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해덕은 소씨 집안의 오래된 저택을 둘러보며 흥분과 아쉬움을 느꼈다. “이 집에서 오래 살았는데, 조금 아쉽긴 하네!” 그러자 홍해인은 위로하며 말했다. “경성에 가면 더 좋을 거예요!” 소해덕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비볐다. “경성으로 이주하는 것은 원래 우리 아버지의 소원이었는데, 마침내 내가 그것을 이루었으니, 조상님들에게 부끄럽지 않네.” 진연은 더없이 기뻐하며 소해덕에게 상기시켰다. “아버지, 전에 말씀하신 일 잊지 마세요!” 이때 장연경은 눈동자를 굴리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동서, 아버님과 무슨 얘기를 하셨죠? 앞으로 우리 모두 같은 배를 타게 되니, 알려주시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진연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별거 아니에요. 경성으로 이주하면, 아버지께서 소동에게 회사 내 자리를 마련해 주실 거라는 얘기예요.” “동서는 언제나 소동을 챙기네요!” 진연은 소동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자기 딸을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기겠어요?” 소동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 경성에 가면 저는 계속 작업실을 열고 싶어요!” 지금 소동은 온라인에서 많은 지지자를 가지고 있으며, 예전의 표절 사건은 이미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그래서 다시 자신의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문제없어!” “네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아버지께서 주실 거야. 너는 할아버지가 소원을 이루는 데 큰 공을 세웠으니까!” 장연경은 남편과 눈을 마주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진연은 그걸 보고 불편한 기분이 들어 되물었다. “소설아 일은 어떻게 할 거야? 직장을 그만두게 할 거야? 그만두기는 아깝지 않나?” “전 그만두지 않을 거예요!” 설아가 조용히 말했다. “전 계속 임씨 그룹에 남을 거예요!” “그렇구나?” 진연은 놀라며 말했다. “그러면 아주버님과 형님은 설아와 떨어지게 되네요?” 장연경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설아는 임씨 그룹에서 많은 시간을
홍해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말로 소찬호가 불쌍하구나. 현명하지 못한 부모를 따라가면, 미래도 망가질 텐데!” 진연은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소동과 소설아가 있잖아요?” “맞아!” 홍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TV에서는 갑작스러운 소란이 일어났다. 누군가가 King이 이미 비행기에서 내렸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모든 사람이 앞쪽으로 몰려들었고, 누군가는 심지어 야구 방망이를 들고 있었으며, 사람을 때리려는 듯한 격렬한 모습이었다. 진연은 옷깃을 잡으며 생각했다. 소희가 나타나서 맞고, 궁지에 몰려 쫓겨나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소희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 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진연은 소동에게 20년 동안 마음을 쏟아부었다. 소동이 자기 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크게 실망했다. 소희를 만나기 전에는, 진언은 소동을 데려가서 산골로 돌아가게 할까 봐 걱정했다. 자신의 예쁜 딸이 그런 곳에서 살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소희를 처음 본 순간, 실망했고 소희는 여전히 그날 오후를 기억하고 있었다. 운성의 한 찻집에서, 평범한 옷을 입은 노인이 모자를 쓴 소희를 데리고 와서 진연과 소정인에게 말했다. “이 아이가 소희입니다. 당신들의 딸입니다.” 소희는 그들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차가운 태도로, 그들과 재회한 것에 대해 전혀 감격이나 고마운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소정인이 불렀을 떄, 소희는 그저 작게 대답했다.“소희야.”“네.” 처음에는 소희가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수줍음이 많고 낯을 가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으로 데려간 후에도 소희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소동의 활발함과 대조적이었다. 소동은 자기 드레스와 장신구를 조심스럽게 소희에게 주었지만, 소희는 아무런 표정도 보이지 않아 소동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소동이 자라면서 얻은 자부심을 소희가 다 무너뜨리는 것을 보고, 진연은 매우
누군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들이 King을 마중 나왔나?” “그런 힘이 어디 있어? 강재석 어르신이 직접 오셨잖아!” “하지만 이 상황을 보니 마중 나온 것 같아!” “혹시 대단한 인물이 와서 King이랑 같은 시간에 비행기에서 내린 건 아닐까?” 어떤 일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계속 추측했다. 잠시 후, 누군가가 외쳤다. “King이 왔다!”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보니, VIP 통로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오고 있었다. 앞에 있는 사람은 바로 King, 소희였다. 강성의 날씨가 추워서, 소희는 검은색 외투를 입고 야구 모자를 쓰고 있었다. 작고 정교한 얼굴의 반만 보였고, 차분한 분위기로 천천히 걸어왔다. 옆에 있는 키 큰 임구택은 계속 소희의 손을 잡고, 발걸음은 더욱 무게감 있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기자들도 카메라를 소희에게 집중시켰다. 구택과 진언의 경호원들이 공항 보안보다 빠르게 소희의 앞을 막아서, 흥분한 사람들을 뒤로 물러나게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분노를 멈추지 않고, 여전히 앞으로 밀쳐내며 큰 소리로 물었다. “King,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군!”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건가요?” “그렇게 외국이 좋으면 외국 가서 살고 돌아오지 말지!” ... 장명원이 먼저 소희 앞을 막아서서, 분노한 사람들을 향해 기세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 “소씨 집안 사람들은 왔나? 뒤에서 온갖 음모를 꾸미다가 오늘 King이 오니 나오지 못하고 있나?” “King을 비호한 것에 대해 직접 나와서 대면해라. 겁쟁이처럼 뒤에 숨어있지 말고, 네티즌을 총알받이로 삼지 마라!” “소씨 집안사람들, 나와!” 소씨 집안셋째 네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거실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소희가 나오는 것을 보고 모두가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함께 나온 구택을 보자, 얼굴이 굳어졌고 장연경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 “소희가 확실한 후원자를 찾아 돌아왔군!” 이에 소정
임구택은 소희의 손을 잡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내가 내 와이프를 감싸지 않으면, 당신들이 감싸줄 겁니까?” “와!” 모두가 놀라며 열띤 토론을 시작했다. King이 임씨 그룹 사장의 와이프라고? 애인이나 여자친구가 아니라, 구택이 와이프라고 말했다. 이때 한 기자가 소리쳤다.“임구택 사장님, 무슨 뜻인가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구택은 소희와 손을 맞잡고, 차갑게 말했다. “정식으로 발표합니다. King, 즉 소희는 제 와이프입니다. 우리는 6년 전에 이미 결혼했습니다.”“그러니 King이 임씨 그룹에 잘 보이겠다고 난리 친다는 말은 다 헛소리입니다.” “그리고 나의 와이프가 5000만 달러를 받기 위해 일부러 다른 사람에게 져주었다는 루머는 우리 임씨 그룹과 저의 와이프를 얼마나 무시하는 발언입니까!” 큰 환영장이 5초간 조용해졌고 다시 한번 엄청난 소란이 일어났다. 이 소식은 정말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King이 임씨 그룹 사장의 와이프라는 사실은 외부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었다. 그리고 호기심 많은 기자들이 재차 질문을 던졌다. “그럼 코코에게 일부러 져준 일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요?” “King이 임구택 사장님과 결혼한 후, 임씨 그룹의 보호를 받기 위해 소씨 집안을 버린 건가요?” “King이 임구택 사장님의 인맥을 이용해 소씨 집안의 친딸인 소동에게 복수하고 있는 건가요?” ...“그 질문은 제가 답변하겠습니다.” 강재석 어르신 일행이 다가왔고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모든 사람이 조용해졌다. 성연희와 우청아가 빠르게 소희에게 달려가, 셋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연희는 기쁨에 눈물이 반짝였다. “소희야, 너무 보고 싶었어!” “나 돌아왔어!” 소희는 연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고 청아에게 물었다. “뉴욕 여행은 끝났어?” 그러자 청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는 그저께 돌아오려고 했는데, 시원 오빠가 너희와 함께 돌아가자고 해서 이틀 더 머물
그래서, 소씨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왜 그들이 King을 키웠다고 말하고 있는 걸까?한편, 인터넷 생방송을 보고 있는 소씨 집안 사람들은, 임구택이 소희가 6년 전에 이미 본인과 결혼했고, 소희가 임씨 그룹 사장의 와이프라는 말을 듣고 모두 놀라서 일어섰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소희가 6년 전에 임구택과 결혼했다니, 그때 소희는 막 소씨 집안에 돌아온 게 아니었나? 어떻게 된 일인가? 소씨 집안사람들은 어리둥절하고 충격을 받았다.강재석 어르신이 나와서, 소희가 어릴 때부터 강씨 집안에서 자랐고, 강씨 집안의 후계자라는 말을 했을 때, 소씨 사람들의 얼굴은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리고 소해덕은 두 손을 떨며 텔레비전을 가리키며 소정인에게 물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소정인도 완전히 얼어붙었다. 소희가 언제부터 강씨 집안의 사람이었단 말인가? 너무나 황당한 상황이었다.‘소희와 구택의 결혼 계약은 3년 전에 이미 해제된 게 아니었나? 왜 구택이 아직도 소희가 대표 와이프라고 말하는 걸까?’“동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너희는 소씨 전체를 끌어들일 수는 없어!” 장연경도 당황했다. 그 영상에서 소희 옆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었다. 이전에는 소희가 이런 권력자들에게 아첨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소희가 권력자인 셈이었다. 그리고 소설아도 어안이 벙벙했다. ‘사장님 와이프라고? 소희가? 이게 말이 돼?’진연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모르겠어요. 소희가 계속 우리를 속였어요. 우리도 이제야 알았다고요!” 소희를 입양한 것은 운성의 강씨 집안이었다는 것을 그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소해덕은 이미 당황하여 소정인에게 급히 말했다. “이씨 집안에 전화해, 오늘 밤 바로 경성으로 가야 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더 지체하면, 소씨 집안은 강성에서 몰락할 것이다. 소정인은 당황한 채로 돌아서서 급히 전화기를 꺼내 이씨
소정인은 땀을 흘리며 돌아와 소해덕에게 말했다. “이씨 집안과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요!” “그래도 기다릴 수는 없어. 빨리 강성을 떠나야 해!” 소해덕은 당황하여 몸을 돌렸다. 소해덕의 모습은 온 가족이 경성으로 이사하는 위풍당당한 모습이 아니라, 이미 대세가 기울어 도망치는 처량한 모습이었다. 소정인은 급히 경성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예약하려 했지만, 표가 없었고 소해덕은 이미 화가 나서 날뛰었다. “전세기를 예약해. 오늘 밤에 반드시 떠나야 해!” “그럼 우리 집 소설아는 어떻게 해? 설아는 아직 임씨 그룹에서 일하고 있어. 우리가 떠나면 임구택이 설아에게 해코지하지 않을까?” 장연경이 당황하여 말했다. 설아는 텔레비전 속 생방송을 멍하니 바라보며, 구택의 부모가 모두 나와서 기자들에게 말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구택과 소희가 결혼식을 하지 않아서 공개하지 않았으며, 소희는 겸손한 성격이라 모든 것을 소희의 뜻을 따른 것이라고. 노정순은 소희를 다정스럽게 부르며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설아가 불쌍하기도 한 것은 아무것도 모른 채 노정순을 통해 구택에게 접근하려 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스웠을까! 소희는 분명 뒤에서 자신을 어떻게 조롱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설아의 눈앞은 혼란스러웠다. 설아는 자신을 소씨 집안에서 가장 우수한 자식이라고 자부하며, 명문대를 졸업하고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희는 족보에도 오르지 못할 딸이라며 무시했는데, 이제 보니 자신이 가장 어리석었다.‘소희가 이미 구택과 결혼했다니? 내가 무엇 때문에 임씨 그룹에서 그동안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설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소시연네 집네 식구도 생방송을 보고 있었다. 소희의 신분이 모두 드러나자, 하순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 그러자 소찬호는 차분하게 말했다. “엄마, 생각하고 말하세요. 더듬지 마세요!” 소시연은 화면 속의 소희와 마찬가지로 영광스러운 표정으로 자랑스럽게 말했다. “
임시호가 나와 소희를 며느리로 인정했는데, 구경하던 사람들이 믿지 않을 수가 있을까? 화영은 돌아서서 기자들과 구경하던 사람들을 마주하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이전에 King이 뇌물을 받고 코코에게 일부러 패배했다는 얘기는 이미 철저히 조사했습니다.”“이는 누군가 패션쇼의 심사위원을 매수하고 코코와 짜고 King을 함정에 빠뜨린 것이었습니다.”이때 간미연이 나와서 조사된 자료를 공항 대합실의 스크린에 투영했다. 화면에는 코코라는 디자이너와 이씨 집안 사람들, 그리고 두 명의 심사위원 사이의 관계가 뚜렷이 보였다. 그리고 화영은 차분하게 말했다. “King을 음해한 사람이 누구인지, 이제 모두 잘 아시겠지요. 소씨 집안의 딸 소동이 이전에 King을 표절한 일로 이 업계에서 쫓겨났습니다.”“이선유는 King을 질투해 일부러 허위 사실을 퍼뜨렸습니다.”“그리고, 지금은 두 집안이 합심하여 King을 모함하고 모든 네티즌을 이용해 King에게 큰 악영향을 끼쳤습니다.”“이제 증거는 확실합니다. 곧 고소장을 보내 이 일과 관련된 모든 사람을 법정에 세울 것입니다.”“만약 여러분이 아직도 믿지 않으신다면, 공개 재판을 통해 King에게 공정함을 보장하겠습니다!”사실 더 많은 증거가 필요 없었다. 소희가 임씨 그룹 사장의 와이프이자 강씨 집안의 후계자라는 것만으로도 모든 사람을 납득시키기에 충분했다.이전에 분노에 찬 얼굴을 하고 있던 사람들은 이제 침묵을 지키며 어색하게 서 있었다. 기자들은 다시 몰려들어 이번에는 완전히 태도가 달라졌다.“King 님, 저희는 전에 어떤 비난도 한 적이 없습니다. 확인해 보시면 아실 겁니다!”“소희님, 저희도 이씨 집안과 소씨 집안의 거짓말에 속은 것입니다. 조금 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임구택 사장님, King 님, 결혼식은 언제쯤 하실 계획인가요?”“제 아내를 음해한 사람이 있다면, 제가 하나하나 확인할 것입니다. 허위 사실을 유포한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입니다.”구택은 눈빛이 날카롭게 빛
사실 이씨 집안과 코코 디자이너의 공작 증거가 없더라도, 소희의 이 신분들만으로도 그런 소문들은 금세 무너질 것이었다. 여론은 강력하게 반전되었고, 소희에 대한 비난은 놀람으로, 다시 경외로 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반면, 소씨 집안은 더 강력한 온라인 폭력을 당하고 있었다. 소정인 부부와 소동의 SNS 계정은 폭발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었다. 간미연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창밖을 바라보자 장명원이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왜 그래? 오늘 이렇게 통쾌한 장면인데, 웃지 않을 거야?”“이 모든 것은 다른 사람들이 소희에게 덧씌운 것뿐이야. 소희가 했던 일들이 모두 공개된다면, 그때야 그들이 완전히 입을 다물게 될 거야.”명원은 잠시 멈칫하다가 미연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우리 보스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아!”소희가 신경 썼다면, 계속 이렇게 조용하게 살지는 않았겠지. 소희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차들이 줄지어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소희는 강재석과 함께 앉아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 소희는 미안한 마음에 말했다.“할아버지, 걱정 많이 하셨죠!”“걱정, 안 할 수가 없지!” 강재석은 소희의 손을 두드리며 말했다. “인터넷에서 떠드는 사람들은 두렵지 않아. 하지만 네가 강시언을 찾으러 간 걸 알았을 때는 밤낮으로 불안했단다.”“그때 내가 시언에게 말했지. 평생을 그 안에 맡길 순 없으니, 네가 소희를 데리고 돌아와야 한다고.”“약 반년 후, 네가 시헌에 의해 돌아왔지만, 반쯤 죽은 상태였고, 살아남아도 혼이 나간 것 같았지.”“이번에 너희 둘이 또 그런 곳에 갔을 때, 난 정말 두려웠단다.”강재석의 목소리가 메말라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할아버지!” 소희는 강재석의 어깨에 기대어 말했다. “제가 오빠를 찾아드리고 싶었어요.”“알고 있단다. 네 마음을 왜 모르겠니. 돌아오기만 하면 됐어!” 강재석은 한숨을 쉬며 앞을 바라보았다. “구택아, 네가 잘 지켜
구은정이 갑작스럽게 회사로 돌아오자, 그룹 내에서는 환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우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불안해하는 이들은 바로 외척인 서씨 집안이었다.한편, 구은서는 서선영을 원망하며 말했다.“엄마가 굳이 진수아를 구은정에게 소개해 줄 필요가 없었어요. 그게 결국 회사로 돌아오게 만든 거잖아요.”하지만 서선영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한 태도로 담담하게 말했다.“구은정은 어차피 언젠가는 돌아올 사람이야. 진수아가 아니었어도, 결국 돌아왔겠지.”은서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외삼촌께서 아직 완전히 회사를 장악한 것도 아니잖아요.”서선영은 거울을 보며 얼굴에 파우더를 두드리면서 비웃듯 말했다.“너희 아버지를 몰라? 왜 그렇게 외삼촌들에게 기회를 준다고 생각해? 그건 결국 구은정을 돌아오게 만들기 위한 수단일 뿐이야.”“구은태는 모든 걸 철저히 계산하고 있어. 너희 외삼촌들에게 맡긴 일들은 죄다 돈이 되는 자리야. 설령 실수하더라도 쉽게 넘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 줬지.”“그래서 겉으로 보기엔 대단한 권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룹의 핵심 의사결정에는 단 한 번도 관여하지 못했어.”“구은태가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오직 하나, 바로 구은정이 돌아오기를 기다린 거야. 심지어 구은정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절대로 죽지도 않을 거야.”“나도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구은정만 돌아오면, 구은태도 경계를 늦출 테니까.”서선영의 눈에는 확신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구은태가 철저한 전략가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구은태가 살아 있는 한, 서씨 집안은 그저 작은 이득을 취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구씨 그룹의 핵심 권한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것이었다.하지만 은정은 달랐다. 그는 어릴 때부터 반항적이었고, 타고난 기질이 자유분방했다. 오랫동안 밖에서 떠돌며 방탕하게 살아왔고, 배운 것도 없으며, 늘 무기력하고 한심한 태도를 보였다.은정이 회사를 맡는다는 것은, 곧 회사를 한심한 인물의 손에 맡기는 것이나 다
유진은 서인을 잊어버렸다. 그래서 그는 어디에서도 참회할 수 없었고, 자기 잘못을 만회할 수도 없었다.소희는 서인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함께 저려왔다.“유진이를 좋아한다면, 다시 찾아가서 붙잡아.”서인은 고개를 저었다.“유진은 다시 여기로 오지 않을 거야.”소희는 단호하게 말했다.“여기로 오지 않는다면, 네가 직접 찾아가. 구은정의 신분으로 다시 그녀를 만나봐! 너희는 혈연관계도 아니잖아.”“족보 따위 신경 쓸 필요 없어. 네가 그녀를 좋아한다면, 도덕적인 문제도 없고, 다른 건 전부 중요하지 않아.”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들었다.“나보고 구은정으로 돌아가라는 거야?”소희의 시선이 깊어졌다.“그래. 정말로 구씨 가문을 서씨 집안 사람들에게 넘길 생각이야? 네 어머니가 생전에 쏟아부은 정성과 노력이 원수에게 돌아가도 괜찮아?”“네가 말했잖아. 임유진은 샤부샤부 가게의 사장이 될 사람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구씨 집안의 안주인으로 만들어. 네가 가진 가장 좋은 것을 주는 거야!”“유진이는 이미 충분히 노력했어. 이제 네가 노력할 차례야!”“내가 아는 서인은 혹독한 훈련 끝에 무적의 저격수가 된 사람이야. 사람들이 이름만 들어도 두려워할 정도였잖아.”“네가 가졌던 영광은 절망과 패배감 속에서 얻은 게 아니었어! 네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잃어버린 것들은 전부 되찾을 수 있어!”서인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았다.“나한테도 기회가 있을까?”그는 구씨 가문의 운명이 누구 손에 들어가든 상관없었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오직 유진뿐이었다.“당연하지!”소희는 따뜻하면서도 힘이 실린 미소를 지었다.“서인은 유진을 잃었지만, 구은정은 그렇지 않아. 다시 사랑하게 만들어. 네가 유진에게 빚졌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돌려줄 기회를 가져!”“임구택이 예전에 이런 말을 했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슬픔도 기쁨도 상대방이 전부라고. 네가 유진이에게 주는 행복이야말로 유진이 진정으로 원하는 거야!”“유진이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본 서인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의 분위기는 한층 더 어두워졌고, 그 무엇도 의욕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듯한 무기력함이 온몸에 배어 있었다.소희는 가슴 한쪽이 시큰해져,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조용히 옮겼다.서인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차갑고 고독했던 눈빛은 이제 빛을 잃어버린 채, 텅 비어 있었다.이윽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왜 왔어?”소희는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조용히 말했다.“너 보러 왔어.”서인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소희에게 차를 따라주었다.“내가 뭐 볼 게 있다고. 여전한데.”소희는 서인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진짜 네가 여전하다고 생각해?”서인은 찻잔을 들던 손을 멈췄다. 손가락이 살짝 떨리더니, 컵에 떨어지는 차가 잔 속에서 잔물결을 일으켰다. 그 투명한 소리는 고요한 오후에 묘하게 날카롭게 들려왔다.서인은 찻주전자를 내려놓았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얼굴이 더욱 피곤하고 초췌해 보였다.이윽고 서인은 조용히 물었다.“최근에 유진이를 봤어?”유진의 이름을 언급하는 순간, 서인의 눈빛 속에서 미약하게나마 생기가 피어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희미한 빛은 마치 어두운 심연 속으로 가라앉듯, 다시 사라져 버렸다.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잘 회복하고 있어. 오른손도 가벼운 물건은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나아졌고, 정신 상태도 아주 괜찮아.”서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잘됐네.”서인의 목소리는 더욱 가벼워졌고 조심스럽게 물었다.“나를, 기억해 냈어?”소희는 잠시 머뭇거리다,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니.”서인은 시선을 내리깔았다. 입가를 살짝 비틀며, 마치 스스로를 조롱하듯이 중얼거렸다.“기억 못 해도 괜찮아.”소희는 깊은숨을 내쉬었다.“이게 원했던 거 아니야? 근데 왜 스스로를 이렇게까지 망가뜨리는 거야?”서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손을 뻗어 담배를 찾았지만, 막상 담배를 손에 쥐고 나서야, 담배를 끊은 지 오래됐다는 걸 깨달았다.그는 그대로 담배
서인은 돌아왔지만,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자지 않았다. 혼자 후원에 머물러 있었고, 도대체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임유진이 사고를 당한 이후, 서인은 점점 더 후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오현빈은 서인에게 다가가 무언가 말을 걸려 했지만, 문득 이 순간만큼은 그가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잠시 머뭇거리던 현빈은, 결국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서인은 더 이상 병원에 가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 구은태는 의식을 되찾았고, 그는 직접 서인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돌아와 회사를 맡으라고 말했다.병을 앓은 뒤라 기력이 쇠한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절실하고 진심 어린 듯 들렸다.[은정아, 돌아와라. 예전의 일은 내가 잘못했다. 내가 진심으로 사과할게.][네가 아무리 아빠를 미워해도, 네가 구씨 집안 사람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이제 나는 더 이상 그룹을 이끌 힘이 없어. 그러니 네가 이 책임을 맡아야 해!]서인은 미소인지 냉소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서씨 사람들이 좋다면서요? 그럼 그룹도 구은서에게 넘기면 되겠네요. 그럼 그쪽도 더 이상 싸울 필요 없겠죠?”구은태는 숨을 한 번 거칠게 들이쉬었다.[은정아, 정말 나를 그토록 미워해서, 우리 집안 사업까지 함께 외면하려는 거냐? 하지만 잊지 마. 회사에는 네 어머니의 노력과 땀도 스며 있어.]서인의 목소리는 더욱 차가워졌다.“이제서야 그게 기억났나 보죠?”구은태는 목소리를 낮추며, 한층 더 간절한 톤으로 말했다.[난 네 어머니에게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왔다. 그래서 반드시 회사를 네 손에 넘겨야 해.]그러나 서인은 비웃듯, 차갑게 내뱉었다.“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마음의 짐을 덜고 싶어서 그러는 거겠죠?”이에 구은태는 순간 할 말을 잃었고, 서인은 아무런 미련 없이 전화를 끊어 버렸다.그는 예상하지 못했다. 구은태가 자신에게 설득당하지 않자, 어디선가 알아낸 정보를 이용해 소희
마심호가 앞으로 나서서 설명했다.“의사 말로는, 회장님께서 저녁에 술을 드셨다고 해요. 게다가 두 종류의 술을 함께 마셨고, 이번 심장 발작도 아마 이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고요.”서선영은 즉시 말했다. “회장님께서 직접 술을 마시겠다고 하셨어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회장님 성격상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아무도 말릴 수 없어요.”“제가 말릴수록 더 화를 내시니까요.”구은서는 서선영의 팔을 붙잡으며 냉정하게 말했다.“엄마, 굳이 변명할 필요 없어요. 매일 아빠를 돌보며 고생하는 건 엄마잖아요. 엄마는 늘 집안을 위해 애쓰고 있고, 그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부모에게 최소한의 효심도 보이지 않으면서, 오히려 아빠를 걱정시키고 속상하게 만들죠.”“지금 죄책감을 느껴야 할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딴청 피우는 사람 아닌가요?”마심호는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아가씨, 그렇게 단정 지을 문제는 아니에요. 도련님께서 집을 떠나 계셨던 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죠.”은서는 그의 말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쏘아보며 쏘아붙였다.“그게 무슨 뜻이에요? 말씀 속에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차라리 대놓고 말해보시죠. 오빠가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게 우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제 어머니가 계모라는 이유로요? 하지만 엄마는 한 번도 오빠를 차별한 적 없어요. 오히려 저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무엇이든 다 맞춰주려 하셨죠.”“그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요? 계모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그렇게 애쓰고도, 결국 오해받아야 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나요?”은서의 날카로운 공격에 마심호는 더 이상 말다툼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는 묵직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게 아니에요. 아가씨께서 너무 깊이 생각하신 것 같군요.”하지만 은서는 물러서지 않았다.“제가 생각이 많은 건가요? 아니면 당신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한 걸 제가 말한 건가요?”은서
소희는 어린 시절의 서인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삼각주에서 함께 지냈던 그 시절,서인은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그렇게 무기력하지도 않았고, 이처럼 부정적인 기운에 휩싸여 있지도 않았다. 말수가 적다는 점은 같았지만, 그때의 서인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그때의 서인이 임유진을 만났다면, 분명 그런 복잡한 집안과 신분 문제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유진을 깊이 사랑하고, 망설임 없이 만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임무가 실패한 순간부터, 서인은 변했다.서인은 과거의 어둠 속에 스스로를 가둬 버렸다. 빛을 받아들이지도 않았고, 행복을 허락하지도 않았다.모든 것을 밀어내고, 스스로를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다. 소희는 서인을 이해했기에 그래서 안타까웠다.서인은 말하는 것처럼 유진을 좋아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 감정을 직시할 용기가 없었을 뿐이었다.구택은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어깨뼈를 감싸 쥔 채, 천천히 얼굴을 숙여 소희의 뺨에 입을 맞췄다.“그만 생각해. 유진이는 서인을 잊을 거야. 그게 운명이야.”소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어쩌면, 어떤 일들은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유진이가 정말 영원히 서인을 잊어버린다면, 그것이 바로 둘의 결말일 것이다.구택의 가운이 풀어지면서, 튼튼한 몸이 드러났다. 구택의 피부는 탄탄하고 섹시했으며, 몸을 숙여 소희의 어깨를 입맞출 때, 그의 손은 아래로, 그리고 앞으로 움직였다.소희는 구택의 손을 붙잡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자기야, 아까는 씻고 나면 바로 잘 수 있다고 했잖아.”구택은 낮고 흐린 목소리로 대꾸했다.“아직 열 시야.”“그렇지만 나 졸려.”구택은 소희가 요즘 바쁘고, 유진이 걱정으로 지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에 구택은 소희를 부드럽게 품에 안고, 침대 머리맡의 조명을 어둡게 조절했다.“같이 자자.”소희는 구택의 품에 기대면서도, 머릿속이 서인과 유진이의 일로 가득 차 있었다. 혼란스러웠지만 구택의
수아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사실, 나도 당신을 좋아하긴 해요. 하지만 당신이 집안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이 가게에서 살겠다는 거예요?”그러나 서인의 마음은 이미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는 더욱 냉정한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그 문제는 더 이상 고민할 필요 없어요. 우리는 함께할 수 없어요.”수아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듯,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다시 생각해 봐요. 당신은 구씨 집안의 장남이야. 당연히 돌아가서 그룹을 이끌어야죠.”“이 작은 샤부샤부 가게에 머물러서 무슨 미래가 있겠어요? 난 다 당신을 위해서 그러는 거예요!”서인은 수아를 바라보며, 불현듯 소희의 말이 떠올랐다.“앞으로 순수하게 좋아해 줄 유진이 같은 아이는 다시 못 만날 거야. 한 번 놓치면, 영영 없는 거야.”서인의 가슴이 죄어들 듯 아팠고, 차가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단호하게 말했다.“진수아 씨, 더 이상 여기 오지 마세요.”그 말과 함께 서인은 주저 없이 돌아서 걸어 나갔다. 수아는 서인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며, 화가 난 듯 핸드백을 탁자 위에 내던졌다.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서인은 구씨 집안으로 돌아가 왕처럼 살 수 있는 기회를 뿌리치고, 이런 작은 샤부샤부 가게에서 지내려 하는 걸까?수아가 꿈꿨던 재벌가 사모님의 꿈은 그렇게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서인은 후원으로 돌아왔다. 마당에는 장미 덩굴이 늘어서 있고, 계화나무가 은은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고양이 집, 새로 바뀐 나무 테이블...이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던 이 모든 것들이, 이제는 마치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서인의 마음을 찔러댔다.이곳의 모든 것이 유진과 연결되어 있었지만, 유진은 이 모든 기억을 잊어버렸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몰랐다.작은 고양이 애옹이는 불안한 듯 몸을 일으켜 그를 바라보며 약한 울음소리를 냈다.야옹이조차도 초조한 듯, 같은 자리에서 빙글빙글 맴돌고 있었다.서인은 묵묵히 의자
유진의 다리는 아직 움직일 수 없었기에, 침대에 누워 있거나 침대 머리를 높여 반쯤 기대는 상태로 있어야 했다.그녀는 리모컨 버튼을 눌러 침대 머리를 살짝 올린 뒤, 소희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까 구은정 삼촌이 여기 와서 이상한 말을 많이 했어. 그리고 자기가 날 친 거라고 했어!”소희는 조용히 물었다.“아무런 기억도 안 나?”유진은 잠시 생각하려다가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는데, 고개를 저었다.“정말 기억이 안 나. 내가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아!”소희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기억이 안 나면 그냥 두는 게 좋겠어. 너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니까, 너무 애쓰지 마.”유진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소희, 엄마도 갔고, 이제 우리 둘뿐이잖아!”소희는 눈썹을 살짝 올리며 물었다.“그래서?”유진은 더욱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맛있는 거 좀 먹자!”그녀는 밀크티를 마시고 싶었고, 치킨을 먹고 싶었으며,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었다.이에 소희도 웃으며 말했다.“좋아!”유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바닥을 두 바퀴쯤 뛰어다닌 뒤, 소희에게 커다란 포옹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었기에, 대신 눈빛으로 기쁨을 표현했다.소희는 배달 음식을 주문하기 전에 의사에게 먼저 문의하여, 유진이가 먹어도 되는 음식과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을 확인한 뒤, 철저히 지시를 따르며 간식을 골랐다....유진의 머릿속에서 서인과 관련된 기억은 마치 흐릿한 공백이 된 듯했다. 그와 연관된 오현빈 같은 사람들조차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가끔 멍하니 생각에 잠길 때, 유진은 침대 곁에서 말을 걸던 구은정 삼촌을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그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 한쪽이 텅 빈 듯한 기분이 들었고, 머리도 아팠다.그래서 유진은 본능적으로 서인을 기억하려 하지 않았고,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한편, 서인은 샤부샤부 가게로 돌아왔는데, 마침 진수아도 와 있었다.수아는 자리에서 일
유진은 찡그리며 눈을 떴다. 눈앞에 서인이 있는 것을 보자, 그녀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렸고, 이내 놀란 기색과 함께 경계심이 스며들었다.서인은 푸른 기운이 감도는 눈 밑과 덥수룩한 수염, 깊고 어두운 시선으로 인해 영락없이 위협적인 인상으로 보였다.“구은정, 삼촌?”유진은 낮게 중얼거리며 본능적으로 거실 쪽 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우정숙이 어디 갔는지 궁금해하는 듯했다.왜 낯선 이상한 아저씨가 자신의 침대 곁에 앉아 있는 걸까?서인은 유진을 바라보며 깊은 상처를 숨긴 채, 갈라진 목소리로 묻듯이 말했다.“너, 정말 날 잊었어?”유진은 순간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니, 기억하는데요. 어릴 때 한 번 본 적 있어요.”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는 자신의 기억 속 모습과는 꽤 많이 달랐지만, 그의 깊고도 아픈 시선 속에는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감정이 녹아 있었다.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어딘가 낯설고도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잊어버린 게 차라리 잘된 거야.”서인은 시선을 떨구며, 굳게 다문 턱이 미세하게 떨렸다.“애초에, 우리 같은 사람들은 서로 알아서는 안 됐어.”둘은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들이었고, 이제야 제자리로 돌아온 것뿐이었다.서인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유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짙은 어둠이 가라앉아 있었고, 목소리는 더욱 잠겨 있었다.“유진아, 미안해.”유진은 눈썹을 찌푸리며 서인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문득 놀란 듯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설마, 삼촌이 날 친 건 아니죠?”서인은 유진을 바라보며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 웃음은 울음보다도 더 아프고 쓸쓸했다.“내가 직접 그랬던 건 아니지만 나와 관련이 있어.”유진은 아, 하고 가볍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어쩐지 이상했다. 이에 유진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천진난만하게 말했다.“삼촌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닐 거라고 믿어요. 난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