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지? 난 이 컵을 보자마자 너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샀어." 유림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었다."너무 마음에 들어!" 소희는 손가락으로 위의 꽃무늬를 만지며 맑은 눈빛으로 말했다."고마워!""나한테 고맙다는 무슨!"두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유림이 가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소희는 무심한 척 물었다."네 둘째 삼촌은 줄곧 연애를 해 본 적 없어?""우리 둘째 삼촌?"유림은 소파에 기대어 잠시 생각해 보았다."나는 그가 전에 은서 언니와 사이가 좋았다는 것만 알고 있어. 그러나 후에 그가 소 씨네 집안 아가씨와 혼약이 생긴 다음 은서 언니는 M국에 갔고. 그리고 나중에 우리 둘째 삼촌도 소가네 아가씨와 결혼한 후 출국했어. 근데 나는 그가 은서 언니 찾아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더라고."소희가 물었다."그들은 네 둘째 삼촌과 소 씨네 집안과의 혼약 때문에 헤어진 거야?"유림은 고개를 저었다."그때 나는 고3이라 한동안 학교에서 숙소 생활해서 그들의 일에 대해서 잘 몰라."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두 사람은 화제를 돌리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유림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확인하더니 갑자기 웃음을 띠며 전화를 받았다."아침에 금방 전화했잖아, 무근 일이야?"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지 유림은 조금 수줍어했다."그럼 넌 언제 강성으로 돌아올건데?"소희는 전화한 사람이 주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두 사람의 대화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유림에게 눈짓하며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방문을 닫자 소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아래층에는 임가네 사람들이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아 그녀도 끼어들 수가 없었다.다행히 그녀는 여기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2층에 공용 서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지금 거기엔 아무도 없을 거 같아 아예 서재에 가서 책을 좀 보려했다.서재는 동쪽 끝에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책의 향기가 풍겨왔다.서재는 매우 컸다. 한쪽의 긴 창문은 별장
서재가 조금씩 어두워지자 색다른 느낌은 점점 더 분명해졌다. 소희는 남자에게 허리를 잡힌 채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는 몸을 숙여 그녀를 서가에 대고 키스했다.방금 그녀가 그의 가족들 앞에서 매우 얌전한 것을 보고, 그는 그녀를 괴롭히고 싶었다. 분명히 전에는 그렇게 엽기적이었으면서. 그의 가슴은 지금도 은근히 아팠다.소희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온몸은 남자의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졌고 모든 감각도 모두 그에게 차지했다.그는 키스를 진하게 하다 천천히 부드러워지며 조금씩 그녀를 삼켰다.소희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마도 이런 특수한 환경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희미한 말소리 때문일 가, 그녀는 불안한 동시에 즐겁고 짜릿했다.소희는 살짝 눈을 뜨자 남자의 굳게 감긴 긴 눈과 뚜렷한 옆모습을 보았다. 그는 속눈썹이 매우 검고 콧대가 곧으며 그야말로 잘생기기 그지없었다.그녀의 주시를 감지한 듯 남자는 긴 눈을 천천히 떴다. 그는 살짝 멈추며 반쯤 뜬 검은 눈은 짙고 어두운 밤처럼 소희를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두 사람은 이렇게 상대방을 바라보며 마치 서로 절벽 맞은편에 있는 것처럼 누구도 지려하지 않았다.한참 지나, 남자는 숨을 크게 쉬며 그녀의 허리를 꽉 잡고 벌주듯이 계속 그녀에게 키스했다.소희는 몸을 살짝 떨었지만 더 이상 그의 키스에 응답하지 못하고 두 손으로 그의 팽팽한 가슴을 받치며 눈을 떨구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나 이따 또 나가봐야 돼요."그녀는 화장을 하지 않아서 메이크업이 엉망될 까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만약 입술이 부으면 너무 티가 났다.구택은 그녀의 볼을 따라 아래로 가볍게 키스했고, 목소리는 낮고 매력 있었다."내 방으로 갈래요?"소희는 입을 열었다."구택 씨 가족이 내가 구택 씨를 이용해서 이 일을 얻었다고 생각하기를 바라는 거예요?"구택은 고개를 그녀의 가슴에 묻히며 참지 못하고 낮게 웃었다."아마도 그 반대일걸요. 그들은 소희 씨가 이 일을 이용해서 나를 꼬셨다고 생각할걸요."소희는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었다
"둘째 삼촌?" 유림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소희 봤어요?"구택의 말투는 담담했다."화원에 간 것 같던데.""아, 그럼 화원에 가서 그녀를 찾아볼게요."유림은 대답하며 인차 가버렸다.소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우리 지금 어떡해요?""내가 화원으로 데려다줄게요." 남자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어떻게요?" 소희는 흠칫 놀랐다. 설마 이 별장에 암실 같은 거 있는 건 아니겠지?곧 그녀는 자신이 또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택은 창가로 걸어가며 창문을 열고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말했다."뛰어내리면 돼요. 아래가 바로 화원이거든요.""......"별장의 1층은 매우 높았기에 2층은 거의 3층의 높이에 해당했다. 이건 그녀에게 있어서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녀는 굳이 그의 앞에서 뛰어내려야 할까?그는 혹시 무엇을 알기라도 했던 것일까?구택은 그녀가 멍 때리는 것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이리 와요."소희가 다가가자 구택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먼저 뛰어내릴게요. 이따가 내가 아래에서 소희 씨 받아줄게요. 뛸 수 있겠어요?"소희는 그를 보며 물었다. "지금 농담하는 거예요?""아니요." 구택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빛에는 약간의 기대가 있었다."뛸 수 있겠어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먼저 뛰어요!"구택은 고개를 돌려 그녀의 얼굴에 키스했다."무서워하지 마요, 내가 있으니까. 소희 씨 다치게 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엄청 재밌을걸요."소희는 멈칫하며 눈빛은 순간 그윽해졌다. 눈앞의 남자를 보면서 그녀는 문득 시간이 후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구택은 창문을 열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한번 보고는 뛰어내렸다.소희는 즉시 앞으로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남자는 날렵하게 발끝을 내밀며 일층의 살짝 나온 창문 턱에 안정적으로 떨어졌다.곧 그는 고개를 들어 두 팔을 내밀었다.그녀는 그가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아가야, 얼른 내려와요
소희와 유림은 화원 밖에서 마주쳤다. 유림은 달려와 이마에 진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였다."어디 갔었어? 화원을 거의 다 찾아봤는데 너 못 봤어."소희는 아무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저쪽에 모란꽃이 있는 거 보고 좀 오래 있었지.""나는 네가 서재에 간 줄 알았는데, 그래도 둘째 삼촌이 나한테 네가 여기 있다고 말해준 거야." 유림은 순진하고 귀엽게 웃었다.소희는 가슴이 찔렸다."미안해, 걱정하게 해서!""아니야, 마침 여기 왔으니까 내가 우리 할머니의 화원 보여줄게." 유림은 웃으며 말했다."안에는 우리 둘째 삼촌이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특이한 꽃들이 많이 있어. 너도 본 적이 없을걸.""좋아!"두 사람은 화원에 들어가 잠시 놀다가 하인이 찾아와 그들더러 점심 식사하라고 불렀다.별장으로 돌아오자 하인은 이미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 정숙은 열정적으로 소희를 불렀다."유민이가 소희 선생님이 매운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매운 요리를 몇 개 더 만들라고 했는데. 입맛에 맞는지 얼른 먹어봐요."소희는 인차 말했다."그러실 필요 없는데요. 저는 음식 가리지 않고 뭐든 잘 먹어요."식탁으로 걸어가며 소희는 위층에서 내려오는 구택을 보고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남자의 예쁜 눈과 눈빛이 마주쳤다. 그녀는 얼굴이 뜨거워지며 급히 시선을 돌렸다.노부인은 소희더러 얼른 자리에 앉으라 했고 사람들도 차례대로 자리에 착석했다. 공교롭게도 소희는 구택의 맞은편에 앉았다.노부인은 하인더러 소희에게 오리탕을 떠주라고 하며 상냥하게 웃었다."편하게 먹고 싶은 거 먹고. 자기 집이라 생각하고."소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감사합니다!"유민이 입을 열었다."처음도 아닌데, 어색할게 뭐가 있겠어?"말하면서 그녀에게 꽃게 하나 집어줬다."많이 먹어."소희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응."임 씨네 식구들은 남을 얕보고 우아한 척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엄숙한 임가네 어르신 외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상냥하고 따뜻하며 항상 소희를 돌봐줬다.소희도
소희는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네,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할머님.""그래!" 노부인의 눈빛은 더욱 상냥해졌다.정숙은 유림과 함께 그녀를 집 앞까지 바래다주며 그녀가 구택의 차에 오르는 것까지 보고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했다.구택은 운전하며 그녀를 데리고 임가를 떠나 도심으로 달렸다.소희는 차창 밖의 경치를 보다 고개를 돌려 조용히 입을 열었다."일 있으면 얼른 회사로 가봐요. 난 택시 타고 돌아가면 돼요."구택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난 확실히 회사에 가봐야 해요."소희는 눈썹을 살짝 치켜뜨며 대답했다."그래요!"구택은 백미러를 통해 소녀의 옆모습을 힐끗 쳐다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차는 어정에 들어가며 지하 차고에서 멈췄다. 소희는 차에서 내린 후 남자도 함께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영문 몰라 하며 그를 보았다.(회사로 가는 거 아니었나?)구택은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로 가서 담담하게 웃으며 설명했다."갑자기 생각났는데, 오전에 이미 명우더러 처리하라고 했어요.""......"그는 틀림없이 일부러 이러는 것이었다.위층으로 올라간 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구택은 소희를 현관의 궤짝에 밀며 키스했다.임가네 서재에서 그녀에 의해 생긴 욕망은 다시 번지며 그는 그녀를 안고 뜨거운 키스를 하며 침실로 천천히 걸어갔다......이번은 두 사람이 처음으로 낮에 관계를 맺은 것이었다. 햇빛은 닫히지 않은 커튼을 통해 방 안을 비추었다.소희는 침대에 엎드려 햇빛에 현기증이 나며 참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마치 어린 시절 이웃집 언니가 불었던 거품을 본 것 같았다. 한 떨기 한 떨기, 바람에 하늘로 날아가며 무척 알록달록했다.그녀는 그 거품들이 그녀를 데리고 아름다운 동화 세계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배고픔도 폭력도 욕설도 없는. 그녀는 필사적으로 거품을 쫓으며 손을 내밀었지만 그 거품들이 그녀의 손끝에서 터지며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그리고 지금, 그녀는 또 그 알록달록한 거품을 쫓
소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어떤 남자가 담배를 끊는다고 바로 끊을 수가 있을까? 이건 완전히 아이스크림을 그녀의 입으로 가져다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오늘 그녀는 쉬는 날이라 케이슬에 가지 않고 옷을 갈아입고 구택과 밥 먹으러 갔다.두 사람은 또 전에 갔던 남월정에 가서 밥 먹으러 갔다. 주인아줌마는 소희가 밀크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특별히 아이스 밀크티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소희가 기뻐하기도 전에 구택은 이미 뜨거운 것으로 바꾸었다.주인아줌마가 나가자 소희는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아이스크림은 그렇다 쳐도, 아이스 밀크티도 안 되는 거예요?"남자는 단번에 거절했다. "안돼요!"소희는 약간 의기소침해졌다."그럼 내 생활은 완전히 재미가 없잖아요."구택은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소희 씨에게 가져다주는 즐거움은 안 되는 거예요?"그가 정색하게 말하자 소희는 한참 멍해졌다. 그녀는 가슴이 살짝 뜨거워지며 눈을 떨구며 중얼거렸다."그게 어떻게 같아요."남자는 진지하게 물었다. "그럼 어느 게 더 좋아요?"소희는 목이 메어 맑은 한 쌍의 눈동자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얼굴이 빨개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그녀는 인차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그녀는 그의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그에게 빠질 것이다.창문 아래에는 옛날식 등불이 켜져 있었다. 남자는 등불 아래의 소녀의 귓가가 빨개진 것을 똑똑히 보며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창밖에는 해당화가 있었는데 소희는 몸을 내밀어 해당화를 만졌다. 정원에 마침 20대의 남학생이 지나가며 소희의 모습을 보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그는 참지 못하고 다가와 해당화 한 송이를 꺾어 소희에게 건네주었다."여기요!"소희는 받지 않았다. "아니에요, 그래도 고마워요.""아가씨 자주 여기에 오나요? 번호 좀 알려주면 안 될까요?" 남자는 여자들과 말을 거의 걸어보지 못했지만 이때 용기를 내서 말했다. 불빛 아래의 깨끗한 얼굴은 새빨개졌다.소희는 거절하려
민수는 원망했다."둘째 삼촌이 오셨는데 엄마는 왜 나한테 말 안 했어요?"주인아줌마는 부드럽게 웃었다."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네 그림자도 보지 못했는데, 나보고 어떻게 너한테 말해주라는 거야?"민수가 말했다."나도 방금 돌아와서 주방에 가서 도와주려고 하던 참이었어요!""그럼 빨리 와!"주인아줌마는 부드럽게 말했다."네 둘째 삼촌과 삼촌 친구 식사하는 거 방해하지 말고."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소희에게 물었다."소희 씨, 번호 좀 교환해도 될까요?"구택의 친구인 이상 소희도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냈다."그래요!"주인아줌마는 구택을 한번 보더니 민수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빨리 나와. 손님들 기다리잖어."민수는 구택과 소희에게 손을 흔들었다."좀 있다가 다시 올게요."모자 두 사람이 나가고 문이 다시 닫히자 소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 하얀 얼굴은 핑크빛으로 물들었다.구택은 의자에 기대며 어이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웃어요? 내가 일반 남자라서 웃는 거예요, 아니면 소희 씨가 풋풋한 여자애라서 웃는 거예요?"소희는 얼굴이 빨개졌다."그냥 민수 씨가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요."구택은 몸을 기울여 유유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젊은 남자는 다 귀엽죠?"소희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천천히 말했다."귀여운 사람은 많지만 잘생긴 둘째 삼촌은 하나밖에 없어요. 근데......"소희는 그를 향해 웃었다."둘째 삼촌이 나에게 아이스 밀크티 한 잔 마시는 것을 허락한다면 더 좋죠!"구택도 웃었다."소희 씨도 예쁘게 생겼어요, 아주 단순하게!"......결국 소희는 아이스 밀크티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다.어정으로 돌아간 후 구택은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며 소희 보고 혼자 영화 보러 가라고 했다.소희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영화를 보면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었다. 지금은 아이스크림 먹을 권리가 박탈되었으니 그녀는 카펫에 앉아 찝찝해
소희는 이튿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안방에서 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가 어정으로 이사 온 이후 처음으로 안방 침대에서 잠을 잤다.안방은 남자의 사적인 공간이었고 오늘, 그녀는 그의 사적인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다.그녀가 멍 때릴 때 남자는 욕실에서 나왔다. 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고 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일어나요, 우리 잠깐 나갔다 와요."소희는 눈을 돌리며 물었다. 그녀는 잠에서 떨 깼다."어디 가는 거예요?"구택은 몸을 굽혀 두 손으로 그녀의 몸을 받치며 약간 젖은 머리카락은 이마 사이로 흩어졌다."운성에요."소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구택은 운성에 가서 비즈니스를 처리해야 한다며 가는 김에 소희를 데리고 그녀의 할아버지를 보러 간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어젯밤 그가 말한 서프라이즈였다.소녀의 놀라운 표정을 보며 구택은 그녀가 유난히 귀엽다고 생각했고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돌아가고 싶지 않아요?"소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케이슬의 일은 어떡하고요?""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앞으로 소희 씨가 가지 않더라도 난 소희 씨의 월급을 지급하라고 할게요, 어때요?" 구택은 가볍게 웃었다."싫어요!" 소희는 핑크빛 입술을 오므렸다."나는 돈이 아무리 좋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돈 받는 거 싫어요.""우리 대략 일주일 정도 다녀와야 할 거 같아요. 돌아오면 계속 출근하면 되죠." 구택은 일어섰다. "일단 일어나서 아침 먹어요. 우리 한 시간 후에 출발해요."소희는 일어났지만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했다.운성으로 돌아간다니?구택이 만약 그녀의 할아버지가 누군지 알았다면, 틀림없이 그녀의 신분에 대해서 샅샅이 조사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제 끝난 건가?소희는 약간 복잡한 눈빛으로 문밖을 바라보며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지금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그녀는 여전히 즐겁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끝나면 정말 아쉬울 거 같다.구택은 짐 쌀
전화를 받은 양재아는 먼저 권수영의 이야기를 들었다. 권수영은 다소 억울한 어조로 말했다.“재아양, 우리 수철이가 잠깐 장난 좀 친 거예요. 그 어린 여자아이랑 그냥 놀다 그런 거지, 걔도 아직 어린애잖아요. 그 애한테 뭘 어쩌겠어요?”“게다가 우리 수철이도 이미 혼이 났어요. 수철의 얼굴을 보면 얼마나 심하게 맞았는지 알 거예요.”“오늘이 임씨 집안의 경사스러운 날이라 내가 참는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당장 경찰에 신고했을 거라고요!”“그런데 지금 김화연 여사님이 책임을 묻겠다고 하니, 재아 양이 나서서 부탁 좀 해주면 안 될까?”“오늘은 임씨 집안 결혼식이고, 신부도 재아 양 외할아버지의 제자잖아요. 재아 양이 한마디만 해주면 여사님도 체면을 봐서 넘어가 줄 거예요.”권수영은 최대한 간곡하게 부탁하자, 재아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사실 재아는 지씨 집안 일에 얽히고 싶지 않았다. 그들과 그렇게 깊은 관계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신이 도움을 준다면 지씨 집안도 체면을 세워줄 것이고, 이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잠시 후, 재아는 결정을 내렸다.[알겠어요. 제가 여사님께 가서 얘기해 볼게요. 그냥 애들이 장난친 일이라고 하면 그렇게 크게 문제 삼지 않으실 거예요.]“정말 고마워요, 재아 양. 정말로 우리 지씨 집안의 은인이에요!”권수영은 과장된 어조로 감사의 말을 전하자, 재아는 말했다.[어디 계신가요? 수철이를 데리고 오세요. 제가 함께 여사님께 가서 말씀드릴게요.]권수영은 재아의 의도를 곧바로 이해하고 말했다.“지금 데리고 갈게요.”재아와 권수영이 만났을 때, 재아는 지수철의 부은 얼굴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이건 너무 심하게 맞았잖아요!”“고작 어린애랑 장난 좀 쳤다고 이렇게까지 때리다니요. 참 권력이 대단한 집안이네요.”권수영은 주위를 살피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임씨 집안과 관련된 일이기에 재아는 특별한 의견을 내지 않았다.“제가 여사님께서 어디 계신지
임유민은 두 번째 총알을 발사했다. 이번에는 지수철의 입술에 맞았다. 그의 입술은 순식간에 부어올라 더는 강한 척할 수도 없었다. 유민이 세 번째 발사 준비를 하자, 지수철은 입안에서 흐릿하게 소리쳤다.“말할게! 말할게!”유민은 그의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건네며 말했다.“전화해요.”지수철은 전화를 걸어 자신이 이미 요요의 할머니를 따돌렸으니, 세 번째 친구가 빨리 오라고 했다. 이에 5분도 지나지 않아, 다른 남자아이가 도착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와 나무에 묶인 지수철을 보자, 그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도망치려 했다.그러나 유민은 몇 걸음에 그를 따라잡아 꽃밭 가장자리를 발판 삼아 공중에서 회전하며 발길질을 날렸다. 이에 그 자리에서 날아가 땅에 내동댕이쳐졌다.결국, 세 명 모두 유민에게 나무에 묶였고, 그의 사격 연습 표적이 되었다....한편, 권수영은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고 상황을 알게 되었다. 김화연은 당연히 요요를 괴롭힌 사람들을 그냥 두지 않았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세 아이가 어느 집 자식인지 알아냈다.김화연은 한적한 거실에 앉아 놀고 있는 요요를 지켜보며 여전히 화가 가라앉지 않은 얼굴로 집안 사람들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녀는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임씨 집안의 경사스러운 날이니 일이 커져 분위기를 망치는 건 바라지 않아요. 당장 이 세 집에 연락해서 애들을 데리고 저택에서 나가라고 전하세요!”김화연의 지시는 즉시 실행되었고 김화연은 다시 가사도우미들에게 당부했다.“이 일은 당분간 아천이랑 청아한테 알리지 마세요. 결혼식이 끝나기 전까지 기분을 망칠 필요는 없으니까요.”이에 다들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따랐다....권수영은 곧 전화를 받았다. 전화 내용에 충격을 받은 그녀는 수철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말을 듣고 바로 그를 찾아 나섰다. 권수영은 수철을 발견한 순간 비틀거리며 땅에 넘어질 뻔했다,수철과 다른 두 소년은 나무에 묶여 있었고, 얼굴은 멍투성이에 입에는 무
정원은 나무와 꽃들로 빽빽해, 두 소년이 요요를 안고 달아난 뒤 금세 그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김화연의 얼굴은 급격히 굳어졌고,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할 틈도 없이 몇몇 부인들과 함께 서둘러 그들을 뒤쫓았다.지수철은 요요를 안고 꽃밭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쫓아오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오히려 흥분한 얼굴로 더 빨리 뛰었다. 수철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듯한 빛이 가득했고,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그 순간, 수철의 무릎에 강한 통증이 밀려왔다. 두 다리가 꺾이며 그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요요 역시 그와 함께 땅바닥에 내팽개쳐졌다.지수철은 무릎을 부여잡고 뒹굴더니 막 욕을 퍼붓기 시작하려는 찰나, 그의 동료가 누군가의 주먹에 맞아 나가떨어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 그의 얼굴을 향해 강력한 발길질이 날아왔다.코뼈가 부러지는 충격에 수철은 고막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과 함께 수철의 가슴팍에 또 한 차례 발길질이 들어갔다. 이번엔 고통이 극심해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임유민은 땅바닥에 쓰러진 두 사람을 잠시 스쳐본 뒤, 요요 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기압총을 내려놓고 요요를 일으켜 세웠다. 요요가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그는 일부러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오빠가 있잖아, 무서워할 필요 없어.”요요는 겁에 질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유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의 품에 뛰어들었다. 요요는 유민의 목을 꽉 끌어안고 작은 몸을 떨었다.“괜찮아, 괜찮아.”유민은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도 약간의 경직된 기색이 떠올랐다.“요요!”멀리서 김화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묻어 있었다.“할머니!”요요는 크게 외쳤다.곧 김화연이 나타났고, 그녀의 얼굴은 창백한 빛을 띠었다. 김화연은 빠르게 걸어와 요요를 품에 안았다.“할머니, 유민 오빠가 나쁜 사람들을 혼내줬어요!”요요는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김화연은
강시언은 무언가 느낀 듯 강아심을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과 맞닿은 아심의 거의 벌거벗은 듯한 시선에, 그는 미세하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약간 냉소적인 표정을 드러냈다.아심은 고개를 돌리며, 귀 끝이 옅은 홍조로 물들었다. 마치 블러셔가 뺨에서부터 번진 것 같았다. 그렇다, 술에 취했음이 분명했다.눈빛이 교차한 후, 분위기는 다시 조용해졌다. 아심은 넓은 의자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햇살의 따스함과 결혼식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겼다. 그러다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낯선 환경에서, 바깥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음 속에서도 아심은 잠들어버렸다. 밤에는 아무리 넓고 편안한 침대에서도 잠들기 힘들고, 종종 불면증이나 악몽에 시달리던 그녀가 지금은 매우 안정적으로 잠들어 있었다.시언은 자리에서 일어나 쿠션을 가져왔다. 시언은 부드럽게 그녀의 얼굴을 받쳐 머리를 들어 올리고, 쿠션을 아심의 머리 아래에 받쳐주었다.자수 무늬가 새겨진 면을 일부러 아래쪽으로 돌려놓으며 배려 깊은 모습을 보였다. 그의 긴 손가락이 아심의 부드럽고 섬세한 얼굴을 스쳤다. 그 순간 시언의 각진 얇은 입술에서 거의 들리지 않는 한숨이 새어 나왔다.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온 시언은 휴대폰을 무음 상태로 설정했다. 가끔 전화가 와도, 그는 잠깐 확인한 뒤 바로 끊고 다시 술을 즐겼다.시언에게 아부와 아첨이 넘치는 술자리들은 피로감만 줄 뿐이었다. 그랬기에 이런 조용함이 그에게는 오히려 더 큰 안식을 주었다....권수영은 양재아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이 때문에 지수철은 완전히 신경 밖으로 밀려나 있었고, 게다가 이곳은 임씨 집안의 축제 분위기 속에서 철저히 경비되고 있었다. 그랬기에, 수철은 그저 혼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곧 두 명의 같은 학교 친구들을 만났다.수철은 A국제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동급생들 역시 집안이 잘 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랬기에 이런 결혼식장에서 만나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저택에는 어린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놀이
강아심은 강시언 맞은편 의자에 앉아 부드럽게 웃으며 그를 한 번 바라봤다. 아심은 테이블 위에 있던 술잔을 들고 머리를 살짝 젖혀 술을 한 모금에 들이켰다.시언은 아심이 고개를 젖히며 드러난 가느다란 목선을 바라보았다. 삼킬 때마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목선이 더욱 선명해졌다.이에 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강아심, 넌 그저 약간의 잔재주 말고는 다른 건 할 줄 모르지?”아심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더 큰 처벌을 피하려고 미리 그를 자극하며 시언의 입을 막으려는 수작을 부리는 게 분명했다.아심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녀의 눈가는 술기운에 촉촉해졌고, 붉어진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그런 순진한 표정은 아심 자신조차 깨닫지 못한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시언의 눈빛이 깊어지며 목소리는 더욱 낮고 묵직해졌다.“네가 매번 처벌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네 잔재주 때문이 아니야. 그건 내가 네게 관대했기 때문이지, 이해했어?”아심의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술기운은 더욱 올라와 눈동자는 한층 더 촉촉해졌다.시언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권수영과 양재아가 웃으며 멀어지는 모습을 스치듯 지나갔다. 그는 다시 아심을 보며, 다소 조롱 섞인 어조로 물었다.“네 남자친구 어머니는 너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던데?”아심은 입가에 묻은 술 자국을 가볍게 닦으며 침착하게 대답했다.“진정한 사랑은 여러 가지 시련을 겪어야죠.”그 말에 시언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변했고, 웃음에서도 냉기가 느껴질 정도였다.“진정한 사랑? 겨우 한 잔 마시고 취한 거야?”아심은 그의 말에 되받아칠 말을 찾으려 했지만, 어딘가 찔리는 마음 때문인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결국 아심은 침묵을 유지했다. 침묵은 때로는 모든 것을 말해주는 법이었다.시언은 아심의 옆모습을 지켜보며 무언가를 읽으려는 듯 바라봤다. 그러다 미소를 띠며 물었다.“내가 도와줄까?”아심은 놀란 듯 시언을 돌아보며 물었다.“뭘 도와준다는 건데요?”“네가 버틸
강아심은 고개를 끄덕이고 양재아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뒤돌아 자리를 떠났다.권수영은 아심이 떠나자 안도한 듯 숨을 내쉬며 지승현에게 말했다.“너는 재아 씨랑 좀 더 이야기를 나눠봐. 젊은 사람들끼리 통하는 이야기가 더 많을 테니까.”승현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거절했다.“저는 재아 양과 잘 모르는 사이예요. 특별히 나눌 얘기도 없고요. 엄마 친구분이시니까 엄마가 알아서 모시세요.”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재아를 향해 간단히 묵례하고 자리를 떴다.재아는 표정을 잃지 않았지만, 손을 꼭 움켜쥐었다. 재아가 승현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건 재아의 마음일 뿐이었지만, 승현이 재아를 무시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권수영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속으로는 승현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생각했다.‘승현이가 저 모양이라니! 만약 수철이 결혼할 나이가 됐으면 그에게 재아를 소개했을 텐데!’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기에, 권수영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승현이는 원래 좀 부끄럼이 많아서 그래요. 여자 앞에만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잘 못해요.”“게다가 평소엔 일에 치여서 여자들을 만날 시간도 없거든요.”재아는 냉소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런데 보니까 승현 씨는 아심 씨와 대화는 잘하던데요.”권수영은 당황했지만 재빨리 웃으며 말을 돌렸다.“강아심 씨는 공공 관계 일을 하잖아요. 그러니 이 사람 저 사람 모두와 친한 거죠.”“하지만 재아 씨는 진짜 명문가의 아가씨에다가 품위 있고 아름다우니 비교가 되겠어요?”권수영의 말에 재아는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사람들은 강아심 같은 사람을 더 좋아하더라고요.”권수영은 속셈이 담긴 태도로 재아의 심리를 읽으며 대답했다.“그건 그냥 재미로 그러는 거예요. 그런 여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남자가 얼마나 있겠어요?”재아는 가볍게 웃으며 대화를 다른 주제로 돌렸다.“지아윤은 안 왔나요?”“왔죠. 친구들이랑 놀고 있을 거예요. 내가 전화해서 불러볼게요.”권수영은 곧장 대답하며
권수영은 의자에 앉아 있는 강아심을 일부러 무시한 채 밝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양재아 씨, 여기는 내 아들 지승현이예요. 경성대 졸업생이고, 졸업 후 집안 사업을 도와주고 있죠. 지금 우리 집안은 승현이 혼자 다 책임지고 있어요!”권수영은 아들을 한껏 칭찬한 뒤, 다시 승현에게 말했다.“여기는 도재아 양, 국화 대가인 도경수 선생님의 손녀야. 외모도 빼어나지만 재능도 대단하단다!”승현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도재아 씨, 반가워요.”재아도 미소를 지으며 응대했다.“지승현 씨, 반가워요.”사실 재아는 권수영에게서 여러 차례 연락을 받았다. 세 번이나 전화로 만남을 요청하길래, 받은 선물도 많았고 관계를 틀고 싶지는 않아 마지못해 만나기로 했다.그녀는 권수영과 이야기를 나누며 꽃밭으로 안내받았고, 승현을 보자마자 권수영의 의도를 눈치챘다.승현은 깔끔하고 점잖은 인상이었고, 예전 남자친구인 임예현과 닮은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시언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상당히 컸다.그래서 재아는 자신의 태도를 차분하고 품위 있게 유지하면서도, 적당히 거리감을 두는 중립적인 자세를 취했다.아심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승현에게 말했다.“승현아, 할 말 있으면 나중에 하자. 나는 먼저 가볼게.”“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어!”승현은 다급히 그녀를 막아섰으나 강아심은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시계를 흘낏 보았다. 이미 2분이 지나 있었다.권수영은 얄미운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걸었다.“아니, 이게 누구야? 강아심 씨 아니신가. 이제 공공 관계 사업까지 린 씨 결혼식장에 진출한 건가?”“어머니, 그런 말씀은 삼가세요.”승현이 얼굴을 굳히며 강하게 말렸다.“아심 씨는 연희 씨의 친구이자, 신부 소희 씨와도 친한 사이예요.”이때 재아가 입을 열었다.“아심 씨, 저를 못 알아보겠어요?”재아는 승현이 아심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한 회사 개업식에서 아심이 어려움을 겪던 중, 승현이 그녀
“승현아.”강아심이 먼저 입을 열었다.“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야?”“먼저 뭐라도 먹어봐.”승현은 케이크를 그녀 앞에 밀어놓으며 말했다.“점심은 아직 못 먹었을 것 같은데.”아심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조금 전에 뭔가 먹어서 별로 배가 고프진 않아.”지승현은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오늘 만난 이유는 할머니의 유산 문제 때문이야. 할머니 유언장에 따르면, 돌아가신 지 한 달 뒤에 유산을 상속해야 한다고 했어.”“할머니의 뜻에 따라 네가 상속받을 부분을 꼭 받아줬으면 좋겠어. 나는 진심이야.”아심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 법정 상속에 따라 유산은 승현의 아버지와 큰아버지에게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승현은 그들의 성향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유산을 받게 되면 즉시 팔아치우고, 자금을 회수할 게 뻔했다.승현은 그런 방식으로 할머니의 유품이 처분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래서 자신의 우려를 솔직히 전했다.“할머니의 유품이 엉뚱한 사람 손에 넘어가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래서 꼭 네가 받아줬으면 해.”아심은 잠시 망설이며 말했다.“할머니께서 나에게 유품을 주신 이유는 우리가 함께할 거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이야.”“하지만 지금은 이미 헤어진 상태에서 제가 그걸 받는 건 할머니의 뜻을 거스르는 일일지도 몰라.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승현은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이며 그녀를 진지하게 바라봤다.“할머니는 널 진심으로 좋아하셨어요. 돌아가시기 전에도 말씀하셨어. 언젠가 당신이 나를 떠날 수도 있으니 절대 억지로 붙잡지 말라고.”“그렇게 모든 걸 알고 계시면서도 유품을 당신에게 남기셨잖아. 그러니 전혀 부담 가질 필요 없어.”...파티장 2층.강시언은 프랑스풍의 큰 창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의 깊은 눈은 정원에서 대화 중인 두 사람을 담담히 응시하고 있었다.얇은 입술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자 그의 표정은 연기로 흐릿해졌지만, 눈빛만큼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강아심이 거실로 들어오자, 소희와 가볍게 포옹하며 부드럽게 웃었다.“결혼 축하해. 정말 완벽한 결혼식이었어. 모든 사람이 감동했어!”“고마워!” 소희도 따뜻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심은 한발 물러서서 소희에게 소개했다.“여기는 도도희 이모야!”소희는 눈앞의 여성을 보고 순간 멍해지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혹시 스승님의 딸, 도도희님이세요?”도도희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나도 소희 씨 이름을 들어봤어. 우리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던 제자라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니 아쉬웠어요.”소희는 자신의 결혼식에 도도희가 찾아올 줄 몰랐기에 마음이 벅차올랐다.“스승님도 오신 걸 알고 계세요?”양재아의 일로 스승님과 도도희 사이의 일들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던 소희는, 스승님이 딸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도도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리는 이미 만났어요.”“그렇군요. 다행이에요!” 소희도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도도희는 부드럽게 물었다.“듣기로 양재아를 삼각주에서 찾아내 데려온 게 소희 씨라던데, 내 친딸이든 아니든 우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소희는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감사할 것까지는 없어요. 다만, 두 분께 헛된 기대를 드리지 않을까 걱정이 됐었어요.”도도희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이런 일은 수없이 겪어봤거든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도도희의 담담한 태도에서 그녀가 왜 지금까지 친자 확인을 하지 않았는지 소희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도도희는 처음 만난 소희에게서 놀라움을 느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고요하고 담백한 성품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투명함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런 면모가 아심과도 닮아 자연스레 호감을 느끼게 했다.도도희는 한층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운성에서 산간 지역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어요. 이틀 후면 일이 끝나니, 강성으로 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