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연은 기뻐하며 말했다. “오빠, 딱 좋은 타이밍에 돌아왔어. 인터넷에서 유명한 해물 요리 전문점을 봤는데, 오늘 저녁 거기 가자!” 우강남은 소파에 지친 몸을 늘어뜨리며 대답했다. “지금 기분이 별로라 밥도 못 먹겠어.”“왜 그래?” 소연이 물었고 허홍연은 강남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걸 보고 다가와 걱정스레 물었다. “무슨 일이야?” 이에 강남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회사에서 해고당해서 지금 실직 상태예요!”강남의 폭탄 발언에 허홍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왜 널 해고한 거야?” 소연도 마음이 급해져 물었다.“그래, 무슨 잘못을 했다고 해고하는데?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부서 경리로 승진한다는 얘기가 있었잖아, 어떻게 갑자기 해고돼?”허홍연이 소연을 부축하며 말하자 소연은 허홍연의 손을 휙 뿌리치며 강남을 노려보았다.“소연아, 조급해하지 마, 배 속의 아기가 더 중요해. 우선 강남이 얘기를 들어보자. 말 좀 해봐, 도대체 무슨 일이야?”강남이 고개를 들자 둘 다 강남에 집중했다.“나도 잘 모르겠어, 갑자기 책임자가 나를 사무실로 불러서 회사가 인력을 줄여야 한다고, 내 이름이 해고 명단에 있다고 했어.”“해고 보상금을 준다고 하더니 그냥 집에 가라고 하더라고.” 소연은 실망한 표정으로 소파에 털썩 앉았다. 소연은 임신하자마자 일을 그만두었다. 그건 강남이 승진할 것이라 생각해서 안심하고 집에서 쉬며 태교에 전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강남의 승진 실패와 해고에 당황스러웠다. 이제 둘 다 수입이 없게 되었고 소연은 임신 중이라 다시 일자리를 찾기도 어려웠다. 최근에는 차와 가방을 사느라 저축도 많이 줄었고, 그리고 곧 추가되는 지출도 있었기에 만약 둘 다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강남이 곧 일자리를 찾더라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고, 소연은 부잣집 아내가 되길 원했으나 그 꿈이 언제 이루어질지 미지수였다.“잘하고 있고 곧 승진할 거라고 했는데, 왜 해고 대상이 된 거야
정소연과 허홍연은 갑자기 조용해져서 우강남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강남은 화가 가득 났는지 얼굴이 빨개져서 소리쳤다. “엄마, 우리가 우청아를 어떻게 대했는지 정말 모르세요? 우리가 청아에게 무슨 자격으로 따질 수 있죠?”강남은 가슴 속 깊은 슬픔을 억누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사장님이 계열사에서 나를 해고하게 한 건, 우리에게 향한 경고예요, 알아요? 만약 다시 청아를 괴롭힌다면, 저는 더 이상 강성에서 못 살아요, 아니, 우리 가족 모두 강성에서 쫓겨날지도 몰라요!” 강남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계속했다. “장시원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알아야 해요. 그때가 되면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장인어른 집안까지 연루될 수 있어요.”강남의 말에 그제야 소연은 갑자기 기세가 꺾였다. “장시원, 그 사람은 왜 우리 가족한테 이러는 건데?”“기분이 나쁘면 이유가 필요해?” 강남은 비꼬는 듯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허홍연은 굉장히 난감해졌다. 이미 계약서에 서명했고, 청아와 너무 멀어졌기에 이제 화해를 구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게다가 지금 화해를 구한다면 배상금을 같이 부담해야 할지도 몰라 소연도 할 말을 잃었다. “그럼 지금 어떡해? 그냥 손 놓고 직장 잃는 꼴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거야?”이에 강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그냥 이대로 두고 아무도 청아를 찾아가지 마. 장시원을 화나게 하면 우리 모두가 고통받을 거야!”“나는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고 아직 모은 돈이 있으니까 한동안은 살 수 있어.”강남은 시원이 오늘 자신을 해고한 건, 그 부양책임에 관한 협의서를 알게 된 것 같아서, 청아와 완전히 연을 끊게 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했다. 단지 해고일 뿐, 청아 가족들에게 마지막으로 돌아설 기회와 체면을 남겨 놓은 것이었다. 부양책임에 관한 협의서에 대해서 강남은 이미 마음이 불편했던 강남이였다. 소연은 여전히 화가 나 있었지만, 강남의 말에 두려움을 느껴 이전처럼 기세등등하지 못했다. “일단 이대로 두고, 나 혼자 방에 들어가서 좀
우청아는 몸을 숙여 말했다. “이제 집에 갈 시간이야!” 장시원은 청아의 손을 잡고 일어서며 말했다. “요요는 좀 더 놀게 해. 나랑 좀 얘기할 게 있어.” “응?” 청아는 눈을 깜빡이며 시원을 따라 사무실 책상 쪽으로 걸어갔다. 시원은 청아에게 자신의 의자에 앉게 한 뒤, 파일 박스를 꺼내 그 안에서 몇 가지 부동산 문서를 꺼내 보여주었다. “이건 어정의 집이야, 우리 둘이 추억이 많은 곳이니까 네 이름을 추가했어. 이제 이 집은 우리 둘의 집이야.” “이건 동경호의 별장이야, 앞뒤 두 채를 다 너에게 넘겼어!” “이 카드는 한도 제한 없으니까 마음대로 써도 돼! 그리고 이 차는 새로 산 건데, 너무 과하지 않고 출근용으로 딱 좋아!” 시원이 말을 마치고 청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운전면허는 땄어?”청아는 자신 앞에 놓인 것들을 보며 놀란 얼굴로 시원을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뜻이야?” “별 뜻 없어. 그냥 너에게 주고 싶었어. 원래부터 주고 싶었는데 이유가 없어서 네가 받아들이지 않을까 봐 걱정했거든!” 시원은 책상에 기대어 청아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 안고 키스했다. “이제 넌 내 아이의 엄마야. 이보다 더 확실한 이유가 어디 있겠어? 그러니 거절할 수 없어.”“시원 씨.”청아가 말을 시작하자마자 시원이 청아의 입술을 막으며 그윽한 눈빛으로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넌 독립적이고자 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고자 해. 하지만 그게 내가 너에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을 방해할 순 없어.”“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니까, 내가 너에게 잘하는 걸 받아들일 의무가 있어. 내가 네게 이런 걸 주는 걸로 뭔가를 사려는 거라고 생각하지 마.”“우리 결혼할 때도 재산 공증 같은 건 안 할 거야. 내 모든 것, 나 포함해서 다 네 거야.”청아는 멍하니 시원을 바라보자 시원은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말하고 싶은 거 말해봐.” 청아의 눈빛에는 약간 질투 아닌 질투심이 어렸다.“이제 알겠네, 그렇게 많은 여자들이 당신과
장시원이 저녁을 대접하기로 했지만, 임구택은 전혀 가고 싶지 않았다. 처음으로, 시원을 전혀 만나고 싶지 않았다. 시원이 저녁을 대접하기로 한 곳은 진수원이었다. 구택은 일을 마치고 드라마 촬영 팀에서 소희를 마중 나갔고 잠시 후, 구택은 주차장으로 걸어오는 소희를 발견했다. 저녁 무렵의 바람은 이미 쌀쌀했고, 소희는 얇은 모직 스웨터만을 입고 있었다. 소희의 연한 청록색 스웨터는 정교한 얼굴을 돋보이게 하였고, 깨끗하면서도 차가운 기운을 풍겼다. 소희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머리를 살짝 숙이고 있었고,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소희의 맑은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노을빛 아래, 소희의 아름다운 옆모습은 사람의 시선을 떼기 어렵게 만들었다. 구택은 한참을 소희를 바라보다가 차에서 내려 소희에게 다가갔다. 소희가 소리에 고개를 들고, 저녁노을이 비치는 따뜻한 빛을 받으며 구택에게 환하게 웃어 보이자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이 순간, 구택은 소희를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꼈다. 소희 앞에 다가간 구택은 자신의 코트를 벗어 걸쳐주고 차로 안내했다. 차에 탄 뒤, 구택은 습관처럼 소희에게 안전벨트를 매주고 소희의 입술에 키스했다. 소희의 입술은 차갑지만 부드러워 계속해서 입에 머금고 싶은 정도였다. 해 질 녘 햇살이 차창을 통해 들어와 소희의 반쯤 내린 긴 속눈썹에 부드러운 빛을 더했고, 그 빛은 두 사람이 맞닿은 얼굴까지 비추었다. 그리고 진한 스킨쉽 덕에 촉촉해진 두 사람의 입술에서 무한한 애정이 흘러넘쳐 보였다. 잠시 후, 소희가 멈추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이제 가야 해!” 구택은 가고 싶지 않았지만, 소희의 얼굴을 다시 쓰다듬고 입술 끝에 키스하고는 깊게 숨을 내쉬며 운전석으로 돌아가 차를 몰았다. 초겨울의 저녁은 매우 짧아, 진수원으로 가는 길에 이미 어두워졌다. 차 안에서는 소희가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왔고, 소희는 창밖에 서서히 밝아지는 가로등을 바라보며, 구택이 옆에 있어 마음이 평화롭다고 느꼈다. 그리고 구택은
임구택과 장시원이 동시에 노명성을 바라보았다. “노명성 대표님은요?” 명성이 잠시 침묵한 후, 침착하게 대답했다. “곧 결혼식을 올리죠.” 명성의 말이 떨어지자 세 남자는 동시에 잠시 침묵했다. 이어서,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화제를 돌렸다. 정원에서는 성연희가 요요와 함께 신나게 놀고 있었고, 소희는 옆에 있는 계단에 앉아 과자를 들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먹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물고기가 있는 작은 나무통에 먹이를 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연희가 두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일 오전에 신부 메이크업을 해볼 건데, 봐주러 올래?” 이에 소희가 대답했다. “우청아는 일 때문에 못 가니까 내가 갈게. 내일 오전엔 딱히 할 일이 없어.” 드라마 촬영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소희도 점점 한가해지고 있었다. “좋아! 기다릴게.” 그러자 청아가 말했다. “그럼 사진 좀 찍어줘. 나 미리 보고 싶어, 연희의 신부 모습이 어떨지!” “그래!”소희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연희를 예쁘게 찍어볼게.” 이에 연희가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 “난 원래 예쁜데, 뭘 예쁘게 찍어야 해?” 그러자 소희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안 예쁘게 찍어볼까?” 연희는 소희의 사진 찍는 솜씨를 떠올리며 무력하게 대답했다. “좋아, 그냥 예쁘게 찍어.” 청아는 옆에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식사는 물가에 있는 정자에서 차려졌고, 모두가 둘러앉아 화기애애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술을 마셨다. 시원이 모두에게 한 잔씩 술을 따라주며 청아를 챙겨준 모든 이에게 감사를 표했다. 진수원에서 직접 빚은 국화 매실주는 소희가 한 번 마셔본 적이 있어 그 맛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잔을 들자마자 구택이 가져갔다. 최근에 피임약을 먹지 않았던 소희는 참으며 술을 마시지 않았다. 시원은 고개를 들어 구택을 보며 의미심장 미소를 짓자 구택은 시원의 표정을 애써 무시하고 태연하게 소희에게 주스를 건넸다. 분위기는 굉장히 화기애애했고, 웃음과 대화가 밤하늘에 달이 뜰
소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실 필요 없으세요!” 스타일리스트는 조심스럽게 옆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드라마 세트장에서 일하신다는 걸 들었어요. 바쁘지 않으실 때 저랑 식사 한 번 어떠세요?” “기회가 되면요.” 소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네!” 스타일리스트는 소희를 향해 팬심을 나타내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소희 특유의 차가운 기운에 스타일리스트는 두세 마디 말하고는 더 이상 방해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앉아 있게 했다.“소희야, 너도 메이크업 한번 해볼래? 어차피 너하고 임구택 씨 결혼식도 곧 할 거잖아!”연희의 제안에 소희는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시간이 너무 길어! 너만큼 인내심이 없어.” “그럼 내 결혼식 때 너는 어떻게 할 거야? 드레스는 스스로 디자인할 거야 아니면 내가 골라줄까?” 연희가 묻자 소희는 태연하게 말했다. “네가 골라.” “그래!” 연희는 조금 흥분하며 말했다. “네가 나한테 웨딩드레스 디자인해 주고, 내가 네 옷 골라주고, 완벽한데! 마치 우리 둘이 결혼하는 것 같아!” 소희는 연희를 흘깃 바라보며 다소 무심한 반응을 보였지만 주변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스타일리스트들도 함께 웃으며 분위기를 즐겼다. 웃음과 대화가 이어지면서 시간이 빠르게 흘렀고, 연희의 메이크업이 완성되었고 연희는 소희에게 돌아서며 물었다. “어때?” 소희는 맑은 눈빛으로 칭찬했다. “정말 예쁘다!” “잠깐 웨딩드레스 갈아입고 올게. 넌 사진 찍어서 우청아한테 보내줘. 예쁘게 찍어, 내 미모를 망치지 마!” 연희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소희가 소파에서 자신의 핸드폰을 집어 들 때, 누군가가 다가왔다. “연희 씨, 아래에서 누군가 찾고 있어요.” “누구죠?” 연희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누나! 나야!” 김영이 다가오며 연희를 바라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예쁘네!” 이에 연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
오르골 안에는 축하 카드가 없어서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었다. 성연희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음악상자를 들고 누가 이런 선물을 보냈는지 궁금해했다. 연희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연희에게 예술적인 성향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르골을 들어 올린 순간, 자동으로 열리면서 피아노곡이 흘러나왔다. 표시된 시간에 따르면 곡은 단 10초밖에 되지 않았다. 10초 동안의 피아노곡은 매초마다 ‘띡띡'하는 소리와 함께 흘러나왔다. 소희는 오르골을 계속 지켜보다가 곡이 절반을 지나자 갑자기 표정이 바뀌며 연희에게 돌진했다. 주변 사람들도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모두가 놀라 얼굴을 찌푸리고 뒤로 물러났다. 김영조차도 놀라 두 걸음 물러섰다. 연희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당황했다가, 갑자기 소희가 오르골을 낚아채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소희는 빠르게 움직여 두 걸음을 뛰어, 오르골을 창문 방향으로 힘껏 던지고는 연희를 덮치며 크게 소리쳤다.“다들 엎드려!” 이때 ‘펑'하는 소리와 함께 오르골이 창문에 부딪혀 폭발했다. 전체 건물이 흔들렸고, 유리창은 불꽃처럼 폭발했다. 방 안은 돌과 먼지가 날리고 연기가 자욱했다. 창가에 가까웠던 두 명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충격파에 휩쓸려 벽에 부딪혔고 잠시 후, 방 안은 조용해졌다. 층 아래 사람들이 달려와 상황을 목격하고는 구조 작업에 나섰다. “소희야!” 연희는 목소리가 떨리며 소희를 올려다봤다. “괜찮아?” 소희는 온몸이 쑤셨지만 천천히 일어나며 연희를 일으켰다. “괜찮아, 다른 사람들 다치지 않았는지 봐.” “소희야!” 김영이 달려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희야, 넌 괜찮아?” 연희는 김영을 무시한 채 소희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소희의 등에 박힌 유리 조각으로 인해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연희는 눈물을 흘리며 주위 사람들에게 외쳤다. “약 있어요? 먼저 약 가져와 주세요!” 하지만 소희는 연희의 손을 잡으며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 그냥 작은 상처야.” 연희는 그제야 소희를
경찰이 도착해 3층으로 올라가 증거를 수집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성연희는 담당자에게 다친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먼저 치료를 받게 한 뒤, 나중에 경제적 보상을 논의하기로 했다.소희는 성연희가 사람들에게 지시하는 동안 화장실에 갔다. 손에 묻은 피를 씻어내고는 세면대에 기대어 이번 사건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오르골은 해외에서 배송되었지만, 연희를 해하려는 사람이 반드시 해외에 있을 필요는 없었다. 연희는 평소 행동이 도발적이었고, 특히 노명성을 유혹하려는 여자들에게는 결코 자비를 베풀지 않았기에 그만큼 적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처럼 대담하게 연희의 목숨을 노린 사람은 분명 큰 원한이 있고, 상당한 권력과 영향력을 가진 이일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노씨 집안과 성씨 집안을 동시에 건드릴 수 없었다.소희는 결혼식 전에 이 사람을 찾아내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화장실에 잠시 머물렀던 소희는 밖으로 나오려던 찰나, 옆 구석에서 누군가 전화하는 소리가 들렸다.“이선유, 너야?” 김영의 목소리가 들리자 소희는 걸음을 멈추고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으며 천천히 미간을 좁혔다. 전화 반대편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김영은 분노했다. “나 알아. 네가 최근에 홍수철에게 새로운 폭발물에 관해 물어봤다고 하더라.”“집안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는데, 연희 누나한테 복수하려고 그랬던 거야?” “너 미쳤어?” “이건 살인이야!” 전화기 너머 선유도 격앙되어 소리쳤다. “참을 수 없었어! 난 복수하고 싶었어! 김영, 넌 이미 나를 배신했는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를 비난하려고 해!” “맞아, 나는 너를 배신했어. 나는 연희 누나를 좋아하게 됐어. 네가 나에게 화를 내도 좋은데 다시는 연희 누나를 해치지 마!” “난 네가 누구를 좋아하든지 상관없어. 나는 성연희를 죽이고 싶어!” 선유는 악에 받쳐 절규했다. “나를 상처 입힌 사람은 한 명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 소희도 조심하라고 전해!” “선유야, 제발, 그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