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목적을 이룬 남자의 의기양양한 모습과 노부인의 탄식하는 모습을 보며 윤슬은 화가 나서 부시혁을 한번 노려보았다.그리고 노부인의 손을 다독이며 위로하는 미소를 지었다.“할머니, 시혁 씨 말 듣지 마세요. 절 친손녀로 생각하지 못한다면, 그냥 손녀라고 생각하시면 되잖아요. 그럼 저랑 시혁 씨의 관계에도 영향 없어요. 어떤 시어머니들은 자기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아들과 며느리의 부부 관계는 여전해요. 그러니까, 할머니도 그냥 절 손녀라고 생각하세요. 그렇다고 절 진짜 손녀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잖아요.”“그래요,
“저도 할머니처럼 류 대표를 쫓아냈어요.”윤슬은 이렇게 말하면서 입을 가리고 웃었다.그러자 노부인과 장씨 아주머니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쫓아냈다고?”노부인은 윤슬을 쳐다보며 물었다.“정말?”“네!”윤슬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뭔가 생각 났는지, 핸드폰을 꺼내고 인터넷에 올려진 영상을 노부인에게 보여주었다.“이것 보세요.”“어디 보자.”노부인은 핸드폰을 들었다.그러자 옆에 있는 장씨 아주머니가 얼른 안경을 가져왔다.노부인은 안경을 쓰고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았다.그러자 영상 속에 경비한테 끌려나간 류진영을
노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약속이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다.오래오래 살겠다고 약속했지만, 과연 오래 살 수 있을까?노부인에게 남겨진 시간이 고작 이년이란 걸 알면서도 부시혁이 다시 나아지질 거란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런 방법으로 자신을 속여야 했다.장씨 아주머니도 노부인이 나아질 거라고 자신을 속였다.물론 노부인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노부인 자신을 속이는 게 아니라 윤슬과 장씨 아주머니를 속였다.다들 부인이 얼마 살지 못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약속으로 자신을
부시혁은 한참이나 윤슬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시선이 너무 뜨거워서 윤슬은 무시하고 싶어도 잘 안 되었다.그러자 장씨 아주머니가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노 부인, 어서 보세요. 도련님 들어오시자마자 윤슬 씨만 쳐다보고 있네요. 우리 두 늙은이는 도련님 눈에도 안 들어가나 봐요.”“그러게. 뭐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 한쪽은 아름다운 자기의 애인이고 한쪽은 머리가 하얀 늙은인데. 생각하지 않아도 누굴 봐야 할지 잘 알잖아.”노부인은 찻잔을 들어 올리고 눈을 가늘게 뜨며 맞은편에 어울리는 두 남녀를 쳐다보았다.윤슬은 노부인과 장
“아무것도 안 봤어.”부시혁은 이렇게 대답하면서 시선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그러자 윤슬은 더욱 화가 났다.‘이 뻔뻔한 남자가 정말. 아무것도 안 봤다고? 그럼 시선이라도 좀 돌리던가! 대놓고 보고 있으면서 지금 아무것도 안 봤다고? 정말 뻔뻔하다!’“부시혁!”윤슬은 언성을 높이고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그러자 부시혁은 눈을 깜박이며 그녀에게 물었다.“왜?”윤슬의 입꼬리가 움찔했다.‘왜? 지금 나한테 왜라고 한 거야?’“당장 그 시선 안 치워요? 함부로 보지 마요!”윤슬은 빨개진 얼굴로 이렇게 소리쳤다.하지만
부시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윤슬을 쳐다보았다.그러자 윤슬은 입을 한번 꾹 다물다가 대답했다.“할머니라서 동의한 거예요. 당신이라면 어림도 없어요.”부시혁은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알아. 우리 단풍이가 제일 착한 거. 마침 방도 다 마련됬으니까, 가기만 하면 돼. 그리고 거기가 왜 커졌는지도 내가 알려줄게.”말을 마친 부시혁은 윤슬이 정신 차리기도 전에 그녀를 안아 들고 앞으로 걸어갔다.두 사람의 방음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몇 걸음 가지 않아, 드디어 정신을 차린 윤슬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부시혁을 보았다.“뭐 하는
윤슬의 눈빛이 달라지면서 한참 동안 아무 말없자, 부시혁은 그녀의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이제 알겠지?”윤슬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알면 뭐 어때요? 할머니가 상관없다고 해도, 제가 신경 쓰여서 안 돼요.”“왜?”부시혁은 이마를 찌푸리며 윤슬을 쳐다보았다.그러자 윤슬은 입술을 꼭 깨물더니, 입을 열었다.“제 영역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약간 낯 간지러워요.”‘그렇구나.’남자는 웃으며 말했다.“여기도 네 영역이야. 넌 부씨 가문의 여주인이 될 사람이야. 그렇다면 여긴 당연히 네 영역이지. 그러니
이 말을 들은 장씨 아주머니는 웃으며 걸음을 멈추었다.“그렇겠네요. 내 정신 좀 봐. 그걸 생각 못 했네요. 어젯밤에 힘들었으니까, 지금까지 안 나온 거겠죠.”“그러니까 그냥 자게 내버려둬.”노부인은 장씨 아주머니를 잡으며 말했다.그러나 장씨 아주머니는 곧 아쉬운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오늘 도련님과 윤슬 씨랑 같이 아침 먹는 걸 기대하셨잖아요.”“괜찮아.”노부인은 개의치 않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아침은 같이 못 먹었지만, 아직 점심이 있잖아. 원래는 아침만 먹고 그냥 갔을 텐데, 이렇게 되면 점심까지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