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매니저는 부르지 말아 주세요! 조금만 깎아주세요. 저 강성 출신이 아니라서, 월세 내고 나면 정말 없어요!” 웨이터는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애원했다.“내가 얼마라고 했으면 그만큼이에요. 빨리 변상하세요!” 정인정은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서인이 전화를 끊고 돌아오기 전에 웨이터에게 서둘러 돈을 보내라고 재촉했다.웨이터는 스무 살 정도로 보였고, 당황하고 겁에 질려 조용히 인정과 협상하려 했다. “600만 원은 어떨까요? 제가 지금 600만 원밖에 없어요.”“600만 원이요?” 인정은 조소를 터뜨리며 돌아서려고 했다. “거두절미하고 매니저 찾으러 갈 거니까 그렇게 알아요.”“제발 매니저님 한테 말하지 말아주세요, 아니면 저 잘릴 거예요!” 웨이터는 도움을 청하며 얼굴에 절망이 가득했다. “제가 각서를 쓰고 월급 받는 즉시로 갚을게요.”“안 돼요! 고작 600만 원 가지고 각서를 쓰다니, 당신은 남 비웃음거리가 되는 게 창피하지 않아요?”“나는 창피해 죽을 것 같으니까 빨리 친구한테 빌려서 입금하세요!” 인정은 짜증을 내며 재촉했다.“내가 갚을게요.”임유진이 일어나 웨이터가 전화로 돈을 빌리려던 것을 막으며 인정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 드레스 얼마에요? 내가 살게요.”“누구세요?” 인정은 유진을 훑어보며, 그녀의 옷이 브랜드는 모르겠지만 재질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을 알아차렸다. 게다가 넘버 나인에 올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가난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유진은 웨이터를 쳐다보며 웃으며 말했다. “이 사람 친구예요.”웨이터는 유진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유진이 눈 깜짝하지 않고 되레 눈을 크게 떴다.인정은 유진이 정말 웨이터의 친구인지는 상관없었다. 돈만 받으면 되었기에, 인정은 휴대폰을 꺼내 계좌번호를 유진의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1200만원, 1원도 빠짐없이 보내요!”“방금 들었는데, 그 드레스 1360만원이라고 하셨죠? 제가 사는 거니까 전액을 지불해야죠, 손해 보시면 안 되니까요
정인정은 서인에게 만족하지 못했지만, 그의 잘생긴 얼굴을 보며 여전히 마음이 동했고, 그래서 시험 삼아 물었다. “가게 전화예요? 당신의 샤부샤부 가게가 바쁘겠네요, 수익은 어떻게 되나요?”돈을 벌면 인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괜찮아요!” 서인이 끄덕이자 인정은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제안했다. “식사 후에 같이 영화 보러 갈래요?”서인이 거절하려는 찰나, 옆자리에 앉은 임유진이 갑자기 전화를 들고 말했다. “안녕, 나 지금 집 아니고 밖에서 소개팅 중이야!”“상대방은 괜찮아 보이는데, 부자 같진 않아. 작은 샤부샤부 가게를 운영하고, 입은 옷 중에 명품 한 벌도 없어.”“날 속인 사람이 분명해!”“회원 카드를 빌려서 여기 와서 체면을 세웠는데, 만약 그가 계산할 돈이 없으면 정말 창피할 거야!”“아, 오늘 내 드레스에 웨이터가 국물을 튀었어. 이 드레스는 800만 원에 샀는데, 내가 1360만원을 달라고 했어. 이득이지?”“소개팅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헛수고는 아니었어!”인정은 쓱 하고 일어나 유진을 향해 못마땅한 얼굴로 쳐다봤다.서인은 유진이 혼자 말하는 것을 보며 놀랐고,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자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인정이 당황한 듯 서인에게 물었다. “왜 웃어요?”서인은 물을 마시며 무심한 태도로 말했다. “제가 웃는 게 정인 씨와 무슨 상관이 있나요?”인정은 화가 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했고, 유진을 쏘아보며 말했다. “당신 누구야, 왜 내 말을 흉내 내?”인정의 말에 유진은 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당신 말을 흉내 냈나요? 저는 제 친구에게 전화하고 있었어요!”“당신의 소개팅 상대는 어디 있나요?” 인정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는데, 서인이 있어 방금처럼 오만하게 말할 수 없었다.그리고 유진은 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저 사람이랑 소개팅 중이에요, 당신 뒷 순서가 저라서, 안 되나요?”인정은 놀라서 서인을 바라보았지만 서인은 차분하게
정인정은 이를 악물고 있었다. 서인에게 호감이 있었지만, 지금 그의 앞에서 사람들의 지적을 받으며 면박을 당하고 있어 매우 난처했다. 인정은 바닥에 구멍이라도 있으면 그 속으로 숨고 싶었다. 인정은 속옷만 입고 있었기 때문에 유진에게 드레스를 벗어줄 수는 없었다. 결국 휴대폰으로 받은 1360만 원을 돌려주며 유진을 힐끔 쳐다보고는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유진은 자리로 돌아와 핫 초콜릿을 한 모금 마시며 매우 만족했다. 돈이 많다고 해서 악독한 사람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이득을 보게 해서는 안 되었다.서인은 유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여기로 와!”“저 사람이 앉았던 자리에는 앉고 싶지 않아요, 아니면 본인이 여기로 오시던지.”유진이 투덜거리자 서인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일어나 유진의 곁으로 갔다.“뭐 먹을래? 내가 살게.” 서인이 메뉴판을 유진에게 건네며 말했다.“왜요? 고마워서요? 나중에 계산할 돈이 없으면 어쩌려고?” 유진은 손으로 턱을 괴고 앉아있었고, 램프 빛 아래에서 유진의 눈동자는 장난기 가득하고 사랑스러웠다.“돈이 없으면 너를 여기 남겨두고 접시를 닦게 할 거야!” 서인이 의자에 기대며 반쯤 농담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당신을 데리고 함께 남겨질 거니까!” 유진이 무심코 말하자 서인이 그녀를 바라보며 입술을 앙다물고 웃었다. “그럼 우리 둘이 같이 하면 더 빨리 빚을 갚을 수 있겠지.”유진은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며 얼굴에 자연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날 정원에서 그녀가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이후로, 유진은 서인을 피하면서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했다. 그랬기에 그와 이렇게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 건 오랜만이었다.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 “삼촌이랑 소희도 위층에 있는데 같이 가서 북적거리는 분위기에 참여할까요?”“됐어! 소희의 친구들은 나랑 별로 안 친해.”서인은 시계를 보고 말했다. “너도 위로 올라가. 나는 가게로 돌아갈게.”“나도 안 올라갈래요.” 유진이 낮은
임유진은 순간 당황해서 뒤를 돌아봤다. 사람들 사이에서 서인이 한 손에는 커다란 팝콘 통을, 다른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유진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주변은 사람으로 북적이고 있었지만, 그 순간 유진의 눈에는 오직 그 서인만이 보였다. 크고 카리스마 있는 그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팝콘 통을 든 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 모습을 본 유진의 마음은 갑자기 평온과 따뜻함이 맴돌았다. 아마 몇 년이 지나, 아니 몇십 년이 지나도 이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할 것 같았다.서인은 휴대폰을 끊고는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팝콘을 그녀에게 건넸다. “여기.”유진은 팝콘을 받아 들고는 상황이 파악되었는지 웃음이 터져 나왔다“푸핫!”“왜 웃는 거야?” 서인이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리자 유진은 커다란 팝콘 통을 안고, 눈이 반짝거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별거 아니에요. 이제 표 검사할 테니까 줄 서요!”“그래.”서인은 머리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응.”둘은 표를 늦게 예매했기 때문에 뒷자리밖에 남지 않았고, 보통 뒷자리는 연인들이 애정 행각을 벌이는 곳이었다. 그랬기에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 커플들은 서로를 껴안기 시작했다. 서인은 시력과 청력이 모두 뛰어나서, 원치 않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코미디 영화였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었지만, 서인만은 진지한 표정이었다.유진은 원래 웃음이 많은 편이라, 더욱더 크게 웃어서 눈물까지 흘렸다. 그래서 영화가 절반 정도 지나서야 서인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유진은 생각에 잠긴 뒤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화장실 가고 싶어요?”유진이 가까이 다가오자, 서인은 그녀의 달콤한 향기를 맡았다. 그리고 그의 손은 의자 뒤에 살짝 구부려졌다. “아니.”“그럼 왜 안 웃어요?” 유진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서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뭐가 웃겨?”“…….”‘그래, 어떤 사람들은 웃음 포인트가 높은 거야.’할 말을 잃은 유진은 팝콘을 서인에게 건넸다
서인은 순간 멈칫했고,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진 것 같았다. 주변은 고요했지만, 그의 머릿속은 울리는 소리로 가득 차서 평온을 찾을 수 없었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또한, 서인은 임유진의 순수하고 고집스러운 눈빛을 보며 더욱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아, 넌 아직 어려.”“듣고 싶지 않아요!” 유진은 그의 말을 바로 끊었고, 눈빛은 더욱 단호했다. “당신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말할 필요 없어요. 당신이 연애도 안 하고 결혼도 안 했다면, 나는 당신을 좋아할 권리와 자유가 있어요.”“그러니까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걸 막을 수 없고, 나도 막을 수 없을 거예요.”차 안의 불빛은 어둡고, 서인의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 아마도 유진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아 초조함만 가득 늘었다.“서인.” 유진이 다시 부르자, 서인은 본능적으로 돌아보았고, 유진이 갑자기 몸을 숙여 그의 뺨에 ‘쪽' 하고 입맞춤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서인은 눈을 크게 떴고, 유진은 빠르게 물러섰다. 유진은 눈이 초롱초롱해서 말했다.“오늘부터 당신 쫓아다닐 거니까 각오 단단히 해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요, 그냥 날 거부하지만 말아요!”유진은 침착한 척했지만, 떨리는 목소리와 불안한 눈동자는 유진의 긴장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말을 마친 후, 유진은 서인의 표정을 보지 못하겠다는 듯 빠르게 차에서 내려 고개를 돌리지 않고 바로 입구로 향했다.마당에 들어서도 유진은 심장이 너무 세게 뛰어 진정되지 않았고, 얼굴은 뜨겁고 화끈거리는 것이 아마도 벌겋게 달아올랐을 것이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차 안은 어두웠기 때문에 서인이 그 모습을 보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유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고,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혼자서 한동안 바보처럼 웃었다.유진은 나무 그늘에 숨어 마당 밖을 바라보았고, 서인의 차가 아직 그 자리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했다.유진은 방금 행
임유민은 임유진의 당황한 뒷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분명 무슨 속사정이 있을 것이었다.……서인이 가게로 돌아왔을 때, 다른 사람들은 아직도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는 샤워하고 자기 방에서 누워 담배를 피웠다. 하지만 머릿속은 자꾸만 차 안에서 유진이 자신에게 고백했던 그 순간의 표정이 떠올랐다.서인은 소희에게 말할지 고민했다. 소희가 유진에게 직접 말해줘야 할 것 같았다.서인의 눈에는 유진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잘못된 감정으로 보였다. 그랬기에, 유진을 샤부샤부 가게를 그만두게 권유할까 생각도 들었다.유진의 학업은 이미 끝났고, 성적도 우수해서 많은 회사가 유진에게 오퍼를 던졌다. 하지만 유진은 임씨 그룹으로 가지도 않고, 다른 회사에도 들어가지 않고 계속 샤부샤부 가게에 남아 있었다. 그랬기에 서인은 이에 대해서 유진과 얘기하고 싶었다.하지만 지난번 뒷마당에서 둘 사이가 어색하고 굳어진 후, 서인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계속 미뤄왔다.담배를 두 대 연달아 피운 후, 서인은 불을 끄고 잠을 자려고 했지만, 뒤척이다가 잠을 이루지 못했다.밖에서 이문과 오현빈이 카드놀이를 하며 소리치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가뜩이나 심란한 마음에 열이 뻗쳤다. 그러고는 밖으로 나가 몇몇 사람들에게 말했다.“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다들 자러 가.”이문과 현빈 등 사람들은 다소 놀랐다. 평소에는 자정까지 놀았는데, 오늘은 11시가 되기도 전에 보스가 그들에게 잠자리에 들라고 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서인이 말했으니, 그들은 따를 수밖에 없어 서둘러 정리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들이 돌아가자 서인도 문을 닫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밖은 이미 조용해졌지만, 서인은 여전히 졸음이 오지 않아 침대에서 몇 번을 뒤척였지만 여전히 잠을 이루지 못했다.담배를 다시 피우려고 불을 켜려는 순간,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휴대폰이 갑자기 밝아졌다. 유진에게서 온 카톡에 서인은 얼른 앉아 메시지를 확인했다.[잠이 안 오는 게 불면증이 온 것 같아요
어둠 속에서 서인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느긋하게 담배를 피웠다. 불빛이 깜빡이고, 담배 연기가 어둠 속에서 퍼져나가며 서인의 실루엣을 흐릿하게 만들었다.그는 마치 큰 난제에 부딪힌 것처럼 보였다.자신이 친동생처럼 여겨온 여자애였고 소희와의 관계 때문에 말을 조심해야 했다. 그랬기에 어떻게 하면 유진을 포기하게 할 수 있을지 머리가 아팠다.……서인이 늦게 잠들었기 때문에, 다음 날 일어났을 때는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었다.위층은 조용했고, 이문 등 사람들은 이미 아래층에서 영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서인이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아래로 내려와 주방을 지나가다가 뒷마당에서 물을 뿌리는 소리와 유진의 목소리를 들렸다. 그러자 서인은 발걸음을 돌려 뒷마당으로 향했다.뒷마당에서 유진은 호스로 그녀의 장미에 물을 주고 있었다. 유진은 흰색 셔츠에 청바지 멜빵바지를 입고 있었고, 물을 뿌리며 고양이랑 놀고 있었다. 아침 햇살 아래 물안개가 퍼지며 희미한 무지개를 만들었고, 그녀의 얼굴에는 순수하고 맑은 웃음이 가득했다.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본 유진이 고개를 돌려보며, 얼굴에 화사한 웃음을 띠었다. “일어났어요? 아침 식사 사 왔으니까 먼저 먹어요.”서인은 유진과 할 말이 많았지만, 자기를 보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유진의 모습에, 하고 싶은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유진은 고개를 돌려 고양이와 놀다가 물통을 정리하고 낙엽을 치우며 바쁘게 움직였다.그리고 서인은 유진을 방해하지 않고 잠시 서 있다가 떠났다.홀에서 이문 등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을 때, 서인이 다가오자 자리를 내주었다.“보스, 유진이 봤어요?” 오현빈이 웃으며 말했다. “아침 식사는 유진이가 사 온 거예요.”서인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일찍 일어나. 여자애 하나가 우리 몇 남자한테 아침 식사를 가져오는 건 말이 안 돼.”하지만 이문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끼리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유진이가 계산적인 애도 아니고…….”이문이 말을 마치기도
이문이 말했다. “모르겠어, 오후에 나갔다가 밤중에야 돌아왔어.”현빈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보스 일에 우리가 끼어들 필요 없어. 우리 일만 잘하면서 보스를 화나게 하지 말자고.”현빈의 말에 이문과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서인은 담배를 위층에 두고 왔다는 걸 기억하고는 담배를 가져오려고 위로 올라가려 했다. 그런데 주방을 지나다가 갑자기 멈춰 섰고, 발걸음을 돌려 뒷마당으로 향했다.유진은 가위로 장미의 마른 가지와 잎을 자르고 있었고, 서인이 오는 것을 보자 그를 부르며 말했다. “서인 사장님, 저기 사다리 좀 옮겨 주세요.”서인이 벽 아래에 있는 사다리를 바라보았지만 움직이지 않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안전하지 않아, 그만두는 게 좋겠어.”그러자 유진은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두세 계단만 오르려고 해요. 위쪽 잎사귀 좀 자르려고요, 너무 무성하면 꽃이 잘 안 피거든요.”“필요 없어!” 서인은 여러 차례 거절하자 유진은 서인의 얼굴이 좋지 않은 것을 깨달았고, 웃음이 조금 굳었다. “무슨 일 있어요?”서인은 원래부터 차가운 기운을 풍기는데, 웃지 않을 때는 더욱 냉정하고 예측 불가능했다. 그는 한숨을 깊게 들이쉬며, 분위기를 조금 완화하려고 노력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사다리에 올라가지 마. 안전하지 않아. 뭔가 필요하면 이문이나 현빈에게 부탁해.”말을 마친 그는 돌아서서 걸어갔다.“서인!”유진이 그를 불러 세웠고, 빠르게 다가가 그의 소매를 잡았는데, 힘을 주었는지 손끝이 하얗게 변했다. “화났어요?”“어제 제가 한 말 때문에?”서인의 큰 몸이 약간 굳었고, 목소리도 차갑고 단단했다. “아니야.”“그러면 어제는 괜찮았는데, 왜 그래요?” 유진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불안해하자 서인이 돌아섰고, 그림자가 유진을 덮쳤다. 그러고는 유진을 무심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임유진, 지금 날 놀리는 거야?”서인의 말에 유진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무슨 말이에요?”“넌 여진구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