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없어?”어르신은 웃는 듯 웃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부시혁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당연하죠! 전에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었잖아요. 예전은 물론, 앞으로도 그럴 일 없을 거예요.”“그래. 알았다.”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였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예전은 물론, 앞으로도 후회하지 않는다. 앞으로 정말 후회하지 않을까?어르신은 웃었다.앞으로도 그의 체면이 깎일 일이 없길 바란다.“참, 오늘 슬이가 우리와 나눈 대화는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길 바란다. 특히 그 고유나와 고 씨 가문의 사람들. 알겠어?”어
“왜 그래?”그는 미간을 찌푸렸고 눈 속에는 긴장한 기색이 그대로 드러났다.그 모습을 본 윤슬은 멍해졌고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다시 쳐다봤고 그의 눈 속에 긴장한 기색이 그대로 있자 마음속으로 더욱 의아했다.그가 그녀 때문에 긴장한다고?그가 미친 걸까 아님 이 세계가 잘못된 걸까?“괜찮아요.”윤슬은 고개를 흔들며 팔을 빼냈다.부시혁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말했다.“방금 쓰러질 뻔했는데 괜찮다고?”“정말 괜찮아요. 그저 저혈당일 뿐이에요.”윤슬은 담담하게 말했다.지난번에 임신 검사
윤슬은 미간을 찌푸렸다.“할머니가 데려다주라고 하셨다고요?”부시혁의 눈동자가 살짝 반짝였다.“응.”“하지만 병실에서 할머니가 당신더러 절 데려다주라고 하셔서 제가 거절했는데도 더는 강요하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지금 어떻게 날 다시 데려주라고 하셨겠어요. 부시혁 당신 지금 거짓말하고 있는 거 아니죠?”윤슬은 그를 자세히 살펴봤다.부시혁은 차 문을 열며 말했다.“아니. 할머니께서 날이 어두워졌는데 너 혼자 보내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나더러 쫓아가서 데려다주라고 하셨어. 자, 이제 차 타. 너도 할머니가 걱정하시는 거
다음 날, 윤슬은 사무실에 도착했다.박희서가 들어오더니 말했다.“대표님, 성준영 대표님이 대표님 뵈러 오셨습니다.”“성준영 씨?”윤슬은 가방을 내려놓다 그대로 멈췄다.박희서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왜 온 거래요?”윤슬은 의자를 당겨 앉았다.박희서가 대답했다.“이유는 말씀하지 않았지만 대표님에게 한 가지 알려줄 것이 있다고 합니다.”“알겠어요. 들어오라고 하세요.”윤슬은 컴퓨터를 켜며 말했다.성준영은 별일이 없을 때 한 번도 그녀를 찾아온 적이 없었다.보아하니 그가 말하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 같았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는 바로 처리했을 것이고 특별히 여기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윤슬은 “당신을 존중해 준 거죠?”라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의심스러운 듯 보기 좋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당신이 처리한다고요?”“네.”성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윤슬은 웃으며 말했다.“이건 제 일이잖아요. 성준영 대표님이 저를 도와 진상을 발견하고 증거를 찾은 건 너무 고마워요. 하지만 왜 대표님이 처리하셔야 하는지 너무 궁금하네요. 이 일은 당신과 아무 상관이 없잖아요?”“미리 말해둘게요.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를 위해서예요.”성준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비밀리에 이 길을 가는 것이다. 성 씨 가문이 고 씨 가문 사람의 범죄 허점을 돌파구로 삼아 조금씩 조금씩 고 씨 가문을 처리하는 것이다. 비록 과정은 느릴 테지만 안전하다.고 씨 가문이 누군가 자신들을 상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삼성은 이미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간 뒤일 거고, 파산도 하지 않고 직원도 실업하지 않을 것이기에 위에서도 조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고 씨 가문은 모든 걸 잃는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성준영이 생각할 수 있는 건 윤슬도 당연히 생각할 수 있었다.그녀는 한숨을 내뱉
그는 심지어는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코 아래에 대고 냄새를 맡았고 은은한 향기가 났다.성준영은 그것이 윤슬의 향수 냄새라는 것을 알았고, 그와 악수할 때 그의 손에 묻은 것이었다.이 향기는 상큼하고 우아한 것이 윤슬의 품격과 같아서 몇 번 더 맡아보고 싶게 만들었다.그리고 성준영은 그렇게 했다. 그는 고개를 살짝 숙여 손의 냄새를 맡았고 머릿속에는 자신이 윤슬을 안고 그녀의 목덜미에 머리를 파묻은 채 그녀 몸의 향수 냄새를 맡는 장면을 떠올렸다.순간 성준영의 귀 끝은 점점 더 빨개졌고 심장 박동도 빨라졌다.바로 그때, 그
육재원은 목젖을 움찔거렸고 씁쓸한 어투로 말했다.“부시혁 아이지?”“우리 나가서 얘기하자.”윤슬은 일단 대답하지 않았다.육재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를 부축해 나갔다.육재원은 윤슬을 휴게실 소파까지 부축해 그녀더러 앉으라고 한 후, 그녀에게 물을 한 잔 따라줬다.“물 좀 나셔. 방금 구토를 해서 속이 많이 불편할 거 아니야. 물 좀 마시면 많이 괜찮아질 거야.”“고마워.”윤슬은 웃으며 물 잔을 받아들고 한 모금 마시더니 그제야 아까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부시혁 아이 아니야.”웃기는 얘기지만 그녀와 부시혁이 결혼한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