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봤어.”부시혁은 이렇게 대답하면서 시선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그러자 윤슬은 더욱 화가 났다.‘이 뻔뻔한 남자가 정말. 아무것도 안 봤다고? 그럼 시선이라도 좀 돌리던가! 대놓고 보고 있으면서 지금 아무것도 안 봤다고? 정말 뻔뻔하다!’“부시혁!”윤슬은 언성을 높이고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그러자 부시혁은 눈을 깜박이며 그녀에게 물었다.“왜?”윤슬의 입꼬리가 움찔했다.‘왜? 지금 나한테 왜라고 한 거야?’“당장 그 시선 안 치워요? 함부로 보지 마요!”윤슬은 빨개진 얼굴로 이렇게 소리쳤다.하지만
부시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윤슬을 쳐다보았다.그러자 윤슬은 입을 한번 꾹 다물다가 대답했다.“할머니라서 동의한 거예요. 당신이라면 어림도 없어요.”부시혁은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알아. 우리 단풍이가 제일 착한 거. 마침 방도 다 마련됬으니까, 가기만 하면 돼. 그리고 거기가 왜 커졌는지도 내가 알려줄게.”말을 마친 부시혁은 윤슬이 정신 차리기도 전에 그녀를 안아 들고 앞으로 걸어갔다.두 사람의 방음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몇 걸음 가지 않아, 드디어 정신을 차린 윤슬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부시혁을 보았다.“뭐 하는
윤슬의 눈빛이 달라지면서 한참 동안 아무 말없자, 부시혁은 그녀의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이제 알겠지?”윤슬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알면 뭐 어때요? 할머니가 상관없다고 해도, 제가 신경 쓰여서 안 돼요.”“왜?”부시혁은 이마를 찌푸리며 윤슬을 쳐다보았다.그러자 윤슬은 입술을 꼭 깨물더니, 입을 열었다.“제 영역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약간 낯 간지러워요.”‘그렇구나.’남자는 웃으며 말했다.“여기도 네 영역이야. 넌 부씨 가문의 여주인이 될 사람이야. 그렇다면 여긴 당연히 네 영역이지. 그러니
이 말을 들은 장씨 아주머니는 웃으며 걸음을 멈추었다.“그렇겠네요. 내 정신 좀 봐. 그걸 생각 못 했네요. 어젯밤에 힘들었으니까, 지금까지 안 나온 거겠죠.”“그러니까 그냥 자게 내버려둬.”노부인은 장씨 아주머니를 잡으며 말했다.그러나 장씨 아주머니는 곧 아쉬운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오늘 도련님과 윤슬 씨랑 같이 아침 먹는 걸 기대하셨잖아요.”“괜찮아.”노부인은 개의치 않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아침은 같이 못 먹었지만, 아직 점심이 있잖아. 원래는 아침만 먹고 그냥 갔을 텐데, 이렇게 되면 점심까지 있을
하지만 사실은 유신우가 윤슬한테 독을 먹여서 윤슬이 그 아이를 지운 것이다.비록 이 사실을 모르지만, 노부인은 윤슬을 탓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해했다.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었다.만약 그 아이가 태어났다면 노부인이 죽기 전에 증손자를 볼 수 있을 지도 모르니까.그리고 저세상에 가서 자기 남편한테 증손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주고 싶었다.‘아쉽지만, 다 운명이야. 난 증손자를 못 보게 되어있어.’“이게 다 그 빌어먹을 고유나 때문이에요. 그렇지 않았다면 도련님과 윤슬 씨가 이렇게 많은 어려움을 겪을 필요 없었을 텐데. 어
그 어떤 선생을 찾아도 왕수란을 가르치지 못하자, 결국 노부인도 왕수란을 귀부인으로 만들 생각을 포기하고 말았다.어쨌든 왕수란이 일을 벌이지 않고 부씨 가문을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는다면 노부인은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노부인의 이런 작은 소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왕수란은 얌전히 있을 성격이 아니었다.아니나 다를까, 왕수란이 사고치고 웃음거리가 되고, 혹은 거금을 들여 쓰레기를 샀다는 둥 여러 가지 소문이 노부인 귀에 자주 들어왔다.한마디로 말하자면 노부인은 왕수란이 저지른 일 때문에 매일 머리가 지끈거렸다.이것이
노부인은 화가 나서 손을 부들부들 떨며 왕수란을 가리켰다.하지만 왕수란은 속으로 못마땅하기만 했다.그녀는 오늘 자기의 옷차림이 무척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노부인은 보기 싫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부씨 가문한테 망신을 주는 거라고 했다.이 말을 들은 왕수란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왕수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노부인이 어찌 그녀의 생각을 모르겠는가?그래서 노부인은 관자놀이를 누르며 말했다.“됐어. 네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입었는지 모르겠지만 돌아가서 당장 갈아입어.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혼자서 스타일링하지
그래서 온갖 방법을 다 사용해서 시혁이랑 화해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거야. 시혁이한테 연락이 안 되니까, 주변 사람한테 연락한 거고. 그리고 그들이 첫 번째로 찾은 사람이 바로 나다.”“네?”왕수란이 경악했다.“제가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라고요?”“아니. 넌 두 번째도 아니야.”노부인은 싸늘하게 이 한마디를 내뱉었다.그러자 왕수란의 표정이 굳어졌다.“두 번째도 아니라고요?”노부인은 부정하지 않고 그저 턱을 한번 들어올렸다.왕수란은 콩알만 한 눈을 몇 번 깜박이더니, 순간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그럼 류씨 가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