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하고 조마조마한 기다림 속에서 날이 점점 어두워졌다.김서진은 편지에 적힌 대로 오동길로 가서 그 오동나무를 찾아 아래에서 기다렸다.그리고 진정기가 배치한 사람들도 미리 도착해서 주변 몇 곳을 지키고 서서 행동에 옮길 준비를 마쳤다. 누군가 나타나서 김서진과 거래를 하면 바로 사람을 잡을 수 있었다.모든 것이 준비되자 김서진은 그곳에 서 있었다. 겉으로는 침착했지만 속으로는 조마조마했다.이런 적은 없었는데 처음 김씨 그룹을 맡았을 때도 이러지 않았다.조금 있다가 아직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아이를 만날 걸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고, 장난이나 덫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다시 불안해졌다.‘한소은과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되었을까?’자신을 도와 소식을 알아보러 갔던 그 의사는 들어간 후 다시는 나오지 않았고, 그 후로 아무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다. 김서진은 심지어 프레드에게 이미 발견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어쨌거나 아내와 아이들을 이미 떠나보냈는데 프레드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당분간 어떤 경거망동도 있을 수 없다.시간이 1분 1초가 지나자 김서진은 초조하게 기다렸지만 너무 초조해할 수도 없어 고개를 숙인 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그 모습은 마치 그냥 여기에 서서 무료함을 달래는 듯했다.오동길의 위치는 비교적 번화해서 오가는 사람이 꽤 많은데, 잠복한 사람들은 기다리다 지쳐서 눈앞이 가물거릴 지경이었다.보아하니 교활한 상대방은 일부러 이런 곳을 택한 것 같은데, 만약 누군가가 실제로 나타난다면 무고한 시민을 다치게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장소의 특수성 때문에 밤이 될수록 이곳은 오히려 더 시끌벅적해졌고 더 오색영롱하게 변했다.모두가 장난인 줄 알았을 때, 갑자기 김서진의 앞에 오토바이가 멈추었다. 배달원 옷차림을 한 사람이 나타났고 사람들은 곧 경각심을 높였다.“혹시 김서진 씨인가요?”상대방이 어설픈 말투로 물었다.김서진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고, 두 눈은 그 사람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상대
손에 든 배달 상자는 무거웠는데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무게였다.김서진도 마음이 무거워진 채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배달 상자를 들고 조심스럽게, 조금씩 뚜껑을 열었다.그 안에는 조그마한 아기 두 명이 누워 있었다.보자기로 잘 싸여졌고 지금 눈을 감고 콜콜 자고 있었다.확실히 아이인 것을 확인한 김서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심장은 다시 빠르게 목구멍으로 향했다.김서진은 손가락을 하나 내밀어 조심스럽게 아이의 코 밑에 대보았다. 두 아이가 잠든 것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들이야!”“진짜 애들이네요.”임상언은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는데 김서진보다 더 흥분한 것 같았다.자기 아들을 떠올린 임상언은 마치 그의 자식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아이를 되찾을 수 있는 한 희망은 여전히 있었고, 다른 사람이 돌아올 수 있다면 자기 아들도 반드시 돌아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김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돌아가서 다시 얘기해.”이 배달 상자는 보통 박스보다 넓어 보였다. 어쩐지 보기만 해도 정상이 아니더라니.그런데 이 사람은 배짱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버젓이 오토바이를 타고 아이를 데려왔는데 전투력이 하나도 없다니.집에 돌아와 두 아이가 아직 깨어나지 않은 것을 보고 김서진은 걱정이 되어 원철수에게 진단을 부탁했다. 단지 소량의 수면제를 먹였을 뿐이라는 결론이 내려졌고 사람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화를 냈다.‘이렇게 어린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이다니, 상대방이 얼마나 미친 사람인가!’“지금 두 가지 문제가 있어.”침착함을 되찾은 김서진이 말했다. “첫째, 그 사람은 도대체 누가 보낸 사람인가, 그 조직의 사람인가? 둘째, 이 아이가 내 아이인지 아닌지야.”임상언과 원철수 모두 어리둥절해졌다.“맞아. 한소은이 오누이 쌍둥이를 낳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어. 아이의 월령 정도로 보아 내 아이일 것 같지만, 상대가 비슷한 아이를 찾아서 보내
“지금 가장 의심스러운 것은 이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니라면 누구의 것이고, 어디서 왔으며, 왜 내 손에 넘겨졌느냐는 점이야. 내 아이라면...”잠시 후, 김서진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걸까?”“혹시 아이를 가지고 널 협박하려는 건 아닐까?”임상언이 생각을 말했다.“혹시...”원철수 역시 말문을 열었지만, 말을 잇지 못하고 이내 멈추었다.“뭔데요?”김서진은 궁금한 듯 물었다.원철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 생각 없이 멋대로 추측했어요.”원철수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김서진은 더는 묻지 않았다. 원철수의 안색만 보아도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았는데 얼굴을 찡그린 채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어쨌든 지금 우리 손에 있는 이상 잘 보살펴야 해.”밤새 바쁘게 일했더니 다들 피곤할 거로 생각한 김서진이 말했다. “다들 먼저 가서 자, 여긴 내가 있을게.”“안 돼, 너 요즘 너무 무리했어. 네가 나서고 결정해야 할 일이 많으니 너 들어가서 자. 내가 지킬게!”임상언이 단호하게 말했다.“다들 자요, 나는 의사니까 내가 지키고 있을게요!”원철수가 말했다.“자, 다들 나랑 다투지 말아요. 꼬맹이들은 내 아이일 가능성이 크니 당연히 내가 돌봐야 해.”김서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는 그들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어. 다들 누구도 나랑 이걸로 다투지 마!”김서진의 말에 원철수와 임상언은 서로를 마주 보며 입을 다물었다.밤이 깊어지자 김서진은 두 아이의 앞을 지키고 있었고, 옆 테이블에는 분유와 기저귀가 준비되어 있었다.사실 김준은 어렸을 때 누군가가 특별히 돌봐줬기 때문에 자신은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젖을 먹이든 기저귀를 갈아주든, 이런 것들은 자신이 직접 하지 않았다.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여전히 도우미를 찾아 돌볼 수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직접 돌보고 싶었다.만약 이 아이들이 자신의 아이들이라면 자신이 아이들에게 빚진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한소은도 동시에 고개를 돌려 프레드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내 남편에게 넘겨준 것이 꼭 내 아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프레드는 어리둥절해 있다가 얼굴빛이 갑자기 변하며 벌떡 일어섰다. “약속을 번복하려는 거야?”“아니, 내 남편에게 전달된 아이가 들어온 게 맞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야. 당신이 함부로 대체품을 찾은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한소은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김서진이 그 배달 상자를 안고 아기 코 밑에 조심스레 손가락을 대는 것을 보고 정말 울컥할 뻔했다.김서진은 침착하고 냉정한 사람이었지만 아이의 콧김을 시험하려 갖다 댄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한소은은 똑똑히 보았다.요즘 다들 매우 고생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이곳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한소은은 이곳에 이렇게 오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까지 다 했는데 아직 나가지 못했고, 심지어 다시는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생이별은 종종 한순간에 발생하고 대부분 미처 생각지 못한다.그리고 지금 이 순간, 한소은은 눈앞의 이 사람이 정말 싫었다. 프레드가 무슨 실험을 하려고 음모를 꾸몄기에 이렇게 서로 떨어져 생이별하는 것이며 온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내... 내가 어디 가서 비슷한 두 아이를 찾겠어!”프레드는 어이가 없었다. 정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나는 단지 너와 거래를 하고 있을 뿐인데, 너의 그 두 아이만큼 어린 아기를 내가 데리고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내가 왜 쓸데없이 아이 두 명을 더 찾아 대체품으로 만들겠냐고!”프레드는 미칠 듯이 소리를 질렀다.“빨리 해독제를 줘, 달라고!”“내가 어떻게 알아! 임남이 그렇게 어린데, 너도 똑같이 데리고 있잖아. 어차피 쓸모가 없지만 말이야.”한소은은 감정이 격해진 듯한 프레드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그럴수록 의외의 답을 얻을 수 있다.임남처럼 어린아이가 무슨 소용이 있는지 한소은은 갑자기 궁금해졌다. 게다가 해독약을 포기할지언
“여기를 떠난 후 복통은 없었어?”한소은이 갑자기 물었다.프레드는 어리둥절해 하며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없었어.”하지만 자신이 한소은의 질문에 성실히 대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또 화를 버럭 냈다. “이게 무슨 상관이야! 난 지금 해독제 말하고 있잖아.”“복통도 없고 설사도 없고 속이 메스꺼운 느낌도 많이 좋아졌지? 그냥 어지럽고 가끔 발에 힘이 빠지는 느낌도 들지만 그렇게 잦지는 않아, 그렇지?”프레드는 한소은의 이런 질문들에 어리둥절했고, 자신이 정말 그런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했다.“그래, 그런 것 같아!”솔직히 대답하는 게 싫었지만 자기도 모르게 대답했다.프레드가 대답한 후 한소은은 더는 묻지 않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빙그레 웃기만 했다.“왜 웃어, 해독제를 묻잖아, 너...”“이렇게 기가 센 걸 보니 중독된 사람 같지 않아.”한소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한소은.”손으로 배를 주물러 보고 가슴에 손을 대고 두드려 봤는데 정말이지 훨씬 편한 것 같았다. 적어도 예전만큼은 아니었다.이 발견은 프레드를 기쁘게 했지만, 곧 다시 분노했다.“한소은!”프레드는 눈을 부릅떴다. “내가 중독된 게 아니었어?”“중독되고 말고는 너 혼자 떠들어 댄 거잖아.”어깨를 으쓱하며 한소은은 자신과 무관한 모습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해독제 같은 건 없다는 걸... 확실히 말해 줄 수는 있어.”“날 속이다니!”프레드는 화가 나서 달려들어 한소은을 목 졸라 죽이려 했다.한소은은 프레드의 손목을 꽉 눌렀다. 다만 이번에는 부러뜨리지 않고 경고만 했다. “손목이 지난번에 어떻게 부러졌는지 잊었어? 한 번 더 경험하고 싶은 거야?”한소은의 말에 프레드는 표정이 확 변했다. “감히! 내가 소리만 지르면 바로 누군가가 너를 가루로 만들어 버릴 거야!”“믿어, 그렇다면 내 몸이 무슨 쓸모가 있겠어?”한소은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없었고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공작 어르신, 너무 흥분하지 마. 사실 너는 아무런 손
한소은의 의술은 확실히 프레드를 놀라게 했지만, 어쨌든 한소은은 더 중요한 용도가 있다.설령 없더라도 한소은 같은 사람은 성격이 강직하고 구속받지 않아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없으며 남겨두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좋아, 좋아!”이 일의 경위를 정확히 파악한 후, 프레드는 심호흡을 하고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며 ‘좋아’를 연발했다.프레드에게 이것은 정말 심각한 교훈이다.프레드는 줄곧 다른 사람을 모해하고 있었지만, 이런 보잘것없는 재주에 속아 넘어갈 줄은 상상도 못 했다.자신이 너무 멍청해서 그 속의 수상쩍음을 간파한 것이 아니라, 단지 많은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서 냉정함을 유지할 수 없었을 뿐이다.“한소은, 이번 판은 네가 이겼어! 하지만, 아쉽게도 넌 끝을 볼 수 없을 거야!”프레드가 말을 이었다. “이제 조건이 거의 성숙해졌고 곧 R10 실험의 마지막 단계를 진행할 예정인데, 너 준비가 다 되었어?”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야릇한 웃음을 지었다.이렇게 생각하니 화가 덜 났다. 프레드가 속은 것은 맞지만 이 거래를 한 목적은 자신의 몸에 있는 독을 풀고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였다.이제 중독되지 않았고, 자신은 괜찮다는 것을 알았으니 기뻐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해독제는... 이번엔 졌으니 인정하면 그만이다.프레드 곧 자신이 전 세계의 사람들을 이길 것이라 생각했다.“내가 준비됐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넌 꼭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해? 실패하면...”한소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프레드가 말을 끊었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다시 할 기회가 있으니 네가 걱정할 필요가 없어.”한소은은 어리둥절했다.한소은의 곤혹스러운 눈빛 속에서 프레드는 마치 자신이 최후의 승리를 얻은 것처럼 크게 웃으며 가버렸다.문이 다시 닫히고 프레드의 웃음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들으며 한소은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날이 밝았다.김서진은 하룻밤을 지키고 나서야 아이를 돌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었다.수면제 효과가 지나간 후 한밤중에 두 아이가 깨
임상언은 훨씬 담담했다.“예전에 우리 남윤이도 어렸을 땐 마찬가지였어.”“밤새 잠을 거의 못 잤어. 내려놓으면 울고 꼭 안고 있으면 팔이 부러질 것 같았어.”말하다가 안색이 어두워졌다.원철수는 의아해졌다.“아이를 직접 키웠어요? 아줌마가 없었어요?”“그때 여건이 좋지 않았어. 남윤이 엄마가 힘들다고 아이를 키우지 않았기에 내가 키운 셈이야.”말할수록 마음이 괴로워서 임상언은 지난 일을 다시 언급하고 싶지 않아 그저 김서진을 바라보며 묵묵히 아이를 안았다.“이제 날이 밝았으니 우리가 아이를 돌볼게. 넌 가서 쉬어.”“난 괜찮아!”김서진은 힘들지만 떠나려 하지 않았다.“그러지 마! 한소은과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이해해. 나중에 보상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지만 지금은 쉬러 가야 해! 만약 네가 쓰러진다면 누가 아이들을 돌보고 또 한소은을 구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겠어!”그제야 김서진은 마침내 손을 놓았고 아쉬운 눈빛으로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밤에 울다가 지쳐서인지, 아니면 배불리 먹어서인지 깊게 잠이 든 두 녀석은 마치 어린 천사 같았다.그런데 울기 시작하면 악마처럼 참을 수 없었다.“DNA 보고서도 그렇게 빨리 나오지 않을 것이고 아직은 소식을 기다려야 해. 그러니 일단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을 거야! 아이들은 나와 원 선생님께서 돌볼 테니 걱정하지 마!”임상언이 말했다.김서진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잠 좀 자러 갈게, 점심에 불러줘.”김서진은 기껏해야 점심때까지만 잘 수 있었고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았다.김서진이 자러 간 후 임상언은 의자를 끌어당겨 유모차 옆에 앉았다.아이는 어제 돌아왔지만 유모차는 일찌감치 준비되어 있었다.한소은이 오누이 쌍둥이를 낳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김서진은 말이 없었지만 신속히 집에 필요한 모든 유아용품을 사들였다. 이 유모차를 포함해서 모두 쌍둥이 전용이었다.김서진은 말수가 적었지만 대신 행동은 효율적이었고 세심하였다.임상언은 유모차 옆에서 아이들을 지켜보았고 원
임상언이 아이 생각에 빠지자 원상철은 이내 말머리를 돌렸다.“내 말은 당신이 아이를 잘 돌본다는 뜻이에요. 나 같으면 정신이 없었을 거예요.”“그나저나 이 두 아이는 김서진을 많이 닮은 것 같아요.”원철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정색해서 말했다.임상언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든 아기를 보았고 확실히 미간은 김서진과 비슷했고 입은 한소은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보기에는 확실히 닮았어. 그렇다고 선입견을 가지면 안 돼. 우리는 김서진의 아이라고 생각했기에 닮았다고 했어. 만약 그의 아이가 아니라도 여전히 닮아 보여?”임상언은 정색해서 물었다.원철수는 말을 잇지 못했다.만약 김서진의 아이가 아니라고 가정한다면 보면 볼수록 닮지 않은 것 같았다.원철수는 머리를 흔들며 일어섰다.“안 되겠어요. 나 정신분열증이 올 것 같아요!”“그러니까 아이의 용모로 판단하지 말고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해!”이불을 살며시 당겨주는 임상언의 눈빛은 자애로운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원철수는 말을 하지 않았다.‘아이고! 도저히 기분을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으니 관둬!’적어도 지금 이 두 아이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좀 나아질 것이다.방에서 나간 후 원철수는 곧바로 주효영을 가둔 방으로 가서 약 효과를 확인하려 했다.그 실험실은 수상한 것들을 많이 만들어 냈고, 지금까지 그가 본 모든 약의 특성과 다 달랐다. 이전의 역병, 진정기 몸에서 나타난 변화, 아니면 자신의 몸에 있던 병균이 둘째 할아버지에게 옮겼을 때 나타나는 증상도 다소 차이가 있었다.그는 오랫동안 의학을 공부해서 개인별로 차이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같은 바이러스가 이렇게 큰 차이가 있을 줄 몰랐다.방문에는 유리창이 있었기에 이 유리창을 통하여 방 안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었다.원철수는 조심스럽게 발돋움하여 조용히 안을 들여다보았다.방안은 평범했고 또 물건이 없기에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었다.방안은 텅 비었다!원철수는 놀라 하며 다시 자세히 보았으나 확실히 비어 있었다!그림자조차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