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은 다소 의외였다. 매부리는 매우 신비한 조직으로서 오로지 돈 많은 사람들을 대신해서 일을 처리했다. 돈만 충분하고 완성할 수 있는 임무라면 그들은 종래로 실수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아무도 매부리에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이번엔 누가 돈을 써서 매부리를 찾아 설백현을 잡으러 갔을까?소 씨 집안?소 씨 집안은 확실히 그를 잡을 이유가 있었다.시원은 마음속으로 헤아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이 일은 더 이상 상관하지 말고 사람들 데리고 돌아와!"그가 설백현을 잡으려고 한 것은 허연을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속의 분노를 삼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감히 그의 여자한테 구애하다니. 이건 여태껏 없었던 일이었다.그러나 지금 누군가가 그를 위해 힘을 썼으니 그도 더 이상 직접 손을 쓸 필요가 없었다."네, 형님!"시원은 또 사람을 파견하여 이 일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 새벽, 설백현은 누군가에 의해 묶인 채로 경찰서 문 앞에 던져졌다.경찰서 사람들은 누가 그를 잡았는지 감시 카메라를 확인해 봤지만 뜻밖에도 아무런 화면도 없었다.......점심에 수업이 끝나자 소희와 하나는 교외로 나가 밥을 먹었다.두 사람이 교문을 나설 때 마침 소연이 소 씨네 집안의 차를 타고 떠나는 것을 보았다.하나는 소연의 뒷모습을 보며 무언가가 떠올린 듯 입을 열었다."내가 학교 채팅 그룹이 하나 있는데 그 안에 4학년 선배가 있거든. 어제 내가 채팅하다 그냥 한 번 물어봤는데 글쎄 누가 주민이 예전에 소연을 쫓아다니며 고백했지만 실패했다는 거야."소희는 의외였다. "언제 일인데?"하나는 대답했다."아마 선배들이 1학년 때였을걸. 그들은 우리보다 한 학년 위잖아. 그때 임유림은 아직 강성대에 오지 않았고."소희는 머릿속에 문득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곰곰이 생각하지 못하고 하나에 의해 앞으로 끌려갔다."내가 좋아하는 사람 맞은편에 있어. 빨리 가자고."소희는 어이가 없었다."......"소연은 차를 타고 국화 선생님 여정을 만
소연은 핸드폰을 쥔 손에 땀을 흘렸다."할아버지, 저는 금방 졸업해서 당분간 맞선보고 싶지 않아요."해덕은 한순간 침묵하며 목소리가 차가워졌다."연이야, 요 2년 동안 사업이 그렇게 잘되지 않아서 우리 소 씨네 집안은 이미 예전만 못해. 강성은 곧 큰 프로젝트 하나를 개발할 건데 마침 책임자가 서휘경의 고모부야. 만약 이 일이 잘 되면 우리 집안도 프로젝트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그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연이야, 너도 소 씨네 집안에서 20여 년간 지냈으니 양심이 좀 있어야지. 할아버지는 네가 줄곧 철이 있고 은혜를 알고 보답하는 아이란 거 잘 안다."소동은 숨을 쉬지 못했다."할아버지, 저도 소 씨네 집안 덕분에 이렇게 잘 자랄 수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 저는 반드시 우리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께 잘 효도할 거예요."해덕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는 무슨. 지금 효도할 기회가 있잖아."그는 또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사실 정상적으로 말하면 소희야말로 우리 소 씨네 집안사람이야. 너희 부모님의 재산은 모두 그녀에게 줘야 하거든. 그러나 네가 말 잘 들으면 할아버지한테 다 방법이 있어."소연은 머리가 윙윙거리며 한참 지나 입을 열었다."어디서 만나면 되죠?""저녁 6시, 샹젤 웨스트 레스토랑. 잘해봐."전화를 끊고 한참 지났지만 소연은 여전히 손발이 차가웠고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소 씨 집안은 지금 그녀를 서 씨네로 팔려고 한다는 생각!평소에 소가네 어르신은 모두 상냥하고 자상하며 마치 그녀를 친 손녀로 여기며 잘 대해줬지만 관건적인 상황에 부딪치자 그녀는 그들에게 있어 자신은 그냥 이익을 교환할 수 있는 물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그들은 왜 소희 보고 그 서휘경과 결혼하라고 하지 않는 것일까?설마 그녀가 친자식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대로 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절대 그럴 순 없었다. 그녀는 20년 동안 응석받이로 자랐으니 결코 그들에 의해 자신의 미래를 망치지 않을
그녀는 소희의 뒷모습을 보며 천천히 웃었다.소희는 아주 예뻤다. 그녀조차 자괴감이 들 만큼 예뻤다.휘경이 만약 소희를 만났다면 반드시 마음이 변하며 소희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서 씨네 집안에 시집가는 이런 “좋은” 일은 소 씨네 친 손녀가 하는 것이 더 마땅하지 않겠는가!그녀는 소 씨네 사람도 아닌데 왜 소 씨 집안의 이익을 위해 헌신해야 할까?그녀는 핸드폰을 끄고 조용히 기다렸다.시간은 1분 1초 지나갔다. 소연도 감히 너무 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6시 30분 될 즈음에 차에서 내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예약한 룸 번호를 웨이터한테 알려주자 웨이터는 바로 그녀를 안내했다.방음이 너무 좋아서 일가, 룸 밖에 서 있던 소연은 룸 안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눈알을 굴리며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들어와!" 안에서 남자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연은 멈칫하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룸 안에는 서휘경 한 사람밖에 없었다.휘경은 이미 기다리다 지쳐서 귀찮아졌지만 소연을 보는 순간 눈이 밝아지며 즉시 입을 벌리고 웃었다."안녕하세요, 소연 씨."소연은 인차 물었다."소희는요?"휘경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소희가 누구죠?"소연은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분명 소희가 들어오는 것을 봤는데, 왜 이 안에 소희가 없는 것일까?휘경은 웨이터더러 나가라고 하고는 문을 닫았다. 그는 한 쌍의 세모진 눈으로 대놓고 소연의 몸을 이리저리 훑으며 웃으며 말했다."소연 씨, 얼른 앉아요!"룸 안의 인테리어는 엄청 화려했다. 크리스털로 만든 샹들리에, 진귀한 벽화, 정교한 식탁보, 생화, 촛대는 과장하는 동시에 사치스러웠다.소연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으며 어색하게 설명했다."차가 좀 막혀서 늦었어요.""괜찮아요!" 휘경은 직접 소연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와인을 들어 크리스털 와인잔에 따랐다."소연 씨가 오기만 한다면 아무리 늦어도 난 기다릴 거예요."그는 웃으며 말했다. 기름이 번지르르하고 울퉁불퉁한 그의
소희는 안으로 들어가며 담담하게 소연을 불렀다."소연아."휘경은 멍하니 소희를 바라보며 일어섰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를 지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확실히 예쁘네요!"소동은 은근히 한숨을 돌리며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소희는 좀 늦게 왔지만 다행하게도 모든 일은 그녀의 예상 안에 있었다.휘경은 소희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감탄했다."나는 소 씨네 집안에 이렇게 예쁜 딸이 있을 줄은 전혀 몰랐네요!"그는 소정인한테 딸이 하나밖에 없다고 들었던 것이다.소희는 맑은 눈빛으로 그에게 물었다."당신 방금 내 여동생과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거죠?"휘경은 인차 웃으며 말했다."우리는 소희 씨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내 얘기요?" 소희는 소연을 힐끗 쳐다보았다."무슨 얘기요?"소연은 갑자기 긴장하며 바삐 입을 열었다."내가 언니랑 6시에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언니를 못 봐서 걱정하는 마음에 서휘경 씨한테 언니 봤냐고 물어본 것뿐이야."소희는 살짝 웃었다. "그래?"휘경은 작은 눈을 반짝이며 웃으며 말했다."소희 씨 마침 잘 왔네요. 우리 세 사람 함께 한잔하죠."소희는 갑자기 안색이 가라앉았다.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요?"휘경은 얼굴의 웃음이 굳어졌다."뭐라고요?""소연은 당신이 두꺼비가 백조 고기를 먹으려 한다고 말했거든요. 내가 보기엔 당신은 두꺼비만도 못하네요. 내 여동생과 결혼하고 싶으면 다시 환생해요!"소희의 말투는 마치 차가운 바람처럼 휘경의 메스꺼운 얼굴에 내리쳤다.소연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언니, 그게 무슨 소리야?"소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네가 서휘경이 싫다고 나보고 도와달라고 했잖아?"휘경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흉악한 눈빛으로 소연을 노려보았다."빌어먹을 년!"소연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아니, 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휘경은 화가 나서 소연의 얼굴에 와인을 뿌리며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으려 했다.소희는 인차 소연의 앞으로 나서며 휘경에게 뺨 한 대를
소연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마음속으로 소희를 원망했다. 소희는 틀림없이 고의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소희는 자신이 그녀보다 우수한 것을 질투하고 자신이 진원의 총애를 받는 것을 질투해서 기회를 찾아 그녀한테 보복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틀림없이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그녀는 반드시 소희의 뜻대로 되지 않게 할 것이다. 그녀는 진원의 총애를 독점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소 씨 집안의 재산도 모두 그녀 혼자의 것으로 만들 것이다!쓸모없는 촌놈이 무슨 근거로 그녀와 싸운다고!......소희는 편의점에서 파스타 하나를 사서 어정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파스타를 만들고 있을 때 그녀는 진원의 전화를 받았다.전화가 연결되자 진원은 차갑고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소희야, 너 왜 우리 연이를 괴롭히는 거야? 그리고 어디에서 그런 양아치 같은 싸움을 배웠어? 나는 네가 연이를 싫어하는 거 다 알아. 그리고 애초에 내가 널 잃어버렸으니 화가 있으면 나한테 화풀이를 해……"소희는 냄비의 물이 이미 끓는 것을 보고 전화를 끊은 뒤 핸드폰을 한쪽에 던지고 파스타를 끓이는 데 전념했다.진원이 다시 전화를 하자 소희는 핸드폰을 무음모드로 조절했다.그녀는 소연이 집으로 돌아간 후 진원과 무슨 말을 했는지 대충 추측할 수 있었다. 해덕이 소연에게 친구를 소개해 주었는데 두 사람이 한창 유쾌하게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자기가 가서 상대방을 때렸다고 말했을 것이다.소연더러 해덕의 미움을 사게 했을 뿐만 아니라 서 씨네 집안한테도 미움을 사게 했다.모든 잘못은 모두 소희가 저지른 것이라고.소희는 설명해 봤자 어차피 진원은 그녀를 믿지 않을 것이다.연희의 말이 맞았다. 진원은 하도 멍청해서 설사 그녀가 생물학 적인 자신의 어머니라 하더라도 멍청한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사람의 감정은 한계가 있었고 진원은 자신의 모든 사랑을 소연에게 주었다. 그래서 소희한테는 이미 줄 사랑이 없었다.혈연관계도 20년의 공백을 메울 수 없었다....
서재에서 정인이 전화를 끊자마자 진원이 문을 밀고 들어와 냉담하게 말했다."앞으로 소희한테 다시는 전화하지 마요. 우리는 이런 딸이 없는 걸로 해요!"정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적어도 소희의 설명을 들어야지.""뭘 들어요?" 진원은 노발대발했다."소희는 틀림없이 아버님이 소연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해 준 것에 대해 질투하여 고의로 가서 소란을 피운 거라고요! 게다가 사람까지 때리다니, 이게 여자애로서 할 수 있는 일인가요? 요 몇 년 동안 밖에서 대체 무엇을 배웠길래, 지금 완전 양아치와 다름이 없잖아요!"정인은 나지막이 말했다."그 서휘경인지 뭔지 하는 사람이 무슨 남자 친구야? 일이 이렇게 됐으니 우리한테 나쁠 것도 없지. 만약 소희가 방해하지 않았다면 당신 설마 정말 연이를 서가네로 시집보내고 싶은 거야?"진원은 코웃음쳤다."이건 완전히 다르죠. 난 연이를 그 집안으로 보내는 것을 원하진 않지만 소희가 연이를 질투해서 일부러 우리 연이 괴롭힌 것도 사실이잖아요.""연이가 소희를 불렀다면?" 정인이 물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진원은 단언했다.정인은 진원이 소희에 대해 편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어떻게 말하든 진원은 소희를 믿지 않을 것이다.진원은 화가 가시지 않았다."이제 망했어요. 서 씨네 집안의 미움을 산 데다 지금 본가와 서가네는 모두 우리 연이를 미워하고 있잖아요. 소희가 한 일 좀 보라고요!""내가 어떻게 이렇게 음흉하고 포악한 딸을 낳을 수 있죠? 아무튼 지금부터 당신은 더 이상 소희와 연락하거나 더 이상 돈 주지 마요. 소희한테 우리의 돈과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는 모든 정력을 연이에게 쏟아야죠."진원은 자신 있게 말했다."우리는 남은 반평생 연이한테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요."정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에 구택이 오자 소희는 그를 안고 문득 입을 뗐다."둘째 삼촌."구택은 멈추고 어둠 속에서 그녀의 얼굴에 키스하며 낮은 소
두 사람은 서로 껴안은 채 잠들었다. 달빛은 소리 없이 흐르며 하룻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하늘이 금방 밝았을 때 구택은 갑자기 놀라며 잠에서 깨여났다. 눈을 뜨자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이 작은방에 누워있는 것을 발견하였다.그가 여기서 하룻밤을 지냈다!방안의 햇빛은 희미했고 소희는 여전히 잠을 깊이 자고 있었다. 구택은 그녀의 얼굴을 잠시 보고는 천천히 일어나 소리 없이 떠났다.날이 완전히 밝을 때까지 잔 소희는 무엇이 생각났는지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남자가 누워 있던 곳은 텅 비어 있었다.그는 역시 떠났다.소희는 담담하게 눈을 돌려 밖의 태양을 바라보며 기지개를 쭉 켰다.눈 깜짝할 사이에 또 일주일이 지나갔다. 지금 시간은 이미 6월에 들어섰다. 수업 시간에 하나는 그녀에게 미술관의 그림 전시회가 곧 열린다고 투덜댔다. 그러나 표는 어찌나 구하기 어려운지 하나는 암표 장수까지 찾았지만 표를 사지 못했다.소희는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지만 하나는 그저 소희가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마음에 두지 않았다.토요일에 임 씨네 별장에서 떠날 때 소희는 도 씨 어르신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잔뜩 화가 났다."못된 계집애, 내가 너를 찾지 않으면 너도 나란 사부님이 있다는 것을 잊었겠지?"소희는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 보고 싶었어요."이 말을 들은 어르신은 즉시 분노가 가라앉았지만 그는 일부러 코웃음을 쳤다."흥, 보고 싶다는 사람이 왜 나한테 전화도 안 하고 날 보러 오지도 않는 게야? 진석은 나를 보러 매주 오는데, 넌 그보다 더 바쁜 거야?"소희는 목소리를 낮추었다."제가 잘못했어요. 오늘 오후에 사부님 보러 갈게요. 사부님이 제일 좋아하는 계화떡 사서요.""오후까지 기다릴 필요 없어, 지금 바로 와. 와서 같이 밥 먹자." 어르신은 다짜고짜 말했다.소희는 시원스럽게 대답했다."알았어요, 하지만 저는 강성대에서 출발해야 하니까 적어도 한 시간은 걸릴 거 같아요. 배고프시면 먼저 식사해요.""잔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한 달 전에 나왔어요."진석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쁘진 않네요. 계속 외딴 산속에서 지내면 성격도 괴팍해지는 법이죠."소희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부인을 않았다.두 사람은 또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때 진석이 물었다."사부님이 왜 불렀는지 알아요?""무슨 일 생겼어요?" 소희가 물었다.진석이 대답했다."내일 미술관 국풍 전시회가 정식으로 열리잖아요. 이번에 전시회 책임자가 사부님을 초청하여 마지막으로 전시회장을 좀 체크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래서 사부님이 아가씨를 데리고 가려는 거예요."이유를 알자 소희는 눈썹을 찌푸렸다."오랫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아서 오늘 틀림없이 사부님께 혼날걸요."진석은 웃었다. 그의 얼굴은 준수했다."그래서, 내가 같이 가주는 거예요."소희는 한숨을 돌리고 활짝 웃었다."고마워요."한 시간 후, 차는 작은 서양식 건물 밖에 세워졌다. 진석과 소희 두 사람은 나란히 안으로 들어갔다. 정원에 들어서자 안에서 어르신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연자갱에 설탕 좀 많이 넣고. 그 계집애는 단것을 좋아해서 설탕 적게 넣으면 절대 안 먹어."진석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사부님은 그래도 아가씨를 가장 아낀다고요."소희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그녀는 청석판을 밟으며 계수나무 사이의 오솔길을 가로질러 외쳤다."사부님, 저 왔어요!"눈 깜짝할 사이에 한 노인이 입구에 나타났다. 짙은 남색의 비단 상의를 입고 백발이지만 젊고 정정한 노인은 소희를 보며 처음에는 웃었지만 즉시 표정을 굳힌 채 차갑게 말했다."난 또 네가 우리 집 대문이 어디 있는지 잊어버린 줄 알았다!"소희는 정색하며 말했다."그래서 일부러 선배더러 데려다주라고 했어요."도 씨 어르신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다시 한번 말해봐."소희는 피식 웃었다.진석의 냉엄한 얼굴에도 웃음이 나타났다.소희는 어르신의 팔을 잡고 방에 들어갔다. 하인은 이미 음식을 다 만들었기에 소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즉시
휴대폰을 내려놓은 뒤, 강아심은 인터넷으로 강성 군수 공장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관련된 내용은 거의 없었고, 유용한 정보는 전무했다.공장 뒤의 책임자에 대한 정보는 더욱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속으로 감탄했다.‘역시 철저히 감춰져 있군.’책임자에 대해 알 방법이 없으니, 결국 현장에서 상황에 따라 대처해야만 했다.아심은 다시 허형진 회사의 자료를 꺼내들고, 오후 내내 그의 회사 제품에 대해 숙지했다. 그저 자리에만 앉아 있는 장식품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완벽히 전문적이지는 못해도, 적어도 기본적인 질문에는 답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했다....퇴근 후, 허형진이 직접 아심을 데리러 왔다. 허형진은 4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중년 남성들의 모습과는 달랐다.배가 나오지도 않았고, 머리도 빠지지 않았으며, 상업적인 느끼함과 세속적인 느낌이 없었다.검은색과 회색이 조화를 이룬 스포츠웨어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 그의 모습은 세련되고 단정했다.아심은 그를 보자 놀란 듯 웃으며 말했다.“오늘같이 중요한 자리에서, 이 복장은 좀 너무 캐주얼한 거 아닌가요?”허형진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맑은 눈빛으로 답했다.“이런 자리에서는 제가 주인공이 아니잖아요. 너무 눈에 띄지 않는 게 더 낫죠. 낮추는 게 전략이예요.”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좋은 꿀팁이네요!”허형진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사장님, 제가 오히려 배워야 할 게 많아요. 제가 이렇게 아는 척하는 건, 고수 앞에서 재주를 부리는 거나 다름없어요.”아심은 생각하는 척하며 말했다.“이렇게 저를 띄워주시면, 오늘 저한테 맡기신 일에 오히려 긴장돼서 제대로 못 할까 봐요.”허형진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긴장할 사람은 저죠. 제가 사장님을 모시고 가는 이유도 제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예요.”그들은 몇 마디 농담을 주고받은 뒤, 함께 넘버 나인으로 향했다.넘버 나인에 도착하자, 이미 몇몇 사람들이 와 있었다.고급스럽고 우아하게
도경수는 여전히 자신의 기쁨에 취해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기대어 마치 어린 시절처럼 의지하는 도도희를 보며 순간 멍해졌다.늙은 눈동자가 붉어지더니, 그는 도도희의 어깨를 감싸안고 다정하게 등을 두드렸다. 아무 말 없이도 두 사람의 마음은 혈연으로 연결된 듯 서로의 감정을 이해했다....수요일, 강아심은 한 오래된 고객에게서 전화를 받았다.[사장님, 부탁드릴 일이 하나 있는데요.]아심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사장님, 말씀하세요.”허형진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사실 이번에 강성에서 아주 큰 규모의 군수 공장을 설립하려고 해요. 이 공장은 공사 협력 기업 형태로 시작되지만, 곧 국내 최대 군수 산업체가 될 예정이고요.][지금 투자 유치 단계에 들어가는데, 많은 공급업체의 참여가 필요해요. 그리고 우리 회사 제품이 딱 적합해요.]아심은 웃으며 말했다.“사장님의 회사는 실력과 평판이 있으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그러나 허형진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제 실력은 믿지만, 문제는 군수 공장 뒤에 있는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잘 모르겠다는 거죠.][다른 공급업체들도 지금 난리예요. 여기저기 이 비밀스러운 인물의 배경과 정보를 캐내고 있죠.]아심은 흥미롭게 물었다.“그럼 뭔가 알아내셨나요?”허형진은 약간 자랑스럽게 대답했다.[다행히 제 인간관계가 괜찮아서요, 몇 가지 실마리를 잡았습니다.] [오늘 저녁, 주요 군수 장비 공급업체 몇 곳이 이 인물을 모시기 위해 넘버 나인에서 저녁 자리를 마련했대요.][저도 얼굴에 철판 깔고 참석하려고 해요. 그래서 사장님께 전화 드린 거예요. 번거롭겠지만 같이 가주실 수 있을까요?]그 말에 아심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제가요? 그분을 아는 것도 아니고, 제가 가서 도울 수 있을까요?”허형진은 급히 말했다.[사장님,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바라는 건 사장님께서 그분의 성향을 파악해 주시는 거예요. 이런 부분에서 강아심 사장님은 전문가시잖아요.]그는 곧 덧붙였다.
“누가 네 아버지를 파티에 초대했는데, 굳이 재희를 데리고 간 거야. 내 생각엔 재희를 자랑하려고 데리고 간 게 분명해!”강재석은 투덜거리며 말했다.“재희는 워낙 착해서, 네 아버지 뜻에 다 맞춰주고 있잖아!”도도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재희를 데리고 가서 뭘 하시려고 그러는지.”강재석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양반 말이, 재희가 청년 인재들을 많이 알아둬야 한다더군. 이게 다 나를 약 올리려고 하는 거라니까!”도도희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우리 아버지, 생각이 점점 더 많아지시네.”그러다 갑자기 표정이 누그러지며 말했다.“오늘 재희 아빠를 만났어요.”강재석은 그녀의 얼굴을 살피며 부드럽게 웃었다.“결국 만나러 갔구나.”도도희는 고개를 숙이며 가볍게 끄덕였다.“재희를 걱정하실까 봐, 만나서 얘기하고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그리고 오늘 알게 됐는데, 그 사람이 유학 갈 때 썼던 돈이 사실 우리 아버지가 준 거였어요.”강재석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실 그 일, 나도 알고 있었어. 그때 네 아버지가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해서 너한테 이야기하지 못했을 뿐이지.”“아저씨도 알고 계셨어요?”도도희는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자, 강재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그때 네가 재희를 낳고 나서, 네 아버지도 마음이 흔들렸었지. 너와 재희 아빠를 강하게 반대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 양반도 고집이 꽤 세잖아.”“그때 네 아버지는 그 남자가 너를 좋아하는 게 정말 진심인지 의심했어. 그래서 찾아가 돈을 주며 시험해 본 거야.”강재석은 말을 이어갔다.“네 아버지의 생각은 그랬어.”“만약 돈을 거절하고 너와 함께하는 걸 택한다면, 비록 아이가 태어난 상태라 해도 네 아버지는 너희 관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지.”“그런데 안타깝게도 돈을 받고 떠났고, 그 일로 네 아버지는 크게 실망했지.”“네가 계속 그 남자를 그리워하니 더 화가 났던 거
이도하는 순간적으로 얼어붙은 듯 도도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차분하고 냉정했으며, 그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안감이 치솟았다.한때 자신만 바라보던 도도희를 결국 스스로 놓쳐버렸다는 뼈아픈 자각이 가슴을 후벼 팠다.후회와 고통이 이도하의 마음을 가득 채우며, 그는 그 시절의 선택을 다시금 의심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침묵하던 이도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우리 딸을 찾았다고 들었어. 맞아?”이도하가 말을 마치자, 도도희의 표정에 경계심이 스쳤고, 이를 알아챈 그는 즉시 덧붙였다.“걱정하지 마. 절대 딸을 빼앗으려는 게 아니야. 솔직히 너무 궁금하긴 하지만, 내가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단 한 번도 다하지 않았다는 걸 잘 알아.”“그러니 네 곁에서 데려가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도도희는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그 아이는 당신에 대해 물어본 적도 없고, 아버지에 대해 궁금해하지도 않아. 그러니 굳이 만남을 주선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이도하는 순간적으로 희미한 기대를 품었지만, 도도희의 말에 완전히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는 말했다.“그 아이에게 내 이야기는 하지 마. 난 만날 자격조차 없으니까.”그는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이번에 귀국한 건 부모님을 해외로 모시러 온 거야. 아마 이번이 마지막 귀국일지도 몰라.”“그런데 떠나기 전에 네게 꼭 말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이렇게 연락했어.”도도희는 말했다.“무슨 얘긴데?”이도하는 두 손을 맞잡고,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하듯 고개를 숙였다.“도도희, 20년 전 내가 갑자기 떠난 건 네 아버지가 날 찾아왔기 때문이야.”도도희는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뭐라고?”“네 아버지가 날 찾아와서, 해외로 떠나라고 돈을 줬어.”이도하는 고개를 떨구며, 미안함에 목소리가 낮아졌다.“그 당시 나는 전액 장학금을 받지 못해서 집안 형편으론 해외 유학을 갈 수 없었어.”“결국 그 돈의 유혹에 넘어갔지. 미안해. 이건 20년간 내 마음을 짓누
이도하는 말했다.[며칠 전 강성대학을 지나가다, 우리가 자주 가던 대학교 맞은편 식당이 사라졌더라고.][지금은 카페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그곳이 그립더라. 내가 거기 예약했어. 기다릴게. 너 안 오면 난 안 가!”도도희는 이도하에게 확답을 주지 않았다.잠시 후, 이도하는 침묵 속에서 전화를 끊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도도희는 고민 끝에 이도하를 만나기로 결심했다. 20년 전 그는 갑작스럽게 떠났고, 둘의 관계는 그렇게 끝났다. 그래서 이번 만남은 20년 후에 과거를 정리하는 마침표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도도희가 집을 나서려 할 때, 이반스가 뒤에서 다가왔다. 그는 손에 우산을 들고 있었고, 깊은 갈색 눈동자에는 온화한 배려가 담겨 있었다.“도경수 어르신 말씀에 따르면, 정원에 개미가 이사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오늘 비가 올지도 모르니 우산을 가져가.”도도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우리 아버지가 재희를 위해 장난으로 하신 말이야.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할 수 있는데, 개미를 보고 날씨를 예측하다니?”그러나 이반스는 고집스러웠다.“그래도 가져가.”도도희는 결국 손을 내밀어 우산을 받으며 말했다.“고마워, 이반스.”이반스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천만에. 빨리 돌아오기나 해.”도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이도하는 이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를 보는 순간 도도희의 감정은 물밀듯이 몰려왔다.2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이도하는 도도희의 기억 속 모습과는 사뭇 달라졌다. 약간 체격이 커졌고, 눈빛은 예전만큼 맑지 않았다.그는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듯했으며, 얼굴에는 세월의 풍파보다는 여유가 담겨 있었다. 여전히 점잖고 잘생긴 모습이었지만, 더 이상 도도희가 알던 그 사람은 아니었다.그들과 함께했던 수많은 추억이,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물결처럼 떠올랐다.도도희는 여전히 믿고 있었다. 그 시절, 이도하는 자신을 사랑했었다
아심은 살짝 민망해하며 도도희를 속일 수 없다는 걸 알고 부드럽게 웃었다.“그냥 오해였어요.”...도도희와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눈 후, 아심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샤워하고 머리를 말린 뒤 침대에 누웠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책을 한 권 꺼내 읽어 보았으나 흥미가 생기지 않아 한쪽으로 던지고, 다시 몸을 뒤집어 침대에 엎드렸다.한참 지나 새벽이 되자, 휴대폰이 진동하며 알림이 왔다. 아심은 바로 휴대폰을 열었고, 누군가 그녀에게 음악 공유를 요청하는 화면을 보자마자 눈가가 붉어졌다.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었다. 부드럽고 잔잔한 멜로디가 흘러나오자, 그녀의 감정이 출렁이며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노래 한 곡이 끝난 뒤, 아심은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보냈다.[아직 화났어요?]그러자 강시언이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내가 듣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야.]아심은 다시 물었다.[그럼 뭘 듣고 싶은데요?][스스로 생각해 봐. 생각나면 알려줘.]아심은 휴대폰 화면을 이마에 댄 채 잠시 머물렀고, 이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답장은 보내지 않은 채 휴대폰을 손에 쥔 채 그대로 잠에 들었다....토요일 아침이 되자 막 잠에서 깨어난 도도희는 도경수와 아심이 정원에서 함께 꽃나무를 손질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았다.도경수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고, 요즘 그의 기분은 나날이 좋아져 몸 상태까지 달라 보였다. 거실에서는 강재석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에 도도희는 다가가 인사를 건네며 웃었다.“재희가 어렸을 때랑 정말 비슷하네요. 항상 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다녔었죠.”강재석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웃었다.“이젠 도경수도 뭐만 해도 꼭 아심이를 데리고 하려고 하니까.”도도희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이때, 양재아가 계단을 내려와 밝게 인사했다.“할아버지, 도도희 이모.”재아는 정원에서 도경수와 아심이 함께 있는 모습을 힐끗 보며 약간의 어색함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제가 도경수 할아버지의 손녀가 아니라는 게 확정됐으니, 이
자신의 별장으로 돌아온 강시언은 넓은 거실의 어둠과 고요 속에 발을 들였다. 거실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이 커다란 통유리창을 통해 바닥에 옅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그는 조명을 켜고 셔츠의 단추를 풀며 담배를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 발코니의 라탄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한쪽 팔을 의자 팔걸이에 느긋하게 걸친 채 어두운 밤 풍경을 바라보았다.시언의 손가락 끝에서 담배 불빛이 희미하게 깜빡였고, 어두운 조명 속에서 남자의 차가운 분위기는 더욱 서늘하고 날카롭게 느껴졌다.잠시 후, 휴대폰 알림 소리가 울리자, 그는 컴퓨터를 열어 화상 회의를 시작했다.시야는 온두리 지역의 몇 가지 상황을 보고했다. 그러나 시언은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히 대답만 할 뿐이었다.시야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속으로 의아해했다. 그는 최근 문제를 일으킨 노도 일행의 부하 몇 명을 체포했고, 은신처 하나를 철저히 파괴했다.이 정도면 칭찬받을 만한 일이었는데, 시언은 조금도 기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시야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진언님! 혹시 또 강아심 씨와 다투신 겁니까?]시야는 설날 무렵, 자신이 시언의 연애를 방해한 일을 뒤늦게 알고는 몹시 불안해했었다.당시 아심은 남자 친구를 만난 상태였고, 그 일로 시언이 몇 날 며칠 동안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소문을 들었다.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진 걸까 싶었다. 그의 질문이 끝나자, 화면 속에 있던 시경과 시온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그러나 시언의 얼굴은 한층 더 차갑고 어두워졌다.“다른 보고할 내용은 없나?”그의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시야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화상 통화로 안전한 거리에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시경은 시야에게 조용히 입을 닫으라는 눈빛을 보내며 시언에게 보고했다.[요청하신 자료는 오늘 이미 전달했습니다.]시언은 짧게 대답했다.“알겠어.”시경은 이어서 말했다.[몇 가지 세부 사항은 직접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회의는
여준석은 바로 강아심 옆에 앉았다. 그의 눈은 순수하고 꾸밈없으면서도 젊음의 활기로 빛나고 있었다.“누나, 대학은 졸업하셨어요?”아심은 잔잔하게 웃으며 말했다.“제 모습이 아직 학생 같나요?”준석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뭐랄까,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누나는 정말 특별해 보여요!”아심의 눈은 깊고 매혹적이었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처럼 심오한 아름다움이 느껴졌고, 많은 일을 겪은 뒤의 투명함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이목구비는 여전히 순수하고 온화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 맑음과 매혹 사이에서 저절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겼다.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나는 대학에 다니지 않았어요. 일찍부터 일을 시작했죠.”준석은 놀라움과 아쉬움이 섞인 얼굴로 말했다.“정말 아쉽네요.”준석은 아심이 도씨 집안에 돌아오기 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을 거로 생각하고는 말했다.“하지만 이제 집에 돌아왔으니, 다시 공부를 시작해 볼 수도 있잖아요.”아심은 흥미를 느낀 듯 말했다.“사실 그런 생각도 하고 있어요.”준석은 열정적으로 말했다.“어떤 전공을 공부하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시면 제가 학교를 추천해 드릴게요. 저도 요즘 해외 유학을 고민하고 있어서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있거든요!”아심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우선 자료를 좀 찾아볼게요.”이때 도경수가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둘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느라 음식이 다 식겠네. 일단 밥부터 먹어라!”다른 사람들도 그의 말을 듣고 시선을 두 사람에게로 돌렸다. 아심은 대각선 맞은편에 앉아 있는 시언의 깊고 어두운 눈빛과 마주쳤다.시언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아심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몇 마디 농담을 나눈 뒤 다시 식사를 이어갔다....식사 후, 모두 거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경수는 아심이 최근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이야기를 꺼내며 여정에게 그녀의 그림 실력을 봐 달라고 부탁했다.여정은 겸손한 태도로 말
잠깐 네 눈이 마주친 뒤, 아심은 시선을 피하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말했다.“성을 바꾸는 건 급하지 않아요. 관련된 서류도 많고, 회사 법인 자료나 도장 같은 것들도 처리해야 해서 조금 번거롭거든요.”도경수는 단호하게 말했다.“어차피 바꿀 거니 걱정하지 마라. 할아버지가 다 알아서 해줄게.”강재석은 웃으며 시언에게 물었다.“시언아, 넌 어떻게 생각하니?”시언은 여전히 냉담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건 아심의 일이니, 제 의견은 중요하지 않죠.”아심은 속눈썹을 살짝 떨며 정원의 꽃나무를 바라보았다. 저녁이 깊어지면서 낮 동안 화려했던 목련꽃은 저무는 빛 아래서 쓸쓸해 보였다.도도희는 두 사람의 반응을 살피며 부드럽게 웃었다.“성을 바꾸지 않아도 호적은 올릴 수 있어요. 천천히 해도 되니까요. 대신 파티는 언제 열지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강재석은 말했다.“파티 준비도 생각보다 많아. 초대장을 몇 장 보낼지, 누구를 초대할지도 결정해야 하고.”도경수는 금세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초대장은 내가 직접 쓰지!”강재석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준비 시간이 더 오래 걸리겠는데.”도도희는 달력을 살펴보며 말했다.“그러면 이달 말에 하는 게 어떨까? 그때까지 초대장을 준비해서 발송하면 되겠네.”현재는 5월 중순이었고, 말까지는 열흘 남짓 남아 있었다.도도희는 강아심을 바라보며 물었다.“재희야, 네 생각은 어때?”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와 엄마께서 알아서 정해 주세요. 저는 괜찮아요.”강재석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그럼 그렇게 정하자. 성을 바꾸는 건 아심이 번거롭다고 하니, 파티 이후에 해도 늦지 않겠지.”도경수는 강재석의 의도를 눈치채고 반박하려 했으나, 아심이 말했다.“그럼 저는 강재석 할아버지 말씀을 따를게요.”도경수는 한마디 더 하려다 말을 삼키고 씩씩거리며 입을 다물었다.그때 도우미가 다가와 말했다.“어르신, 여정 씨 오셨어요!”도경수는 고개를 들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