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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Author: 금추
반원형의 연못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은 물에 등불 그림자가 그 위를 비추며 물결이 반짝이고 오색찬란하며 온통 온화하고 고급스러웠다. 이곳에 기르는 백조조차도 공원의 백조보다 여유롭고 고귀했다.

그녀는 벤치에 머리를 기대어 잠깐 졸다가 갑자기 누군가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눈을 뜨자 가로등 아래에 서있는 남자를 보고 그녀는 순간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길래 구택이 보이는 것일까?

남자는 1미터쯤 떨어져 있는 곳에 멈춰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줄곧 냉엄한 얼굴에는 약간의 비웃음과 냉정함을 띠고 있었다. 소희는 이런 그가 좀 낯설었다. 마치 그를 처음 봤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구택은 얇고 빨간 입술을 가볍게 열었다.

"내가 여기 있는 것을 보니 지금 기뻐요 아님 실망이에요?"

소희는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물었다.

"네?"

구택은 싸늘하게 웃었다.

"강아심, 그녀를 모른다고 말하지 마요. 나 떠보려고 그녀를 보낸 의미가 뭐죠?"

소희는 살짝 멈칫하다 곧 알아차렸다. 연희였다!

그녀가 오늘 아심을 데리고 온 이유는 처음부터 구택을 떠보려고 했을까 아니면 임시로 결정한 일이었을까?

정말 사람 골치 아프게 만들었다!

그녀는 일어서서 눈살을 찌푸리며 구택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이 일을 모두 연희에게 떠넘길 수 없었다.

구택은 그녀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

"말해봐요, 이렇게 한 의도가 무엇인지. 내가 어떤 여자하고도 잘 수 있다는 것을 시험해 보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나에게 감정이 생겨서 다른 여자에 대한 나의 태도를 시험해 보고 싶은 거예요?"

소희는 얼굴이 점차 창백해졌다. 그녀는 남자의 차가운 눈빛을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미안해요."

그녀는 이 오만한 남자를 화나게 했다!

비록 이 일은 그녀가 한 것이 아니라 연희가 한 것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그녀를 대표했으니 그녀는 그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구택은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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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어떤 더 큰 프로젝트가 나타나든, 더 큰 유혹이 있든, 과연 계약을 따내기 위해 몸까지 내줄 수 있겠는가?그래서, 애초부터 한 발짝도 물러서선 안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기준선은 반드시 지켜야 했다.진구는 연하의 맥주 캔과 자신의 것을 부딪치며 말했다.“그래야지, 그게 맞는 거야.”연하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며 물었다.“담배 피워도 돼요?”이에 진구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담배 피우는구나?”연하는 고개를 끄덕였다.“피곤할 때 한 대 피우는 게 습관이에요.”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 연하는, 연기를 내뿜으며 당당하고도 시원한 기운을 풍겼다.“하루 종일 일 마치고, 이렇게 늦은 밤에 바람 쐬며 담배 한 대 피우는 이 시간이 제일 편안해요.”진구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낮게 말했다.“담배 너무 자주 피우지 마. 특히 여자한텐 더 안 좋아.”“그래요.”연하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런 말은 수도 없이 들어온 터라, 더는 마음에 닿지도 않았고, 굳이 반박할 필요도 없었다.맥주를 다 마신 연하는 다시 일어나 술을 가져왔다. 두 사람은 이야기꽃이 피었고, 바닥엔 텅 빈 캔들이 하나둘 늘어갔다.시간은 어느덧 새벽을 넘었고, 방연하는 머리를 짚으며 일어났다.“이제 정말 못 버티겠어요. 선배가 날 구해준 건 고맙지만, 내 목숨까지 줄 수는 없어요. 난 이만 자러 갈 테니까. 나갈 땐 문 좀 잘 닫고 가요. 고마워요.”연하는 휘청이며 안방으로 향했고, 진구는 맥주 캔의 마지막 한 모금을 넘기며 말했다.“잘 자.”“잘 자요.”연하는 흐릿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안방 문을 닫아버렸다.다음 날 아침.연하는 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숙취로 머리가 아파 지끈지끈했고, 눈도 제대로 안 뜨인 채 아무 옷이나 걸쳐 입고 거실로 나왔다.“누구야?”‘아침부터 문을 두드리다니.’거실에 들어서는 순간, 연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거의 주저앉을 뻔한 그녀는 거실 소파 위에 누워 있는 진구를 보고 소리쳤다.“선배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92화

    호텔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도착했을 때 김문혁의 상처를 확인하고 증거를 채집한 뒤 병원으로 이송시켰다.“누가 때린 거죠?”경찰이 묻자, 연하는 한 발 앞으로 나섰다.“제가 때렸어요. 그 사람이 저한테 성추행하려고 해서, 저항하다가 술병으로 머리를 쳤어요.”연하는 말을 마치고, 목에 난 멍 자국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여진구가 연하의 팔을 끌어당겨 자신의 등 뒤에 감싸 안으며, 또렷한 얼굴에 냉철한 기색을 띠고 말했다.“제가 때렸어요.”연하는 진구를 말리려 했지만, 진구는 그녀의 팔을 단단히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다.경찰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들것에 실려 나가는 김문혁도 흘끗 본 뒤, 상황을 대략 파악하고는 한결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일단 경찰서로 같이 가시죠. 진술이 필요해서요.”거의 자정 무렵, 진구와 연하는 함께 경찰서를 나섰다. 김문혁이 연하를 성추행하려다 폭력을 가한 사실과, 진구의 행동이 정당방위였다는 점, 룸 안의 CCTV와 다른 사람들의 진술까지 확인된 덕분에 두 사람 모두 별다른 처벌은 받지 않았다.서늘한 밤바람이 부는 거리에서 연하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진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정말 고마워요.”진구는 재킷을 어깨에 걸친 채 가볍게 웃었다.“다음에 만나면 모르는 척 말고 오빠라고 한 번 불러. 그걸로 충분해.”연하는 코웃음 쳤다.“분명히 선배가 먼저 삐진 거잖아요.”진구는 비웃었다.“너, 정말 남자 앞에서 의리도 잊는 스타일 아니야?”연하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내가 만약 남자에 눈이 멀었으면, 선배랑 임유진을 맺어주고 나는 구은정을 쫓아다녔겠죠. 내가 이런 짓까지 한 건 다 유진이를 위한 거예요.”“선배도 유진이를 위한다면, 유진의 기억을 되찾게 도와주고, 구은정이랑 다시 이어주는 게 맞지 않아?”진구는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넌 구은정이 예전에 유진이한테 뭘 했는지 몰라서 그래! 자기 손으로 밀어내 놓고, 지금 와서 되돌리라고? 말도 안 돼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91화

    두 달 전, 김문혁의 아내가 그가 애인을 숨겨둔 사실을 들켜, 여자를 찾아가 얼굴을 긁어버린 일이 한동안 시끄럽게 퍼졌었다.방연하는 이 일을 이용해 김문혁을 견제하려 했지만, 그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우리 마누라가 감히 연하 씨 얼굴을 긁기라도 하면, 바로 쫓아낼게. 오빠가 든든히 지켜줄 건데, 뭐가 무서워?”‘이게 사람이 할 말인가?’짐승보다도 못한 놈이었고, 짐승도 이 사람보단 염치가 있을 거다.연하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지만, 얼굴엔 여전히 웃음을 띠며 말했다.“사장님은 든든하시겠지만, 저는 감히 사모님을 도발할 용기가 없어요. 이렇게 하죠. 진심을 담아 석 잔 마실게요. 그 정도면 괜찮으시죠?”김문혁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입가엔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내 소원은 러브샷 한잔하는 거예요. 연하 씨가 내 소원 들어주면, 나도 연하 씨 소원 들어줄게요.”장연구는 초조하게 상황을 정리하려다 연하에게 말했다.“연하 씨, 그렇게 까탈 부리지 마요. 김문혁 사장님이 연하 씨를 여동생처럼 아끼시는 거 몰라요?”“술 한잔한다고 뭐가 어때서요? 마시기만 하면, 바로 서명하신다잖아요.”연하는 속으로 장연구를 향해 이를 갈았다. 이익에 눈이 멀어 사람 인격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상황임을 직감한 방연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잔을 들고 말했다.“그러면 사장님, 말한 대로 해주셔야 해요.”김문혁은 흥분한 얼굴로 몸을 기울였고, 한 팔을 연하의 뒤통수 너머로 뻗으며 억지로 그녀를 끌어안으려 했다.진구는 옆 사람과 대화 중이었다가, 그 장면을 보고 고개를 돌려 연하와 김문혁이 러브샷을 하려는 걸 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명확한 혐오가 스쳤다.‘다른 사람들을 훈계할 땐 그토록 당당하더니, 자기 일이 되니 결국 돈 때문에 뭐든 하는구나.’연하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살짝 돌리며 김문혁에게서 멀어지려 했지만, 아무리 피해도 상대가 악의를 품으면 피해 갈 수 없었다.술을 마시는 순간, 김문혁은 고개를 기울이며 연하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90화

    연하는 더욱 부드럽고 정중한 미소를 지었다.“사장님, 농담도 참 잘하시네요.”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욕이 나왔다.‘진짜 속 좁아! 그때 그냥 진실 좀 말했다고 아직도 이러는 거야? 유치하게.’하지만 오늘 같은 자리에서는 얌전히 얼굴 세워주기로 했다. 여진구가 아니라, 자리를 위해 참는 거였다.김문혁이 연하를 불렀다.“연하 씨, 여기 옆자리 비워놨어요. 이리 와요.”마침 김문혁 사장 옆자리가 비어 있었고, 마치 일부러 그녀를 위해 비워둔 것 같았다. 연하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다가가 느긋하게 앉았다.김문혁은 연하의 쇄골이 드러난 드레스를 힐끔 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연하 씨 오늘 정말 예쁘게 입었네요. 평소엔 늘 정장만 입어서 그 아름다움이 다 가려졌던 것 같아요.”연하는 살짝 웃었다.“오늘 김문혁 사장님 뵌다고 해서 특별히 옷 갈아입었죠.”진구는 그연하 얼굴에 떠오른 영업용 미소를 힐끔 보고, 저 미소가 왜 그리 위선적으로 느껴지는지 불쾌했다.김문혁 사장은 계속해서 말했다.“주말에 불러내서 미안하긴 한데, 연하 씨는 괜찮죠?”연하는 웃으며 대답했다.“주말에 사장님을 뵐 수 있다니, 오히려 더 기뻐요.”김문혁은 더욱 흐뭇하게 웃었다.“연하 씨, 정말 기분 좋게 말씀하시네요. 이 한 잔, 연하 씨께 드릴게요.”연하는 깔끔하게 한 잔을 들이켰다. 그녀가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마시는 걸 본 김문혁은, 연하가 체면을 세워준 걸 느끼며 만족해했고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았다.술자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연하는 대강 상황을 파악했다. 김문혁은 진구에게 부탁할 일이 있었고, 장연구가 진구와 가까운 부사장과 관계가 있다는 걸 알고 그를 통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장연구는 김문혁을 도와주는 명분으로, 이번 협업 건의 다음 기획 계약을 따내려 했고, 그래서 연하에게 연락을 한 것이었다.연하가 이 프로젝트를 계속 맡아왔고, 장연구도 그녀를 꽤 신뢰하고 아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즉, 이 자리에 모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89화

    유민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누나를 바라보며 말했다.“나 찾으러 왔다고? 근데 왜 하늘만 보고 있었어?”유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야경 좀 보면 안 돼?”그러고는 손을 들어 그의 어깨에 툭 얹었다.“가자, 밥 먹으러!”유민은 유진보다 머리 반쯤은 더 컸고, 키도 크고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총명한 소년이었다.“누나,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니야? 또 누굴 좋아하게 된 거야?”“또?”유진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자, 유민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연애 한 번 했었잖아. 그러니까 또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유민이 그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유진은 거의 주민이라는 사람을 잊고 있었다.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연애는 무슨 괜한 상상하지 마.”일요일 저녁.연하는 거울 앞에서 화장하며 속으로 투덜거렸다.‘주말에까지 불러내서 접대라니, 이건 너무하잖아.’화장을 마치고 차를 몰고 나설 때쯤, 해는 이미 지고 거리엔 불빛이 하나둘 들어오고 있었다. 저녁노을과 번화한 불빛, 차량 행렬이 교차하는 거리였다.연하는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길이 막혀서 늦을 것 같다고 알렸다. 사장은 일요일에 그녀를 불러낸 게 미안했는지, 별다른 말 없이 조심히 운전하라고 했다.전화를 끊은 연하는 운전석에 기대어 긴 차량 행렬을 바라보며, 오히려 마음이 느긋해졌다.호텔에 도착한 건 이미 8시를 넘긴 뒤였다. 그녀는 곧장 들어가지 않고 흡연 구역으로 향해 담배 한 대를 꺼내 피웠다.담배를 물고 벽에 기댄 그녀는, 연기를 내뿜는 자세조차 당당하고 시크했다. 희미한 연기가 그녀의 정교한 메이크업을 감싸 안으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근처에 있던 남자가 한참을 바라보더니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번호 좀 줄 수 있어요?”이에 연하는 완벽하게 웃으며 말했다.“저 피처폰 써요.”그 말에 눈치 있게 물러났다. 담배를 다 피울 즈음,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전화를 끊고 룸 쪽으로 향했다.문 앞에 도착하자, 연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얼굴에 어색하지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88화

    서선영도 유진을 바라보며 얼어붙은 듯 멍해졌다.“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유진은 급히 티슈를 꺼내 서선영의 얼굴을 닦기 시작했고, 그 손길은 꽤 거칠었다.“전 정말 여사님인 줄 몰랐어요.”“방금 어떤 사람이 은정 삼촌을 험담하는 걸 듣고, 또 어떤 못된 입방정 떠는 여자라고 생각해서 그랬지, 이모님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서선영은 얼굴에 뜨거운 차를 맞은 데다, 유진이 얼굴을 세게 문질러 닦여서, 화장이 완전히 번져버렸다.얼굴은 그야말로 염색공장을 연 것처럼 오색빛깔이었고,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에 서선영은 당황해서 뒷걸음질 치며 외쳤다.“괜찮아! 안 닦아도 돼!”유진은 손을 거두며, 복숭아빛 피부에 앙증맞은 얼굴로 얌전하게 웃었다.“여사님, 저 기억하시죠?”“그럼, 유진아!”서선영은 난처한 표정으로 억지 미소를 지었지만 유진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서서히 가셨다.“근데 이상하네요. 여사님은 분명 은정 삼촌의 어머니신데, 왜 뒤에서 은정 삼촌을 그렇게 험담하시죠?”“저번에 저랑 할아버지랑 댁으로 인사 갔을 때, 누가 은정 삼촌을 험담한다고 화내셨잖아요? 근데 그 말들, 다 여사님이 퍼뜨린 거였네요?”“그건.”유진은 또박또박,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렇게까지 악의적이고 혐오스러울 수 있나요?”다른 부인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며, 이쪽저쪽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이내 모든 상황을 파악한 듯한 표정이 되었다.서선영은 그동안 자애로운 계모 이미지를 만들어왔고, 은정을 이야기할 때마다 다들 그 아이가 속 썩인다는 식으로 받아들였지만, 이제야 진실을 알아버린 것이다.다정한 어머니 이미지는 전부 가짜였고, 뒤에서 험담한 것이 진짜였다. 정말 너무 악의적이었다.서선영의 얼굴은 핏기가 사라졌고, 급하게 해명했다.“나, 나도 들은 얘기일 뿐이야. 괜히 정태영 여사 조카한테 피해 줄까 봐.”“여사님 말씀 들었을 땐 그렇게 확신에 차 계시길래, 직접 본 줄 알았죠. 알고 보니, 들은 얘기였네요?”유진은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87화

    호텔 옥상에서 누군가 드론을 날리고 있었다. 이에 유민은 흥미가 생겨 그쪽으로 다가갔다.식사는 하나둘씩 차려지기 시작했지만, 유민은 돌아오지 않았고 핸드폰도 가지고 나가지 않았다.임유진은 결국 그를 찾으러 밖으로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는데, 그날따라 손님이 많아 유진은 맨 뒤에 서 있었다.3층에 도착하자 진주 장식으로 치장한 부유한 중년 여성 둘이 올라탔다. 그중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식사 끝나고 우리 한 판 칠까요? 오늘은 늦게 가요.”다른 여성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안 해요. 요즘 너무 재수가 없어서요.”그 말을 듣고, 유진은 고개를 들어 여성을 바라보았는데, 역시, 예상대로 서선영이었다.서선영은 연한 하늘빛 고급 맞춤 롱드레스를 입고, 다이아몬드 세트를 풀 착장한 모습이었다. 품위 있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지나치게 과시적인 느낌이 들었다.먼저 말한 여자가 계속 설득했다.“오늘은 또 다를 수도 있잖아요. 운이 트일 수도 있고.”“어제도 그렇게 말했잖아요.”“그랬어요?”여자는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오늘도 지시면, 제가 책임질게요.”“그러면 저도 사양 안 할게요.”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10층에서 내렸고, 10층엔 야외 티 라운지가 있었다.유진은 눈을 굴리더니 조용히 그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오늘 외출하면서 그러데이션 렌즈의 안경을 쓰고, 후드티에 모자까지 뒤집어썼기에 웬만큼 가까이 오지 않는 이상 알아보기 어려웠다.유진은 서선영을 따라 티 라운지로 들어갔고, 서선영 뒤편 테이블에 조용히 앉았다. 서선영과 함께 온 사람은 모두 네 명, 다들 사모님 풍의 차림이었다.서로 마주 앉자마자 상투적인 칭찬을 주고받더니, 이내 서선영의 새로 산 한정판 가방이 화제가 되었고, 곧장 명품과 패션 이야기로 대화가 넘어갔다.유진은 점점 지루해졌고, 일어나려던 찰나, 함께 온 정태영이 갑자기 이런 말을 꺼냈다.“사모님, 구은정은 여자친구 없어요? 제 조카가 막 유학 끝내고 박사까지 마치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86화

    임씨 저택에 도착한 유진은 동생 유민에게 사온 피규어를 건넸다. 유민은 책상 앞에 앉아 숙제하던 중이었고, 피규어를 받아 디테일을 살펴보다가 맑게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유진은 유민의 책상 위에 놓인 갓 채점된 시험지를 보고 다가가서 들춰보았다.“요즘 성적은 어때?”“별로 안 늘었어.”유민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유진이 본 것은 수학 시험지였다. 만점에 추가 점수 10점까지 있는 문제였고, 그 10점은 마지막의 경시 문제였다.확실히, 지난번에도 만점이었고 이번에도 만점이었다. 성적이 늘었다고 보긴 어려웠다.유진은 시험지를 보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구은정에게 마지막으로 수업해준 날, 자신이 농담 삼아 이렇게 말했었다.“이렇게 오래 가르쳤으면 시험 한 번 봐야 하지 않을까?”그때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넘겼지만, 그게 두 사람의 마지막 수업이 될 줄은 몰랐다.유민은 유진이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장난스럽게 물었다.“시험지에 거울이라도 있어?”유진은 시험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너 공부 열심히 해. 소희 곧 돌아올 거야. 나 거실에서 기다릴게.”유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아빠도 오늘 점심쯤 도착하신대.”유진도 알고 있었다. 어제 우정숙에게서 직접 전화가 왔으니까. 우정숙과 임지언은 2주간의 출장 후 집으로 돌아왔고, 소희와 임구택도 함께 돌아왔다.저녁엔 온 가족이 함께 외식하러 나갔다. 장소는 명우가 예약한 호텔. 분위기 있고 조용한 환경이 가족 모임에 안성맞춤이었다.약 30평 정도 되는 룸은 휴게 공간과 식사 공간으로 나뉘어 있었고, 모든 시설이 구비되어 고급스럽고 편안했다.넓고 높게 트인 유리창 너머로는 형형색색의 야경이 펼쳐졌고, 유리문을 열고 나가면 룸에 딸린 정원이 이어졌다.정원에는 해당화 향기가 은은히 퍼지고 있었고, 작은 물줄기가 구불구불 흐르며 부드러운 밤바람과 어우러져, 흔들의자에 앉아 야경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우정숙은 정원의 라탄 의자에 앉아 소희와 함께 담소를 나누었다. 유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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