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굳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고 박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요, 그러면 저 먼저 갈게요. 만약 회장님 무슨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전화하세요. 제가 사람을 데리고 올게요.”“그래." 박비서는 서류를 안고 윤연 곁을 빠르게 지나갔다.사무실 앞에는 윤슬과 윤연 두 사람만 남았다.윤슬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 여기 무슨 일로 왔어? 별일 없으면 가. 앞으로 허락 없이 함부로 이곳에 오지 마. 그렇지 않으면 경비원을 불러 널 쫓을 거야, 그때 가서 내 탓하지
말이 떨어지자, 윤슬은 발을 들어 떠나려 했다.“누가 가라고 했어, 거기 서!" 윤슬이 걸음을 떼자 윤연이 갑자기 앞으로 다가가 윤슬의 팔을 잡아당겨 뒤로 확 잡아당겼다.윤슬은 방심한 상태로 윤연에게 순간 끌려갔고, 손에 들고 있던 종이박스도 손에서 미끄러 떨어졌다.그런데 바로 이때, 큰 손이 갑자기 윤슬의 허리를 감싸 안았고 종이박스 밑부분을 안정적으로 잡았다.동시에 윤슬의 허리를 끼고 그녀를 뒤로 당겼다.윤슬은 뒤로 물러섰고, 등이 튼튼한 누구의 가슴에 부딪혔다.“음……." 윤슬은 미간을 찌푸리며 신음 소리를 냈다.
"너무 했다고 생각해?"부시혁은 고개를 숙인 채 부드러운 눈빛으로 윤슬을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덜 했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누가 감히 내 주차장에서 나에게 시비를 걸었다면 난 그 사람을 절대로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그의 말에 윤슬이 웃었다.반면 윤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부시혁 씨…….""뭐?"부시혁은 아무 감정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에 겁이 난 윤연은 마른침을 삼켰다."방금 저를 위서 해서 불평하시는 게 아니었어요? 근데 지금……."윤슬의 웃음소리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윤연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칠흑 같은 그의 두 눈과 마주친 순간 그녀는 겁이 났다.하지만 그녀는 두 손을 꼭 쥐고 그 두려움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왜냐면……왜냐면 언닌 당신과 사귈 자격이 없어요. 부시혁 씨, 언니는 이미 결혼을 한번 했었어요. 그것도 서로를 사랑해서 한 결혼이 아니에요. 전 남편의 집안이 부유하고 권세가 있는 걸 알고 언니가 수작을 부려서 하게 된 결혼이죠."여기까지 말한 윤연은 차마 더 말하지 못하겠다는 듯 주춤하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그리고 그때 언니의 전 남편은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언
윤연은 그 자리에 서서 주먹을 꼭 쥐고 눈앞에 두 남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무섭게 일그러져 있었고 눈도 시뻘게졌다.그녀의 악의와 질투를 감지한 윤슬은 이마를 찌푸리며 걸어오는 남자를 향해 물었다."무슨 얘길 나눈 거예요?"부시혁은 자신과 윤연의 대화를 그대로 그녀에게 알려주었다.그 말을 들은 윤슬이 냉소를 지었다."사실을 왜곡하는 건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네.""본성이 그런데 어쩌겠어.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거야."부시혁이 대답했다."맞는 말이에요. 전에도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을 뺏으려고
윤슬의 말을 들은 부시혁이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이야."윤슬이 웃으며 말했다."설사 찾았다고 해도 어떻게 그들과 지낼지 모르겠어요. 같이 살아온 정이 없으니, 가족이라고 해도 그렇고 그래도 절 낳아주신 분들인데 친척이라고 해도 좀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차라리 처음부터 찾지 않고 지금을 유지하는 게 상책이죠."그리고 윤슬이 하지 않은 한 마디가 더 있었다.어쩌면 그들은 이미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찾지도 그리워하지도 않는 게 제일 좋지."부시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솔직히 윤슬이 친부모를 찾지 않겠다는 말에 부시혁
윤슬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고 손을 내밀어 부시혁의 목을 끌어안았다.방금 찻잔을 씻은 탓에 그녀의 손에는 거품이 묻어있었다.그리고 그 거품이 물방울이 되어 부시혁의 목에 떨어졌다.그에 놀란 부시혁의 몸이 한순간 굳어졌지만, 곧 아무 일도 없는 척했다.다만 더 거센 기세로 그녀에게 키스를 했는데, 마치 복수라도 하는 듯했다.윤슬은 숨이 차서 얼굴이 빨개졌다. 결국 그녀는 그의 허리를 꼬집었다. 그러자 부시혁이 아파하며 그녀를 놓아주었다.그의 품에서 벗어난 윤슬은 한쪽에 가서 요리대를 기대고 숨을 가쁘게 쉬었다.그녀 얼굴
경적 후, 부시혁의 차가 움직이더니 도로를 따라 사라졌다.윤슬은 그제야 거실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마침 손안의 핸드폰이 울렸다.부시혁이 전화한 줄 알고 얼른 핸드폰을 들어 발신자를 확인했다. 하지만 양강구 관리실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그녀의 의아해하며 이마를 찌푸렸다.'이상하다. 관리실에서 무슨 일로 이 시간에 연락한 거지?'그녀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윤슬 씨, 안녕하세요. 늦은 시간에 연락드려서 죄송해요."전화 맞은편의 사람이 말했다윤슬은 소파에 앉았다."괜찮아요. 근데 무슨 일이죠?""사실은 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