨더니 결국 불량품에 불과했구나!”주효영은 안색이 변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말했다.“어느 실험이나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어요. 나는 원래 제일 좋고 완벽한 완성품을 가지고 공작님께 달려가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했고 또 환경이 절박했기에 이렇게 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R20은 효과적이었어요. 아니면 나는 탈출에 성공할 수 없었고 또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그래? 너의 말에는 무슨 증거가 있어?”프레드는 주효영을 쌀쌀하게 쏘아보는 믿지 않았다.원래 프레드는 이 물건으로 로사를 통제할 수 있다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이렇게 하면 프레드는 그 걸리적거리는 왕자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모든 일이 더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 앉은 후에야 주효영은 이 물건이 미완성품임을 알려줬다.‘진작 말해야지!’이렇게 생각한 프레드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공작님,
“임상언, 나야.”주효영은 목소리를 낮추고 재빨리 말했다.그 이름을 들은 프레드는 갑자기 동공이 움츠러들며 눈을 가늘게 뜨고 주효영을 쳐다보았다. 아마 주효영이 임상언에 전화했을 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어?]임상언은 잘못 들은 듯 의아해했다.급해진 주효영은 땀방울이 떨어질 것 같았다, 결국 지금은 대면이 아니기에 임상언을 볼 수 없었고 또 그의 상황을 알 수 없기에 자신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 어느 정도 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나야, 주효영.”주효영이 말했다.[벌써 도착했어? 내 아들을 찾았어?]임상언이 대뜸 물었다.“아직은, 이건 나중에 말해!”어색해하며 프레드를 쳐다본 주효영은 프레드의 안색이 더욱 굳어진 것을 보고 등골이 오싹해졌다.“그 얘기는 하지 말고, 무슨 일이 있는지 말해봐.”[별다른 상황이 없었고 여기도 단서가 없어. 그들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어. 어젯밤에 고지호 교수가 찾아왔는데 너의 머리카락에서 은신 약물 성분을 찾았대.]임상언은 마치 상사에게 업무를 보고하는 것처럼 성실하게 상황을 보고했다.앞서 고개를 끄덕이며 임상언의 보고를 듣던 주효영은 들을수록 놀래서 입을 벌렸다.“뭐라고?”[이게 다야!]보고를 마친 임상언은 임무를 다한 것처럼 총결도 지었다.“이게 다라니? 은신 약물은 뭐야? 무슨 물건이야?”주효영은 얼떨떨해서 물었다[넌 나더러 은신 약물을 개발했으니 빠져나갈 수 있었다고 말하라고 했지?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당신을 가둔 방에서 많은 것을 가져갔어. 돌아가서 연구했는데 결과로 보면 확실히 은신 약물이 있다고 했어.]임상언도 의심스러워했다.[정말 은신 약물을 만들었어?]“헛소리야! 없어!”주효영은 대답하면서 옆에 있는 프레드를 흘겨보았다.주호영도 어리둥절해졌다.원래는 임상언에 최면을 걸어 자신의 최면 효과를 보여주고 싶었고, 또 임상준을 통해 그쪽 상황도 알아보려 했으나 오히려 자신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은신 약물?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는 것을
통화 종료 후 주효영은 불안한 마음으로 프레드를 훔쳐보았다.효영이 정말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기보다는 조직에서 괜한 의심을 한다는 생각에 더 치우쳤으나 임상언의 말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투명 약이라고?”역시 프레드는 키워드를 딱 찾아냈다.프레드의 관심사를 마침 불러일으킨 듯 흥미로워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래서 효영은 다급하게 말을 덧붙였다.“아닙니다. 사실 투명 약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상언을 컨트롤해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상언이 그곳에 잠복해 저에게 정보를 공유하려면 김서진에게 들통이 나면 안 되니 그런 변명거리를 만들어낸 건데 이렇게 속을 줄은 몰랐습니다.”이렇게 허무맹랑한 말을 믿다니 어이가 없었다.“정말 존재한다면 반드시 프레드 님께 가져다드리겠습니다.”효영은 프레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에 뻔했으므로 빠른 변명으로 자신에 대한 의심을 지우게 했다.처음부터 자신을 백 퍼센트 믿는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의심이 골이 깊어질수록 프레드의 옆에서 제 꿈을 이루는 게 불가능해졌다.“그래?”프레드는 효영을 위아래로 살피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런데 통화 내용은 그렇지 않던데.”“그건 상언의 정신이 온전치 않아 그렇습니다.”효영이 빠르게 대답했다.“그 녀석의 정신이 온전치 않다면 고지호 교수라는 사람도 마찬가지인 건가? 왜 실험에서 투명 약의 존재를 발견했다고 하는 거지?”프레드의 눈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애초에 효영이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다.“그들이 무능력한 것일까, 아니면 자네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걸까?”“주효영, 자네가 총명하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네. 하지만 내 앞에서 머리를 굴리다가는 불구덩이로 빠지고 말 거야.”프레드는 경고이자 협박했다.만약 정말 투명 약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모든 게 손쉬워질 것이다.투명해진다면 모든 걸 해낼 수 있고 복잡하던 문제도 편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듣기만 해도 마음이 설레어왔는데 효영은 이게 거짓이라고 말했다.그런데 왜 하필 변명거리를 만들어도 투
“자네 진심인가?”프레드가 눈썹을 찡그리고 마침내 약간의 흥미를 보였다.“제가 해내지 못한다면 처벌을 달게 받겠습니다.”주효영이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다면 프레드는 다시 효영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프레드의 표정이 조금 풀렸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좋아! 그럼 다시 기회를 한번 주지. 사람을 시켜 인적 사항을 가지고 오라고 할 테니 기다리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명 약의 유무를 막론하고 난 결과만 보겠네!”프레드의 시선이 날카롭게 효영을 향했다.효영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크게 주억거렸다.“그리고...”문을 나서던 프레드가 다시 몸을 돌려서더니 조금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그 투명 약이라는 건 정말 가능성이 없는 건가?”“그게...”효영은 깜짝 놀라 말을 얼버무렸다. 돕겠다고 말했으니 투명 약에 대해서는 다시 말을 꺼내지 않을 줄만 알았다.“긴장하지 말게. 지금까지 없었다고 해서 앞으로 없을 거라는 보장은 없지 않나? 자네가 만들어낼 수는 있는가?”프레드는 호기심이 가득한 말투로 물었으며 기대가 가득해 보였다.투명 약의 제조는 난이도가 극악이었으며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효영은 프레드의 면전에 이런 말을 할 자신이 없었다.프레드가 화가 나 말을 바꾸기라도 할까 봐 효영은 꾸역꾸역 머리를 끄덕였다.“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 시도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좋아!”프레드가 원하는 게 바로 이 말이었다. 드디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프레드가 말했다.“그럼, 어디 한번 기대해 보겠네!”프레드는 어느새 다시 효영의 앞으로 걸어와 다정한 눈빛으로 말을 시작했다.“주효영, 자네에게 좋은 기회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네. 본인의 능력에 자신도 있어 한다는 걸 알고 있어. 며칠 전 자료를 통해 실력을 검증해 보았네. 하지만 나는 과거보다는 현재, 그리고 미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니 어디 한번 증명해 보이게. 알겠나?”이보다 더 직설적일 수는 없었다. 효영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알
다른 한편, 저택에서. 김서진은 한쪽 귀에 꽂은 작은 이어폰을 빼며 원철수를 바라보았다.철수는 잔뜩 긴장한 표정을 물었다.“어때?”“말했어.”서진은 짧은 한마디에 결과를 담아냈다.고지호 교수가 새벽부터 수고스럽게 다녀간 것도 모두 이 판을 짜기 위해서였다. 임상언이 물어볼까 확인해 보려는 것이었는데 과연 예상대로였다.대화속에서 서진은 대충 상황을 눈치챘다. 아이 때문에 상언이 주효영에게 타협한 것이었다.아예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으나 납득이 되지 않았다.대체 왜 지금 이런 상황에서 효영을 믿는 건지 말이 안 되었다. 대체 왜 효영이 임남을 찾을 거라고 확신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서진은 당장이라도 쫓아가 상언의 멱살을 잡고 묻고 싶었으나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이미 짜놓은 판에 상언이 그들의 잘못된 정보를 계속해서 그쪽으로 흘려주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상언에게 이유를 묻는다면 어렵게 짜놓은 판이 깨져버렸다.한숨을 내쉰 서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매만졌다.서진의 안타까운 마음을 느낀 철수가 어깨를 두드렸다.“너무 속상해 마. 인간이라는 건 원래 복잡한 거야.”“그것 때문에 속상한 게 아니야. 다만 마음이 조금 어지러워서 그래.”서진은 고개를 저었다.“대체 상언은 왜 이렇게 효영을 믿는 걸까?”“글쎄, 설마 콩깍지라도 씐 걸까?”철수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다.요즘 날씨도 우중충한데 상언의 일로 분위기가 한층 더 어두워졌다.철수가 먼저 웃음을 터뜨렸지만, 서진은 여전히 굳은 얼굴을 유지했다.“그래, 농담이라도 해본 거야. 상언이 효영처럼 악독한 여자를 마음에 품을 리가 없...”철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진이 갑자기 말했다.“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뭐라고?”철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서진의 말대로라면 상언이 효영을 마음에 품었다는 건데, 그건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효영은 미모면 미모, 몸매면 몸매, 빠지는 게 없었다. 아이큐도 높은 여자였지만 속이 검은 사람이었다.그 어떤 미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