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진 씨를 위해서, 그리고 이 실험이 더 잘 진행되기 위해서 우리가 그를 데려가게 해줘요.”고 주임은 다시 한소은을 설득했다.그러나 한소은은 고개를 돌리고 대답하지 않았다.그녀의 마음도 갈등하고 있었다.마음속 깊은 곳에서 두 개의 자아가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하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하지 말라고 말한다.여기는 더 나은 환경, 더 전면적인 보살핌과 더 완벽한 의료 수단을 가지고 있다.그러나 다른 하나는 이렇게 전염성이 강한 병은 확실히 더 적절한 격리 조치를 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하고 있다.한소은은 마음이 고민되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했다.고 주임은 한소은이 아직 망설이고 있는 것을 보고 손을 흔들며 다른 스태프들에게 들어가서 사람을 데려가라고 손짓했다.바로 이때, 병실 안에서 갑자기 낮은 목소리가 전해왔다.“다툴 필요 없어요. 당신들과 기지로 가겠어요.”한소은은 깜짝 놀랐다.고개를 돌리자 환자복을 입은 김서진이 얼굴에 커다란 마스크를 쓰고 방역 고글까지 쓴 채로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그의 뒤에는 경 씨가 휠체어를 밀어주고 있었다.김서진은 전보다 더 마른 상태였고 아직 허약해 보였다.그의 양쪽 볼이 움푹 들어가 초췌한 모습이었다.하지만 이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았다.한소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깨어났다는 것!그가 깨어났다! ! !한소은이 여기를 떠날 때 그는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였다.상태도 그리 안정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는 피곤하지만 맑은 눈빛과 낮은 목소리지만 약간 힘이 있었다.그녀는 놀라고 기뻐서 아무 생각 없이 장갑을 벗고 그의 맥박에 손가락을 댔다.“한소은 씨…….”고 주임은 참지 못하고 외쳤다.이런 직접적인 접촉은 그다지 좋지 않다.김서진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담담한 눈빛으로 한소은을 바라보았다.한소은은 그의 앞에 쪼그려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그의 맥을 짚었다.비록 방호복을 입어 몸이 감싸져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부드러웠고 고집이 셌다.김서진은 방금 그들
김서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많이 좋아진게 느껴져요.”잠시 뜸을 들이다 한마디 덧붙였다.“그동안 당신이 수고 많았어요.”아주 간단한 문장이지만, 천 마디 말이 들어 있다.김서진은 자신이 병에 걸려 그녀를 돌보지 못하고 짐이 되어야만 했던 시절을 감개무량해 했다.이번 사건들을 통해 김서진은 그녀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알게 되었다.이전에는 그녀가 매우 강하고 독립적이며 매우 총명하고 유능하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충분히 강하고 항상 그녀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병을 앓고 김서진은 원래 자신도 약하고 무기력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원래 그녀도 자신을 지킬 수 있고, 가끔은 자신도 그녀에게 의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들 두 사람 사이에는 결코 누가 누구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지하고, 지지하고, 서로의 뒷배가 되어 주는 것이다.“무슨 바보 같은 소리예요!”한소은은 작은 목소리로 김서진을 꾸짖었다.흥분된 마음이 조금 가라앉자, 그녀는 몸을 일으켜 김서진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당신 정말 우리와 함께 갈 거예요? 당신은 그들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잖아요?”그는 아마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경 씨가 진작에 연락을 했을 것이다.게다가 고 주임과 다른 스태프들은 급하게 이 곳으로 왔기 때문에 자신조차도 그들이 김서진을 데리러 왔는지 몰랐다.김서진은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으니 그들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절대 모를 것이다.그런데 그는 뜻밖에도, 그들과 함께 간다고 말했다.한소은이 무엇을 걱정을 아는 듯한 김서진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싱긋 웃었다.“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 필요 없어요. 나는 단지 그곳에 당신이 있다는 것만 알면 되었어요.”한소은은 할 말을 잃었다.“당신 바보예요?!”그녀는 참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김서진에게 한 마디 나무랐다.‘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
이렇게 된 이상, 한소은도 할 말이 없었다.그저 김서진의 곁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주현철은 최근 매우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새로운 입찰은 그저 절차만 밟고 프로젝트는 바로 그의 손에 들어왔다.전에 그를 멀리했던 사람들, 그에게 빚 독촉을 했던 사람들, 그리고 협력을 중단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모두 얼굴을 바꾸어 잇달아 찾아와 아부했지만, 그는 오히려 도도한척했다.이런 상황 앞에서 그는 헤벌쭉 웃으며 전화했다.“아이고, 내가 당신을 돕지 않는 게 아니야! 정말 요즘 너무 바빠서 그래. 당신도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큰 건지 알잖아! 정말 시간이 없다니까!”“그래, 당신을 무시할 생각은 없었어……. 하지만 정 사장님, 전에 당신이 나한테 돈을 돌려 달라고 했을 때 이렇게 말한 게 아니었잖아? 지금 난 당장 돈을 벌어 당신 돈을 갚을 생각이잖아! 지금 사업도 잘 안되고 다들 쉽지 않은 거 알아. 그렇지? 에이, 그럴 생각이 없었다니까…….”주현철은 일부러 전화기 너머의 사람이 그에게 애걸하는 것을 듣고 싶었다. 그 사람은 벌써 이전의 날뛰던 기세가 완전히 사라졌다.지금 주현철은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꽂고 이렇게 당당할 수가 없었다.심지어 그의 아내조차도 지금 이런 그의 모습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옆에 있던 유해나는 입을 삐죽거리며 고개를 돌려 딸을 바라보았다.“네 아버지 좀 봐, 저 꼬리가 하늘로 치켜 올라가겠어! 무슨 열정을 가지고 자랑하는지도 모르겠네. 이 프로젝트는 이제 막 손에 넣었는데, 이윤이 있을지도 아직 모르는 상황인데!”“이건 국가 프로젝트야. 누구의 손에 들어가도 떼돈을 벌 기회지. 돈을 버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야. 많이 벌고 적게 벌면 그만이야.”주효는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긴 하지!”입으로는 싫은 말을 했지만, 사실 유해나 자신도 매우 기뻐하고 있다.전에 모임을 자주 가졌던 다른 사모님들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180도로 달라졌다.자기에게 겸손하고, 심지어 주동적으로 그녀의
“몰라!”주효영은 더 이상 인내심이 없어 보였다.“엄마는 왜 계속 그 사람이 궁금한 거야!”딸의 말투가 좋지 않자 유해나는 꺼내려던 말을 다시 삼켰다.“난…… 그냥 물어본 거지!”유해나는 전에 원철수를 모셔 오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그 시절, 원철수를 한번 만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부탁하고 문전박대를 당해도 몇 번이고 원철수를 찾아갔었다.하지만 이제 와서 가짜 신의라고 밝혀지니 한심했다.전에 자기가 원철수를 회유하려 보냈던 많은 물건과 돈들을 생각하면 속이 탔다.그 사람이 가짜 신의이니 이것들을 돌려받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원철수의 행방이 묘연해졌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그가 어쩌면 안 좋은 일을 당했다는 것 같았다.“아니, 만약 그 사람을 찾게 된다면 전에 주었던 돈들을 조금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가짜 신의라는 걸 알았으니 그 돈들이 아깝잖아!”유해나는 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 봐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런데 그에게 속은 다른 사람들이 그의 정체를 알게 되어 홧김에 그를 납치했을지도 몰라.”주효영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유해나의 옷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눈살을 찌푸렸다.“응, 그럴 수도 있지!”주효영이 말을 얼버무렸으나 유해나는 매우 기뻤다.그러면서 자기의 추측이 맞을 거라고 확신했다.“하지만 네가 한 말도 맞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 어차피 앞으로 우리 집은 더 높이 올라갈 일만 남았어. 참, 효영아, 네 고모부에게 무슨 비밀을 말해줬는지 엄마에게 살짝 말해주면 안 돼?”이 비밀에 대해 유해나는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하지만 이 말을 꺼내면 딸이 분명히 화를 낼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유해나는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그녀와 주현철은 몇 년 동안 전전긍긍하며 진정기의 비위를 맞추려 온갖 노력을 다했다.그런데도 진정기는 그들에게 좋은 얼굴 한번 보여주지 않았다.그러나 주효영이 무슨 수를 썼는지 진정기가 그녀의 말을 고분고분하게 잘 들었다.유해나는 이럴 줄
옆에서 전화기로 허풍을 떨던 주현철도 진정기의 모습을 발견하고 바삐 전화를 끊고 그들에게로 달려왔다.“형부, 잘 왔어요! 여기 좀 봐요. 거의 다 됐어요. 내가 보기에도 실험 장비들이 잘 갖춰져 있어요. 곧 실험을…….”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정기가 짜증스럽게 그를 밀어냈다.주현철은 주효영을 바라보며 입을 벌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인상을 찌푸렸다.“매형…….”주현철은 어리둥절했다.그냥 상황을 보고했을 뿐이다.전에 진정기가 그에게 상세한 프로젝트 진도와 자료 등을 보고하라고 요구했었다.비록 그가 관리하는 게 아니지만 진정기가 그렇게 말했으니, 자기 손에서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이번에는 그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주동적으로 보고를 했는데 진정기가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아빠, 엄마…… 고모부랑 단둘이 얘기 좀 할게요.”주효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부부는 서로 한 번 마주 보며 의심스러워했지만, 이런 상황은 이미 익숙해졌다.그들도 정확히 무슨 비밀로 주효영과 진정기가 이렇게 친하게 지낼 수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주효영은 어렸을 때부터, 이 고모부와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는데 지금은…….주현철은 아내와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진정기가 데리고 온 수행원도 눈치껏 뒤로 물러나 그를 보호하며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가연이를 아직 찾지 못했어!”그들이 거리를 벗어나자, 진정기는 약간 조급해하며 말했다.“어떤 사람이 가연이가 차에 올라탄 것 같다고 말했어. 그 차는 김씨 가문의 것이야.”“김씨 가문?”주효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약간 불쾌해했다.“또 김씨 가문이야!”“이 일이 한소은과 관련이 있다는 말입니까?”진정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녀를 신경 쓰지 마세요.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전 실험실에 있던 사람들을 백신 기지에 무사히 들어가게 하는 겁니다.”“이 백신 기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인가요?”“3분의 1은 내 사람이다.”진정기가 대답
“고모부의 신분으로도 상관할 수 없는 건가요?”주효영은 이해가 가지 않는지 눈살을 찌푸렸다.진정기가 다시 설명했다.“내 신분이 낮지 않더라도 담당 부서가 다르면 내가 맡을 수 없어.”“쳇…….”주효영은 피식하며 약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모부가 얼마나 대단한가 싶었는데, 그게 전부였어요?”그녀의 비아냥에도 진정기는 반박하지 않고 오히려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한편, 멀리 옆에서 곁눈질하는 주현철 부부는 어리둥절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우리 효영이가 진정기의 무슨 꼬투리를 잡은 걸까? 나는 여태껏 형부가 이렇게 말을 잘 듣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예전에 내 누나 앞에서도 그는 이렇지 않았어. 이 느낌은 마치…….”주현철은 잠시 머뭇거리며 그 단어를 말하지 않았다.오히려 직설적으로 유해나가 말했다.“느낌이 마치 한 마리 개 같다는 거죠?!”주현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를 째려보았지만, 꾸짖지 않았다.그의 마음속에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사실 아까 딸한테 슬쩍 물어봤어요. 도대체 무슨 비밀인지…….”“그래서 효영이가 뭐라고 했어?”주현철은 매우 흥분했다. 사실 그도 매우 궁금했었다.“효영이가…… 들으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대요. 그래도 들어야 하냐고…….”그 말을 하는 딸의 눈빛을 생각하니 유해나는 다시 소름이 돋았다.주현철은 어이가 없었다.“갈수록 이 계집애의 마음을 알 수 없어요!”유해나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다 자기 말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져 한마디 덧붙였다.“어쩌면 우리가 딸을 너무 몰랐을지도 몰라요. 난 우리 딸이 그렇게 대단해서 어린 나이에 누구에게 독을 먹였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게다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잖아요.”당시 주현철이 진정기의 말을 들었을 때, 마치 어불성설처럼 느껴졌다.어떻게 무색무취로 독을 먹일 수 있는지! 어떻게 장기적이고 만성적인 독을 먹인 건지! 게다가 독은 흡입하는 방식으로 중독된다니! 무슨 무협 소설도
주현철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이 김씨 가문은 망한 거나 다름없겠어. 이 프로젝트를 잘 완성한다면, 우리 집도 높이 날아올 수 있겠지. 김씨 가문의 지위를 대체할 수 있을지도 몰라!’주현철은 기분이 좋아서 더 이상 좇아가지 않았다.……천장의 등불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보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눈에는 아무런 빛도 없었다. 살아있는 생기를 잃은 것 같았다.마치, 이미 죽은 것 같았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숨을 쉬고 있고, 죽지 않았다.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시간마다 온몸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고통으로 인해 그는 머리를 벽에 부딪치고, 몸으로 이 방의 부딪칠 수 있는 모든 곳을 부딪쳤다.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다.정말 이대로 죽었으면 더 편했을 것이다! ! !원철수는 자신이 언젠가 이런 처지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여태껏 그는 집에서 사랑을 가득 받으며 자랐고, 둘째 할아버지 앞에서 말고는 그에게 눈치를 줄 사람이 없었다…….그는 여기에 갇혀 시험용 생쥐 취급을 당했다.그러나 그는 죽지도 못했다.문을 여는 소리도 이제는 무감각해졌고, 원철수의 눈꺼풀은 움직이지도 않았다.이 지옥 같은 곳에서는 누가 와도 똑같았다.“오늘 발작하지 않았나?”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사람은 펜으로 메모하는 것 같았다.“당신이 발작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 보아하니 약에 대한 내성이 꽤 강한 것 같아.”“…….”“오늘은 어제보다 밥을 조금 더 먹었군. 좋아. 이제 죽겠다고 발버둥 치지 않는 거야?”“…….”“당신 이름이 뭔지 기억해?”“…….”메모하던 펜이 멈추는 듯했고, 남자가 다시 물었다.“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기억해?”“…….”“대답하기 싫으신가? 아니면 뭐라 대답할지 모르는 건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거야?”“…….”발소리가 다가오더니, 한 손이 원철수의 눈앞에서 흔들며 그의 눈빛과 천장 사이를 갈라놓았다.원철수의 미간이 아주 미묘하게 움
이 말을 듣자, 원철수의 눈동자가 움직이더니 마침내 반응이 나타났다.다만, 살짝 곁눈질로 임상언을 힐끗 쳐다본 다음 천장 쪽을 다시 바라보았을 뿐, 엄연히 그를 신뢰하지 않는 듯했다.임상언은 예상했다는 듯이 웃으며 침대 옆에 앉았다.“당신…… 날 못 믿는 거야?”원철수는 그를 쳐다보기도 귀찮았다.‘그걸 알면서도 묻는 거야?’“당신이 날 믿지 않는 건 옳은 일이야. 이런 세상에서 누가 누구를 믿을 수 있겠어?”임상언의 말은 일부러 원철수에게 들려주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에게 들려주는 것 같기도 했다.“나를 믿지 않아도 돼. 내가 또다시 당신을 속이는 거라고 생각해도 좋고. 하지만 이거 하나만 기억해.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말은 오직 한 번만 할 거야. 믿거나 말거나, 당신이 선택해.”임상언은 원철수가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말을 이어갔다.“내일, 당신은 다른 곳으로 옮겨질 거야. 여긴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 우리의 실험은 더 크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가서 진행할 예정이야. 당신에게 내일은, 탈출할 유일한 기회가 될 거야.”원철수는 속으로 자기에게 여러 번 말했다.‘이 사람은 사기꾼이야. 그에게 한번 속았었어. 그를 믿으면 안 돼. 한 번 더 속임수에 넘어가서는 안 돼!’하지만, 탈출이라는 단어를 듣고는 참지 못하고 귀를 쫑긋 세웠다.원철수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천천히 돌려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임상언을 바라보았다.임상언의 두 눈은 앞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어 마치 그에게 말하는 것 같았지만 자세히 보면 또 아닌 것 같았다.“내일 당신을 차에 태워 새로운 실험 기지로 옮기려 할 거야. 사람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차량 행렬은 동시에 출발하지 않을 거야. 만약 당신이 시간을 잘 계산한다면, 출발한 지 약 20분이 지난 후에, 방법을 찾아 차를 빼앗을 수 있어.”“그때 큰 소란을 일으키거나 난동을 부리면, 다른 사람에게 구조될 수 있을 거야. 하지만…….”임상언은 잠시 말을 멈추고, 천천히 말했다.“그때를 놓치면, 당신은 도망갈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