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주효영은 더 이상 인내심이 없어 보였다.“엄마는 왜 계속 그 사람이 궁금한 거야!”딸의 말투가 좋지 않자 유해나는 꺼내려던 말을 다시 삼켰다.“난…… 그냥 물어본 거지!”유해나는 전에 원철수를 모셔 오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그 시절, 원철수를 한번 만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부탁하고 문전박대를 당해도 몇 번이고 원철수를 찾아갔었다.하지만 이제 와서 가짜 신의라고 밝혀지니 한심했다.전에 자기가 원철수를 회유하려 보냈던 많은 물건과 돈들을 생각하면 속이 탔다.그 사람이 가짜 신의이니 이것들을 돌려받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원철수의 행방이 묘연해졌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그가 어쩌면 안 좋은 일을 당했다는 것 같았다.“아니, 만약 그 사람을 찾게 된다면 전에 주었던 돈들을 조금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가짜 신의라는 걸 알았으니 그 돈들이 아깝잖아!”유해나는 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 봐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런데 그에게 속은 다른 사람들이 그의 정체를 알게 되어 홧김에 그를 납치했을지도 몰라.”주효영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유해나의 옷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눈살을 찌푸렸다.“응, 그럴 수도 있지!”주효영이 말을 얼버무렸으나 유해나는 매우 기뻤다.그러면서 자기의 추측이 맞을 거라고 확신했다.“하지만 네가 한 말도 맞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 어차피 앞으로 우리 집은 더 높이 올라갈 일만 남았어. 참, 효영아, 네 고모부에게 무슨 비밀을 말해줬는지 엄마에게 살짝 말해주면 안 돼?”이 비밀에 대해 유해나는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하지만 이 말을 꺼내면 딸이 분명히 화를 낼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유해나는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그녀와 주현철은 몇 년 동안 전전긍긍하며 진정기의 비위를 맞추려 온갖 노력을 다했다.그런데도 진정기는 그들에게 좋은 얼굴 한번 보여주지 않았다.그러나 주효영이 무슨 수를 썼는지 진정기가 그녀의 말을 고분고분하게 잘 들었다.유해나는 이럴 줄
옆에서 전화기로 허풍을 떨던 주현철도 진정기의 모습을 발견하고 바삐 전화를 끊고 그들에게로 달려왔다.“형부, 잘 왔어요! 여기 좀 봐요. 거의 다 됐어요. 내가 보기에도 실험 장비들이 잘 갖춰져 있어요. 곧 실험을…….”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정기가 짜증스럽게 그를 밀어냈다.주현철은 주효영을 바라보며 입을 벌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인상을 찌푸렸다.“매형…….”주현철은 어리둥절했다.그냥 상황을 보고했을 뿐이다.전에 진정기가 그에게 상세한 프로젝트 진도와 자료 등을 보고하라고 요구했었다.비록 그가 관리하는 게 아니지만 진정기가 그렇게 말했으니, 자기 손에서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이번에는 그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주동적으로 보고를 했는데 진정기가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아빠, 엄마…… 고모부랑 단둘이 얘기 좀 할게요.”주효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부부는 서로 한 번 마주 보며 의심스러워했지만, 이런 상황은 이미 익숙해졌다.그들도 정확히 무슨 비밀로 주효영과 진정기가 이렇게 친하게 지낼 수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주효영은 어렸을 때부터, 이 고모부와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는데 지금은…….주현철은 아내와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진정기가 데리고 온 수행원도 눈치껏 뒤로 물러나 그를 보호하며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가연이를 아직 찾지 못했어!”그들이 거리를 벗어나자, 진정기는 약간 조급해하며 말했다.“어떤 사람이 가연이가 차에 올라탄 것 같다고 말했어. 그 차는 김씨 가문의 것이야.”“김씨 가문?”주효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약간 불쾌해했다.“또 김씨 가문이야!”“이 일이 한소은과 관련이 있다는 말입니까?”진정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녀를 신경 쓰지 마세요.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전 실험실에 있던 사람들을 백신 기지에 무사히 들어가게 하는 겁니다.”“이 백신 기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인가요?”“3분의 1은 내 사람이다.”진정기가 대답
“고모부의 신분으로도 상관할 수 없는 건가요?”주효영은 이해가 가지 않는지 눈살을 찌푸렸다.진정기가 다시 설명했다.“내 신분이 낮지 않더라도 담당 부서가 다르면 내가 맡을 수 없어.”“쳇…….”주효영은 피식하며 약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모부가 얼마나 대단한가 싶었는데, 그게 전부였어요?”그녀의 비아냥에도 진정기는 반박하지 않고 오히려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한편, 멀리 옆에서 곁눈질하는 주현철 부부는 어리둥절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우리 효영이가 진정기의 무슨 꼬투리를 잡은 걸까? 나는 여태껏 형부가 이렇게 말을 잘 듣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예전에 내 누나 앞에서도 그는 이렇지 않았어. 이 느낌은 마치…….”주현철은 잠시 머뭇거리며 그 단어를 말하지 않았다.오히려 직설적으로 유해나가 말했다.“느낌이 마치 한 마리 개 같다는 거죠?!”주현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를 째려보았지만, 꾸짖지 않았다.그의 마음속에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사실 아까 딸한테 슬쩍 물어봤어요. 도대체 무슨 비밀인지…….”“그래서 효영이가 뭐라고 했어?”주현철은 매우 흥분했다. 사실 그도 매우 궁금했었다.“효영이가…… 들으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대요. 그래도 들어야 하냐고…….”그 말을 하는 딸의 눈빛을 생각하니 유해나는 다시 소름이 돋았다.주현철은 어이가 없었다.“갈수록 이 계집애의 마음을 알 수 없어요!”유해나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다 자기 말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져 한마디 덧붙였다.“어쩌면 우리가 딸을 너무 몰랐을지도 몰라요. 난 우리 딸이 그렇게 대단해서 어린 나이에 누구에게 독을 먹였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게다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잖아요.”당시 주현철이 진정기의 말을 들었을 때, 마치 어불성설처럼 느껴졌다.어떻게 무색무취로 독을 먹일 수 있는지! 어떻게 장기적이고 만성적인 독을 먹인 건지! 게다가 독은 흡입하는 방식으로 중독된다니! 무슨 무협 소설도
주현철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이 김씨 가문은 망한 거나 다름없겠어. 이 프로젝트를 잘 완성한다면, 우리 집도 높이 날아올 수 있겠지. 김씨 가문의 지위를 대체할 수 있을지도 몰라!’주현철은 기분이 좋아서 더 이상 좇아가지 않았다.……천장의 등불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보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눈에는 아무런 빛도 없었다. 살아있는 생기를 잃은 것 같았다.마치, 이미 죽은 것 같았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숨을 쉬고 있고, 죽지 않았다.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시간마다 온몸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고통으로 인해 그는 머리를 벽에 부딪치고, 몸으로 이 방의 부딪칠 수 있는 모든 곳을 부딪쳤다.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다.정말 이대로 죽었으면 더 편했을 것이다! ! !원철수는 자신이 언젠가 이런 처지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여태껏 그는 집에서 사랑을 가득 받으며 자랐고, 둘째 할아버지 앞에서 말고는 그에게 눈치를 줄 사람이 없었다…….그는 여기에 갇혀 시험용 생쥐 취급을 당했다.그러나 그는 죽지도 못했다.문을 여는 소리도 이제는 무감각해졌고, 원철수의 눈꺼풀은 움직이지도 않았다.이 지옥 같은 곳에서는 누가 와도 똑같았다.“오늘 발작하지 않았나?”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사람은 펜으로 메모하는 것 같았다.“당신이 발작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 보아하니 약에 대한 내성이 꽤 강한 것 같아.”“…….”“오늘은 어제보다 밥을 조금 더 먹었군. 좋아. 이제 죽겠다고 발버둥 치지 않는 거야?”“…….”“당신 이름이 뭔지 기억해?”“…….”메모하던 펜이 멈추는 듯했고, 남자가 다시 물었다.“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기억해?”“…….”“대답하기 싫으신가? 아니면 뭐라 대답할지 모르는 건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거야?”“…….”발소리가 다가오더니, 한 손이 원철수의 눈앞에서 흔들며 그의 눈빛과 천장 사이를 갈라놓았다.원철수의 미간이 아주 미묘하게 움
이 말을 듣자, 원철수의 눈동자가 움직이더니 마침내 반응이 나타났다.다만, 살짝 곁눈질로 임상언을 힐끗 쳐다본 다음 천장 쪽을 다시 바라보았을 뿐, 엄연히 그를 신뢰하지 않는 듯했다.임상언은 예상했다는 듯이 웃으며 침대 옆에 앉았다.“당신…… 날 못 믿는 거야?”원철수는 그를 쳐다보기도 귀찮았다.‘그걸 알면서도 묻는 거야?’“당신이 날 믿지 않는 건 옳은 일이야. 이런 세상에서 누가 누구를 믿을 수 있겠어?”임상언의 말은 일부러 원철수에게 들려주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에게 들려주는 것 같기도 했다.“나를 믿지 않아도 돼. 내가 또다시 당신을 속이는 거라고 생각해도 좋고. 하지만 이거 하나만 기억해.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말은 오직 한 번만 할 거야. 믿거나 말거나, 당신이 선택해.”임상언은 원철수가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말을 이어갔다.“내일, 당신은 다른 곳으로 옮겨질 거야. 여긴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 우리의 실험은 더 크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가서 진행할 예정이야. 당신에게 내일은, 탈출할 유일한 기회가 될 거야.”원철수는 속으로 자기에게 여러 번 말했다.‘이 사람은 사기꾼이야. 그에게 한번 속았었어. 그를 믿으면 안 돼. 한 번 더 속임수에 넘어가서는 안 돼!’하지만, 탈출이라는 단어를 듣고는 참지 못하고 귀를 쫑긋 세웠다.원철수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천천히 돌려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임상언을 바라보았다.임상언의 두 눈은 앞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어 마치 그에게 말하는 것 같았지만 자세히 보면 또 아닌 것 같았다.“내일 당신을 차에 태워 새로운 실험 기지로 옮기려 할 거야. 사람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차량 행렬은 동시에 출발하지 않을 거야. 만약 당신이 시간을 잘 계산한다면, 출발한 지 약 20분이 지난 후에, 방법을 찾아 차를 빼앗을 수 있어.”“그때 큰 소란을 일으키거나 난동을 부리면, 다른 사람에게 구조될 수 있을 거야. 하지만…….”임상언은 잠시 말을 멈추고, 천천히 말했다.“그때를 놓치면, 당신은 도망갈 수
“이제 내가 당신을 속이는 것 같지 않아?”임상언은 고개를 돌려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원철수는 입술을 굳게 닫고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사실 그는 임상언이 이번에도 자기를 속였는지, 아니면 정말 도와주려는 건지 확신하지 못했다.다만…… 사람의 마음은 죽었지만, 그래도 희망을 품고, 살아갈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결국 사람이 사는 것은 살기 위한 것이지 죽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비록 만분의 일의 가능성이라도, 그는 한번 해 보고 싶었다.침묵하는 원철수의 반응에 임상언은 싱긋 웃으며 등을 돌린 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고개를 살짝 젖혔다.“만약, 만약 당신이 운이 좋아서 도망갈 수 있다면…… 그들을 가만 놔두지 않겠지.”원철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 말을 마치고 임상언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문이 다시 닫히고 죽은 듯한 고요함이 흘렀으나 다시 생의 기운이 돌자, 시체처럼 침대에 누워 있던 원철수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단지 일어나는 간단한 동작이 그에게는 그렇게 힘든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마음속에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앉았다 일어나서, 그 알약을 내려다보고, 코끝에 가져가서 냄새를 맡았다.그래도 원철수는 약의 성분에 대해 민감했다.냄새를 맡은 후 천천히 손을 내려 손바닥을 꽉 쥐었다.도망쳐야 해…….꼭 도망쳐야 해!……김서진은 보호복과 격리 커버를 착용하고 출발했다.이동하는 도중은 보안이 철저했고 매우 빨랐다.또한 김서진 쪽의 사람들도 비밀에 부쳐져 있어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마치 이 병원에 오지 않았던 것처럼 바쁘게 왔다가 소리 없이 떠났다.한소은은 줄곧 그의 곁에 있었다.비록 모두가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두 손은 꼭 맞잡았다.고 주임은 단지 그들을 한 번 보았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들은 아무 말도 없이 X 부서에 이르렀다.첨단 기술과 충격적인 광경에도 김서진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심지어 주위를 둘러보지도 않았
“있습니다!”고 주임은 확신에 찬 듯 고개를 끄덕였고, 계속해서 말했다.“다만, 아직 사용한 적이 없을 뿐이에요.”그의 말에 한소은은 잠시 고민했다.“…….”“VIP 병실과 아래층 일반 병실에 무슨 차이가 있나요?”한참 고민하다 한소은이 다시 물었다.“직접 가서 확인해 봐요. 만약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다시 의논하면 되죠.”고 주임이 살짝 웃더니 말했다.“난 아직 일이 좀 있어서 당신이 김서진 씨를 병실로 데려가세요. 다른 자세한 병세는 나중에 다시 자세히 이야기합시다.”한소은은 또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고 주임은 이미 떠났다.그녀가 VIP 병실에 도착하고 나서야 이곳의 조건이 정말 아래층보다 훨씬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아래층에는 따로 격리된 작은 방이다.그 안에 작은 칸막이가 있는데, 칸막이에는 변기와 샤워기가 있어 냄새가 심하다.가끔은 마스크를 끼고도 들어가면 냄새가 심해 구역질이 난다.하지만 위층은 다르다. 간이 호텔 방 같았다.화장실이 따로 있을 뿐만 아니라 소파와 TV도 있다.침대도 매트리스를 넣어 푹신하고 편안했다.한소은이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을 때 김서진은 이미 침대로 향했다. 그는 반쯤 기대어 있었고, 상태도 괜찮아 보였다.전염의 위험이 전혀 없다고 확신할 수 없는 시기에, 한소은과 이곳의 직원들은 아직 방호복을 벗을 수 없었다.그의 앞에 서서, 그렇게 가까운 것 같지만, 또 멀어 보이기도 했다.지금 당장 따뜻한 포옹을 할 수도 없다.“당신도 여기 처음 와본 거예요?”그녀가 사방을 훑어보는 것을 보고 김서진이 물었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다 또 고개를 저었다.“정확히 말해서, 난 여기에 VIP 병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정말…….”“정말 뭐요?”그녀가 가볍게 웃다가 한숨을 쉬며 말하려다가 멈추는 모습을 보자 김서진이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원래 이렇게 무서운 병마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생각했었어요. 누구든 병에 걸리면 똑같이 걸리고 도망갈 수 없을 거라고 생
여기까지 말하자 한소은은 목이 메었다.한소은은 결코 약한 사람이 아니다.하지만 이 일은 정말로 그녀를 괴롭게 했다.어쩌면 엄마의 마음을 대입한 것일지도 모른다.많은 생각을 하면, 그녀는 바로 해독제를 연구 개발할 수 없고, 이 바이러스를 연구한 사람을 잡아내서 혼낼 수 없는 것을 한스러워했다.인류가 오늘날까지 발전하고 과학기술이 그렇게 발달하고, 많은 발명과 연구를 하는 것은 모두 우리의 생활을 더 좋게 하기 위한 것이지, 이런 죽음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어느 한 사람의 야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 세계를 지옥처럼 만들 수는 없다.김서진은 손을 내밀어 장갑 낀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그럼 그 아이도 위층에 살게 해 줘요.”“?”한소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그 아이와 방을 바꾸겠다는 말이에요?”조용히 웃으며 김서진이 말했다.“위층에는 VIP 병실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 다 비어있는 거 같던데. 왜 한 칸을 더 못 내는 거죠? 만약 돈을 더 내야 한다면, 이 돈은, 우리가 내면 되잖아요. 만약 신분이 부족하면…….”김서진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내 딸이라는 신분으로는 충분하겠죠?”“딸?”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말했다.“그 아이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했잖아요. 아무도 그 아이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우리가 그 아이의 부모가 돼주는 거 어때요? 병이다. 나으면 입양 수속을 밟아서 그 아이를 입양해요. 아니면 그렇게 번거롭게 하지 말고 수양딸로 생각해도 괜찮을 거 같네요.”“정말 그럴 생각이에요?”한소은은 매우 놀랐다.“왜요, 싫어요? 우리에겐 아직 딸이 없잖아요. 당신 뱃속에 두 아이도, 딸일지 확실치 않아요. 설사 딸이라 해도 언니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김서진의 눈빛은 한소은의 배 위로 부드럽게 떨어졌고, 두꺼운 방호복을 사이에 두고 배가 얼마나 부풀어 오른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그곳에 두 개의 작은 생명이 있다는 것을 안다.여기까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