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은 멈칫하다 일어나 그를 따라갔다.8801 안, 심명은 문 앞에서 소희를 가로막았다."농담 가지고 왜 그래요? 정말 화났어요?"소희는 안색이 어두웠다."나는 당신한테 신세 진 거 알아요. 그래서 케이크를 원한다는 말에 사준 거고요. 그런데 굳이 이렇게 나를 갖고 장난칠 필요가 있나요!"심명은 미소를 조금씩 거두었다. 그는 소희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정말 케이크를 원한다고 생각해요?"소희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은 케이크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 그럼 단순히 나를 놀리고 싶었던 거겠죠!""미안해요!" 심명은 눈살을 찌푸리며 눈빛이 어두워졌고 말투가 무거워졌다."나는 소희 씨가 이렇게 화 날줄 몰랐어요! 사실 난 정말 소희 씨가 케이크를 사주길 원했어요. 근데 만약 내가 사실대로 말했다면 소희 씨가 전혀 나를 상대하지도 않을 것 같아서 거짓말을 한 거예요!"소희는 코웃음쳤다."방금까지만 해도 케이크 원하지 않는다고 했잖아요!"심명은 눈빛이 점차 어두워지며 방안에 떠들썩하게 놀고 있는 사람들을 한 번 보더니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그래요, 나는 심가네 집안 후계자라 곁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날 에워싸고 있었어요. 평소에 그랬으니 내 생일엔 더 하겠죠. 하지만 그들은 나에게 수백만, 수천만 원의 선물을 줘도 아무도 나에게 케이크 하나를 안 사주더라고요. 그들은 영원히 모를걸요. 난 다른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단지 케이크 하나, 간단한 생일 축하 한마디만 원한다는 것을!"그는 눈빛을 반짝이며 소희를 바라보았다."나는 그저 소희 씨의 손을 빌려 자신에게 케이크를 선물하고 생일 축복을 듣고 싶었던 거예요. 만약 소희 씨 기분 나쁘게 했다면 내가 사과할게요."소희는 심명의 말에서 외로움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마음속의 분노가 점차 사라지며 목소리도 좀 부드러워졌다."케이크를 누구에게 주든 어차피 나는 신세 진거 갚으러 왔어요. 케이크는 당신에게 줬으니 내가 약속한 일은 끝난 거예요!"소희는 케이크를 심명
심명은 그곳에 서서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문을 닫았다.그는 안색이 조금씩 담담해지더니 한참 지나서야 몸을 돌려 소파에 앉아 예쁜 눈을 떨구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석군은 그에게 다가가 웃으며 물었다."정말 그 여자가 좋은 거야?"심명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다 웃으며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그럴 리가. 그녀로 임구택을 분노하게 만들 수 있었으니 재밌잖아?"석군은 눈썹을 치켜세웠다."불장난에 오줌이나 싸지마!"심명은 개의치 않고 웃었다."내가 누구냐? 그딴 여자 하나에 마음이 갈 거 같아?"석군은 존경스럽게 그를 보며 술 한잔 따라주었다."형님, 당신은 우리의 신입니다!""저리 꺼져!"심명은 웃으며 그를 욕했다. 눈빛을 돌리자 누군가가 그가 테이블 위에 놓은 케이크를 가져가려는 것을 보고 즉시 소리쳤다."케이크는 나 줘!"그 사람은 케이크를 들고 심명에게 주었다."형님!"심명은 케이크의 글자를 내려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너희들은 다른 케이크 먹으러 가. 이건 건들지 말고!"석군은 비웃었다."그래도 그녀가 싫다고 말할 거야? 케이크 남겨둬서 뭐 하게?"심명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네가 뭘 알아. 이건 나의 전리품이야. 당연히 잘 간직해 둬야지!"그는 머릿속으로 방금 소희가 케이크를 들고 그에게 생일 축하할 때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맑은 호수처럼 깨끗했다.그녀는 왜 그렇게 단순할까, 그가 무슨 말을 해도 그녀는 다 믿다니!(정말 바보야, 그러니까 임구택한테 속아넘어갔지!)마지막에 심명은 테이블에 가득 놓인 선물 하나도 가져가지 않고 오로지 그 케이크 하나만 들고 갔다.이때 복도에서 시원은 나른하게 벽에 기대어 룸 안의 정경을 대충 보고 있었다. 구택이 소희를 데리고 나오자 그는 의외라 생각해하며 물었다."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야?"구택은 안색이 보기 흉했다. 그는 시원을 힐끗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너 먼저 들어가."소희는 그에게 손을 잡힌 채 케이슬에서 나왔다. 그
구택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쳤다. 그리고 생각도 하지 않고 더 심한 말을 했다."내가 화난 이유는 소희 씨가 그래도 내 여자이기 때문이에요. 이런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으니 내가 정말 창피해서요!"그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희의 얼굴이 더 하얗게 변하는 것을 보았고 눈 속의 억울함과 비분은 순식간에 가라앉으며 단지 어둠만 남은 것을 보았다.그는 거의 즉시 자신이 너무 심한 말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화난 이유는 아마도 자기조차 왜 이렇게 분노했는지 잘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차 안의 불빛은 어두웠고 분위기는 싸늘했다. 두 사람은 이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소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뒤돌아 보지도 않고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은 매우 연약해 보였지만 등은 꼿꼿해서 곧 어두움 속으로 사라졌다.구택은 의자에 기대어 담배를 힘껏 한 모금 빨았지만 목에 막혀 어떻게 해도 삼킬 수가 없었다.한참이 지나서야 구택은 케이슬로 돌아왔다. 그의 안색은 음침하고 어두웠다. 룸 안의 많은 사람들은 조용해지며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시원은 여러 사람들 보고 웃으며 말했다."너희들 그냥 놀면 돼!"사람들은 더 이상 구택을 쳐다보지 못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하며 계속할 거 했다.시원은 소파 옆으로 가서 구택 옆에 앉아 담담하게 웃었다."너 방금 그 여자애랑 무슨 관계야?"구택은 또 담배를 한 대 피우며 예쁜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내 어정에 있는 집에 살고 있어!""너희들 동거했어?" 시원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구택은 차갑게 그를 힐끗 보았다."뭐가 그리 놀라운 거야. 너 사귀었던 여자 친구 중에 대학생 없다고 말하지 마.""그게 아니라!" 시원은 침착하려 했지만 여전히 믿을 수 없다고 느꼈다."나야 어떤 여자 친구를 사귀든 모두 정상이지만 넌 아니지. 네가 말해봐, 너 그때 그 누구 좋
소희는 베란다에 이미 한 시간 동안이나 앉아 있었다. 그녀는 매우 짜증이 났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이 관계가 끝나서 아니면 구택이 자신을 오해해서 이토록 분개하고 억울했는지 몰랐다.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30분 전에 구택에게 보낸 문자를 보았다. 그는 줄곧 답장하지 않았다.아마도 영원히 그녀에게 답장하지 않을 것이다.소희는 화가 났고 억울했으며 실망하는 동시에 마음은 또 좀 허전해서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조차도 먹고 싶지 않았다.다행히 그녀는 줄곧 침착해하며 그를 좋아하지 않았으니 지금은 헤어져도 그리 고통스럽지 않았다.그렇다, 그녀는 애써 눈물을 참으며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화가 났다. 그녀는 구택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도 그녀가 좋아할 만한 가치가 없었다!그녀는 가슴이 답답해서 핸드폰을 들고 뒤지며 언제 이사 갈지, 자신의 집으로 이사 갈지, 아니면 진석이 어정에 있는 집으로 갈지 생각했다.나중에 여기서 구택과 마주치지 않도록 그녀는 좀 멀리 이사해야 할까?그녀는 멈칫하며 문득 심명이 올린 인스타 게시물을 보았다. 그는 두 시간 전에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소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가뜩이나 답답한 마음이 더욱 울분으로 가득해졌다. 어떻게 심명 같은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어쩐지 구택이 그녀에게 심명을 사랑하냐고 묻더라니.그도 분명 심명이 올린 사진을 보았을 것이다.소희는 한순간 충동이 생기며 구택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밤의 일을 똑똑히 설명하고 싶었지만 잠시 냉정해지며 이 생각을 그만두었다.그는 그녀에게 답장하지 않았으니 두 사람의 관계가 끝났다는 것을 묵인한 거나 다름없었다.그녀도 더 이상 무모한 짓을 할 필요가 없었다!이튿날, 소희는 자신의 옷을 정리할 때 청아의 전화를 받았다."소희야, 나 디저트 가게에서 해고되지 않았다! 그냥 강성대 부근의 지점으로 옮겼어. 앞으로 우리 자주 만날 수 있어!"소희는 담담하게 웃었다."진짜?""그래!" 청아는 매우 기뻐했다."참, 너한테 할 말 하나 있는데.
청아는 침대와 테이블이 모두 새것인 것을 보고 즉시 물었다."너 금방 산 거야?""아니야!" 소희는 그녀가 다시 돈을 줄까 봐 인차 말했다."예전에 여기에 있었는데, 아마 집주인이 샀을 거야. 쓴 적은 없어."청아는 한숨을 돌리고 침대에 앉았다."만약 또 너보고 돈 쓰게 했다면 나는 차라리 호텔에 가는 것이 더 나."그녀는 방을 둘러보았다."너 작은방 한 칸만 세냈다고 했지? 그럼 나 여기에서 지내면 집주인은 너한테 뭐라 하지 않을까?""아니, 이미 집주인한테 말했어. 그는 괜찮다고 말했고!""그럼 다행이야!"청아는 웃으며 일어섰다."저녁에 내가 밥 살게."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또 한마디 덧붙였다."더 이상 거절하지 마!"소희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래, 나 밥 사줘!"두 사람은 깨끗한 중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청아는 소희가 스스로 밥해 먹는다는 것을 알고 통쾌하게 말했다."요 며칠 내가 너한테 밥해 줄게. 다른 건 그래도 요리는 자신 있어!"소희는 그녀가 디저트를 잘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또 그녀가 요리까지 할 줄 안다는 것을 듣고 인차 기뻐했다."다행이야. 우리 라면 먹지 않아도 돼서."청아는 멍해지다 인차 크게 웃기 시작했다.그 후 며칠, 두 사람이 함께 지내면서 집안은 좀 시끌벅적해졌고, 소희의 마음속의 억울함도 많이 나아졌다.청아는 매일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돌아와서 소희가 낮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방해하지 않았다. 저녁 무렵에 소희는 마트에 가서 재료를 사서 청아가 돌아와서 밥해주기를 기다렸다.청아는 매번 돌아올 때마다 소희에게 디저트를 가져다주었다. 그녀는 먹으면서 영화를 보며 청아가 저녁밥 하기를 기다렸다.가끔 그녀도 가서 채소를 씻는 것을 도왔지만 청아는 그녀가 일하는 게 너무 느리다고 하며 그녀를 주방에서 쫓아냈다.다행하게도 2인분은 만들기 쉬워서 청아 혼자서도 빨리 만들 수 있었다.소희는 청아가 겸손하다고 느꼈다. 그녀는 요리 솜씨가 괜찮을 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아주
소희는 눈을 반쯤 들며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너 보름 뒤면 시험이잖아, 시험 끝나면 내가 또 뭘 하러 여기 오겠니!"유민은 은근히 한숨을 돌리며 일부러 도도하게 말했다."그럼 다시 개학하면 나도 매 주말마다 샘 봐야 하잖아!"소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확실히 이번 학기를 가르친 후 그만두려고 했다. 이번에 몇 번 임가에 왔지만 그녀는 구택을 보지 못했다.그녀는 아마도 구택이 그녀를 만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그녀가 오는 시간을 피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기왕 이렇게 된 이상 서로 미워하게 만들 필요가 있겠는가.유민은 답안지의 문제를 풀기 시작하면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다."오늘 푼 답안지 또 둘째 삼촌한테 보여줄 거야? 가지 않는 게 좋을걸.""왜?" 소희가 물었다.유민은 답안지를 풀며 대답했다."요새 우리 둘째 삼촌 기분이 좋지 않거든. 나도 감히 그를 찾을 수 없으니까 샘도 좀 멀리 피하는 것이 좋겠어."소희는 눈빛을 반짝이며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 생겼어?"유민은 고개를 저었다."누가 알겠어? 요 며칠 기분이 좋지 않은걸. 자꾸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돌아왔거든. 어제 난 삼촌이 전화로 회사 사람들을 훈계하고 한바탕 화를 낸 거까지 봤어. 진짜 오랜만에 삼촌이 이렇게 큰 화를 내는 것을 봤다니깐!"소희는 대답했다."그럼 회사의 일 때문이겠지. 며칠 뒤면 해결될 거야."유민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집중해서 문제를 풀었다.저녁에 구택은 평소보다 일찍 돌아왔다. 저녁 9시도 채 안되어 그는 문에 들어섰다.하인은 앞으로 다가가서 그에게 식사를 했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의 어두운 얼굴을 보고 감히 묻지 못하여 주방으로 돌아가 차를 들고 왔다.구택은 3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방문을 열었을 때 그의 전화가 울렸다.그는 전화를 받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어디야?" 시원이 물었다."집. 너희들끼리 놀아!" 구택은 불을 켜지 않았다. 목소리는 어둠 속에 더욱 낮아졌다.시원은 웃었다
구택은 미소를 지었다."아빠가 보고 싶은 거야? 왜 스스로 보내지 않고?""내가 일부러 자랑한다고 할까 봐요." 유민은 히죽거리며 흥얼거렸다. "몇 달이나 됐는데 왜 아직 돌아오지 않는 거예요? 나는 아빠가 보고 싶지 않아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요!""곧 돌아올 거야!" 구택은 웃으며 그의 손에 있는 답안지를 받았다."이따가 내가 네 아빠한테 보낼게.""네, 고마워요, 둘째 삼촌!"유민은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다가 다시 멈췄다."둘째 삼촌, 소희 샘 혹시 그만두는 거예요?"구택은 눈을 들어 물었다."그녀가 뭐라고 했는데?""그녀는 기껏해야 나한테 수업을 두 번 더 해 주겠다고 했는데, 내가 듣기에는 좀 이상해서요. 혹시 삼촌이 샘 괴롭힌 거 아니죠?" 유민은 눈살을 찌푸렸다.구택은 마음이 불쾌했다."내가 왜 그녀를 괴롭혀. 나중에 그녀한테 물어볼 테니까 너 얼른 자러 가!""오!"유민이 떠나고 구택의 안색은 다시 어두워졌다. 소희는 지금 무슨 뜻일까? 그녀는 정말 그와 끝나려 하는 것일까?심명과의 일은 오해였다면 그녀는 왜 그에게 설명하지 않았을까?전에 서이연의 일도 그렇고, 그가 한밤중에 나가서 밤새 돌아오지 않았는데 그녀는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설사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필경 함께 자는 관계였으니 그녀는 어떻게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금도 개의치 않을 수가 있을까?그는 마음속에 화가 나서 누구를 찾아 화풀이할지 몰랐지만 오늘 밤 반드시 한 사람을 찾아 화풀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는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걸어 바로 물었다."금주의 예술원 개발 프로젝트에 심 씨네 집안도 끼어들고 싶다고?"전화 너머의 진우행은 한밤중에 구택의 전화를 받고 가슴이 덜컹거리며 인차 대답했다."예, 심 씨네 집안은 이미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심명이 직접 책임지고 있습니다."구택은 안색이 차가워졌다."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심가를 아웃시켜. 심명이 지게
밥을 다 먹고 구택은 서재로 돌아가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10분 후에 소희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소녀는 얼굴에 윤기가 있어 보였고 눈동자는 별처럼 맑았다. 그녀는 천천히 별장으로 걸어갔다. 햇빛은 그녀의 얼굴을 비추며 그녀의 하얀 얼굴에 부드러운 빛을 반사했다.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기에 누군가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줄 몰랐다.소희가 여기에 자주 왔기에 하인은 그녀를 인차 알아보고 공손하게 그녀를 안으로 모시며 그녀에게 무엇을 마시고 싶냐고 물었다.소희는 사의를 표하고 완곡하게 거절한 후 위층으로 올라가 유민에게 수업을 했다.유민은 시험이 끝나면 그녀에게 서프라이즈를 주겠다고 말했고, 소희도 마찬가지로 그에게 서프라이즈 주겠다고 말했다!수업을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소희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거실에서 데이비드와 놀고 있는 구택을 보았다.그날 그가 그녀를 한바탕 꾸짖은 후 두 사람은 처음으로 다시 만났다. 남자는 카펫 위에 반쯤 쪼그리고 앉아 데이비드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고개를 들어 보았다. 그윽한 눈동자는 은은하게 그녀의 몸에 떨어졌다.그녀는 못 본 척하며 곧장 현관으로 갔다."왜 그렇게 빨리 가려는 건데? 오늘 샘 좋아하는 오리탕했으니 남아서 같이 밥 먹어!" 유민은 그녀의 뒤를 따라 내려오며 말했다.소희는 신발을 갈아 신으며 고개를 돌리자 마침 구택이 일어나서 그녀를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소희는 눈을 돌려 유민을 바라보았다."아니야, 나 오늘 일 있어서 먼저 갈게!"구택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일이 있다고 점심을 먹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소희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지만 부드러운 가운데 약간의 소외감이 들어있었다."길에서 먹으면 돼요!"그리고 유민과 작별 인사를 하고는 떠났다.유민은 의혹해하며 구택을 바라보았다."둘째 삼촌 혹시 샘이랑 무슨 일 있었어요?"구택은 눈빛이 살짝 어두워지며 되물었다."왜 그런 생각 하는 거지?""샘은 삼촌과 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유진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방으로 돌아가 휴대폰을 챙겼다. 왜냐하면 유진이 가져온 것은 오직 휴대전화뿐이었다. 두 사람은 조용히 계단을 내려갔다. 어둑한 복도에서, 유진은 무의식적으로 서인의 손을 잡았다.그리고 이번에는 서인이 그녀를 밀어내지 않았다. 유진은 조금씩 용기를 내어 손가락을 더 깊이 엮었고, 결국 그의 손 전체를 단단히 쥐었다.서인의 손은 크고 뼈마디가 굵었으며, 손바닥에는 거칠지만 단단한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그러나 유진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촉감이 이상하게도 더 마음에 들었다.깊은 밤, 조용한 복도에서, 유진은 자기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쿵, 쿵. 긴장과 부끄러움, 그리고 묘한 설렘이 섞여 있었다.민박집을 떠난 뒤, 서인은 차를 몰아 유진과 함께 산을 내려가 도시로 향했다. 그는 자기 외투를 벗어 유진의 어깨 위에 걸쳤다. 어둠 속에서 서인의 날렵한 얼굴선이 더욱 차갑고 도도해 보였다.“잠깐 눈 붙여. 도착하면 깨울게.”하지만 깊은 밤 도로를 달리는 이 순간이, 유진에게는 너무나도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그리고 유진은 전혀 졸리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반짝이며 전방을 바라보며 서인과 대화를 나눴다.“그 쥐덫, 아무 소용도 없을 거예요. 쥐는 계속 나올 거라고요.”그곳의 쥐들은 너무 대담했다. 사람을 무서워하기는커녕, 창가에 올라와 그녀와 눈을 마주치기까지 했다.서인은 물었다.“그러면 왜 날 안 불렀어?”유진은 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입을 막고 있었거든요!”유진은 서인이 피곤할까 봐 일부러 참고 있었다. 하루 종일 운전했으니, 이미 녹초가 됐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침대 속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냥 밤새도록 그렇게 버틸 생각이었다가 그 소리를 들었다. 바로 맞은편 방에서 들려오는 민망한 소리.그 순간, 유진은 차라리 쥐랑 함께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 그때, 서인이 문을 두드렸다. 그 순간이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유진은 본능적
“임유진!”서인의 목소리는 다급하고 거칠게 떨렸다. 그는 급히 옆방 문을 두드렸고, 문이 열리는 순간, 임유진이 그대로 서인의 품에 뛰어들었다.서인은 방 안을 빠르게 둘러봤으나 별다른 이상은 없는 듯했다. 그제야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풀어지며 조용히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유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저, 저기 쥐가 있어요!”서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반쯤 설명하고 반쯤 달래듯 말했다.“이런 곳에서는 쥐가 나오는 게 당연해. 그냥 네 방을 지나간 거야. 널 물지는 않아. 오히려 네가 더 무서울걸?”하지만 유진은 서인의 품 안에서 겁에 질린 듯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제야 서인은 유진의 모습을 제대로 보았다.커다란 티셔츠 한 장만 걸친 채, 하얀 다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창백할 정도로 희고 매끈한 피부가 시각을 자극했다.반면, 서인은 방금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있다가 나왔기에, 바지만 입고 상의는 벗은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 서인은 목이 바짝 타는 듯했고,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얼굴이 굳어버렸다.손을 뻗어 유진을 떼어내려 했지만, 유진은 겁에 질려 서인의 허리를 더 꼭 붙잡았다. 두 사람은 문 앞에서 그렇게 서 있었다.혹시라도 누가 지나갈까 걱정된 서인은 유진을 가볍게 안아 방 안으로 들어간 뒤, 문을 닫았다. 그러나 유진의 티셔츠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였기에, 그녀의 부드러운 체온이 서인의 맨가슴에 고스란히 닿았다.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느낌이 들자, 서인은 서둘러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고 이불로 감싸주었다. 그제야 상황을 깨달은 유진은 얼굴이 불타오르듯 붉어졌다.그녀는 이불을 꼭 움켜쥔 채 눈을 피했고, 서인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안토니한테 가서 쥐 잡을 도구가 있는지 물어볼게.”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이자, 서인은 곧장 방을 나섰다. 유진은 그의 넓은 어깨와 탄탄한 허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눈길이 미묘하게 흔들렸다가, 황급히 창밖으로 시
안토니는 서인에게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부모님이 여기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모든 절차는 다 정식으로 등록된 거예요. 게다가 이 땅은 호텔 부지에 포함되지도 않고요.”“그런데도 그 사람들이 철거하라고 명령할 수 있어요? 보상금도 터무니없이 적고, 우리 부모님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라는 거죠?”“하지만 호텔 뒤에는 권력과 돈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아무도 우리 편에 서지 않아요.”임유진은 분통이 터져 소리쳤다.“이건 완전히 강도질이잖아요! 소송이라도 걸어야 하죠!”토니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소용없어요.”“사실, 보상금이 충분하다면 철거를 고려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그 옆에서 안주설이 조용히 말하자, 토니는 즉시 그녀의 말을 끊었다.“얼마를 준다 해도 안 돼. 우리 고향 집도 이미 팔아버렸어. 부모님께 남은 건 이 민박집뿐이야. 여기가 없어지면 어디로 가란 말이야?”주설은 난처한 표정으로 웃으며 변명했다.“그냥 의견을 낸 것뿐이야.”서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상황은 알겠으니까 방법을 찾아볼게.”토니는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정말 어쩔 수 없어서 서인 형한테 전화한 거예요. 형이 강성에 있는 거 알지만, 흥성 일에는 개입하기 어려울 수도 있잖아요.”토니는 분노에 휩싸여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서인에게 연락을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서인은 그날 바로 달려와 주었다.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토니 형과 나는 형제나 다름없어요. 걔의 일은 내 일이나 마찬가지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해결할 테니까요.”토니의 부모는 연신 감사를 표했다.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밤 11시가 되었다. 토니는 2층에 서인과 유진을 위한 방 두 개를 준비해 주었다. 계단을 올라가며, 유진은 서인에게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나 아무것도 안 가져왔어요.”서인은 고개를 돌려 토니에게 물었다.“새 세면도구 있어? 갑자기 오느라 아무것도 못 챙겼어.”“당연하죠! 다른 건 몰라도 세면도구는 넉넉
유진은 뭔가 떠오른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생각하니까 정말 비싼 건 아니네요!”서인의 품에 안겼으니, 20만원이라도 아깝지 않았다. 서인은 본래 유진을 위로하려 했는데, 그녀의 표정을 보자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순간 서인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유진은 기분이 좋아진 듯 미소를 지었다.“이미 산 거니까, 그냥 먹어요. 버리긴 아깝잖아요!”그녀는 티슈로 사과를 닦아내고 서인에게 하나 건넸지만, 서인은 거절하며 고개를 저었다.“난 안 먹어.”“그럼 저 혼자 먹을게요!”유진은 사과를 입에 가져가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사과가 신선해서 아삭하게 씹히며 입안 가득 달콤한 과즙이 퍼졌다.이윽고 차 안에 오직 사과를 씹는 소리만 울렸다. 서인은 앞을 주시하며 운전을 계속했지만, 무심결에 목젖이 한 번 움찔거렸다. 유진은 연달아 몇 입을 베어 물다가 반쯤 먹은 사과를 들고 서인을 바라봤다.“정말 안 먹어요? 진짜 맛있어요!”2만원으로 이 정도 퀄리티라면 완전 대박이었다. 그러나 서인은 도로를 응시한 채 담담하게 말했다.“보통 과수원에서는 사람들이 몰래 따 먹는 걸 방지하려고 사과에 농약을 뿌려 둬.”유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에 든 사과를 바라봤다가 곧 얼굴이 새파래졌다.“왜 이제야 말하는 거예요?”서인은 태연하게 대답했다.“방금 떠올랐어.”“어떡하죠? 나 중독되는 거 아니에요?”유진은 볼을 불룩하게 부풀리며 억울한 얼굴로 그를 노려봤다.“내가 만약 중독돼서 장애라도 생기거나, 바보가 되면, 사장님이 평생 책임져야 해요!”서인은 웃음을 터뜨렸다.“그게 왜 내 탓이지?”“사장님이 산 사과잖아요!”당당한 유진의 태도에 서인은 말문이 막혔다. 물론, 사과에 농약 따위는 없었다. 결국 유진은 바보가 되지도, 장애가 생기지도 않았고, 심지어 배 아픈 일조차 없었다.두 사람이 안토니의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0시였다. 토니네 민박집은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었다.주변에는 몇 개의 민박집이 듬
산길 위로 가끔 여행객들의 차가 지나갔다. 멀리 보이는 민박집의 불빛이 어둠 속에서도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이게 무슨 냄새지? 사과 향 같은데?”임유진은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기쁜 표정으로 돌아보며 말했다.“저기 사과나무가 있어요!”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만 가자. 이제 출발해야 해.”“딱 하나만 따면 돼요!”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성큼성큼 사과나무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무에 열린 사과를 봤다. 달빛을 받아 가장 크고 탐스러운 사과를 골라 따냈다. 그리고 서인에게 줄 사과도 하나 더 따려 했다.사과를 막 손에 쥐려던 찰나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가 내 사과를 훔쳐 가지? 거기 서요!”어둠 속에서 손전등 불빛이 깜박였고,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멀리서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유진은 얼어붙었다. 사과나무가 야생인 줄 알았는데, 주인이 있는 나무였다니!유진은 처음에는 자리에 서서 주인을 기다려 설명하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사람의 고함과 함께 거친 숨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개 한 마리가 보였다. 커다란 개가 사나운 기세로 유진을 향해 돌진했다.유진은 등골이 오싹해지며 온몸의 털이 곤두서, 본능적으로 뒤돌아 도망쳤다.“사장님!”멍! 멍멍멍! 사람 허리까지 올 법한 덩치 큰 검은 개가 빠르게 움직였다. 유진이 달아나는 것을 보자 더욱 거칠게 그녀를 향해 뛰어들었다. 유진은 손에 사과 두 개를 꼭 쥔 채, 있는 힘껏 서인을 향해 달렸다.서인도 상황을 보고 얼굴이 굳어졌고, 유진을 향해 달려갔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자, 유진은 순식간에 뛰어올라 그의 품에 안겼다. 유진은 겁에 질린 채 서인의 목을 꼭 끌어안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 순간, 개가 가까이 다가왔고, 서인은 한쪽 다리를 들어 강하게 개를 걷어찼다. 50킬로그램은 나갈 듯한 큰 개가 힘껏 날아가 땅에 쾅 하고 떨어졌다.개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몇 번 뒤틀다가 겨우 일어났지만, 아까의 사나운 기세는 사라지고 멀찍이서
“흥성.”흥성은 강성의 옆도시로, 관광 도시였다. 이에 임유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결정을 내렸다.“나도 같이 갈게요!”꽤 발랄하게 말하는 유진에 서인은 코웃음을 쳤다.“내가 뭘 하러 가는지도 모르면서 따라가겠다고?”유진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사장님이 뭘 하든 상관없어요. 어쨌든 나도 갈 거니까요!”서인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안 돼.”“왜 안 돼요?”“오늘 돌아오지 못할 거야. 거기서 이틀은 머물러야 하는데, 네가 따라오면 불편해.”“그냥 여행 가는 셈 치면 되잖아요!”서인은 대꾸하지 않았지만, 다음 사거리에서 임씨 저택 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이에 유진은 여유롭게 말했다.“그러면 집에 데려다줘요. 집에 가서 짐 챙기고 내 차로 흥성으로 갈게요. 어쩌면 거기서 우연히 만날 수도 있겠는데요?”“임유진.”서인은 얼굴을 굳히자, 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그를 바라봤다.“우리 동료들은 다 놀러 갔는데, 난 너 때문에 남아 있었어요. 그런데 사장님은 나를 두고 혼자 나가겠다고요? 그게 맞는 거예요?”서인은 설명했다.“나는 노는 게 아니라, 일이 생겨서 가는 거야.”“몰라요. 어쨌든 따라갈 거예요. 나 어린애 아니니까 방해 안 할게요. 그냥 나 없는 셈 치면 되잖아요!”유진은 애타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사장님은 일 보러 다니고, 난 혼자 놀러 다닐게요. 절대 방해 안 할 거예요. 됐죠?”서인은 시간을 확인했는데, 더 미루면 해 지기 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았다.“그럼 말 잘 들어야 해.”서인이 신신당부했다.“약속할게요!”유진은 신나서 손까지 들며 맹세할 기세였다.서인은 고속도로에 올라탄 뒤 오현빈에게 전화를 걸어 가게를 잘 봐달라고 당부했다. 자신은 이틀 동안 자리를 비울 거라고 했다.유진도 노정순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 설명 없이 친구들과 여행을 가겠다고만 말했다. 노정순은 오전에 여진구가 찾아와 회사 워크숍을 언급했던 걸 기억하고, 그녀가 회사 동료들과 함께 나가는 줄 알고는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당부했다.전화를 끊
강성의 한 묘지.홍복과 표용을 비롯한 전우들의 묘가 모두 이곳으로 옮겨졌다. 전우들은 이제 백랑의 곁에서 다시 함께할 수 있었다.서인은 묘비 앞에 담배 한 개비씩 놓았고, 임유진도 묘지 밖에서 사 온 꽃을 하나하나 올려놓았다. 그는 언제나처럼 돌계단에 앉아, 멀리 보이는 산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유진도 서인의 곁에서 한동안 조용히 앉아 있었다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이야기 좀 더 해 주세요!”서인은 무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다 얘기했잖아.”유진은 묘지를 찾을 때마다 늘 삼각주에서의 과거를 이야기해 달라고 졸랐다. 그리고 서인이 기억하는 건 이미 다 말해 준 상태였다. 그러나 유진은 질세라 다시 말했다.“이번에 전우들 묘지가 새로 생겼잖아요. 분명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텐데요!”“없어.”서인은 한쪽 다리를 굽힌 채 느슨하게 앉아 있었고, 말투 역시 어딘가 귀찮아 보였다.이에 유진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그러면 다음에 소희한테 물어봐야겠네!”그제야 서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유진을 노려봤다.“진짜 듣고 싶어?”“당연하죠!”유진은 활짝 웃으며 턱을 괴고, 이야기 들을 준비를 했다. 유진은 과거가 늘 궁금했다.서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가 맨날 말하는 내 229명의 여자친구들 얘기, 하나씩 다 해 줄까?”유진은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곧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고는 곧장 옆에 있던 꽃을 집어 들어 서인에게 던졌다.서인은 피식 웃으며, 거친 목소리 속에 장난기가 묻어났다.“이야기 듣고 싶다며? 229개의 이야기가 있지. 아마 내년까지도 다 못 들을걸.”“아직도 그 말을 해요?”유진은 씩씩거리며 서인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서인은 가볍게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는 별다른 힘을 쓰지도 않았지만, 유진은 아무리 버둥거려도 밀어낼 수 없었다.마치 큰 회색 늑대 앞에 선 어린 토끼처럼,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 채 버둥거릴 뿐이었다.잠시 후, 유진은 숨을 몰아쉬며 결국 포기했다. 그러나 여전히 불만 가득한 얼굴로
임유진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그러면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겠네요!”문신 남자는 점점 짜증이 났다.“겨우 서빙하는 주제에 뭘 그렇게 잘난 척이야? 내가 맞팔 달라는 것도 네 급을 봐준 거라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한층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사장님! 여기서 행패 부리는 사람이 있어요!”얼마 지나지 않아 서인이 주방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다부진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은 주변 공기마저도 서늘하게 만들었다.서인의 싸늘한 눈빛이 문신 남자를 향하자, 그는 마치 얼음장 같은 시선에 찔린 듯 등골이 서늘해져, 본능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유진은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사람이 돈을 내기 전에 제 SNS 맞팔하라고 요구했어요.”그제야 문신 남자의 일행이 이쪽 상황을 알아차리고 하나둘 일어나 힐끗거리며 지켜보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험상궂은 인상이었고, 분위기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그러나 그때, 오현빈과 이문이 후원에서 걸어 나왔다.현빈은 본래 덩치가 크고 험악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고, 이문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손에 주방칼까지 들고 있었다.문신 남자의 일행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슬그머니 자리에 다시 앉았다.그때, 서인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며 문신 남자를 향해 말했다.“좋아. 내꺼를 추가해요. 나랑 얘기 좀 하자고요.”문신 남자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얼굴이 창백해지며 허둥지둥 휴대폰을 꺼내 결제를 마쳤다. 그러고는 재빨리 동료들을 불러 가게를 빠져나갔다.사람들이 나가자, 현빈이 비웃으며 말했다.“이런 겁쟁이 녀석들. 다음에 또 이런 쓰레기들이 나타나면 말도 필요 없어. 바로 나를 불러.”유진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알겠어요!”서인은 유진을 한 번 쓱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이문은 그를 따라가며 넌지시 물었다.“아무 일도 없었는데, 왜 그렇게
임유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 찻주전자를 훔쳐 가겠어요? 안심하세요!”서인은 유진을 날카롭게 노려보며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손님이 너 찾으러 왔으면, 할 얘기 끝났으면 나가라. 가게 바쁘다.”유진은 서인의 표정이 더 이상 좋지 않자, 정말로 화를 낼까 봐 서둘러 대답했다.“별거 아니에요. 내가 그냥 먼저 보낼게요!”그렇게 말한 뒤, 유진은 황급히 돌아서서 여진구를 향했다. 그런데 그 순간, 진구가 서인의 찻주전자를 들고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그거 내려놔요!”유진은 깜짝 놀라 뛰어가며 소리쳤다. 놀란 진구는 손을 헛디뎌 찻주전자를 떨어뜨릴 뻔했다.“왜 그래?”유진은 재빨리 찻주전자를 낚아채듯 빼앗았다.“이거 사장님이 2,000만 원 주고 산 거예요. 깨지면 감당할 수 있어요?”“뭐? 2,000만 원?”진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게 2,000만 원짜리 골동품 같지는 않은데?”유진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되물었다.“선배 골동품에 대해 알아요?”“아니?”“그럼 됐죠!”유진은 찻주전자를 소중하게 끌어안으며 말했다.“2,000만 원인데 한 푼도 깎지 않고 샀어요. 그만큼 애착이 있다는 거죠. 깨지면 당연히 화내겠죠!”진구는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듯 말했다.“난 잘 모르지만, 우리 작은아버지는 골동품 전문가야. 가져가서 감정받아 볼까?”그리고 그는 서둘러 덧붙였다.“오해하지 마. 혹시라도 바가지를 썼을까 봐 걱정돼서 그래.”이 찻주전자가 아무리 봐도 2,000만 원짜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유진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찻주전자를 내려놓더니, 진구를 밖으로 밀어냈다.“무슨 바가지요? 마음에 들면 2,000만 원이든 2억이든 가치가 있는 거고, 마음에 안들면 2천원도 아까운 거죠.”“그러니까 선배도 선배 할 일 하러 가요! 내 일 방해하지 말고요!”진구는 서인에게 간단히 인사를 한 후, 마지못해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나가기 직전,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유진아,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