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아는 경멸하듯 부시혁을 훑어봤다.그리고 이내 고유나를 보며 말했다.“고유나 아가씨, 들었죠? 부씨 가문은 며느리를 괴롭히는 집안이에요. 시집 가게 되면 하루하루가 힘들 것 같네요.”고유나는 입술을 깨물며 억지웃음을 지었다.“아니에요. 어머님 엄청 좋은 분이세요. 전 그분들이 저한테 그러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너무 일찍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나중 일을 누가 알겠어요.”성준영이 한마디 거들었다.부시혁은 몇몇 사람들이 한마디 한마디 주고받으며 부씨 가문을 비꼬는 것을 보고 낯빛이 어두워졌지만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
그녀는 너무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었다.음식 냄새를 맡으니 더욱 배가 고팠다.부시혁은 고유나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결국 동의했다.“가자.”“응.”고유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몇 걸음 가다 그녀는 갑자기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소파에 있는 부민혁을 바라봤다.“민혁아, 같이 가지 않을래?”“난 당신이랑 같이 있기 싫거든.”부민혁은 차가운 태도로 대답했다.고유나는 침울한 눈빛으로 고개를 떨궜다.부시혁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만약 도와주러 오지 않을 거면 오늘 저녁 먹지 마.”말을 마친 그는 고유나를 데리
“알았어. 우리 슬이 말이 그렇다니 난 입 닥쳐야지.”고유나는 손을 꽉 움켜쥐고 부시혁을 바라봤다.“시혁아, 너도 날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런 상식도 모르고.”“아니야.”부시혁이 대답했다.“진짜 아니야?”고유나는 약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부시혁은 마음속으로 약간 피곤했지만 참으며 인내심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짜야.”그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 고유나는 그제야 기분이 좋아졌다.그때 부민혁이 이미 먹고 싶은 한 무더기의 채소를 갖고 돌아왔다.“형, 우리 이거 하자.”그는 흥분해서 부시혁을 쳐다봤다.하지만
고유나는 그 갑자기 자신을 언급할 줄 몰랐고 친절하게 웃었다.“저는......”“설마 싫어하는 건 아니죠?”육재원은 그녀의 변명을 끊었다.고유나는 급히 고개를 흔들며 부인했다.“아니에요.”“그럼 왜 안 먹는 거예요?”육재원은 화제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윤슬 몇몇 사람들은 그가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고유나와 부시혁 사이를 고의로 이간질하고 있었다. 그들은 흥미가 생겨 젓가락을 내려놓고 재밌는 구경거리를 보기 시작했다.“그러니까요 고유나 아가씨, 시혁이가 싫은 게 아니라면 드세요.”성준영은 고개를 받치고
그녀는 부시혁을 도와준 게 아니다.육재원 그들이 말을 심하게 해서 뒷수습이 어려울 정도로 그를 화나게 할까 봐 걱정되었다.육재원 그들도 부시혁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하지 않고 계속 밥을 먹었다.그때 고유나는 입안을 헹구고 돌아와 의자를 당기고 앉으며 조심스럽게 옆의 남자를 봤다.그녀도 방금 그의 행동이 남자의 체면을 구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 고개를 숙이고 미안한 듯한 어투로 말했다.“시혁아, 미안해. 난 고의로 구토를 한 게 아니라......”“괜찮아. 음식이 맛이 없으니 구토를 하는 것도 당연
“당연히 안 되지, 먹을 밥이 없는 것도 아니고. 네 형이 저렇게 한 상 차려놨잖아. 자, 바로 저기, 얼른 가서 먹어.”육재원은 부시혁을 가리키며 거절했다.부민혁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내가 당신한테 물어본 것도 아닌데 당신이 뭔데 대답해.”“난 우리 슬이 남자친구니까.”육재원이 윤슬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윤슬도 밀어내지 않았다.그녀가 얌전히 있자 육재원은 더욱 득의양양해져 말했다.“어때? 할 말 더 있어?”부민혁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지만 빠르게 다시 시선을 윤슬에게로 돌리며 애교 가득한 어투로 말했다.
“난......”부민혁은 고개를 숙였다.“알았어.”윤슬은 그의 머리 위로 치켜 올라간 머리카락을 보고 참지 못하고 손을 내밀어 쓰다듬었다.“착하지.”부민혁은 얼굴이 빨개졌다.“날 애로 보는 거야?”“맞는 것 같은데.”윤슬은 일어나 위층 방으로 돌아갔다.육재원 그들도 거의 다 먹고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결국 식탁에 남은 건 부민혁 한 사람뿐이었다.그는 접시에는 남은 음식을 모두 자신의 그릇에 담고 허겁지겁 맛있게 먹었다.......한밤중에 윤슬은 목이 말라 일어나서 테이블로 가 물을 따랐다.하지만 아쉽게 테이
남자는 원래 목이 마르지 않았지만 무슨 마음인 건지 고개를 끄덕였다.“한 잔 줘.”윤슬은 대답하고 다시 잔 하나를 들고 물을 따라 그에게 건넸다.“고마워.”부시혁이 받아 들었다.“괜찮아요.”윤슬은 손을 흔들더니 고개를 숙여 물을 마셨다.부시혁은 물잔을 들고 마시지 않고는 빤히 그녀를 쳐다봤다.물을 마신 윤슬은 잔을 놓고 방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내뱉으려는 찰나 갑자기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봤고 부시혁의 배에서 나는 소리였다.부시혁 역시 지금 이때 자신의 배에서 그런 소리가 날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