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말한 그녀는 숨을 들이마시며 감정을 가다듬고 이어 말했다.“아버지, 엄마, 미안해요. 제가 이 사람들을 모른다고 거짓말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저 사람들이 제게 준 공포와 상처가 너무 커서 조금도 저 사람들을 언급하고 싶지 않았어요. 저 사람들만 언급했던 암담했던 생활이 떠올라요. 그래서......”“그만해, 유정아, 그만해 흑흑흑......”채연희는 가슴 아파서 고유정을 안고 감정을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울었다.고도식마저 낯빛이 점차 풀렸고 그녀를 보는 눈빛도 그렇게 음흉하지 않았다.분명 고유정의 말은 고도식 마
그는 자신의 추측대로 윤슬이 고도식의 딸 진짜 고유정이 맞는지 봐야 했다.고도식이 직원 손에서 서류를 가지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손이 서류에 닿는 순간 허공에 뻗힌 하얗고 긴 손이 먼저 서류를 가져갔다.“누구야?”고도식은 화가 나서 급히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부시혁을 본 그의 얼굴의 분노가 갑자기 사라졌다.“너였어?”화를 가라앉히지 않으면 어쩌겠는가?예전에 전성기였던 고 씨 가문도 부 씨 가문의 미움을 살 수 없었는데, 지금의 고 씨 가문은 말할 것도 없었다.그래서 부시혁 앞에서 그는 잠시 몸을 숙일 수밖에 없었다.“
성준영도 부시혁 손에서 서류를 가져와 바로 마지막 페이지를 봤다.서류 위의 자신이 생각했던 거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보고 성준영은 낯빛이 크게 변했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말도 안 돼!”그의 말을 들은 윤슬의 가슴이 철렁했고 커다란 불안이 솟구쳐 올랐다.어떻게 된 거지?성준영의 반응이 왜 이렇게 큰 거지?“아주머니.”윤슬은 휠체어 손잡이를 꽉 잡고 입을 열어 불렀다.장정숙은 앞으로 가 웅크리고 앉으며 말했다.“아가씨.”윤슬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아주머니, 아주머니는 계속 안에 계셨으니까 결과
“저 사람들이요!”성준영은 이대섭 부부를 가리켰다.이대섭 부부는 급히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성준영은 이대섭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이 사람 얼굴만 봐도 이소은이랑 판박이잖아요!”“아버지.”고유정은 고도식의 팔을 당기며 말했다.“아버지,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도 함께 살며 상대방과 환경의 영향을 받아 비슷하게 닮아간다고 해요. 어쩌면 저와 이 양 아버지가 그런 이유로 닮은 것일지도 몰라요.”“그래요, 도식 씨, 유정이 말이 일리가 있어요. 부부상이 그렇잖아요. 이 대표네 부부도 원래 닮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비슷해졌
얼마 전 고유정은 아픈 척하면서 윤슬의 머리카락을 한웅큼 뽑아냈었다. 그 중 몇 가닥은 친자검사에 사용하고 남은 건 언젠가 쓸일이 있겠다 싶어 남겨둔 그녀였다.그리고 윤슬이 진짜 고유정이란 사실이 밝혀진 뒤에는 머리카락을 잘 정리해 머리핀에 넣은 뒤 가발피스처럼 앞머리 근처에 꽂곤 했다. 언젠가 누군가 그녀의 신분을 의심하면 바로 그 머리카락을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그래서 고유정은 신분을 숨겨주겠다는 부시혁의 제안을 당당하게 거절했다. 윤슬의 머리카락만 있으면 이런 위기따위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그런데...
윤슬의 불만스러운 표정에 부시혁이 헛기침을 하더니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지어냈다.“아, 회사에서 급하게 찾는 것 같더라고. 전화받으러 나가셨어.”“아, 그래요?”윤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급한 전화였다면... 어쩔 수 없지 뭐.“그럼 내가 부축해도 될까?”그의 말을 믿는 듯한 눈치에 부시혁이 다시 물었다.“...”윤슬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부시혁이 그녀를 부축해 소파 앞으로 다가갔다.“이제 곧 점심시간이야. 밥 좀 주문했는데 같이 먹을래?”부시혁의 질문에 본능적으로 거절부터 하려던 윤슬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흘러
“어떻게 그럴 수가...”휴대폰을 잡은 윤슬의 손이 살짝 떨려왔다.이소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이 모든 걸 계획한 건데 결국 자기 무덤을 판 꼴이 되어버렸다.이소은이 정말... 고도식의 친딸이라니.“검사 결과가 다 잘못됐을 가능성은 없어요?”비록 질문은 했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는 걸 윤슬도 알고 있기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한 곳이면 모를까 여러 곳에서 한 검사가 동시에 잘못됐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성준영도 역시 고개를 저었다.“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검사를 맡긴 두 곳은 대학병원이에요. 이소은이
“부 대표, 이렇게 하는 거 너무 억지라고 생각하지 않나? 이건 집안 일이야. 이런 일에 자네가 무슨 자격으로 참견하다는 건가?”고도식의 눈동자에 불쾌한 기색이 서렸다.“대표님이 뭐라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전 이 일에 무조건 관여할 거니까요.”고고한 얼굴로 고도식을 내려다보던 부시혁이 말을 이어갔다.“슬이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내가 모를 거라 생각하십니까? 고도식 대표님, 확실하게 말씀드리지만 슬이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이 세상 그 누구가 사랑하는 여자가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까요? 그러니까 이 일은 제가 무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