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떠나자 장풍은 사다리에 서서 뒤돌아보며 해맑게 웃었다."곳곳마다 수다 떠는 사람 있으니까 마음에 두지 마요."소희는 물감을 섞으며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신경 안 써요."오후에 회사 사람들이 모두 퇴근해서야 두 사람은 물건을 정리하고 떠났다.장풍은 도구를 어깨에 메고 웃으며 말했다."저녁에 내가 밥 살게요. 뭐 먹고 싶어요?"소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일찍 돌아가서 쉬어요.""시간이 아직 이르니까 우리 밥 먹을 때 내일의 진행 계획에 대해서 얘기해요."소희는 마침 청아의 문자를 받았다. 원래 청아와 교대한 동료가 일이 있어 가지 못한다고 하면서 그녀는 오늘 늦게 집에 돌아간다고 했다. 소희는 핸드폰을 끄고 손을 들어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 난 뭐 먹어도 돼요."장풍은 잠시 생각했다."그럼 샤부샤부 먹으러 가요. 이 근처에 아주 괜찮은 샤부샤부가 있거든요.""그래요."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장풍은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두카디 스크램블러였다.소희는 그의 집안 형편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학교에서 밴드의 보컬까지 맡고 있었다. 노래도 할 줄 알고 춤도 출 줄 알고 그림도 그릴 줄 아는 데다 외모까지 멋있었으니 학교에서 많은 여학생들이 따르는 남신이었다.이때 장풍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방을 소희에게 건네며 해맑게 웃었다."오토바이 타봤어요? 무서우면 내 허리 잡아요."그의 솔직하고 당당한 말투에는 조금의 애매와 다른 뜻이 섞여있지 않았다.소희도 담담하게 가방을 받고는 깔끔하게 오토바이에 올라탔다."가요!"오토바이는 쏜살같이 질주하며 달리는 자동차를 가로질렀다.......저녁 9시에 명우는 차를 몰고 유민과 구택을 데리고 승마장에서 돌아왔다. 오후에 실외 사격경기가 있어서 구택은 유민을 데리고 보러 갔다. 저녁을 먹고 시내로 돌아왔을 때 시간은 매우 늦었다.이 시간에 도로에 차가 많아서 그들의 차도 아주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유민은 심심하게 차창 밖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을 크게
구택이 대답했다."유민이 시험이 곧 다가오니까 소희 씨가 매일 저녁에 와서 그에게 복습 좀 시켜줬으면 좋겠어요. 과외 비용은 두 배로 줄게요."소희는 눈을 떨구고 손가락으로 난간의 나무 무늬를 긁었다."아니에요, 유민이 지금 복습을 아주 잘 하고 있어요. 내가 주말에 가서 강화 학습 좀 더 시킬게요. 시험은 전혀 문제가 없을 거예요. 게다가 요 며칠 나도 일이 생겨서 갈 수 없을 거 같아요."구택은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방학했다면서요? 무슨 일 생긴 거죠?"소희는 입술을 깨물며 담담하게 말했다."다른 과 친구랑 그림 그리는 일을 맡아서 요 며칠 좀 바쁠 거예요."구택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모두 침묵했다. 잠시 후에야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알았어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전화를 끊었다.소희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난간에 팔을 걸치며 강성의 현란한 야경을 보면서 가볍게 숨을 내쉬며 마음속의 답답함을 토해내려 했다.......그림 그리는 작업은 이틀 전부터 순조롭게 진행되어 사흗 날 오후가 되었을 때 이미 마무리 단계에 도착했다.장풍은 나무 사다리를 밟고 마지막 색칠을 했다. 소희는 물건을 정리할 때 부주의로 물감을 얼굴에 묻혔다. 그녀는 화장실에 가서 세수 좀 해야 한다고 장풍에게 말했다.화장실에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어서 그녀는 잠시 기다렸다. 다시 돌아왔을 때 그녀는 그들이 방금 그린 벽 앞에 많은 사람들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바닥에 깔린 물건은 모두 옆으로 버려지고 나무 사다리는 한쪽에 쓰러졌다. 장풍은 스태프와 교섭하고 있었다.소희는 다가가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장풍은 성이 나며 말했다. "백예 그룹이 초청한 인플루언서가 우리가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어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한대요."스태프가 설명했다."사진 몇 장만 찍으면 되니까 시간 얼마 안 걸려요. 좀 기다려요."장풍이 말했다."그럼 빨리 좀 찍으라고 말해요. 벽면이 아직 마르지 않았으니 절대 다치지 말고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유리는 옆의 의자에 부딪히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는 숨이 막혀서 한참 후에야 큰소리로 숨을 헐떡였다.로비 전체가 조용해졌고 오직 유리가 통곡하는 소리만 들렸다.대략 3초 후 일부 사람들은 유리를 향해 달려갔고 일부 사람들은 소희를 에워쌌다. 소희는 장풍을 잡아당겨 그들을 단번에 걷어차며 아무도 그녀를 가까이 할 수 없었다.장풍은 완전히 멍해졌다. 그는 감탄과 숭배의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연약해 보이는 소녀가 뜻밖에도 이런 순발력을 가질 줄은 몰랐다.회사 로비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회사의 직원들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에 한 시간 후에 소희는 다시 경찰서로 들어갔다. 여전히 전에 그 경찰서에 그 여자 경찰이었다.여자 경찰은 소희를 보며 참지 못하고 웃었다."또 아가씨에요?"소희도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사실 참으려고 했지만 말다툼을 잘하지 못했기에 장풍이 그녀들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더는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누군가가 심문하러 왔다. 장풍은 소희 앞을 가로막았다."사람은 내가 때렸어요. 소희랑은 상관없어요!"심문하는 사람은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 커플이에요? 우린 이미 CCTV를 확인하러 갔기 때문에 거짓말할 필요 없어요. 그냥 있는 대로 말하면 돼요."장풍은 여전히 소희 앞에 꼿꼿이 서 있었다."어차피 내가 사람을 때렸으니 그 사람들 배상받고 싶든 고소하고 싶든 나한테 말해라고 해요!"옆의 심문실에서 유리와 그녀의 스태프는 여전히 건방 떨며 배합하려 하지 않았고 심지어 영상을 찍어서 팬들에게 보여준다고 협박했다.심문하던 두 경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 눈을 마주치며 소리 없이 물었다."영상 찍다 머리 잘못된 거 아니야?"소희 쪽에서 심문이 끝나자 장풍은 그더러 그림 그리러 오라고 소개한 그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회사 사장님이 매우 화가 났다고 말했다. 회사는 그 인플루언서를 청하는데 많은 돈을 썼기에 현재 모든 손실은 장풍이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장풍은 혈기가 왕성해서 통쾌
그리고 그는 구택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구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쌍의 검은 눈동자는 정서를 알 수 없었다. 구택은 전에 소희가 일에 부딪칠 때마다 그를 둘째 삼촌이라 부른 것에 대해 매우 기뻐했지만 오늘은 좀 불쾌했다.그는 소희만 보며 말했다. "차에 타. 데려다줄게."소희는 움직이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저희 물건이 아직 백예 그룹에 있어서요."장풍은 즉시 그녀의 마음을 잘 헤아리며 말했다."소희 씨, 먼저 둘째 삼촌과 가요. 마침 나도 그룹에 가서 내 그 친구를 만나야 해서요. 그리고 우리가 놓고 온 물건을 찾아오면 나중에 전화할게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고마워요."장풍은 그녀와 손을 흔들며 다시 구택에게 감사를 표하고서야 몸을 돌려 떠났다.명우가 차를 몰고 구택과 소희는 뒤에 앉았다.차 안의 분위기는 조용하고 미묘했다.한참 지나 구택은 그녀를 보았다. 그는 그녀의 귀밑을 주시하자 눈빛이 무거워졌다."다쳤어요?"소희는 멈칫하다 그의 눈빛을 따라 자신의 귀를 만졌다. 손가락에 묻은 붉은 흔적을 보고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물감이에요."구택의 안색은 여전히 보기 흉했다."한 달에 한 번 경찰서에 들어가다니요, 소희 씨 정말 대단하군요. 내가 보기에 난 소희 씨의 스폰서가 아니라 진짜 삼촌이 된 거 같네요!"소희는 문득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구택은 눈 깜박이지 않고 그녀를 흘겨보았다."뭘 봐요? 내 말이 틀렸어요? 유민 유림도 날 이렇게 걱정하게 하지 않았어요!"매번 경찰서 사람들이 전화를 할 때마다 그들은 그녀가 싸움을 해서 끌려갔다고 했다. 그녀가 어떤 사람과 싸웠는지, 다치지 않았는지 누가 알겠는가?소희는 얼굴이 빨개지며 귀끝까지 모두 빨개졌다. 그녀는 그날 케이슬에서 나왔을 때처럼 고집이 셌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구택 씨에게 전화한 것이 아니에요. 설령 내가 했어라도 구택 씨는 안 오면 되는 거 아닌가요!"구택은 갑자기 안색이 가라앉았고 눈을 반쯤 뜨며 천천히
소희는 인차 대답했다."여자예요." 구택의 목소리는 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졌다."그럼 문제없어요. 소희 씨 맘대로 하면 돼요."소희는 가슴이 갑자기 두근거렸지만 아무 일 없는 듯이 계속 말했다."그녀가 떠나면 나도 바로 이사 갈게요."구택은 한순간 침묵하다 얇은 입술을 가볍게 열었다."이번 달 집세 다 냈으니 월말까지 있어도 돼요."소희는 눈을 떨구며 말을 하지 않았다.차가 멈추자 소희는 일어날 때 잠시 멈칫하다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오늘 일, 고마웠어요."그의 태도가 어떻든 그는 확실히 그녀를 도왔다.구택은 그녀를 보며 서서히 입을 열었다."이 일은 내가 있으니 소희 씨는 아무것도 상관할 필요가 없어요."소희는 그와 눈을 마주치며 말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을 맴돌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구택은 소희의 뒷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명우에게 분부했다."강성의 모든 경찰서한테 말해 둬. 앞으로 소희 씨가 무슨 일 생겨서 경찰서에 가면 직접 나한테 전화하라고."명우는 눈빛을 반짝이며 즉시 대답했다. "예."소희가 대문에 들어서자 구택은 고개를 돌려 말했다."가지!"집에 돌아왔을 때 이미 저녁이었지만 청아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소희는 샤워를 하고 베란다 소파에 앉아 석양을 보며 잠시 멍 때리다 책을 손에 쥐었다.귓가에 또 남자의 그 말이 생각났다."내가 있으니 소희 씨는 아무것도 상관할 필요가 없어요."그녀는 초조하게 책을 번졌다. 그들은 이미 끝났는데 그는 왜 그녀를 지켜주는 것일까?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그녀는 책이 머리로 들어가지 않아 아예 핸드폰을 들고 스도쿠를 하기 시작했지만 결국 숫자를 쳐다보며 계속 멍을 때렸다.강성에 온 이후, 그녀는 오랜만에 이렇게 마음이 들썩였다.다음날 아침, 소희는 장풍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매우 다급했다."소희 씨, 뉴스 봤어요?"소희는 멍해졌다."무슨 뉴스요?""핸드폰 켜보면 지금 모두 그 유리에 관한 소식일걸요. 어떤 사
그녀는 검색어 1위에 올라갔지만 앞으로 더는 대중 앞에 나타날 수가 없었다.전화 너머로 장풍은 격동되며 물었다."소희 씨 둘째 삼촌은 뭐 하시는 사람이에요?"소희는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말이죠?"장풍은 웃으며 말했다."어제 오후에 백예 그룹으로 돌아가 우리의 물건을 찾으려고 했는데, 경비원이 나를 가로막으며 들어가지 못하게 했거든요. 사장님이 매우 화가 나서 우리더러 모든 손실을 배상하라고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를 고소할 것이라고 했어요. 근데 하룻밤이 지나자 내 친구가 전화로 나보고 회사에 가보라고 했는데 글쎄 그들 사장님이 직접 회사 문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태도도 얼마나 좋은지. 우리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면서 또 전의 그림 그리는 보수도 정신적 보상까지 더해서 두 배로 올려줬어요."그는 신기해하며 웃었다."우리 부모님께선 이 일을 모르고 계셨으니 틀림없이 소희 씨의 둘째 삼촌이 도와주셨겠죠? 그리고 유리의 인성 논란 사건이 폭로된 것도 틀림없이 소희 씨 둘째 삼촌이 한 것일 거고요. 정말 대단하시네요!"소희는 고개를 숙이며 눈빛은 반짝였다."어떤 사람들은 너무 과분했으니 벌받을 때가 된 거죠.""어쨌든 소희 씨 둘째 삼촌의 공로가 커요. 나 대신 그에게 고맙다고 전해줘요." 장풍은 밝게 웃었다."아 맞다, 백예 그룹 사장님이 우리에게 400만 원 주셨어요. 반으로 나누기로 했으니까 이따가 내가 입금해 줄게요. 만약 괜찮다면 소희 씨한테 저녁 사주고 싶은데, 둘째 삼촌도 불러서 같이 먹어요."소희는 담담하게 웃었다."다음에 같이 먹어요. 난 오늘 친구한테 밥 사주기로 했거든요. 게다가 우리, 둘째 삼촌도 저녁에 일이 있어서요.""그럼 소희 씨와 소희 씨 친구 밥 사줄게요. 나중에 시간 되면 다시 둘째 삼촌 청하고요!" 장풍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한마디 덧붙였다."그럼 이렇게 해요, 이따 저녁에 봐요!"그리고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소희가 나갔을 때 청아는 아침밥을 차리고 있었다."빨리 와서 먹어, 네가
장풍은 소희의 뒤에서 달려왔다."들어가요!"레스토랑 문 앞에서 구택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을 한 번 보더니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소희는 전에 장풍이 전화에서 한 말들을 떠올리며 구택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지 말지 고민했다. 그저 그가 그녀를 싸늘하게 대할까 봐 두려웠다.장풍은 이미 곁으로 다가왔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들어가요!"장풍은 미리 예약을 했기에 세 사람이 룸에 들어가자 웨이터가 들어와서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위층 룸 안, 구택은 창문 앞에 서있었다. 시원은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방금 그 여자애 옆에 있던 남자는 그녀의 동창이야, 남친이야?"그는 방금 구택의 시선을 따라 보며 먼저 청아를 본 후에야 소희를 보았다. 그녀들이 친구일 줄은 몰랐기에 그는 다소 놀랐다.그 남자가 달려왔을 때, 그는 구택의 안색이 분명 조금 가라앉은 것을 느꼈다.구택은 그를 힐끗 쳐다보고 돌아서서 테이블 앞의 의자에 앉았다.서로를 잘 아는 친구들이 모였기에 그들은 구택의 입맛을 알고 이미 그를 대신해서 주문했다. 그리고 그가 앉은 것을 보고 즉시 그에게 오늘은 무슨 술을 마시느냐고 물었다.구택이 채 말을 하지 않을 때 시원이 먼저 대답했다."어느 술의 맛이 시큼하지?"다른 사람은 그가 무슨 뜻인지 모르고 진지하게 대답했다."시큼한 거? 구택 형 오늘 입맛 바꿨어?"시원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그래, 식초를 좀 넣는 게 좋겠어!"구택은 차갑게 그를 쳐다보았다."죽고 싶어?"시원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누가 너더러 들어올 때부터 인상 쓰래? 사람들 오해한다고."구택은 담배 한 대를 들고 불을 붙이며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시원은 다가와 작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그냥 갖고 논다는 사람이 왜 진지하고 난리야?"구택은 담배 한 모금 빨며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누가 진지했다는 거야?""그럼 왜 화를 내는 건데?"구택은 그를 힐끗 쳐다보며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아직 다 갖고 놀지 못했으니까?"시원은
구택은 손에 든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끄고 두 다리를 겹쳐 놓으며 온화하고 고귀했다."친구들과의 약속이라 거절하기 어려워서. 다음에 소희 불러서 내가 밥 살게."장풍은 인차 말했다."그건 말이 안 되죠. 이번에 우리를 이렇게 크게 도와주셨는데, 제가 사야죠!""사양할 필요 없어!" 구택은 해맑게 웃는 남자를 보고 물었다."소희와 같은 반인가?"장풍은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요, 저는 외국어과에요."구택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소희를 좋아하나?"장풍은 멈칫하더니 즉시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오해를 하시는 거 같은데 소희 씨는 아주 좋은 사람이고 각 방면에서 모두 우수하지만, 저희는 단지 보통 친구입니다!""그럼 소희는?" 구택이 물었다.장풍은 웃으며 말했다."제 생각에 그녀도 나를 동창으로만 여길걸요."구택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녀의 부모님은 지금 강성에 없기 때문에 그녀를 나한테 맡긴 거야. 전부터 그녀가 대학에서 연애하는 것을 반대했기에 내가 이렇게 대신해서 물어보는 거고."장풍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안심하세요. 우리는 어떤 애매한 관계도 없어요."구택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럼 됐어! 소희는 지금 학생과 같이 식사하고 있지? 먼저 가봐, 그녀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그럼 이만 가볼게요!" 장풍은 일어섰다."소희한테 나 봤다고 말하지 말고." 구택은 담담하게 말했다."알겠어요!" 장풍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둘째 삼촌, 안녕히 계세요!""그래!" 구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장풍이 떠나자 구택은 자리에서 일어나 엘리베이터로 향하며 3층으로 올라갔다.장풍은 룸 안으로 돌아와 구택을 만난 일을 언급하지 않고 전의 화제를 계속하며 두 사람과 얘기를 나누었다.그들은 아주 즐겁게 식사를 했다. 장풍이 계산하러 갈 때 웨이터는 이미 다른 사람이 그들을 대신해서 계산했다고 말해주었다. 그는 잠시 놀라다 곧 그 사람이 바로 구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소희
강아심이 거실로 들어오자, 소희와 가볍게 포옹하며 부드럽게 웃었다.“결혼 축하해. 정말 완벽한 결혼식이었어. 모든 사람이 감동했어!”“고마워!” 소희도 따뜻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심은 한발 물러서서 소희에게 소개했다.“여기는 도도희 이모야!”소희는 눈앞의 여성을 보고 순간 멍해지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혹시 스승님의 딸, 도도희님이세요?”도도희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나도 소희 씨 이름을 들어봤어. 우리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던 제자라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니 아쉬웠어요.”소희는 자신의 결혼식에 도도희가 찾아올 줄 몰랐기에 마음이 벅차올랐다.“스승님도 오신 걸 알고 계세요?”양재아의 일로 스승님과 도도희 사이의 일들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던 소희는, 스승님이 딸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도도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리는 이미 만났어요.”“그렇군요. 다행이에요!” 소희도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도도희는 부드럽게 물었다.“듣기로 양재아를 삼각주에서 찾아내 데려온 게 소희 씨라던데, 내 친딸이든 아니든 우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소희는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감사할 것까지는 없어요. 다만, 두 분께 헛된 기대를 드리지 않을까 걱정이 됐었어요.”도도희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이런 일은 수없이 겪어봤거든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도도희의 담담한 태도에서 그녀가 왜 지금까지 친자 확인을 하지 않았는지 소희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도도희는 처음 만난 소희에게서 놀라움을 느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고요하고 담백한 성품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투명함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런 면모가 아심과도 닮아 자연스레 호감을 느끼게 했다.도도희는 한층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운성에서 산간 지역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어요. 이틀 후면 일이 끝나니, 강성으로 돌아
멀리서 도경수와 강아심이 지나가다가 멈춰 서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소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고, 구택과 눈이 마주쳤다.손에 들고 있던 부케를 두 손으로 잡은 소희는 가볍게 손을 들어 부케를 뒤로 던졌다.햇살이 소희를 온통 감싸고, 드레스의 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그녀의 웃음은 그림처럼 찬란했다. 앞쪽에 서 있던 사람들은 부케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것만 볼 수 있었다.몇몇 사람들은 점프했지만, 손끝과 부케는 20에서 30cm쯤 차이가 나 닿지 않았다. 시원은 부케가 멀리 날아갈 것을 예상하고 준비했지만, 소희의 던지기 실력을 과소평가했다.시원과 백림은 함께 점프했으나 손가락 끝이 꽃잎에 닿았을 뿐 결국 부케를 놓치고 말았다.사람들이 뒤를 돌아보니, 부케는 무려 10미터 이상 날아가 검은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 들고 있는 손에 정확히 떨어졌다.아심은 꽤 멀리 서 있었고, 부케가 자신에게 떨어질 줄 몰랐는지 놀라 손에 들고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도경수는 아심이 손에 든 부케를 보며 뜻밖이라는 듯 기뻐하며 말했다.“이건 정말 하늘의 뜻인 것 같아!”아심은 말없이 웃으며 부케를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곤 소희와 군중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며 현장의 분위기를 함께 즐겼다.주변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아심 쪽으로 몰려가 그녀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소희도 멀리서 아심을 향해 웃었지만, 당장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구택이 소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먼저 할아버지께 가서 술을 올리자. 그 뒤에 만날 기회가 있을 거야.”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멀리 서 있는 아심을 한 번 더 바라보고 구택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소희는 웨딩드레스를 갈아입고 피로연 드레스를 입은 뒤 강재석 쪽으로 가서 술을 올렸다. 그곳에는 임씨 집안의 어른들과 강씨 가문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모두가 소희를 아끼며 환대했다.가볍게 술 한 잔을 권한 뒤, 소희에게 충분히 쉴 시간을 주었다. 소희는 오후 내내 쉴 수 있었고, 연희와 몇몇 친구들이 함께 시간을
남궁민은 잠시 멍해졌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심명을 바라보았다.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찌릿해졌다.남궁민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확실히 당신은 나보다 서희를 더 좋아하는 것 같네요.”심명은 남궁민의 말을 듣고 흘긋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당연하죠. 당신은 그게 좋아하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남궁민은 반박하며 말했다.“왜 아니죠? 난 서희 말고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을 좋아해 본 적 없거든요.”심명은 그의 말을 듣기 싫다는 듯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햇빛을 향해 걸어가는 심명의 모습은 빛에 둘러싸여 희미하게 흐려져 보였다. 남궁민은 잠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따라가며 물었다.“설마 도망치려는 거예요?”심명의 귀에 달린 흑요석 귀걸이가 햇빛에 반사되어 매혹적인 광채를 뿜었다.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도망치긴 뭘 도망쳐요?”만약 도망칠 생각이었다면 오늘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었다.남궁민은 심명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며 말했다.“오늘은 우리 둘 다 도망칠 생각 하지 말아요. 이 세상에서 너와 나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거잖아요. 술 마시고 취할 때까지 놀아보는 건 어때요?”심명은 남궁민의 손을 곁눈질하며 투덜거렸다.“손 치워요.”그러나 남궁민의 제안은 거절하지 않았다.“좋아요. 멀리서 여기까지 온 네 성의를 봐서라도, 서희 대신 내가 너를 잘 챙겨 주도록 하죠.”...결혼식의 하이라이트가 지나고, 커다란 케이크가 나왔다. 케이크 커팅식이 끝나고 결혼식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축하 파티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구택은 소희의 입술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닦아내며 말했다.“와이프, 신혼 축하하고 사랑해.”수많은 꽃잎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예식장의 조명은 더욱 환하게 빛났다. 사람들의 박수 소리는 축복과 환희로 가득했다.소희는 구택만을 바라보았다. 소희의 맑고 투명한 눈에는 세상의 그 어떤 소란도, 부귀와 영화를 쫓는 욕망도 담겨 있지
“그때, 나는 마침내 깨달았어. 네가 평안하고 행복하기만 하면, 그 이외의 어떤 의미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임구택은 소희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반지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분홍빛 다이아몬드는 그녀의 눈부신 피부 위에서 완벽하게 어우러졌고, 빛을 받아 반짝이며 찬란한 광채를 뿜어냈다.소희도 손에 든 반지를 꺼내 들었고, 구택의 손은 매끄럽고 아름다웠다.손바닥과 손가락의 비율은 완벽했고, 마치 차가운 백옥으로 조각한 듯 뚜렷한 관절선에는 부드러운 온기와 견고함이 동시에 느껴졌다.구택은 고개를 숙이고 그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며 조용히 미소 짓고는 물었다.“내가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면서, 왜 나를 다시 데려왔어?”구택은 그녀의 길게 드리운 속눈썹을 가만히 응시하며 천천히 답했다.“왜냐하면 또 하나를 깨달았으니까.”“뭔데?”“내가 주는 행복만이 진짜 행복이라는 거야.”소희는 반지를 끝까지 밀어 넣고 고개를 들어 구택을 바라보았다. 구택의 눈빛은 따뜻하면서도 단호했다.“우리 둘이 함께 있을 때만이 진짜 행복을 느낄 수 있어. 그러니까 넌 도망칠 수 없고, 나도 도망칠 수 없어.”“처음 우리가 만난 순간부터 오늘 이 순간이 정해져 있었어. 네가 나와 결혼하게 될 운명 말이야.”구택은 말을 마치고 몸을 숙여 강렬한 키스로 소희의 입술을 덮자, 주변에서는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임유민은 요요를 안고 계단을 내려가던 중,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한 번 돌아보았다. 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중얼거렸다.“역시 우리 삼촌은 다르지.”요요도 뒤를 보려고 하자, 유민은 손으로 요요의 눈을 가리며 말했다.“어린아이는 이런 거 보면 안 돼!”요요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그럼 오빠는 어른이에요?”그 말에 유민이 당황하며 대답했다.“나, 나는 반쯤 어른이야!”요요는 까만 눈을 반짝이며 더 궁금해졌다.“그럼 오빠는 머리 쪽이에요, 아니면 발 쪽이에요?”유민은 요요의 진지하고 귀여운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가 차분히 설명했다.“머리가
예식장 안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고, 주례자는 차분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이제 신랑과 신부의 결혼 서약을 낭독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께서도 함께 느껴 보시고,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주례자의 목소리는 한층 더 엄숙해졌다.“임구택 군, 당신은 이 아름다운 소희 양을 아내로 맞이하시겠습니까?”“소희 양의 손을 맞잡고 백년해로하며,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구택은 깊은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단호하고 진지하게 대답했다.“예, 서약합니다. 소희를 평생 소중히 여기고, 챙기고, 제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충실히 사랑하겠습니다.”주례자는 이번에는 소희를 향해 물었다.“소희 양, 당신은 임구택 님을 남편으로 맞이하시겠습니까?”“임구택 군과 함께 인생의 길을 나란히 걷고,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소희는 구택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서약합니다. 조건 없이 사랑하며, 영원히 함께할 것을 맹세합니다.”구택의 눈에는 감정이 빛나고 있었고, 그의 따뜻한 마음과 온기는 오직 소희를 위해 존재했다.주례자는 미소를 지으며 선언했다.“이제 임구택 군과 소희 양이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두 사람을 위해 축복의 박수를 보내주세요!”예식장은 다시 한번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모든 하객은 이 감동적인 순간에 눈물을 글썽이며 박수를 보냈다. 그 박수 소리는 끝없이 이어졌고,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울려 퍼졌다.연희는 박수를 치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는 뜨거웠지만,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우청아 또한 눈물을 흘리며 두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했다.주례자는 박수 소리 속에서 다시 입을 열었다.“이제 신랑과 신부께서 결혼의 영원함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결혼반지를 교환하시겠습니다.”그 순간, 뒤쪽 계단에서 임유민이 요요를 안고 나타
강시언은 미소를 지으며 소희의 손을 임구택의 손 위에 조심스럽게 얹었다. 마치 신성한 임무를 완수한 듯 그는 말했다.“행복하길 바랄게.”임구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고마워요.”주변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소희는 시언을 깊이 바라보았다.그 시선에는 어린 시절 그가 자신을 가르쳐 주고 곁에서 함께해 주었던 시간, 그리고 두터운 남매의 사랑과 가족 간의 정이 모두 담겨 있었다.시언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소희를 응원했다. 마치 어린 시절 소희의 손을 잡고, 약하고 외롭던 소녀를 강하고 단단한 소희로 성장시켜 주었던 순간처럼.앞으로도 각자의 길을 걷더라도, 그들은 서로의 곁에 있을 것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들의 관계는 공기와 햇빛처럼 언제나 존재하며, 그들의 삶 속 깊이 자리할 것이었다.소희는 구택의 팔을 붙잡고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시언이 바로 뒤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발걸음은 더욱 단단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그리고 자신의 곁에 있는 남자는 소희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어떤 망설임도 없게 했다.레드카펫은 길었고, 앞으로 함께 걸어가야 할 인생의 길도 길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란히 걷는다면 두려울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다.구택은 옆에서 소희의 아름다운 옆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하고 힘이 있었다.예식장의 한구석, 커다란 부조 기둥에 기대어 서 있던 심명이 소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심명의 시선은 소희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오늘 정말 아름답네.’소희의 모습, 그녀의 미소, 모든 것이 그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고 있었다.그때, 뒤에서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희, 정말 예쁘네요!”심명은 눈초리를 치켜들며 뒤를 돌아보자, 남궁민이 걸어오며 그의 옆에 섰다.햇빛이 남궁민의 짙은 갈색 눈에 반사되어 깊고 매혹적인 빛을 띠고 있었다.“왜 강성에 있는 구은서를 놔두고 여기까지 왔어요?”남궁민은 이미 자신이 심명의
음악 소리에 맞춰, 분위기가 최고조로 달아오를 때, 신랑인 임구택이 중앙 계단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다.그 순간, 거대한 아치형 정문이 열리며 정오의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마치 수천 갈래의 황금빛이 예식장 안을 가득 채운 듯했다.찬란한 크리스탈 샹들리에, 피어난 꽃들, 그리고 붉은 카펫은 그 빛에 의해 생명을 얻은 듯 더욱 생동감 있고 화려해졌다.햇빛이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통과하며 무지갯빛 광채를 만들어냈고, 이 환상적이고 웅장한 장면에 하객들은 숨을 멈추고 정문 중앙에 서 있는 한 여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소희는 시언의 팔을 잡고 붉은 카펫을 따라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예식장 안은 하객들로 가득 찼지만, 고요한 정적 속에 우아한 현악 연주만이 홀 안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었다.소희는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드레스는 가슴 위를 덮는 깔끔한 디자인에 어깨를 타고 내려가는 레이스로 이루어져 있었다.얇은 꽃잎 모양의 레이스가 어깨를 감싸며 은은하게 살결을 드러냈고, 그 아래로는 매끈한 쇄골과 길고 고운 목선이 돋보였다.허리선 아래부터는 화려한 자수 문양이 드레스 끝자락까지 펼쳐졌고, 풍성한 치마는 소희의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며 단순함과 정교함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소희의 머리에는 구택이 준비한 티아라가 얹혀 있었고, 티아라에 박힌 찬란한 다이아몬드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조금도 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고운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긴 베일이 드레스 끝까지 내려와 천천히 레드 카펫 위를 스치며 움직였다. 소희는 그림 같은 미모와 함께 단아하면서도 청아한 기품을 자아내며 성스러워 보였다.시언은 깔끔한 흰 셔츠에 검정 조끼를 입고 있었고, 훤칠하고 듬직한 모습으로 소희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고 함께 걸어왔다.두 사람이 함께 입장하는 순간, 예식장의 조명이 한층 어두워진 것처럼 느껴질 만큼 두 사람의 존재감은 강렬했다.구택은 레드 카펫 끝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세상에 울려 퍼지는 모든 소리가 멀어진 듯, 구택의 눈에는 소희만
결혼식장이 웃음과 이야기로 떠들썩하던 분위기는 주례가 결혼식 무대로 올라서자 점차 차분해졌다.결혼식장 가장 앞줄 귀빈석에는 임씨 가문과 강씨 가문의 사람들이 각각 자리했다. 시언이 입장하며 뒤쪽 하객석을 한번 훑었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단번에 맨 뒷자리 가까이 앉아 있는 강아심을 찾아냈다.아심은 도도희와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자연스럽게 풀어 어깨에 늘어뜨리고 있었다.그 모습이 아심의 부드럽고 매혹적인 옆모습을 가리고 있었다. 희미한 미소를 띤 채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며 즐거워 보였다.시언은 별다른 표정 없이 시선을 거두었다.강재석이 나타나자, 결혼식장은 잠시 숨소리마저 조용해졌다. 이내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그를 화제로 삼기 시작했다.“저분이 강씨 집안의 어르신인가 봐. 정말 카리스마 넘치시네!”“옆에 있는 젊은 사람은 강재석 어르신의 손자겠지?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왜? 마음에 들어? 꿈 깨. 강씨 집안이랑 혼인을 맺으려면 임씨 가문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다고.”“현실은 안 되더라도 꿈꾸는 건 내 자유잖아? 결혼식 끝나고 가서 연락처라도 물어볼 거야.”“좋아, 한번 해봐. 강씨 집안의 도련님이 연락처를 줄지 안 줄지 보자고. 근데 얻으면 나랑 공유하는 거 알지?”“내가 얼굴에 철판 깔고 얻은 연락처를 왜 너랑 공유해? 너도 도전해 보든가!”...아심은 바로 뒤에 앉아 있던 이들의 대화를 듣고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도도희도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봤니? 강시언이 얼마나 인기 많은지.”아심은 나른하게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그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모르는 거죠.”도도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고, 아심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직 소희를 못 봤네요. 오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은 정말 예쁠 것 같아요!”도도희가 물었다.“소희랑 친한 사이인가?”아심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그렇게
도도희는 강시언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심이 왔어.”시언의 눈빛이 깊어졌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뜻을 보였다. 강재석은 그보다 훨씬 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심양도 왔어?”도도희는 약간 놀라며 물었다.“아저씨도 아심을 아세요?”“당연히 알지. 우리 사이가 보통 사이인 줄 아니?”강재석은 의미심장하게 시언을 한 번 쓱 보고는 환한 미소로 말했다.“지금 어디 있나?”“아마 이미 예식장 안으로 들어갔을 거예요.”도도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미리 알았다면 데리고 여기로 왔을 텐데.”강재석은 상관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온 것만으로도 아주 좋아. 어차피 곧 볼 테니까.”도경수의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재아는 마음속에서 복잡한 감정이 얽혀 올라왔다.‘엄마가 강아심을 알다니... 그리고 강재석과 강시언은 아심에게 훨씬 더 호의적이잖아. 그런데 엄마도 강아심과 더 가깝다니...’자시느이 엄마가 아심과 이렇게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재아는 왠지 모르게 불쾌했다.도도희는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아저씨, 예식장에 가셔야 할 시간이에요. 저는 여기서 이만 물러날게요. 아심을 찾아보려고요.”도경수는 다급한 표정을 지었지만, 강재석이 그의 마음을 눈치채고는 도도희에게 말했다.“결혼식 끝난 후에는 서두르지 말고, 우리와 시간을 좀 더 보내. 오랜만에 만났으니 제대로 얘기 나눠야지.”도도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결혼식이 끝나면 다시 찾아뵐게요.”“좋아!”강재석은 따뜻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수도 말했다.“내 전화번호 알지?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렴.”도도희는 알겠다고 답한 뒤, 몇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도경수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강재석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그래도 드디어 도도희를 만났잖아. 그리고 직접 강씨 집안으로 돌아온다고 했으니, 좋은 소식 아닌가?”도경수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우리 부녀가 어쩌다 이렇게 서먹서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