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석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민명주의 말대로 바삭한 슈크림을 사지 않고 두리안 페이스트리만 샀다. 돌아온 후, 그는 종이봉투를 명주에게 건네며 말했다. “바람이 차니 집에 가서 먹어.” 명주와 함께 있던 여자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석 오빠, 너무 치우치시는 거 아니에요? 명주 언니 것만 사다 주시고, 저랑 강솔이는 완전히 잊어버리신 거예요?” 강솔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진석을 바라보았고, 진석도 강솔을 보고 있었다. 이에 강솔은 바로 웃으며 말했다. “저 배 안 고파요. 마침 요 며칠 동안 엄마가 살쪘다고 잔소리하셔서, 밤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기로 했어요.” 운해는 웃으며 말했다. “넌 전혀 안 쪘어. 아마도 어머니께서 집밥이 맛있어서 더 많이 먹게 되었다고 생각하셨나 보네.” 사람들은 몇 마디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고, 대리 기사들이 차를 가져왔다. 명주는 진석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집에 가서 카톡 해.” 진석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강솔은 순간 약간 놀랐다. 그녀는 진석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원래 여자와 별다른 이유 없이 카톡을 주고받는 성격이 아니었다. 이날 저녁 이후로, 두 사람의 관계는 달라진 걸까? 강솔은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후, 진석과 함께 뒷좌석에 앉았다. 진석은 술을 마셨기 때문에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고, 의자에 기대 눈을 감고 있었다. 강솔은 갑자기 무슨 말을 하고 싶어져서 물었다. “한승운과 오연서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진석은 손으로 미간을 누르며 조용히 말했다. “이미 연락해 놓았어. 죗값을 다 합하면 몇 년은 그 안에서 지내게 될 거야.” 강솔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늘, 오수재가 나한테 주예형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를 해줬어.” 진석은 미간을 무의식적으로 찡그리며 강솔을 보았다. 진석의 눈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스며 있었다. “뭐라고 했는데?” 강솔은 진석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한 채 말했다. “그때 자원봉사 활동에 대해 말해줬어.
강솔은 대답 대신 핸드폰을 꺼내 게임을 시작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집에 도착한 강솔은 손을 흔들며 집으로 향했다. 그러다 몇 걸음 뒤돌아보며 물었다. “내일 아침에 또 뛰러 가?” “응, 내가 제시간에 깨울게.” “그럼, 잘 자!” 강솔은 손을 흔들며 발걸음을 가볍게 움직여 집으로 향했다. 진석은 철문 너머로 그녀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그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지며 민명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에 도착했어?” [방금 도착했어. 내일 오전에 시간이 있는데, 너희 집에 갈까?] “그만두자. 그녀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더 이상 필요 없어.” 진석은 점점 더 시도할수록, 오히려 마음이 냉담해지고 있었다. [포기하지 마, 이제 막 시작인데. 좀 더 참고 기다려봐.] 하지만 진석은 이제 이런 유치한 방식으로 더 이상 강솔의 마음을 시험하고 싶지 않았다. 강솔이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자신이 우스워 보였다. [나를 믿어봐. 강솔이 너를 신경 쓰는지 확실히 알게 해줄게!] “걔가 나를 신경 쓰든 안 쓰든, 내가 사랑하는 데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아. 그래서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이 말을 나한테 했다면, 난 정말 감동했을 거야!] 명주는 한숨을 쉬고 이어서 말했다. [농담이야! 너는 정말 알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사실은 알게 될까 봐 두려운 거야.][하지만 내가 말해줄게, 강솔과 함께 있고 싶다면, 네가 먼저 다가가야 해. 강솔은 감정에 대해 둔감한 편이니까.][강솔이 예형을 그렇게 오랫동안 쫓아다닌 걸 봐도 알 수 있잖아. 걔는 감정적으로 서툰 사람이야.]“나는 일이 잘못되면 감당하기 어려울까 봐 두려워.” [걱정하지 마, 내가 도와줄게. 넌 그냥 나를 믿고 따라오면 돼!] “고마워, 정말로.” [정말 고맙다고 하지 마, 난 이제 샤워하러 갈게. 내일 보자!] “그래.”진석은 전화를 끊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강솔은 다급하게 말했다. “소희를 좋아하잖아? 왜 이렇게 빨리 마음을 바꾸고,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됐어?” 진석은 비웃듯이 강솔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예전에 주예형을 좋아했잖아. 그런데 왜 나를 좋아하게 됐어?” 강솔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한 발짝 물러섰다. “내가 언제 좋아했다고요?” 진석은 강솔을 몰아붙이며 다가와, 벽에 몰아붙이고는 깊이 응시하며 말했다.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어?” 강솔은 당황하며 고개를 저었다. “난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 “거짓말!” “난...” 강솔은 겁에 질려 갑자기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급하게 숨을 고르고 나서야 자신이 꿈을 꿨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솔의 얼굴에는 여전히 놀란 표정이 남아 있었고, 어둠 속에서 머리를 두드리며 자신이 이런 꿈을 꾸었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웠다.겁에 질려 잠이 깬 강솔은 발코니로 나갔다. 깊은 밤의 어둠 속에서, 진석의 방이 아직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아직 자지 않았다. 강솔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새벽 두 시였다. 깊은 밤 중에 켜져 있는 그 불빛을 바라보며,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깊이 숨을 들이쉬고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다음 날 아침, 진석이 강솔을 깨우러 왔을 때, 강솔은 막 눈을 뜨고 있었다. 그녀는 슬리퍼를 신은 채 발코니로 나가,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10분만 기다려줘.” 진석은 시계를 한 번 보고 나서 말했다. “좋아, 10분 후에 보자.” 강솔은 얼굴을 씻고 이를 닦으며 옷을 갈아입고, 10분이 되기도 전에 아래로 내려갔다. 강솔은 달리기 시작하며 진석과 맞춰 속도를 냈고, 진석이 물었다. “잠을 잘 못 잤어?” “응?” 강솔은 경계심을 갖고 급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야, 너무 잘 잤어. 꿈 하나도 안 꿨어!” 진석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주예형에 대한 일은 이제 다 지나갔어. 인품이 어
강솔은 전화를 끊고 허리를 살짝 풀어준 뒤, 물컵을 들고 발코니로 나가 햇볕을 쬐었다. 그러다 시선이 한곳에 멈췄다. 멀리, 빨간색 포르쉐 911이 진석의 집 앞에 주차되어 있었고, 누군가 차에서 내려 과일 바구니를 들고 진석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비록 멀리서였지만, 강솔은 단번에 그 사람이 민명주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 순간, 강솔은 어젯밤의 꿈이 떠올라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강솔은 물을 다 마시고 자신에게 침착하라고 다짐하며 다시 일을 하러 돌아갔다. 고운해가 보내준 모든 의상 사진을 고르면서 마음을 가다듬었지만, 강솔의 시선은 종종 창밖으로 향했다. 명주가 진석의 집에 갔다니, 분명 진석을 만나러 온 것이 틀림없었다. 혹시 명주가 진석에게 다시 마음을 표현하려고 하는 걸까? 어젯밤 그들의 모습을 보면, 진석도 명주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강솔은 자기도 모르게 핸드폰을 집어 들었지만, 진석에게서는 한 통의 메시지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회의에 대한 소식도 없었다. ‘두 사람, 혹시 데이트라도 나간 걸까?’ 강솔은 물을 따르러 내려가면서, 윤미래가 꽃게와 오래 끓인 닭 육수를 만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머니는 육수를 보온병에 담아 강솔에게 말했다. “진석이네 집에 좀 다녀오려고 해. 이 꽃게 육수는 네 허수희 아주머니가 보내준 건데, 내가 조금 많이 만들었어. 그래서 그녀에게도 좀 나눠주려고 해.” 강솔은 얼른 대답했다. “제가 다녀올게요!” “오늘따라 왜 이렇게 부지런해?” 윤미래가 농담을 하자 강솔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마침 진석에게 디자인 자료도 전해줄 일이 있어서요. 겸사겸사 다녀오면 되니까요.” “그래, 그러면 네가 다녀와. 네 허수희 이모께 따뜻할 때 드시라고 전해줘.” 윤미래는 보온병을 뚜껑을 덮어 강솔에게 건넸고, 강솔은 그것을 받아 들고 패딩을 입고 집을 나섰다. 진석의 집에 도착하자, 허수희가 마침 2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고는 부드럽게 웃으며
진석은 민명주에게 말했다. “네가 말했던 그 투자 건, 내가 분석해 봤는데, 수익이 꽤 높아. 그리고 리스크도 네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어. 시작해도 괜찮아.” 강솔은 진석을 바라보며, 어젯밤 새벽 2시까지도 그가 잠들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명주의 리스크 분석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아, 그럼 설 연휴가 끝나고 바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게.” 명주는 진석을 향해 눈에 사랑이 가득한 채 말했다. 진석은 물 한 잔을 따랐다. 원래는 강솔에게 주려고 했으나, 손을 멈추고 결국 명주에게 건넸다. “밖에 추우니까, 따뜻한 물 좀 마셔.” 명주는 따뜻한 물을 두 손으로 받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오빠가 이렇게 세심한 줄은 몰랐어!” 강솔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둘이 이야기해. 나는 먼저 가볼게!” 진석은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찌푸렸다. “점심 먹고 가라니까?” 강솔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엄마가 오늘 점심에 만두를 만든다고 했어. 제가 좋아하는 소고기 부추 만두요. 이모한테 말씀드려 줘. 난 집에 가서 만두 먹을게요!” 진석은 특별히 뭐라고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강솔은 명주에게도 인사를 하며 말했다. “오후에 시간 있으면, 진석 오빠랑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가까워서 금방 갈 수 있어요.” “알겠어!” 명주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강솔은 패딩을 입고 집을 나섰다. 진석은 강솔이 사라질 때까지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결국 소파에 몸을 기대며 자조적으로 웃었다. “네가 보기엔 그녀가 조금이라도 질투하는 것 같아?” “안 그럴까?” 명주는 물잔을 들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나는 오히려 강솔이 질투해서 자리를 못 지키고 떠난 것 같던데.” 진석은 고개를 들며 말했다. “내가 왜 그걸 못 봤지?” 분명 평소와 똑같이 웃고 있었는데 말이다. 명주는 웃으며 말했다. “조급해하지 마, 금방 들통날 거야.” 진석은 기대하지 않는다는 듯 말했
윤미래는 강솔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는 주방으로 향했다. 강솔은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봤지만, 오랜만에 TV를 켜서 그런지 나오는 사람 중 아는 이가 없었다. 결국 예능 프로그램 하나를 골라 조금 보았더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마침 윤미래가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윤미래의 표정에는 약간 실망스러운 기색이 있었다. “이제 우리 강솔이랑 진석이는 가망이 없겠네.”점심으로 나온 찐빵은 강솔이 가장 좋아하는 소고기 소였지만, 오늘따라 입맛이 없었다. 평소에는 네 개를 거뜬히 먹던 강솔이었지만, 오늘은 하나만 먹고도 배가 불렀다. 강솔은 방으로 올라가 침대에 누웠다. 뒤척이던 끝에, 아마도 어젯밤 잠을 잘 자지 못한 탓인지 금세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후 2시 반이었다. 일어나서 고운해에게 보내줄 모델 사진들을 정리했고, 오후 4시가 되어서야 모든 작업을 마쳤다. 물을 마시러 일은 정말 끝났구나.” “무슨 일인데요?” 가사도우미인 오해현이 차를 따라 윤미래에게 건네자 윤미래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방금 진씨 저택에 갔는데, 진석을 찾아온 여자애가 있더라고. 점심도 진씨 저택에서 먹고, 방금 두 사람이 함께 나가는 걸 봤어.” 강솔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전에 말했잖아요. 저랑 진석이로 농담하지 말라고요.” “그땐 몰랐으니 그랬지. 이제 다시는 그런 말 안 할게!” 윤미래는 아쉬운 듯 말했다. “정말 아쉽구나!” 오해현이 물었다. “그 여자애는 어땠나요? 설마 아가씨보다 예쁘진 않겠죠?” 강솔이 대답했다. “저보다 예쁜 건 물론이고, 말도 잘하고 능력도 있고, 외모도 출중하더라고요. 진석이랑 아주 잘 어울리는 커플이죠.” 윤미래가 손을 들어 강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딸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아!” 강솔은 갑자기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지며, 윤미래 품에 기대어 입술을 깨물고 웃었다. “처음 들어보는 칭찬이네요!” “기분 좋지
이상하게도 긴장되었다. 진석이 하루에 얼마나 많은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보냈어도, 강솔은 지금처럼 떨리지 않았다. 휴대폰이 끊기기 직전에야 강솔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진석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나 너희 집 앞이야. 잠깐 나와봐.” 강솔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가로등 불빛 사이로, 벽 너머에 서 있는 커다란 그림자가 보였다. “이 밤중에 무슨 일이야?” “나와서 얘기해.” “아.” 강솔은 대답하고 신발과 외투를 챙겨 집 밖으로 나갔다. 진석이 서 있는 모습이 점점 더 뚜렷해졌다. 강솔은 발걸음을 늦췄지만, 심장은 더욱 빨리 뛰었다. 순간 강솔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당장 돌아가고 싶어졌다. 발소리를 듣고 진석이 고개를 돌렸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진석의 눈빛은 여전히 깊고 알 수 없었다. 언제나처럼 고상하고 차가워 보였다. 강솔은 입을 다문 채 가까이 다가갔다. “이 밤중에 무슨 일이야?” 진석은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내밀었다. “슈크림 빵, 네가 좋아하는 맛으로 샀어.” 진석은 오후에 민명주와 함께 있지 않았고, 그저 같이 나가 친구 두 명을 만나 저녁을 먹고, 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집에 가던 길에 어제 들렀던 디저트 가게에 들러 강솔이 좋아하는 슈크림 빵을 샀다. 그러나 강솔은 받지 않았다. “말했잖아. 요즘 살쪄서 밤에는 안 먹어.” “그럼 내일 아침에 먹어. 냉장고에 넣어둬.” 진석은 여전히 슈크림 빵을 내밀자, 강솔은 그제야 받아 들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너무 늦었으니 이제 돌아가.” 진석은 움직이지 않고 강솔의 눈을 바라보았다. “나한테 물어볼 말이 없어?” “어?” 강솔은 당황해 눈을 들어 진석을 보았다.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없어?” 진석은 다시 물었으나 강솔은 고개를 저었다. “없어.” 강솔이 말을 마친 순간, 이마에 찬 바람이 스쳐 고개를 들어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진석은 강솔의 눈이 크게 휘둥그레진 모습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응시하며 말했다.“나는 사랑했지만,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을 좋아했어. 그래서 내 감정을 숨기고, 친구로서, 상사로서 그 사람 곁을 지키기만 했지.”“상처투성이가 되어도, 놓을 수가 없었어.”강솔은 온몸이 떨리며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이에 진석은 한 발 더 다가오며 말을 이어갔다.“겨우 이별하고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왔지만, 이번엔 날 아버지처럼 생각한다고 말했어.”“그리고 이제는 내가 다른 여자와 더 잘 어울린다고 말하잖아!”“강솔!” 진석의 눈빛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넌 도대체 나를 얼마나 더 아프게 해야겠어?”강솔은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그럴 리 없어. 오빠가 어떻게... 어떻게 나를 좋아할 수가 있어?”진석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일 리 없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다.“왜 안 돼?” 진석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너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내가 왜 이렇게까지 비참해져야 하지? 네가 주예형을 좋아할 때, 매일 그 얘기를 들어주며 걔가 널 사랑하는지 분석해 줘야 했다고.”“네가 걔와 헤어지고 길에서 울 때, 난 너보다 더 고통스러웠어. 네가 널 괴롭히는 게 아니야, 넌 항상 날 괴롭혀 왔다고!”“네가 아파할 때, 나는 매일 네가 슬퍼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어. 너랑 뛰고, 놀이공원에 가고, 영화도 보고. 나 정말로 한가해서 그런 줄 알았어?”“내 감정을 숨기느라 늘 조심스러웠어. 네가 불편할까 봐.”“강솔, 대답해 줘.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야?”진석의 말에 강솔은 또다시 물러서며 벽에 다다랐고, 진석은 두려운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나, 나는...” 강솔은 혼란스러워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난 제일 친한 친구라고 생각해 왔어.”함께 자라온 친구, 마치 가족 같은 존재였다.“이제 알았으면, 네 마음은 어때?” 진석은 강솔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이렇게 눈 내리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