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은 자신의 말이 이미 전해지자 육재원 혼자 이해할 수 있게 부시혁의 휠체어를 밀며 옆의 병실로 걸어갔다.육재원이 이해하기까지는 2분 정도 걸렸고 그제야 정신을 차렸지만, 부시혁 두 사람의 목소리는 이미 사라졌다.“젠장!”육재원은 발을 동동 굴렀다.부시혁 이 녀석은 정말 염치없다. 낮에는 슬이더러 병원을 옮기라고 하더니 슬이가 옮길 수가 없자 자기가 옮겨오다니.이렇게 뻔뻔스러운 건 정말 사람을 돌게 만든다!육재원은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일이 이미 이렇게 됐는데 그가 어떻게 할 수 있단
장용은 부시혁의 휠체어를 밀며 안으로 들어갔고, 간병인의 옆을 지날 때 잊지 않고 칭찬했다.“당신은 그래도 눈치가 있군요.”하하.간병인은 눈을 희번덕였다.그녀가 눈치가 있는 걸까?분명 그가 협박을 해놓고!그러나 간병인은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간호사는 비록 병실 문을 여는 열쇠로 장용에게 끌려왔지만, 그래도 윤슬의 상태를 열심히 확인한 후 떠났다.장용도 같이 떠났고 나갈 때 간병인도 함께 데리고 나갔다.똘이는 아이인 데다 소파에 잠들어 있었기에 부시혁 대표와 윤슬 아가씨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데 방
갈수록 감정이 격해지는 윤슬을 보고 있자니 육재원은 가슴이 아팠다.그는 그녀를 덥석 안으며 말했다.“슬아, 무서워하지 마. 어쩌면 일시적인 것일지도 몰라. 상황이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어.”말을 하며 그는 연이어 머리맡의 비상벨을 두드렸다.윤슬은 육재원의 위로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녀는 실명의 공포에 사로잡혀 아무 말도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그 말들이 들린다고 해도 믿으란 말인가?실명이 어떻게 일시적일 수 있단 말인가!어쨌든 그녀는 누가 일시적으로 실명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윤슬
그렇다면 그는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부시혁은 숨을 들이마시며 진지하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윤슬을 바라봤다.“걱정하지 마. 다 괜찮아질 거야. 여기서 치료 못하면 내가 다른 병원에 데리고 갈 거야. 다른 병원도 안 되면 해외로 가서 제일 좋은 의사를 찾아 반드시 네 눈을 치료할 거야.”윤슬은 비록 부시혁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로 그가 어디에 있는지 대충 감지할 수 있었다.그녀는 부시혁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고, 공허하고 빛이 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그녀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뻐끔거렸다.
그는 앞으로 가서 두 사람을 떼어놓고 싶었다.하지만 단절 속에서 빠져나와 웃음을 드러내는 윤슬을 보니 결국 그 생각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됐다. 그녀가 기쁘게 내버려 둘 것이다.하지만 이번뿐일 것이다.다음에는 반드시 그들을 갈라놓을 것이다.부시혁은 수중의 검사 보고서를 꽉 잡으며 생각했다.임이한은 질투가 가득 난 그의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정말 재밌다.감정이라는 것은 독극물처럼 언제 어디서든 사람의 감정을 끌어당겨 자신이 자신이 아닌 것처럼 만들 수 있다.다행히 그에게는 이런 고민이 없다.갑자기 노크 소리
그 말을 들은 윤슬은 미간을 찌푸리기 시작했다.맹소은도 아니라면 누구란 말인가?두 경찰은 마치 윤슬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듯 서로를 마주 보더니 휴대폰을 꺼냈다.“윤슬 아가씨, 여기에 당신이 습격당한 CCTV가 있는데 한 번 보세요. 비록 그 사람이 자신을 잘 가렸지만, 당신과 아는 사람이라면 익숙할 겁니다.”“죄송합니다. 볼 수가 없어요.”윤슬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두 경찰은 매우 의아했다.육재원이 그들이 묻기 전에 먼저 대답했다.“슬이 눈이 안 보이거든요.”“네?”두 경찰은 깜짝 놀랐다.“어
“이것에 관련해서 저희가 확실히 조사를 했습니다. QS빌라 단지 내의 CCTV와 단지 밖의 CCTV에 따르면 이 사람이 택시를 타고 온 것을 봤고, QS빌라에 도착한 후, 이 사람은 줄곧 단지의 야외 수영장 옆에 있다가 윤슬 아가씨가 나타난 후에 수영장을 떠나 윤슬 아가씨 뒤를 따라갔습니다. 윤슬 아가씨를 공격하고 떠날 때도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두 경찰이 말했다.윤슬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택시를 타고 오고 타고 가다니, 이 사람은 신중한 걸까요 덤벙대는 걸까요?”덤벙댄다고 하자니 들키지 않게 자신을 꽁꽁 싸매야 한다는
두 경찰도 말했다.윤슬은 침묵했다.육재원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괜찮아, 슬아. 그 사람은 성중 마을에서 내렸잖아. 옷차림이 이상해서 주변에 꼭 그 사람을 본 사람이 많을 거야. 우리는 그 사람을 꼭 잡을 수 있어.”윤슬은 알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억지웃음을 지었다.“시간도 늦었으니, 저희는 이만 윤슬 아가씨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 무슨 진전이 생기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두 경찰이 일어섰다.윤슬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네, 부탁드릴게요. 살펴 가세요. 재원아, 두 분 배웅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