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청아는 서영을 붙잡았다.“이렇게 하실 필요 없으십니다.”“우청아 씨, 정말 방법이 없어서 염치없이 우청아 씨를 찾아왔어요. 하온의 얼굴을 봐서라도 한 번만 도와줘요.”“사장님한테 잘 말해드릴 테니까 앞으로 이성적으로 행동하셨으면 좋겠어요. 설령 하온 씨가 여자친구를 사귀었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하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알아요. 제가 한 행위가 타당하지 않다는 거.”서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후회하였다.“하온의 아버지가 요 며칠 저한테 뭐라 하더니 직접 가서 사과하겠다고 하는 거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내가 온 거예요.”“사장님께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우청아 씨!”“이제 돌아가 보세요.”“이 물건들은 꼭 가져가요.”서영은 가져온 선물을 우청아의 손에 억지로 쥐여주었지만 단호하게 거절하였다.“도로 가져가시지 않으면 부탁은 못 들어줄 것 같네요.”그녀의 말에 서영은 하는 수없이 선물을 도로 가져왔다.“아. 이렇게 마음이 넓은 우청아 씬데 내가 너무 미안하네요.”“돌아가 보세요.”“그럼 사장님께 꼭 잘 말해줘요!”서영은 당부를 하였지만 불안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우청아는 서영이 떠나는 것을 보고 집으로 올라가는 게 아닌 장시원에게 전화를 하였고 전화를 받은 장시원의 목소리는 굉장히 다정했다.“요요가 나 보고 싶다고 합니까?”“아니요.”“그럼 우청아 씨가 나 보고 싶어서?”능글맞게 말하는 장시원에 우청아는 정색하며 말했다.“하온의 어머니가 절 찾아오셨어요.”“왜 또 찾아왔답니까? 괜찮아요?”장시원은 심각하게 물었다.“괜찮아요. 소란 피우러 온 게 아니라 나한테 사과하고 부탁하러 온 거더라고요. 내가 잘 말해주면 일이 해결될 것 같아서 그런가 봐요.”“그렇게 하겠다고 했어요?”장시원의 물음에 우청아는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그런 우청아에 장시원은 갑자기 열이 뻗쳤다.“우청아 씨, 다른 사람이 왜 자꾸 우청아 씨를 괴롭히려고 하는지 알아요? 만만해서 그
우청아는 눈을 깔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나도 용서한 건 아니에요. 하온 씨한테 짐이 되는 여자랑 결혼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가 가고요. 오해로 생긴 일이니 그냥 이 정도로 끝내는 게 좋을 거 같아요.”“그 집 아들이 뭐가 대수라고! 그 여자한테 똑똑히 보여줬어야 했는데 아쉽군. 그 집 아들이 아까운 게 아니라 우청아 씨가 훨씬 아깝다는걸. 그리고 우청아 씨도 자꾸 자기를 깎아내리지 마요. 한 번만 더 그러면 하온 씨 집을 박살을 내버릴 거니까.”우청아는 깜짝 놀랐고 장시원은 말을 이었다.“내 밀착 보조가 아니라 내 회사의 직원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해요. 이 일은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 나한테 맡겨요. 계속 지켜보고 있을 거니까 아마 우청아 씨를 귀찮게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그의 말에 우청아는 안심이 되었다.“장시원 씨!”우청아는 장시원의 이름을 부르곤 한숨을 쉬었다.“그만해요. 하온 씨랑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을까 여기서 끝내줘요.”그러나 장시원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이렇게 해요. 네?”장시원은 갑자기 얌전해졌는데 우청아가 다정하게 말하면 모든 나쁜 기분들이 씻기는 듯 사라졌다. 한참 지나서 장시원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알겠어요. 이번에는 우청아 씨 말 듣도록 하죠.”“고마워요!”“요요랑 놀아요!”장시원은 발코니에 서 있었는데 뭔지 모를 답답함에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녀가 머리를 숙이며 자신한테 말을 하는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더욱 복잡했다. 그가 과거에 우청아를 조금이라도 좋아한다 해도 2년 동안 미움을 많이 샀기에 대체된 지는 오래됐을 것이었다.장시원은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고 뱉으며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우청아를 좋아하지 않기로.……수요일 소희는 출근하여 아침에 할 일들을 미리 어레인지 해 놓은 후 마민영이 배달로 보낸 수많은 디저트들과 아이스크림, 밀크티, 주스를 내려놓았다.미나는 유난히 소희를 좋아하는 민영을 알았기에 아무렇지 않아 보였고 웃으면서 말했다.“이거 다
미나는 머뭇거리며 말했다.“하지만 남자 친구가 좋아하지 않아요. 피임약은 부작용도 있고.”소희는 임구택이 자신에게 준 약을 떠올리며 말했다.“내가 먹는 약이 있긴 한데 부작용도 없다니까 한번 먹어볼래요?”“정말요? 어디 브랜드인데요?”미나는 감격스럽다는 듯 물었다.“나도 잘 몰라요. 집에 가서 사진 찍어서 보내 줄게요.”“좋아요.”미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부작용이 없다니, 너무 좋은데요?”스태프들이 몰려오자 일을 하기 시작했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소희는 임구택이 준 약통을 찾아 사진을 찍어 미나에게 보냈다. [어 저 이거 본 적 있어요! 고마워요, 소희 씨!][괜찮아요.]소희는 한 가지 일이 마음에 걸렸다. 저녁에 임구택과 밥을 먹을 때도 얘기하지 않았다. 이틀이 지나고 소희가 일하고 있는 도중에 미나가 달려오더니 막대사탕 하나를 소희에게 건넸다.소희는 막대사탕을 받으며 물었다.“왜 이렇게 좋아해요?”탁자 위에 엎드려 방긋 웃으며 말하는 미나였다.“생리가 왔어요.”“어머, 잘 됐네!”미나는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이렇게 임신하는 거 두려워할 바엔 평소에 피임 잘해요.”“꼭 할게요.”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사실 임신이 두려운 건 제가 아니라 남자친구예요. 그래서 계속 저한테 압력을 넣는데 그러고 보니 절 그다지 사랑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왜 그렇게 생각해요?”“만약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임신하는 걸 두려워해야 할 게 아니라 임신하기를 바라고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미나는 삐진 어투로 말을 하자 소희가 달랬다.“아마 결혼하지 않아서 그런가 보죠.”“아무 상관없어요. 사귄 지 2년이 지났고 임신하고 결혼하기 딱 좋잖아요.”미나는 속상해하며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그 사람은 절 사랑하지 않거나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사랑하지 않겠죠.”막대사탕이 입에서 사르르 녹자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을 맴돌았다.“참 소희 씨가 추천해 준 약 있잖아요. 제가 여러 약국 다녀보며 물었는데 없더라
책상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이 울렸다. 하영임을 알자 소희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하영 씨.”“아직도 현장인가요?”“네.”“당신같이 글로벌한 유명 디자이너가 그런 곳에 있는 거, 재능 낭비 아닌가요? 진석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야겠네요.”“여기 끝나면 작업실로 돌아갈게요. 그리고 전 어디에 있든지 하영 씨한테 디자인 설계도 늦게 주지 않을 테니까 걱정 말고요.”“제가 왜 소희 씨한테 전화했는지 눈치챘나 봐요.”“이번 가을 디자인 다 나왔으니까 이메일로 보내드릴게요.”“좋아요! 아 참, 강솔씨 돌아왔죠?” “네, 근데 잠깐은 작업실로 돌아가지 않겠다 하더라고요. 예능 프로그램의 예술 감독으로 발탁돼서 한동안 바쁠 겁니다.”“알겠어요. 강솔씨 돌아오면 한 번 모이시죠.”“그래요!”소희는 통화를 끝낸 후 자신이 GK에 보낼 가을 패션 디자인 설계도를 하영에게 보냈다. 오후에는 임구택이 마중을 나왔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자 소희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어디로 가는 거야?”“너 좋아하는 거 먹으러 가.”붉은 노을이 그의 얼굴을 비추자 눈동자는 더욱 빛이 났다. 소희는 익숙한 거리를 보이자 웃음이 절로 났고 임구택은 방고거리의 길가에 차를 멈추더니 소희를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에 도착했을 때, 날이 막 어두워졌고 안에는 여전히 강성대학을 다니는 대학생으로 가득 찼다. 두 사람은 빈자리를 찾아 앉았고 사장님의 눈에 처음으로 띈 사람은 임구택이었고 반가워하며 그들에게 다가왔다.“또 왔어?”그녀는 말을 마치고서야 그녀를 등지고 있는 소희를 보았고, 더욱 놀라워했다.“둘이 함께 오니 보기 좋네.”소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임구택도 웃으며 입을 열었다.“먹던 대로 주세요.”“오케이!”사장님은 친절하게 대답하고 주방으로 갔다. 가게의 등불이 켜지자 알록달록한 장식용 등의 그림자가 소희의 얼굴에 비쳤다. 소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국수 안 좋아하지 않나?”“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뭐야, 내가 늙었다는 거야?”“아마도?”임구택이 진지하게 묻는 모습에 소희가 웃음을 꾹 참으며 대답했다.그리고 그 대답에 임구택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캠퍼스 커플들을 살펴보았다.확실히 그와 다르게 생기발랄한 모습이었다.순간, 임구택의 얼굴색은 더욱 어두워졌다.“그럼 당신도 내가 늙었다고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니겠지?”“그럴 리가. 비록 당신이 저 아이들보다는 늙었지만 멋있잖아.”웃음기가 가득 찬 소희의 눈빛에 화가 난 임구택이 저도 모르게 웃음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그윽하게 소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정말 내가 늙었다고 생각해?”“아니! 농담이야.”소희가 듣더니 바로 진지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에 임구택이 미소를 드러내며 말했다.“아무리 농담이라고 해도 대가를 치러야 해.”“주문하신 국수 나왔습니다!”그런데 이때, 마침 주인 아주머니가 국수를 들고 와서는 웃으며 말했고, 소희가 보더니 바로 화제를 돌렸다.“일단 국수부터 먹자.”국수의 맛은 예전 그대로였다.소희는 조용히 국수를 먹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임구택을 바라보았다. 마침 임구택도 소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를 쳐다보고 있는 두 사람의 눈에는 모두 잃었던 보물을 다시 찾아낸 후의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오랜 세월이 지난 후 다시 함께 추억 속의 장소로 올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안도감.국수를 다 먹고 두 사람은 함께 시끌벅적한 방고 거리를 걸었다. 날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고, 방고 거리 전체가 어느새 밝고 오색찬란한 불빛에 휩싸여 있었다.임구택이 소희의 손을 잡고 붐비는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막대사탕 하나를 꺼내 소희에게 건네주었다.“뭐야, 언제 샀어?”“당신 데리러 가는 길에.”2년 전에도 임구택은 매번 소희와 방고 거리를 올 때마다 사탕을 미리 준비해 소희에게 주곤 했었다.소희가 웃으며 사탕 종이를 까고 사탕을 입에 넣었다.그리고 그러는 소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임구택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어정으로 돌아가 볼래?”소희가 듣더니 순간 발길을 멈
성연희가 순간 동작을 멈추었다. 그러다 한참 고민하더니 결국 몸을 돌려 거실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소파에 앉아 늠름한 표정으로 임구택을 쳐다보며 물었다.“말씀해 보시죠, 어떻게 내가 없는 틈을 타서 소희를 꼬셨는지?”덩달아 맞은편 소파에 앉은 임구택이 침착하고 여유롭게 대답했다.“소희는 내 집사람입니다.”성연희가 듣더니 바로 비웃음을 터뜨렸다.“집사람? 소희와 이혼할 생각이었던 거 아니었어요? 질렸다면서요?”“그건 오해였습니다.”“아니요! 그건 오해가 아니라 그쪽이 애초부터 소희를 믿지 않았던 거죠!”“앞으로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정말이에요?”되묻고 있는 성연희의 목소리에는 한기가 섞여 있었다.“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또 장은서, 이은서가 나타나 소희가 다른 목적을 품고 그쪽한테 접근한 거라고 하면, 또 소희를 버릴 건 아니고요?”“절대 버리지 않습니다.”임구택의 눈빛은 확고했다.하지만 성연희는 오히려 화를 내며 소리쳤다.“남자들은 항상 그런 듣기 좋은 말로 여자들을 속죠. 그리고 소희만 바보같이 그쪽이 한 듣기 좋은 말에 넘어가고!”성연희가 말하다 갑자기 고개를 돌려 소희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여전히 노여움이 가득 찬 표정으로 소희를 질책했다.“너 전에 나한테 뭐라고 약속했는지 잊었어? 다시는 임구택한테 돌아가지 않을 거라며! 다시는 임구택을 사랑하지 않을 거라며! 그런데 저 자식이 듣기 좋은 말로 몇 번 달랬다고 바로 쫄래쫄래 돌아간 거야? 그런 거냐고!”옆에서 듣고 있던 임구택의 안색이 순간 가라앉았다.“연희 씨, 지난 2년 동안 연희 씨가 줄곧 소희를 챙겨줬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나한테 불만이 많은 것도 당연한 거고. 나를 욕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욕하세요, 달갑게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나한테만 화를 내요, 소희한테 뭐라 하지 말고.”“허! 이제 와서 마음이 아픈 거예요? 소희가 전에 상처투성이가 되어 하마터면 죽을 뻔했을 때 그쪽은 어디에 있었죠? 소희가 눈이 멀어 앞이
임구택이 자리에서 일어난 후 다시 성연희를 바라보았다.“연희 씨, 화를 가라앉히고 소희와 이야기를 나눴으면 해요, 소희에겐 아무런 잘못도 없으니까. 나와 소희가 다시 합치게 되는 건 단지 시간 문제였어요. 난 한 번도 소희를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없었거든요, 포기하지도 않을 거고요.”말을 마친 후 임구택은 바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소희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성연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화내고 싶으면 나한테 화풀이를 해. 네 말이 맞아, 내가 마음이 약해졌어.”“너희 두 사람이 한마음 한 뜻이고, 내가 오히려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 사람인 거잖아, 안 그래?”“연희야!”“잠깐!”성연희가 문득 무엇이 생각났는지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물었다.“임구택이 방금 옆집에 있을 거라고 했던 게 무슨 뜻이야?”“구택 씨가 내 옆집을 샀어, 지금 내 이웃인 거고. 참, 이 집도 구택 씨가 샀어.”소희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덤덤하게 대답했다.그러자 성연희가 미간을 찌푸리고 냉소를 드러냈다.“허! 그래서, 그것 때문에 감동했어?”소희가 성연희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그러고는 맑고 평온한 눈빛으로 성연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연희야, 너도 사랑을 누구보다 더 중히 여기는 사람이잖아. 너 전에 명성 씨와 헤어지게 되면 평생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했던 거, 기억나? 나도 그래.”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던 성연희는 소희의 말에 순간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그러다 한참 후 숨을 깊게 한번 들이마시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난 네가 이렇게 쉽게 임구택과 화해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네가 너무 불쌍하다고!”“구택 씨가 나의 옆집으로 이사 왔다는 일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사실 구택 씨가 나를 위해 많은 일을 했어. 처음엔 나도 이미 헤어진 판에 다시는 돌아가지 말자고 다짐했어. 하지만 연희야, 난 나 자신을 속일 수가 없어. 구택 싸와 함께 있을 때마다 난 너무 행복해.”소희의 맑은 눈동자를 보며 성
“알았어, 그럼 다른 말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게. 다만 그 자식이 또 너에게 상처를 준다면 난 목숨 걸고 그 자식한테 복수할 거야.”성연희가 여전히 화난 말투로 말했다.그런데 이때, 소희의 휴대폰이 울렸다.임구택의 메시지였다.[내가 가서 연희 씨와 잘 얘기해 볼까?]“그 자식이야? 뭐라는데?”성연희가 소희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묻자 소희가 임구택이 보내온 메시지를 성연희에게도 보여 주었다.그리고 성연희가 보더니 바로 휴대폰을 앗아가 임구택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소희는 그쪽 말보다 내 말을 더 잘 들어요. 그쪽을 버리겠다는데요?”소희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연희야! 그런 장난을 치면 어떡해?”“왜, 내가 널 그 자식한테 줬는데, 장난도 못 쳐?”그런데 이때, 성연희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현관 문이 열렸고, 임구택이 성큼성큼 들어와서는 긴장한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았다.이에 소희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며 미소를 지었다.“연희가 농담한 거야.”임구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소희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그윽한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고개 숙여 키스했다.“엄마야!”임구택의 뜬금없는 동작에 성연희가 놀라서 바로 소파에서 일어섰다.“임구택 씨, 지금 일부러 나한테 시위를 하는 겁니까?”임구택이 다시 한번 소희의 입술에 소리를 내며 뽀뽀하고는 천천히 고개 돌려 성연희를 쳐다보았다.“소희에 대한 나의 결심을 봤죠? 나한테 불만이 있으면 화가 풀릴 때까지 실컷 욕하면서 화풀이를 해요, 소희를 가지고 나한테 장난치지 말고.”심한 집착이 섞여 있는 임구택의 눈빛에 성연희는 순간 할 말을 잃게 되었다. 그러다 한참 후에야 다시 임구택을 향해 입을 열었다.“그래요, 한 번만 더 믿고 소희를 그쪽한테 맡길 게요. 다만 또 소희를 괴롭히거나 소희한테 상처를 줬다간…….”말하고 있던 성연희는 갑자기 목이 메이더니 눈시울마저 붉어졌다.“난 절대 그쪽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걱정 마요, 난 연희 씨보다 더 소희가 상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