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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1화 임신 안 해서 실망했어요?

나른한 여은진의 목소리에 달뜬 숨소리가 섞여 있었다.

그녀는 손으로 가볍게 원이림을 밀어냈다.

“그거 해요.”

이마에 시퍼런 핏줄이 불끈 솟아 있는 원이림은 새카만 눈동자로 바라보며 애꿎고도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여보, 나 당신 여기 데려온 건 처음이라 그거 준비 안 했는데. 내일 나가서 사 올게. 그렇지만 오늘은...”

원이림은 지금 몹시 괴로웠다.

고혹스럽기 짝이 없는 여은진을 그는 유난히도 그윽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장탄했는데 쏘지 않으면 난 급사해 버릴지도 몰라. 여보...”

결국 여은진은 마음이 누그러져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며칠 후, 여은진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원이림이 손가락을 꼽아가며 그녀의 생리 날짜를 세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몰래 임신 테스트기를 사서 숨겨 놓기까지 하고, 그녀가 먹는 음식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눈치였다.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녔다. 마치 그녀가 꼭 임신할 것처럼 굴었다.

같이 원이림의 고향에 갔을 때를 빼면 매번 피임을 놓치지 않고 하였는데, 설마...

여은진은 문득 한 가지 추측이 떠올랐다.

밤이 되자, 그녀는 남자를 추궁했다.

“저번에 당신 고향 갔을 때 말이에요. 당신이 술에 취한 날. 그날 준비 안 했다는 거 거짓말이었죠? 애초에 나 임신시키려고 했던 거 아니에요?”

그녀가 잔뜩 가라앉은 낯빛으로 노려보며 따지고 들자 원이림은 대뜸 나른한 자세로 대응했다.

“여보...”

말꼬리를 길게 끌며, 그것도 덩치가 산만 한 장신의 남자가 애교를 부리는 꼴은 참 볼만했다.

하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은 여은진은 화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니 원이림도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진지한 태도를 갖추며 설명했다.

“나 그날 진짜 취했어. 정말 사전에 준비할 생각을 못 했다고. 그리고 나 이튿날에 사 왔잖아.”

그 이튿날에 원이림이 사 오긴 했었다. 그것도 박스째로.

버젓이 박스 하나를 안고 들어올 때 여은진은 적지 않게 놀랐다. 뭐 하러 이렇게 많이나 사 왔냐고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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