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온갖 방법을 다 사용해서 시혁이랑 화해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거야. 시혁이한테 연락이 안 되니까, 주변 사람한테 연락한 거고. 그리고 그들이 첫 번째로 찾은 사람이 바로 나다.”“네?”왕수란이 경악했다.“제가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라고요?”“아니. 넌 두 번째도 아니야.”노부인은 싸늘하게 이 한마디를 내뱉었다.그러자 왕수란의 표정이 굳어졌다.“두 번째도 아니라고요?”노부인은 부정하지 않고 그저 턱을 한번 들어올렸다.왕수란은 콩알만 한 눈을 몇 번 깜박이더니, 순간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그럼 류씨 가문이
왕수란이 제일 신경 쓰는 건 바로 자기 아들, 부민혁이었다.윤슬이 자기 아들을 압박할 거란 말을 들으니, 갑자기 테이블을 탁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그러기만 해 봐! 전 시혁이의 엄마예요. 저랑 민혁이를 괴롭히면 사람들한테 손가락질당할 거예요.”그러자 노부인이 냉소를 지었다.“넌 시혁이 생모가 아닌 계모야. 확실히 시혁이를 잘 챙기고 사랑도 주긴 했지만, 넌 윤슬한테 한 번도 잘해주지 않았잖아. 그런데 윤슬이 왜 널 존중하고 너한테 잘해주는 거지? 네가 윤슬이라고 생각해 봐. 시어머니가 널
왕수란을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다가 결국에는 체념한 듯 손을 놓았다.“어차피 시혁이도 그랬어요. 윤슬이 사택에 들어올 일은 없을 거라고. 잘 됬네요. 저도 꼴 보기 싫었는데. 같이 안 살면 매일 볼 필요 없으니까, 제 신경을 건드릴 일도 없겠네요.”왕수란은 자기가 윤슬을 무서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억지부리고 있다. 그리고 그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노부인은 그저 왕수란이 사서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왕수란이 이해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아무래도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왕수란의 통통한 얼굴에는 자랑스러운 기색으로 가득했다.“그래도 몇 년이 지났는데, 아무것도 못 배운 건 아니에요. 적어도 눈치는 볼 줄 알아요.”“그래, 계속 유지해.”노부인은 드디어 좋은 얼굴로 왕수란을 쳐다보았다.왕수란은 노부인의 인정에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어머님 칭찬, 정말 처음 들어요. 흑…….”왕수란은 너무 감동해서 울먹거리기 시작했다.그런 왕수란의 반응에 어쩌다 좋아진 노부인의 기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짜증 난 얼굴로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멍청한 짓을 했는데, 내가 어떻게 널 칭찬하겠
왕수란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어머님. 절대로 간섭 안 할게요, 진짜. 문 닫고 다른 사람 일은 물어보지도 않겠습니다.”왕수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어머님, 저 먼저 돌아갈게요. 돌아가서 이수연 그 여자를 손 좀 봐주려고요. 그 여자 때문에 제가 큰코다칠 뻔했잖아요.”말을 마친 왕수란은 흉악한 표정으로 기세등등하게 가버렸다.노부인은 그저 체념한 듯 고개를 저을 뿐, 왕수란을 말릴 뜻은 전혀 없었다.왕수란이 류씨 가문의 트집을 잡는 행동에 노부인은 반대하지 않았다.아무래도 류씨 가문이 한 짓들이 너무나
부시혁이 윤슬 앞에 막아서면서 지켜주자, 왕수란은 질투가 나면서도 화가 났다.어머니인 자기조차 부시혁에게 이런 보호를 받은 적 없었다는 게 질투 났고, 아직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마치 자기가 뭘 할지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행동하는 부시혁 때문에 화가 났다.‘아무래도 엄마인데, 날 이렇게 못 믿는 거야?’이 생각에 왕수란은 원망하는 눈빛으로 부시혁을 쳐다보았다.부시혁은 왕수란이 무슨 생각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는 그저 이마를 찌푸리고 왕수란에게 물었다.“여긴 무슨 일로 오신 거죠? 언제 오셨어요?”왕수란은 시무룩하게
부시혁은 입술을 한번 꾹 다물었다.“하지만 방금 일부러 널 무시하고 지나갔잖아. 널 존중하지 않는 기분이 들었어.”“상관없어요.”윤슬은 개의치 않다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거렸다.“차라리 절 무시하고 가는 게 나아요. 그렇지 않으면 절 노려보면서 이상한 소리 할 거 아니에요. 무시당하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저도 딱히 말하고 싶지 않았거든요.”여기까지 말한 윤슬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떠보는 식으로 남자를 쳐다보며 물었다.“제가 당신 어머니한테 너무 무례하다는 생각 안 들어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체념한 듯
남자는 윤슬의 반응에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왜 그래?”윤슬의 입꼬리가 움찔했다.‘왜 그래? 이 남자, 지금 나한테 왜 그러냐고 묻는 거야?’윤슬이 대답하지 않자, 부시혁은 손을 내밀고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끌어내리려고 했다.“왜 얼굴을 가리고 있어? 숨 막히지도 않아? 자, 얼른 내려.”‘싫어. 꼭 이러고 있을 거야.’윤슬은 손에 힘을 주며 부시혁의 생각대로 하지 않으려 했다.하지만 윤슬의 힘이 부시혁보다 클 리가 없었다.그래서 남자는 아주 쉽게 윤슬의 손을 내려놓았고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