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택은 소희 맞은편의 소파에 앉아 물었다."아버지와 형님은요?"정숙이 대답했다."일이 좀 있다 해서 위층 서재에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아마 곧 내려올 거예요!""네." 구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노부인은 차를 내려놓고 소희를 바라보며 상냥하게 웃었다."소희 선생님은 대학교 3학년 학생이라며? 생긴 것도 예쁘고 또 이렇게 우수하다니, 여기 강성 사람인가?"소희는 대답했다."운성에서 자랐어요.""그래!" 노부인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외지에서 공부하는 셈이니까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우리 집에 오거나 구택을 찾으면 돼. 사양하지 말고."정숙은 이어서 말했다."어린 아가씨 놀라게 하지 않는 것이 좋을걸요. 도련님의 그 웃지 않는 무뚝뚝한 얼굴 보면 보통 사람들은 무서워서 그와 말을 하지 못하잖아요."구택은 소희를 한번 보고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난 그녀를 무섭게 한 적 없어요. 아니면 한 번 물어봐요, 내가 그녀를 어떻게 대했는지."소희는 가슴이 찔려 구택의 말이 다른 사람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봐 인차 대답했다."그럼요, 임구택 씨도 나한테 엄청 잘해줬어요."다행히 다른 사람은 오해를 하지 않았다. 노부인은 농담으로 말했다."그가 여자한테 잘해줬으면 벌써 와이프 얻었지."구택은 피식 웃었다."왜 또 화제가 나한테 돌아온 거예요?"정숙은 오히려 무언가가 생각난 듯 물었다."소가네 집안과의 혼약이 이미 끝났다면서요?"구택은 담담하게 말했다."맞아요!"정숙은 웃으며 노부인을 바라보았다."그럼 정말 어머님한테 며느리 찾아줘야겠네요."구택은 눈을 떨구며 차 한 모금 가볍게 마셨다."아직은 안 급해요."노부인이 물었다."우리 전에 L국에 있을 때 은서를 만났다. 너희들 아직 연락하는 거야?"소희는 눈빛을 반짝이더니 전에 한소율이 한 말을 떠올렸다. 구택이 속으로 좋아하는 그 사람은 바로 은서라고 하는 이 사람일까?구택의 말투는 담담했다."없어요.""너랑 은서도 꽤 아까웠지. 소 씨네 집안 때문
소희는 그저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감사합니다!""감사는 무슨, 우리가 감사해야죠!" 정숙은 온화하고 우아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소희를 진심으로 좋아했다.사람들이 얘기를 나눌 때 임가네 어르신은 임가네 장남 인지언과 함께 위층에서 내려왔다. 사람들은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정숙은 그들에게 소희를 소개했고, 소희는 예의 있게 두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어르신은 구택이 말한 것처럼 엄숙하고 항상 정색한 표정을 지었다. 한 쌍의 눈은 깊고 날카로워 사람들로 하여금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보아낼 수 없게 했다.지언은 구택과 어느 정도 비슷하게 생겼다. 그는 검은 테두리의 안경을 썼는데 아마 학술연구를 하는 사람이라 듬직하고 점잖아 보였으며 정숙과 마찬가지로 온화하고 예의가 있었고 친근감이 있었다.소희는 성격상 지언은 노부인을 닮았고 구택은 어르신을 닮았다고 느꼈다.지언은 소희에게 웃으며 말했다."원래 나와 내 아내가 차를 보내서 소희 선생님을 마중하러 가려고 했지만, 구택이 마침 강성대를 지나갔다고 해서 그더러 소희 선생님을 데리고 오라고 부탁했네요. 실례했다면 양해 바랄게요."소희는 텔레비전에서 지언을 본 적이 있어서 그가 학술계에서의 지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그녀보다 나이가 꽤 많았으니 그녀를 선생님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 왠지 무안했다."아닙니다, 별말씀을요!"구택은 말을 이으며 미소를 지었다."소희 씨의 말이 맞아요. 앞으로 그녀도 자주 올 거고 우리를 자주 볼 거니까 너무 공손해할 필요 없어요."사람들은 분분히 자리에 앉아 얘기를 나눴다. 소희는 임가네 집안의 가족들의 감정이 매우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 윗사람들은 온화하고 자상했고 아랫사람들은 상냥하고 예의가 발랐으니 막장 드라마처럼 서로 다투고 싸우는 상황이 없었다.어른들이 이야기할 때 유림은 소희에게 눈짓을 하며 그녀를 끌고 일어나 웃으며 말했다."어른들 말은 우리도 끼어들 수 없으니까 나는 소희 데리고 내 방에 갈게요."유민은 즉시 말했
"예쁘지? 난 이 컵을 보자마자 너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샀어." 유림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었다."너무 마음에 들어!" 소희는 손가락으로 위의 꽃무늬를 만지며 맑은 눈빛으로 말했다."고마워!""나한테 고맙다는 무슨!"두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유림이 가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소희는 무심한 척 물었다."네 둘째 삼촌은 줄곧 연애를 해 본 적 없어?""우리 둘째 삼촌?"유림은 소파에 기대어 잠시 생각해 보았다."나는 그가 전에 은서 언니와 사이가 좋았다는 것만 알고 있어. 그러나 후에 그가 소 씨네 집안 아가씨와 혼약이 생긴 다음 은서 언니는 M국에 갔고. 그리고 나중에 우리 둘째 삼촌도 소가네 아가씨와 결혼한 후 출국했어. 근데 나는 그가 은서 언니 찾아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더라고."소희가 물었다."그들은 네 둘째 삼촌과 소 씨네 집안과의 혼약 때문에 헤어진 거야?"유림은 고개를 저었다."그때 나는 고3이라 한동안 학교에서 숙소 생활해서 그들의 일에 대해서 잘 몰라."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두 사람은 화제를 돌리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유림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확인하더니 갑자기 웃음을 띠며 전화를 받았다."아침에 금방 전화했잖아, 무근 일이야?"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지 유림은 조금 수줍어했다."그럼 넌 언제 강성으로 돌아올건데?"소희는 전화한 사람이 주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두 사람의 대화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유림에게 눈짓하며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방문을 닫자 소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아래층에는 임가네 사람들이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아 그녀도 끼어들 수가 없었다.다행히 그녀는 여기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2층에 공용 서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지금 거기엔 아무도 없을 거 같아 아예 서재에 가서 책을 좀 보려했다.서재는 동쪽 끝에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책의 향기가 풍겨왔다.서재는 매우 컸다. 한쪽의 긴 창문은 별장
서재가 조금씩 어두워지자 색다른 느낌은 점점 더 분명해졌다. 소희는 남자에게 허리를 잡힌 채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는 몸을 숙여 그녀를 서가에 대고 키스했다.방금 그녀가 그의 가족들 앞에서 매우 얌전한 것을 보고, 그는 그녀를 괴롭히고 싶었다. 분명히 전에는 그렇게 엽기적이었으면서. 그의 가슴은 지금도 은근히 아팠다.소희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온몸은 남자의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졌고 모든 감각도 모두 그에게 차지했다.그는 키스를 진하게 하다 천천히 부드러워지며 조금씩 그녀를 삼켰다.소희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마도 이런 특수한 환경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희미한 말소리 때문일 가, 그녀는 불안한 동시에 즐겁고 짜릿했다.소희는 살짝 눈을 뜨자 남자의 굳게 감긴 긴 눈과 뚜렷한 옆모습을 보았다. 그는 속눈썹이 매우 검고 콧대가 곧으며 그야말로 잘생기기 그지없었다.그녀의 주시를 감지한 듯 남자는 긴 눈을 천천히 떴다. 그는 살짝 멈추며 반쯤 뜬 검은 눈은 짙고 어두운 밤처럼 소희를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두 사람은 이렇게 상대방을 바라보며 마치 서로 절벽 맞은편에 있는 것처럼 누구도 지려하지 않았다.한참 지나, 남자는 숨을 크게 쉬며 그녀의 허리를 꽉 잡고 벌주듯이 계속 그녀에게 키스했다.소희는 몸을 살짝 떨었지만 더 이상 그의 키스에 응답하지 못하고 두 손으로 그의 팽팽한 가슴을 받치며 눈을 떨구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나 이따 또 나가봐야 돼요."그녀는 화장을 하지 않아서 메이크업이 엉망될 까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만약 입술이 부으면 너무 티가 났다.구택은 그녀의 볼을 따라 아래로 가볍게 키스했고, 목소리는 낮고 매력 있었다."내 방으로 갈래요?"소희는 입을 열었다."구택 씨 가족이 내가 구택 씨를 이용해서 이 일을 얻었다고 생각하기를 바라는 거예요?"구택은 고개를 그녀의 가슴에 묻히며 참지 못하고 낮게 웃었다."아마도 그 반대일걸요. 그들은 소희 씨가 이 일을 이용해서 나를 꼬셨다고 생각할걸요."소희는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었다
"둘째 삼촌?" 유림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소희 봤어요?"구택의 말투는 담담했다."화원에 간 것 같던데.""아, 그럼 화원에 가서 그녀를 찾아볼게요."유림은 대답하며 인차 가버렸다.소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우리 지금 어떡해요?""내가 화원으로 데려다줄게요." 남자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어떻게요?" 소희는 흠칫 놀랐다. 설마 이 별장에 암실 같은 거 있는 건 아니겠지?곧 그녀는 자신이 또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택은 창가로 걸어가며 창문을 열고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말했다."뛰어내리면 돼요. 아래가 바로 화원이거든요.""......"별장의 1층은 매우 높았기에 2층은 거의 3층의 높이에 해당했다. 이건 그녀에게 있어서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녀는 굳이 그의 앞에서 뛰어내려야 할까?그는 혹시 무엇을 알기라도 했던 것일까?구택은 그녀가 멍 때리는 것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이리 와요."소희가 다가가자 구택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먼저 뛰어내릴게요. 이따가 내가 아래에서 소희 씨 받아줄게요. 뛸 수 있겠어요?"소희는 그를 보며 물었다. "지금 농담하는 거예요?""아니요." 구택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빛에는 약간의 기대가 있었다."뛸 수 있겠어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먼저 뛰어요!"구택은 고개를 돌려 그녀의 얼굴에 키스했다."무서워하지 마요, 내가 있으니까. 소희 씨 다치게 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엄청 재밌을걸요."소희는 멈칫하며 눈빛은 순간 그윽해졌다. 눈앞의 남자를 보면서 그녀는 문득 시간이 후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구택은 창문을 열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한번 보고는 뛰어내렸다.소희는 즉시 앞으로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남자는 날렵하게 발끝을 내밀며 일층의 살짝 나온 창문 턱에 안정적으로 떨어졌다.곧 그는 고개를 들어 두 팔을 내밀었다.그녀는 그가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아가야, 얼른 내려와요
소희와 유림은 화원 밖에서 마주쳤다. 유림은 달려와 이마에 진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였다."어디 갔었어? 화원을 거의 다 찾아봤는데 너 못 봤어."소희는 아무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저쪽에 모란꽃이 있는 거 보고 좀 오래 있었지.""나는 네가 서재에 간 줄 알았는데, 그래도 둘째 삼촌이 나한테 네가 여기 있다고 말해준 거야." 유림은 순진하고 귀엽게 웃었다.소희는 가슴이 찔렸다."미안해, 걱정하게 해서!""아니야, 마침 여기 왔으니까 내가 우리 할머니의 화원 보여줄게." 유림은 웃으며 말했다."안에는 우리 둘째 삼촌이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특이한 꽃들이 많이 있어. 너도 본 적이 없을걸.""좋아!"두 사람은 화원에 들어가 잠시 놀다가 하인이 찾아와 그들더러 점심 식사하라고 불렀다.별장으로 돌아오자 하인은 이미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 정숙은 열정적으로 소희를 불렀다."유민이가 소희 선생님이 매운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매운 요리를 몇 개 더 만들라고 했는데. 입맛에 맞는지 얼른 먹어봐요."소희는 인차 말했다."그러실 필요 없는데요. 저는 음식 가리지 않고 뭐든 잘 먹어요."식탁으로 걸어가며 소희는 위층에서 내려오는 구택을 보고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남자의 예쁜 눈과 눈빛이 마주쳤다. 그녀는 얼굴이 뜨거워지며 급히 시선을 돌렸다.노부인은 소희더러 얼른 자리에 앉으라 했고 사람들도 차례대로 자리에 착석했다. 공교롭게도 소희는 구택의 맞은편에 앉았다.노부인은 하인더러 소희에게 오리탕을 떠주라고 하며 상냥하게 웃었다."편하게 먹고 싶은 거 먹고. 자기 집이라 생각하고."소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감사합니다!"유민이 입을 열었다."처음도 아닌데, 어색할게 뭐가 있겠어?"말하면서 그녀에게 꽃게 하나 집어줬다."많이 먹어."소희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응."임 씨네 식구들은 남을 얕보고 우아한 척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엄숙한 임가네 어르신 외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상냥하고 따뜻하며 항상 소희를 돌봐줬다.소희도
소희는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네,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할머님.""그래!" 노부인의 눈빛은 더욱 상냥해졌다.정숙은 유림과 함께 그녀를 집 앞까지 바래다주며 그녀가 구택의 차에 오르는 것까지 보고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했다.구택은 운전하며 그녀를 데리고 임가를 떠나 도심으로 달렸다.소희는 차창 밖의 경치를 보다 고개를 돌려 조용히 입을 열었다."일 있으면 얼른 회사로 가봐요. 난 택시 타고 돌아가면 돼요."구택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난 확실히 회사에 가봐야 해요."소희는 눈썹을 살짝 치켜뜨며 대답했다."그래요!"구택은 백미러를 통해 소녀의 옆모습을 힐끗 쳐다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차는 어정에 들어가며 지하 차고에서 멈췄다. 소희는 차에서 내린 후 남자도 함께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영문 몰라 하며 그를 보았다.(회사로 가는 거 아니었나?)구택은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로 가서 담담하게 웃으며 설명했다."갑자기 생각났는데, 오전에 이미 명우더러 처리하라고 했어요.""......"그는 틀림없이 일부러 이러는 것이었다.위층으로 올라간 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구택은 소희를 현관의 궤짝에 밀며 키스했다.임가네 서재에서 그녀에 의해 생긴 욕망은 다시 번지며 그는 그녀를 안고 뜨거운 키스를 하며 침실로 천천히 걸어갔다......이번은 두 사람이 처음으로 낮에 관계를 맺은 것이었다. 햇빛은 닫히지 않은 커튼을 통해 방 안을 비추었다.소희는 침대에 엎드려 햇빛에 현기증이 나며 참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마치 어린 시절 이웃집 언니가 불었던 거품을 본 것 같았다. 한 떨기 한 떨기, 바람에 하늘로 날아가며 무척 알록달록했다.그녀는 그 거품들이 그녀를 데리고 아름다운 동화 세계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배고픔도 폭력도 욕설도 없는. 그녀는 필사적으로 거품을 쫓으며 손을 내밀었지만 그 거품들이 그녀의 손끝에서 터지며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그리고 지금, 그녀는 또 그 알록달록한 거품을 쫓
소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어떤 남자가 담배를 끊는다고 바로 끊을 수가 있을까? 이건 완전히 아이스크림을 그녀의 입으로 가져다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오늘 그녀는 쉬는 날이라 케이슬에 가지 않고 옷을 갈아입고 구택과 밥 먹으러 갔다.두 사람은 또 전에 갔던 남월정에 가서 밥 먹으러 갔다. 주인아줌마는 소희가 밀크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특별히 아이스 밀크티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소희가 기뻐하기도 전에 구택은 이미 뜨거운 것으로 바꾸었다.주인아줌마가 나가자 소희는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아이스크림은 그렇다 쳐도, 아이스 밀크티도 안 되는 거예요?"남자는 단번에 거절했다. "안돼요!"소희는 약간 의기소침해졌다."그럼 내 생활은 완전히 재미가 없잖아요."구택은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소희 씨에게 가져다주는 즐거움은 안 되는 거예요?"그가 정색하게 말하자 소희는 한참 멍해졌다. 그녀는 가슴이 살짝 뜨거워지며 눈을 떨구며 중얼거렸다."그게 어떻게 같아요."남자는 진지하게 물었다. "그럼 어느 게 더 좋아요?"소희는 목이 메어 맑은 한 쌍의 눈동자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얼굴이 빨개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그녀는 인차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그녀는 그의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그에게 빠질 것이다.창문 아래에는 옛날식 등불이 켜져 있었다. 남자는 등불 아래의 소녀의 귓가가 빨개진 것을 똑똑히 보며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창밖에는 해당화가 있었는데 소희는 몸을 내밀어 해당화를 만졌다. 정원에 마침 20대의 남학생이 지나가며 소희의 모습을 보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그는 참지 못하고 다가와 해당화 한 송이를 꺾어 소희에게 건네주었다."여기요!"소희는 받지 않았다. "아니에요, 그래도 고마워요.""아가씨 자주 여기에 오나요? 번호 좀 알려주면 안 될까요?" 남자는 여자들과 말을 거의 걸어보지 못했지만 이때 용기를 내서 말했다. 불빛 아래의 깨끗한 얼굴은 새빨개졌다.소희는 거절하려
유진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방으로 돌아가 휴대폰을 챙겼다. 왜냐하면 유진이 가져온 것은 오직 휴대전화뿐이었다. 두 사람은 조용히 계단을 내려갔다. 어둑한 복도에서, 유진은 무의식적으로 서인의 손을 잡았다.그리고 이번에는 서인이 그녀를 밀어내지 않았다. 유진은 조금씩 용기를 내어 손가락을 더 깊이 엮었고, 결국 그의 손 전체를 단단히 쥐었다.서인의 손은 크고 뼈마디가 굵었으며, 손바닥에는 거칠지만 단단한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그러나 유진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촉감이 이상하게도 더 마음에 들었다.깊은 밤, 조용한 복도에서, 유진은 자기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쿵, 쿵. 긴장과 부끄러움, 그리고 묘한 설렘이 섞여 있었다.민박집을 떠난 뒤, 서인은 차를 몰아 유진과 함께 산을 내려가 도시로 향했다. 그는 자기 외투를 벗어 유진의 어깨 위에 걸쳤다. 어둠 속에서 서인의 날렵한 얼굴선이 더욱 차갑고 도도해 보였다.“잠깐 눈 붙여. 도착하면 깨울게.”하지만 깊은 밤 도로를 달리는 이 순간이, 유진에게는 너무나도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그리고 유진은 전혀 졸리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반짝이며 전방을 바라보며 서인과 대화를 나눴다.“그 쥐덫, 아무 소용도 없을 거예요. 쥐는 계속 나올 거라고요.”그곳의 쥐들은 너무 대담했다. 사람을 무서워하기는커녕, 창가에 올라와 그녀와 눈을 마주치기까지 했다.서인은 물었다.“그러면 왜 날 안 불렀어?”유진은 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입을 막고 있었거든요!”유진은 서인이 피곤할까 봐 일부러 참고 있었다. 하루 종일 운전했으니, 이미 녹초가 됐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침대 속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냥 밤새도록 그렇게 버틸 생각이었다가 그 소리를 들었다. 바로 맞은편 방에서 들려오는 민망한 소리.그 순간, 유진은 차라리 쥐랑 함께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 그때, 서인이 문을 두드렸다. 그 순간이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유진은 본능적
“임유진!”서인의 목소리는 다급하고 거칠게 떨렸다. 그는 급히 옆방 문을 두드렸고, 문이 열리는 순간, 임유진이 그대로 서인의 품에 뛰어들었다.서인은 방 안을 빠르게 둘러봤으나 별다른 이상은 없는 듯했다. 그제야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풀어지며 조용히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유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저, 저기 쥐가 있어요!”서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반쯤 설명하고 반쯤 달래듯 말했다.“이런 곳에서는 쥐가 나오는 게 당연해. 그냥 네 방을 지나간 거야. 널 물지는 않아. 오히려 네가 더 무서울걸?”하지만 유진은 서인의 품 안에서 겁에 질린 듯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제야 서인은 유진의 모습을 제대로 보았다.커다란 티셔츠 한 장만 걸친 채, 하얀 다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창백할 정도로 희고 매끈한 피부가 시각을 자극했다.반면, 서인은 방금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있다가 나왔기에, 바지만 입고 상의는 벗은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 서인은 목이 바짝 타는 듯했고,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얼굴이 굳어버렸다.손을 뻗어 유진을 떼어내려 했지만, 유진은 겁에 질려 서인의 허리를 더 꼭 붙잡았다. 두 사람은 문 앞에서 그렇게 서 있었다.혹시라도 누가 지나갈까 걱정된 서인은 유진을 가볍게 안아 방 안으로 들어간 뒤, 문을 닫았다. 그러나 유진의 티셔츠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였기에, 그녀의 부드러운 체온이 서인의 맨가슴에 고스란히 닿았다.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느낌이 들자, 서인은 서둘러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고 이불로 감싸주었다. 그제야 상황을 깨달은 유진은 얼굴이 불타오르듯 붉어졌다.그녀는 이불을 꼭 움켜쥔 채 눈을 피했고, 서인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안토니한테 가서 쥐 잡을 도구가 있는지 물어볼게.”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이자, 서인은 곧장 방을 나섰다. 유진은 그의 넓은 어깨와 탄탄한 허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눈길이 미묘하게 흔들렸다가, 황급히 창밖으로 시
안토니는 서인에게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부모님이 여기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모든 절차는 다 정식으로 등록된 거예요. 게다가 이 땅은 호텔 부지에 포함되지도 않고요.”“그런데도 그 사람들이 철거하라고 명령할 수 있어요? 보상금도 터무니없이 적고, 우리 부모님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라는 거죠?”“하지만 호텔 뒤에는 권력과 돈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아무도 우리 편에 서지 않아요.”임유진은 분통이 터져 소리쳤다.“이건 완전히 강도질이잖아요! 소송이라도 걸어야 하죠!”토니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소용없어요.”“사실, 보상금이 충분하다면 철거를 고려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그 옆에서 안주설이 조용히 말하자, 토니는 즉시 그녀의 말을 끊었다.“얼마를 준다 해도 안 돼. 우리 고향 집도 이미 팔아버렸어. 부모님께 남은 건 이 민박집뿐이야. 여기가 없어지면 어디로 가란 말이야?”주설은 난처한 표정으로 웃으며 변명했다.“그냥 의견을 낸 것뿐이야.”서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상황은 알겠으니까 방법을 찾아볼게.”토니는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정말 어쩔 수 없어서 서인 형한테 전화한 거예요. 형이 강성에 있는 거 알지만, 흥성 일에는 개입하기 어려울 수도 있잖아요.”토니는 분노에 휩싸여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서인에게 연락을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서인은 그날 바로 달려와 주었다.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토니 형과 나는 형제나 다름없어요. 걔의 일은 내 일이나 마찬가지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해결할 테니까요.”토니의 부모는 연신 감사를 표했다.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밤 11시가 되었다. 토니는 2층에 서인과 유진을 위한 방 두 개를 준비해 주었다. 계단을 올라가며, 유진은 서인에게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나 아무것도 안 가져왔어요.”서인은 고개를 돌려 토니에게 물었다.“새 세면도구 있어? 갑자기 오느라 아무것도 못 챙겼어.”“당연하죠! 다른 건 몰라도 세면도구는 넉넉
유진은 뭔가 떠오른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생각하니까 정말 비싼 건 아니네요!”서인의 품에 안겼으니, 20만원이라도 아깝지 않았다. 서인은 본래 유진을 위로하려 했는데, 그녀의 표정을 보자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순간 서인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유진은 기분이 좋아진 듯 미소를 지었다.“이미 산 거니까, 그냥 먹어요. 버리긴 아깝잖아요!”그녀는 티슈로 사과를 닦아내고 서인에게 하나 건넸지만, 서인은 거절하며 고개를 저었다.“난 안 먹어.”“그럼 저 혼자 먹을게요!”유진은 사과를 입에 가져가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사과가 신선해서 아삭하게 씹히며 입안 가득 달콤한 과즙이 퍼졌다.이윽고 차 안에 오직 사과를 씹는 소리만 울렸다. 서인은 앞을 주시하며 운전을 계속했지만, 무심결에 목젖이 한 번 움찔거렸다. 유진은 연달아 몇 입을 베어 물다가 반쯤 먹은 사과를 들고 서인을 바라봤다.“정말 안 먹어요? 진짜 맛있어요!”2만원으로 이 정도 퀄리티라면 완전 대박이었다. 그러나 서인은 도로를 응시한 채 담담하게 말했다.“보통 과수원에서는 사람들이 몰래 따 먹는 걸 방지하려고 사과에 농약을 뿌려 둬.”유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에 든 사과를 바라봤다가 곧 얼굴이 새파래졌다.“왜 이제야 말하는 거예요?”서인은 태연하게 대답했다.“방금 떠올랐어.”“어떡하죠? 나 중독되는 거 아니에요?”유진은 볼을 불룩하게 부풀리며 억울한 얼굴로 그를 노려봤다.“내가 만약 중독돼서 장애라도 생기거나, 바보가 되면, 사장님이 평생 책임져야 해요!”서인은 웃음을 터뜨렸다.“그게 왜 내 탓이지?”“사장님이 산 사과잖아요!”당당한 유진의 태도에 서인은 말문이 막혔다. 물론, 사과에 농약 따위는 없었다. 결국 유진은 바보가 되지도, 장애가 생기지도 않았고, 심지어 배 아픈 일조차 없었다.두 사람이 안토니의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0시였다. 토니네 민박집은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었다.주변에는 몇 개의 민박집이 듬
산길 위로 가끔 여행객들의 차가 지나갔다. 멀리 보이는 민박집의 불빛이 어둠 속에서도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이게 무슨 냄새지? 사과 향 같은데?”임유진은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기쁜 표정으로 돌아보며 말했다.“저기 사과나무가 있어요!”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만 가자. 이제 출발해야 해.”“딱 하나만 따면 돼요!”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성큼성큼 사과나무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무에 열린 사과를 봤다. 달빛을 받아 가장 크고 탐스러운 사과를 골라 따냈다. 그리고 서인에게 줄 사과도 하나 더 따려 했다.사과를 막 손에 쥐려던 찰나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가 내 사과를 훔쳐 가지? 거기 서요!”어둠 속에서 손전등 불빛이 깜박였고,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멀리서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유진은 얼어붙었다. 사과나무가 야생인 줄 알았는데, 주인이 있는 나무였다니!유진은 처음에는 자리에 서서 주인을 기다려 설명하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사람의 고함과 함께 거친 숨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개 한 마리가 보였다. 커다란 개가 사나운 기세로 유진을 향해 돌진했다.유진은 등골이 오싹해지며 온몸의 털이 곤두서, 본능적으로 뒤돌아 도망쳤다.“사장님!”멍! 멍멍멍! 사람 허리까지 올 법한 덩치 큰 검은 개가 빠르게 움직였다. 유진이 달아나는 것을 보자 더욱 거칠게 그녀를 향해 뛰어들었다. 유진은 손에 사과 두 개를 꼭 쥔 채, 있는 힘껏 서인을 향해 달렸다.서인도 상황을 보고 얼굴이 굳어졌고, 유진을 향해 달려갔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자, 유진은 순식간에 뛰어올라 그의 품에 안겼다. 유진은 겁에 질린 채 서인의 목을 꼭 끌어안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 순간, 개가 가까이 다가왔고, 서인은 한쪽 다리를 들어 강하게 개를 걷어찼다. 50킬로그램은 나갈 듯한 큰 개가 힘껏 날아가 땅에 쾅 하고 떨어졌다.개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몇 번 뒤틀다가 겨우 일어났지만, 아까의 사나운 기세는 사라지고 멀찍이서
“흥성.”흥성은 강성의 옆도시로, 관광 도시였다. 이에 임유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결정을 내렸다.“나도 같이 갈게요!”꽤 발랄하게 말하는 유진에 서인은 코웃음을 쳤다.“내가 뭘 하러 가는지도 모르면서 따라가겠다고?”유진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사장님이 뭘 하든 상관없어요. 어쨌든 나도 갈 거니까요!”서인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안 돼.”“왜 안 돼요?”“오늘 돌아오지 못할 거야. 거기서 이틀은 머물러야 하는데, 네가 따라오면 불편해.”“그냥 여행 가는 셈 치면 되잖아요!”서인은 대꾸하지 않았지만, 다음 사거리에서 임씨 저택 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이에 유진은 여유롭게 말했다.“그러면 집에 데려다줘요. 집에 가서 짐 챙기고 내 차로 흥성으로 갈게요. 어쩌면 거기서 우연히 만날 수도 있겠는데요?”“임유진.”서인은 얼굴을 굳히자, 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그를 바라봤다.“우리 동료들은 다 놀러 갔는데, 난 너 때문에 남아 있었어요. 그런데 사장님은 나를 두고 혼자 나가겠다고요? 그게 맞는 거예요?”서인은 설명했다.“나는 노는 게 아니라, 일이 생겨서 가는 거야.”“몰라요. 어쨌든 따라갈 거예요. 나 어린애 아니니까 방해 안 할게요. 그냥 나 없는 셈 치면 되잖아요!”유진은 애타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사장님은 일 보러 다니고, 난 혼자 놀러 다닐게요. 절대 방해 안 할 거예요. 됐죠?”서인은 시간을 확인했는데, 더 미루면 해 지기 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았다.“그럼 말 잘 들어야 해.”서인이 신신당부했다.“약속할게요!”유진은 신나서 손까지 들며 맹세할 기세였다.서인은 고속도로에 올라탄 뒤 오현빈에게 전화를 걸어 가게를 잘 봐달라고 당부했다. 자신은 이틀 동안 자리를 비울 거라고 했다.유진도 노정순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 설명 없이 친구들과 여행을 가겠다고만 말했다. 노정순은 오전에 여진구가 찾아와 회사 워크숍을 언급했던 걸 기억하고, 그녀가 회사 동료들과 함께 나가는 줄 알고는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당부했다.전화를 끊
강성의 한 묘지.홍복과 표용을 비롯한 전우들의 묘가 모두 이곳으로 옮겨졌다. 전우들은 이제 백랑의 곁에서 다시 함께할 수 있었다.서인은 묘비 앞에 담배 한 개비씩 놓았고, 임유진도 묘지 밖에서 사 온 꽃을 하나하나 올려놓았다. 그는 언제나처럼 돌계단에 앉아, 멀리 보이는 산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유진도 서인의 곁에서 한동안 조용히 앉아 있었다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이야기 좀 더 해 주세요!”서인은 무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다 얘기했잖아.”유진은 묘지를 찾을 때마다 늘 삼각주에서의 과거를 이야기해 달라고 졸랐다. 그리고 서인이 기억하는 건 이미 다 말해 준 상태였다. 그러나 유진은 질세라 다시 말했다.“이번에 전우들 묘지가 새로 생겼잖아요. 분명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텐데요!”“없어.”서인은 한쪽 다리를 굽힌 채 느슨하게 앉아 있었고, 말투 역시 어딘가 귀찮아 보였다.이에 유진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그러면 다음에 소희한테 물어봐야겠네!”그제야 서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유진을 노려봤다.“진짜 듣고 싶어?”“당연하죠!”유진은 활짝 웃으며 턱을 괴고, 이야기 들을 준비를 했다. 유진은 과거가 늘 궁금했다.서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가 맨날 말하는 내 229명의 여자친구들 얘기, 하나씩 다 해 줄까?”유진은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곧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고는 곧장 옆에 있던 꽃을 집어 들어 서인에게 던졌다.서인은 피식 웃으며, 거친 목소리 속에 장난기가 묻어났다.“이야기 듣고 싶다며? 229개의 이야기가 있지. 아마 내년까지도 다 못 들을걸.”“아직도 그 말을 해요?”유진은 씩씩거리며 서인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서인은 가볍게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는 별다른 힘을 쓰지도 않았지만, 유진은 아무리 버둥거려도 밀어낼 수 없었다.마치 큰 회색 늑대 앞에 선 어린 토끼처럼,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 채 버둥거릴 뿐이었다.잠시 후, 유진은 숨을 몰아쉬며 결국 포기했다. 그러나 여전히 불만 가득한 얼굴로
임유진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그러면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겠네요!”문신 남자는 점점 짜증이 났다.“겨우 서빙하는 주제에 뭘 그렇게 잘난 척이야? 내가 맞팔 달라는 것도 네 급을 봐준 거라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한층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사장님! 여기서 행패 부리는 사람이 있어요!”얼마 지나지 않아 서인이 주방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다부진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은 주변 공기마저도 서늘하게 만들었다.서인의 싸늘한 눈빛이 문신 남자를 향하자, 그는 마치 얼음장 같은 시선에 찔린 듯 등골이 서늘해져, 본능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유진은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사람이 돈을 내기 전에 제 SNS 맞팔하라고 요구했어요.”그제야 문신 남자의 일행이 이쪽 상황을 알아차리고 하나둘 일어나 힐끗거리며 지켜보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험상궂은 인상이었고, 분위기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그러나 그때, 오현빈과 이문이 후원에서 걸어 나왔다.현빈은 본래 덩치가 크고 험악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고, 이문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손에 주방칼까지 들고 있었다.문신 남자의 일행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슬그머니 자리에 다시 앉았다.그때, 서인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며 문신 남자를 향해 말했다.“좋아. 내꺼를 추가해요. 나랑 얘기 좀 하자고요.”문신 남자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얼굴이 창백해지며 허둥지둥 휴대폰을 꺼내 결제를 마쳤다. 그러고는 재빨리 동료들을 불러 가게를 빠져나갔다.사람들이 나가자, 현빈이 비웃으며 말했다.“이런 겁쟁이 녀석들. 다음에 또 이런 쓰레기들이 나타나면 말도 필요 없어. 바로 나를 불러.”유진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알겠어요!”서인은 유진을 한 번 쓱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이문은 그를 따라가며 넌지시 물었다.“아무 일도 없었는데, 왜 그렇게
임유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 찻주전자를 훔쳐 가겠어요? 안심하세요!”서인은 유진을 날카롭게 노려보며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손님이 너 찾으러 왔으면, 할 얘기 끝났으면 나가라. 가게 바쁘다.”유진은 서인의 표정이 더 이상 좋지 않자, 정말로 화를 낼까 봐 서둘러 대답했다.“별거 아니에요. 내가 그냥 먼저 보낼게요!”그렇게 말한 뒤, 유진은 황급히 돌아서서 여진구를 향했다. 그런데 그 순간, 진구가 서인의 찻주전자를 들고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그거 내려놔요!”유진은 깜짝 놀라 뛰어가며 소리쳤다. 놀란 진구는 손을 헛디뎌 찻주전자를 떨어뜨릴 뻔했다.“왜 그래?”유진은 재빨리 찻주전자를 낚아채듯 빼앗았다.“이거 사장님이 2,000만 원 주고 산 거예요. 깨지면 감당할 수 있어요?”“뭐? 2,000만 원?”진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게 2,000만 원짜리 골동품 같지는 않은데?”유진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되물었다.“선배 골동품에 대해 알아요?”“아니?”“그럼 됐죠!”유진은 찻주전자를 소중하게 끌어안으며 말했다.“2,000만 원인데 한 푼도 깎지 않고 샀어요. 그만큼 애착이 있다는 거죠. 깨지면 당연히 화내겠죠!”진구는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듯 말했다.“난 잘 모르지만, 우리 작은아버지는 골동품 전문가야. 가져가서 감정받아 볼까?”그리고 그는 서둘러 덧붙였다.“오해하지 마. 혹시라도 바가지를 썼을까 봐 걱정돼서 그래.”이 찻주전자가 아무리 봐도 2,000만 원짜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유진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찻주전자를 내려놓더니, 진구를 밖으로 밀어냈다.“무슨 바가지요? 마음에 들면 2,000만 원이든 2억이든 가치가 있는 거고, 마음에 안들면 2천원도 아까운 거죠.”“그러니까 선배도 선배 할 일 하러 가요! 내 일 방해하지 말고요!”진구는 서인에게 간단히 인사를 한 후, 마지못해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나가기 직전,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유진아,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