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비서의 질문에 부시혁이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왜 도와야 하죠?”“고도식 대표는 윤슬 대표님의 생부라면서요?”“아니요. 슬이가 직접적으로 고도식의 생명에 위협이 가는 짓을 한다면 당연히 돕겠지만 이건 다른 문제입니다. 그리고... 고도식이 이대로 죽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죠.”고도식이 죽는다면 윤슬이 그의 친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질 가능성은 더 줄어들 테고 고도식의 죽음과 함께 윤슬의 원한도 사라질 테니 앞으로 두 집안의 악연으로 고통받지 않아도 될 것이다.“그러네요.”부시혁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듯 장 비서가 고개를
요즘 고유정의 일로 바쁘게 보내다보니 정말 까맣게 잊고 있던 윤슬이었다.부시혁이 말해 주지 않았으면 인사도 못 드렸겠네.“알겠어요. 갈게요.”윤슬이 흔쾌히 승낙하니 부시혁의 눈동자에 기쁨이 서렸다.“그래. 오늘 밤 바로 초대장 보내줄게.”“그래요. 그럼 끊을게요.”말을 마친 윤슬이 바로 장정숙에게 휴대폰을 건넸다.휴대폰을 든 아주머니가 물었다.“더 하실 말씀 없으세요?”“딱히 할 말도 없는데요 뭐.”윤슬이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단호한 윤슬의 말투에 장정숙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휴대폰 액정을 힐끗 바라보
“믿을 만한 사람인 건 맞아?”“오지랖이 좀 넓긴 한데 좋으신 분이야. 그리고 어차피 시력 회복하기 전에 잠깐 쓰는 건데 뭐.”“그럼 다행이고.”“그 얘기는 그만하자.”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윤슬이 고개를 돌렸다.“네 얘기 부터 하자. 임 교수님한테서 들었는데 치료에 잘 협조 안 한다면서. 어떻게 된 거야?”“협조 잘 하고 있어.”분명 윤슬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의 맑은 눈동자에 유신우는 왠지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정말? 물어보는 말에는 대답도 안 한다면서? 그게 협조 안 하는
“아니요.”남자가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저 여자 확실히 맞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시력을 잃었는지는 모르겠네요.”남자의 설명에 최성문의 표정은 많이 풀어졌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매서웠다.“얼굴 확인했으니 됐어. 애들 풀어서 제대로 감시해. 매일 어디로 움직이는지 뭐 하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납치해. 최태준 그 자식... 저 여자를 정말 좋아한다면 결국 걸려들 거니까.”최성문의 눈동자가 살기로 번뜩였다.“네, 도련님.”그제야 고개를 돌린 최성문이 눈을 감고 차량이 천천히 거리를 떠났다.한편, 아파트로 들어가려던 윤슬이
부시혁?윤슬은 인상을 찌푸렸다.그가 왜 온 거지?“들어오라고 하세요.” 윤슬은 입술을 움직이며 담담하게 말했다.장정숙이 문 앞에서 윤슬의 뜻을 전하기도 전에 부시혁은 이미 집안으로 들어와 거실로 향하고 있었다.“윤슬아.” 부시혁은 소파에 앉은 윤슬을 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윤슬은 고개를 살짝 돌린 뒤 그에게 물었다. “부 대표님, 무슨 일로 오셨어요?”“물건 좀 주려고.” 부시혁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윤슬은 의심스럽게 물었다. “저한테요? 죄송하지만 저는 그쪽이 직접 와서 건네줘야 할 물건은 없는 거 같은데
장정숙은 이 상황을 보고 얼른 휴지 두 장을 뽑아서 건넸다. “도련님, 여기요.”“감사해요.” 부시혁은 감사 인사를 건넨 뒤 휴지를 받고 자신의 얼굴을 닦았다.윤슬은 휴지 뽑는 소리를 듣고 자신이 그에게 물을 뿜은 걸 확신했다. 비록 고의는 아니었지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아주머니, 대표님한테 새 수건으로 가져다주세요.”“네.” 윤슬이 부시혁에게 수건을 가져다 주려는 걸 보고 장정숙은 기뻐서 얼른 대답을 한 뒤 욕실로 향했다.부시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윤슬을 보았다. “너…”“왜요?” 윤슬이
이 문제에 대해서 그녀는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었고, 천강과 같은 산업을 하는 회사를 안 찾아본 것도 아니었지만, 이 회사들은 다 크지 않아서 전혀 협력의 가치가 없었으며, 상대방도 발전 여지가 없는 회사와의 협력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천강은 계속 새로운 협력 대상을 찾지 않았다.그래도 천강 그룹은 아직 운영이 가능한 단계였다. 하지만 만약 오랫동안 새로운 협력 대상을 찾지 못하면 천강 그룹은 다시 한번 큰 위기를 마주할 것이다. 왜냐하면 FS 그룹 자회사와의 협력으로 번 돈은, 천강 그룹이 앞으로 자금 운용을 하기에도 부족할
그녀는 할머니에게 실망시키지 않도록 꼭 생일잔치에서 협력을 얻겠다고 말할 생각이었다.그리고 액세서리를 잘 간직한 뒤 생일잔치가 끝나면 바로 돌려 드리겠다고도 말할 생각이었다.“알겠어, 그럼 너 직접 할머니한테 말씀드려. 시간 늦었으니까 이만 가볼게, 푹 쉬어.” 부시혁은 시계를 보고 일어났다.만약 뒤에 바로 중요한 회의만 없었다면 그는 절대 먼저 일어난다고 안 했을 것이다.윤슬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부 대표님, 조심히 가세요. 아주머니 대표님 마중 좀 나가주세요.”“네 아가씨.” 장정숙은 대답하고 부시혁을 바깥쪽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