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소, 의사가 부시혁의 손등에 생긴 상처를 처리하고 있다.옆에 서 있는 윤슬이 두 주먹을 꽉 쥔 채 물었다.“선생님, 손 괜찮을까요?”손은 여러 신경이 분포되어 있는 부위, 혹시나 손 신경이 파괴되어 앞으로 손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된다면... 생각하기도 끔찍했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 입은 상처,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었다.잔뜩 찌푸린 미간, 불안감으로 요동치는 눈동자...윤슬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부시혁이 일부러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하지만 방금 전부
“응.”“부시혁이 왜 너랑 같이 있었는데?”육재원이 미간을 찌푸리고 윤슬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눌렀다.“말하자면 길어. 어쨌든 결론만 말하면 부시혁이 날 구한 건 사실이야. 부시혁이 아니었으면 난 지금 시체실이나 응급실 중 한 곳에 누워있겠지.”“야,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 하지 마. 아, 그리고 아까 말은 취소. 부시혁이 슈퍼 히어로라니 말도 안 돼. 그리고 부시혁 그 자식이 너한테 상처준 게 얼만데. 이 일로 그 자식 마음만 편해지게 생겼네. 마음의 빚을 갚았다고 생각할 거 아니야.”“그렇게 말하지 마. 그건 그거고
윤슬의 말에 부시혁이 미간을 찌푸렸다.그가 윤슬을 구한 건 온전히 그의 의지였고 그 어떤 목적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이 사실을 빌미로 윤슬과의 재결합을 추진한다거나 사귄다거나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경고에 가까운 윤슬의 말에 부시혁은 마음이 씁쓸하면서도 왠지 화가 치밀었다.내가 그렇게 치졸한 사람으로 보이는 거야? 이런 일로 네 감정을 강요할 만큼?“그건 천천히 얘기해.”갑자기 차가워진 부시혁의 표정에 윤슬이 고개를 갸웃했다.또 왜 갑자기 다운된 거래? 하여간 변덕은.영수증에 사인을 마친 윤슬이 고개를 돌렸다.
게다가 저 의연한 태도... 누가 봐도 범인은 아니었다.하지만 연락을 대포폰으로 했을 수도 있고 다른 차명계좌로 범인들에게 입금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죄책감 따위는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들도 수두룩하니 윤슬을 혐의선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릴 수는 없었다.하지만 일단 지금은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형사도 오늘은 윤슬을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병원에 가서 고유나한테 직접 사건 현장 상황에 대해 물어야겠어.“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하죠.”자리에서 일어선 형사가 윤슬을 향해 손을 내
유신우는 숲에서 잡지 촬영을 하고 있어 핸드폰 확인을 하지 못했다. 숲에서 나와 신호가 잡혀 핸드폰을 확인하니 윤슬에 관한 기사가 인터넷을 도배했다.‘고유나, 감히 윤슬 누나가 자기를 죽이려고 했다는 거짓말을 해서 누나의 명예를 더럽히다니.’‘기자들, 네티즌 그리고 황산을 뿌린 사람 모두 가만두지 않을 거야!’온화한 유신우도 이렇게 화를 낼 수 있었다. 윤슬은 유신우의 화가 난 목소리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눈치채고 황급히 말했다. “신우야, 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정말 괜찮아요? 그럼 황산은...”“
윤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경찰 한 명이 다가와 물었다. “윤슬 씨, 황산을 뿌린 사람의 심문 결과가 나왔습니다!”윤슬은 경찰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부시혁도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결과가 어떤가요? 누기 시킨 건가요? 아니면 윤슬한테 원한이 있는 사람인가요?”윤슬도 궁금해서 경찰의 대답을 기다렸다. 경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둘 다 아니에요. 누가 시킨 것도, 윤슬 씨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그럼 도대체 왜 그런 거래요?” 윤슬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
그 시각 병원, 여자 경찰과 남자 경찰 한 명이 고유나의 병상 옆에 앉아 취조를 하고 있었다. “고유나 씨, 윤슬 씨가 사람을 시켜서 고유나 씨를 이렇게 만든 거라고 확신하십니까?” 남자 경찰이 심오한 눈빛으로 고유나를 쳐다보며 물었다.옆에 있던 여경은 녹음펜을 들고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있었다. 고유나가 확신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하죠!”“만약 최종적으로 윤슬 씨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면 고유나 씨는 거짓으로 고소했으며 윤슬씨의 명예를 훼손을 했기 때문에 법적 책임과 정신적 손해배상을 해야 합니다. 고유나 씨,
“유나씨 말도 맞네요. 그러면 제가 경찰서에 가서 상의해 보겠습니다. 우선 들어가서 쉬세요.”남자 경찰은 말을 마치고 여자 경찰과 함께 병실에서 나왔다. 엘리베이터 안, 여자 경찰은 남자 경찰에게 녹음 펜을 건네주며 말했다. “팀장님, 고유나가 분명 부추겼는데도 인정하지 않네요.”“그러게, 고유나가 이상경을 부추긴 것이 확실해, 방금 임 팀장님한테 전화 왔는데 고유나가 사고를 당하고 이상경이 몇 번이나 고유나를 찾아가서 이미 더러워진 몸이니 자기 말고는 고유나랑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자기랑 결혼하자고 했데,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