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택은 소희 맞은편의 소파에 앉아 물었다."아버지와 형님은요?"정숙이 대답했다."일이 좀 있다 해서 위층 서재에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아마 곧 내려올 거예요!""네." 구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노부인은 차를 내려놓고 소희를 바라보며 상냥하게 웃었다."소희 선생님은 대학교 3학년 학생이라며? 생긴 것도 예쁘고 또 이렇게 우수하다니, 여기 강성 사람인가?"소희는 대답했다."운성에서 자랐어요.""그래!" 노부인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외지에서 공부하는 셈이니까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우리 집에 오거나 구택을 찾으면 돼. 사양하지 말고."정숙은 이어서 말했다."어린 아가씨 놀라게 하지 않는 것이 좋을걸요. 도련님의 그 웃지 않는 무뚝뚝한 얼굴 보면 보통 사람들은 무서워서 그와 말을 하지 못하잖아요."구택은 소희를 한번 보고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난 그녀를 무섭게 한 적 없어요. 아니면 한 번 물어봐요, 내가 그녀를 어떻게 대했는지."소희는 가슴이 찔려 구택의 말이 다른 사람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봐 인차 대답했다."그럼요, 임구택 씨도 나한테 엄청 잘해줬어요."다행히 다른 사람은 오해를 하지 않았다. 노부인은 농담으로 말했다."그가 여자한테 잘해줬으면 벌써 와이프 얻었지."구택은 피식 웃었다."왜 또 화제가 나한테 돌아온 거예요?"정숙은 오히려 무언가가 생각난 듯 물었다."소가네 집안과의 혼약이 이미 끝났다면서요?"구택은 담담하게 말했다."맞아요!"정숙은 웃으며 노부인을 바라보았다."그럼 정말 어머님한테 며느리 찾아줘야겠네요."구택은 눈을 떨구며 차 한 모금 가볍게 마셨다."아직은 안 급해요."노부인이 물었다."우리 전에 L국에 있을 때 은서를 만났다. 너희들 아직 연락하는 거야?"소희는 눈빛을 반짝이더니 전에 한소율이 한 말을 떠올렸다. 구택이 속으로 좋아하는 그 사람은 바로 은서라고 하는 이 사람일까?구택의 말투는 담담했다."없어요.""너랑 은서도 꽤 아까웠지. 소 씨네 집안 때문
소희는 그저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감사합니다!""감사는 무슨, 우리가 감사해야죠!" 정숙은 온화하고 우아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소희를 진심으로 좋아했다.사람들이 얘기를 나눌 때 임가네 어르신은 임가네 장남 인지언과 함께 위층에서 내려왔다. 사람들은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정숙은 그들에게 소희를 소개했고, 소희는 예의 있게 두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어르신은 구택이 말한 것처럼 엄숙하고 항상 정색한 표정을 지었다. 한 쌍의 눈은 깊고 날카로워 사람들로 하여금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보아낼 수 없게 했다.지언은 구택과 어느 정도 비슷하게 생겼다. 그는 검은 테두리의 안경을 썼는데 아마 학술연구를 하는 사람이라 듬직하고 점잖아 보였으며 정숙과 마찬가지로 온화하고 예의가 있었고 친근감이 있었다.소희는 성격상 지언은 노부인을 닮았고 구택은 어르신을 닮았다고 느꼈다.지언은 소희에게 웃으며 말했다."원래 나와 내 아내가 차를 보내서 소희 선생님을 마중하러 가려고 했지만, 구택이 마침 강성대를 지나갔다고 해서 그더러 소희 선생님을 데리고 오라고 부탁했네요. 실례했다면 양해 바랄게요."소희는 텔레비전에서 지언을 본 적이 있어서 그가 학술계에서의 지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그녀보다 나이가 꽤 많았으니 그녀를 선생님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 왠지 무안했다."아닙니다, 별말씀을요!"구택은 말을 이으며 미소를 지었다."소희 씨의 말이 맞아요. 앞으로 그녀도 자주 올 거고 우리를 자주 볼 거니까 너무 공손해할 필요 없어요."사람들은 분분히 자리에 앉아 얘기를 나눴다. 소희는 임가네 집안의 가족들의 감정이 매우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 윗사람들은 온화하고 자상했고 아랫사람들은 상냥하고 예의가 발랐으니 막장 드라마처럼 서로 다투고 싸우는 상황이 없었다.어른들이 이야기할 때 유림은 소희에게 눈짓을 하며 그녀를 끌고 일어나 웃으며 말했다."어른들 말은 우리도 끼어들 수 없으니까 나는 소희 데리고 내 방에 갈게요."유민은 즉시 말했
"예쁘지? 난 이 컵을 보자마자 너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샀어." 유림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었다."너무 마음에 들어!" 소희는 손가락으로 위의 꽃무늬를 만지며 맑은 눈빛으로 말했다."고마워!""나한테 고맙다는 무슨!"두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유림이 가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소희는 무심한 척 물었다."네 둘째 삼촌은 줄곧 연애를 해 본 적 없어?""우리 둘째 삼촌?"유림은 소파에 기대어 잠시 생각해 보았다."나는 그가 전에 은서 언니와 사이가 좋았다는 것만 알고 있어. 그러나 후에 그가 소 씨네 집안 아가씨와 혼약이 생긴 다음 은서 언니는 M국에 갔고. 그리고 나중에 우리 둘째 삼촌도 소가네 아가씨와 결혼한 후 출국했어. 근데 나는 그가 은서 언니 찾아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더라고."소희가 물었다."그들은 네 둘째 삼촌과 소 씨네 집안과의 혼약 때문에 헤어진 거야?"유림은 고개를 저었다."그때 나는 고3이라 한동안 학교에서 숙소 생활해서 그들의 일에 대해서 잘 몰라."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두 사람은 화제를 돌리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유림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확인하더니 갑자기 웃음을 띠며 전화를 받았다."아침에 금방 전화했잖아, 무근 일이야?"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지 유림은 조금 수줍어했다."그럼 넌 언제 강성으로 돌아올건데?"소희는 전화한 사람이 주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두 사람의 대화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유림에게 눈짓하며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방문을 닫자 소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아래층에는 임가네 사람들이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아 그녀도 끼어들 수가 없었다.다행히 그녀는 여기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2층에 공용 서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지금 거기엔 아무도 없을 거 같아 아예 서재에 가서 책을 좀 보려했다.서재는 동쪽 끝에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책의 향기가 풍겨왔다.서재는 매우 컸다. 한쪽의 긴 창문은 별장
서재가 조금씩 어두워지자 색다른 느낌은 점점 더 분명해졌다. 소희는 남자에게 허리를 잡힌 채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는 몸을 숙여 그녀를 서가에 대고 키스했다.방금 그녀가 그의 가족들 앞에서 매우 얌전한 것을 보고, 그는 그녀를 괴롭히고 싶었다. 분명히 전에는 그렇게 엽기적이었으면서. 그의 가슴은 지금도 은근히 아팠다.소희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온몸은 남자의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졌고 모든 감각도 모두 그에게 차지했다.그는 키스를 진하게 하다 천천히 부드러워지며 조금씩 그녀를 삼켰다.소희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마도 이런 특수한 환경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희미한 말소리 때문일 가, 그녀는 불안한 동시에 즐겁고 짜릿했다.소희는 살짝 눈을 뜨자 남자의 굳게 감긴 긴 눈과 뚜렷한 옆모습을 보았다. 그는 속눈썹이 매우 검고 콧대가 곧으며 그야말로 잘생기기 그지없었다.그녀의 주시를 감지한 듯 남자는 긴 눈을 천천히 떴다. 그는 살짝 멈추며 반쯤 뜬 검은 눈은 짙고 어두운 밤처럼 소희를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두 사람은 이렇게 상대방을 바라보며 마치 서로 절벽 맞은편에 있는 것처럼 누구도 지려하지 않았다.한참 지나, 남자는 숨을 크게 쉬며 그녀의 허리를 꽉 잡고 벌주듯이 계속 그녀에게 키스했다.소희는 몸을 살짝 떨었지만 더 이상 그의 키스에 응답하지 못하고 두 손으로 그의 팽팽한 가슴을 받치며 눈을 떨구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나 이따 또 나가봐야 돼요."그녀는 화장을 하지 않아서 메이크업이 엉망될 까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만약 입술이 부으면 너무 티가 났다.구택은 그녀의 볼을 따라 아래로 가볍게 키스했고, 목소리는 낮고 매력 있었다."내 방으로 갈래요?"소희는 입을 열었다."구택 씨 가족이 내가 구택 씨를 이용해서 이 일을 얻었다고 생각하기를 바라는 거예요?"구택은 고개를 그녀의 가슴에 묻히며 참지 못하고 낮게 웃었다."아마도 그 반대일걸요. 그들은 소희 씨가 이 일을 이용해서 나를 꼬셨다고 생각할걸요."소희는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었다
"둘째 삼촌?" 유림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소희 봤어요?"구택의 말투는 담담했다."화원에 간 것 같던데.""아, 그럼 화원에 가서 그녀를 찾아볼게요."유림은 대답하며 인차 가버렸다.소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우리 지금 어떡해요?""내가 화원으로 데려다줄게요." 남자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어떻게요?" 소희는 흠칫 놀랐다. 설마 이 별장에 암실 같은 거 있는 건 아니겠지?곧 그녀는 자신이 또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택은 창가로 걸어가며 창문을 열고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말했다."뛰어내리면 돼요. 아래가 바로 화원이거든요.""......"별장의 1층은 매우 높았기에 2층은 거의 3층의 높이에 해당했다. 이건 그녀에게 있어서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녀는 굳이 그의 앞에서 뛰어내려야 할까?그는 혹시 무엇을 알기라도 했던 것일까?구택은 그녀가 멍 때리는 것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이리 와요."소희가 다가가자 구택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먼저 뛰어내릴게요. 이따가 내가 아래에서 소희 씨 받아줄게요. 뛸 수 있겠어요?"소희는 그를 보며 물었다. "지금 농담하는 거예요?""아니요." 구택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빛에는 약간의 기대가 있었다."뛸 수 있겠어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먼저 뛰어요!"구택은 고개를 돌려 그녀의 얼굴에 키스했다."무서워하지 마요, 내가 있으니까. 소희 씨 다치게 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엄청 재밌을걸요."소희는 멈칫하며 눈빛은 순간 그윽해졌다. 눈앞의 남자를 보면서 그녀는 문득 시간이 후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구택은 창문을 열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한번 보고는 뛰어내렸다.소희는 즉시 앞으로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남자는 날렵하게 발끝을 내밀며 일층의 살짝 나온 창문 턱에 안정적으로 떨어졌다.곧 그는 고개를 들어 두 팔을 내밀었다.그녀는 그가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아가야, 얼른 내려와요
소희와 유림은 화원 밖에서 마주쳤다. 유림은 달려와 이마에 진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였다."어디 갔었어? 화원을 거의 다 찾아봤는데 너 못 봤어."소희는 아무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저쪽에 모란꽃이 있는 거 보고 좀 오래 있었지.""나는 네가 서재에 간 줄 알았는데, 그래도 둘째 삼촌이 나한테 네가 여기 있다고 말해준 거야." 유림은 순진하고 귀엽게 웃었다.소희는 가슴이 찔렸다."미안해, 걱정하게 해서!""아니야, 마침 여기 왔으니까 내가 우리 할머니의 화원 보여줄게." 유림은 웃으며 말했다."안에는 우리 둘째 삼촌이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특이한 꽃들이 많이 있어. 너도 본 적이 없을걸.""좋아!"두 사람은 화원에 들어가 잠시 놀다가 하인이 찾아와 그들더러 점심 식사하라고 불렀다.별장으로 돌아오자 하인은 이미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 정숙은 열정적으로 소희를 불렀다."유민이가 소희 선생님이 매운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매운 요리를 몇 개 더 만들라고 했는데. 입맛에 맞는지 얼른 먹어봐요."소희는 인차 말했다."그러실 필요 없는데요. 저는 음식 가리지 않고 뭐든 잘 먹어요."식탁으로 걸어가며 소희는 위층에서 내려오는 구택을 보고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남자의 예쁜 눈과 눈빛이 마주쳤다. 그녀는 얼굴이 뜨거워지며 급히 시선을 돌렸다.노부인은 소희더러 얼른 자리에 앉으라 했고 사람들도 차례대로 자리에 착석했다. 공교롭게도 소희는 구택의 맞은편에 앉았다.노부인은 하인더러 소희에게 오리탕을 떠주라고 하며 상냥하게 웃었다."편하게 먹고 싶은 거 먹고. 자기 집이라 생각하고."소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감사합니다!"유민이 입을 열었다."처음도 아닌데, 어색할게 뭐가 있겠어?"말하면서 그녀에게 꽃게 하나 집어줬다."많이 먹어."소희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응."임 씨네 식구들은 남을 얕보고 우아한 척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엄숙한 임가네 어르신 외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상냥하고 따뜻하며 항상 소희를 돌봐줬다.소희도
소희는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네,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할머님.""그래!" 노부인의 눈빛은 더욱 상냥해졌다.정숙은 유림과 함께 그녀를 집 앞까지 바래다주며 그녀가 구택의 차에 오르는 것까지 보고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했다.구택은 운전하며 그녀를 데리고 임가를 떠나 도심으로 달렸다.소희는 차창 밖의 경치를 보다 고개를 돌려 조용히 입을 열었다."일 있으면 얼른 회사로 가봐요. 난 택시 타고 돌아가면 돼요."구택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난 확실히 회사에 가봐야 해요."소희는 눈썹을 살짝 치켜뜨며 대답했다."그래요!"구택은 백미러를 통해 소녀의 옆모습을 힐끗 쳐다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차는 어정에 들어가며 지하 차고에서 멈췄다. 소희는 차에서 내린 후 남자도 함께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영문 몰라 하며 그를 보았다.(회사로 가는 거 아니었나?)구택은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로 가서 담담하게 웃으며 설명했다."갑자기 생각났는데, 오전에 이미 명우더러 처리하라고 했어요.""......"그는 틀림없이 일부러 이러는 것이었다.위층으로 올라간 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구택은 소희를 현관의 궤짝에 밀며 키스했다.임가네 서재에서 그녀에 의해 생긴 욕망은 다시 번지며 그는 그녀를 안고 뜨거운 키스를 하며 침실로 천천히 걸어갔다......이번은 두 사람이 처음으로 낮에 관계를 맺은 것이었다. 햇빛은 닫히지 않은 커튼을 통해 방 안을 비추었다.소희는 침대에 엎드려 햇빛에 현기증이 나며 참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마치 어린 시절 이웃집 언니가 불었던 거품을 본 것 같았다. 한 떨기 한 떨기, 바람에 하늘로 날아가며 무척 알록달록했다.그녀는 그 거품들이 그녀를 데리고 아름다운 동화 세계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배고픔도 폭력도 욕설도 없는. 그녀는 필사적으로 거품을 쫓으며 손을 내밀었지만 그 거품들이 그녀의 손끝에서 터지며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그리고 지금, 그녀는 또 그 알록달록한 거품을 쫓
소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어떤 남자가 담배를 끊는다고 바로 끊을 수가 있을까? 이건 완전히 아이스크림을 그녀의 입으로 가져다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오늘 그녀는 쉬는 날이라 케이슬에 가지 않고 옷을 갈아입고 구택과 밥 먹으러 갔다.두 사람은 또 전에 갔던 남월정에 가서 밥 먹으러 갔다. 주인아줌마는 소희가 밀크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특별히 아이스 밀크티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소희가 기뻐하기도 전에 구택은 이미 뜨거운 것으로 바꾸었다.주인아줌마가 나가자 소희는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아이스크림은 그렇다 쳐도, 아이스 밀크티도 안 되는 거예요?"남자는 단번에 거절했다. "안돼요!"소희는 약간 의기소침해졌다."그럼 내 생활은 완전히 재미가 없잖아요."구택은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소희 씨에게 가져다주는 즐거움은 안 되는 거예요?"그가 정색하게 말하자 소희는 한참 멍해졌다. 그녀는 가슴이 살짝 뜨거워지며 눈을 떨구며 중얼거렸다."그게 어떻게 같아요."남자는 진지하게 물었다. "그럼 어느 게 더 좋아요?"소희는 목이 메어 맑은 한 쌍의 눈동자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얼굴이 빨개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그녀는 인차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그녀는 그의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그에게 빠질 것이다.창문 아래에는 옛날식 등불이 켜져 있었다. 남자는 등불 아래의 소녀의 귓가가 빨개진 것을 똑똑히 보며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창밖에는 해당화가 있었는데 소희는 몸을 내밀어 해당화를 만졌다. 정원에 마침 20대의 남학생이 지나가며 소희의 모습을 보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그는 참지 못하고 다가와 해당화 한 송이를 꺾어 소희에게 건네주었다."여기요!"소희는 받지 않았다. "아니에요, 그래도 고마워요.""아가씨 자주 여기에 오나요? 번호 좀 알려주면 안 될까요?" 남자는 여자들과 말을 거의 걸어보지 못했지만 이때 용기를 내서 말했다. 불빛 아래의 깨끗한 얼굴은 새빨개졌다.소희는 거절하려
강아심은 강시언 맞은편 의자에 앉아 부드럽게 웃으며 그를 한 번 바라봤다. 아심은 테이블 위에 있던 술잔을 들고 머리를 살짝 젖혀 술을 한 모금에 들이켰다.시언은 아심이 고개를 젖히며 드러난 가느다란 목선을 바라보았다. 삼킬 때마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목선이 더욱 선명해졌다.이에 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강아심, 넌 그저 약간의 잔재주 말고는 다른 건 할 줄 모르지?”아심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더 큰 처벌을 피하려고 미리 그를 자극하며 시언의 입을 막으려는 수작을 부리는 게 분명했다.아심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녀의 눈가는 술기운에 촉촉해졌고, 붉어진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그런 순진한 표정은 아심 자신조차 깨닫지 못한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시언의 눈빛이 깊어지며 목소리는 더욱 낮고 묵직해졌다.“네가 매번 처벌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네 잔재주 때문이 아니야. 그건 내가 네게 관대했기 때문이지, 이해했어?”아심의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술기운은 더욱 올라와 눈동자는 한층 더 촉촉해졌다.시언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권수영과 양재아가 웃으며 멀어지는 모습을 스치듯 지나갔다. 그는 다시 아심을 보며, 다소 조롱 섞인 어조로 물었다.“네 남자친구 어머니는 너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던데?”아심은 입가에 묻은 술 자국을 가볍게 닦으며 침착하게 대답했다.“진정한 사랑은 여러 가지 시련을 겪어야죠.”그 말에 시언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변했고, 웃음에서도 냉기가 느껴질 정도였다.“진정한 사랑? 겨우 한 잔 마시고 취한 거야?”아심은 그의 말에 되받아칠 말을 찾으려 했지만, 어딘가 찔리는 마음 때문인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결국 아심은 침묵을 유지했다. 침묵은 때로는 모든 것을 말해주는 법이었다.시언은 아심의 옆모습을 지켜보며 무언가를 읽으려는 듯 바라봤다. 그러다 미소를 띠며 물었다.“내가 도와줄까?”아심은 놀란 듯 시언을 돌아보며 물었다.“뭘 도와준다는 건데요?”“네가 버틸
강아심은 고개를 끄덕이고 양재아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뒤돌아 자리를 떠났다.권수영은 아심이 떠나자 안도한 듯 숨을 내쉬며 지승현에게 말했다.“너는 재아 씨랑 좀 더 이야기를 나눠봐. 젊은 사람들끼리 통하는 이야기가 더 많을 테니까.”승현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거절했다.“저는 재아 양과 잘 모르는 사이예요. 특별히 나눌 얘기도 없고요. 엄마 친구분이시니까 엄마가 알아서 모시세요.”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재아를 향해 간단히 묵례하고 자리를 떴다.재아는 표정을 잃지 않았지만, 손을 꼭 움켜쥐었다. 재아가 승현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건 재아의 마음일 뿐이었지만, 승현이 재아를 무시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권수영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속으로는 승현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생각했다.‘승현이가 저 모양이라니! 만약 수철이 결혼할 나이가 됐으면 그에게 재아를 소개했을 텐데!’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기에, 권수영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승현이는 원래 좀 부끄럼이 많아서 그래요. 여자 앞에만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잘 못해요.”“게다가 평소엔 일에 치여서 여자들을 만날 시간도 없거든요.”재아는 냉소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런데 보니까 승현 씨는 아심 씨와 대화는 잘하던데요.”권수영은 당황했지만 재빨리 웃으며 말을 돌렸다.“강아심 씨는 공공 관계 일을 하잖아요. 그러니 이 사람 저 사람 모두와 친한 거죠.”“하지만 재아 씨는 진짜 명문가의 아가씨에다가 품위 있고 아름다우니 비교가 되겠어요?”권수영의 말에 재아는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사람들은 강아심 같은 사람을 더 좋아하더라고요.”권수영은 속셈이 담긴 태도로 재아의 심리를 읽으며 대답했다.“그건 그냥 재미로 그러는 거예요. 그런 여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남자가 얼마나 있겠어요?”재아는 가볍게 웃으며 대화를 다른 주제로 돌렸다.“지아윤은 안 왔나요?”“왔죠. 친구들이랑 놀고 있을 거예요. 내가 전화해서 불러볼게요.”권수영은 곧장 대답하며
권수영은 의자에 앉아 있는 강아심을 일부러 무시한 채 밝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양재아 씨, 여기는 내 아들 지승현이예요. 경성대 졸업생이고, 졸업 후 집안 사업을 도와주고 있죠. 지금 우리 집안은 승현이 혼자 다 책임지고 있어요!”권수영은 아들을 한껏 칭찬한 뒤, 다시 승현에게 말했다.“여기는 도재아 양, 국화 대가인 도경수 선생님의 손녀야. 외모도 빼어나지만 재능도 대단하단다!”승현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도재아 씨, 반가워요.”재아도 미소를 지으며 응대했다.“지승현 씨, 반가워요.”사실 재아는 권수영에게서 여러 차례 연락을 받았다. 세 번이나 전화로 만남을 요청하길래, 받은 선물도 많았고 관계를 틀고 싶지는 않아 마지못해 만나기로 했다.그녀는 권수영과 이야기를 나누며 꽃밭으로 안내받았고, 승현을 보자마자 권수영의 의도를 눈치챘다.승현은 깔끔하고 점잖은 인상이었고, 예전 남자친구인 임예현과 닮은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시언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상당히 컸다.그래서 재아는 자신의 태도를 차분하고 품위 있게 유지하면서도, 적당히 거리감을 두는 중립적인 자세를 취했다.아심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승현에게 말했다.“승현아, 할 말 있으면 나중에 하자. 나는 먼저 가볼게.”“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어!”승현은 다급히 그녀를 막아섰으나 강아심은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시계를 흘낏 보았다. 이미 2분이 지나 있었다.권수영은 얄미운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걸었다.“아니, 이게 누구야? 강아심 씨 아니신가. 이제 공공 관계 사업까지 린 씨 결혼식장에 진출한 건가?”“어머니, 그런 말씀은 삼가세요.”승현이 얼굴을 굳히며 강하게 말렸다.“아심 씨는 연희 씨의 친구이자, 신부 소희 씨와도 친한 사이예요.”이때 재아가 입을 열었다.“아심 씨, 저를 못 알아보겠어요?”재아는 승현이 아심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한 회사 개업식에서 아심이 어려움을 겪던 중, 승현이 그녀
“승현아.”강아심이 먼저 입을 열었다.“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야?”“먼저 뭐라도 먹어봐.”승현은 케이크를 그녀 앞에 밀어놓으며 말했다.“점심은 아직 못 먹었을 것 같은데.”아심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조금 전에 뭔가 먹어서 별로 배가 고프진 않아.”지승현은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오늘 만난 이유는 할머니의 유산 문제 때문이야. 할머니 유언장에 따르면, 돌아가신 지 한 달 뒤에 유산을 상속해야 한다고 했어.”“할머니의 뜻에 따라 네가 상속받을 부분을 꼭 받아줬으면 좋겠어. 나는 진심이야.”아심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 법정 상속에 따라 유산은 승현의 아버지와 큰아버지에게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승현은 그들의 성향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유산을 받게 되면 즉시 팔아치우고, 자금을 회수할 게 뻔했다.승현은 그런 방식으로 할머니의 유품이 처분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래서 자신의 우려를 솔직히 전했다.“할머니의 유품이 엉뚱한 사람 손에 넘어가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래서 꼭 네가 받아줬으면 해.”아심은 잠시 망설이며 말했다.“할머니께서 나에게 유품을 주신 이유는 우리가 함께할 거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이야.”“하지만 지금은 이미 헤어진 상태에서 제가 그걸 받는 건 할머니의 뜻을 거스르는 일일지도 몰라.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승현은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이며 그녀를 진지하게 바라봤다.“할머니는 널 진심으로 좋아하셨어요. 돌아가시기 전에도 말씀하셨어. 언젠가 당신이 나를 떠날 수도 있으니 절대 억지로 붙잡지 말라고.”“그렇게 모든 걸 알고 계시면서도 유품을 당신에게 남기셨잖아. 그러니 전혀 부담 가질 필요 없어.”...파티장 2층.강시언은 프랑스풍의 큰 창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의 깊은 눈은 정원에서 대화 중인 두 사람을 담담히 응시하고 있었다.얇은 입술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자 그의 표정은 연기로 흐릿해졌지만, 눈빛만큼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강아심이 거실로 들어오자, 소희와 가볍게 포옹하며 부드럽게 웃었다.“결혼 축하해. 정말 완벽한 결혼식이었어. 모든 사람이 감동했어!”“고마워!” 소희도 따뜻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심은 한발 물러서서 소희에게 소개했다.“여기는 도도희 이모야!”소희는 눈앞의 여성을 보고 순간 멍해지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혹시 스승님의 딸, 도도희님이세요?”도도희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나도 소희 씨 이름을 들어봤어. 우리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던 제자라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니 아쉬웠어요.”소희는 자신의 결혼식에 도도희가 찾아올 줄 몰랐기에 마음이 벅차올랐다.“스승님도 오신 걸 알고 계세요?”양재아의 일로 스승님과 도도희 사이의 일들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던 소희는, 스승님이 딸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도도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리는 이미 만났어요.”“그렇군요. 다행이에요!” 소희도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도도희는 부드럽게 물었다.“듣기로 양재아를 삼각주에서 찾아내 데려온 게 소희 씨라던데, 내 친딸이든 아니든 우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소희는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감사할 것까지는 없어요. 다만, 두 분께 헛된 기대를 드리지 않을까 걱정이 됐었어요.”도도희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이런 일은 수없이 겪어봤거든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도도희의 담담한 태도에서 그녀가 왜 지금까지 친자 확인을 하지 않았는지 소희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도도희는 처음 만난 소희에게서 놀라움을 느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고요하고 담백한 성품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투명함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런 면모가 아심과도 닮아 자연스레 호감을 느끼게 했다.도도희는 한층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운성에서 산간 지역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어요. 이틀 후면 일이 끝나니, 강성으로 돌아
멀리서 도경수와 강아심이 지나가다가 멈춰 서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소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고, 구택과 눈이 마주쳤다.손에 들고 있던 부케를 두 손으로 잡은 소희는 가볍게 손을 들어 부케를 뒤로 던졌다.햇살이 소희를 온통 감싸고, 드레스의 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그녀의 웃음은 그림처럼 찬란했다. 앞쪽에 서 있던 사람들은 부케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것만 볼 수 있었다.몇몇 사람들은 점프했지만, 손끝과 부케는 20에서 30cm쯤 차이가 나 닿지 않았다. 시원은 부케가 멀리 날아갈 것을 예상하고 준비했지만, 소희의 던지기 실력을 과소평가했다.시원과 백림은 함께 점프했으나 손가락 끝이 꽃잎에 닿았을 뿐 결국 부케를 놓치고 말았다.사람들이 뒤를 돌아보니, 부케는 무려 10미터 이상 날아가 검은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 들고 있는 손에 정확히 떨어졌다.아심은 꽤 멀리 서 있었고, 부케가 자신에게 떨어질 줄 몰랐는지 놀라 손에 들고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도경수는 아심이 손에 든 부케를 보며 뜻밖이라는 듯 기뻐하며 말했다.“이건 정말 하늘의 뜻인 것 같아!”아심은 말없이 웃으며 부케를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곤 소희와 군중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며 현장의 분위기를 함께 즐겼다.주변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아심 쪽으로 몰려가 그녀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소희도 멀리서 아심을 향해 웃었지만, 당장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구택이 소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먼저 할아버지께 가서 술을 올리자. 그 뒤에 만날 기회가 있을 거야.”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멀리 서 있는 아심을 한 번 더 바라보고 구택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소희는 웨딩드레스를 갈아입고 피로연 드레스를 입은 뒤 강재석 쪽으로 가서 술을 올렸다. 그곳에는 임씨 집안의 어른들과 강씨 가문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모두가 소희를 아끼며 환대했다.가볍게 술 한 잔을 권한 뒤, 소희에게 충분히 쉴 시간을 주었다. 소희는 오후 내내 쉴 수 있었고, 연희와 몇몇 친구들이 함께 시간을
남궁민은 잠시 멍해졌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심명을 바라보았다.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찌릿해졌다.남궁민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확실히 당신은 나보다 서희를 더 좋아하는 것 같네요.”심명은 남궁민의 말을 듣고 흘긋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당연하죠. 당신은 그게 좋아하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남궁민은 반박하며 말했다.“왜 아니죠? 난 서희 말고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을 좋아해 본 적 없거든요.”심명은 그의 말을 듣기 싫다는 듯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햇빛을 향해 걸어가는 심명의 모습은 빛에 둘러싸여 희미하게 흐려져 보였다. 남궁민은 잠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따라가며 물었다.“설마 도망치려는 거예요?”심명의 귀에 달린 흑요석 귀걸이가 햇빛에 반사되어 매혹적인 광채를 뿜었다.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도망치긴 뭘 도망쳐요?”만약 도망칠 생각이었다면 오늘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었다.남궁민은 심명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며 말했다.“오늘은 우리 둘 다 도망칠 생각 하지 말아요. 이 세상에서 너와 나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거잖아요. 술 마시고 취할 때까지 놀아보는 건 어때요?”심명은 남궁민의 손을 곁눈질하며 투덜거렸다.“손 치워요.”그러나 남궁민의 제안은 거절하지 않았다.“좋아요. 멀리서 여기까지 온 네 성의를 봐서라도, 서희 대신 내가 너를 잘 챙겨 주도록 하죠.”...결혼식의 하이라이트가 지나고, 커다란 케이크가 나왔다. 케이크 커팅식이 끝나고 결혼식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축하 파티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구택은 소희의 입술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닦아내며 말했다.“와이프, 신혼 축하하고 사랑해.”수많은 꽃잎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예식장의 조명은 더욱 환하게 빛났다. 사람들의 박수 소리는 축복과 환희로 가득했다.소희는 구택만을 바라보았다. 소희의 맑고 투명한 눈에는 세상의 그 어떤 소란도, 부귀와 영화를 쫓는 욕망도 담겨 있지
“그때, 나는 마침내 깨달았어. 네가 평안하고 행복하기만 하면, 그 이외의 어떤 의미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임구택은 소희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반지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분홍빛 다이아몬드는 그녀의 눈부신 피부 위에서 완벽하게 어우러졌고, 빛을 받아 반짝이며 찬란한 광채를 뿜어냈다.소희도 손에 든 반지를 꺼내 들었고, 구택의 손은 매끄럽고 아름다웠다.손바닥과 손가락의 비율은 완벽했고, 마치 차가운 백옥으로 조각한 듯 뚜렷한 관절선에는 부드러운 온기와 견고함이 동시에 느껴졌다.구택은 고개를 숙이고 그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며 조용히 미소 짓고는 물었다.“내가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면서, 왜 나를 다시 데려왔어?”구택은 그녀의 길게 드리운 속눈썹을 가만히 응시하며 천천히 답했다.“왜냐하면 또 하나를 깨달았으니까.”“뭔데?”“내가 주는 행복만이 진짜 행복이라는 거야.”소희는 반지를 끝까지 밀어 넣고 고개를 들어 구택을 바라보았다. 구택의 눈빛은 따뜻하면서도 단호했다.“우리 둘이 함께 있을 때만이 진짜 행복을 느낄 수 있어. 그러니까 넌 도망칠 수 없고, 나도 도망칠 수 없어.”“처음 우리가 만난 순간부터 오늘 이 순간이 정해져 있었어. 네가 나와 결혼하게 될 운명 말이야.”구택은 말을 마치고 몸을 숙여 강렬한 키스로 소희의 입술을 덮자, 주변에서는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임유민은 요요를 안고 계단을 내려가던 중,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한 번 돌아보았다. 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중얼거렸다.“역시 우리 삼촌은 다르지.”요요도 뒤를 보려고 하자, 유민은 손으로 요요의 눈을 가리며 말했다.“어린아이는 이런 거 보면 안 돼!”요요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그럼 오빠는 어른이에요?”그 말에 유민이 당황하며 대답했다.“나, 나는 반쯤 어른이야!”요요는 까만 눈을 반짝이며 더 궁금해졌다.“그럼 오빠는 머리 쪽이에요, 아니면 발 쪽이에요?”유민은 요요의 진지하고 귀여운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가 차분히 설명했다.“머리가
예식장 안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고, 주례자는 차분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이제 신랑과 신부의 결혼 서약을 낭독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께서도 함께 느껴 보시고,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주례자의 목소리는 한층 더 엄숙해졌다.“임구택 군, 당신은 이 아름다운 소희 양을 아내로 맞이하시겠습니까?”“소희 양의 손을 맞잡고 백년해로하며,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구택은 깊은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단호하고 진지하게 대답했다.“예, 서약합니다. 소희를 평생 소중히 여기고, 챙기고, 제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충실히 사랑하겠습니다.”주례자는 이번에는 소희를 향해 물었다.“소희 양, 당신은 임구택 님을 남편으로 맞이하시겠습니까?”“임구택 군과 함께 인생의 길을 나란히 걷고,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소희는 구택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서약합니다. 조건 없이 사랑하며, 영원히 함께할 것을 맹세합니다.”구택의 눈에는 감정이 빛나고 있었고, 그의 따뜻한 마음과 온기는 오직 소희를 위해 존재했다.주례자는 미소를 지으며 선언했다.“이제 임구택 군과 소희 양이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두 사람을 위해 축복의 박수를 보내주세요!”예식장은 다시 한번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모든 하객은 이 감동적인 순간에 눈물을 글썽이며 박수를 보냈다. 그 박수 소리는 끝없이 이어졌고,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울려 퍼졌다.연희는 박수를 치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는 뜨거웠지만,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우청아 또한 눈물을 흘리며 두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했다.주례자는 박수 소리 속에서 다시 입을 열었다.“이제 신랑과 신부께서 결혼의 영원함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결혼반지를 교환하시겠습니다.”그 순간, 뒤쪽 계단에서 임유민이 요요를 안고 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