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민혁, 억지 부리지 말고 얼른 유나한테 사과해.”부시혁이 잔뜩 굳은 표정으로 재촉하자 부민혁이 고개를 푹 숙였다.“죄송합니다.”누가 봐도 억지로 하는 사과에 부시혁은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진심으로 사과하라고!”형의 압박에 부민혁은 입을 잔뜩 내민 채 소리를 높였다.“죄송합니다, 유나 누나! 됐지?”“됐어. 그만해.”그제야 고유나가 웃으며 손을 젓고 부민혁은 고개를 홱 돌린 채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굳은 얼굴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부시혁이 고유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유나야, 미안. 민혁이가 아직 철이 없어
부민혁의 말에 고유나를 안은 부시혁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턱을 만지작거리던 성준영이 대신 대답했다.“검은 피는 아니니까 괜찮은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얼른 병원으로 가보는 게 좋겠어.”성준영의 말에 부시혁은 바로 고유나를 안아든 채 케이블카로 향했다.케이블카가 구름 사이로 사라지고 윤슬 일행은 바위에 앉아 다음 케이블카를 기다리기 시작했다.“자기야, 그런데 어디서 갑자기 뱀이 나타난 거야?”윤슬에게 생수를 건네던 육재원이 물었다.생수를 받아든 윤슬은 생수병을 딸 힘도 없는지 고개를 저었다.“나도 모르겠어.”뱀이
“알... 알겠어요...”부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고유나가 착한 여자가 아니라는 건 부민혁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악행을 직접 본 적이 없는 터라 단 한 번도 고유나가 무섭다고 느껴진 적은 없었다.그런데 정말 사람을 죽일 마음으로 달려드는 여자라는 걸 직접 느끼게 되니 왠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안 되겠어. 이대로 넘어가면 안 돼. 고유나 그 여자한테 복수해 줘야지.”육재원의 말에 윤슬이 입술을 깨물었다.“어떻게? 고유나가 일부러 그랬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증거 있어? 서아 씨의 일방적인 증언을
이때 케이블카가 도착하고 윤슬 일행은 대화를 멈추고 다시 케이블카에 탑승했다.별장에 도착하고 별장 셰프가 의사를 배웅하는 걸 발견한 진서아가 윤슬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고유나 씨 괜찮은가 봐요.”“하여간 운도 좋지.”육재원이 입을 삐죽거리자 윤슬이 그의 옆구리를 툭 건드렸다.“됐어. 일단 들어가자.”“시혁이 형, 유나 씨는 좀 괜찮아?”성준영이 예의상 부시혁에게 묻자 부시혁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괜찮아. 독이 없는 뱀이라.”“아쉽네요.”이때 진서아가 불쑥 끼어들자 부시혁은 차가운 눈으로 진서아를 노려보다 성준영
밥 먹을 때에도 항상 고유나를 챙기던 부시혁이었는데... 고유나가 깨어난 뒤로 걱정의 말은커녕 제대로 눈길 조차 주지 않으니 답답할 수밖에.“아니야.”수프를 한 모금 마신 부시혁이 담담하게 대답했다.부시혁의 차가운 목소리에 고유나는 기분이 언짢아졌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정말 별일 없는 거 맞아? 시혁...”“됐어. 얼른 밥이나 먹어.”고유나의 말을 아예 잘라버리고 짜증이 담긴 듯한 부시혁의 말투에 고유나는 바로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했다.그 모습에 다른 테이블에 앉은 윤슬 일행은 몰래 웃음을 터트렸다. 속이 뒤
“네.”집게를 내려놓은 부시혁이 접시를 들고 레스토랑을 나서려던 그때 육재원이 그를 불러 세웠다.“잠깐만요.”“또 뭡니까?”부시혁이 무표정한 얼굴로 육재원을 바라보았다.“아까 이 일 제대로 처리하겠다고 말씀하셨죠? 이제 고유나 씨도 깨어났겠다. 어떻게 하실 생각인지 말씀해 주실 때도 된 것 같은데요?”팔짱을 낀 육재원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저희도 많이 바라는 거 아니에요. 고유나 씨가 직접 와서 우리 자기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는 것. 그뿐이죠.”증거가 없으니까 이 정도로 넘어가는 줄 알아, 고유나...“무릎을 꿇어
부민혁이 부랴부랴 내려가 문을 열고 승마장에 도착한 성준영과 육재원은 고유나를 담은 주머니를 승마장 바닥에 대충 던져버렸다.이때 윤슬이 다가와 물병에 담긴 물을 주머니에 들이부었다.찬물 세례에 주머니에 담긴 고유나도 눈을 번쩍 떴다.작은 공간 안에서 몸을 움찔거리던 고유나는 손바닥에 느껴지는 거친 섬유의 촉감에 모든 상황을 파악했다.설마... 보쌈이라도 당한 거야?주머니에서 나가기 위해 버둥거리던 고유나가 악에 받쳐 소리를 질렀다.“부민혁, 네가 윤슬이랑 한편을 먹고 나한테 이런 짓을 해?”별장에 있는 사람들은 7명뿐,
몽롱한 정신에 꿈인지 현실인지 어리둥절하던 그때 고유나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시혁아, 문 좀 열어봐...”그제야 부시혁은 불을 켠 뒤 방문을 벌컥 열었다.머리도 얼굴도 엉망인 고유나를 발견한 부시혁이 멈칫하다 미간을 찌푸렸다.“유나야?”“시혁아...”고유나가 눈물을 글썽이고 그제야 얼굴의 상처를 발견한 부시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어떻게 된 거야?”부시혁의 질문에 서러움이 밀려든 고유나는 더 크게 울며 부시혁의 품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부시혁이 무의식적으로 한발 뒤로 물러서자 고유나의 커다란 눈동자가 급격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