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독수리는 환호했다. "보스 최고!"푸른 독수리는 하얀 독수리가 보스를 숭배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의 이런 아첨한 표현 방식에 대해 이미 습관이 되었다."똑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갑자기 울리자 소희는 컴퓨터를 끄며 모니터도 인차 꺼졌다.소희가 문을 열자 청아는 밖에 서서 밝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올방개탕 끓였는데, 마실래?""응, 바로 갈게!" 소희는 부드럽게 웃었다."그래, 내가 그릇에 담아줄게!" 청아는 순순히 손을 흔들며 몸을 돌렸다.두 사람이 탕을 마실 때 청아는 소희에게 일 찾아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지금 청아가 일하는 가게는 한창 직원을 모집하고 있었다.소희는 유민이 시험 끝난 후 운성으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뵈러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청아를 거절했다."너 계속 디저트 가게에서 일할 거야? 전공과 관련된 일 안 찾고?"그녀는 청아도 곧 4학년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청아는 디저트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물론 자신의 전공도 좋아했다. 그녀는 눈썹을 들고 웃었다."응, 나도 생각해 봤어. 여름 방학 끝나면 디저트 가게 그만두고 인턴십 찾으러 갈 거야.""대학원 시험은?" 소희가 물었다.청아는 고개를 저었다."그럼 우리 엄마 너무 고생해서. 우리 오빠도 여자친구 생겼으니 만약 결혼하면 곧 많은 돈이 필요할 거야. 그래서 나는 먼저 돈 벌 생각이야. 대학원 시험에 관한 일은 나중에 봐서."소희는 청아가 학교에서 성적이 아주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디자인한 건축 설계도는 국내에서 상까지 받은 적이 있었으니 대학원 시험을 응시하지 않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었다."돈이 필요하면 나한테 말해." 소희는 웃으며 말했다.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럴게, 나도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야."요 며칠간 두 사람은 아주 유쾌한 시간을 보냈고 관계도 좀 더 가까워졌다.올방개탕을 먹은 뒤 두 사람이 함께 영화를 보고 있을 때, 소희는 갑자기 송장풍의 전화를 받았다."자고 있는 거 깨운 거 아
그들이 떠나자 장풍은 사다리에 서서 뒤돌아보며 해맑게 웃었다."곳곳마다 수다 떠는 사람 있으니까 마음에 두지 마요."소희는 물감을 섞으며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신경 안 써요."오후에 회사 사람들이 모두 퇴근해서야 두 사람은 물건을 정리하고 떠났다.장풍은 도구를 어깨에 메고 웃으며 말했다."저녁에 내가 밥 살게요. 뭐 먹고 싶어요?"소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일찍 돌아가서 쉬어요.""시간이 아직 이르니까 우리 밥 먹을 때 내일의 진행 계획에 대해서 얘기해요."소희는 마침 청아의 문자를 받았다. 원래 청아와 교대한 동료가 일이 있어 가지 못한다고 하면서 그녀는 오늘 늦게 집에 돌아간다고 했다. 소희는 핸드폰을 끄고 손을 들어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 난 뭐 먹어도 돼요."장풍은 잠시 생각했다."그럼 샤부샤부 먹으러 가요. 이 근처에 아주 괜찮은 샤부샤부가 있거든요.""그래요."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장풍은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두카디 스크램블러였다.소희는 그의 집안 형편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학교에서 밴드의 보컬까지 맡고 있었다. 노래도 할 줄 알고 춤도 출 줄 알고 그림도 그릴 줄 아는 데다 외모까지 멋있었으니 학교에서 많은 여학생들이 따르는 남신이었다.이때 장풍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방을 소희에게 건네며 해맑게 웃었다."오토바이 타봤어요? 무서우면 내 허리 잡아요."그의 솔직하고 당당한 말투에는 조금의 애매와 다른 뜻이 섞여있지 않았다.소희도 담담하게 가방을 받고는 깔끔하게 오토바이에 올라탔다."가요!"오토바이는 쏜살같이 질주하며 달리는 자동차를 가로질렀다.......저녁 9시에 명우는 차를 몰고 유민과 구택을 데리고 승마장에서 돌아왔다. 오후에 실외 사격경기가 있어서 구택은 유민을 데리고 보러 갔다. 저녁을 먹고 시내로 돌아왔을 때 시간은 매우 늦었다.이 시간에 도로에 차가 많아서 그들의 차도 아주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유민은 심심하게 차창 밖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을 크게
구택이 대답했다."유민이 시험이 곧 다가오니까 소희 씨가 매일 저녁에 와서 그에게 복습 좀 시켜줬으면 좋겠어요. 과외 비용은 두 배로 줄게요."소희는 눈을 떨구고 손가락으로 난간의 나무 무늬를 긁었다."아니에요, 유민이 지금 복습을 아주 잘 하고 있어요. 내가 주말에 가서 강화 학습 좀 더 시킬게요. 시험은 전혀 문제가 없을 거예요. 게다가 요 며칠 나도 일이 생겨서 갈 수 없을 거 같아요."구택은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방학했다면서요? 무슨 일 생긴 거죠?"소희는 입술을 깨물며 담담하게 말했다."다른 과 친구랑 그림 그리는 일을 맡아서 요 며칠 좀 바쁠 거예요."구택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모두 침묵했다. 잠시 후에야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알았어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전화를 끊었다.소희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난간에 팔을 걸치며 강성의 현란한 야경을 보면서 가볍게 숨을 내쉬며 마음속의 답답함을 토해내려 했다.......그림 그리는 작업은 이틀 전부터 순조롭게 진행되어 사흗 날 오후가 되었을 때 이미 마무리 단계에 도착했다.장풍은 나무 사다리를 밟고 마지막 색칠을 했다. 소희는 물건을 정리할 때 부주의로 물감을 얼굴에 묻혔다. 그녀는 화장실에 가서 세수 좀 해야 한다고 장풍에게 말했다.화장실에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어서 그녀는 잠시 기다렸다. 다시 돌아왔을 때 그녀는 그들이 방금 그린 벽 앞에 많은 사람들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바닥에 깔린 물건은 모두 옆으로 버려지고 나무 사다리는 한쪽에 쓰러졌다. 장풍은 스태프와 교섭하고 있었다.소희는 다가가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장풍은 성이 나며 말했다. "백예 그룹이 초청한 인플루언서가 우리가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어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한대요."스태프가 설명했다."사진 몇 장만 찍으면 되니까 시간 얼마 안 걸려요. 좀 기다려요."장풍이 말했다."그럼 빨리 좀 찍으라고 말해요. 벽면이 아직 마르지 않았으니 절대 다치지 말고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유리는 옆의 의자에 부딪히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는 숨이 막혀서 한참 후에야 큰소리로 숨을 헐떡였다.로비 전체가 조용해졌고 오직 유리가 통곡하는 소리만 들렸다.대략 3초 후 일부 사람들은 유리를 향해 달려갔고 일부 사람들은 소희를 에워쌌다. 소희는 장풍을 잡아당겨 그들을 단번에 걷어차며 아무도 그녀를 가까이 할 수 없었다.장풍은 완전히 멍해졌다. 그는 감탄과 숭배의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연약해 보이는 소녀가 뜻밖에도 이런 순발력을 가질 줄은 몰랐다.회사 로비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회사의 직원들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에 한 시간 후에 소희는 다시 경찰서로 들어갔다. 여전히 전에 그 경찰서에 그 여자 경찰이었다.여자 경찰은 소희를 보며 참지 못하고 웃었다."또 아가씨에요?"소희도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사실 참으려고 했지만 말다툼을 잘하지 못했기에 장풍이 그녀들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더는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누군가가 심문하러 왔다. 장풍은 소희 앞을 가로막았다."사람은 내가 때렸어요. 소희랑은 상관없어요!"심문하는 사람은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 커플이에요? 우린 이미 CCTV를 확인하러 갔기 때문에 거짓말할 필요 없어요. 그냥 있는 대로 말하면 돼요."장풍은 여전히 소희 앞에 꼿꼿이 서 있었다."어차피 내가 사람을 때렸으니 그 사람들 배상받고 싶든 고소하고 싶든 나한테 말해라고 해요!"옆의 심문실에서 유리와 그녀의 스태프는 여전히 건방 떨며 배합하려 하지 않았고 심지어 영상을 찍어서 팬들에게 보여준다고 협박했다.심문하던 두 경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 눈을 마주치며 소리 없이 물었다."영상 찍다 머리 잘못된 거 아니야?"소희 쪽에서 심문이 끝나자 장풍은 그더러 그림 그리러 오라고 소개한 그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회사 사장님이 매우 화가 났다고 말했다. 회사는 그 인플루언서를 청하는데 많은 돈을 썼기에 현재 모든 손실은 장풍이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장풍은 혈기가 왕성해서 통쾌
그리고 그는 구택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구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쌍의 검은 눈동자는 정서를 알 수 없었다. 구택은 전에 소희가 일에 부딪칠 때마다 그를 둘째 삼촌이라 부른 것에 대해 매우 기뻐했지만 오늘은 좀 불쾌했다.그는 소희만 보며 말했다. "차에 타. 데려다줄게."소희는 움직이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저희 물건이 아직 백예 그룹에 있어서요."장풍은 즉시 그녀의 마음을 잘 헤아리며 말했다."소희 씨, 먼저 둘째 삼촌과 가요. 마침 나도 그룹에 가서 내 그 친구를 만나야 해서요. 그리고 우리가 놓고 온 물건을 찾아오면 나중에 전화할게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고마워요."장풍은 그녀와 손을 흔들며 다시 구택에게 감사를 표하고서야 몸을 돌려 떠났다.명우가 차를 몰고 구택과 소희는 뒤에 앉았다.차 안의 분위기는 조용하고 미묘했다.한참 지나 구택은 그녀를 보았다. 그는 그녀의 귀밑을 주시하자 눈빛이 무거워졌다."다쳤어요?"소희는 멈칫하다 그의 눈빛을 따라 자신의 귀를 만졌다. 손가락에 묻은 붉은 흔적을 보고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물감이에요."구택의 안색은 여전히 보기 흉했다."한 달에 한 번 경찰서에 들어가다니요, 소희 씨 정말 대단하군요. 내가 보기에 난 소희 씨의 스폰서가 아니라 진짜 삼촌이 된 거 같네요!"소희는 문득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구택은 눈 깜박이지 않고 그녀를 흘겨보았다."뭘 봐요? 내 말이 틀렸어요? 유민 유림도 날 이렇게 걱정하게 하지 않았어요!"매번 경찰서 사람들이 전화를 할 때마다 그들은 그녀가 싸움을 해서 끌려갔다고 했다. 그녀가 어떤 사람과 싸웠는지, 다치지 않았는지 누가 알겠는가?소희는 얼굴이 빨개지며 귀끝까지 모두 빨개졌다. 그녀는 그날 케이슬에서 나왔을 때처럼 고집이 셌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구택 씨에게 전화한 것이 아니에요. 설령 내가 했어라도 구택 씨는 안 오면 되는 거 아닌가요!"구택은 갑자기 안색이 가라앉았고 눈을 반쯤 뜨며 천천히
소희는 인차 대답했다."여자예요." 구택의 목소리는 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졌다."그럼 문제없어요. 소희 씨 맘대로 하면 돼요."소희는 가슴이 갑자기 두근거렸지만 아무 일 없는 듯이 계속 말했다."그녀가 떠나면 나도 바로 이사 갈게요."구택은 한순간 침묵하다 얇은 입술을 가볍게 열었다."이번 달 집세 다 냈으니 월말까지 있어도 돼요."소희는 눈을 떨구며 말을 하지 않았다.차가 멈추자 소희는 일어날 때 잠시 멈칫하다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오늘 일, 고마웠어요."그의 태도가 어떻든 그는 확실히 그녀를 도왔다.구택은 그녀를 보며 서서히 입을 열었다."이 일은 내가 있으니 소희 씨는 아무것도 상관할 필요가 없어요."소희는 그와 눈을 마주치며 말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을 맴돌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구택은 소희의 뒷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명우에게 분부했다."강성의 모든 경찰서한테 말해 둬. 앞으로 소희 씨가 무슨 일 생겨서 경찰서에 가면 직접 나한테 전화하라고."명우는 눈빛을 반짝이며 즉시 대답했다. "예."소희가 대문에 들어서자 구택은 고개를 돌려 말했다."가지!"집에 돌아왔을 때 이미 저녁이었지만 청아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소희는 샤워를 하고 베란다 소파에 앉아 석양을 보며 잠시 멍 때리다 책을 손에 쥐었다.귓가에 또 남자의 그 말이 생각났다."내가 있으니 소희 씨는 아무것도 상관할 필요가 없어요."그녀는 초조하게 책을 번졌다. 그들은 이미 끝났는데 그는 왜 그녀를 지켜주는 것일까?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그녀는 책이 머리로 들어가지 않아 아예 핸드폰을 들고 스도쿠를 하기 시작했지만 결국 숫자를 쳐다보며 계속 멍을 때렸다.강성에 온 이후, 그녀는 오랜만에 이렇게 마음이 들썩였다.다음날 아침, 소희는 장풍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매우 다급했다."소희 씨, 뉴스 봤어요?"소희는 멍해졌다."무슨 뉴스요?""핸드폰 켜보면 지금 모두 그 유리에 관한 소식일걸요. 어떤 사
그녀는 검색어 1위에 올라갔지만 앞으로 더는 대중 앞에 나타날 수가 없었다.전화 너머로 장풍은 격동되며 물었다."소희 씨 둘째 삼촌은 뭐 하시는 사람이에요?"소희는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말이죠?"장풍은 웃으며 말했다."어제 오후에 백예 그룹으로 돌아가 우리의 물건을 찾으려고 했는데, 경비원이 나를 가로막으며 들어가지 못하게 했거든요. 사장님이 매우 화가 나서 우리더러 모든 손실을 배상하라고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를 고소할 것이라고 했어요. 근데 하룻밤이 지나자 내 친구가 전화로 나보고 회사에 가보라고 했는데 글쎄 그들 사장님이 직접 회사 문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태도도 얼마나 좋은지. 우리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면서 또 전의 그림 그리는 보수도 정신적 보상까지 더해서 두 배로 올려줬어요."그는 신기해하며 웃었다."우리 부모님께선 이 일을 모르고 계셨으니 틀림없이 소희 씨의 둘째 삼촌이 도와주셨겠죠? 그리고 유리의 인성 논란 사건이 폭로된 것도 틀림없이 소희 씨 둘째 삼촌이 한 것일 거고요. 정말 대단하시네요!"소희는 고개를 숙이며 눈빛은 반짝였다."어떤 사람들은 너무 과분했으니 벌받을 때가 된 거죠.""어쨌든 소희 씨 둘째 삼촌의 공로가 커요. 나 대신 그에게 고맙다고 전해줘요." 장풍은 밝게 웃었다."아 맞다, 백예 그룹 사장님이 우리에게 400만 원 주셨어요. 반으로 나누기로 했으니까 이따가 내가 입금해 줄게요. 만약 괜찮다면 소희 씨한테 저녁 사주고 싶은데, 둘째 삼촌도 불러서 같이 먹어요."소희는 담담하게 웃었다."다음에 같이 먹어요. 난 오늘 친구한테 밥 사주기로 했거든요. 게다가 우리, 둘째 삼촌도 저녁에 일이 있어서요.""그럼 소희 씨와 소희 씨 친구 밥 사줄게요. 나중에 시간 되면 다시 둘째 삼촌 청하고요!" 장풍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한마디 덧붙였다."그럼 이렇게 해요, 이따 저녁에 봐요!"그리고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소희가 나갔을 때 청아는 아침밥을 차리고 있었다."빨리 와서 먹어, 네가
장풍은 소희의 뒤에서 달려왔다."들어가요!"레스토랑 문 앞에서 구택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을 한 번 보더니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소희는 전에 장풍이 전화에서 한 말들을 떠올리며 구택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지 말지 고민했다. 그저 그가 그녀를 싸늘하게 대할까 봐 두려웠다.장풍은 이미 곁으로 다가왔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들어가요!"장풍은 미리 예약을 했기에 세 사람이 룸에 들어가자 웨이터가 들어와서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위층 룸 안, 구택은 창문 앞에 서있었다. 시원은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방금 그 여자애 옆에 있던 남자는 그녀의 동창이야, 남친이야?"그는 방금 구택의 시선을 따라 보며 먼저 청아를 본 후에야 소희를 보았다. 그녀들이 친구일 줄은 몰랐기에 그는 다소 놀랐다.그 남자가 달려왔을 때, 그는 구택의 안색이 분명 조금 가라앉은 것을 느꼈다.구택은 그를 힐끗 쳐다보고 돌아서서 테이블 앞의 의자에 앉았다.서로를 잘 아는 친구들이 모였기에 그들은 구택의 입맛을 알고 이미 그를 대신해서 주문했다. 그리고 그가 앉은 것을 보고 즉시 그에게 오늘은 무슨 술을 마시느냐고 물었다.구택이 채 말을 하지 않을 때 시원이 먼저 대답했다."어느 술의 맛이 시큼하지?"다른 사람은 그가 무슨 뜻인지 모르고 진지하게 대답했다."시큼한 거? 구택 형 오늘 입맛 바꿨어?"시원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그래, 식초를 좀 넣는 게 좋겠어!"구택은 차갑게 그를 쳐다보았다."죽고 싶어?"시원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누가 너더러 들어올 때부터 인상 쓰래? 사람들 오해한다고."구택은 담배 한 대를 들고 불을 붙이며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시원은 다가와 작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그냥 갖고 논다는 사람이 왜 진지하고 난리야?"구택은 담배 한 모금 빨며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누가 진지했다는 거야?""그럼 왜 화를 내는 건데?"구택은 그를 힐끗 쳐다보며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아직 다 갖고 놀지 못했으니까?"시원은
유진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방으로 돌아가 휴대폰을 챙겼다. 왜냐하면 유진이 가져온 것은 오직 휴대전화뿐이었다. 두 사람은 조용히 계단을 내려갔다. 어둑한 복도에서, 유진은 무의식적으로 서인의 손을 잡았다.그리고 이번에는 서인이 그녀를 밀어내지 않았다. 유진은 조금씩 용기를 내어 손가락을 더 깊이 엮었고, 결국 그의 손 전체를 단단히 쥐었다.서인의 손은 크고 뼈마디가 굵었으며, 손바닥에는 거칠지만 단단한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그러나 유진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촉감이 이상하게도 더 마음에 들었다.깊은 밤, 조용한 복도에서, 유진은 자기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쿵, 쿵. 긴장과 부끄러움, 그리고 묘한 설렘이 섞여 있었다.민박집을 떠난 뒤, 서인은 차를 몰아 유진과 함께 산을 내려가 도시로 향했다. 그는 자기 외투를 벗어 유진의 어깨 위에 걸쳤다. 어둠 속에서 서인의 날렵한 얼굴선이 더욱 차갑고 도도해 보였다.“잠깐 눈 붙여. 도착하면 깨울게.”하지만 깊은 밤 도로를 달리는 이 순간이, 유진에게는 너무나도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그리고 유진은 전혀 졸리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반짝이며 전방을 바라보며 서인과 대화를 나눴다.“그 쥐덫, 아무 소용도 없을 거예요. 쥐는 계속 나올 거라고요.”그곳의 쥐들은 너무 대담했다. 사람을 무서워하기는커녕, 창가에 올라와 그녀와 눈을 마주치기까지 했다.서인은 물었다.“그러면 왜 날 안 불렀어?”유진은 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입을 막고 있었거든요!”유진은 서인이 피곤할까 봐 일부러 참고 있었다. 하루 종일 운전했으니, 이미 녹초가 됐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침대 속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냥 밤새도록 그렇게 버틸 생각이었다가 그 소리를 들었다. 바로 맞은편 방에서 들려오는 민망한 소리.그 순간, 유진은 차라리 쥐랑 함께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 그때, 서인이 문을 두드렸다. 그 순간이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유진은 본능적
“임유진!”서인의 목소리는 다급하고 거칠게 떨렸다. 그는 급히 옆방 문을 두드렸고, 문이 열리는 순간, 임유진이 그대로 서인의 품에 뛰어들었다.서인은 방 안을 빠르게 둘러봤으나 별다른 이상은 없는 듯했다. 그제야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풀어지며 조용히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유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저, 저기 쥐가 있어요!”서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반쯤 설명하고 반쯤 달래듯 말했다.“이런 곳에서는 쥐가 나오는 게 당연해. 그냥 네 방을 지나간 거야. 널 물지는 않아. 오히려 네가 더 무서울걸?”하지만 유진은 서인의 품 안에서 겁에 질린 듯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제야 서인은 유진의 모습을 제대로 보았다.커다란 티셔츠 한 장만 걸친 채, 하얀 다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창백할 정도로 희고 매끈한 피부가 시각을 자극했다.반면, 서인은 방금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있다가 나왔기에, 바지만 입고 상의는 벗은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 서인은 목이 바짝 타는 듯했고,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얼굴이 굳어버렸다.손을 뻗어 유진을 떼어내려 했지만, 유진은 겁에 질려 서인의 허리를 더 꼭 붙잡았다. 두 사람은 문 앞에서 그렇게 서 있었다.혹시라도 누가 지나갈까 걱정된 서인은 유진을 가볍게 안아 방 안으로 들어간 뒤, 문을 닫았다. 그러나 유진의 티셔츠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였기에, 그녀의 부드러운 체온이 서인의 맨가슴에 고스란히 닿았다.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느낌이 들자, 서인은 서둘러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고 이불로 감싸주었다. 그제야 상황을 깨달은 유진은 얼굴이 불타오르듯 붉어졌다.그녀는 이불을 꼭 움켜쥔 채 눈을 피했고, 서인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안토니한테 가서 쥐 잡을 도구가 있는지 물어볼게.”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이자, 서인은 곧장 방을 나섰다. 유진은 그의 넓은 어깨와 탄탄한 허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눈길이 미묘하게 흔들렸다가, 황급히 창밖으로 시
안토니는 서인에게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부모님이 여기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모든 절차는 다 정식으로 등록된 거예요. 게다가 이 땅은 호텔 부지에 포함되지도 않고요.”“그런데도 그 사람들이 철거하라고 명령할 수 있어요? 보상금도 터무니없이 적고, 우리 부모님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라는 거죠?”“하지만 호텔 뒤에는 권력과 돈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아무도 우리 편에 서지 않아요.”임유진은 분통이 터져 소리쳤다.“이건 완전히 강도질이잖아요! 소송이라도 걸어야 하죠!”토니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소용없어요.”“사실, 보상금이 충분하다면 철거를 고려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그 옆에서 안주설이 조용히 말하자, 토니는 즉시 그녀의 말을 끊었다.“얼마를 준다 해도 안 돼. 우리 고향 집도 이미 팔아버렸어. 부모님께 남은 건 이 민박집뿐이야. 여기가 없어지면 어디로 가란 말이야?”주설은 난처한 표정으로 웃으며 변명했다.“그냥 의견을 낸 것뿐이야.”서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상황은 알겠으니까 방법을 찾아볼게.”토니는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정말 어쩔 수 없어서 서인 형한테 전화한 거예요. 형이 강성에 있는 거 알지만, 흥성 일에는 개입하기 어려울 수도 있잖아요.”토니는 분노에 휩싸여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서인에게 연락을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서인은 그날 바로 달려와 주었다.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토니 형과 나는 형제나 다름없어요. 걔의 일은 내 일이나 마찬가지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해결할 테니까요.”토니의 부모는 연신 감사를 표했다.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밤 11시가 되었다. 토니는 2층에 서인과 유진을 위한 방 두 개를 준비해 주었다. 계단을 올라가며, 유진은 서인에게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나 아무것도 안 가져왔어요.”서인은 고개를 돌려 토니에게 물었다.“새 세면도구 있어? 갑자기 오느라 아무것도 못 챙겼어.”“당연하죠! 다른 건 몰라도 세면도구는 넉넉
유진은 뭔가 떠오른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생각하니까 정말 비싼 건 아니네요!”서인의 품에 안겼으니, 20만원이라도 아깝지 않았다. 서인은 본래 유진을 위로하려 했는데, 그녀의 표정을 보자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순간 서인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유진은 기분이 좋아진 듯 미소를 지었다.“이미 산 거니까, 그냥 먹어요. 버리긴 아깝잖아요!”그녀는 티슈로 사과를 닦아내고 서인에게 하나 건넸지만, 서인은 거절하며 고개를 저었다.“난 안 먹어.”“그럼 저 혼자 먹을게요!”유진은 사과를 입에 가져가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사과가 신선해서 아삭하게 씹히며 입안 가득 달콤한 과즙이 퍼졌다.이윽고 차 안에 오직 사과를 씹는 소리만 울렸다. 서인은 앞을 주시하며 운전을 계속했지만, 무심결에 목젖이 한 번 움찔거렸다. 유진은 연달아 몇 입을 베어 물다가 반쯤 먹은 사과를 들고 서인을 바라봤다.“정말 안 먹어요? 진짜 맛있어요!”2만원으로 이 정도 퀄리티라면 완전 대박이었다. 그러나 서인은 도로를 응시한 채 담담하게 말했다.“보통 과수원에서는 사람들이 몰래 따 먹는 걸 방지하려고 사과에 농약을 뿌려 둬.”유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에 든 사과를 바라봤다가 곧 얼굴이 새파래졌다.“왜 이제야 말하는 거예요?”서인은 태연하게 대답했다.“방금 떠올랐어.”“어떡하죠? 나 중독되는 거 아니에요?”유진은 볼을 불룩하게 부풀리며 억울한 얼굴로 그를 노려봤다.“내가 만약 중독돼서 장애라도 생기거나, 바보가 되면, 사장님이 평생 책임져야 해요!”서인은 웃음을 터뜨렸다.“그게 왜 내 탓이지?”“사장님이 산 사과잖아요!”당당한 유진의 태도에 서인은 말문이 막혔다. 물론, 사과에 농약 따위는 없었다. 결국 유진은 바보가 되지도, 장애가 생기지도 않았고, 심지어 배 아픈 일조차 없었다.두 사람이 안토니의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0시였다. 토니네 민박집은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었다.주변에는 몇 개의 민박집이 듬
산길 위로 가끔 여행객들의 차가 지나갔다. 멀리 보이는 민박집의 불빛이 어둠 속에서도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이게 무슨 냄새지? 사과 향 같은데?”임유진은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기쁜 표정으로 돌아보며 말했다.“저기 사과나무가 있어요!”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만 가자. 이제 출발해야 해.”“딱 하나만 따면 돼요!”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성큼성큼 사과나무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무에 열린 사과를 봤다. 달빛을 받아 가장 크고 탐스러운 사과를 골라 따냈다. 그리고 서인에게 줄 사과도 하나 더 따려 했다.사과를 막 손에 쥐려던 찰나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가 내 사과를 훔쳐 가지? 거기 서요!”어둠 속에서 손전등 불빛이 깜박였고,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멀리서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유진은 얼어붙었다. 사과나무가 야생인 줄 알았는데, 주인이 있는 나무였다니!유진은 처음에는 자리에 서서 주인을 기다려 설명하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사람의 고함과 함께 거친 숨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개 한 마리가 보였다. 커다란 개가 사나운 기세로 유진을 향해 돌진했다.유진은 등골이 오싹해지며 온몸의 털이 곤두서, 본능적으로 뒤돌아 도망쳤다.“사장님!”멍! 멍멍멍! 사람 허리까지 올 법한 덩치 큰 검은 개가 빠르게 움직였다. 유진이 달아나는 것을 보자 더욱 거칠게 그녀를 향해 뛰어들었다. 유진은 손에 사과 두 개를 꼭 쥔 채, 있는 힘껏 서인을 향해 달렸다.서인도 상황을 보고 얼굴이 굳어졌고, 유진을 향해 달려갔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자, 유진은 순식간에 뛰어올라 그의 품에 안겼다. 유진은 겁에 질린 채 서인의 목을 꼭 끌어안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 순간, 개가 가까이 다가왔고, 서인은 한쪽 다리를 들어 강하게 개를 걷어찼다. 50킬로그램은 나갈 듯한 큰 개가 힘껏 날아가 땅에 쾅 하고 떨어졌다.개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몇 번 뒤틀다가 겨우 일어났지만, 아까의 사나운 기세는 사라지고 멀찍이서
“흥성.”흥성은 강성의 옆도시로, 관광 도시였다. 이에 임유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결정을 내렸다.“나도 같이 갈게요!”꽤 발랄하게 말하는 유진에 서인은 코웃음을 쳤다.“내가 뭘 하러 가는지도 모르면서 따라가겠다고?”유진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사장님이 뭘 하든 상관없어요. 어쨌든 나도 갈 거니까요!”서인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안 돼.”“왜 안 돼요?”“오늘 돌아오지 못할 거야. 거기서 이틀은 머물러야 하는데, 네가 따라오면 불편해.”“그냥 여행 가는 셈 치면 되잖아요!”서인은 대꾸하지 않았지만, 다음 사거리에서 임씨 저택 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이에 유진은 여유롭게 말했다.“그러면 집에 데려다줘요. 집에 가서 짐 챙기고 내 차로 흥성으로 갈게요. 어쩌면 거기서 우연히 만날 수도 있겠는데요?”“임유진.”서인은 얼굴을 굳히자, 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그를 바라봤다.“우리 동료들은 다 놀러 갔는데, 난 너 때문에 남아 있었어요. 그런데 사장님은 나를 두고 혼자 나가겠다고요? 그게 맞는 거예요?”서인은 설명했다.“나는 노는 게 아니라, 일이 생겨서 가는 거야.”“몰라요. 어쨌든 따라갈 거예요. 나 어린애 아니니까 방해 안 할게요. 그냥 나 없는 셈 치면 되잖아요!”유진은 애타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사장님은 일 보러 다니고, 난 혼자 놀러 다닐게요. 절대 방해 안 할 거예요. 됐죠?”서인은 시간을 확인했는데, 더 미루면 해 지기 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았다.“그럼 말 잘 들어야 해.”서인이 신신당부했다.“약속할게요!”유진은 신나서 손까지 들며 맹세할 기세였다.서인은 고속도로에 올라탄 뒤 오현빈에게 전화를 걸어 가게를 잘 봐달라고 당부했다. 자신은 이틀 동안 자리를 비울 거라고 했다.유진도 노정순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 설명 없이 친구들과 여행을 가겠다고만 말했다. 노정순은 오전에 여진구가 찾아와 회사 워크숍을 언급했던 걸 기억하고, 그녀가 회사 동료들과 함께 나가는 줄 알고는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당부했다.전화를 끊
강성의 한 묘지.홍복과 표용을 비롯한 전우들의 묘가 모두 이곳으로 옮겨졌다. 전우들은 이제 백랑의 곁에서 다시 함께할 수 있었다.서인은 묘비 앞에 담배 한 개비씩 놓았고, 임유진도 묘지 밖에서 사 온 꽃을 하나하나 올려놓았다. 그는 언제나처럼 돌계단에 앉아, 멀리 보이는 산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유진도 서인의 곁에서 한동안 조용히 앉아 있었다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이야기 좀 더 해 주세요!”서인은 무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다 얘기했잖아.”유진은 묘지를 찾을 때마다 늘 삼각주에서의 과거를 이야기해 달라고 졸랐다. 그리고 서인이 기억하는 건 이미 다 말해 준 상태였다. 그러나 유진은 질세라 다시 말했다.“이번에 전우들 묘지가 새로 생겼잖아요. 분명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텐데요!”“없어.”서인은 한쪽 다리를 굽힌 채 느슨하게 앉아 있었고, 말투 역시 어딘가 귀찮아 보였다.이에 유진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그러면 다음에 소희한테 물어봐야겠네!”그제야 서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유진을 노려봤다.“진짜 듣고 싶어?”“당연하죠!”유진은 활짝 웃으며 턱을 괴고, 이야기 들을 준비를 했다. 유진은 과거가 늘 궁금했다.서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가 맨날 말하는 내 229명의 여자친구들 얘기, 하나씩 다 해 줄까?”유진은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곧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고는 곧장 옆에 있던 꽃을 집어 들어 서인에게 던졌다.서인은 피식 웃으며, 거친 목소리 속에 장난기가 묻어났다.“이야기 듣고 싶다며? 229개의 이야기가 있지. 아마 내년까지도 다 못 들을걸.”“아직도 그 말을 해요?”유진은 씩씩거리며 서인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서인은 가볍게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는 별다른 힘을 쓰지도 않았지만, 유진은 아무리 버둥거려도 밀어낼 수 없었다.마치 큰 회색 늑대 앞에 선 어린 토끼처럼,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 채 버둥거릴 뿐이었다.잠시 후, 유진은 숨을 몰아쉬며 결국 포기했다. 그러나 여전히 불만 가득한 얼굴로
임유진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그러면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겠네요!”문신 남자는 점점 짜증이 났다.“겨우 서빙하는 주제에 뭘 그렇게 잘난 척이야? 내가 맞팔 달라는 것도 네 급을 봐준 거라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한층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사장님! 여기서 행패 부리는 사람이 있어요!”얼마 지나지 않아 서인이 주방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다부진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은 주변 공기마저도 서늘하게 만들었다.서인의 싸늘한 눈빛이 문신 남자를 향하자, 그는 마치 얼음장 같은 시선에 찔린 듯 등골이 서늘해져, 본능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유진은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사람이 돈을 내기 전에 제 SNS 맞팔하라고 요구했어요.”그제야 문신 남자의 일행이 이쪽 상황을 알아차리고 하나둘 일어나 힐끗거리며 지켜보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험상궂은 인상이었고, 분위기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그러나 그때, 오현빈과 이문이 후원에서 걸어 나왔다.현빈은 본래 덩치가 크고 험악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고, 이문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손에 주방칼까지 들고 있었다.문신 남자의 일행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슬그머니 자리에 다시 앉았다.그때, 서인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며 문신 남자를 향해 말했다.“좋아. 내꺼를 추가해요. 나랑 얘기 좀 하자고요.”문신 남자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얼굴이 창백해지며 허둥지둥 휴대폰을 꺼내 결제를 마쳤다. 그러고는 재빨리 동료들을 불러 가게를 빠져나갔다.사람들이 나가자, 현빈이 비웃으며 말했다.“이런 겁쟁이 녀석들. 다음에 또 이런 쓰레기들이 나타나면 말도 필요 없어. 바로 나를 불러.”유진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알겠어요!”서인은 유진을 한 번 쓱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이문은 그를 따라가며 넌지시 물었다.“아무 일도 없었는데, 왜 그렇게
임유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 찻주전자를 훔쳐 가겠어요? 안심하세요!”서인은 유진을 날카롭게 노려보며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손님이 너 찾으러 왔으면, 할 얘기 끝났으면 나가라. 가게 바쁘다.”유진은 서인의 표정이 더 이상 좋지 않자, 정말로 화를 낼까 봐 서둘러 대답했다.“별거 아니에요. 내가 그냥 먼저 보낼게요!”그렇게 말한 뒤, 유진은 황급히 돌아서서 여진구를 향했다. 그런데 그 순간, 진구가 서인의 찻주전자를 들고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그거 내려놔요!”유진은 깜짝 놀라 뛰어가며 소리쳤다. 놀란 진구는 손을 헛디뎌 찻주전자를 떨어뜨릴 뻔했다.“왜 그래?”유진은 재빨리 찻주전자를 낚아채듯 빼앗았다.“이거 사장님이 2,000만 원 주고 산 거예요. 깨지면 감당할 수 있어요?”“뭐? 2,000만 원?”진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게 2,000만 원짜리 골동품 같지는 않은데?”유진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되물었다.“선배 골동품에 대해 알아요?”“아니?”“그럼 됐죠!”유진은 찻주전자를 소중하게 끌어안으며 말했다.“2,000만 원인데 한 푼도 깎지 않고 샀어요. 그만큼 애착이 있다는 거죠. 깨지면 당연히 화내겠죠!”진구는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듯 말했다.“난 잘 모르지만, 우리 작은아버지는 골동품 전문가야. 가져가서 감정받아 볼까?”그리고 그는 서둘러 덧붙였다.“오해하지 마. 혹시라도 바가지를 썼을까 봐 걱정돼서 그래.”이 찻주전자가 아무리 봐도 2,000만 원짜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유진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찻주전자를 내려놓더니, 진구를 밖으로 밀어냈다.“무슨 바가지요? 마음에 들면 2,000만 원이든 2억이든 가치가 있는 거고, 마음에 안들면 2천원도 아까운 거죠.”“그러니까 선배도 선배 할 일 하러 가요! 내 일 방해하지 말고요!”진구는 서인에게 간단히 인사를 한 후, 마지못해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나가기 직전,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유진아,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