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택시를 타고 식당 근처의 한 개인 병원으로 향했고, 병실에는 자신의 엄마 말고 또 식당의 종업원이 서 있었다.그리고 허연도 있었다."엄마!" 청아는 병상 앞으로 달려들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의사가 들어와서 물었다."누가 허홍연 씨의 가족이죠?""저요!" 청아는 즉시 일어섰다. "우리 엄마 상황은 어떤 가요?"흰 가운을 입은 의사는 손에 든 검사표를 보면서 말했다."방금 응급처치를 해서 곧 깨어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지금 이 병세는 낙관적이지 않아서 가능한 한 빨리 수술해야 해요. 수술을 빨리 진행해야 완치할 기회가 커지고, 더 미루면 아마 이대로 끝날 거예요!"청아는 원래 열이 났는데, 이때 의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안색은 또 약간 하얗게 질려 황송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허홍연의 동료는 인차 갔고 청아는 멍하니 침대 옆에 앉아 머리는 무척 혼란스러웠다. 마치 기계가 멈춘 것처럼 그녀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허연은 가슴을 안으며 병상을 사이에 두고 청아 맞은 편에 앉아 물었다."어때? 내가 말한 일에 대해 잘 생각해 봤어? 네가 승낙하기만 하면 난 즉시 고모의 수술을 안배할 거야."청아는 머리가 아팠고 또 어지러워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방금 의사가 한 말만 계속 울리고 있었는데, 만약 빨리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그녀의 엄마는 죽을 것이다!그녀는 이미 아빠를 잃었으니 더 이상 엄마를 잃을 순 없었다!엄마를 구할 수만 있다면 그녀는 지옥에 가도 원망이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허연을 바라보았고 초췌한 얼굴, 핏발이 가득한 두 눈, 그녀는 쉰 목소리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그렇게 할게, 내가 너를 도와주겠어!"허연은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했다."약속하지?""응!" 청아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언제 돈을 줄 거야?"허연은 눈알을 굴리더니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그건 너한테 달렸지. 내가 시원 오빠랑 자기만 하면 바로 입금 해줄게!"청아는 목이 쉰 채 말했다.
집에 들어간 후, 소희는 청아가 산 음식을 냉장고에 넣고 그녀더러 소파에 가서 휴식하게 한 후, 체온을 한 번 재주었는데 다행히 열은 이미 내려갔다.곧 호텔 사람들이 와서 음식을 배달했는데, 여섯 가지 요리와 국이 하나 있었고, 모두 담백한 음식이었다.청아가 아픈 기회를 빌어 구택은 마침내 당당하게 소희에게 담백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소희도 이번엔 음식 가리지 않고 순순히 청아와 자신에게 갈비탕 한 그릇을 담았다.청아가 물었다."촬영팀에서 일하니까 어때? 누가 괴롭히진 않아?"은서는 지위가 높아서 제작진들 모두에게 인기가 많을 것이다. 그녀는 자꾸 은서가 이 기회를 틈타 소희를 난처하게 할까 봐 걱정했다."아니, 다들 잘 해줘!" 소희는 브로콜리를 삼키며 웃으며 대답했다.최근 요 며칠, 촬영팀은 확실히 매우 잠잠했고 촬영도 매우 순조로웠다. 설정원이 더 이상 오지 않자, 사람들도 더 이상 수다를 떨게 없었다.이연과 은서도 더는 그녀를 귀찮게 한 적이 없었다.청아는 밥을 먹으면서 천천히 말했다."소희야, 며칠 뒤 난 어정에서 나갈 거야. 너 혼자 제때에 밥 챙겨 먹고, 날씨가 추워졌으니까 찬 거 너무 많이 먹지 말고 둘째 삼촌 말 잘 들어."소희는 멈칫하더니 물었다."왜 또 이사를 가려고? 시원 오빠랑 싸웠니?"어쩐지 시원이 그동안 안 왔더라니."아니야!"청아는 즉시 고개를 저으며 설명했다."우리 엄마가 요즘 몸이 별로 좋지 않아서 우리 오빠네 집에서 지내고 있거든. 그래서 나도 거기로 가려고. 우리 엄마 돌볼 수도 있잖아."소희가 물었다. "아주머니 어디 아프셔? 병원에 가서 검사 해봤어?""아무 것도 아니야, 그냥 고질병이야." 청아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말했다.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아주머니가 좀 좋아지시면 다시 이사와."청아는 목이 멨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으며 소희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 있다 평소와 같은 말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좋아, 나도 네가 많이 그리울
이연은 신을 마치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 은서를 찾아갔다."은서 언니, 소희 씨 왔는데, 지금 이정남이라는 그 스태프하고 아주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고 있어요. 정말 대단하네요, 어디를 가든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다니.”은서는 손에 든 커피를 내려놓고 대본을 가져와 대사를 외우며 담담하게 말했다."이것도 능력이지.""확실히 능력이죠!" 이연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은서의 곁으로 몸을 움직였다."그러나 그녀를 잡을 수 있는 사람도 있죠!”은서는 눈가를 치켜세우며 말을 하지 않았다.이연은 웃으며 말했다."하인영!"구은서는 하인영에 대한 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다. 연기가 일반일 뿐만 아니라 성격도 좋지 않은 외모만 있는 여자였다. 그녀는 눈알을 굴리며 천천히 말했다."그녀들 아는 사이야?»"아니요, 하지만 내가 하인영에게 귀띔만 해준다면 그녀는 반드시 소희를 촬영팀에서 쫓아낼 거예요!"이연은 확신했다.은서는 담담하게 웃었다."하인영한테 이렇게 큰 능력이 있다고?"그녀는 잠시 멈추다 계속 말했다."렌더가 홍보해 달라고 나를 찾아 왔는데, 난 아직 고려 중이야. 근데 이연이 네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따 렌더 매니저에게 너 추천할게!"이연은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고마워요, 은서 언니!"은서는 가볍게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열심히 노력해, 앞으로 잘 될 거야!"이연은 자연히 구은서의 뜻을 알고 즉시 흥분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난 앞으로 은서 언니만 따를 게요. 그리고 언니의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게요.»은서는 가볍게 웃었다."가서 일 봐!""응, 언니 두고 봐요!" 이연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구은서는 여자의 뒷모습을 보고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하인영은 제작진더러 그녀에게 다른 분장실 하나를 마련하고 했는데 지금 화장을 하고 있었다. 메이크업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아프게 해서 그녀는 바로 발을 들어 메이크업의 다리를 걷어찼다."너 왜 일을 이딴 식으로 하는 거야? 할 줄 모르면 꺼져! 멍청한 년!
이연은 그제야 천천히 말했다."좀 됐어. 내가 감독님하고 넘버 나인에서 심명 도련님하고 같이 밥 먹었거든. 도련님은 소희 씨를 데리고 갔고. 근데 두 사람 사이가 아주 좋아 보였어. 도련님은 심지어 진씨네 디저트 가게를 소희 씨에게 주었다니까. 그녀가 디저트를 좋아한다고 말이야.»인영은 문득 그날 디저트 가게에서 본 그 여자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실눈을 뜨고 물었다."화전 디저트?"이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인영은 순식간에 질투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속으로 소희를 매우 미워했지만 또 개의치 않는 척하며 냉소하였다."그때 난 아직 심명 오빠와 사귀지 않았어! 그녀가 오빠와 사귀었다고 해도 오빠가 버린 여자일 뿐.”이연은 웃으며 말했다."그때 도련님도 그녀에게 아주 잘했는데, 아무리 좋아도 옛날의 일이니 마음에 두지 마.""응." 인영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이따 우리 둘의 신이 있으니까 난 먼저 준비하러 갈게. 너도 빨리 옷 갈아입어." 이연은 일어섰다. "나 먼저 갈게!"이연이 떠난후에야 인영은 안색이 가라앉더니 자신의 조수를 불러 물었다."어느 게 소희야?»조수는 그녀를 데리고 나가서 옷을 정리하고 있는 소녀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사람이요!"인연은 소희의 옆모습을 보면서 점차 눈이 익었고, 그녀가 바로 그날 화전 디저트에서 본 여자라고 확신했다."그녀는 여기에서 무슨 일 하지?""복장 디자이너 조수예요."그녀는 눈알을 굴리며 분부했다. "조감독님 좀 불러와.""네!" 조수는 대답하며 얼른 갔다.인영의 스폰서가 심명이기 때문에 조감독은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것을 듣고 즉시 달려와 웃으며 말했다."무슨 일이시죠?"인영이 물었다."곧 촬영 들어갈 텐데, 내 옷은?"양 조감독은 고개를 돌려 소희를 불렀다."소희야, 너 하인영 씨를 도와 오후에 촬영할 옷 좀 골라봐."소희는 응답한 뒤 재빨리 옷 한 벌을 가져왔다."이건 하인영 씨의 사이즈예요."인영은 줄곧 소희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조감독은 여전히 비위를 맞추며 웃으며 말했다."그럼 소희에게 물어볼게요."그는 고개를 돌려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야, 며칠 만이라도 하인영 배우님의 조수가 되는 건 어때."소희는 목소리가 냉담했다."죄송하지만, 난 디자이너로서의 일이 있어서 도울 수가 없네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돌아섰다.인영은 눈을 부릅뜨고 소희의 뒷모습을 보며 냉소했다."지금 나한테 시위하는 거야?"양 조감독은 즉시 말했다."소희는 연예인 조수를 한 적이 없어서 규칙도 모르고, 고집도 세서 하 배우님을 만족시킬 수 없을 거예요. 제가 다른 조수 몇 명을 골라올 테니까 좋아하는 사람 하나 골라요."인영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다른 사람은 안 돼. 난 소희가 내 조수가 되길 원한다고. 만약 그녀가 내 밑에서 일하지 않으면 난 이 영화 찍지 않을 거야!"조감독은 화가 나서 마음속으로 온갖 욕을 했지만 겉으로는 계속 그녀를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참을 설득했지만 인영이 듣지 않는 것을 보고 그는 또 소희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소희는 자신의 벤치에 앉아 원고를 디자인하고 있었는데, 양 조감독이 오는 것을 보고 머리도 들지 않았다."난 그녀의 조수로 되지 않을 거니까 양 감독님은 나 설득할 필요가 없어요."양 조감독은 그녀의 옆에 앉았다."소희야, 나 한 번만 도와준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 전에 내가 너에게 미움을 샀다면 따지지 말고. 난 말하는 버릇이 이래서 절대로 너한테 화풀이 하는 게 아니야!"소희는 고개를 들어 담담하게 말했다."다른 일은 도울 수 있지만 이 일은 안 돼요. 내가 그녀의 조수가 된다면, 내 일은 어떡하고요?""다른 조수도 있잖아. 그 사람들 시키면 되지." 조감독은 고개를 숙여 소희에게 부탁했다."내가 비용을 지불할게, 너희 작업실에서 너에게 주는 월급 말고, 내가 매일 너에게 20만 원 더 줄게!"양 조감독은 말을 마치고 소희가 여전히 응답하지 않는 것을 보고, 애걸복걸했다."소희야, 제발,
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 어느새 인영의 분장실에 도착했다. 양 조감독은 소희를 데리고 들어가며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하 배우님, 앞으로 소희가 배우님의 조수예요. 처음으로 연예인 조수를 하는 것이니까 아무것도 잘 몰라요. 그녀가 만약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면, 즉시 저에게 말씀하시고 그녀를 훈계하지 마세요. 소희는 아직 어리잖아요, 그러니까 좀 봐줘요!"인영은 입을 삐죽거리며 조감독을 비웃었다."양 감독님은 왜 작은 조수를 이렇게 관심하고 있는 거지?"그녀는 말투가 애매하고 의미가 불분명했다. 소희는 인영을 보고 안색이 가라앉았지만 말을 하지 않았다.양 조감독은 즉시 말했다."주 감독님이 분부한 거예요. 소희는 디자인 방면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서 주 감독님은 그녀를 아주 중시하고 있죠."그의 말은 인영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주 감독님의 체면을 봐서라도 너무 지나친 일을 하지 말라고.인영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알았어!"양 조감독은 또 소희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 나서야 자신의 일을 하러 갔다.인영의 곁에는 다른 두 명의 조수가 있었는데, 그녀를 도와 옷을 갈아입으며 촬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인영은 소희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거기서 계속 서 있지 말고, 나 목 마르니까 얼른 가서 물 좀 따라줘."소희는 인영의 컵을 가지고 나가서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르고 돌아온 후 빨대를 넣은 다음 탁자 위에 놓았다.인영은 가져와서 한 모금 마시고 또 인차 탁자 위에 세게 올려놓았다."너무 뜨거워, 얼음물 마실래."소희는 나갔다가 곧 돌아와서 손에 얼음 한 그릇을 들고 인영의 컵에 넣었다.인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 갑자기 위가 아프네. 얼음물 마실 수 없으니까 다시 가서 뜨거운 물로 바꿔!"다른 두 조수는 모두 인영이 일부러 소희를 들볶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고소하다고 생각하며 옆에서 지켜볼 뿐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소희는 다른 말 하지 않고 얼음물을 들고 나갔다가 곧 뜨거운 물 한 잔을 따랐다.인영은 한 모금
"가봐, 일 있으면 부를 거야." 인영은 귀찮게 손을 흔들었다.소희는 몸을 돌려 떠나 뒤에 가서 도시락을 받았다. 그곳에 도착하니 도시락은 이미 없었다.그녀는 스테이크를 사러 갔으니, 돌아올 때 점심시간은 거의 지나갔고, 서인의 가게에 가기도 너무 늦었기에 아예 먹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그림을 그렸고, 정남이 와서 그녀에게 도시락 하나를 건네주었다."네 거 하나 남겨뒀어, 방금 데웠으니까 빨리 먹어!"소희도 사양하지 않고 받았다."고마워요!"정남은 그녀의 곁에 앉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 하인영과 거리를 두라고 했잖아, 근데 왜 그녀의 조수까지 됐어?""그녀는 나를 그녀의 조수로 지정했어요." 소희는 천천히 밥을 먹으며 대답했다."모두들 그녀가 일부러 너 괴롭히는 거 알고 있어. 그 여자 정신 나간 거 아니야?"정남은 화가 나서 말했다."정말 사이코패스야!""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뛰어다니거나 물을 좀 따라줄 뿐."소희는 줄곧 인영에게 협조했다. 그녀가 인영의 조수로 되겠다고 했으니 이런 일들도 원래 조수가 해야 할 일이었다. 인영이 너무 지나치지 않는 한, 그녀는 참을 수 있었다.*오후, 인영은 촬영을 마치고 휴식할 때 고의로 인영의 앞에서 소희를 분부했다."나 명금의 디저트 먹고 싶으니까 내가 자주 가는 가게에 가서 좀 사와! 배달 시키지 말고. 난 배달하는 그 남자들이 내 물건을 만지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네가 직접 가서 사!"명금 디저트는 체인점이라, 가장 가까운 가게는 영화성 동남쪽 맞은편에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영화성 서북쪽에 있어서 걸어가면 적어도 30분이 걸렸다.양 조감독은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소희에게 눈짓을 하며 조급해하지 말라고 했다.소희는 그의 표정을 보고 응한 다음 돌아섰다.소희가 멀리 가자 이연이 다가와 낮은 소리로 웃었다."인영아, 너 정말 대단한 걸!"인영은 독기를 품으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조수는 원래 심부름꾼이지. 이런 사람조차 상대할 수 없다면 앞으로
구택, [뭐 하고 있어요?]소희는 천천히 답장을 했다. [디저트 가게에 갔다가 막 돌아왔어요.][출근하는데도 디저트 먹는 거예요?][다른 사람 대신해서요.] 소희는 설명을 많이 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안 바빠요?][방금 회의를 마쳐서 잠시 쉬고 있어요.]그리고 바로 두 번째 문자가 들어왔다. [보고 싶어요!][한가해지면 자기가 보고 싶어요!]소희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눈빛은 자기도 모르게 부드러워졌다.정남은 고개를 돌려 물었다."남자친구야?"소희는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네!""너 그 사람 많이 좋아하지?" 정남은 약간 질투해하며 말했다."네가 이렇게 웃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소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때 구택은 또 문자를 보냈다. [많이 바빠요? 먼저 일해요. 나도 일하러 갈게요. 저녁에 데리러 갈게요.]그는 그녀에게 차를 사주었지만 그녀는 거의 운전하지 않았기에 그는 아예 시간이 있으면 직접 그녀를 데리러 왔다.소희는 답장을 한 다음 핸드폰을 내려놓고 정남에게 말했다."돌아가요!"그녀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으니 하인영에게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청아는 이틀 휴가를 내고 오늘 처음으로 출근했는데 일이 무더기로 쌓여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머릿속에는 줄곧 허연의 말을 되새겼다.그녀가 시원을 어떻게 호텔로 데리고 갈지 고민하고 있을 때, 오후에 팀장님이 갑자기 와서 그들이 업무 임무를 앞당겨 완수했기 때문에 저녁에 장 사장님이 부서 사람들에게 밥을 사준다고 선포했다. 그는 이미 넘버 나인의 룸을 예약했다.다른 동료들은 환호했지만 청아는 멍한 표정으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하늘이 그녀를 도와주는 건가, 아니면 그녀를 더욱 깊은 심연으로 밀어 넣는 건가?오후 내내 청아는 정신을 딴 데에 팔고 있었다. 퇴근할 때가 되자 정수진이 다가와서 그녀에게 자료 한 무더기를 건네주었다."청아야, 저녁에 가는 거야? 안 가면 이 자료들 좀 정리해줘.""네?" 청아는 한순간 멍해졌고,
곽시양은 임유진의 사무실에서 30분 넘게 있다가 나왔다. 복도로 나서자 동료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시양은 다들 자신이 승진한 걸로 수군대는 줄 알고 웃으며 지나치려 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시양 씨, 얼른 회사 이메일 확인해 봐요.”시양은 곧장 사내 메일함을 열어봤고, 그 내용을 확인한 뒤 3분 넘게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에 잡히는 물건을 움켜쥐고 그대로 진소혜를 향해 달려들며 집어던졌다.소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순간에 몸싸움으로 번졌다. 동료들이 달려와 가까스로 둘을 떼어놓자, 시양은 눈에 광기를 담고 소리쳤다.“진소혜, 이 악랄한 년! 팀장님도 모함하고, 나도 똑같은 수법으로 뒤통수 쳐? 너 같은 건 세상에서 그냥 사라져버려야 해!”소혜도 물러서지 않았다.“미쳤어? 그게 왜 내 탓인데? 그딴 더러운 짓을 해놓고 몰래 찍혔다고 나한테 화를 내?”“너야! 너밖에 없잖아!”시양은 미친 사람처럼 소혜에게 다시 달려들려 했다. 이때, 현준이 달려 나와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진정 좀 해!”“꺼져!”시양은 손을 뻗어 정현준의 뺨을 그대로 후려쳤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당신이 날 찍었지! 그리고 진소혜한테 넘겼지! 둘 다 정말 비열해!”현준도 결국 폭발했다.“유혹한 건 당신이 먼저였잖아!”시양은 그대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아악!”유진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이 난장판을 조용히 지켜봤다. 몇 마디 오가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돌아간 건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양은 입사 이후 내내 소혜에게 눌려 지냈다. 겉으론 아첨하며 따라다녔지만, 소혜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듯 대하던 걸 속으로는 원망하고 있었다.시양은 현준이 소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소혜에게 특혜를 줬던 그를 시양은 일부러 유혹했다. 현준을 차지해 소혜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준은 시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
이날, 임유진은 티타임에 진소혜와 마주쳤다. 소혜는 입술을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팀장님, 구씨그룹의 총애를 받으니 우리 부서 실적도 쭉쭉 오르겠죠? 부서 직원들 대신 감사드려요, 팀장님.”유진은 커피를 받아 들고 나가려다, 소혜의 옆을 지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 소혜 씨가 한 거라는 거 알아요. 이미 누가 나한테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소혜 씨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소혜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고, 고개를 돌려봤을 땐, 유진은 이미 자리를 떠나 있었다.오후 회의에서 유진은 이렇게 발표했다.“이번 평가 기간 동안 곽시양 씨가 업무에 성실히 임했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어요. 따라서 정현준 씨의 직책을 승계하여 부서 부팀장으로 승진해요.”“인사팀에서 곧 공식 공지드릴 예정이에요.”유진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엔 놀라움이 번졌고, 시양 본인조차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부서 내에서도 존재감이 적었고, 입사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으며, 능력이나 실적 모두 소혜에 비해 부족했기에, 시양이 발탁된 건 모두에게 의외였다.소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팀장님, 부팀장 선발 기준이 뭔가요? 기준을 명확히 해주시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혜를 응시하며 말했다.“기준?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기준이라면 기준이겠죠”소혜는 눈을 크게 떴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멍하니 있는 시양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시양 씨, 제 사무실로 잠깐 와요.”“네?”시양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소혜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유진을 따라갔다.유진이 회의실을 나서자, 안에서는 수군거림이 폭발했다. 최근 있었던 일로 인해 유진은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었고, 그런 유진이 능력도 부족한 신입을 뛰어넘어 부팀장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불만과 의문은 더 커졌다.현준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이 인사 결정은 사전 상의 없이 유진이 발표한 것이었고, 그 역시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소혜는 맞은편에 앉은 베
유진은 구은정의 표정을 보고, 가슴 어딘가가 서늘해졌다. 그는 평소와는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고, 유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어제 술 마셨다던데, 괜찮아요?”은정은 유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안 좋아 보이던데, 이제 술은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진이 조용히 은정에게 당부했다.“응.”그 말에 은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됐어요. 나 출근해야 해요.”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그렇게 둘은 스쳐 지나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유진은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조금 전 은정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 마음에 걸렸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고, 급히 뛰쳐나왔다.그러나 복도엔 이미 그의 모습이 없었다. 유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스스로가 어이없었다.‘내가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 지금은 내 문제부터 정리해야 해. 괜히 그 사람한테 짐이 되어선 안 돼.’그날 오후, 은정은 늦게서야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법무팀에 최이석 관련 고소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마심호는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 사람 같은 놈은 봐줄 이유가 없죠. 이번 기회에 서성 라인 애들도 좀 눌러놓는 게 나아요.”그러나 은정은 별다른 설명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요.”그날 저녁, 은정은 늘 그랬듯 이경 아파트로 돌아왔다. 조용히 복도를 지나, 곧장 유진의 집 앞으로 갔다.문 비밀번호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은정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안은 예전 그대로였고, 유진은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그런데도 방 안은 왠지 썰렁했는데, 무언가 본질적으로 달라져 있었다. 은정은 그녀가 드라마를 자주 보던 소파에 앉았다.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울 때까지 그렇게 있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정은 책상 위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녹음 안 했어요.”서선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은정아, 이 일은 내가 밖에 알리지 않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최이석 일, 바로 고소 취하하고 다시는 들추지 마.”“그리고 스스로 구씨그룹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회사도, 강성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네 아버지에겐 그냥 말하면 돼. 죄책감 때문에 이 집에 더는 못 있겠다고. 이번엔 분명히 놔줄 거야.”“네가 떠날 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돈도 챙겨줄게. 아버지한텐 그걸로도 충분히 체면 세워준 셈이 될 거야.”은정은 서선영을 냉랭하게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당신 딸을 희생해서까지 날 함정에 빠뜨린 이유가 최이석 때문이었네요.”서선영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곧바로 해명했다.“그 사람은 내 동생 밑에서 오래 일했어. 난 내 동생을 위해서 한 거야. 은정아, 지금 네가 분위기 바꿔서 빠져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마.”“내가 당신 말대로 안 하면요?”은정은 담배를 내뿜으며 한껏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어차피 난 이미 악명 높은 놈이 됐어. 하나쯤 더 얹혀도 그만이죠. 오히려 구은서는 이제 절대 부잣집 자제와의 결혼은 꿈도 못 꾸겠죠.”서선영의 얼굴은 날카롭고 차가웠다.“끝장을 보겠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은서는 동정받는 쪽이 될 거야.”서선영은 은정을 똑바로 노려봤다.“임유진하고 너, 꽤 가까운 사이잖아. 그 애는 나랑 너 때문에 몇 번이나 맞붙었지. 근데 만약 그 애가 네가 술에 취해 여동생을 건드린 놈이라는 걸 알게 되면?”“그 아이 눈엔 네가 어떻게 보일까? 널 어떻게 생각할까? 넌 그걸 감당할 수 있어?”그 말에 은정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서선영은 그 반응에 확신을 얻은 듯 미소를 지었다.“내 말대로 해. 열흘 안에 강성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 안 그러면 임유진이든, 임씨 집안이든, 강성 전체가 너란 인간이 얼마나 추잡한 놈인지 알게 될 거야.”“널 사회적으로 매장 시킬거고, 임유진도 널 경멸하
은정은 격노한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이건 서선영 저 사람이 꾸민 함정이에요.”서선영은 엉엉 울면서 외쳤다.“내가 내 딸을 희생시켜서 너한테 함정을 판다고? 구은정,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건 알아.”“예전부터 나한테 편견이 있었지. 그래, 미우면 나한테 손찌검을 해. 왜 애먼 은서를 괴롭혀?!”“은서는 아직 시집도 안 갔어. 이제 어떻게 살라고 해? 이 소문이 밖에 나가면, 우리 집안은 완전히 끝장이야!”은정은 오직 구은태만 바라보며 물었다.“저를 믿으세요?”구은태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때 갑자기 은서가 벽을 향해 몸을 던지듯 달려갔다. 죽을 각오로 내달리는 눈빛이었다.“은서야! 안 돼, 은서야!”서선영이 급히 은서를 껴안고 붙잡았고, 울음이 멎지 않았다.“은서야, 제발 그런 짓 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거기 누구 없어요! 얘 좀 붙잡아줘요!”서선영은 울먹이며 도우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몇 명의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은서를 붙들고 감싸 안았다.그중 평소 은서를 따르던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구은태 앞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회장님, 사실은 전에도 도련님께서 밤에 아가씨 방문을 두드리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어요.”“하지만 도련님이 너무 무서워서, 보복당할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 도우미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제가 좀 더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은정은 도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애옹이가 은서에게 보내졌던 그날 밤, 은정은 술에 취해 돌아와 애옹이가 사라진 걸 알고 은서를 찾아갔다. 그때 이 도우미가 어두운 구석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은태는 거기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다.죽을힘을 다해 몸을 던지려던 은서, 그리고 도우미의 일방적인 증언이 더해지자, 구은태는 은정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다시 근처에 있던 물
[말 좀 해봐요.][삼촌?]서선영이 천천히 2층에서 걸어 내려오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집어 장말숙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눈짓을 보냈다. 이에 장말숙 아주머니는 눈치를 채고 전화를 받아 들고 말했다.“유진 씨죠? 저희 도련님이 술에 취하셨어요.”유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네, 신세 좀 질게요. 잘 부탁드려요.]“네!”장말숙 아주머니는 괜히 말을 더했다가 실수라도 할까 봐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은정의 까만 눈동자가 서선영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이미 흐릿했다.서선영은 은정을 부축하듯 손을 내밀며,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술 너무 많이 마셨잖아. 방으로 데려다줄게.”“으악!”날카로운 비명에 은정은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을 떴고,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옆에서는 구은서가 실크 잠옷 차림으로, 옷가지로 몸을 허둥지둥 가리고 있었고, 얼굴은 절망감에 젖은 눈물로 가득했다. 그녀는 분노로 떨리는 눈으로 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서의 비명은 곧 서선영과 집 안 도우미들을 방으로 불러 모았다. 문이 열리고 방 안 풍경을 본 순간, 모두가 굳어버렸다.은정은 조금씩 의식을 되찾았고, 은서를 훑어보며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 이불을 들추고 자신을 확인해 보니, 바지는 제대로 입고 있었지만 상의는 전혀 없었다.은정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 이마를 짚으며 침대 머리에 기대앉았다. 머리가 묵직하게 지끈거렸다.“엄마!”은서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울부짖었다.“은서야!”서선영이 달려와 은서를 안고, 옷을 덮어주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몰라요!”구은서는 서선영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밤에 오빠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어요. 술에 취해서 저를 한 대 치더니 그다음은...”은서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드러난 어깨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짐승 같은 놈!”서선영은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져 온몸을 떨며 은정을 향해 소리
우정숙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에 은정은 분명히 임유진은 내 스타일 아니라며 선을 그은 적이 있는데, 왜 지금 와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쫓고 있는 걸까?“넌 어떻게 생각해?”우정숙이 묻자, 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돌아왔어요.”그 말투가 생각보다 무거워, 우정숙은 분위기를 일부러 누그러뜨리며 웃었다.“이미 거절했는데도 냉정해져야 해?”유진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어쨌든, 엄마는 이 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말아줘요. 그리고 삼촌한테도 되도록 비밀로 해주세요.”그 말에 우정숙은 딸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갑자기 이렇게 서둘러 집에 돌아온 이유 혹시 일이 더 커질까 봐? 너희 할아버지가 구은정한테 가서 따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야?”유진은 재빨리 대답했다.“누가 그 사람 걱정했대요? 밖에서 사는 게 질려서 온 거지, 그 사람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하지만 우정숙의 따뜻하고 조용한 눈빛은 유진의 진심을 꿰뚫고 있었다. 우정숙은 다만 조용히 숨을 내쉬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날 밤, 구은정은 외부 일정으로 접대를 나갔고,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집에 들어가면 애옹이 좀 봐줘.]유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저도 집에 왔어요. 아주머님께 부탁하세요.]은정은 유진이 하루 정도 집에서 자려는 줄로만 알고, 별 의심 없이 답했다.[알겠어.]밤 10시.은정은 아직 접대 자리에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에 구은태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은정아, 나 몸이 좀 안 좋다. 한번 집에 들러줄래?]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몸 안 좋으면 병원 가시죠.]그렇게 답장을 보냈지만, 더 이상의 응답은 없었다.술자리가 끝나고 나니 이미 자정 무렵이었다. 은정은 그래도 아버지를 확인하고자 구씨 저택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 애옹이를 돌봐주던 장말숙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그
정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뭐라고 했죠? 임유진 건드리지 말랬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진소혜는 웃었다.“들었어요. 적이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없애버리라는 그 말, 정말 감명 깊었거든요. 곧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쫓겨날 거예요.”현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임유진은 쫓겨나지 않아요. 사장님이 반드시 지킬 거니까요.”현준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덧붙였다.“유진 씨, 그 정체가 간단하지 않아요. 사장님이 곤란한 일에 휘말릴 때마다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바로 그 애였다고요.”“이렇게 성급하게 나가면 결국 당하는 건 소헤 씨라고요.”소혜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런 것도 그 얼굴 덕 아니었을까요? 임유진이 무슨 대단한 집안 출신이라도 돼요?”현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애, 성이 임이야.”소혜는 비웃었다.“강성에 임 씨 많은데요? 임씨라고 다 임씨 집안이예요?”“임유진이 정말 그 임씨 집안 사람이었으면, 이런 작은 곳에서 평사원으로 일할 일이 없죠.”강성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집안, 그 임씨 집안 사람이라면 당연히 격이 달랐을 것이다.현준은 소혜를 바라보며, 무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소혜 씨, 소혜 씨는 너무 자만해요. 이제 막 졸업한 사람이잖아요. 세상이 어떤지 아직 몰라요.”“내가 경력은 부족하지만, 머리는 좋아요.”소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 있어요.”현준은 더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고, 소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번 달 말이면,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질 거예요.”이메일은 해외 IP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어, 추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루머는 벌써 영업팀까지 퍼진 상황이었다.한때 유진이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걸 보고 감탄했던 동료들조차, 그녀가 정말 실력만으로 이룬 건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너무 젊은 나이에, 임씨 그룹 같은 대형 고객을 설득하고, 이미 다른 부서에서 거의 성
서선영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거절하려는 듯하면서도 몸은 피하지 않았다.“안 돼. 나, 한 시간밖에 못 나와 있어.”“당신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최이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선영의 치마 지퍼를 내렸다.“밖에 사람 세워놨어. 아무도 안 들어와.”...오전, 임유진은 구씨그룹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회사 고위층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가 끝나고 마케팅부로 돌아왔을 때쯤, 팀 동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유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모두는 급히 예의를 갖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유진은 손에 든 자료를 들고 여진구를 찾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유진이 들어오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었어요?”유진이 맑은 목소리로 묻자, 진구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아니야. 너 손에 든 거, 청원안 자료야? 나 좀 볼게.”하지만 유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보여줘요.”진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방금 보고 있던 건, 유진과 은정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었다.둘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둘이 함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장면. 얼마 전 중식당에서 있었던 그날이었다.진구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누군가 이 사진들을 너희 팀 메일에 전체 전송했어. 내용은, 네가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게 구은정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어서라고.”유진은 이미 그 메일을 확인했었다. 메일에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구씨 그룹 사장을 유혹했다는 식의 악의적이고 천박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업계 풍기를 망친다는 말까지, 표현이 거칠고 추했다. 유진은 이를 꽉 물었지만, 곧 침착하게 물었다.“발신 IP 추적할 수 있어요?”진구가 답했다.“지금 IT팀에서 추적 중이야. 내부 직원일 수도 있고, 유지그룹 쪽의 보복일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반드시 밝혀낼 거야.”“일단 외부로 확산은 안 됐고, 회사 내부 루머 수준이야. 이미 전체 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