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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5화

김씨 가문의 고택은 100년이란 세월을 거친 오래된 고택이다. 언뜻 보기에는 예전과 다름이 없었지만, 또 조금 낡아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김승엽은 노부인의 방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며칠 사이에 홀쭉해진 건 둘째 치고 양쪽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물들기까지 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니 노부인은 마음이 복잡했다. 눈을 감고 말을 하지 않았지만, 눈가에는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머니, 죄송해요! 마지막으로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게 허락해 줘요! 내가 …… 잘못했어요.”

김승엽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잘 생각해 보았는데 이 일은 네 탓이 아니야. 내가, 전부 내가 잘못 가르친 탓에 네가 지금 이렇게 자란 거야.”

눈은 꼭 감고 있었지만, 눈물을 머금었는지 노부인의 목소리에 콧소리가 가득했다.

“만약 나보고 너의 이름을 김씨 가문의 족보에 다시 올려달라고 청할 거면 입을 열지도 마라. 앞으로 김씨 가문에 관한 일은 난 일제히 손대지 않고 모두 서진이가 결정짓기로 했다.”

김승엽은 고개를 푹 숙이고 두 손을 바닥에 짚으며 절을 했다.

“오늘 온건 어머니에게 사죄하기 위해서예요. 내가 지금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그 무엇도 사지려 하지 않을게요. 다만 어머니의 곁에서 절 키워주신 은혜를 갚을 수 있게 허락해 주세요.”

그의 말을 듣고 노부인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게 정말이냐?”

“내 이름으로 된 부동산과 산업들 모두 김씨 가문에 반환한다고 사인했어요. 원래부터 내 것이 아닌 물건인데 내가 가지는 건 도리에 맞지 않아요. 고아였던 나를 지금까지 키워준 어머니의 은혜를 갚아야 하고 원한을 품어서는 안 됐어요. 나로 인해 해민 씨가 목숨까지 바쳤는데 난…… 너무 많은 사람에게 빚지고 있어요. 내가 죽일 놈이에요!”

김승엽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대성통곡했다.

“해민? 그게 누구냐?”

노부인은 아직 해만의 존재를 모르니 어리둥절했다.

“내가…… 이번 생에 갚지 못할 빚을 진 여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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