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은 예전에는 소희가 있는 사당에 가서 매일 마음의 위안을 얻곤 했다. 이제는 소희가 떠나 먼 곳에서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상황을 떠올리며 마음이 허전했다.이에 소희는 말했다. “신이 이렇게 하신 것은 당신이 빨리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이제 신에게 반항하지 말고,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서 결혼해요.” 남궁민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더 불가능한 일 같네요!” 소희는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재미없고,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금방 나를 잊을 수 있을 거예요.” 남궁민은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당신의 그 재미없는 모습이 좋거든요.” 소희는 말을 잇지 못했고 남궁민은 점점 더 미련이 남는 듯 말했다. “만약 그 사람이 당신을 배신하면, 나는 반드시 당신을 찾아갈 거니까 기다려줘요.” 하지만 소희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럴 일은 없을 거고 나는 이제 가야 해요.” 남궁민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힘들게 말했다. “조심해서 가요.” 소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기다리고 있는 구택에게로 걸어갔다. 남궁민은 더 이상 배웅하지 않고, 소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소희가 점점 멀어져 차에 올라타고 자신의 세계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소희를 처음 봤을 때 소희가 재아를 괴롭히려던 남자들을 멋지게 쓰러뜨리는 모습을 보고 흥미를 느꼈다. 아마도 그 흥미는 서희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두 사람 모두 결단력 있고, 정직하며, 외적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내면은 순수하고 선량했다.나중에 남궁민은 둘이 공통적으로 달콤한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남궁민은 점점 소희에게 빠져들었지만, 소희와 서희가 같은 사람일 줄은 몰랐다. 같은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 기뻤지만, 동시에 소희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괴로웠다.며칠 밤 동안 남궁민은 뒤척이며 소희가 죽음을 가장한 진실을 왜 알아내지 못했는지 후회했다. 만약 알아냈다면 소희를 쫓아 H 국에 갔
방금 자리에 앉자 소희는 성연희에게서 문자를 받았다. [소희야, 강성에서 보자!] 소희는 놀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연희도 돌아갔어?” 아직 한 달도 안 됐는데, 연희의 신혼여행이 이렇게 빨리 끝날 리가 없었다. 구택은 소희의 안전벨트를 채워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명성이 나에게 물었어, 언제 돌아오냐고. 장시원과 우청아도 오늘 강성으로 돌아가.” 소희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왜 다들 오늘 돌아가는 거지?’ 구택은 소희의 손을 잡으며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 “내가 북극 작업실 명의로 네가 오늘 귀국한다고 공지했어.” 소희는 눈을 크게 뜨며 놀랐고 구택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 번에 해결해서 뒤탈이 없게 하려는 거야.” 소희는 그제야 구택의 의도를 이해했다. 백양이 임종 때 한 말을 떠올리며 조용히 말했다. “이씨 집안과 삼각용이 손잡고 삼각용의 세균 실험과 코발트 폭탄 개발에 자금을 지원했어. 이씨 집안의 배후 세력은 만만치 않아. 조심해야 해.” “진석이 경성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있어. 증거를 확보했어!” 구택의 입술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그래서 함께 해결해야지! 그리고 소씨 집안, 예전에는 내가 너무 마음이 약했어. 그들에게 너를 한 번 더 상처 입힐 기회를 줬어! 구택이 있는 한, 소희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강성까지는 몇 시간이 걸릴 테니 소희는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할 준비를 했다, 이에 구택은 소희를 보며 물었다. “의자에 기대는 게 나보다 편해?” 소희는 맑고 뚜렷한 눈으로 바라보며 망설임 없이 구택의 어깨에 기대었다. 이번에는 자신이 잘못했음을 알기에 순종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알았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에 구택은 한 가지 명령을 내렸다. [남궁민 성에 있는 사당을 폭파해라!] 곧 답장이 왔다. [명령 접수!] 십여 분 후 구택은 다시 메시지를 받았다. [완료!] 구택은 소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창밖을
간미연은 즉시 지난 며칠 동안의 뉴스를 모두 읽어보았다. 미연의 눈은 점점 차가워졌고 휴대폰을 장명원에게 내밀며 말했다. “이것 좀 봐!” 장명원은 빠르게 내용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거의 욕설을 할 뻔했다. “보스는 알고 계셔?” 명원이 낮은 목소리로 묻자 미연은 말했다. “모른다고 해도, 임구택은 준비를 하고 있을 거야.” “정말 죽고 싶어 환장한 놈들이네!” 명원은 이를 악물었고 미연은 King이 공격받은 시간대를 대략 훑어보았다. “누군가가 소희를 해치려고 하고 있어.”“주로 소희가 애국심은 개나 줘 버린 것처럼 언론플레이하고 소씨 집안사람들에게 배은망덕하다는 포인트로 공격당하고 있어.”“먼저 그 코코가 어떤 인물인지 조사해 볼게.” “조사할 수 있겠어?” 명원이 묻자 미연은 매곡리에 정보를 흘렸다. 그리고 반 시간도 안 되어, 누군가 코코의 신원과 경력을 보내왔다. 그중 하나의 경력을 미연은 따로 캡처해서 명원에게 보여주었다. 1년 전, 이씨 집안의 해외 회사가 코코에게 모델 드레스를 디자인해달라고 요청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코코의 트위터 소개에서 이 경력이 사라졌었다. 이는 이씨 집안이 코코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때 분명히 뉴스 보도가 있었을 거야. 그걸 찾아볼 수 있을까?” 명원이 묻자 미연은 계속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인터넷은 기억이 있다. 그 당시 온라인에 공개된 것이라면 반드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곧, 미연은 코코와 이씨 집안 모델 회사의 협력 홍보 자료를 찾아냈다. 이미 삭제되었지만, 미연은 여전히 찾아냈다. 또한 미연은 밀라노 패션쇼의 심사위원을 검색했는데, 그중 두 명이 이씨 집안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미연은 코코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게시글을 처음으로 올린 ID를 조사했다. 이는 경성에 있었고 범위를 좁히면 경성의 이씨 본사였다. 명원은 모든 자료를 스크린샷으로 찍어 임구택에게 보냈고 구택은 휴대폰을 열어 몇 번 본 후, 명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소희는 이마를 찡그리며 다시 악몽에 빠진 듯했다. 임구택은 속이 타들어 갔다. 백양이 준 약이 왜 요 며칠 동안 효과가 없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구택은 소희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소희야, 일어나!” 소희는 곧 눈을 떴고 눈에는 잠시 혼란스러움이 스쳤다. 그리고 겁에 질린 듯 구택을 올려다보았다. 구택의 깊은 눈에는 걱정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고는 소희의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 “또 악몽을 꿨어?” 소희는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리고 창밖을 보았다. “비행기가 착륙했어?” “응, 할아버지와 스승님이 모두 널 데리러 왔어. 성연희와 우청아도 한 시간 전에 강성에 도착했어. 지금 공항에서 널 기다리고 있어!” 구택은 부드럽게 말했다. “할아버지와 스승님도 왔어?” 소희는 놀라며 말했다. 연희와 청아는 미리 알고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왜 강성에 왔는지 몰랐고 곧 그녀는 상황을 파악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인터넷의 일로 할아버지도 알게 된 거야?” 그러자 구택은 소희를 달래며 말했다. “인터넷에서 소란이 커지고 있어서 할아버지도 알게 될 수밖에 없었어. 할아버지도 널 보고 싶어 하셔서, 이 기회에 공항에 와서 네 진실을 밝혀주려고 오신 거야.” 소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할아버지는 이런 일 정말 싫어하시는데, 결국 할아버지도 말려들게 되었어.” “널 위해서라면 할아버지도 기꺼이 하실 거야!” 비행기가 멈추고 사람들은 내릴 준비를 시작했다. 이때 양재아가 소희에게 다가와 물었다. “우리 이따가 네 스승님을 만나러 가야 해? 좀 긴장돼!” “걱정하지 마, 내 스승님도 오셨어. 곧 만날 수 있을 거야. 매우 자상하신 분이셔서 널 좋아하실 거야!” 그러자 재아는 놀라며 말했다. “스승님도 오셨어?” “먼저 이 얘기는 하지 말고, 집에 돌아가서 이야기하자.” 더 긴장해하는 재아에 소희는 재아를 안심시켰고 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럼 마음의 준비를 할게.” 사람들이
소해덕은 소씨 집안의 오래된 저택을 둘러보며 흥분과 아쉬움을 느꼈다. “이 집에서 오래 살았는데, 조금 아쉽긴 하네!” 그러자 홍해인은 위로하며 말했다. “경성에 가면 더 좋을 거예요!” 소해덕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비볐다. “경성으로 이주하는 것은 원래 우리 아버지의 소원이었는데, 마침내 내가 그것을 이루었으니, 조상님들에게 부끄럽지 않네.” 진연은 더없이 기뻐하며 소해덕에게 상기시켰다. “아버지, 전에 말씀하신 일 잊지 마세요!” 이때 장연경은 눈동자를 굴리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동서, 아버님과 무슨 얘기를 하셨죠? 앞으로 우리 모두 같은 배를 타게 되니, 알려주시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진연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별거 아니에요. 경성으로 이주하면, 아버지께서 소동에게 회사 내 자리를 마련해 주실 거라는 얘기예요.” “동서는 언제나 소동을 챙기네요!” 진연은 소동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자기 딸을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기겠어요?” 소동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 경성에 가면 저는 계속 작업실을 열고 싶어요!” 지금 소동은 온라인에서 많은 지지자를 가지고 있으며, 예전의 표절 사건은 이미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그래서 다시 자신의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문제없어!” “네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아버지께서 주실 거야. 너는 할아버지가 소원을 이루는 데 큰 공을 세웠으니까!” 장연경은 남편과 눈을 마주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진연은 그걸 보고 불편한 기분이 들어 되물었다. “소설아 일은 어떻게 할 거야? 직장을 그만두게 할 거야? 그만두기는 아깝지 않나?” “전 그만두지 않을 거예요!” 설아가 조용히 말했다. “전 계속 임씨 그룹에 남을 거예요!” “그렇구나?” 진연은 놀라며 말했다. “그러면 아주버님과 형님은 설아와 떨어지게 되네요?” 장연경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설아는 임씨 그룹에서 많은 시간을
홍해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말로 소찬호가 불쌍하구나. 현명하지 못한 부모를 따라가면, 미래도 망가질 텐데!” 진연은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소동과 소설아가 있잖아요?” “맞아!” 홍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TV에서는 갑작스러운 소란이 일어났다. 누군가가 King이 이미 비행기에서 내렸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모든 사람이 앞쪽으로 몰려들었고, 누군가는 심지어 야구 방망이를 들고 있었으며, 사람을 때리려는 듯한 격렬한 모습이었다. 진연은 옷깃을 잡으며 생각했다. 소희가 나타나서 맞고, 궁지에 몰려 쫓겨나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소희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 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진연은 소동에게 20년 동안 마음을 쏟아부었다. 소동이 자기 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크게 실망했다. 소희를 만나기 전에는, 진언은 소동을 데려가서 산골로 돌아가게 할까 봐 걱정했다. 자신의 예쁜 딸이 그런 곳에서 살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소희를 처음 본 순간, 실망했고 소희는 여전히 그날 오후를 기억하고 있었다. 운성의 한 찻집에서, 평범한 옷을 입은 노인이 모자를 쓴 소희를 데리고 와서 진연과 소정인에게 말했다. “이 아이가 소희입니다. 당신들의 딸입니다.” 소희는 그들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차가운 태도로, 그들과 재회한 것에 대해 전혀 감격이나 고마운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소정인이 불렀을 떄, 소희는 그저 작게 대답했다.“소희야.”“네.” 처음에는 소희가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수줍음이 많고 낯을 가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으로 데려간 후에도 소희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소동의 활발함과 대조적이었다. 소동은 자기 드레스와 장신구를 조심스럽게 소희에게 주었지만, 소희는 아무런 표정도 보이지 않아 소동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소동이 자라면서 얻은 자부심을 소희가 다 무너뜨리는 것을 보고, 진연은 매우
누군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들이 King을 마중 나왔나?” “그런 힘이 어디 있어? 강재석 어르신이 직접 오셨잖아!” “하지만 이 상황을 보니 마중 나온 것 같아!” “혹시 대단한 인물이 와서 King이랑 같은 시간에 비행기에서 내린 건 아닐까?” 어떤 일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계속 추측했다. 잠시 후, 누군가가 외쳤다. “King이 왔다!”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보니, VIP 통로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오고 있었다. 앞에 있는 사람은 바로 King, 소희였다. 강성의 날씨가 추워서, 소희는 검은색 외투를 입고 야구 모자를 쓰고 있었다. 작고 정교한 얼굴의 반만 보였고, 차분한 분위기로 천천히 걸어왔다. 옆에 있는 키 큰 임구택은 계속 소희의 손을 잡고, 발걸음은 더욱 무게감 있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기자들도 카메라를 소희에게 집중시켰다. 구택과 진언의 경호원들이 공항 보안보다 빠르게 소희의 앞을 막아서, 흥분한 사람들을 뒤로 물러나게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분노를 멈추지 않고, 여전히 앞으로 밀쳐내며 큰 소리로 물었다. “King,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군!”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건가요?” “그렇게 외국이 좋으면 외국 가서 살고 돌아오지 말지!” ... 장명원이 먼저 소희 앞을 막아서서, 분노한 사람들을 향해 기세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 “소씨 집안 사람들은 왔나? 뒤에서 온갖 음모를 꾸미다가 오늘 King이 오니 나오지 못하고 있나?” “King을 비호한 것에 대해 직접 나와서 대면해라. 겁쟁이처럼 뒤에 숨어있지 말고, 네티즌을 총알받이로 삼지 마라!” “소씨 집안사람들, 나와!” 소씨 집안셋째 네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거실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소희가 나오는 것을 보고 모두가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함께 나온 구택을 보자, 얼굴이 굳어졌고 장연경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 “소희가 확실한 후원자를 찾아 돌아왔군!” 이에 소정
임구택은 소희의 손을 잡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내가 내 와이프를 감싸지 않으면, 당신들이 감싸줄 겁니까?” “와!” 모두가 놀라며 열띤 토론을 시작했다. King이 임씨 그룹 사장의 와이프라고? 애인이나 여자친구가 아니라, 구택이 와이프라고 말했다. 이때 한 기자가 소리쳤다.“임구택 사장님, 무슨 뜻인가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구택은 소희와 손을 맞잡고, 차갑게 말했다. “정식으로 발표합니다. King, 즉 소희는 제 와이프입니다. 우리는 6년 전에 이미 결혼했습니다.”“그러니 King이 임씨 그룹에 잘 보이겠다고 난리 친다는 말은 다 헛소리입니다.” “그리고 나의 와이프가 5000만 달러를 받기 위해 일부러 다른 사람에게 져주었다는 루머는 우리 임씨 그룹과 저의 와이프를 얼마나 무시하는 발언입니까!” 큰 환영장이 5초간 조용해졌고 다시 한번 엄청난 소란이 일어났다. 이 소식은 정말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King이 임씨 그룹 사장의 와이프라는 사실은 외부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었다. 그리고 호기심 많은 기자들이 재차 질문을 던졌다. “그럼 코코에게 일부러 져준 일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요?” “King이 임구택 사장님과 결혼한 후, 임씨 그룹의 보호를 받기 위해 소씨 집안을 버린 건가요?” “King이 임구택 사장님의 인맥을 이용해 소씨 집안의 친딸인 소동에게 복수하고 있는 건가요?” ...“그 질문은 제가 답변하겠습니다.” 강재석 어르신 일행이 다가왔고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모든 사람이 조용해졌다. 성연희와 우청아가 빠르게 소희에게 달려가, 셋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연희는 기쁨에 눈물이 반짝였다. “소희야, 너무 보고 싶었어!” “나 돌아왔어!” 소희는 연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고 청아에게 물었다. “뉴욕 여행은 끝났어?” 그러자 청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는 그저께 돌아오려고 했는데, 시원 오빠가 너희와 함께 돌아가자고 해서 이틀 더 머물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유진은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구은정을 떠올렸다. 그녀는 가볍게 눈썹을 올리며 생각했다.‘그분이 여자친구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방연하한테 연락처를 물어봐 준다고 한 건 너무 성급했던 거 아닌가?’유진은 여진구를 돌아보며 물었다.“선배, 구은정 삼촌이랑 친해요?”그러자 진구는 순간적으로 긴장했다.“잘 몰라. 왜 갑자기?”유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방연하가 연락처를 알고 싶어 하더라고요. 혹시 여자친구 있는지 알아요?”진구는 마음속으로 안도하며 자연스럽게 웃었다.“한 번 보고 마음에 든 거야?”유진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연하는 잘생긴 남자만 보면 좋아해서, 하나도 이상할 거 없어요.”진구는 백미러를 통해 그녀를 흘깃 바라보며 물었다.“만약 네가 그 사람 연락처를 알게 된다면, 방연하한테 줄 거야?”“당연하죠. 그런데 나도 몰라요.”유진은 어깨를 으쓱였다.“만약 다시 마주치게 되면, 그때 한 번 물어볼 수도 있죠.”진구는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곧 생일이지? 원하는 선물 있으면 미리 말해. 사실 하나 준비해 두긴 했지만.”유진의 눈동자가 살짝 빛나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선물은 필요 없어요. 생일날 내가 걸어서 다닐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니까.”그 말에 진구는 호탕하게 웃었다.“그건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의사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야. 내가 할 수 있는 걸로 말해 봐.”유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요.”유진은 짐짓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누가 생일 선물을 물어보는 거예요? 그러면 놀랄 일도 없잖아요!”이에 진구가 웃으며 말했다.“괜히 쓸데없는 걸 주는 것보다, 네가 진짜 원하는 걸 주는 게 낫잖아.”유진은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그럼 난 안 어렵게 할게요. 내가 회사 출근하면, 휴가 좀 더 주는 걸로 해요.”이에 진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럼 내가 휴가 쿠폰 만들어 줄게. 네가 원할 때마다 쓸 수
방연하는 임유진에게 더 가까이 다가와 우산을 씌우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제가 들게요!”서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우산을 넘겨주고 두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그때, 한 차량이 서점 앞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여진구는 우산을 들고 서 있다가 서인의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곧장 긴장한 듯 발걸음을 재촉하며 유진에게 다가갔다.“유진아!”유진은 진구를 보자 놀란 듯 기쁜 표정을 지었다.“어? 선배 왜 왔어요?”유진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본 서인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꼭 다물었다. 진구는 서인을 경계하듯 바라보며, 한 손으로 우산을 높이 들어 유진의 머리 위를 가려주었다.그리고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비가 올 것 같아서 걱정됐어. 운전기사가 제때 도착하지 못할까 봐 직접 데리러 왔어.”진구는 오는 길에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했지만, 차가 막혀 도착이 늦어지고 있었다.유진은 고개를 들어 진구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선배는 정말 빈틈이 없네요!”“이제 집에 가자.”진구는 외투를 벗어 유진의 어깨에 걸쳐 주었고, 유진은 연하를 돌아보았다.“집까지 태워 줄게.”“괜찮아!”연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곧 효성이 차 가지고 올 거야. 우리 둘이 같은 방향이니까, 넌 먼저 가. 도착하면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 남길게.”“알겠어. 효성이랑 나 대신 인사해 줘. 나 먼저 갈게!”유진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진구는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다른 손으로 휠체어를 밀며 그녀를 자신의 차로 데려갔다. 그는 일부러 공간이 넉넉한 SUV를 타고 왔다.조심스럽게 유진을 들어 올려 차에 태운 뒤, 문을 닫았다. 그제야 유진은 무언가 떠올랐다.유진은 고개를 돌려 서인을 바라보았고, 서인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가늘게 내리는 빗줄기 너머로 그의 표정이 희미하게 보였고, 어깨 한쪽이 젖어 있었다.유진에게 우산을 씌워 주느라 비를 맞은 것이었다. 그러나 유진이 서인을 바라본 것은 한순간이었다.진구는
유진은 병원에 있을 때 서인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깊게 파인 눈두덩과 덥수룩한 수염, 창백하고 초췌한 얼굴로 피폐한 기운이 가득했다.그러나 지금, 눈앞의 남자는 크림색 캐주얼 정장을 입고 깔끔하게 면도를 한 상태였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단단한 인상은 그때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유진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해요!”서인은 책을 내려서 유진에게 건네며 반쯤 무릎을 굽혀 마주 앉았고, 깊고 어두운 눈빛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다리는 좀 어때?”유진은 공손하게 미소 지었다.“많이 좋아졌어요.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앞으로 반 달 정도면 걸을 수 있을 거래요.”서인은 유진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이 가장 조심해야 할 시기야. 뼈가 아직 약하니까, 부상 조심해야 해.”“감사해요!”유진은 예의 바르게 웃으며 물었다.“그런데, 삼촌은 여기 어쩐 일이세요?”‘삼촌?’유진이 마침내 자신을 삼촌이라고 불렀으나 서인의 가슴 한편이 묘하게 저려왔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나도 책을 사러 왔어.”“정말 우연이네요!”희미하게 붉어진 노을이 책장 사이로 스며들어 유진의 옆얼굴을 감쌌다.살며시 흔들리는 눈동자는 맑고 생기 있었으며, 슬픔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저 담담함과 거리감만 남아 있었다.유진은 반쯤 무릎을 굽혀 자신과 시선을 맞추는 서인을 보며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린아이를 대하듯 부드러운 목소리와 친절한 태도.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유진은 책을 받아들며 말했다.“제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잘 가.”유진은 가볍게 웃었다.“안녕히 계세요, 삼촌!”유진은 휠체어를 조종해 몸을 돌렸고, 다시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마치 가볍게 스쳐 지나간, 특별할 것 없는 우연한 만남처럼.서인은 천천히 일어섰다. 유진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며, 서인의 눈빛은 점점 더 깊고 어두워졌다. 마치 구름에 삼켜진 석양처럼,
우정숙이 집에 없었기 때문에, 노정순은 도우미를 붙여 임유진을 돌보게 하려 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진은 탐탁지 않아 했다.“할머니, 저를 돌봐 줄 친구들도 있어요. 굳이 도우미까지 따라오면, 친구들이랑 편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워요.”노정순은 손녀를 아끼는 마음에 그녀가 기분 나빠할까 걱정되었지만, 결국 장효성에게 유진을 잘 돌봐 달라고 신신당부했다.효성과 친구들은 긴장한 듯 조심스럽게 대답했고, 집을 나서자마자 효성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아까 너희 할머니가 나한테 말씀하실 때, 너무 긴장해서 혀가 꼬일 뻔했어.”그러자 유진이 웃으며 말했다.“우리 할머니 엄청 온화하신데, 뭐가 그렇게 무서워?”효성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우, 넌 몰라. 그 분위기라는 게 있어. 아무 말 안 해도, 그냥 위엄이 철철 넘치는 그 느낌 말이야!”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걷고 있는데, 여진구가 차에서 내렸다. 그의 손에는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유진아, 어디 가는 거야?”그러자 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친구들이랑 좀 돌아다니려고요.”효성이 슬쩍 친구에게 눈짓을 보내자, 진구는 곧바로 말했다.“나도 같이 가도 돼?”유진이 눈썹을 찌푸렸다.“친구들이랑 모임인데, 선배가 왜 따라와요?”진구는 그녀의 다리를 걱정하며 물었다.“다리는 괜찮아?”유진이 웃으며 말했다.“걸어 다니는 것도 아닌데요, 뭐.”이에 진구는 할 수 없이 물러났다.“몇 시에 돌아올 거야? 데리러 갈게.”“그걸 지금 내가 어떻게 알아요?”“그러면 집에 들어가기 전에 전화해.”“알았어요!”임씨 저택에서는 휠체어를 올릴 수 있도록 특별히 개조한 차량이 준비되어 있었다.진구는 직접 휠체어를 밀어 그녀를 차에 태운 후, 차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차 안에서 효성이 장난스럽게 물었다.“그 사람 네 남자친구야? 완전히 잘생긴 데다가 다정하기까지 하네!”유진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그냥 친구야.
구은정이 갑작스럽게 회사로 돌아오자, 그룹 내에서는 환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우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불안해하는 이들은 바로 외척인 서씨 집안이었다.한편, 구은서는 서선영을 원망하며 말했다.“엄마가 굳이 진수아를 구은정에게 소개해 줄 필요가 없었어요. 그게 결국 회사로 돌아오게 만든 거잖아요.”하지만 서선영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한 태도로 담담하게 말했다.“구은정은 어차피 언젠가는 돌아올 사람이야. 진수아가 아니었어도, 결국 돌아왔겠지.”은서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외삼촌께서 아직 완전히 회사를 장악한 것도 아니잖아요.”서선영은 거울을 보며 얼굴에 파우더를 두드리면서 비웃듯 말했다.“너희 아버지를 몰라? 왜 그렇게 외삼촌들에게 기회를 준다고 생각해? 그건 결국 구은정을 돌아오게 만들기 위한 수단일 뿐이야.”“구은태는 모든 걸 철저히 계산하고 있어. 너희 외삼촌들에게 맡긴 일들은 죄다 돈이 되는 자리야. 설령 실수하더라도 쉽게 넘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 줬지.”“그래서 겉으로 보기엔 대단한 권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룹의 핵심 의사결정에는 단 한 번도 관여하지 못했어.”“구은태가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오직 하나, 바로 구은정이 돌아오기를 기다린 거야. 심지어 구은정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절대로 죽지도 않을 거야.”“나도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구은정만 돌아오면, 구은태도 경계를 늦출 테니까.”서선영의 눈에는 확신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구은태가 철저한 전략가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구은태가 살아 있는 한, 서씨 집안은 그저 작은 이득을 취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구씨 그룹의 핵심 권한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것이었다.하지만 은정은 달랐다. 그는 어릴 때부터 반항적이었고, 타고난 기질이 자유분방했다. 오랫동안 밖에서 떠돌며 방탕하게 살아왔고, 배운 것도 없으며, 늘 무기력하고 한심한 태도를 보였다.은정이 회사를 맡는다는 것은, 곧 회사를 한심한 인물의 손에 맡기는 것이나 다
유진은 서인을 잊어버렸다. 그래서 그는 어디에서도 참회할 수 없었고, 자기 잘못을 만회할 수도 없었다.소희는 서인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함께 저려왔다.“유진이를 좋아한다면, 다시 찾아가서 붙잡아.”서인은 고개를 저었다.“유진은 다시 여기로 오지 않을 거야.”소희는 단호하게 말했다.“여기로 오지 않는다면, 네가 직접 찾아가. 구은정의 신분으로 다시 그녀를 만나봐! 너희는 혈연관계도 아니잖아.”“족보 따위 신경 쓸 필요 없어. 네가 그녀를 좋아한다면, 도덕적인 문제도 없고, 다른 건 전부 중요하지 않아.”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들었다.“나보고 구은정으로 돌아가라는 거야?”소희의 시선이 깊어졌다.“그래. 정말로 구씨 가문을 서씨 집안 사람들에게 넘길 생각이야? 네 어머니가 생전에 쏟아부은 정성과 노력이 원수에게 돌아가도 괜찮아?”“네가 말했잖아. 임유진은 샤부샤부 가게의 사장이 될 사람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구씨 집안의 안주인으로 만들어. 네가 가진 가장 좋은 것을 주는 거야!”“유진이는 이미 충분히 노력했어. 이제 네가 노력할 차례야!”“내가 아는 서인은 혹독한 훈련 끝에 무적의 저격수가 된 사람이야. 사람들이 이름만 들어도 두려워할 정도였잖아.”“네가 가졌던 영광은 절망과 패배감 속에서 얻은 게 아니었어! 네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잃어버린 것들은 전부 되찾을 수 있어!”서인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았다.“나한테도 기회가 있을까?”그는 구씨 가문의 운명이 누구 손에 들어가든 상관없었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오직 유진뿐이었다.“당연하지!”소희는 따뜻하면서도 힘이 실린 미소를 지었다.“서인은 유진을 잃었지만, 구은정은 그렇지 않아. 다시 사랑하게 만들어. 네가 유진에게 빚졌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돌려줄 기회를 가져!”“임구택이 예전에 이런 말을 했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슬픔도 기쁨도 상대방이 전부라고. 네가 유진이에게 주는 행복이야말로 유진이 진정으로 원하는 거야!”“유진이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본 서인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의 분위기는 한층 더 어두워졌고, 그 무엇도 의욕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듯한 무기력함이 온몸에 배어 있었다.소희는 가슴 한쪽이 시큰해져,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조용히 옮겼다.서인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차갑고 고독했던 눈빛은 이제 빛을 잃어버린 채, 텅 비어 있었다.이윽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왜 왔어?”소희는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조용히 말했다.“너 보러 왔어.”서인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소희에게 차를 따라주었다.“내가 뭐 볼 게 있다고. 여전한데.”소희는 서인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진짜 네가 여전하다고 생각해?”서인은 찻잔을 들던 손을 멈췄다. 손가락이 살짝 떨리더니, 컵에 떨어지는 차가 잔 속에서 잔물결을 일으켰다. 그 투명한 소리는 고요한 오후에 묘하게 날카롭게 들려왔다.서인은 찻주전자를 내려놓았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얼굴이 더욱 피곤하고 초췌해 보였다.이윽고 서인은 조용히 물었다.“최근에 유진이를 봤어?”유진의 이름을 언급하는 순간, 서인의 눈빛 속에서 미약하게나마 생기가 피어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희미한 빛은 마치 어두운 심연 속으로 가라앉듯, 다시 사라져 버렸다.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잘 회복하고 있어. 오른손도 가벼운 물건은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나아졌고, 정신 상태도 아주 괜찮아.”서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잘됐네.”서인의 목소리는 더욱 가벼워졌고 조심스럽게 물었다.“나를, 기억해 냈어?”소희는 잠시 머뭇거리다,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니.”서인은 시선을 내리깔았다. 입가를 살짝 비틀며, 마치 스스로를 조롱하듯이 중얼거렸다.“기억 못 해도 괜찮아.”소희는 깊은숨을 내쉬었다.“이게 원했던 거 아니야? 근데 왜 스스로를 이렇게까지 망가뜨리는 거야?”서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손을 뻗어 담배를 찾았지만, 막상 담배를 손에 쥐고 나서야, 담배를 끊은 지 오래됐다는 걸 깨달았다.그는 그대로 담배
서인은 돌아왔지만,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자지 않았다. 혼자 후원에 머물러 있었고, 도대체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임유진이 사고를 당한 이후, 서인은 점점 더 후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오현빈은 서인에게 다가가 무언가 말을 걸려 했지만, 문득 이 순간만큼은 그가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잠시 머뭇거리던 현빈은, 결국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서인은 더 이상 병원에 가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 구은태는 의식을 되찾았고, 그는 직접 서인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돌아와 회사를 맡으라고 말했다.병을 앓은 뒤라 기력이 쇠한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절실하고 진심 어린 듯 들렸다.[은정아, 돌아와라. 예전의 일은 내가 잘못했다. 내가 진심으로 사과할게.][네가 아무리 아빠를 미워해도, 네가 구씨 집안 사람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이제 나는 더 이상 그룹을 이끌 힘이 없어. 그러니 네가 이 책임을 맡아야 해!]서인은 미소인지 냉소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서씨 사람들이 좋다면서요? 그럼 그룹도 구은서에게 넘기면 되겠네요. 그럼 그쪽도 더 이상 싸울 필요 없겠죠?”구은태는 숨을 한 번 거칠게 들이쉬었다.[은정아, 정말 나를 그토록 미워해서, 우리 집안 사업까지 함께 외면하려는 거냐? 하지만 잊지 마. 회사에는 네 어머니의 노력과 땀도 스며 있어.]서인의 목소리는 더욱 차가워졌다.“이제서야 그게 기억났나 보죠?”구은태는 목소리를 낮추며, 한층 더 간절한 톤으로 말했다.[난 네 어머니에게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왔다. 그래서 반드시 회사를 네 손에 넘겨야 해.]그러나 서인은 비웃듯, 차갑게 내뱉었다.“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마음의 짐을 덜고 싶어서 그러는 거겠죠?”이에 구은태는 순간 할 말을 잃었고, 서인은 아무런 미련 없이 전화를 끊어 버렸다.그는 예상하지 못했다. 구은태가 자신에게 설득당하지 않자, 어디선가 알아낸 정보를 이용해 소희
마심호가 앞으로 나서서 설명했다.“의사 말로는, 회장님께서 저녁에 술을 드셨다고 해요. 게다가 두 종류의 술을 함께 마셨고, 이번 심장 발작도 아마 이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고요.”서선영은 즉시 말했다. “회장님께서 직접 술을 마시겠다고 하셨어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회장님 성격상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아무도 말릴 수 없어요.”“제가 말릴수록 더 화를 내시니까요.”구은서는 서선영의 팔을 붙잡으며 냉정하게 말했다.“엄마, 굳이 변명할 필요 없어요. 매일 아빠를 돌보며 고생하는 건 엄마잖아요. 엄마는 늘 집안을 위해 애쓰고 있고, 그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부모에게 최소한의 효심도 보이지 않으면서, 오히려 아빠를 걱정시키고 속상하게 만들죠.”“지금 죄책감을 느껴야 할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딴청 피우는 사람 아닌가요?”마심호는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아가씨, 그렇게 단정 지을 문제는 아니에요. 도련님께서 집을 떠나 계셨던 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죠.”은서는 그의 말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쏘아보며 쏘아붙였다.“그게 무슨 뜻이에요? 말씀 속에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차라리 대놓고 말해보시죠. 오빠가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게 우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제 어머니가 계모라는 이유로요? 하지만 엄마는 한 번도 오빠를 차별한 적 없어요. 오히려 저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무엇이든 다 맞춰주려 하셨죠.”“그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요? 계모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그렇게 애쓰고도, 결국 오해받아야 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나요?”은서의 날카로운 공격에 마심호는 더 이상 말다툼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는 묵직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게 아니에요. 아가씨께서 너무 깊이 생각하신 것 같군요.”하지만 은서는 물러서지 않았다.“제가 생각이 많은 건가요? 아니면 당신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한 걸 제가 말한 건가요?”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