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다음 그 옆에 있는 유해민을 바라보았다. 그날 자기를 기습한 여자와 싸워보았으니, 그녀의 움직임에 조금이나마 익숙해졌다. 하지만 오늘 본 이 여자는 그날과 분위기가 아주 달랐다.호기심에 그녀를 두 번 더 쳐다보았을 때 김승엽은 그녀의 의도를 오해하고는 화를 내며 소리쳤다."이봐, 내가 너한테 말하고 있는데 내 말 못 들었어? 김서진, 이런 식으로 네 여자를 관리하는 거야?"“난 내 여자를 관리할 줄 몰라요.”김서진은 놀랍게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김승엽이 그를 비웃기도 전에 그가 말을 이었다.“작은아버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번 보여줄래요?”지금 이 말은 우해영을 혼내는 걸 보여달라는 말인가? 김승엽은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렇게 했다간 그녀에게 맞아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했다.하지만 자기가 먼저 입을 열었으니 문서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쩔 수 없이 헛기침하며 말했다.“지금 네 작은어머니는 너 때문에 크게 다쳤어. 지금 내가 잘 보살펴야 하는 상황이라고. 그러는 넌 사과도 하지 않고 이렇게 말장난하겠단 말이지? 빨리 사과해!”“그래요.”김서진은 김승엽과 우해영을 번갈아 보더니 우해영에게 두 발짝 다가갔다.그가 가까이 오는 걸 보고 그의 압도적인 기세에 눌린 우해민은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푹 내린 두 손은 주먹을 꼭 쥐고 있었고 입술은 꽉 다물고 자기도 모르게 뒤로 한 발 물러섰다,우해민은 김서진의 눈을 바라볼 용기조차 없었다. 시선을 다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고정하며 엘리베이터가 빨리 내려오길 기도했다.오랜 시간 우해영인 척하는 게 습관 되었지만, 본능적인 두려움은 숨길 수 없었다.엘리베이터의 숫자를 보며 우해민은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엽이 씨, 이런 교양 없는 사람과 상대하지 말아요. 꼴도 보기 싫으니 우리어서 가요.”김승엽도 이 두 사람과 더 상대하고 싶지 않던 참이었다. 그저 그녀 앞에서 멋있는 척이라도 하고 싶었다. 사실 김서진이 사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우해민의 얼굴빛은 다시 차가워졌다. 아까의 장밋빛 홍조가 점차 사라지고 그녀의 작은 얼굴은 다시 하얗게 보였다."난 괜찮아요, 이제 돌아가야겠어요."우해민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이렇게 빨리 돌아간다고요?”김승엽은 당황했다. 준비해 둔 게 아직 많은데, 오늘 그녀를 완전히 자기의 여자로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녀가 지금 돌아간다면 모든 계획이 다 물거품이 될 것이다.“네.”우해민은 간단하게 대답하고 1층에 도착하자 바로 엘리베이터에서 나갔다. 차가 아직 회사에 있으니, 사람을 시켜 데리러 오라고 할 참이었다.그녀가 정말 가려고 하자 김승엽은 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해민 씨! 왜 그래요? 방금까지 우리 좋았잖아요. 오늘 함께 로맨틱한 밤을 지내기로 했잖아요.그런데...”우해민은 그의 얼굴을 보면 생각이 바뀔까 봐 고개를 돌려 그를 보지 않으려 했다.더 이상 여기서 머물 수 없다. 더 늦게 들어갔다간 언니가 화낼 게 분명했다. 그로 인해 자기가 받을 벌을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졌다.그녀가 떨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김승엽은 서둘러 재킷을 벗어 그녀에게 입혀주었다.“추운 거예요? 이거 봐요, 밖에 춥잖아요. 내가 호텔 방 잡아 두었어요. 올라가서 쉬다가요·정말 갈 거라면 이따가 내가 데려다줄게요.”“아니요. 이제 정말 가봐야 해요.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어깨에 걸쳐진 옷에는 아직 그의 체온이 남겨 있었다. 우해민은 갈등이 심해졌다. 이대로 가는 게 아쉽긴 했지만, 이성은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소리치고 있었다.“해민 씨,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그래서 화난 거예요? 어디가 잘못됐는지 알려줘요, 다 고칠게요. 이러지 말고·해민 씨. 응?”김승엽은 이 이름으로 그녀를 부를 때 그녀가 약해진다는 걸 잘 이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떤 이유인지 효과가 없었다.그녀의 눈은 분명 아쉬워하는 것처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서 멀어져만 갔다. 당황한 김승엽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방금
김승엽은 차에서 내려온 이 사람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사람은 우해영 옆에서 일하는 개인 비서다. 차도 우해영집의 차가 확실했다. 그렇다는 건 그녀를 데리러 왔다는 것이다.하지만 김승엽은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가고 싶지 않은 한 그녀를 강제로 데려갈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김승엽은 그들을 향해 손을 저으며 말했다.“너희 아가씨는 내가 이따가 잘 모시고 갈 테니 너희는 먼저 돌아가서 기다려!”말을 마치고 그녀의 허리를 감싸려던 손이 텅 비었다.우해민은 입술을 꼭 물고 앞으로 한발 섰다. 그녀의 어깨에 걸쳤던 김승엽의 옷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해민 씨...”김승엽이 작게 그녀를 불렀다. 놀란 표정으로 다시 그녀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하지만 우해민은 그를 한번 바라보더니 애써 웃어 보였다.“먼저 가요. 오늘은 정말 가봐야 해요. 우리... 또 연락해요!”말을 마치고 우해민은 빠르게 차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그가 더 이상 붙잡지 못하게 차 문을 세게 닫았다.“해민 씨, 해민 씨!”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김승엽은 차 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비서에 가로막혀 버렸다.“김승엽 씨, 자중하세요!”그러고는 조수석에 올라타고는 그녀를 태운 차가 빠르게 출발했다.가만히 서 있던 김승엽은 한참 동안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했다. 차는 이미 그의 시선에서 사라진 뒤였다.그는 우씨 가문의 아가씨가 고작 비서에게 납치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방금 그녀의 표정에서 두려움을 보았던 거 같다. 하지만, 그녀를 데려간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의 비서였다. 우씨 가문의 아가씨가 도대체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김승엽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녀에게 전화해도 받지 않았다. 다 된 밥에 재 뿌린 격이니 분노에 겨워 발만 동동 굴렀다. --차 안에서 우해민은 두 다리를 모으고 양손을 무릎에 얹은 채 고분고분한 자세로 허리를 곧게 펴고 있었다.그녀는 앞좌석을 뚫어지게 바라만 보았다. 하지만 데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데일은 언니의
김서진은 원래 아내와 특별한 순간을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이 두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자리에 앉자마자 사전 주문한 음식이 빠르게 제공되었고, 두 사람은 배고픈 듯 조용히 식사했다.두 사람 모두 느릿하게 식사만 했다. 잠시 침묵이 흐르다 한소은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방금 우해영 씨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나요?”“당신도 이상한 걸 느꼈군요?”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던 김서진의 얼굴에는 조금도 놀란 모습이 없었다.한소은의 통찰력은 매우 높았다. 자기가 알아차렸다면 그녀가 그것을 발견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단지 이상한 것은 이번에 본 우해영이 왜 저번과 완전히 다른 것인지 의문이었다.“내가 잘못 본건 아니군요.”그의 확인을 받은 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해영과 몇 번밖에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지나치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김서진까지 그렇게 말하니 정말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지난번처럼 위협적인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한소은이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어갔다."기습해서 그런 건 아니고, 무술을 하는 사람에게는 기라는 게 있는데,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난 느낄 수 있어요, 이번에 그 기운이 사라진 것 같아요.""나도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김서진도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무술을 배우는 사람에게는 실제로 무술의 기운이 있으며, 아무리 그것을 감추려 해도 기운이 흘러나오기 마련이다. 방금 우해영을 보았을 때 그녀가 일부러 기를 숨기려 하는 게 아니라 전혀 없는 것 같았다."당신이 가까이 다가갔을 때 조금 겁먹은 것 같았는데, 전혀 그녀답지 않았어요."소문에 의하면 우해영은 매우 오만한 사람이다. 하지만 방금 그 여자는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뼛속 깊이서부터 나오는 두려움은 숨길 수 없었다.처음에는 김서진도 자기가 그녀를 다치게 해서 자기를 무서워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혹시 우해영에게 쌍둥이 자매가
“......”김서진 그녀의 반응에 어이가 없었다.‘질투하는 건가?’하지만 미소 짓는 그녀의 눈을 보면 진심으로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이 분명했다.김서진은 스테이크를 한 조각 잘라 그녀의 입가에 가져다주며 말했다.“그 여자가 어떤 유행이든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하지만 지금 당신을 배불리 먹이지 않으면 이따 집으로 돌아갈 때 배고프다고 칭얼댈 건 잘 알겠어요.”“내가 많이 먹는다고 돌려 말하는 거예요?”한소은은 김서진을 한번 쓱 보고는 고분고분하게 고기를 받아먹었다.고기는 육즙이 풍부하고 부드러우며 입안에서 부드럽게 씹혔다.“그럴 리가요, 난 당신이 많이 먹었으면 좋겠는 걸요.”김서진이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했다.두 사람은 서로에게 미소를 지었고 분위기는 더없이 따뜻했다.그래도 조금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만약…. 만약 우해영이 정말 당신이 말한 대로 그런 상황에 부닥쳐 있다면 정말 곤란할 것 같아요."“그게 무슨 말이에요?”"만약 그녀가 정말 이중인격을 가지고 있다면, 그녀가 한 일을 다른 인격이 알지 못하는 것이잖아요. 또한 우리가 어느 시점에서 어떤 인격을 상대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요. 예를 들어, 그녀가 나를 공격했을 때는 오늘 본 인격이 아닐 거예요. 하지만 그 인격이 언제 나타나고 또 무엇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잖아요."통제할 수 없는 사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은 정말 무서운 존재다.그녀의 말에 김서진은 잠시 침묵했다.“그녀의 어느 인격이 나오든, 상황이 어떻든, 다시는 당신을 해치지 못하게 할게요. 내가 약속할게요!"“당신이 이렇게 말하니, 내가 무슨 유리로 만들어진 인형 같잖아요. 잊지 마요. 난 무술을 할 줄 아는 여자예요!”마음속으로는 그의 말에 감동했지만, 한소은은 작은 투정을 부렸다.그러고는 손을 들어 여전히 무술을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그래요, 그래요, 당신은 보호가 필요하지 않아요. 보호가 필요한 건 나예요. 그러니
거의 조건반사처럼 우해민는 사고도 거치지 않고 다리에 힘이 빠지며 무릎을 꿇었다.우해영은 일어서서 그녀의 앞으로 걸어가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머리를 들지 않아도 그녀는 위에서 풍겨오는 뜨거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우해민는 말없이 머리를 숙이고 입술을 꽉 다무는 채로 있었다.사실 그녀와 김승엽이 회사를 떠나 식사를 하러 갈 때부터 벌을 받을 준비를 이미 마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순간은 좀처럼 특별히 긴장되지 않았고 오히려 평온해졌다.“너도 인젠 다 컸구나!” 우해영은 차분하게 말하며 한 손을 그녀의 어깨에 가볍게 올려놓았다. “날개도 단단해졌구나!”어깨로부터 오는 통증은 완전히 힘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언니를 닮았다 하더라도 힘과 완전히 비교할 수 없다.자신 어릴 때 무술을 연습했지만 언니처럼 튼튼한 마법을 취할 수는 없었고 근력도 언니만큼 강하지 않았다. 얼마나 노력해도 선천적인 기반은 후천적인 노력으로는 메꿀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런 재능이 없었고 언니처럼 강한 힘과 깨달음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그동안 지하실에 있었고 밤에만 잠시 나와서 바람을 쐬니까 더욱 약해져있었다.그 순간, 그녀는 어깨 뼈가 찢어질 듯이 아프다고 느꼈다. 언니의 손은 점점 더 세게 조여오고 마치 그녀의 뼈를 깨뜨리고자 의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만약 진짜로 뼈를 깨뜨린다면 그래도 괜찮다. 그냥 죽어버리면 되고 그렇게 이 세상을 떠나도 괜찮다. 어차피 그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고, 어차피 그녀는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쓸데없는 사람이고 어차피 이 세상에는 간직해야 할 가치가 별로 없으니까.근데…….왜 조금 섭섭하지? 그냥 아쉬울 뿐이다. 방금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고 아직 그와 함께 나아갈 기회가 없었을 뿐.우해민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입술도 혈색이 전혀 없었다. 고통으로 얼굴 전체가 비틀린 채였으며 이를 꽉 깨물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아픔을 외치지 않고 구걸하지도 않았다. 오
우해영의 얼굴빛도 순간 변했다.그녀는 무예를 익히 배운 사람으로서 역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방금 그녀의 한 방으로 놈의 뼈를 부러뜨린걸 본인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원래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분노로 가득차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이건 실상 그녀에게 있어서 좋은 일은 아니었다."아가씨." 이때 옆에 있던 데일이 입을 열었다.그는 평온하고 냉담한 얼굴을 한 채 서 있었다. 자신이 모시는 아가씨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든지 죽든 말든 그와는 상관 없었다. 설령 누군가가 아가씨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그러다가 바닥에 누워 있는 소녀를 내려다보았는데, 그 얼굴이 자신과 정말 비슷했던 우해영은 좀 짜증이 났다. "얘를 들어내......"소녀를 방안으로 들어서 옮기라고 말하려던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번쩍이더니 마치 무엇에 눈이 부신 듯 했다.눈을 똑바로 뜨고 확인해보니 우해민의 손에는 뜻밖에도 다이아몬드 반지가 하나 있었다. 다이아몬드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 빛이 굴절되면서 그녀에게 번쩍였던 것이었다.그나마 조금 꺼져가던 마음 속 화는 다시 사르르 타올랐고 그녀는 곧이어 허리를 굽혀 반지를 슥 뽑으려 했다.우해민의 손가락은 가늘었다. 하지만 둥근 모양에, 관절로 인해 막혀버려 겨우 두번을 시도하고 나서야 뽑아냈다.그런데 이 계집애는 분명히 기절은 했지만, 뜻밖에도 무의식중에 손가락을 구부리는 등 내키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우해영의 화를 더욱 돋구었다. 그녀는 말을 내뱉으려다가 다시 말을 바꿨다. "찬물로 얘를 깨워 !나 아직 얘한테 물어볼게 있어. 이렇게 기절하면 정말 허무한거 아니냐고!”"네!" 데일은 대답하며 몸을 돌려 나가더니 곧 찬물 한 통을 들고 들어왔다. 이어서 무표정한 얼굴로 우해민의 몸에 끼얹었다.그 물 한 통은 밖에서 들고온 것이라 매우 차가워서 갑자기 몸에 물을 끼얹힌 우해민은 격렬하게 몸서리를 치고는 바들바들 떨면서 깨어났다.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우해민의 한마디에 우해영은 정말 놀라 멍해졌다.자신의 손에 들어있는 물건을 우해민이 직접 이렇게 요구한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여태까지 언제든지 뭘 빼앗아도 감히 돌려달라고 말 못하던 그녀가, 뜻밖에도 자신에게 반지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보아하니 이 반지, 아니, 이 남자, 정말 얘한테 그렇게 중요한 사람인건가?한참을 생각하던 우해영의 눈빛은 깊어졌고, 반지를 보다가 우해민을 쳐다봤다. "뭐라고? 다시 말해봐. 제대로 못 들었어."그녀의 표정을 본 우해민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더이상 이렇게 나댈 수는 없었다. 언니는 이미 단단히 화가 났고, 어깨뼈에서 전해지는 통증도 그녀에게 이런 죽음을 차조하는 짓은 하지 말라고 일깨워 주고 있었다.그러나 그 반지를 보던 그녀의 머릿속에는 김승엽의 얼굴과 그녀가 한 맹세가 떠올랐다. 일생동안 함께 있어주겠다고. 그녀는 난생 처음으로 이렇게 누군가를 원하고 사랑했다. 어차피 이 지경이 된 이상 더이상 무서울 것도 없는데 뭘 더 바래? 우해민은 입술을 깨물고, 비록 연약하지만 확고하게 말했다. "언니, 화난 것도 알고 내가 그렇게 말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도 알아. 하지만,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언니한테 부탁한 적도 없고, 말대꾸한 적도 없고, 언니의 뜻을 거스른 적도 없어. 지금도, 난 다른건 바라지도 않아. 하지만 그 반지는 내거야. 그 사람이 나한테 준거야. 그러니까 나한테 얼른 돌려줘. 더이상도 바라지 않을테니까 딱 그 반지만큼은 내가 가져야겠어. 그것만 있으면 난 만족해.”만족한다고? 그녀는 사실 더 많은 것을 원했지만, 그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애초에 알고있었다. 아예 이렇게 마음을 비우면 약간의 위안이라도 있어 좋지 않을가 싶었다.그리하여 그 반지가 더더욱 소중해진 우해민은 굳게 말했다.그러나 우해영은 차갑게 웃었다. "그래? 네거라고?"그녀의 얼굴은 차분한게 거의 얼굴색이 변하지도 않았지만, 반지를 쥐고 있는 손은 점점 더 움츠러들었다. 우해민은 전혀 몰랐다. 자신이 방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