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원?”임구택은 단번에 알아맞혔고 소희는 여전히 불가사의하다고 느꼈다.“우청아의 목욕가운을 입고 있었어!”구택은 키득거리며 비웃었다.“그 두 사람이 잤다는 말이야?”소희는 고개를 가로저었고 우청아 답지 않게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느꼈다.“장시원의 수법은 보통 여자들이 당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니 정상이야.”구택이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품에 안았다.“둘 다 성인인데 걱정할 게 뭐가 있어?”“장시원 오빠는 늑대고 우청아는 토끼니까 체급이 맞지 않잖아. 장시원 오빠가 우청아를 갖고 노는 거라면 절대 가만 안 둬!”사실 소희 본인도 굉장히 모순적이었다. 한편으론 우청아가 그녀와 장시원의 아이를 혼자 데리고 있는 것이 아까워 둘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또 한편으로는 장시원이 우청아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을까 봐 걱정되었다. 장시원의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들 가운데 3개월을 넘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내가 장담할 수 있어!”구택은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나 믿어!”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장시원 오빠가 우청아한테 미안할 짓만 안 하면 나도 끼어들지 않을 거야.”필경 이는 우청아의 문제였기에 그녀가 알아서 잘 처리할 거라고 생각했다.“응, 일단 밥부터 먹자.”“나 먼저 샤워할래.”“그럼 같이해!”구택은 그녀를 안고 욕실로 향하자 그녀는 바로 제지했다.“아니! 그러면 밥부터 먹자.”같이 목욕하면 지각할 게 뻔했는데 그럼 아침을 못 먹을 게 뻔했다. 어젯밤 구택은 만족을 했기에 더 이상 소희를 난처하게 하지 않고 의자에 앉혀 우유를 따라줬다.……아래층우청아가 나왔을 때 식탁 위에 있는 아침을 보고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소희 왔다 갔어요?”“어”“당신을 봤다고요?”“왜? 보면 안 되는 건가?”장시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보았다.우청아는 머리가 굉장히 복잡했다. 아침부터 장시원이 자기 집에 있었고 심지어 자기 목욕가운을 입고 있었기에 틀림없이 소희는 오해했을 것이었다.“그 표정 무슨
하룻밤을 지내도 신경이 엄청나게 쓰였는데 우청아 혼자서 그 긴 시간 동안 요요를 키운 고생을 가히 짐작할 수 없었다. 우청아는 장시원이 갑자기 던진 질문에 멍하니 있다가 대답했다.“습관 돼서 괜찮아요.”“낮에는 출근하고 밤에는 요요 보는 게 시간이 지나면 힘들 거야. 도우미 아주머니를 찾아봐 비용은 내가 지불하지.”“필요 없어요.”우청아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낮에 요요를 볼 수 없으니 저녁에라도 같이 있어 줘야 해요.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어요.”장시원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요요 아빠랑은 언제 헤어졌어? 왜 아빠의 책임을 하나도 지지 않는 거지?”우청아는 샌드위치를 먹으며 눈을 깔았다.“그 사람 얘기 안 하면 안 되나요?”장시원도 답답해서 그 남자를 언급하고 싶지 않았으나 우청아의 이런 모습을 보면 아직도 그 남자에게 미련이 있어 보였다.‘아직도 그 남자를 사랑하나?’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두 사람은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밥을 먹었다. 밥을 다 먹자 주성이 보낸 장시원의 옷이 도착했다.그리고 이경숙 아주머니가 왔을 땐 장시원은 옷을 갈아입고 요요랑 블록을 쌓고 있었다.즐겁게 놀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이경숙 아주머니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우청아가 주방에서 정리를 하는 틈을 타 그녀의 뒤에서 웃으며 말했다.“내가 할 테니까 출근해요.”“안 급해요.”우청아는 웃으면서 식기들을 치웠고 이경숙 아주머니는 옆에 서서 거들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우청아 씨, 장 선생이 요요를 엄청나게 좋아하네요.”“네.”“장 선생은 잘생기고 돈, 명예, 지위 그 어느 하나 부족하지도 않은 데다가 요요도 좋아하니 이는 보기 드문 인연이네요.”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하시자 우청아는 멍했다.“저희는.”“쑥스러워할 필요 없어요. 애를 데리고 시집가는 것도 요즘 세상엔 아무것도 아니고! 잘 생각해 봐요, 혼자서 아이 키우는 게 굉장히 힘들어 보여서 그러니 진심으로 좋은 남자 만났으면 해요.”우청아는 어떻게 설명해야
주성이 차를 몰고 두 사람은 함께 회사 39층에 도착했다. 우청아가 자리에 앉자 하온의 메시지가 왔다.[우청아 씨 어제는 정말 미안했어요. 정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고 앞으로 우청아 씨 귀찮게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저희 어머니께서 병원에 저를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는 걸 알고 우청아 씨 뒷조사를 하셨나 봐요. 어제도 아마 저를 미행하셔서 당신을 찾은 것 같은데 정말 우청아 씨에게 너무 큰 상처를 줘서 면목이 없네요. 미안해요.]우청아는 하온에 대한 인상이 좋았다. 어제 같은 불상사가 있긴 했으나 예의가 바른 사람이었기에 우청아 또한 고심 끝에 답장을 보냈다.[괜찮습니다. 하지만 하온 씨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만나지 않는게 좋을 것 같네요.]그녀는 하온을 탓하지 않았고 그저 서로서로 다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하온 또한 우청아의 뜻을 이해했고 시간이 지나서야 그녀에게 답장을 했다.[우청아 씨가 행복하길 바랄게요.][고마워요.]우청아는 한 가지 일을 해결했다는 사실에 많이 홀가분해졌고 정신을 차리고 일에 몰두했다. 점심시간 거의 될 무렵 우청아는 장시원이 보낸 메시지를 받았다.[점심에 토마토 소갈비랑 탕수육, 나머지는 우청아 씨가 먹고 싶은 걸로]우청아는 주체 못 하고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기 위해 입술을 앙다물었다.[알겠어요.]……두세 날이 지나 우청아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아파트 밑에서 서영을 다시 만났다. 지난번 포스가 철철 흘러 넘쳤던거와 달리 오늘 서영의 태도는 180도로 변했다. 그녀의 손엔 선물이 들려져 있었고 우청아를 보자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다가갔다.“우청아 씨, 이제 퇴근하셨나 봐요.”우청아의 얼굴은 어두워졌다.“저랑 하온 씨는 아무 사이 아니니까 더 이상 찾아오지 마세요.”“그것 때문에 온 거 아니에요!”서영은 바삐 해명했다.“난 그저 우청아 씨에게 그날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사과하러 온 것이에요. 정말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무턱대고 사람을 끌고 와서 소란을 피워
우청아는 서영을 붙잡았다.“이렇게 하실 필요 없으십니다.”“우청아 씨, 정말 방법이 없어서 염치없이 우청아 씨를 찾아왔어요. 하온의 얼굴을 봐서라도 한 번만 도와줘요.”“사장님한테 잘 말해드릴 테니까 앞으로 이성적으로 행동하셨으면 좋겠어요. 설령 하온 씨가 여자친구를 사귀었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하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알아요. 제가 한 행위가 타당하지 않다는 거.”서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후회하였다.“하온의 아버지가 요 며칠 저한테 뭐라 하더니 직접 가서 사과하겠다고 하는 거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내가 온 거예요.”“사장님께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우청아 씨!”“이제 돌아가 보세요.”“이 물건들은 꼭 가져가요.”서영은 가져온 선물을 우청아의 손에 억지로 쥐여주었지만 단호하게 거절하였다.“도로 가져가시지 않으면 부탁은 못 들어줄 것 같네요.”그녀의 말에 서영은 하는 수없이 선물을 도로 가져왔다.“아. 이렇게 마음이 넓은 우청아 씬데 내가 너무 미안하네요.”“돌아가 보세요.”“그럼 사장님께 꼭 잘 말해줘요!”서영은 당부를 하였지만 불안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우청아는 서영이 떠나는 것을 보고 집으로 올라가는 게 아닌 장시원에게 전화를 하였고 전화를 받은 장시원의 목소리는 굉장히 다정했다.“요요가 나 보고 싶다고 합니까?”“아니요.”“그럼 우청아 씨가 나 보고 싶어서?”능글맞게 말하는 장시원에 우청아는 정색하며 말했다.“하온의 어머니가 절 찾아오셨어요.”“왜 또 찾아왔답니까? 괜찮아요?”장시원은 심각하게 물었다.“괜찮아요. 소란 피우러 온 게 아니라 나한테 사과하고 부탁하러 온 거더라고요. 내가 잘 말해주면 일이 해결될 것 같아서 그런가 봐요.”“그렇게 하겠다고 했어요?”장시원의 물음에 우청아는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그런 우청아에 장시원은 갑자기 열이 뻗쳤다.“우청아 씨, 다른 사람이 왜 자꾸 우청아 씨를 괴롭히려고 하는지 알아요? 만만해서 그
우청아는 눈을 깔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나도 용서한 건 아니에요. 하온 씨한테 짐이 되는 여자랑 결혼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가 가고요. 오해로 생긴 일이니 그냥 이 정도로 끝내는 게 좋을 거 같아요.”“그 집 아들이 뭐가 대수라고! 그 여자한테 똑똑히 보여줬어야 했는데 아쉽군. 그 집 아들이 아까운 게 아니라 우청아 씨가 훨씬 아깝다는걸. 그리고 우청아 씨도 자꾸 자기를 깎아내리지 마요. 한 번만 더 그러면 하온 씨 집을 박살을 내버릴 거니까.”우청아는 깜짝 놀랐고 장시원은 말을 이었다.“내 밀착 보조가 아니라 내 회사의 직원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해요. 이 일은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 나한테 맡겨요. 계속 지켜보고 있을 거니까 아마 우청아 씨를 귀찮게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그의 말에 우청아는 안심이 되었다.“장시원 씨!”우청아는 장시원의 이름을 부르곤 한숨을 쉬었다.“그만해요. 하온 씨랑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을까 여기서 끝내줘요.”그러나 장시원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이렇게 해요. 네?”장시원은 갑자기 얌전해졌는데 우청아가 다정하게 말하면 모든 나쁜 기분들이 씻기는 듯 사라졌다. 한참 지나서 장시원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알겠어요. 이번에는 우청아 씨 말 듣도록 하죠.”“고마워요!”“요요랑 놀아요!”장시원은 발코니에 서 있었는데 뭔지 모를 답답함에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녀가 머리를 숙이며 자신한테 말을 하는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더욱 복잡했다. 그가 과거에 우청아를 조금이라도 좋아한다 해도 2년 동안 미움을 많이 샀기에 대체된 지는 오래됐을 것이었다.장시원은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고 뱉으며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우청아를 좋아하지 않기로.……수요일 소희는 출근하여 아침에 할 일들을 미리 어레인지 해 놓은 후 마민영이 배달로 보낸 수많은 디저트들과 아이스크림, 밀크티, 주스를 내려놓았다.미나는 유난히 소희를 좋아하는 민영을 알았기에 아무렇지 않아 보였고 웃으면서 말했다.“이거 다
미나는 머뭇거리며 말했다.“하지만 남자 친구가 좋아하지 않아요. 피임약은 부작용도 있고.”소희는 임구택이 자신에게 준 약을 떠올리며 말했다.“내가 먹는 약이 있긴 한데 부작용도 없다니까 한번 먹어볼래요?”“정말요? 어디 브랜드인데요?”미나는 감격스럽다는 듯 물었다.“나도 잘 몰라요. 집에 가서 사진 찍어서 보내 줄게요.”“좋아요.”미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부작용이 없다니, 너무 좋은데요?”스태프들이 몰려오자 일을 하기 시작했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소희는 임구택이 준 약통을 찾아 사진을 찍어 미나에게 보냈다. [어 저 이거 본 적 있어요! 고마워요, 소희 씨!][괜찮아요.]소희는 한 가지 일이 마음에 걸렸다. 저녁에 임구택과 밥을 먹을 때도 얘기하지 않았다. 이틀이 지나고 소희가 일하고 있는 도중에 미나가 달려오더니 막대사탕 하나를 소희에게 건넸다.소희는 막대사탕을 받으며 물었다.“왜 이렇게 좋아해요?”탁자 위에 엎드려 방긋 웃으며 말하는 미나였다.“생리가 왔어요.”“어머, 잘 됐네!”미나는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이렇게 임신하는 거 두려워할 바엔 평소에 피임 잘해요.”“꼭 할게요.”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사실 임신이 두려운 건 제가 아니라 남자친구예요. 그래서 계속 저한테 압력을 넣는데 그러고 보니 절 그다지 사랑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왜 그렇게 생각해요?”“만약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임신하는 걸 두려워해야 할 게 아니라 임신하기를 바라고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미나는 삐진 어투로 말을 하자 소희가 달랬다.“아마 결혼하지 않아서 그런가 보죠.”“아무 상관없어요. 사귄 지 2년이 지났고 임신하고 결혼하기 딱 좋잖아요.”미나는 속상해하며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그 사람은 절 사랑하지 않거나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사랑하지 않겠죠.”막대사탕이 입에서 사르르 녹자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을 맴돌았다.“참 소희 씨가 추천해 준 약 있잖아요. 제가 여러 약국 다녀보며 물었는데 없더라
책상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이 울렸다. 하영임을 알자 소희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하영 씨.”“아직도 현장인가요?”“네.”“당신같이 글로벌한 유명 디자이너가 그런 곳에 있는 거, 재능 낭비 아닌가요? 진석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야겠네요.”“여기 끝나면 작업실로 돌아갈게요. 그리고 전 어디에 있든지 하영 씨한테 디자인 설계도 늦게 주지 않을 테니까 걱정 말고요.”“제가 왜 소희 씨한테 전화했는지 눈치챘나 봐요.”“이번 가을 디자인 다 나왔으니까 이메일로 보내드릴게요.”“좋아요! 아 참, 강솔씨 돌아왔죠?” “네, 근데 잠깐은 작업실로 돌아가지 않겠다 하더라고요. 예능 프로그램의 예술 감독으로 발탁돼서 한동안 바쁠 겁니다.”“알겠어요. 강솔씨 돌아오면 한 번 모이시죠.”“그래요!”소희는 통화를 끝낸 후 자신이 GK에 보낼 가을 패션 디자인 설계도를 하영에게 보냈다. 오후에는 임구택이 마중을 나왔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자 소희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어디로 가는 거야?”“너 좋아하는 거 먹으러 가.”붉은 노을이 그의 얼굴을 비추자 눈동자는 더욱 빛이 났다. 소희는 익숙한 거리를 보이자 웃음이 절로 났고 임구택은 방고거리의 길가에 차를 멈추더니 소희를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에 도착했을 때, 날이 막 어두워졌고 안에는 여전히 강성대학을 다니는 대학생으로 가득 찼다. 두 사람은 빈자리를 찾아 앉았고 사장님의 눈에 처음으로 띈 사람은 임구택이었고 반가워하며 그들에게 다가왔다.“또 왔어?”그녀는 말을 마치고서야 그녀를 등지고 있는 소희를 보았고, 더욱 놀라워했다.“둘이 함께 오니 보기 좋네.”소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임구택도 웃으며 입을 열었다.“먹던 대로 주세요.”“오케이!”사장님은 친절하게 대답하고 주방으로 갔다. 가게의 등불이 켜지자 알록달록한 장식용 등의 그림자가 소희의 얼굴에 비쳤다. 소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국수 안 좋아하지 않나?”“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뭐야, 내가 늙었다는 거야?”“아마도?”임구택이 진지하게 묻는 모습에 소희가 웃음을 꾹 참으며 대답했다.그리고 그 대답에 임구택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캠퍼스 커플들을 살펴보았다.확실히 그와 다르게 생기발랄한 모습이었다.순간, 임구택의 얼굴색은 더욱 어두워졌다.“그럼 당신도 내가 늙었다고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니겠지?”“그럴 리가. 비록 당신이 저 아이들보다는 늙었지만 멋있잖아.”웃음기가 가득 찬 소희의 눈빛에 화가 난 임구택이 저도 모르게 웃음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그윽하게 소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정말 내가 늙었다고 생각해?”“아니! 농담이야.”소희가 듣더니 바로 진지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에 임구택이 미소를 드러내며 말했다.“아무리 농담이라고 해도 대가를 치러야 해.”“주문하신 국수 나왔습니다!”그런데 이때, 마침 주인 아주머니가 국수를 들고 와서는 웃으며 말했고, 소희가 보더니 바로 화제를 돌렸다.“일단 국수부터 먹자.”국수의 맛은 예전 그대로였다.소희는 조용히 국수를 먹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임구택을 바라보았다. 마침 임구택도 소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를 쳐다보고 있는 두 사람의 눈에는 모두 잃었던 보물을 다시 찾아낸 후의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오랜 세월이 지난 후 다시 함께 추억 속의 장소로 올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안도감.국수를 다 먹고 두 사람은 함께 시끌벅적한 방고 거리를 걸었다. 날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고, 방고 거리 전체가 어느새 밝고 오색찬란한 불빛에 휩싸여 있었다.임구택이 소희의 손을 잡고 붐비는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막대사탕 하나를 꺼내 소희에게 건네주었다.“뭐야, 언제 샀어?”“당신 데리러 가는 길에.”2년 전에도 임구택은 매번 소희와 방고 거리를 올 때마다 사탕을 미리 준비해 소희에게 주곤 했었다.소희가 웃으며 사탕 종이를 까고 사탕을 입에 넣었다.그리고 그러는 소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임구택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어정으로 돌아가 볼래?”소희가 듣더니 순간 발길을 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